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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트렌드

김경훈·김정홍·이우형 지음 | 책바치
1부 우리 사회의 지형도를 바꿀 새로운 흐름들



소비 세상을 뒤흔드는 '두 손 문화'의 탄생




'두 손'은 우리가 뭔가를 직접 만드는 일을 할 때 반드시 필요한 도구다. 그래서 도구를 만드는 손은 문명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완제품'의 단순한 소비 문화가 발전하면서 '두 손'은 찬밥 신세가 되었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사이버 문화가 발달하면서 '두 손'은 최후의 카운터 펀치를 맞았다. 컴퓨터를 사용함에서 한 손 문화의 상징은 마우스다. 손가락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듯 보인다. 그러나 마우스 문화는 이미 주어진 것들을 받아들이고 '클릭'할 때에만 번성하는 수동적 방식의 문화다. 만일 당신이 문서를 만들고, 당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뭔가에 대해 주장하려고 한다면 마우스를 버리고 다시 두 손으로 자판을 두들겨야 한다.

사이버 세계로 들어간 '두 손'이 자판을 두들기며 만들어낸 것 중 소비 문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상품에 대한 구매자 리뷰일 것이다. 소비자의 의견은 상품의 인기를 좌우했고, 생산자는 소비자의 의견을 상품에 반영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단지 소비자일 뿐이었지만, 생산자에게 압박을 가해 상품을 변모시키는 프로슈머(Prosumer : 생산에 참여하는 소비자)가 되었다.

'두 손'은 두 가지를 상징할 수 있다. 하나는 기존의 소비 문화와 소비-생산 관계에 대한 '저항(소극적이든 적극적이든)'이고, 또 하나는 자신의 시간을 소비해가면서 하는 '참여'이다. 그러므로 두 손 문화는 기성 소비문화에 대한 저항 성향이 참여의 형식을 통해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시간을 들일 여유와 적당한 소득 수준이 가능할 때에 일어난다. 여유와 소득은 '두 손 문화'를 번성시키는 에너지이자 이것을 새로운 트렌드로 만드는 힘이다. 한국 경제가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를 맞이했다는 것은 두 손 문화의 번성을 가능케 하는 토대가 된다.

꾸미기 열풍이나 복고 상품에 대한 애착은 완제품 소비에 대한 비교적 소극적인 저항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좀더 적극적인 저항이자 자기 실현의 수단으로서의 소비도 있다. 바로 DIY(Do It Yourself)이다. 1990년대 초반 국내에 소개될 때부터 DIY는 일종의 여가 활용, 혹은 취미 활동이었다. 완제품 구매에 싫증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반제품 상품'이었다. 그런데 2000년대에 와서 또 한 번 성격 변신을 하게 된다. 마침 소비자의 능동성이 여러 방면에 걸쳐 강화되고 있는 사회 분위기와 인터넷을 통해 DIY 정보를 쉽게 습득하고, 동호인들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이 크게 한몫 했다. 완제품 소비문화에 대한 저항의 성격과 함께 소비 시간을 자기 표현의 시간으로 전환하려는 문화 운동의 성격을 띠게 된 것이다.

소비자들의 참여와 저항은 소비-생산의 일반적인 관계도 바꿔놓는다. 프로슈머들은 맹렬히 전화를 걸어대고, 시위를 조직하고, 불매 운동을 벌이고, 사이버 세상에서 눈부신 타자 실력을 뽐내며 두 손을 놀려댄다. 한 홈쇼핑 회사는 깐깐한 고객들의 모임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들의 제안은 상품평을 넘어서 경영 정책에도 반영되고 있다. '깐고모(깐깐한 고객들의 모임)'는 일시불 3% 할인 정책, 방송에 등장하는 디스플레이의 개선, 시청자에게 방송편성 정보를 수시로 제공하자는 제안이 실현되는 것을 즐겁게 바라보고 있다.

소비자는 진화했다. 그래서 기업들도 소비자를 피드백의 테스터 정도로 바라보던 종래의 태도에서 진화하여 사업 파트너로 격상시켰다. 능동적 소비자들이 생산의 지형을 어디까지 변화시킬지는 아무도 모른다. 소비자가 요구하면 기업은 응해야 할 것이다. 다 만들어놓은 제품도 소비자가 요구하면 수정해야 할 것이다. 인기 외화 드라마 의 출시사(폭스코리아)가 동호회들의 압박에 못 이겨 한글 더빙판을 만든 것이 그 예다. TV 방영 때는 없던 무삭제판이라, 멀더와 스컬리의 목소리 배역을 맡은 배우들이 추가로 녹음까지 해야 했다. DVD 판매업체의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임의 접속' - 굴레 없는 관계 맺기



인터넷 커뮤니티 다음(www.daum.net)의 회원수를 개설된 카페 수로 나눠 보면 1인당 7개가 약간 넘는 카페에 가입되어 있다. 인터넷 동호회 600만 개 시대, 우리의 관계 맺기 방식은 '임의적' 방식, 즉 '제 뜻대로 이루어지는 관계 맺기 양상'으로 변화했다. 정과 관습에 연연하지 않고 '필요'와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접속과 해제를 되풀이하는 관계 맺기가 보편화하고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은 접속의 공간 또한 '임의적'인 것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주어진 가치 체계와 코드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경향은 비즈니스 세계에도 변화를 일으킨다. 독일의 미래학자 군돌라 엥리슈는 『잡노마드 사회』라는 책에서 직업을 따라 떠도는 새로운 비즈니스맨들의 등장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들은 한 직장, 한 업종에 얽매여 살기를 거부한다.

'임의'의 사전적 풀이는 '내 뜻대로 하는 일'이다. 가족과 직장이라는 우리 삶의 가장 원초적 대상과의 새로운 연결 방식에서 보듯, 이제 나와 나 이외 모든 것들의 연결은 주체적 선택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임의 접속의 문화'가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우리 모두는 '임의적 접속자(Optical Connecter)'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임의 접속의 시대에는 삶의 경량화가 화두가 된다. 유목민은 언제라도 떠날 채비를 갖추고 있으며, 짐이 되는 것들을 기꺼이 버린다. 그러므로 '소유'보다는 '경험'이야말로 그들이 욕망하는 대상이 된다. 이전 시대의 자산이 토지·노동·자본 따위였다면 새로운 시대의 자산은 정보·기술·지식과 같은 무형의 것이다. 이 새로운 요소들은 모두 활발한 이동과 탐색을 통하여 좀더 높은 질과 많은 양을 얻을 수 있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새 시대의 성공적 비즈니스의 표상은 사무실 크기와 비서의 숫자가 아닌 항공 마일리지와 활동 공간의 이동 가능성으로 변동하고 있다.

임의 접속 시대는 치열한 경쟁을 통해 생존의 극한점을 여행하는 기업 차원에서도 새로운 짝짓기 양상을 촉발시키고 있다. 이른바 '셰어링(Sharing)'이 새로운 경영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삼성과 풀무원은 김치냉장고를 위해 공동으로 태스크포스 팀을 구성했다. 가전업계의 대표적 라이벌인 삼성과 LG마저도 서로의 제품을 공유하고 있다. 삼성은 LG에 캠코더를, LG는 삼성에 식기세척기와 가스오븐레인지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납품하고 있다. 이런 임의적 접속이 가능한 것은 부족한 자원을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다. '셰어링'이란 발빠른 시장 선점을 위해 달려가는 '노마드적 경영 기법'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고용 시장에서 기업과 개인 쌍방 간에 이루어지는 임의적 접속 방식은 이제 한국 사회에서도 뚜렷한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먼저 기업은 핵심 역량을 보존하는 가운데 부가가치가 적은 사업 영역을 아웃소싱 하고 있다. 여기에 시간제 취업, 계약 근로제, 파견 근로제, 재택 근무제 등 고용 형태의 다변화를 추구하며 전통적인 노동 방식의 경계를 앞장서서 뛰어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통계청의 '경제활동 인구조사'를 중심으로 10년간(1993년∼2002년)의 노동시장 변화를 추적한 결과를 보자. 정규직 임금 근로자가 1993년 642만 명에서 2002년 629만 명으로 2.0% 감소한 반면, 비정규직 임금 근로자는 477만 명에서 719만 명으로 거의 50%나 급증했다. 대기업, 중소기업, IT 기업을 망라하여 기업들의 프리랜서 의존률은 어느덧 24%를 넘어서고 있다. 이는 직업 활동을 위해서는 반드시 기업과 연결되어야만 하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구체적 일감에 따라 임의적 접속을 되풀이하는 새로운 직업 활동의 방향을 드러내준다. '일거리' 중심의 노동 문화는 질 높은 전문성 갖추기라는 또 다른 특질을 만들어낸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미래의 노동성격 변화를 이렇게 예측하고 있다. 앞으로 노동은 '삶과 일이 결합된 형태'가 되리라는 것이다. 일과 놀이, 일과 취미 활동의 구분이 사라지고 생활 자체가 곧 일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러한 흐름은 비단 직장과 고용 형태만이 아니라 노동 자체의 임의적 성격 역시 강화할 것이다. 직장이라는 닫힌 공간을 떠나 일상적 생활 자체가 부가가치 생산 활동이 되고, 일상공간 자체가 생산의 장이 되는 것, 바로 '임의 접속' 시대의 새로운 직업 풍속도이다.

2부 성공의 꿈과 욕망이 빚은 자본주의적 트렌드



네버랜드(Neverland) 러시




'네버랜드(Neverland)'는 『피터팬』에 나오는 신비한 섬이다. 거기서는 아무도 나이를 먹지 않는다. 오늘날 거의 모든 세대가 '젊게 살기'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예전부터 장수(長壽)의 꿈은 늘 존재해왔지만, 이제 단순히 건강하게 오래 살기가 아니라 '오래오래 젊게 살기'로 바뀌어가는 형국이다.

성형외과 의사들에 따르면, 지난 외환 위기 이후 병원을 찾는 중년 남성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살아남기 위해 성형 수술을 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일반적으로 은퇴 직후 건강에 이상이 생기거나 노화가 빨리 찾아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계속되는 고용 불안으로 조기 은퇴는 점점 늘어나고, 급기야 2003년, '38선'이란 유행어를 낳으면서 30대 조기 퇴직이 최대의 뉴스로 떠올랐다. 직장생활이 이렇게 짧아지는 것과는 달리, 평균 수명은 또 상대적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다. 어떻게든 현장에서 살아남기 경쟁을 해야 하거나 기나긴 2막 인생을 준비해야 하는 이런 상황에서 '젊게 살기' 혹은 '젊어지기' 바람이 부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 노력은 금을 찾아가는 골드 러시에 비견할 만한 '네버랜드 러시(Neverland Rush)'인 것이다.

젊어지기 위해, 건강해지기 위해 사람들은 달린다. 일반인들이 참가할 수 있는 최근의 크고 작은 마라톤 열풍은 중년의 '늦바람'에 힘입은 바 크다. 이들은 무조건 시간 안에 완주해야 하는 일반 마라톤이 아니라 천천히 즐기면서 달리는 '엔터테이닝 마라톤'을 선호한다. 달리기를 하면 골다공증, 유방암, 비만의 발생률이 현저하게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그들의 달리기를 더욱 부채질한다. 심폐 기능이 향상되고 혈압이 안정되며 심장 근육도 강화되는 최고의 운동 아닌가? 게다가 미용에도 효과가 있다니 안 달릴 수가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성취감이 가장 큰 보람이다. 스포츠심리학자들에 의하면 무기력과 자기 비하, 우울증을 치료하는 데 달리기만큼 좋은 운동이 없다고 한다. 다시 말해, 젊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최근 30∼50대 직장인들 사이에 불기 시작한 운동 열풍은 전국적인 현상이며, 생활 패턴까지 덩달아 바뀌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제 기업에서도 건강 열풍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체력이 국력이듯이, 사원의 젊고 건강한 몸이 곧 사력(社力)이라는 인식을 하게 된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울산 본사에 380여 평 규모의 '건강증진센터'를 열었고, 삼성 SDS도 최근 경기 분당 하이테크센터에 70평 규모의 헬스 센터를 열었다. 또 매주 월요일마다 모든 임직원들에게 'CEO의 월요 편지'를 보내 건강관리 비법을 전파하기도 한다. 좀더 경제력이 있는 개인의 경우, 또 다른 방식의 몸 만들기를 시도한다. 언제부터인가 불기 시작한 웰빙(Well-being) 붐을 타고, '안팎으로' 건강한 몸 만들기가 유행이 된 것이다. 그들의 식단을 보자.

아침 식사를 거르지 않는다. 되도록 고기를 피하고 야채와 생선을 즐겨 먹는다. 샐러드 드레싱은 걸쭉한 '사우전드 아일랜드' 대신 묽은 '오일 앤드 비니거'를 택한다. 한 달에 한 번은 필드에서, 세 번은 실내 연습실에서 골프를 친다. 비타민 C가 들어있는 영양제를 하루에 4차례 먹는다.

비용이 만만치 않겠지만 그들은 아낌없이 돈을 투자한다. 왜? 젊어지고 건강해지는 일보다 더 중요한 건 없기 때문이다. 경기가 불안할수록 건강 관련 업종이 호황을 누린다고 한다. 믿지 못할 경제 상황, 불안한 미래가 사람들의 심리를 위축시키고, 결국 '몸이 재산'이며 '믿을 건 몸뿐'이라는 인식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1994년 7,990억 원이었던 건강 기능식품 시장은 2002년 약 1조 5,000억 원으로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소득(GDP)이 1만 달러를 넘고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건강 기능식품 시장이 매년 20% 가량의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어디 식품 관련 시장뿐인가. 끝없이 증폭되고 있는 건강 바람은 거리의 풍경도 바꿔놓았다. 찜질방이나 마사지 숍, 피부 관리실, 스파 센터 등 전에 못 보던 간판이 거리를 수놓고 있다.

생명공학계는 한 번의 성공으로 일약 갑부로 도약하려는 꿈을 가장 빨리 실현할 수 있는 분야이다. 영원한 젊음을 가능케 해주는 약 하나면 빌 게이츠가 부럽지 않을 것이다. 게놈학의 발전은 개인의 '맞춤의학 시대'를 뜻하며, 결국 질병 퇴치 및 수명 연장의 꿈을 실현시켜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인류 최대의 프로젝트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은 현대인들의 젊게 오래 살기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이는 구체적인 동기가 되고 있다. 과연 생명공학도들의 신약이 네버랜드의 입장권이 될 것인가?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단 한 가지, 그 입장권이 아무리 비싸도 우리는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라는 사실이다.

고객 존중을 넘어선 메모리 마케팅



적절한 수요량을 예측할 수 없는 기업들 간의 경쟁은 수요가 예상 외로 하락하면 언제든지 공급 과잉 상태가 된다. 공급 과잉이야말로 자본주의에서 기업이 고객을 왕으로 모시는 근본 원인이다. 최근 고객 관리의 방법으로 각광받는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 고객관계 관리)' 등은 근본적으로 공급자들의 경쟁 과잉이 잉태한 공급 과잉 스트레스의 결과물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기업들은 상품을 더 잘 팔기 위해서는 고객을 완벽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고객의 욕망, 그의 버릇, 그의 가치관, 심지어는 그의 입냄새까지도. 기업들은 고객에 대한 모든 것을 완벽하게 기록하고 기억했다가 필요할 때 가장 유용하게 써먹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마케팅 경쟁의 핵심은 어느 공급자의 고객 기억력이 더 완벽하고 효율적인가에 달려 있다. 그래서 이것을 '메모리 마케팅(Memory Marketing)'이라고 한다.

첨단 시스템은 고객에 관한 거대한 기억 창고가 되고, 기억 창고의 완벽함은 그대로 회사의 마케팅으로 연결될 것이다. 완벽한 기억력, 이것은 공급 과잉의 구조적 한계를 안고 가는 기업들의 궁극적 지향이 될 것이다.

기억력 강화의 선두 주자는 전자 기억력을 갖춘 웹사이트들이다. 그들은 로그인이라는 절차를 통해 고객에 대한 기본 정보를 얻는다. 이후부터는 고객의 클릭 하나하나가 고객에 대한 정보로 기억된다. 세계적인 서적 판매 사이트였던 아마존(www.amazone.com)은 한 번 주문한 고객이 다시 방문하면 자동으로 그 고객을 기억하는 기능을 최초로 마련했다. 100명이 찾든 1,000명이 찾든, 전자 기억력의 한계는 무한하다. 고객의 선택들은 그대로 고객 취향의 분석에 필요한 기억 소자가 되고, 다음에 방문하면 그 소자들을 활용해 부가적인 상품들을 추천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 강남검진센터는 최첨단 장비를 갖춰놓고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편안하게 휴양도 하고 숙박도 하면서 건강진단을 받는 '숙박 건강진단'은 비용만 200만∼300만 원에 이른다. 일대일 서비스가 가능하니까 고객에 대한 병원측의 기억력은 탁월할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 탁월한 기억력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탁월한 지출 여력이 있어야 한다. 메모리 마케팅은 고객을 일일이 구분함으로써 필연적으로 고객을 차별하는 마케팅이다. 그리고 제대로 차별해야 부자들의 넉넉한 호주머니 구경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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