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의 위기 세계 경제의 몰락
리처드 던컨 지음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1부 경제 거품의 기원
국제수지 불균형금본위제도는, 자동조정기능을 통해, 국가들의 무역수지 불균형을 막았다. 예를 들어, 무역흑자 국가들은 수입으로 인한 금 지급 보다 수출로 인한 금 수취가 더 많기 때문에 금을 축적할 수 있고, 흑자국가의 상업은행에 더 많은 금이 예치됨에 따라 이들 국가의 은행은 더 많은 신용을 창조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확대된 신용은 경제 호황을 부추긴 다음에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게 되고, 이런 물가상승은 국가의 무역 경쟁력을 약화시켜 수출을 감소시키고 수입을 증가시켜 금을 유출하게 된다.
역으로 무역적자 국가들은 금의 유출을 경험하게 되고, 금이 은행 시스템에서 유출됨에 따라 신용은 수축된다. 신용수축은 경기침체를 가져오고, 물가를 하락 조정하게 된다. 물가하락은 적자국가들의 무역 경쟁력을 높여, 결국 무역수지에 대한 균형이 회복될 때까지 금은 다시 유입되기 시작한다. 또 금본위제도는 정부의 예산적자 발생을 방지한다. 적자지출의 부작용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브레튼 우즈 시스템은, 고전적 금본위제도와 마찬가지로, 자동적으로 지속적인 무역 불균형을 막을 수 있는 조정기능을 가지고 있었고, 20년 이상 잘 작동했지만 1960년대 후반기에 손상되기 시작했다. 많은 요인들 - 미국 기업의 막대한 해외투자, 베트남에서 미국의 군비 지출 증가 등 - 이 미국의 국제수지를 악화시키는 데 일조했고, 늘어나는 달러를 보유한 다른 국가들은 미국의 연방준비은행에서 자신들이 보유한 달러를 금으로 교환하기 시작하자, 1971년까지 포트 녹스(Fort Knox)에 있는 연방 금보관소에서 금의 유출이 가속화되었다. 그러자 닉슨 대통령은 1971년 8월에 달러를 금과 태환하는 것을 일시 정지시켰고, 시스템을 보완하려는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1973년 주요 무역 강대국이 상대국에 대해 그들의 통화를 자유롭게 변동시키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브레튼 우즈시대가 막을 내렸다.
브레튼 우즈의 붕괴 이후 30년 동안 미국에서는 누적 개념으로 3조 달러 이상의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되었다. 이런 액수의 달러가 미국에 대해 경상수지 흑자를 낸 나라들의 은행 시스템에 들어가자 전세계는 마치 어마어마한 새로운 금의 공급을 발견한 것처럼 신용창조의 과정을 밟았다. 단지 지폐 준비금에 의해 지급 보증된 신용창조는 범세계적인 신용거품을 형성했고, 이런 신용거품은 신용의 많은 부분이 상환될 수 없기 때문에 현재 터지기 직전에 있다.
참고로 국제준비자산은 한 국가의 국제무역과 자본흐름에서 발생한 불균형을 보전하기 위해 사용하는 대외자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20세기 초에는 금이나 은이 그러한 기능을 수행했으나, 오늘날에는 외환이 세계 준비금의 대부분을 구성하며, 브레튼 우즈 시스템이 몰락하기 시작한 1970년대 초 이래로 준비자산의 현저한 증가가 있었다. 국제준비금의 급증은 지난 30년 동안 미국과 미국 이외의 국가들 사이에 확대되는 무역 불균형의 결과로 나타났고, 주로 미국 달러와 미국 달러 표시 부채증서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런 준비금의 확대는 무역 불균형으로 야기된 과도한 신용팽창의 지표가 된다.
한편 중앙은행 준비금이 가장 급격히 증가했던 1980년대의 일본과 1990년대 중반의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과도한 신용팽창이 투자 붐과 주식 및 부동산에서 자산가격 인플레이션을 유발했고, 결국에는 과잉 투자가 과잉 생산능력, 물가의 하락, 그리고 이윤의 감소를 가져왔으며 마침내 주식시장이 붕괴되고, 기업의 파산, 은행의 도산, 그리고 디플레이션에 이르게 했다. 아울러 1990년대 말까지 미국으로 다시 흘러들어온 자본유입의 급증은, 미국의 주식시장 거품과 신용 붐을 불러 일으켜 일본에서 나타났던 패턴의 반복과 동아시아에서 재현되었던 주식시장 붕괴, 기업의 파산, 은행의 도산, 그리고 디플레이션이 지금 미국에서 시작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현 국제통화 체제에는 세 가지 결함이 내재되어 있다. 첫째, 어떤 국가들은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경상수지나 자본 및 투자수지 흑자가 지속되었으나, 그것은 이들 국가들의 은행을 도산시키며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약화시키는 과도한 경제적 팽창-붕괴 과정을 경험하게 되는 원인이 되었다. 둘째, 이러한 시스템은 세계 경제의 복지가 미국 부채의 지속적인 가속화에 의존하도록 만들었는데, 이런 상태는 분명히 지속되기 어렵다. 셋째, 디플레이션을 생성한다는 것이다.
거품투성이의 경제일본의 경우 브레튼 우즈시스템의 붕괴 이후, 몇 년 동안 축적된 전례 없는 무역흑자가 신용팽창을 가능케 했다.1980년대 말까지 일본의 토지 가격은 도쿄의 황실공원이 캘리포니아 주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 말해질 정도로 상승했다. 주가도 100배 이상의 주가수익률로 거래되었고, 급증한 신용팽창은 천정부지의 자산가격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되었다.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가 엄청난 속도로 확대되기 시작한 1980년 대 초반, 일본은 경상수지 흑자와 거의 같은 정도의 자본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86~88년처럼 자본수출이 경상수지 흑자를 상쇄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때는 종합수지가 흑자로 나타나게 되어 국제준비금이 증가하는 원인이 되었다.
무역흑자가 일본 수출업자들과 그들이 고용한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혜택을 주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이런 흑자가 일본의 은행 시스템에 예치되었을 때 국내신용을 확장시키는 영향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했다. 신용이 확장하는 동안에 야기된 생산 급증을 흡수할 만큼 민간의 구매력이 빨리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신용거품은 궁극적으로 디플레이션으로 종결되었다.
자산가격의 거품현상은 또한 팽창-붕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신용이 확대될 때 자산가격은 상승하고, 소비가 촉진되며 경제 성장률 또한 가속화되는 양(+)의 부 효과(wealth effect)가 생겨난다. 그러나 결국 물가가 전반적인 소득보다 더 빠르게 상승하기 때문에, 이들 자산의 취득을 위해 조달된 신용에 대한 이자를 상환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다. 그로 인해 파산은 급증하고 금융 부문의 압박이 시작되며 신용 또한 축소되기 시작한다. 뒤이어 자산가격이 폭락하며 소비를 억제하고 경제의 다른 부문을 약화시키는 음(-)의 부 효과가 뒤따른다.
대출의 가속화, 과잉 투자, 과잉 생산능력, 그리고 물가하락과 경제 붕괴가 뒤따르는 자산거품을 주도한 과도한 외국자본 유입의 이런 패턴은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모든 아시아 국가들에 걸쳐서 반복되었다. 태국, 한국, 말레이시아, 그리고 인도네시아에서 상당히 비슷하게 나타났다. 태국의 경우를 살펴보자. 태국의 호황은 일본이 급격한 엔화절상에 대응하여 일본의 제조업 생산기반을 아시아 국가로 이전하기 시작하던 때인 1980년대 중반에 시작되었다. 일본의 직접투자는 1984년 태국의 경기침체를 끝나게 했고 1986년까지 호황을 지속시켰으며, 1990년까지 부동산가격을 전국적으로 400~1,000퍼센트까지 상승시켰다. 태국의 거품경제는 1977년 7월, 피할 수 없는 운명에 직면했다. 외환 거래자들이 태국 바트화의 평가절하를 밀고 나아감에 따라 10년 이상 유지되어 왔던 미국 달러에 대한 준-페그제(quasi-peg) 는 종말을 고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달러에 대한 바트화의 가치가 50퍼센트 이상 떨어졌고, 태국 주식시장은 최고점으로부터 95퍼센트(달러화 기준)정도 폭락했다.
태국의 거품은 무역흑자가 아닌 투자수지의 흑자 때문이었고, 태국에 유입된 대부분의 자본이 일본으로부터 들어왔다는 것에 주목해야 된다. 결국 일본의 거대한 경상수지 흑자는 일본의 거품경제를 생성했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 전개된 거품경제의 원인이 되었다는 것을 인식해야만 한다.
뉴 패러다임 거품(New Paradigm bubble) / 1920년대 미국의 대규모 거품현재 매시간, 미국은 미국 이외의 국가들에게 그들이 판매하는 재화와 서비스보다 5,000만 달러 이상을 구매한다. 다시 말해 미국은 해외에 판매하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을, 미국 외의 국가들로부터 구매하고 이에 대해 지폐로 지불한다. 지불된 달러는, 교역상대국들이 수익을 얻기 위해서 그들의 달러를 미국 달러 표시 자산에 투자함으로써, 미국으로 되돌아온다. 미국 경상수지 적자가 커지면 커질수록 투자수지 흑자를 통해서 미국으로 밀려들어오는 달러의 양은 더욱 더 커진다.
이렇게 되돌아 온 달러는 주가나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고 이자율을 하락시킨다. 이러한 조정이 현재까지 아무리 이롭다 하더라도, 그것과 관련된 심각한 문제들을 많이 내포하고 있다. 첫째, 대규모 흑자를 축적한 국가들은 필연적으로 폭발하는 거품경제로 진행된다. 둘째, 흑자 국가들이 자신들의 달러를 미국 달러 표시 자산을 취득하기 위해 사용함에 따라 미국 내에서 자본배분의 왜곡, 심각한 자산가격 거품, 그리고 경기과열을 가져와 결국에는 파산, 디플레이션, 그리고 금융 부문의 부실로 끝나게 된다. 마지막 문제는 이것이 완전히 지속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1920년대 미국의 대공황으로까지 이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일본의 거품경제, 아시아 위기, 미국에서의 새로운 패러다임 거품을 만들었던 사건들과 동일했다. 금본위제도와 브레튼 우즈 시스템이 갖고 있는 규율이 무너졌을 때, 무역 불균형은 국제유동성의 확대를 가져왔고, 급증한 유동성은 과잉 투자, 과잉 생산능력, 자산가격 거품, 그리고 디플레이션을 초래하는 신용팽창을 허용했다. 이러한 경제거품의 근원이 정실자본주의(crony capitalism) 또는 전염성 있는 탐욕(infectious greed)이라기보다는 세계의 경상수지 불균형으로 야기된 과도한 신용창조라는 것을 인식하고, 국제 공동체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그리고 미래 거품경제의 재현을 막기 위해서 효과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2부 달러본위제도의 결함현재 작동하고 있는 국제통화 체제는 세 가지의 결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세계 경제의 건전성이 지속적으로, 자국 이외의 대다수 국가들에게 과도한 빚을 지고 있는, 미국에 의존하는 상황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둘째, 국제수지 흑자 국가들의 자산가격 거품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거품이 붕괴될 때 이들 국가들의 정부재정과 은행 부문도 파괴된다. 셋째, 무역 불균형이 세계에 신용창조를 연속적으로 유발하는 한, 기업의 수익성을 계속해서 약화시키는 디플레이션 압력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달러 가치가 하락할 경우 주요 수출국들은 심각한 침체기에 접어들고, 과열된 미국 경제는 수축될 것이다. 이로 인해 세계 경제의 둔화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원인은 국제금융 시스템의 심각한 결함 때문이다. 즉, 달러본위제도는 지속적인 무역 불균형을 방지할 수 있는 조정 기능이 없다는 데 있다.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의 기반은 국제통화 체제의 결함이 수정되고, 미국의 무역적자로 인해 전 세계에 달러 유동성이 넘치는 것이 멈춰지기 전까지는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달러본위제도를 과도한 신용창조가 발생하지 않는 새로운 국제통화 체제로 대체해야 할 필요가 있다.
뉴 패러다임 경기침체 / 달러의 운명 : 달러가 붕괴될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이유지난 20년 동안 세계 경제 성장의 동력은 신용에 의해서 가속화 되었다. 1980년에 미국의 GDP 대비 총 부채비율은 169퍼센트였으나, 2002년 초반까지 부채비율은 거의 2배 수준인 292퍼센트가 되었다. 즉 미국 소비자들과 기업들은 신용을 이용하여 소비했다. 강력한 소비 지출과 활발한 기업투자는 미국 경제를 성장시켰고,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를 통해서 세계 경제에 힘을 주었다. 그러나 현재 세계 경제 성장의 동력은 최고조에 다다라 멈추기 시작했고, 신용팽창은 너무 과도해 상환될 수가 없다. 기업들은 자본을 잘못 배분했고 소비자들은 소득 이상의 생활수준에 익숙해져 있어, 주가가 폭락함에 따라 파산이 급증했다. 미국 경제는 경착륙에 접어들고 있으며 불시착할 수도 있다.
한편 미국의 교역상대국 대부분은 경제 위기 하에 있으면서 위기를 극복하려고 시도하거나 또는 위기에 직면한 국가들이다. 유럽만 예외다. 이러한 모든 국가들은 여타 많은 국가들처럼 미국에 대해 대규모로 증대하는 경상수지 흑자를 가지고 있다. 이들 국가들의 흑자는 미국에 의존하여 증가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달러에 대비한 이들 국가들의 통화가치 상승 가능성이 그들의 수출이 감소하도록 유도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흑자 국가들은 그들이 대미 경상수지 흑자로 벌어들인 달러로 미국의 달러 표시 자산을 매입해야 한다. 달러를 그들의 자국 통화로 교환한다면 통화가치가 상승하여 그들의 수출은 감소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딜레마는 흑자 국가가 왜 지난 20년 동안 대규모의 달러외환보유고를 축적했는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 주고 있다. 현재는 그들의 딜레마가 더 심각해졌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흑자 국가들은 5,000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올해뿐만 아니라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는 한 어떤 달러 자산에 투자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국가들은 자산들이 손해를 본다고 확신하면, 매년 수조 달러의 반을 미국 자산에 계속해서 투입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미국에서 새롭고 안전한 보증투자를 발견할 수 없다면, 미국 달러 가치의 폭락은 피할 수 없다.
보다 자세히 살펴보자. 미국 경상수지 적자는 너무 크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그것을 흡수할 정도의 충분한 부채를 발행할 수 없을 것이다. 주식은 과대평가되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 기업은 월가의 신뢰를 약화시킨 회계부정에 기인하여 의심을 받고 있다. 직접투자도 여전히 대체투자이지만 유동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많은 흑자 국가들에 적합하지 않다. 흑자 국가들이 미국 경제의 상당 부분이 더 이상 신용가치가 없다는 것을 인식함에 따라 그들은 손해를 만회하려다 더 큰 손해를 보고 투자를 멈출 것이다. 대신에 그들의 달러를, 자국통화나 금 아니면 미국 외의 달러 표시 자산이든지 간에, 더 적은 손실을 내는 무언가로 마지못해 전환할 것이다. 그러면 달러의 붕괴가 시작될 것이다.
단기적으로 달러의 운명은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얼마나 많이 미국의 예산 적자가 확대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연간 5,000억 달러를 초과하는 대규모 적자가, 미국 이외 국가들의 달러 흑자를 재투자하도록 하기 위한 달러 표시 자산을 제공할 수도 있으나, 이러한 것들은 오직 달러화의 일시적인 모면만을 제공해줄 것이다. 미국정부조차도 무한한 규모의 예산 적자를 유지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국제통화 체제는 불안정하다. 브레튼 우즈 이후의 체제가 무역균형을 유지해주는 내적인 조정 메커니즘이 없기 때문에 거대한 무역 불균형이 발생했다. 이러한 무역 불균형은 전 세계를 달러 유동성으로 넘쳐흐르게 하고 과도한 신용창조를 생성했다. 비록 달러가 즉시 붕괴되지는 않을지라도 그것이 세계 경제가 일시적으로나마 안정화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달러가 현재 수준에서 그대로 유지되는 한 미국 경상수지 적자는 전 세계에 지속 불가능한 자산가격 거품과 디플레이션을 끊임없이 생성시킬 것이다. 이러한 매우 바람직하지 않는 부작용을 살펴보자.
자산 거품과 은행 위기들1973년 브레튼 우즈 시스템이 붕괴되기 전에는, 세계의 모든 통화가 금에 의해 지지되었다. 금은 오랫동안 많은 이유에서 국제적인 가치 저장 수단으로 받아들여졌다. 그 이유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