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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유혹

이상률 지음 | 네모북스
제1부 경제학의 에피타이저



경제학이란 무엇일까?

물리학자, 화학자, 경제학자가 배를 타고 가다가 배가 난파되는 바람에 외딴 무인도에 머물게 되었다. 그들에게 식량이라고는 깡통 통조림뿐이었고 그 섬에는 자갈과 야자나무가 있었다. 그런데 그들에게 정작 중요한 오프너가 없었다. 이에 세 학자가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통조림을 딸 것인가 고민하기 시작했다. 먼저 물리학자가 이야기했다. "야자나무로 투척기를 만들어서 깡통을 터뜨리자. 그러자 화학자가 반박했다. "그러지 말고 자갈로 불을 만들어서 깡통을 가열하자. 그러면 통조림이 터질 것이다." 이때 경제학자가 말했다. "우선 경제학자가 있다고 가정하자."



위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경제학은 가정(Assumption)의 학문이다. 경제학이 수많은 가정으로 인해 쓸모 없는 학문이라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너무나 복잡하고 변수가 많은 세상에서 간단하게 만들어서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수많은 가정이 필요하다. 즉 현실을 설명하기 위해 수많은 가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단다 - No Free Lunch

경제학 이론 서적의 첫 부분을 장식하는 말은 대부분 다음과 같다. "There i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 혹은 "no free lunch." 세상에는 공짜 점심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 말이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대가를 치르지 않고서는 아무 것도 얻을 수가 없다는 의미로 쓴다. 아무리 보아도 공짜인 것 같아도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이 말은 미국 서부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미국 서부의 술집에서 술을 일정량 이상 마시는 사람에게 점심을 공짜로 주는 데서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술을 마시더라도 취하지 않고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술값에 이미 점심비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되어 공짜로 주는 점심이 결국에는 공짜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안전하고 수익 높은 자산투자안은 없나요?" "공부 안 하고 시험 잘 볼 방법은?"라는 식의 질문은 이런 의미에서 우문(愚問)일 뿐이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공짜점심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우리의 생활은 윤택해질 것이다. 즉 시장을 이해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정부와 기업, 가계 등 경제 주체들의 게임의 법칙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우리의 생활은 더욱 윤택해질 것이다.



자원의 희소성, 효율성, 그리고 공평성 - 경제문제

우리는 매일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 교환, 분배, 소비하는 경제행위의 한 가운데에 서 있다. 이 과정에서 즉, 경제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경제문제라고 한다. 이와 같은 경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자원의 희소성 때문이다. 자원의 희소성이란 '사람들의 욕망은 무한한데 반하여 욕망을 충족시켜줄 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현상'을 말한다. 자원의 희소성은 경제학에 있어서 하나의 대전제가 된다. 경제문제는 자원의 희소성으로 인해 '선택의 문제(Choice)'로 귀결된다. 즉 부족한 자원을 가지고 가장 바람직한 상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 자원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좋을지 모색해야 한다는 뜻이다. 달리 표현하여 정리하자면 경제학에서의 선택은 어떤 욕구를 충족시킬 것인지 어떤 욕구를 억제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되겠다. 이런 면에서 경제학은 선택에 관한 학문이다. 앞에서 말한 것과 연결시키면 '가정을 통해 단순화시켜, 선택을 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학문'이 경제학인 것이다.



이러한 선택의 문제는 사람들로 하여금 희소한 자원을 아껴서 가장 유용하게 쓰고자 하는 의지, 즉 '경제하려는 의지(Will to Economize)'를 낳고 경제하려는 의지는 효율적인 자원의 사용을 이끈다. 경제하려는 의지는 어떤 선택이 되든지 간에 득과 실이 있으므로, 득은 최대화하고 실은 최소화하는 경제법칙에 따른다는 의미가 되겠다. 이러한 경제하려는 의지는 '경제적 효율성(Efficiency)'을 이끈다.

호의가 밥 먹여 주지는 않는다 - 하이예크의 무식론(無識論)

신자유주의 주창자이자 시카고학파의 모태가 된 이론과 철학을 세우고 1974년 노벨경제학상까지 수상한 아우구스트 폰 하이예크(Friedrich August von Hayek, 1899~1992)는 자유방임원칙에 따라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통화가치를 안정시키고 시장질서를 유지할 것을 강조한 경제학자이다.



그는 신자유주의에 입각하여 자유경쟁원리가 법의 지배 아래 적절히 보장된다면 자원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국부가 증진된다고 보았다. 그의 이런 논리는 희생정신과 박애주의에 바탕한 이상주의의 환상을 깨고, 이 세상에서 스스로가 원하는 바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자기 자신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이른바 '무식론'이라는 주장에까지 이르게 된다. 사람들이 '공익'을 위해 일하려면 자신이 원하는 것만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하지만 그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며, 따라서 박애정신이 투철한 사람들만이 모인 상황에서는 시장경제의 신호기 역할을 하는 가격이나 이윤이 등장할 리 없고, 사회는 희소한 자원을 잃어버린다는 것이 그가 지적하는 바이다.



하이예크는 이런 면에서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것이 공익사업보다 더 많은 이익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런 면에서 그는 "화폐 공급도 민간에 맡기자!"는 황당한 주장까지 했었다. 그의 주장은 1980년대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과 영국의 마가렛 대처에 의해 통치이념, 즉 오늘날 신문 지상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신자유주의'로 자리 잡히게 되었다.



제2부 경제학의 기본골격



안동 간고등어 - 수요가 공급을 창출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하는 질문을 가지고 사람들은 끝도 없는 논쟁을 하기 일쑤다. 이와 비슷한 논쟁이 경제학에서도 일어난다.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느냐,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느냐?" 어느 것이 맞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미시경제에서 주류경제학은 수요가 공급을 창출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갈브레이스를 비롯한 제도학파 및 비주류경제학에서는 공급에 의해 수요가 창출된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전자를 소비자주권, 후자를 생산자주권이라한다. 거시경제에서도 총공급이 총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의 법칙(Say's Law)과 케인즈를 위시로 한 총수요에 의해 국민소득 및 물가가 결정된다는 견해가 대립했고, 현재 세이의 법칙이 과거와 같은 파괴력은 없지만 이러한 전통은 새고전학파와 새케인즈학파의 논쟁으로 계속되고 있다.



이 질문에 관련된 이야기를 위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특산물을 생각해보자. 안면도에 가면 대하가 유명하고, 부안에 가면 백합(흰조개)이 유명하고, 영광으로 가면 굴비, 목포는 세발낙지, 제주도는 고등어ㆍ갈치ㆍ옥돔, 기장은 곰장어……. 이상 열거된 각 지역은 열거된 해산물의 산지로서 유명한, 경제학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 지역에 특정물품이 풍부하다 보니 그것을 이용한 음식과 기타 수요가 형성된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 경우이다.



이에 반해 안동 간고등어는 '수요가 공급을 창출한' 경우가 되겠다. 산으로 둘러싸인 내륙지방에서 고등어가 잡힐 리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경북 영덕지방에서 잡힌 고등어를 냉장 시설이 구비되어 있지 않은 조선시대에 태백산맥을 넘어 며칠이 걸리면서 이 내륙의 양반동네까지 운송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고등어의 부패를 막기 위해 많은 양의 소금을 이용하여 염장을 해야 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른 동네의 고등어자반과 차별되는 엄청 짠 고등어, 즉 안동 간고등어가 탄생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탄생된 간고등어는 양반들의 밥상에 올릴 음식으로서, 접대용으로서의 기본적인 수요가 존재하다 보니 그 기본적인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러한 특이한 형태의 특산물이 존재하게 된 것이다.



경제학은 점입가경이 아니라 과유불급 - 한계효용

키스 횟수와 이를 통해 느끼는 짜릿함은 정비례하는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경제학적으로 구해보자.



대학교 신입생인 K양은 처음으로 남자친구를 사귀게 되었다. 그는 남자친구와 몇 개월을 사귀다가 헤어졌다. 키스를 K양의 전 남자친구 N군이 K양에게 공급한 '서비스재'라고 가정하자. K양은 N군과 첫 키스를 했으며 그 외의 불한당들과는 키스를 하지 않았다고 가정하자. 불필요한 가정일지 모르나 K양이 불감증 환자는 아니라고 가정하자(그래야 효용이 측정 가능). 그렇다면 키스의 소비자 K양이 일정기간 동안 키스의 소비량을 계속 증가시킬 때 총효용(Total Utility; 소비자가 일정량의 상품을 소비하여 얻을 수 있는 주관적인 만족의 총량)과 한계효용(Marginal Utility; 상품을 한 단위 증가할 때 변화하는 총효용의 증감분을 의미)은 어떻게 변화할까?



이런 상황을 생각해 보면 되겠다. K양과 N군이 처음 키스를 할 때 K양은 짜릿했다. 어느 정도 할 때까지 K양의 짜릿함의 정도가 점점 커졌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짜릿함의 강도가 약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자주하다 보니 K양은 별 느낌을 못 받기 시작했으며, 남자친구가 키스해 주려 하면 그녀는 거부를 하게 된다. 이 상황을 총효용과 한계효용 개념을 이용하여 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표]



표를 보면 K양의 경우 키스를 3회 할 때까지 한계효용이 체증하였다. 세 번째까지는 하면 할수록 좋았다. 그러다가 3회 이후 계속 체감하게 되었다. 이제 질리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6회가 되었을 때 한계효용은 0이 되었고 그 이상이 되면 음의 값을 갖게 된다. 즉, K양이 받는 키스 이외의 다른 것들이 일정한 상태에서 키스의 횟수가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키스의 한계효용이 감소한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Law of Diminishing Marginal Utility)이라고 한다. 경제학적 정의는 '다른 재화의 소비가 일정할 때 한 재화의 소비량이 증가하면 결국 그 상품의 한계효용은 감소한다'이다. 여기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경제학은 점입가경(漸入佳境)이 아니라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외도 - 가치의 역설

마누라 뻔히 두고 바람피는 정신 나간 남자들을 생각해보자. 바람을 왜 피는 것일까? 안주인은 남편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은 안주인의 가치를 아주 낮게 여겨서 구박하고, 인생에 거의 도움도 안 되는 외도는 왜 하게 되며, 외도녀의 가치는 왜 그리 높게 평가하게 되는 것일까?



이 문제에 경제이론을 적용해 보자. 우선 남편의 안주인들과 외도녀의 가사노동 및 기타 사항을 서비스재 개념으로 보자. 즉 애보기, 빨래하기, 청소하기, 애 키우기, 남편이랑 놀아주기 등등을 그냥 하나로 묶어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보자(아주 강한 가정을 사용하게 되었다). 이제 아래 그래프를 보면서 생각해 보도록 하자. 안주인이 바깥양반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량이 많고(밥하랴, 빨래하랴, 청소하랴, 애들 키우랴 등등), 바깥양반 입장에서는 안주인이 공급하는 서비스 사용이 워낙 많다 보니 안주인에 대한 한계효용은 매우 작아진 반면, 외도녀는 안주인만큼 많은 서비스를 공급하지 않음으로써 외도녀에 대한 바깥양반의 한계효용은 매우 높아졌고 외도녀의 가치가 높게 형성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림]



만약 바깥양반 입장에서 안주인과 외도녀의 서비스에 대한 소비량이 똑같다면 안주인이 외도녀보다 자신의 인간적인 생활에 훨씬 유용하기 때문에 안주인의 한계효용은 외도녀를 통해 얻는 한계효용보다 항상 위에 위치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안주인이 바깥양반에게 공급하는 서비스가 워낙 많고 그에 대한 바깥양반의 안주인에 대한 소비량이 워낙 많다 보니 안주인의 한계효용 및 안주인의 가치는 외도녀의 한계효용 및 가치보다 훨씬 낮아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남편들이 바람피게 되는 이유는 안주인들의 서비스 공급량, 소비량이 많아서 남편들의 한계효용이 매우 낮아졌고 외도하는 경우에는 그 만큼의 많은 서비스가 공급이 되지 않기 때문에 남편들의 한계효용이 높다. 그래서 자기 만족도인 한계효용이 높다 보니 바람을 피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결론이야 어찌되었건 간에 바람피는 것들은 용서하면 안 된다. 정말 바람피는 일은 한계효용이 낮고 높음을 떠나서 상대방에게 죄악임을 명심하자.



미션 임파서블 - 성매매특별법

2004년 가을은 성매매특별법과 단속으로 인해 말들이 많았었다. 일단 성매매와 관련된 두 가지 사실을 확인한 후 탄력도(Elasticity; 탄력도란 독립변수에 대한 변화에 대해 종속변수가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보여주는 척도이다. 예를 들어서 여자친구의 말 한마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 탄력적인 남자친구고 무감각하면 비탄력적인 남자친구이다)라는 개념을 이용하여 이 문제에 접근해 보자.



우선 성매매의 경우 마약시장과 같이 수요자들의 수요곡선이 매우 가파르다. 즉 아주 비탄력적인 수요를 가지고 있다. 가격이 조금 변하는 것에 대해 별로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 반면 공급은 탄력적이다. 두 번째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이제 정부가 법을 만들고 단속을 시작했다고 하자. 그러면 공급자들의 경우 공급을 확 줄인다. 그러나 수요자들의 경우 수요가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결국 가격은 단속 전에 비해 올라가고, 공급량은 조금 줄게 된다. 단속 전과 비교해 봤을 때 공급량을 줄이더라도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에 공급자들은 어떤 방법으로든지 공급을 한다. 그 결과 가격은 올라가고 시장 자체는 음성화된다.



이러한 성매매에 대한 총지출의 증가 및 시장의 음성화 뿐만 아니라 비탄력적인 수요를 가졌지만 경제적 능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증가로 강간 등의 범죄가 늘어나는 사회적 비용(Social Cost)의 증가 등의 문제도 예상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경제학의 논거만 놓고 이야기해 볼 때 성매매특별법은 지하경제만 키우고 사회적인 비용만 늘릴 가능성이 높은 매우 비효율적인 제도이다.



제3부 경제학적 사랑의 기술



그 커플이 헤어진 이유 - 치킨게임(Chicken Game)

서로 대략 호감을 가지고 만나던 L군과 M양이 있었다. 그런데 L군과 M양이 사소한 일로 다투기 시작했다. 이 때 발생할 수 있는 전략과 둘의 보수(여기서는 심리적 만족도)에 대해 다음과 같은 보수행렬로 나타내어 보자. 괄호 안의 숫자는 (M양의 보수, L군의 보수)라고 하자.



[표]



보수행렬의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싸우기가 싫어서 둘 다 전략적인 후퇴를 할 경우 무승부가 되어 각각 0의 보수를 얻게 된다. 둘 중 한 사람이 전략적 후퇴를 하면 후퇴를 한 사람은 -5의 보수를, 다른 한 사람은 5의 보수를 얻게되며, 둘 다 끝까지 싸움에 임하면 둘다 -10의 보수를 얻게 된다.

이때 M양이 임전무퇴를 고수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L군의 경우 현재 상황에서 -5의 보수를 얻지만 만약 L군조차도 임전무퇴 싸워보자는 식으로 나오면 -10의 보수를 얻게 되어 L군이 싸우려 하다가 오히려 손해를 보는, 즉 꼬리 내리고 후퇴하는 것보다 못한 결과가 나오므로 후퇴전략을 바꿀 유인(Incentive)이 없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와 같은 치킨게임(Chicken Game ; 겁쟁이 게임)의 경우에는 균형상태(둘 다 싸우거나 둘 다 후퇴하는 경우)보다 불균형상태를 선호하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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