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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2030

전상인 지음 | 에코리브르
1. 2030 한국의 정치 지형



세대정치와 권력이동

최근 한국에서 일어난 정치, 사회 변화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세대정치의 등장이다. 세대는 한국 정치의 현재를 설명하고, 미래의 정치 지형을 예측하는 핵심 단서가 되고 있다. 세대가 중요한 것은 세대가 공유한 경험, 열정, 이념 등과 이것에 기반을 둔 연대감이 특정한 계기를 통해 사회변동의 중요 동력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과 같이 역사의 단절성이 두드러지는 경우 4?19세대, 6?3세대, 유신세대 등 다양한 세대는 정치를 설명하는 데 유용한 개념으로 기능한다.



한국은 1987년 민주주의로의 이행 이후 정치, 사회, 문화의 중심축이 서서히 베이비붐 세대, 386세대, N세대 등을 중심으로 한국전쟁 이후 출생 세대들로 이동하고 있다. 이들 중심의 세대정치가 중요해진 계기는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후보의 역사적인 당선이라 할 수 있다. 당시 노 후보가 돌풍을 일으키며 당선된 배경에는 노사모를 중심으로 하는 386세대와 386 이후 세대의 열정적인 지지가 작용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2002년 대선은 20~30대가 합작으로 만들어낸 반란이었다.



386세대와 386 이후 세대가 한국 사회?정치의 전면에 부상하게 된 것은 2002년 대선, 2004년 탄핵 총선이라는 정치적 변수와 우연한 계기에 힘입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들 세대로의 권력이동이 상당한 지속성과 내구력을 가질 것이라는 근거는 인구학적인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향후 40년 동안 이들 세대의 인구비중은 전체 인구의 45%에 이른다. 따라서 이들 세대가 조직력, 동원력까지 가진다면 향후 수십 년 동안 한국의 정치, 사회, 경제적 변화가 이들에 의해 주도될 것이라는 예측을 하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결국 2030년 한국의 정치 지형은 앞으로 20년 이상 정치?사회 변화의 중심에 서게 될 386세대가 어떤 방식과 내용으로 통치 구조를 구축하고, 국가전략을 설계하고, 사회적 의제를 설정하며, 부문 정책을 실시해 나갈 것인가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386의 주도적 위치를 전제한 기초 위에서 2030 한국의 정치 지형을 예측하는 작업은 두 가지 차원에서 구분된다. 하나는 386이 추구하는 국가운영 및 발전 프로그램이 무엇인가 하는 내용적 차원이고, 다른 하나는 386세대가 386 이후 세대와 어떠한 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인가 하는 관계적 차원이다.



세대정치의 내용적 차원: 386세대의 피포, 그리고 차용의 정치

2002년 대선으로 386세대로의 권력이동이 이루어진 이후 386이 주도한 개혁정치에 대한 비판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배타적 리더십 스타일, 빈약하고 아마추어적인 정책. 나아지지 않는 민주주의의 질이 그것이다. 이 중 가장 심각한 것은 민주주의의 질과 관련된 부분이다. 참여정부를 공식적으로 표방하고 있는 노무현 정부에서 일반 민중의 정치 참여가 획기적으로 개선 및 증대되었다는 증거가 나타나지 않고 있고, 오히려 기층 민중의 일상적인 삶은 더욱 피폐해졌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개혁정치의 실제에 있어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명목과 실제의 괴리이다. 진보주의적 명목 뒤에는 보수주의적 실제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녔고, 이는 참여정부의 정책 성향이 과연 진보적인 것인지 보수적인 것인지 판단할 수 없는 상황으로 귀결되었다. 386의 개혁정치가 마침내 진보와 보수의 기묘한 결합으로 왜곡된 주요 이유는 386세대의 피포와 그 필연적 결과인 차용의 정치에 있다.

오늘날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정당, 시민단체 등 다양한 사회영역에 포진한 386세대는 기존 체제에의 피포(포용, 포함, 포섭, 포획)과정을 통해 나름대로 헤게모니를 구성하고 있다. 문제는 피포과정을 거쳐 체제 내에 정착한 386세대의 대안 산출 능력이다. 주체적으로 권력을 획득했고, 이제 객관적인 조건도 갖추었으나 비전과 현실적인 대안을 만들 수 있는 능력과 실력이 결핍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어디선가 비전과 대안을 빌려 쓰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차용의 과정에서 중요한 선택의 기준은 보기에 '그럴싸한(plausible)' 혹은 '현실적인(realistic)' 것이었고, 이는 기득권 세력과의 무분별한 협력, 기존 질서와의 무원칙한 타협 등으로 이어졌다. 경제정책, 노동정책, 외교정책, 교육정책 등 386이 주도한 참여정부의 정책들 중에 '차용의 정치'를 통해 초기의 개혁의지가 실종, 약화, 희석되지 않은 것이 없다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따라서 2030 한국의 정치 지형을 예측함에 있어 중요한 변수는 386세대가 차용의 정치를 중단하고 '스스로 생산해내는 정치'를 실현해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차용의 정치를 중단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활용 가능하다. 첫째, 386 정치인 스스로 전문성을 갖추고 현실에 기초한 실제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둘째, "차용"을 하되 민주화의 이상과 기본 철학을 공유하는 지식인 집단과의 협력을 통해 후자의 전문성과 능력을 차용하는 것이다.



세대정치의 관계적 차원: 386세대와 386 전후 세대의 협력과 갈등

386세대와 386 이후 세대의 성향은 상당히 다르다. 전자가 정치화된 사회운동 세대라고 한다면 후자는 상대적으로 탈정치화된 문화세대라고 봐야 한다. 여러 면에서 상이한 386세대와 386 이후 세대가 최근 일어난 권력이동을 주도하는 세력으로 함께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기존 질서의 변화와 새로운 정치 및 사회 질서의 창출 필요성에 대해 포괄적으로 의기투합했기 때문이다.



두 세대의 협력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가늠하기 힘들다. 386의 이념과 이후 세대의 감성이 계속적으로 어울려 상승효과를 낼 수 있다면 386정권의 재창출, 그리고 개혁정치의 지속이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386으로의 권력이동은 대단히 불안정하다. 386이 들고 있는 깃발을 따를 것인가 하는 선택은 온전히 386 이후 세대의 몫이다. 386 이후 세대에게 권력은 도덕적 정당성을 핵심으로 상호주관적으로 구성되는 설득적 권력이다. 이들이 386의 설득적 권력에 더 이상 동의하지 않고 자신들의 독자적 권력을 구축해 나가기로 결정한다면 386은 쉽게 혁파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



386의 헤게모니 지속을 위해서는 386 이후 세대와의 협력적 연대를 발전시켜나가고, 386 이전 세대 중 민주주의와 개혁에 지지적인 요소들을 구분해내어 제휴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다. 그렇지 못하고 386 이후 세대가 386세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386 이전 세대의 보수화가 급격히 진행될 경우, 앞에서 언급한 386세대의 '차용의 정치'와 '정책과 이념의 내용적 빈곤'이 급속한 상승작용을 일으켜 386세대의 민주주의 개혁실험은 비참한 일장춘몽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



비교적 관점에서 본 세대정치와 권력이동

미국이나 중국과 유사하게 한국의 권력이동은 일정한 세대와 이념을 공유하는 집단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386은 세대인 동시에 이념집단이기도 하다. 이들의 정치성이나 리더십, 조직력, 동원력, 단결력 등은 사실 미국의 신보수주의 세력이나 중국의 개방, 개혁 세력보다 탁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덜 준비된 상태에서 집권과 정책 결정 및 집행의 기회를 맞았다. 이들은 민주주의 투쟁이라는 중요한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고는 있지만 민주주의를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영역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체화, 제도화, 공고화할 것인가에 대해 별로 구체적인 구상을 갖고 있지 않다.



결국 386세대가 한국의 권력이동을 계속 주도하려면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들이나 중국의 개방, 개혁주의자에 버금가는 내용과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국가정체성, 국가이익, 국가전략, 통치구조, 정책수단에 대한 총체적인 고민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고민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차용의 정치"만을 계속한다면 386세대의 '민주주의'는 권위나 신뢰도가 땅에 떨어질 것이고, 이는 종국에 민주파의 참담한 궤멸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리고 보수파들이 이성적, 현실적으로 정비될 경우 한국에서 보수적인 대안적 권력집단이 대두하여 그들로의 새로운 권력이동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위임받은 20년, 그리고 2030년의 심판

한국의 세대정치를 고찰해볼 때 가장 중대한 도전은 그 기원이 된 민주화의 이념을 어떻게 구체적인 정책대안으로 구현하고, 어떠한 국가 목표를 위해 매진할 것인가로 요약된다. 요컨대 한 권력 집단이 권력이동을 공고화 단계로 진입하기 위한 중요한 전제조건은 국가 공동체의 구성원들을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주도적 국가 비전과 국가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이런 점에서 현 집권 386세대의 최대 과제는 어떻게 보다 설득력 있는 국가비전과 국가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가로 귀착된다. 2030년 우리는 위임받았던 20년 동안 386세대가 이룩해 놓은 공(功)과 저질러 놓은 과(過)를 동시에 묻게 될 것이다. 지금부터 위임받은 20년을 내용적으로 채워 한국의 미래를 밝게 만들고 2030년을 축제의 해로 만들 역사적인 책무는 386세대에 있다.



2. 2030년의 한국사회



이 글은 한국사회의 미래를 2030이라는 특정 시점을 염두에 두고 살펴본다. 2030은 지금 태어난 아이들이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시점이다. 또한 현재 한국 사회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386세대들이 은퇴를 하는 시기이다. 과연 그 시점에서 사회의 중심무대를 차지한 밀레니엄 세대들은 어떤 삶을 살 것이며 386세대들은 자신들이 가져온 변화를 어떻게 돌아볼 것인가?



인구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출산율 하락을 경험한 나라인 동시에, 가장 짧은 기간에 고령화를 겪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따라서 2030 한국 사회를 예측하는 데 있어 인구는 가장 먼저 살펴보아야 할 측면이다. 한국은 2020년에는 인구성장이 멈추고 이후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2020년은 경제활동이 활발한 15~60세 사이의 인구 비율이 떨어지는 한편, 60대 이상 인구의 비율(14%)이 급격히 높아지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2030년은 이런 의미에서 인구감소를 경험하면서 고령사회로 접어드는 초기에 해당하며, 이것은 한국의 사회 및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일과 직업

한국 사회는 근대적 노동의 패러다임 속에서 사회의 경제적 기초가 유지되었다. 사람들의 경제생활은 근로소득을 기본으로 이루어졌고, 사회적 지위 역시 어떤 일을 하는가에 의해 결정되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열심히 일한 것에 대한 보상과 인정이 사회적 분배의 핵심이 아니라 일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분배의 근본 문제가 되었다. 전체적인 일자리 수가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1990년대 이후 급속하게 증가한 대졸자들이 기대하는 좋은 일자리가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고용의 질에서도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수입이 높은 전문직과 불안정하고 수입이 낮은 서비스, 판매직이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는 전망은 있는가? 적어도 자연적 추세를 따라간다면 상황이 역전될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다.



가치

정치학자 잉글하트는 1970년대 이후 서구사회에서 탈물질주의 가치가 지배적이 되어가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탈물질주의 가치의 확산 결과 과거의 경제 중심 이념에 기초한 정치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인류 보편적, 공동체적 가치를 중시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운동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높아질 것이라고 보았다. 한국의 경우에는 2004년 현재 물질주의 가치를 갖고 있는 사람의 비율이 40%인 데 비해 탈물질주의의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한국은 향후 20년 동안 국민의 가치가 서구와 유사하게 물질주의 감소 및 탈물질주의 증가라는 방향으로 변화가 있을 것인가? 현재로서는 그런 변화를 전망하기 쉽지 않다. 이는 젊은 세대에서 탈물질주의가 강하지 않고 세계화의 강한 동형화 압력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적 가치의 특성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직과 제도

인구규모는 감소할 전망을 보이는 반면 한국 사회의 조직은 대단히 왕성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는데 첫째는 수많은 조직의 등장을 가능케 한 환경의 측면이고, 둘째는 조직의 급격한 증가를 가져올 사회적 결과의 측면이다. 먼저 환경적 측면에서는 시민사회의 부상과 사회 경제구조의 급속한 변화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다양한 조직(예: 시민단체 및 벤처기업)이 등장하였다.

새로운 조직의 대규모적 급속한 등장은 기존 제도와 조직에 대한 개혁의 잠재적 압력으로 작용하였다. 그리고 기존 제도에 대한 급속한 국민들의 신임 혹은 신뢰의 하락은 개혁에 대한 직접적인 압력이 되었다. 조사결과 정당이나 정부 같은 공공제도는 급속한 신뢰의 상실을 겪고 있으며, 반대로 대기업에 대한 신뢰는 높아지고 있다. 민주주의로의 이행과정에서 공공제도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는 이유는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과거 권위주의하에서 국민이 잘못 부여했던 신임이 철회되었을 가능성이다. 다른 하나는 민주주의로의 이행 과정에서 공공제도의 객관적 성과가 하락한 결과로 신임이 떨어지는 것이다.



일반 국민들의 미래에 대한 전망

2005년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에서 실시한 의식조사는 향후 10년에 대해 국민들이 어떤 전망을 갖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조사 결과 전반적으로 국민들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비관적인 견해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한 것은 '국내 산업이 활성화되고 실업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뿐이었다. 비관적 전망으로는 '노동조합이 강해지고 정치적 영향력도 커질 것',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간 갈등이 증가할 것', '중산층이 줄어들고 빈곤층이 늘어나서 빈부격차가 심해질 것', 등이 있었다. 비관적 전망이 가장 높은 것은 '중국이 한국을 추월할 것이다'라는 주장이었다. 해방 이후 현재까지 한국 사회가 어떤 경로를 걸어왔고, 향후 10년 동안 한국이 어떤 방향으로 변해갈지에 대해 정치는 자유와 통제, 경제는 풍족과 가난, 사회는 안정과 혼란의 측면에서 어떤 전망을 하는지 조사해 보았다. 그 결과 자유 측면에서는 1987년 민주화 운동 이후 가장 큰 변화가 있었다고 평가한 반면 향후 10년 동안 더 많은 자유가 진행될 것으로는 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안정의 측면에서는 유신시대를 가장 안정된 것으로, 참여정부를 가장 혼란된 시기로 보았으며, 향후에는 훨씬 안정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았다. 경제적 풍요의 면에서는 1980년대 전반기를 가장 풍요로운 시기로 보았으며, 이후 계속 악화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향후 10년 동안에는 풍요의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현안문제에 대해서는 비관적으로 전망하면서 미래문제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은 모순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경향들에 대한 평가를 함에 있어 정치적 자유, 경제적 자유, 사회적 안정의 면에서 모두 퇴보한 것으로 평가하는 것에 비추어 볼 때, 미래에 대한 낙관은 객관적인 전망이기 보다는 '이렇게 되었으면 하는 생각(wishful thinking)'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3. 2030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



현재 우리 경제의 대내외 환경은 선진경제 창달이나 혁신주도형 경제로의 이행에 우호적이라고 볼 수 없다. 대외적으로는 기존 미국, 유럽, 일본의 3극 체제에서 중국의 부상을 기저로 한 동북아 경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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