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전쟁
홍순도 지음 | 올림
짝퉁전쟁
홍순도 지음
올림 / 2010년 07월 / 296쪽 / 15,000원
1장 짝퉁의 허리케인, 대륙을 휩쓸다
팔색조가 물감을 뒤집어 쓴 사연은?21세기 들어서 중국에서 가장 유행한 말 중 하나가 바로 짝퉁을 의미하는 '산자이(山寨)'다. 2008년에는 마침내 중국 인터넷 검색어 1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만큼 중국의 짝퉁문화는 오랜 기간에 걸쳐 맹위를 떨쳐왔다. 이 과정에서 포복절도할 짝퉁들이 수없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 면면을 살펴보면 왜 중국이 세계 최고의 짝퉁천국으로 불리는지 금세 알게 될 것이다.
거금 들여 산 명품의 50%가 가짜: 베이징의 부촌에 사는 40대 주부 J씨는 부동산사업으로 떼돈을 번 남편 덕에 돈 쓰는 재미에 푹 빠졌다. 시간만 났다 하면 베이징의 대표적 명소인 둥팡광창 등에 들러 명품 쇼핑에 나서는 것이 그녀의 일상이었다. 하지만 호사스러운 생활도 계속하다 보면 싫증이 나는 법. 어느 날 그녀는 새를 비롯한 각종 애완동물을 기르는 한 친지의 저택에 갔다가 화려하게 장식된 넓은 마당을 보고 무릎을 쳤다. 자신도 새를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 후 그녀는 마당에 넓은 새장을 만들어놓고 각종 귀한 새들을 마구 사들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새장은 인근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가 되었다.
희귀한 새를 모으고 키우는 재미에 푹 빠진 그녀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가을날 여느 때처럼 애지중지하는 새장으로 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한 쌍에 1만 위안(170만원)의 거금을 주고 산 팔색조가 물감을 잔득 뒤집어쓴 채 푸드덕거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그녀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한참을 지나고 나서야 그녀는 비로소 알 수 있었다. 팔색조의 화려한 털 색깔이 사실은 물감으로 위조되었던 것이다.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서 있다가 정신을 차린 그녀는 새 전문가를 집으로 불렀다. 예상대로였다. 팔색조뿐만 아니라 새장의 새들 가운데 50% 이상이 평범한 새들이었다. 새들 중 일부는 부리를 비롯한 몸체에 성형수술까지 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녀는 얼마 후 자신의 구두와 핸드백을 비롯한 명품들까지 전문가에게 감정을 의뢰했다. 놀랍게도 50%가 짝퉁이었다.
두부 찌꺼기로 제방을 건설하다
10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더우푸자 공사: 중국의 대규모 건설 현장이나 각종 건축물들을 살펴보면 가짜 자재들이 들어가는 부실 짝퉁공사가 사회 곳곳에 만연해있다. 그 현실은 중국인들이 자국의 건설 현장에서 보편화된 가짜 제품 범람과 짝퉁공사를 한탄하면서 자조적으로 입에 올리는 용어를 통해서도 잘 읽을 수 있다. 그게 바로 '더우푸자 공사', 다시 말해 두부 찌꺼기 공사다. 중국 건설 현장의 공사가 어느 정도 짝퉁인지 단적으로 말해주는 용어가 아닐 수 없다.
더우푸자 공사라는 용어의 유래는 지난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양쯔강은 100년 만에 찾아온 대홍수로 전국이 심각한 위기상황에 직면했다. 결국 장시성 주장시 일대의 제방이 갑자기 불어난 엄청난 양의 물을 견디다 못해 무너지는 참극이 벌어졌다. 최소한 1000여 명 이상의 주민들이 다치거나 숨졌다. 사고 즉시 국가 최고지도자인 주룽지 총리는 현장으로 달려갔다. 예견된 일이었겠으나 그는 현장 도착 즉시 눈물을 줄줄 흘렸다고 한다. 그것은 안타깝게 희생된 무고한 인명에 대한 애도만은 아니었다. 사고 현장인 제방의 곳곳에 철근이나 시멘트 대신 널려 있는 두부 찌꺼기와 거북이 알 등에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지금까지도 종종 짝퉁공사의 대표적인 현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주장의 제방붕괴 사고는 이후 더우푸자 공사라는 용어를 통해 중국인에게 깊이 각인되었다.
2장 대륙은 넓고 먹잇감은 많다
한류야 오너라 너를 베껴주마
삼성전자 수난시대: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짝퉁의 지존은 역시 삼성전자를 베낀 제품들이 차지하고 있다. 세임성Samesung을 비롯해 삼송Samsong, 섬상Sumsang, 삼상Samsang 등의 브랜드로 변신해 중국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일부러 이들 제품만 구입하는 마니아층까지 있을 만큼 나름대로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고 한다. 삼성전자의 제품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짝퉁을 자랑하기로는 역시 애니콜이 제일이다. 애미콜Amycall, 애니셀Anycell, 애미셀Amycell, 애니캣Anycat 등의 브랜드들이 나와 있고 판매량을 다 합칠 경우 진짜 애니콜을 추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모방한 짝퉁의 결정판은 이것들이 아니다. 선전에 위치한 LCD 전문 제조회사 싼멍三盟이라는 브랜드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회사는 심지어 로고까지 삼성전자와 완전히 똑같다. 사람들이 삼성전자의 선전 현지 법인 내지 지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할 지경이다. 삼성전자에서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딱히 방법이 없다. 법적으로 허가를 받아 문제없는 회사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중국 본사의 고 모 전무는 "처음에는 강력 대응할 생각이 없지 않았으나 알다시피 중국 내에서는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다. 법적인 문제로 비화되어도 이길 승산이 많지 않다. 더구나 약자를 괴롭힌다는 중국인들의 정서도 우리에게는 부담이다. 지금은 우리 브랜드를 열심히 선전해주고 있다고 마음 편하게 생각한다"면서 무대책이 대책이 될 수밖에 없는 고충을 토로했다. 천하의 삼성전자도 중국의 짝퉁 앞에 서면 영 힘을 못 쓰는 것이다.
3장 작게 시작하였으나 크게 성공하리라
시작은 산자이, 지금은 글로벌 기업
짝퉁을 만드는 제조업체들도 야심은 있다. 언젠가 한번은 기발한 제품이나 아이템으로 대박을 터뜨려 일류 기업으로 부상하겠다는 대망이 있다. 물론 이 꿈을 이루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2009년 말 기준으로 보았을 때, 대망을 실현한 산자이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롄샹, 그 급성장의 비결: 산자이기업에서 시작하여 대기업이 되는 기적을 일으킨 기업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중국 IT 업계를 대표하는 롄샹이다. 지금은 연매출액 300억 달러를 넘보는 세계 500대 기업 후보가 되었지만 이 회사는 원래 IT와는 별 상관이 없었다. 1984년 중국과학원 산하의 기업으로 출범했으나 첫 번째 업종은 엉뚱하게도 무역회사였다. 자본금 역시 20만 위안에 불과했다. 그런 롄샹이 미국 IBM제품의 수입을 대행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컴퓨터와의 인연은 이렇게 맺어졌다. 얼마 후 롄샹은 다시 다른 토종 컴퓨터회사인 AST의 판매대행사로 변신했다. 수년 후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린 AST는 당시 중국 내수점유율 3위인 회사였다. IBM과 손을 잡았던 롄샹이 AST의 판매대행사를 자처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류촨즈 회장의 회고에 답이 있다. "당시 우리는 컴퓨터 제조기술이 전혀 없었다. IBM의 판매 대리를 하고 있지만 이 회사가 제조 원천기술을 우리에게 흘릴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컴퓨터 제조사업을 하고 싶었다. 이때 눈에 들어온 것이 AST였다. 이 회사의 판매대행사를 하면 기술을 배우고 나중에는 흡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생각은 바로 맞아떨어졌다. 얼마 후 AST는 롄샹에 컴퓨터 제조 관련 기술을 하나씩 가져다 바쳤다. AST가 소리 소문 없이 업계에서 사라진 것도 이상할 게 없었다. 롄샹은 승승장구했다. 다른 회사의 복제품이나 만들어 팔던 염치없는 회사가 1980년대 말에는 마침내 홍콩의 회사까지 하나 인수했다. 전설이라는 뜻을 가진 자신의 레전드 브랜드를 단 컴퓨터와 주변 기기를 본격적으로 생산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중관춘에 자체 연구개발 센터 역시 본격적으로 갖추어나갔다.
하지만 한번 든 버릇은 쉬 고쳐지지 않는 법. 롄샹은 이후에도 독자적인 기술개발보다는 세계 일류 브랜드를 카피하는 전략을 멈추지 않았다. 주 복제대상은 휴렛팩커드와 삼성전자였다. 특히 삼성전자의 홍보를 비롯한 영업전략 노하우를 그대로 벤치마킹했다. 어쨌거나 성장세는 무서웠다. 2003년에는 매출액 403억 위안에 산하기업이 10여 개에 이르렀다. 2005년 5월에는 자신들이 한때 판매를 대리했던 IBM의 컴퓨터부문 사업을 아예 인수하기도 했다. 롄샹은 이후 새롭게 출발한다는 뜻에서 레노보Lenovo(혁신)로 브랜드명을 바꾸고 자신의 면모를 혁신적으로 탈바꿈했고 자체적으로 슈퍼컴퓨터까지 개발하는 기술력을 선보였다. 이제는 산자이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하여 미래의 세계 100대 기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과거에 자신들이 기술복제 대상으로 삼았던 휴렛팩커드와 삼성을 더 이상 사부가 아닌 라이벌로 간주하고 정면 도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4장 짝퉁 컬처코드
인기 있는 곳에 짝퉁 있다
산자이 휴대폰에서 불붙기 시작한 중국 산업계의 산자이현상은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다른 분야로 옮겨가고 있다. 초창기 단순한 명품 브랜드 베끼기에서 진화해 사회전반적인 문화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어느 곳보다 두드러지는 분야가 방송 연예계이다. 유명한 프로그램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지방에 있으면서도 CCTV 못지않은 유력 방송국으로 꼽히는 후난 위성방송은 지난 2007년 출연자들이 각자 상대의 역할을 바꿔서 해보는 식의 체험쇼 프로그램인 <볜싱지變形計>를 편성, 방송하는 파격적 시도를 했다. 결과는 시청률도 높았을 뿐 아니라 공익 방송 프로그램상까지 받을 정도로 대성공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프로그램이 미국 ABC방송의 <와이프 스와프>와 폭스 TV의 <트레이딩 스파우즈스>의 카피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2009년 6월부터 전파를 타고 있는 상하이 등팡 위성방송의 종합 예능 프로그램인 <우린다후이>는 한술 더 뜨고 있다. 아직까지는 아무 문제없이 꽤 인기리에 방송 중이기는 하나 영국 BBC의 인기 프로그림 <컴 댄싱>을 그대로 복제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데 리위춘 이라는 무명 아마추어 여가수를 일약 전 중화권의 스타로 만든 노래자랑 프로그램인 호남 위성방송의 <차오지뉘성>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수억 명이 시청하는 이 프로그램이 자국의 독창적인 프로그램이라고 중국인들은 믿어 의심치 않고 있으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미국 폭스 TV의 <아메리칸 아이돌>의 짝퉁이라는 사실은 방송에 조금이라도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거의 다 안다. 더 웃기는 사실은 <차오지뉘성>이 크게 히트하자 둥팡 위성방송과 산둥 위성방송이 거의 포맷이 똑같은 <자유! 하오난얼 힘내라! 꽃미남>, <톈스런우 천사의 임무> 등의 프로그램을 제작, 방영했다는 것이다.5장 인기 짝퉁에는 탄생의 비밀이 있다
짝퉁을 대하는 소비자들의 심리
중국 소비자들과 짝퉁 제조 기업들의 당당한 심리적 자세도 산자이가 탄생하는 중요한 배경이다. 우선 기업들을 보자. 이들은 어떤 회사도 다 짝퉁기업으로 출발한다는 궤변 아닌 궤변을 일삼는다. 너희들도 지금은 권위 있는 척하지만 시작할 때는 짝퉁 아니었느냐는 항변이다. 사실 이들의 말이 틀린 것만도 아니다. 도요타자동차도 1930년대에는 크라이슬러의 에어플로를 그대로 베껴 도요타 A1을 생산한 적이 있었다. 이어 1980년대에는 독일 오펠사의 카데트를 모방해 코롤라를 생산했다. 렉서스 역시 이 멍에의 굴레를 벗어나기 어렵다. 디자인부터 생산에 이르기까지 벤츠를 일정 부분 모방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중국 자동차업계 종사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도요타는 포드만 모방한 것이 아니라 지구상에 있는 모든 유명 브랜드의 자동차를 베낀 천하의 표절 자동차왕국이다. 삼성전자도 또한 초기에 소니와 파나소닉, 샤프 등의 제품들을 그대로 베낀 혐의가 다분하다는 게 중국인들의 시각이다. 그러니 롄샹을 비롯한 중국의 전자업체들이 삼성전자를 좀 벤치마킹한들 뭐가 문제냐는 것이다.
정품이 정규군이라면 짝퉁은 의적: 소비자들의 생각은 한술 더 뜬다. 각종 여론조사 기관들과 포털사이트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상당수의 중국인들은 산자이제품의 제조와 사용에 대해 좋게 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짝퉁에 대해 부정적인 이들도 현재의 중국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이율배반적인 입장을 보인다. 심지어 산자이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정서도 상당히 높다. 거의 모든 중국인이 짝퉁에 대해서 거리낌 없이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들의 생각은 한마디로 "세상에 모방 없는 창조가 어디 있느냐?"라는 말로 요약된다. 더 심하게는 "일본을 한번 보라. 일본인들은 우리 중국인들보다 더 모방을 잘한다. 일본어조차 한자에서 따고 떼어 만든 언어 아닌가? 그러나 그들은 모방의 단계를 넘어 창조하는 수준에 올라섰다. 우리 중국인들도 그런 단계를 걷고 있다. 지금은 과도기일 뿐이다"라면서 짝퉁이 범람하는 현실을 합리화하기도 한다.
짝퉁과 산자이문화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사고는 극단적인 옹호로 이어지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외국의 글로벌 브랜드에 대해 그다지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는 중국인들은 이들 제품이 제국주의 시대의 열강과 다를 바 없는 다국적 기업이 풀어놓은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고 폄하하기도 한다. 여기에는 세계적 명품들이 상징하는 우월함과 고급 취향 제품들을 소비하는 선진국 부유층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과 뿌리 깊은 반감이 서려 있다. 그러던 차에 마침 봇물 터지듯 여기저기에서 짝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전혀 예상치 않은 상황에 환호했다. 짝퉁을 만드는 기업들을 산적이 아닌 의적 집단으로 부르고 짝퉁이 만들어지는 곳을 산적의 소굴이 아닌 혁명군 기지로, 산자이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로빈 후드나 체 게바라 같은 혁명가가 이끈 게릴라군으로 치켜세웠다. 이에 반해 유명 브랜드 제품을 만드는 외국과 중국의 대기업 직원들은 정규군으로 규정됐다.
우주선은 가능하지만 라면봉지는 어려워
사실 중국은 과학기술이 대단히 발전한 나라에 속한다. 특히 우주과학 기술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미국, 러시아와 더불어 세계 최고를 다투고 있다. 2003년 10월 유인 우주선 선저우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발사했고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달 탐사 위성까지 발사할 계획이다. 인공위성 발사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둔 한국과는 아예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짝퉁을 만들 수밖에 없는 이유: 이러한 중국의 과학기술도 산업기술로 가면 다소 떨어진다. 한국보다 대략 2~5년 뒤떨어졌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더구나 세밀한 부분에 이르게 되면 제조기술은 더욱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유인우주선 발사는 가볍게 성공하면서도 라면봉지나 바늘 같은 기본적인 일용품의 수준이 상대적으로 조악하다. 서울에서 특파원 생활을 한 중국인 기자가 "중국과 한국은 이제 도시에서는 평균적인 생활수준의 격차가 많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한국에는 중국에 없는 뭔가가 항상 있었다. 특히 일상 생필품들이 그랬다. 단순하게 내 관심 분야인 신문이나 잡지, 책만 봐도 차이가 분명하다. 지질이나 디자인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다른 전자제품 등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게 아마 디테일의 차이 아닌가 싶다. 확실히 GDP의 차이는 무시하기 어렵다. 2% 부족하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한 데서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중국 산업계가 부족한 것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제조기술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창의성은 2% 부족한 정도가 아니다. 수치로 계량하기는 어렵지만 한국과 상당한 차이가 난다. 기술력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으면서도 외국 브랜드의 짝퉁을 만들어야 하는 비애도 어떻게 보면 이 창의성의 부족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자본주의형 시장경제를 추진한 것이 20세기 말부터였던 만큼 산업분야에서의 창의성이 개발되기에는 시간이 모자랐던 탓이다.
6장 불가피한 대세인가, 독이 든 성배인가
짝퉁을 옹호함
짝퉁 중에서 진짜보다 더 좋은 '슈퍼 짝퉁'도 있고 세상에 둘도 없는 창의적 짝퉁도 있다. 앙다의 VX767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 PSP를 모방했지만 일부 성능은 훨씬 더 좋다고 한다. 휴대폰업계에서는 소니/에릭슨의 짝퉁회사 서니/에릭슨이 가끔씩 사고를 친다. 짝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잘 만들어진 휴대폰들을 가끔 가볍게 생산해낸다. 여기서 자연히 짝퉁문화의 범람에 대한 옹호 내지 관용의 정서가 싹트게 된다. 짝퉁 옹호론자들은 짝퉁의 범람이 사회를 위해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반대론자들과의 논쟁을 벌이는데 이들이 전개하는 논리 역시 나름의 설득력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