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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 경제학

유병률 지음 | 인물과사상사
1장. 경제학을 아는 30대는 전략에 강하다



직장 생활 4~5년차, 30대 초반 정도면 드러납니다. 남이 만들어 놓은 전략조차 이해가 늦은 사람과 전략을 만들어 나가는 사람. 전략을 만들어 나가는 사람은 "이것을 한번 트렌드로 만들어 봅시다", "우리가 먼저 이렇게 치고 나가 보죠"라고 자신 있게 말합니다. 경제학은 전략을 만들어 내는 바이블입니다. 왜 뛰어난 마케터들은 경제학 원론을 늘 책상머리에 두고 있는 걸까요. 왜 CEO들은 경제학 교수의 아카데믹한 강의를 들으면서 경영의 힌트를 얻을까요. 경제학에는 세세한 마케팅 테크닉은 없지만, '마케팅을 보는 눈'을 길러 주는 비밀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소비 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매스티지(고가 위주 명품 소비와 구별되는 감성적 중저가 명품 소비 경향) 마케팅만 해도 그렇습니다. '탄력성(민감도)'이라는 경제학 개념을 아는 사람은, 매스티지 현상이 매스티지로 명명되기 전부터 매스티지 마케팅을 실행합니다. 이렇듯 경제학을 아는 30대는 트렌드와 전략을 창조하지만, 경제학을 모르는 30대는 따라갈 뿐이거나, 따라잡지도 못하고 뒤쳐집니다.



기업전략의 핵심코드, 탄력성

경제학의 탄력성 개념은 돋보기 같은 존재입니다. 잘 안 보이는 것도 탄력성 개념으로 들여다보면, 현상에 숨어 있는 질서가 보입니다. 탄력성이라는 게 사실 별 것 아닙니다. 떡볶이 장사를 하더라도 명동에서 할 때와 초등학교 앞, 여자대학 앞에서 할 때는 가격 책정과 메뉴 구성이 달라야한다는 것이죠. 기업의 가격전략, 브랜드 전략, 마케팅 전략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제학의 스타킹, 탄력성 : '탄력성(彈力性, elasticity)' 개념은 한마디로 민감도입니다. 단적인 예로 가격을 10% 올리면 판매량이 어떻게 될지를 보여주는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있습니다. 매상이 크게 떨어졌다면 탄력성이 높은 것이고, 매상에 별 변화가 없다면 탄력성이 낮은 것이죠. 탄력성이 1보다 크면 '탄력적(elastic)'이라고 하고, 1보다 적으면 '비탄력적(inelastic)'이라고 합니다. 탄력성이 1이라면 가격을 내려도 판매량이 똑같은 비율로 늘어나기 때문에 전체 수입에는 변화가 없겠죠. 가격에 대한 탄력성은 대체재가 많이 생길수록 커집니다. 주스류를 포함해 건강음료 시장을 한번 보죠. 옛날에는 오렌지 주스가 전부인 줄 알았는데 토마토 주스, 당근 주스, 키위 주스, 녹차 음료수, 홍삼 음료수, 보리 음료수 등 신제품들이 계속 나오지 않았습니까. 주스와 대체할 수 있는 이런 음료수들이 많이 생길수록, 주스의 가격 탄력성은 커진다는 얘기입니다. 주스 가격을 조금만 올려도 주스를 먹던 소비자들이 다른 음료수로 옮겨 갈 수 있다는 것이죠.



탄력적으로 고객을 보라 : 탄력성 개념이 기업 마케팅 전략의 핵심코드가 될 수 있는 것은 소비자들을 다양하게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휴대폰 가격도 그렇더군요. 노인들에게 저렴하게 판매하는 제품들이 많습니다. 어차피 노인분들에게는 전화를 걸고 받는 정도의 기능이면 충분합니다. 이들에게 수십만 원짜리 휴대폰은 쓸모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반면 동영상 서비스 등 다양한 기능을 활용하는 20대들에게는 비싼 휴대폰은 '꼭 필요한 사치'입니다. 같은 휴대폰 구매자라도 이렇듯 가격에 대한 탄력성이 다 다르기 때문에 차별화 전략이 가능한 것이죠.



실제 가격 차별화가 이뤄지는 사례를 유형별로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시간에 따른 가격입니다. 예를 들어 렌터카 업체나 호텔들이 비성수기나 평일에 요금을 할인해주는 것도 탄력성 개념을 활용한 가격차별입니다.

둘째, 장소에 따른 가격차별입니다. 제품을 지리적으로 구분해서 다른 가격을 매기는 것이죠. 똑같은 음료수라 해도 대중목욕탕 안에서 파는 것이 더 비쌉니다. 길거리 슈퍼에서야 안 사면 그만이지만, 목욕탕 안에서는 어지간히 비싸지 않고서는 사게 마련 아닙니까.

셋째, 구매자에 따른 가격차별입니다. 고객의 사회적 지위나 구매력에 따라 다른 가격을 매기는 것이죠.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들은 수출 가격을 국내 가격보다 낮게 매깁니다. 외국 소비자들이야 꼭 우리나라 차가 아니더라도 살 수 있는 차가 많기 때문이죠.



전략적 사고하기, 게임이론

기획력이 뛰어난 사람들에게는 두 가지 습관이 있습니다. 압축하기를 좋아하고, 그림 그리기를 즐깁니다. 여기서 그림은 'Painting'이 아니고 'Diagraming'입니다. 어떤 경제연구소에서는 신입 연구원이 들어오면 몇 개월 동안 책 읽고 요약하는 일만 시킨다고 하지 않습니까. 요약도 논술식이 아니라 도식화를 하도록 훈련시킵니다. 게임 이론은 경제학에서도 압축하고 도식화하는 습관을 가장 잘 훈련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상대와 내가 처해 있는 상황을 압축하고, 양쪽이 쓸 수 있는 전략을 뽑아내며, 다양한 전략 조합에 따른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죠.



최저가격보상제에 숨어 있는 게임이론 : 경제 현실에서는 그 결과가 상식과 반대로 나타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 경우 통념이라는 잣대로는 그 비밀이 안 보일지 몰라도, 게임이론으로 보면 어렵지 않게 비밀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할인점들의 최저가격보상제 전략을 샘플로 분석해보겠습니다. 최저가격보상제는 자사의 제품이 인근 유통업체보다 비싸면, 차액의 몇 배를 현금으로 보상해주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이마트입니다.



예를 들어 최저가격보상제를 도입한 A마트가 냉장고를 200만 원에 팔고, 경쟁사인 B마트가 170만 원에 판다고 해 보죠. 현명한 소비자라면 어디에서 물건을 구입하겠습니까. 역설적이게도 B마트가 아니라 A마트에서 사게 됩니다. A마트에서 200만 원에 산 다음 차액(30만 원)의 2배인 60만 원을 돌려받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이 소비자는 냉장고를 140만 원에 산 셈이니 B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30만 원이 이득인 셈이죠. 그러면 B마트는 A마트의 이런 전략에 대해 어떤 카드를 꺼낼까요. 냉장고 가격을 A마트와 똑같이 200만 원을 받는 게 최선의 전략입니다. 200만 원보다 조금이라도 싸다면, 손님들을 다 뺏길 테니 말이죠. 결국 A마트는 다른 할인점들을 따라오게 만들어, 시장 가격을 자신이 책정한 가격으로 동결시킨 셈입니다. 다른 할인점들도 냉장고를 200만 원에 팔 수 있으니, 구태여 현 상황을 타파하고 싶지는 않을 겁니다. 전혀 새로운 전략이 불쑥 튀어나와 게임구도가 변화하지 않는 한 이런 상황은 일종의 안정된 균형 상태입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암묵적 담합(tacit collusion)'이라고 합니다. 서로 협의하지는 않았지만, 묵시적으로 담합을 형성해 사실상 독점가격을 받는 것입니다.

게임적 상황으로 압축하라 : 게임이론은 한 가지로 정형화된 이론이 아닙니다. 경쟁적 상황의 특징에 따라 여러 가지 게임구도가 가능합니다. 게임이론은 이런 게임구도를 종류별로 유형화해서 각각의 경우 기업의 최적의 선택이 무엇인지를 체계적으로 예측합니다. 일단 단순한 두 가지 게임구도를 통해 게임이론을 연습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우월전략균형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S사와 L사가 시장 쟁탈을 위해 치열한 광고 전을 벌인다고 해보죠. 각각 많은 광고비와 적은 광고비라는 두 가지 전략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총 4가지의 전략 조합이 가능하겠죠. 상대 회사가 적은 광고비를 지출할 때는 자신은 많은 광고비를 지출하는 것이 이윤이 더 많이 남는다고 가정하겠습니다. 반대로 상대 회사가 많은 광고비를 지출할 때는 자신도 광고비를 많이 지출하면서 경쟁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정하죠. 또 두 기업 모두 적은 광고비를 지출하면서 사이좋게 경쟁하는 것이 서로 많은 광고비를 지출하며 혈전을 벌이는 것보다 낫다고 가정합니다. 즉 S사와 L사 모두 적은 광고비를 집행하면 (7억, 7억)으로 각 기업의 이윤이 모두 7억 원씩이며, 모두 많은 광고비를 집행하면 (3억, 3억)으로 각 3억 원씩 이윤이 남는다는 것을 의미입니다. S사가 많은 광고비를 집행하고, L사가 적은 광고비를 집행한다면 (10억, 2억)으로 S사의 이윤은 10억 원이 되어 L사의 2억 원보다 많습니다. 반대로 S사가 적은 광고비를 지출하고, L사가 많은 광고비를 지출하면 (2억, 10억)으로 S사의 이윤은 2억 원, L사의 이윤은 10억 원입니다.



이 경우 S사와 L사는 어떤 전략을 선택하게 될까요. 정답은 두 기업 모두 많은 광고비를 집행하는 것입니다. S사는 L사가 광고비를 많이 쓰든, 적게 쓰든 광고비를 많이 집행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우월합니다. 같은 논리로 L사 입장에서도 S사가 어떤 전략으로 나오든 많은 광고비를 집행하는 것이 우월 전략이 됩니다. 이처럼 상대가 어떤 전략을 선택하느냐에 관계없이 자신에게 언제나 유리한 결과를 가져다주는 전략이 존재하고, 실제 이 전략을 선택하는 상황을 '우월전략균형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경제현실에서 이런 게임구도는 별로 많지 않습니다.



둘째, 내쉬 균형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작은 마을에 청주옥과 한성반점이라는 두 음식점이 서로 어떤 음식을 메뉴로 올릴지 눈치를 보고 있다고 합니다. 각 식당은 두 가지 가운데 하나의 음식을 팔게 되는데 청주옥은 비빔밥과 된장찌개 중 하나를, 한성반점은 자장면과 우동 중 하나를 고르려 한다고 가정합시다. 이 경우 한성이 자장면을 선택할 때 청주옥은 비빔밥을 선택하는 것이 좋고, 한성이 우동을 하면 청주옥은 된장찌개가 낫습니다. 한성도 청주옥이 비빔밥을 선택하면 자장면을 선택하는 것이 좋고, 청주옥이 된장찌개를 하면 한성은 우동이 낫습니다. 즉, '한성-자장면, 청주옥-비빔밥'이나 '한성-우동, 청주옥-된장찌개' 두 가지 조합 중 하나에서 균형이 되는 것이죠. 만일 '한성-자장면, 청주옥-비빔밥'에서 균형이 유지된다고 할 때 어느 누구도 일방적으로 전략을 바꿔 이윤을 더 크게 할 수가 없습니다. 이처럼 상대방의 전략이 주어져 있을 때 자신의 입장에서 최적인 전략을 '내쉬 전략'이라고 하고, 이런 전략으로 유지되는 상태를 '내쉬 균형'이라 합니다.



내쉬는 게임이론 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운 수학자의 이름입니다. 경제현실을 게임이론으로 예측할 때, 가장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게 바로 내쉬 균형이 어디인가를 찾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상대의 모든 전략에 대해 우월한 전략을 찾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주어진 상대방의 전략에 대해서만 최적의 대응이라고 할 수 있는, 즉 내쉬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이 큽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여러분들 회사가 처한 경쟁 상황이 어떤 유형인지, 어떤 게임구도인지를 먼저 판단하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이마트가 최저가격보상제를 먼저 치고 나간 것은 절묘한 우월전략입니다. 다른 할인점들이 이마트의 뒤를 이어 똑같은 제도를 도입하든 않든, 또 이마트의 최저가격보상제 시행으로 다른 할인점들이 가격을 내리든 안 내리든 이마트 입장으로서는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2장. 경제학을 아는 30대는 경영을 안다



나의 회사와 남의 회사 경영을 제대로 알려면 우리나라 기업의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우리나라 기업의 역사 한 가운데는 재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재벌을 안다는 것은 우리나라 기업 경영을 이해하는 데 있어 그 출발점입니다. 우리나라 재벌의 역사는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과 '모럴 해저드(moral hazard)', 그리고 '출자 사슬'이라는 세 가지 화두로 압축됩니다.

기업가정신은 강한 성취동기, 무모한 도전, 불굴의 개척정신, 번득이는 아이디어, 투철한 상업정신으로 요약되는 기업인의 동물적 본능(animal spirit)입니다. 모럴 해저드는 대마(大馬)에 대한 국가의 전폭적 지원과 규모가 커버리면 그 기업은 절대 쓰러지지 않는다는 대마불사(大馬不死)에 대한 기업의 굳건한 믿음입니다. 그리고 출자 사슬은 거대한 계열 군단을 하나로 엮어, 오너가 황제처럼 일사불란하게 지휘할 수 있도록 해 준 역사적 키워드입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이제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지거나 약화되는 상황이 도래했습니다. 바꿔 말하면 이런 문제에 대해 대안을 만들지 못하면 성장을 가로막는 벽을 무너뜨릴 수 없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Animal Spirit'의 신화

경제학에서는 위험을 즐기고 수용하는 기업인들의 태도를 가리켜 '기업가의 동물적 본능(animal spi-rit)'이라고 불러 왔습니다. 경제학의 마지막 거인으로 불리는 존 메이너드 케인스(1883~1946년) 이전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기업의 투자를 이자율의 함수로만 설명합니다. 그런데 케인스는 1936년에 출판된 『일반이론』에서 "투자는 이자율과 동물적 본능의 함수이다. 그러나 동물적 본능이 더 결정적이다"라고 규정했습니다. 1960~70년대 한국의 고도성장에 대해 외국인들이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렀던 것은 상식적으로는 설명이 안 됐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한강의 기적은 창업 1세대들의 기업가정신을 빼고는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가난과 빈곤에서 벗어나 한번 잘 살아보자는 강한 성취동기와 승부 정신으로 똘똘 뭉쳐진, 야성적이고 동물적인 충동과 본능 말입니다.



Animal Spirit과 '죽음의 계곡' : 창업주와 그 2세대들의 동물적 본능은 외환위기를 분기점으로 크게 후퇴하게 됩니다. 기업가정신이 후퇴한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진단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참여정부가 좌파적 정책들을 쏟아 내고 이념 논쟁을 부추겼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됐고, 정부가 하도 규제를 많이 해서 도저히 기업을 할 수 없는 환경 때문이라는 푸념 섞인 주장도 있었고, 반(反)기업 정서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일부분에 불과한 것을 너무 일반화시킨 주장이 아닌가 합니다. 오히려 산업 구조적인 데서 기업가정신이 쇠퇴한 이유를 찾는게 맞습니다. 우리나라 산업 발전 단계가 더 이상 사업의 기회를 찾기가 어려워진, 성장의 벽에 맞닥뜨렸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는 것이죠. 60년대 경공업, 70년대 중화학공업, 80~90년대 전자ㆍ자동차를 거쳐 지금까지 IT로 먹고 살았는데, 그 이상의 대안이 안 보인다는 겁니다.



기업의 사이클을 설명하는 용어로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죽음의 계곡은 벤처기업이나 신생기업이 투자자금을 모으기 곤란하고, 설령 펀딩을 해서 제품을 내놓더라도 작은 시장 규모 때문에 매출이 적어 고사 확률이 높은 상황을 말합니다. 우리나라도 산업 구조는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기업들이 계속해서 먹고살려면 신산업을 발굴해야 하는데, 특히 이런 신산업 분야는 응용기술 이상의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없는 시장도 만들어 가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 대기업들은 아직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원천기술 분야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산업 구조적으로 기업가정신이 발휘되기가 곤란한 상황에 직면한 것입니다.



대기업 출생의 비밀 모럴 해저드

경제학 개념인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라는 안경을 쓰면 안 보이던 것도 보이고, 봤던 것도 달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벌의 성장사가 그렇습니다. 대마불사는 전형적인 모럴 해저드입니다. 정권 차원의 몰아주기식 자원 집중이 이뤄졌지만 감시나 모니터링도 없었고, 실패에 대한 패널티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심리가 팽배할 수 있었던 것이죠. 바로 여기에 재벌 성장사의 또 다른 비밀이 있습니다. 이런 국가적 모럴 해저드는 역설적이게도 1970년대 한국 경제의 압축 성장을 가져왔고, 또 이런 모럴 해저드는 당연하게 1997년 외환위기를 불러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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