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세대 R&D 그 이후
정형지·홍대순 외 지음 | 경덕출판사
정형지·홍대순 외 지음
경덕출판사 / 2007년 1월 / 309쪽 / 20,000원
패러다임의 변화와 시사점
들어가기에 앞서연구개발을 세대별로 보면 제1세대 R&D는 연구원의 호기심에 기초한 연구개발로 시장성과와는 연관성이 적은 연구개발 활동 위주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제2세대 R&D는 마케팅 부서 등으로부터의 의뢰에 기초한 연구 개발 활동으로서 어느 정도의 시장성을 고려하고 있다. 2세대 R&D의 키워드는 '니즈(Needs)형 연구 개발 활동'과 '개별 프로젝트 관리'라고 할 수 있다. 제3세대 R&D부터는 전사전력과 연구개발 전략간의 정합성과 더불어 개별 프로젝트의 관리를 넘어서 포트폴리오 관점에서의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관리하기 시작하였다.
현재 '3세대 R&D'는 '차세대 R&D'로의 대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위의 세대구분에 기초하여 국내기업의 평균적인 연구개발 위치를 평가하면 2세대 또는 2.5세대이고 3세대 R&D의 가치가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굳이 차세대 R&D를 이야기하는 것은 경영에서의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증대되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라 함은 과거에는 시장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하였던 반면, 현재는 시장의 다변화에 따른 시장 예측의 어려움을 의미하고, '복잡성'이라 함은 기업내부 운영에 있어서도 기능별 부서의 협업이 성과개선에 핵심이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불확실성과 복잡성으로 인해 차세대 R&D에서는 다음과 같은 경영상의 패러다임 변화가 발생한다. 첫째, '혁신경영'이다. 이는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기업의 전략, 업무수행 및 자원과 조직에 있어서 근본적으로 체질 및 사고방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며, 단순히 일시적으로 추진하는 이벤트성의 경영이 아니라 꾸준하고 일관되게 추진되어야 하는 경영이념 및 실천지침이다. 둘째,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이는 연구소 운영측면에서의 변혁이라고 볼 수 있는데, 세부적으로 보면 기업들이 아이디어 발굴 및 연구개발 활동에서의 적극적인 아웃소싱을 의미한다. 그리고 셋째, '비전 주도형 R&D'로, 전략적 측면에서 R&D가 사업전략의 일환으로서의 기술전략 및 제품/기술개발의 역할을 뛰어넘어 10년 후 먹고 살 것에 대한 고민과 사업의 미래를 구상하고 선도하는 R&D 사업개발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패러다임 : 차세대 성장엔진으로서의 '혁신경영'혁신경영은 환경의 변화와 고객의 요구에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비즈니스 모델로서 소위 차세대 경영모델로 불리는데, 이는 지속적인 성장의 핵심 동인으로서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기존의 지속적인 개선, 전반적인 품질관리, 또는 리엔지니어링과 같은 방식의 한계를 뛰어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혁신경영은 미래의 기업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핵심으로 '하면 좋은' 것이 아닌 '반드시 해야 하는' 기업의 경영방침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혁신경영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서는 혁신전략, 혁신프로세스, 혁신자원, 혁신조직이 생명체처럼 기업경영 내에 살아 숨쉬고 있어야 한다. 즉, 차세대 혁신이란 전략, 프로세스, 자원, 그리고 조직으로 구성된 고성능 성장 엔진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패러다임 :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경쟁력 강화기업은 아웃소싱을 통해 핵심역량에 집중투자하고, 급변하는 경영환경 변화에 있어서의 경영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되며, 조직을 슬림화하고 유연하게 운영하여 변화에 능동적이고 역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준비태세를 갖출 수 있게 된다. 현재 아웃소싱의 범위뿐만이 아니라 아웃소싱의 가치가 증대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은 아웃소싱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하여야 한다. 물론 아웃소싱만 도입하면 기업성과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아웃소싱 도입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기업이 처한 상황을 직시하고, 각자 기업의 상황에 따라 중요한 기능과 중요하지 않은 기능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장기적인 경영계획 하에서 아웃소싱이 수행되어야 한다. 임의적이고 일시적인 아웃소싱은 기업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세 번째 패러다임 : '비전주도형 R&D'를 통한 지속적인 성장현재 및 미래의 시장구도와 경쟁구도는 한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혼돈스럽고, 아울러 기술의 발전은 끊임없이 이어져 기술의 융복합화가 자연스러울 정도인 상황에서 사업부서가 기술적인 측면에서 인사이트(Insight)를 가지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신 사업부서는 고객 및 시장측면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하면서 성장의 동력이 무엇인지를 찾아낼 수 있고, 연구소는 이러한 사업부서의 아이디어를 승화시키고 기술적인 관점에서 성장엔진을 찾아낼 수 있는 위치가 가능하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연구소는 비전 및 사업전략 수립에 있어서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아이디어 및 미래기술 트렌드를 제시하며 한 기업의 사업방향성을 잡아가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CTO : CEO의 기술경영참모
CTO의 중요성기술전략이라는 개념조차 없었던 1세대 R&D의 연구소는 기업활동과는 별도로 마치 대학의 연구소처럼 운영되었고 그 수장인 연구소장의 역할도 최고의 과학자들을 고용해서 연구를 수행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논문을 작성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1980년대 후반에 기술이 회사경영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게 되면서 Chief Technology Officer(CTO)라는 명칭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0년대 후반에 전 세계적으로 IT 산업이 성장하면서 회사에서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비약적으로 높아졌으며 자연히 CTO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의 후보군도 늘어나게 되었다. 이 시기에 이르러 CTO는 기업경영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었으며 대다수의 기업들이 CTO 제도를 도입하였다.
CTO의 역할대표이사의 경우는 기업의 성과를 내지 않으면 자리가 위태롭고, 또한 사업부서를 책임지는 부사장들 역시 사업부서의 매출 및 영업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불철주야 매달릴 수밖에 없다. 기업은 영속성이라는 대명제하에서 움직이지만, 대부분의 초점은 단기성과에 맞추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러한 현상에서 벗어나 보다 근본적인 기업 성장의 틀을 갖고 혜안을 제시하고 대표이사에게 균형된 경영시각을 불어넣고, 사업부서를 설득하며 기업이 건전한 모습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 바로 CTO가 발 벗고 나서서 해야 하는 일이다. CTO는 우선적으로 신기술을 조사, 모니터링하면서 기존사업 또는 신규사업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엇이 있는지를 끊임없이 살펴야 한다. 또 CEO와 사업부서장들과의 만남을 통한 전사차원의 이슈를 공유하고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CTO의 자질CEO의 기술경영참모인 CTO는 최고기술전문가(일종의 마스터 또는 펠로우)라고 해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오히려 CTO가 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연구 및 개발에 매진하는 것이 익숙한 연구원은 마스터나 펠로우의 경로를 밟는 것이 오히려 회사차원뿐만 아니라 개인차원에서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자질을 보유하고 있어야 성공적인 CTO가 되는 것인가?
① 비즈니스 센스를 지닌 CTO
성공적인 CTO가 되기 위해서는 첫 번째로 비즈니스 센스가 있어야 한다. CTO는 전사 사업전략 및 운영의 흐름을 파악해가면서, 미래 기술의 변화를 간파하여 어떻게 하면 기술의 변화 속에서 사업으로 연계될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센스가 있기 위해선 우선 끊임없이 시장 및 고객에 대한 변화를 감지해야 하며, 기술의 변화에 대한 주요동인들을 업데이트하고 있어야 한다. 두 번째로는 계산능력이 있어야 한다. 쉽게 얘기해서 돈이 되겠다, 안 되겠다에 대한 가치판단이 끊임없이 일어나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돈으로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즉, "이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건 돈이 되나?"의 관점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야 한다.
②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출중한 CTO
CTO는 전사차원의 기술을 총괄하는 사람으로 각 사업부서장과의 협업과 논쟁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는 CEO와의 충돌도 불가피할 수 있다. 왜냐하면 사업부서는 당장 눈앞에 돈이 안되는 것에 연구 개발비로 지출하면서 사업부서 이익에 침해되길 원하지 않으며, 더군다나 일정액을 연구개발에 투자한다고는 하나 그것이 성공할까라는 의구심 등 다양한 생각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CEO도 사업부서장과 비슷한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이렇게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다양하면서도 협조 및 공조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CTO에게 커뮤니케이션은 생명과도 같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찾아가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점이다. 누군가를 기다리기보다는 한발 먼저 찾아가서 미리 얘기해주고, 사전 협의하고 논쟁한 결과를 취합하는 그러한 모습을 통해 상호간 조율이 되는 것이다.
③ R&D 관리 능력이 뛰어난 CTO
간혹 기술적인 면이 뛰어난 사람이니까 당연히 R&D 관리를 잘 하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연구개발하는 것과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것, 그리고 연구소 전체를 관리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R&D 관리 능력이란 첫째, 전략적 관점에서의 R&D 포트폴리오 관리이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포트폴리오가 얼마만큼 건전한지를 수시로 점검해가야 하는 관리 능력이다. 둘째, 연구소 성과관리이다. 여기서의 성과관리라 함은 품질, 개발기간, 개발원가 등의 개발성과는 물론이거니와 전사차원에서의 연구소 기여도 또한 곰곰이 따질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연구소 내부 조직관리이다.
④ 다양한 경험을 지니고 있는 CTO
CTO가 현재의 사업을 지원하는 역할과 미래의 사업을 준비하는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스페셜리스트보다 제너럴리스트에 가까운 특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다양한 분야에 대한 경험은 CTO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구체적으로 사업 책임자로서의 경험, 사업부서의 수장들과 견고한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것, 특정 기술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보다는 다양한 분야에 대판 폭넓은 이해, 그리고 타 가치사슬 단계에 대한 경험을 보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R&D 인터페이스 : 다각적 커뮤니케이션에 의한 가치창출
R&D 인터페이스의 중요성 및 구분기업의 주요 이슈 중 상당수가 직간접적으로 R&D와 관계가 있다. 더욱이 R&D 조직에서 발생하고 있는 대다수의 이슈는 연구소 내에서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것들이며 다른 부서 또는 외부 주체와의 협력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따라서 이러한 R&D 관련 이슈를 연구소만의 노력으로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R&D 인터페이스의 효과적 관리가 반드시 수반되어야만 한다.
제3세대 R&D 이후 대부분의 CEO 또는 CTO들은 R&D가 이제 더 이상 독자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매우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인터페이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자 한다. 그 방법은 새로운 조직의 구성이 될 수도 있고, 신규 업무 프로세스의 도입이 될 수도 있으며, KPI(Key Performance Indicator)와 같은 인사시스템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인터페이스 관리에 최적의 방안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최고경영자나 CTO는 R&D와 관련된 인터페이스들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파악하고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기업 내부 인터페이스① 기술 로드맵(Technology Roadmap) 수립
기술전략은 사업전략과 정합성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최근 여러 기업과 정부기관에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는 기술 로드맵은 미래사회 변화 전망, 고객니즈 예측, 수요산업 트렌드 분석, 경쟁자 분석, 공급망 분석과 같은 다양한 작업을 통해 작성된다. 따라서 기술 로드맵은 R&D부서 단독으로 작성할 수 없는 것이며 전략기획, 마케팅, 영업부서와의 기능간 협업(Cross-Functional Work)이 필수적이다.
② 신제품 개발(New Product Development)
회사 전체의 R&D 혁신 성과는 제품개발 프로세스를 주도하는 R&D와 마케팅 인터페이스의 효율적인 관리 여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효과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R&D와 마케팅 간의 적절한 균형유지가 필수적인데 이러한 균형이 효율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우선 사업전략과 기술전략이 상호연계 되어있어야 하며 최고경영진의 강력한 지원이 필수적이다. 또, 실무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R&D와 마케팅 부서의 인력이 서로의 기능에 대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형성된 단순한 인터페이스는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이같은 R&D 마케팅 인터페이스뿐만 아니라 디자인, 생산, 구매, 품질 등과 같은 기타 기능과의 인터페이스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복잡성이 존재하는 신제품개발 과정의 인터페이스 관리를 위해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는데, 신제품개발 과정 전체를 총괄하는 프로젝트관리자(PM: Project Manager) 체제의 도입이 대표적이다. PM제도는 간단히 말해, R&D, 마케팅을 비롯한 다양한 부서가 참여하는 신제품 개발 전체를 총괄하는 강력한 관리자를 두는 제도이다. 이러한 PM제도에 의한 인터페이스 관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프로세스에 대한 총체적 관리, 조정자(Moderator) 유형의 강력한 프로젝트 관리자, 종합적 기능을 갖춘 팀의 조기 구성, 제품로드맵의 조기 확정과 그에 따른 자원배분 계획의 신속한 수립, 높은 팀워크,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 최고경영진의 적극적인 지원 등이 요구된다.
연구소와 사업부서/타기관 협력규모가 큰 대다수의 기업들은 사업부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전사 차원(Corporate Level)에서 다양한 형태의 연구소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사연구소가 사업부의 사업방향과 니즈를 정확히 읽고 적절한 지원을 하는가 여부는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사업부 전력과 연계되지 않은 채 운영되는 전사연구소는 자기들이 하고 싶은 연구에만 몰두하고 사업성과와의 연계성을 찾아볼 수 없는 공허한 조직이 되기 쉽다. 반대로 너무 사업부의 밀착 지원에만 집중하는 전사연구소는 연구소라기보다는 A/S 센터처럼 운영되어 기술경쟁력이 뒤처지고 연구원의 사기가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전사연구소는 기술전략에 의해 중장기성 장기과제(Seeds 과제)와 단기성 니즈과제(Needs 과제) 간 균형을 유지하며 사업부의 파트너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즉, 사업부의 전략방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필요한 도움을 적시에 줌과 동시에 여러 사업부간의 중복투자 방지와 시너지 창출을 위해 통합/조정 기능도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기술전략 (Technology Strategy) : 기술경영의 출발점
기술전략의 탄생기업의 전략이 잘 세워졌다 하더라도 실행 및 운영이 미흡하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고 운영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 해도 전략이 잘못 수립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의 R&D 운영도 마찬가지이다. R&D 과제관리체계, 예산관리체계, 조직운영체계 등 R&D 운영체계가 아무리 효율적으로 추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