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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3년 세계 트렌드

김상훈 외 지음 | 한스미디어
앞으로 3년 세계 트렌드

김상훈 외 지음

한스미디어 / 2009년 12월 / 341쪽 / 13,000원



Chapter 01 경제경영 트렌드



팍스 아메리카나의 해체와 다중심 글로벌 스탠더드의 시대




2009년 10월 9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발표되자 전 세계가 놀랐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서 밝힌 선정 이유 가운데 주목할 부분은 '국제외교와 인류협력의 활성화'이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국제정치적으로 새로운 환경을 조성했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일방적인 외교 방식에서 탈피해 다극화된 국제질서를 구축함으로써 유엔과 여타 국제기구들이 활동할 여지를 넓혀줬다는 의미다.

경제 중심의 이동: 미국에서 중국으로

세계가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서 탈피하고 있는 조짐은 여러 곳에서 보인다.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경제위기는 세계경제의 재편을 가지고 왔다. 금융시장을 성장동력으로 하는 미국식 자본주의 체제인 팍스 아메리카나의 허상이 낱낱이 밝혀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극복하고 전 세계의 경기회복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더 이상 미국 혼자 나서서는 안된다는 중론이 계속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재정·통화 정책이 공조를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결국 G20이라는 선진국가와 신흥국 간의 세계경제 협의체가 힘을 얻게 되었다.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 미국, 영국 및 유럽 중심에서 자원이 풍부한 국가들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팍스 시니카(중국 중심의 세계질서 유지)'를 기치로 하여 세계무대에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물러난 절대강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중장기적 전략인 화평굴기(평화롭게 우뚝 서다) 또한 시동했다. 최근 아프리카의 천연자원과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 및 무료 중국어 수업 제공 등의 행보와 위안화를 기축통화의 한 축으로 삼으려는 의지 표명, 소말리아 해적 소탕을 위한 군함 파견이나 항공모함 건조 착수 등은 중국이 국제질서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증거들이다.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도 2010년 11월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를 유치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주로 선진국에서 열렸던 국제질서에 대한 협의의 장이 아시아 및 신흥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단서이다.

새로운 영웅의 조건, 문화보편적 제품으로 소비자 공략

그렇다면 새로운 영웅의 조건은 무엇일까? 과거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의 원천은 공급 능력이었다. 즉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피폐해진 유럽과 유럽에 의해 장악되어 발전을 하지 못하던 아시아를 제치고 미국이 패권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전쟁 당시 지어진 공장과 전쟁으로 축적된 자본과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공급이 부족하여 무조건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시대에 미국은 자신의 입지를 넓혀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 같은 공급과잉 시대에, 그리고 인터넷으로 인해 평준화된 기술 시대에 더 이상 공급 능력만으로는 경제를 주도할 수 없게 되었다. 반대로 소비자를 잡는 것이 중요해졌다. 다시 말하면 세계경제가 성장하여 이제는 누구나 기본적 소비생활을 누리게 되었고 WTO, FTA 등으로 경제권이 하나로 만들어져 가고 있다. 이렇게 하나로 통합된 시장에 어느 기업이든지 진입하기 쉬워졌고, 보다 빨리 시장에 진입하여 소비자들을 사로잡는 기업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전 세계의 소비자들을 상대로 스피디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각 문화를 인정하고 포용할 수 있는 문화보편적 제품으로 소비자를 공략해야 한다. 이러한 문화보편적 제품은 기술적으로 뛰어난 제품이 아닌 각국 소비자들의 경제 상태와 혁신 수용성을 고려한 제품이어야 한다. 인프라 수준이나 구매력이 높은 선진국에서만 통하는 제품은 전 세계적으로는 일부 국가의 소비자들만 타깃이 될 뿐이다. 문화보편적 제품은 일반적으로 소비자 구매력이 낮은 국가에서도 팔리도록 가격은 저렴하게 만들되 그 국가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기술을 채택하고 현재의 국가 인프라를 가지고 쓸 수 있는 특징을 지닌다. 우수한 제품을 만들었지만 가격이 비싸서 소비자들이 구입하기 어렵거나, 최신 기술을 사용하여 만들었지만 그 국가에서 아직 생소한 기술이라면 확산 속도가 매우 느릴 것이다.

본격화하는 사회적 책임 경영활동



기업의 새로운 존재 이유


오늘날 이윤 추구는 더 이상 기업의 유일한 존재 이유가 되지 않는다. 이제는 이윤 추구를 가능하게 해준 사회의 공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새로운 존재 이유가 기업에 주어졌으며, 그 의무를 다하지 않는 기업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펼쳤던 자유의 여신상 보수 기금 마련 캠페인이나 유한 킴벌리의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 등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사회적 책임경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단순히 책임에 대한 완수 외에도 부가적인 매출 증대와 브랜드 이미지 향상 등의 달콤한 열매를 손에 쥐게 되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어쩔 수 없이 지고 가야 하는 무거운 의무이자 불필요한 지출'이라고 생각하며 감내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깜짝 선물까지 받으니 말 그대로 마당 쓸고 돈 줍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를 지켜본 많은 기업들이 너도나도 팔을 걷어붙이고 좋은 일에 앞장서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공공의 벗이 되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 활동은 급한 불을 끄는 대증요법이 아니다. 심지어 단기적으로는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예산만 낭비할 수도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CSR이 개별 기업의 이윤 창출 방법을 모색하기보다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업의 역할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개념이라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오래 숙성된 와인이 가치를 인정받는 것처럼 오랜 시간 공들여 한 우물을 파는 기업만이 신뢰 받는 공공의 벗이 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경제 불황으로 인해 사람들의 마음이 황폐해졌다. 때문에 조금의 자극에도 더 많이 감동하고 더 뜨겁게 반응할 수 있다. 따라서 바로 지금이 기업이 사회적 책임에 더 집중해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먼저 사회를 향해 적극적으로 마음을 연 기업이 고객의 마음도, 지갑도 갖게 될 것이다.

Chapter 02 소비 트렌드



나를 위해 소비한다, 에고 소비의 확산



개인의 취향, 개성, 자아가 담긴 에고 소비 확산


유행을 추종하던 소비 패턴이 강하게 나타났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 세계적으로 개인의 주관이 뚜렷하게 반영된 소비를 하는 소비자가 대폭 증가하고 있다. 유행하는 스키니 레깅스를 입는 대신 전통적인 살색 스타킹을 고집하는 20대 대학생, 중년 여성들이 선호하는 알이 굵은 진주 목걸이를 착용하는 대신 심플한 실버 목걸이를 아끼는 50대 여성 등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IT제품도 마찬가지다. 젊은 소비자 중에도 기본 기능만을 갖춘 단순한 휴대전화를 선호하고, 터치스크린 대신 버튼 방식을 고수하는 소비자들이 있다. 나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지갑을 여는 소비는, 자아가 담긴 소비라는 의미에서 '에고(ego) 소비'로 지칭할 수 있다. 에고 소비가 확산되면서 다양한 관련 용어가 탄생하고 있다. '나만의 소비', '개인 중시 소비' 등이 그러한 예이다.

다양한 가격대, 이미지 브랜드를 동시에 취하는 믹스&매치 소비

에고 소비가 강해지면서 나타나는 파생적인 현상이 바로 '믹스&매치 소비'다. 다양한 가격대의 상품과 다채로운 이미지의 브랜드를 자신의 취향과 개성에 따라 취사선택하는 '섞어놓은 소비'가 바로 믹스&매치 소비를 설명하는 개념이다. 예전에는 특정 가격대, 특정 수준에 포지셔닝된 상품을 통째로 소비하는 사람이 적잖았다. 돈이 많은 고소득층이라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값비싼 제품으로 갖춰 입었으며, 최고급 럭셔리 자동차를 타고 명품 수트와 구두, 고가의 가방과 시계를 착용하곤 했다.

믹스&매치 소비의 패턴은 이와 다르다. 1200달러 명품 핸드백을 들고 있는 동시에 30달러짜리 저가 청바지를 입은 여성을 전 세계 곳곳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저가의 청바지를 입었지만 명품 핸드백을 손에 든 소비자를 통해 읽을 수 있는 믹스&매치 소비 패턴은, 요즘 소비자들이 주관이 굉장히 분명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느끼며 높은 가치를 두는 제품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반면, 그렇지 않은 제품에는 돈 쓰기를 꺼린다. 그렇다고 해서 특정 제품군에 두는 가치가 동일한 것도 아니다. 개성과 자아에 따라 다양한 가격대와 이미지의 브랜드를 동일 제품군 안에서 소비한다. 명품 핸드백을 들고 있던 여성의 옷장 안을 들여다 보면 저렴한 핸드백도 많을 것이며, 대형마트에 갈 때에는 30달러짜리 청바지를 입지만, 클럽에 갈 때에는 300달러짜리 청바지를 입는다. 한마디로 개인의 주관과 자아가 소비를 통해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는 얘기다.

환경과 이웃을 생각하는 굿네이버의 착한 소비



"A 브랜드 커피는 공정무역 상품 맞나요?" 최근 국내의 한 커피 동호인 카페에 이와 같은 글이 자주 올라오곤 한다. 4000원 전후의 테이크아웃 커피 한 잔을 사 마시는 데에도 커피의 맛과 가격, 브랜드는 기본이고 이왕이면 공정무역 상품인 커피를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의식 있는 소비'를 하겠다는 소비 심리다. 이렇게 환경과 사회, 미래를 생각하는 의식 있는 소비를 최근 '착한 소비'라고 부른다. 나와 내 가족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소비가 아닌, 지구촌의 복지와 행복까지 중시하는 선한 사마리아인 같은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선량한 이웃, 즉 '굿네이버'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면서 글로벌 주류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굿네이버 소비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에코 소비'와 지구촌 이웃의 삶을 생각하는 '윤리적 소비', 그리고 기부를 하면서 타인을 위한 소비를 즐기는 '도네테인먼트(도네이션+엔터테인먼트)'가 그것이다. 에코 소비는 지구온난화, 이상기온, 환경오염 방지와 극복을 위한 방향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고, 윤리적 소비는 공정무역 상품 소비로, 도네테인먼트는 기부를 통해 좋은 곳에 돈을 썼다는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는 소비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소비자들이 소비하는 행태에 따라 기업들은 민첩하게 움직인다. 따라서 착한 소비는 기업들로 하여금 착한 상품을 만들도록 하고, 착한 상품으로 인해 착한 세상이 다가올 것이다. 에코 소비를 통해 환경이 조금 더 나아지고, 윤리적 소비로 인해 공정한 거래가 이루어져 힘이 약한 노동자들이나 제3세계 국가들에게까지 공정한 분배가 이루어질 것이다. 또, 도네테인먼트로 기부 문화가 즐거운 소비 행위로 자리 잡으면서 사회적 약자들도 정부 정책과 예산에만 의지하지 않고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있는 지원을 받게 된다면 오늘보다 나은 착한 내일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Chapter 03 사회 트렌드



글로벌 청년실업과 잃어버린 세대



높아지는 청년실업률


경제 불황이 닥치기 전 청년들에게 노동시장 환경은 꽤 우호적이었다. OECD 국가를 기준으로 보면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중반 사이 평균 청년실업률은 15%에서 13%로 낮아졌다. 그러나 2008년 이후 모든 것이 변했다. 미국 연방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학생을 제외한 16~24세 청년의 절반이 실업 상태인 것으로 집계되어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려는 청년들이 경기침체의 최대 희생 집단이라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청년실업률 수준이다.

유럽연합(EU)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유럽연합 27개국의 2009년 6월 청년실업률이 약 20%를 기록하며 전체 청년실업자 수는 500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굉장히 낮은 스페인의 경우 청년실업률이 약 40%에 달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청년실업률(15~29세)은 그나마 양호한 편이나 이제 거의 10%에 육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통계에 잡히지 않은 실질적 실업 상태인 유사실업자를 포함할 경우 체감 청년실업률은 20%에 달할 것으로 보여 국내 청년실업률 역시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청년실업률은 전체 실업률에 비해 경기 변화에 더 민감한 것으로 나타난다. 경기침체 시 전체 실업률에 비해 청년실업률이 더 빠르게 증가하며 경기회복 시에도 더 빠르게 낮아진다는 얘기다. 향후 더블딥이 오거나 경제가 장기 불황의 골로 빠져들게 될 경우 청년실업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청년실업이 가져올 변화

청년실업자가 늘어나게 될 경우 우리 사회에는 어떤 변화가 닥칠 것인가? 첫째로 청년실업층인 '잃어버린 세대'의 양산은 사회와 경제에 장기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취업난으로 좌절을 경험한 청년들은 자신감을 상실하게 된다. 이런 추세가 더 나아갈 경우 집단적으로 사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거나 범죄율이 증가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 폭동 같은 사회불안의 요인으로 떠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2008년 그리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에 분노해 폭동을 일으켰던 사태를 생각해보라.

둘째로, 구매력이 저하된 청년인구의 증가는 기업과 소비시장의 활력을 극히 둔화시킬 수 있다. 청년 세대의 경제력 위축은 산업 생태계 전반뿐 아니라 소비재 영역에 있어서는 더욱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주택과 자동차 구매는 말할 것도 없고,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수용하는 데 적극적이며 새로운 문화와 트렌드를 창조 및 선도해가는 청년 세대가 구매력을 잃을 경우 혁신을 통한 기업의 성장 추진력이 작동되지 않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경제활동인구는 줄어들고 있으며 청년층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해내어 이를 보상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현재의 청년실업이 지속화될 경우 장기적으로 세수 감소 요인으로 작용해 재정에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다. 세수가 줄면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들은 퇴직과 건강보험 부문에서 충분한 재정 지원을 받기 어렵게 될 것이다.

이름없는 대중의 감시, 그리고 프라이버시 파괴



프라이버시 파괴의 주범은 검색 기술과 SNS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정보기술, 즉 정보를 저장하고 공유하며 검색할 수 있는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데, 이것이 우리들의 사생활을 옥죄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게다가 이제는 텍스트뿐 아니라 목소리와 그림, 영상까지 찾아낼 수 있는 탁월한 검색 기술까지 더해지고 있어 앞으로 사람들이 올려놓은 정보들이 불특정 다수에게 원치 않는 방식으로 노출될 수 있는 가능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의도한 것은 아닐지 몰라도 이쯤 되면 만인의 만인에 대한 감시체제라 불러도 좋을지 모른다. 21세기 최신 기술로 완성된 집단적 팬옵티콘(철학자 제레미 벤담이 창시한 개념으로 죄수들의 감시에 탁월한 원형 감옥)이 점차 우리들 스스로의 힘으로 완성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욕구와 사회적 행동의 기본적 욕구를 생각해본다면 결국 정보는 어떤 범위로든 공개되고 공유되게 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한편 다른 사람의 은밀한 부분까지 보려는 유혹 또한 인간이 가진 근원적인 욕구 중 하나이기 때문에 결국 이러한 정보들에 대한 수요와 공급의 욕구는 언제나 존재할 것이며, 결국 우리들의 프라이버시는 아찔한 외줄 타기를 계속 할 것이다.

프라이버시 대재앙이 올 수 있다

이러한 외줄 타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향후 몇 년 안에 프라이버시의 대위기 상황이 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모바일과 센서 기술의 발달로 우리의 행동까지 저장,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이 계속 등장하고 있으며, 클라우드 컴퓨팅이 보편화되며 사생활에 대한 대규모 누설 사고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바일 기술과 센서 기술의 발달은 우리의 삶을 라이프 캐싱(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삶의 면면을 저장하는 현상)의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내가 어디에 가서 무엇을 사고 무슨 얘기를 하는지가 모두 기록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클라우드 컴퓨터 방식이 결합될 경우 수많은 정보들(여기에는 개인의 건강 정보와 같은 극히 중요한 개인정보도 포함된다)이 거대한 데이터 창고에 차곡차곡 저장될 것이다. 이 경우 단 한 번의 실수나 오류가 발생하여 이 정보들이 불특정 대중들에게 노출될 경우 끔찍한 대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 대중들이 이를 디지털의 무한복제 능력을 통해 삽시간에 확산시킬 수 있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프라이버시 붕괴 현상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쩌면 정말 우리 모두가 가면을 쓰고 살아가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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