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 고함
전철환 지음 | 아라크네
1.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체제
경제예측은 왜 틀리는가경제학자들이 올바른 정책을 적절한 시기에 선택하기 위해서는, 경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예측이 필요하다. 하지만 경제를 예측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경제학자들이 직면하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한정된 통계와 경험을 가지고, 그 당시의 경기불황이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장기적인 것인지를 판단하는 일이다. 만약 경기불황이 일시적인 것이라면, 경기가 곧 자생적으로 회복될 것이기 때문에, 정책이 불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불황이 장기적인 것이라면 정책의 도움이 필요하다.
한편 경기는 주기적으로 좋고 나쁨을 반복하기 때문에, 과거의 경기 순환은 우리에게 소중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현재의 경기 진단과 앞으로의 경기 예측에 많은 도움을 준다. 그렇지만 과거의 경험이 정확한 경기 예측을 위한 충분조건이 되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수차례의 경기 불황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원인, 배경, 지속기간 등이 모두 달랐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의 예측을 어렵게 만드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경제 예측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다. 예를 들어 경제성장률이 올해 7%에서 내년에는 4%로 떨어진다고 경제학자들이 예측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소식을 들은 기업은 재고가 증가할 것을 염려한 나머지 생산을 줄이거나, 신규투자를 자제할 것이다. 소비자 역시 성장률 하락에 대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소비를 줄일 것이다. 그 결과 생산이 더욱 감소하고 성장률이 2%로 뚝 떨어진다. 경제학자들이 당초 정확하게 예측하더라도 사람들이 그 예측을 듣고 과민하게 반응한 결과, 성장률이 예측보다 낮게 실현되는 것이다.
왜 주식시장은 제어되지 못하는가시장경제 체제에서 경제 발전의 꽃으로 평가받는 것은 증권시장의 활황이다. 그런데 활황을 보이는 증권시장에서도 문제는 발생할 수 있다. 실적과 괴리된 채 과도한 가변성을 보이거나, 과열과 급랭이 반복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는데, 이것은 물론 바람직하지 못하다. 왜냐하면 시장에 대한 예측을 어렵게 만들고 효율적인 자본 조달과 배분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심하면 시장기구 자체를 붕괴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1990년대 미국 증시의 호황에 대한 분석은 여러 가지로 나오고 있는데, 그 가운데 예일대학교 경제학 교수이자 금융전문가인 쉴러(R.J.Shiller)의 말은 경청할 만하다. 그는 1990년대 미국 증시의 초호황 요소로 3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는 구조적 요소인데, 인터넷의 발달, 소비성이 강한 사람들의 등장, 낮은 세율, 투자 성향이 높은 전문가 집단의 부상에 따라 점점 증시에 가속이 붙어간다는 것이다. 둘째는 문화적 요소인데, 대중 매체의 충동이 증시에 투기적 거품을 일으키고, 투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경제 사고도 이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셋째는 심리적 요소인데, 증시가 활황을 이룰 때는 시장 참가자의 기대가 높아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단타매매 등 폭발적인 대중들의 행동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위의 3가지 요소 가운데 불합리하거나 붕괴 위험을 내포하지 않는 요소도 있다. 구조적 요소가 그 예인데, 실적 장세를 반영하게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견고하게 구축하는 것이 증시 발전의 요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증시 관찰에서 유의해야 할 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PER가 매우 커서 기대수익률이 매우 낮은 상황에서 그렇다. 왜냐하면 주식 투자를 통해 기대수익을 높이고자 하는 집단이 있는 한, 그것이 비록 과열이라고 해도 제어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참고로 미국 증시 상황이 우리와 다른 것은 투자자들의 마인드이다. 미국에서는 자신이 결정한 투자 손익에 대해 정부를 탓하는 정도가 우리보다 매우 작다.
아울러 주식 투자자들은 흔히 게임의 규칙 중 어느 하나에 정통하게 되면, 그 규칙에 집착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하지만 주식시장에서 규칙은 깨지게 마련이다. 이른바 '랜덤워크(random walk) 이론' 때문이다. 즉 증시에서 법칙이 만들어지는 순간, 많은 투자자들은 그 법칙을 이용해 돈을 벌려고 하는데, 모든 사람이 법칙을 알고 이용하려 든다면, 그 법칙이 제대로 작동될 수가 없다. 참고로 여러 증권사나 투자자문사에서 만든 매매 시스템이 개발 후 2개월 정도가 지나면 수익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체제현재 세계는, 중국을 비롯한 몇몇 소수 국가들을 제외하곤, 대다수가 자본주의 경제체제 하에서 생활을 영위해나가고 있다. 자본주의는 사유재산제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모든 재화에는 가격이 형성되고, 이윤획득을 목적으로 상품이 생산되며, 노동력도 상품화되고, 생산은 전체적으로 볼 때 무계획적으로 이루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경제적 질서는 가격 성립에 의하여 유지되는데, 상품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설이 일반적이다. 그 외에 상품 생산에 투하된 노동량에 일치 또는 비례한다는 설, 상품의 생산비에 평균 이윤을 더한 선에서 안정된다는 설, 상품의 효용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설 등이 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국가는 원칙적으로 경제에 간섭하지 않는 자유방임정책이 취해진다. 그런데 가격에 의한 질서에만 의존하게 되면, 경제적 무정부성에 의하여, 생산과 소비의 불일치가 생겨 자본주의 경제 특유의 순환적인 공황이 발생하기에 이른다. 나아가 가난한 사람들은 생활이 더욱 어렵게 되고 부자들은 더욱 윤택하게 되는 빈익빈(貧益貧) 부익부(富益富) 현상도 생기게 된다. 따라서 국가는 여러 방법으로 경제에 통제를 가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결국 오늘날 자본주의의 경제 질서는 가격과 국가통제에 의해서 유지된다고 볼 수 있다.
통화 관리 방식의 변화IMF 외환위기의 1년 반은 회상하기 싫은 고통이었는데, 고통의 주범인 외환위기는 번개처럼 닥쳐왔고, 경기 회복과 경제 틀의 재편성은 빠르게 진행된다고 해도 충분히 감지되지 않았다. 게다가 경제 틀과 운용 방식의 변화가 무엇을 약속하는가는 더더구나 인식되지 않았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통화 관리 방식'의 변화였다. 외환위기 직후 정부는 금융개혁관련법을 여러 가지 개정했다. 통화 관리를 담당하는 한국은행법 개정도 그 하나였는데, 개정 한국은행법에는 '물가안정'을 중앙은행의 핵심 책임으로 명시하였다. 그리고 책임과 함께 행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을 강화한 반면에, 은행감독권을 분리하여 금융감독원으로 통합했다.
법에 따라 한국은행은 1998년부터 '물가안정목표관리제도(Inflation Targeting)'를 시행하고 있다. 물론 이 하나의 정책만으로 물가안정이 정착되는 것은 아니겠으나, 한국은행이 물가안정목표를 시행하면 우리 경제에서 물가만큼은 분명하게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일반 국민은 물론이고 경제계에서조차도 이를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영국 '중앙은행 연구 센터'의 프라이(M.Fry)박사 외 4인의 <각국의 통화 신용정책 운용 틀 연구>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지난 30년 간 통화정책운용방식은 적자생존의 원리에 따라 점진적으로 진보해 왔으며, 정부형태, 경제 및 법체계, 금융제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관련 전문성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990년대 들어서는 선진국일수록, 중앙은행이 물가안정을 통화정책의 법적인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울러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의 핵심목표를 물가안정이라고 명시하는 것이, 신뢰성을 높이고 경제주체의 행동양식에 명확한 신호를 보냄으로써, 불안정을 해소하고 효율적 자원배분을 유도하여 성장력을 가속시키는 것으로 검증되었다. 그리고 물가안정목표제를 통한 시장경제질서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에 독립성, 투명성, 책임성이 부여되어야 한다는 것도 검증되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를 정책운용의 귀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새로운 경제 틀 구축을 위한 상상1930년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지녔던 고전적 자유주의는, 1930년 이후 1970년대까지, 그 영향력이 매우 약화되었다. 왜냐하면 세계 대공황 이후에는 정부 개입을 정당화하는 케인즈식 수정 자본주의 사상이 지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70년대 말 이후에는 다시 신자유주의사상 시대로 전환되었다. 그 이유는 EC, NAFTA, WTO처럼 경제통합이 이루어지면서 각국 정부의 경제 규제와 개입이 비효율을 초래하고,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초국가적 교류 거래가 촉진되고 있고, 강경성 노조를 싫어하면서 정부의 공적 부조를 필요로 하지 않는 신중산층이 비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정책의 주요 내용은 공공부문의 민영화, 시장에 대한 규제 철폐, 통화주의에 입각한 인플레이션 대책, 노동시장의 유연성 촉진과 실질인금의 하향 경직성 완화, 공공지출의 축소, 조세인하를 통한 기업 경쟁력의 제고, 산업구조조정, 권력의 지방 이양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런 영향을 받아 우리나라도 1990년대 이후 자유화를 추진했으나 결국 외환위기만 초래되어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그리하여 오늘의 시대가 요구하는 사상의 흐름은 한편으론 자유화를, 다른 한편으론 정부 역할의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어떤 사상을 기조로 한 사회의 새로운 경제 틀을 구성하고 행동해 나가야 하는지 깊은 사고가 필요한 때라 할 수 있다.
타협의 기술선진국들은 오랜 기간 단계적으로 성장하고 도약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갈등을 해소하는 타협의 기술과 조화를 추구하는 사회의식을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조화 의식과 타협의 기술을 익히지 못한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는 자본주의의 발전적 사회의식 토대가 개인주의라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개인주의가 이기주의와 다르다는 점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개인주의가 제대로 확립되려면, 각 개인은 이기주의라는 뿌리에 합리성과 진리를 접목시켜 잘 가꾸어 나가야 하는 자아교육의 의무를 진다. 왜냐하면 개인주의는 단순히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 철저하게 자기 개인의 생산적 역량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도덕성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자산 계층에게 고함물적 생산 활동과 기업경영을 통해 축적한 부에 대해서는 당연히 그 정당성이 부여된다. 따라서 자산가가 재산을 소유했다는 이유만으로 비난을 받을 수도 없거니와 받아서도 안 되고, 또 부정한 것으로 매도되어서도 안 된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산계층의 사상과 역할이 그 사회와 국가의 장래를 결정하므로, 한 사회의 지배층으로서 자산계층은 자기목적(이기심 충족)만을 위해서 행동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자산계층은 깨끗하지 못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해,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질시의 대상이 되곤 하였다.
한편 이렇게 자산가가 매도 대상이 되어버린다면 생산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고, 사회경제적 발전도 지체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런 악순환은 하루빨리 고쳐져야 할 과제이다. 그러기 위해서 기업가 등 모든 자산계층은 다음의 원칙들을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첫째, 공정한 생산 활동과 기술혁신을 통해서만 부를 축적하겠다는 청부사상( 富思想)을 신조로 삼아야 한다. 둘째, 생산적이고 정당한 과정을 거쳐 축적한 부라도 탈세, 조세회피, 부당이전 등의 행위를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셋째, 자산가일수록 부동산 투기, 정경유착, 불공정거래, 자금 세탁, 퇴폐 서비스업 등의 비생산적이거나 반생산적(反生産的)인 사업을 통해서 부를 축적해서는 안 된다. 다른 한편 일반 대중도 자산 축적 자체를 무턱대고 백안시하는 사상을 고쳐야 한다.
상기 내용 이외에 이 장에서는 호황기 때 자만하고 불황기 때 쉽게 좌절하는 사람들, 제3의 길은 없다, 질책과 기록이 없는 사회, 신의 얼굴을 지닌 시장, 발전의 추동력은 무엇인가, 노동운동의 체제 내 수용, 불황은 자가 발전성을 지녔다 등의 내용이 언급되어 있다.
2. 세계 경제 전쟁에서 이기는 길세계는 '자금 전쟁' 시대과거, 세계 각국은 군사, 제국, 이념 등의 영역에서 세력다툼을 벌였었다. 그러나 앞으로 세계의 판도를 결정하는 주체는 군대가 아니라, 하루 24시간 끊임없이 활동하는 명석한 두뇌의 금융거래자들이다. 그런데 자본 확보경쟁은 1990년대 세계 경제의 주요 이슈였던 일자리 경쟁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자본은 곧 투자를 뜻하고, 투자는 고용을 의미한다. 각국 지도자들은 '일자리'를 잃지 않으려면, 자본을 유치해 경쟁 상대국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 이런 현상이 지니고 있는 정치적 의미는 매우 크다. 즉 민주주의 세계에서 해외 투자신탁자금이 중요한 전략무기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 문호개방을 거부하던 국가들도 증권시장 활성화를 위한 해외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부패와 내부거래가 심심찮게 횡행하던 국내시장을 깔끔히 정리하고 있다. 그렇다고 자본시장 개방에 성공한 나라들이 모두 안전지대에 들어섰다는 말은 아니다. 어떤 면에서 시장개방이란, 개발도상국이나 선진국 할 것 없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먹는 행위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세계의 어떤 지도자든 일시적으로 자본을 구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자국시장에 대한 통제력은 영구히 잃게 되고 말기 때문이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은 국제자본은 철저히 수익성을 쫓는 자본의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점이다. 가장 유리한 수익을 제공하는 투자처만을 선호하는 것이다. 이 국제자본의 논리에 일국의 경제여건이 부응하지 못할 때 그 나라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된다. 1997년 우리나라의 금융위기가 그 예이다. 이제 각국은 외자를 유치할 수 있는 효율적 자본시장을 만들되, 국제투기자본에 일국 경제가 흔들리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구축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하고 있는데, 바야흐로 세계는 정치패권시대에서 자본패권시대로 옮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돈의 국제적 위상화폐를 교환의 수단으로 보면, 환율 변동은 불가피하다. 왜냐하면 돈의 가치도 각국 통화에 대한 수요량과 공급량에 따라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다. 수요가 높은 나라의 화폐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승용차가 값도 싸고 품질도 좋아 외국 수입판매업자가 우리나라 차를 수입한다고 하자. 우리나라 수출업자는 외국 수입업자에게서 차 수출 대금을 외화로 받아 은행에서 원화로 바꾸거나, 때로는 외국 업자에게 아예 원화로 대금을 지불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하는데, 외국 수입업자나 우리나라 수출업자가 외화를 원화로 바꾸면 그만큼 외환시장에서는 원화 수요가 높아지고, 원화 수요가 높아지면 그만큼 원화는 가치가 높아지게 된다.
결국 한 나라의 화폐 가치란 그 나라의 국력만큼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미 달러화가 국제 거래의 기축통화가 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미국의 국력이 강해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화폐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국력이 강해져야 한다. 우리의 국력을 신장시키기 위해서는 각 경제권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협력을 맺는 정책이 필요한데, 지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우리나라가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경제권은 동북아 경제권이다. 따라서 우리가 세계 경제권간 경쟁에 대응하는 길은, 동북아 경제권을 형성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것이다. 그런 뜻에서 우리가 북방정책을 꾸준히 추진하는 것은, 민족의 동질성 회복과 통일을 지향하는 민족적 염원 때문만이 아니라, 냉전종식 후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