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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기계 지식

플로리아 뢰처 지음 | 생각의나무
거대 기계 지식

플로리안 뢰처 지음/박진희 옮김

생각의 나무/2000년 12월/370쪽/15,000원



생활세계 사이버 공간/ 플로리아 뢰처

24시간 불빛이 꺼지지 않는 사이버 공간

전지구 사회에서는 모든 것이 24시간 가동된다. 인터넷에서는 ‘불빛’이 꺼지는 일이 없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언제든지 탐색, 쇼핑, 작업을 할 수 있다. 스와치(Swatch)사는 상징적으로 새로운 국제 표준시를 만들어냈는데, 인터넷 시가 바로 그것이다. 지리적인 시간대로 구분하는 것은 사이버 공간에서 그야말로 시대에 뒤떨어진 유물이 되었다. 사람들이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일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에 여가를 보내는 형태나 소비 습관도 변하고 있다.

매체를 이용하는 소비 시간은 점점 늘어간다. 유일하게 아직 이용할 수 있는 영역으로 남은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면서 말이다. 신경 생리학자이자 수면연구가인 스탠리 코렌(Stanley Coren)은 『잠 도둑들』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현대인은 끊임없이 과도한 피로에 시달리고, 깨어있고 활동하는 것이 전부인 사회에 살고 있다. 집중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하기 때문에 더욱 만성 피로에 시달리게 된다. 1998년에 이루어진 어떤 연구에 따르면, 수면 부족에서 비롯된 판단착오와 사고로 해마다 미국에서만 560억 달러에 이르는 직접 손실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코렌은 그 금액을 너무 낮게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에서 연간 2만 5,000명이 사망하고 250만 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하는 사회에서 빚어지는 결과라는 것이다. 미디어에 계속 묶여 있기 때문에 우리의 주의력 시스템에, 또한 인식 능력이나 학습능력에 어떤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21세기에는 이 문제 때문에 뼈아픈 경험을 하게 될 지도 모른다.

무너지는 연대 매커니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개인화에 지장을 준다. 따라서 그런 관계는 관심을 끌지 못한다. 컴퓨터 네트는 장소에 매이지 않고, 일하는 동안만 관계를 지속하다가 어느 때나 끊을 수 있는 친구 관계를 가능하게 해준다. 네트에서 일하고, 학습하고, 장도 볼 수 있으므로 일상적으로 다른 사람과 씨름할 일도 없어진다. 원격 관계는 사회적인 압력을 줄이고, 새로운 교제 양식 및 이에 대한 기대를 가져다준다.

새로운 교제양식은 개인화에 대한 욕구에 상응하면서 근접공동체가 주는 일종의 편협함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예를 들어 전자 우편이나 채팅에서는 장벽들이 사라져 다른 사람에게 모욕을 주고는 재빨리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가 있다. 익명성이라는 조건에서 사람들은 쉽게 새로운 행동방식을 시험해 본다. 혹은 온라인에서 자신의 정체를 새롭게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가족에서 지역공동체, 국가에 이르는 모든 사회적 연대들이 지식 사회가 장려하는 유연성과 더 이상 화합하지 못할 수도 있다. 미래는 일시적인 이해 공동체, 구성원들 사이에 놓인 현저한 거리 차를 뛰어 넘어 네트로 연결되면서, 순식간에 다시 조그만 집단으로 조각조각 나버릴 수도 있다.인터넷의 새로운 공통어

가난한 국가의 국민들이 인터넷에 접속하게 된다 해도, 언어 장벽은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인터넷은 영어가 지배해왔다. 언어 장벽을 극복하는 일차적인 단계는 훌륭한 번역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집중적인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국제 연합에서는 보편적인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도쿄에 있는 국제 연합대학 고등 연구소에서는 인터넷에서의 의사 소통을 위한 새로운 언어, 일반 네트워킹 언어(Universal Networking Language)를 개발하고 있다.

연구소장 타치치오 텔라 센타(Tacicio Della Senta)의 말에 따르면, 이 연구 개발의 성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이 새로운 언어를 이용하면 인터넷을 통해 서로 다른 언어로도 의사 소통을 할 수 있다. 그러면 사이버 공간이 확산되리라고 전망한다는 것이다. UNL은 웹에서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리고 세계 어디서나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가장 중요한 목표는 우선 여러 언어로 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식은 사유재산인가, 공공재화인가

전에는 공공이 지원하는 대학과 같은 기관이 학문을 다루면서, 그로부터 나오는 각종 문헌들과 성과들을 누구나 읽을 수 있고, 스스로 검토해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이런 시대는 지나가 버렸다. 무엇이 사유 재산이고 무엇이 공공 재화인가 하는 질문이 지식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논쟁이 되었다. 동일하게 정보와 연관성을 맺고 있는 정보 산업, 인터넷과 생명공학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전 지구적으로 축적된 지식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UNL과 같은 보편언어가 한 기업의 사유재산이 된다면, 이 기업은 이 새로운 표준으로 치부를 하고, 일반인들은 이를 갈면서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UNL은 그런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더 중요한 소프트웨어 혹은 유전자와 같은 생물학 정보들의 경우는 어떠한가?

국제 지적 소유권 협회에 따르면, 미국 저작권 산업 - 소프트웨어, 영화, 음악 및 책 - 분야에서만 1996년도 한 해 2,78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여기에 종사하는 사람만도 650만에 이른다고 한다. 저작권 산업은 다른 산업 분야보다 두 배나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저작권은 미국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수출품이자, 전세계에서 가장 탐을 내는 상품이 되었다.” 유네스코 총장, 페데리코 마이어는 무엇보다 ‘학문의 사유화’를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로 보고 있다. 그것도 최근 번성하고 있는 정보 기술이나 생명공학 기술들을 공적인 자금으로 지원 받는 연구소들이 진행하고 있으면서, 이것이 사유화되고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다.

유전자 해독경쟁 - 1990년부터 여러 국가의 대학 연구소에서는 30억 DNA 연쇄들과 약 8만 개의 유전자로 이루어진 인간의 유전질을 파악하려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어느 면에서는 많이 진척되었지만, 사기업이 훨씬 더 빠른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사기업들은 연구 성과가 확보되는 대로, 특허권을 이용하여 이 성과물에 대한 소유권을 확보할 것이고, 일반인들에게 이 유전자 정보에 대한 접근을 차단할 것이다. 인간 게놈을 사유재산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공공 자금을 지원 받는 프로젝트가 성공해야 인간 유전자에 대한 이후의 연구들이 특허 때문에 중단된다든지, 많은 연구소들이 비싼 특허 사용료를 지불해야만 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국제 생명 윤리에 관한 초안을 작성하고 있는데, 이것은 국제적인 선언으로서 의결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는 무엇보다 인간 게놈 분석에 관한 연구 결과를 공개해야 하고, 유전자 연구에 사용되는 유전자를 제공한 사람들도 그로부터 발생하는 이윤을 알맞게 분배받아야만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최근 터미네이터 기술 - 지적소유권, 즉 정보사회의 주요 자본을 어떻게 보장받는가 하는 것이 입법에서 주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이것은 아마도 인터넷에서 어떤 내용을 불러올 때마다 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라고 요구하게 될 때, 가장 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용료 지불로 이용자는 장기적으로 어떤 것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한번 사용할 수 있는 권리만 갖게 되는 것이다. 이 정보 내용은 복사를 하거나 인쇄할 수도 없다. 이러한 모델은 디지털 기술분야에서 온 것이 아니라, 생명공학 기술 분야에서 나왔다. ‘터미네이터 기술’이라고 비판받는 이 방식은 미국 농무부에서 개발했다.

이 방식의 원리는 간단하다. 처음에는 건강한 작물로 성장하지만, 스스로는 번식할 수 없는 종자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 ‘일회용 작물’들은 한 번 사용하면, 폐기 처분된다. 따라서 고객은 다음해 파종을 위해서 다시 종자를 구입해야만 한다. 1998년 미국 농무부와 ‘델타와 핑키 랜드사’에서 여러 곡류의 종자들을 생식할 수 없게 만드는 유전적 방법에 대한 특허권을 획득했다. 앞으로 몇 년 안에 모든 대형 종자 회사들에서 이 유전 변형 기술을 받아들여, ‘지적 소유권’을 보장받을 것이다. 그러면 농부들은 성숙한 작물들에서 나오는 종자들을 다음해 파종을 위해서 더 이상 이용하지 못할 것이다.

지식의 접근을 막는 특허 - 저작권뿐만 아니라, 특허와 관련해서도 최근 상황은 점점 부조리한 면을 보이고 있다. 저작권이 대체로, ‘창조적인’ 제작품에 결부되어 있다면, 특허는 제작물이 발명, 즉 새로운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특정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이는 부단히 새로운 것을 발명해야 한다는 원칙에 입각한 지식 사회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통용되어 온 것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미국의 지식사회가 훨씬 앞서가고 있듯이, 계속 새로운 영역을 정복하는 지적 재산권을 확보하는 데도 선구적이다.

1998년 미국에서는 특허신청이 25만 건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약 20만 건이 처리되었는데, 15만 건이 특허를 인정받았고, 5만 건은 거절되었다. 덧붙이자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특히 신청이 두드러졌는데, 약 2만 2,000건 이상 특허를 신청함으로써 1997년에 비해 40퍼센트나 증가했다. 지난번엔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인정받은 특허 하나가 사람들에게 분노를 일으켰다. 왜냐하면 이 특허를 인정하면 전체 인터넷이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인터넷은 표준으로 유지된다. 그렇지 않으면 앞에서 이미 서술했듯이, 접근방법이 서로 다른 수많은 네트들이 나란히 존재하게 된다. 따라서 HTML과 같은 웹에 대한 공개표준으로, 서로 다른 브라우저도 정보를 찾고, 읽을 수가 있는 것이다.

HTML이 특허라면, 브라우저를 제공하는 회사에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웹은 서로 언어 호환성이 없는 여러 HTML 국가들로 쪼개져버릴 것이다. 웹의 기본을 이루는 프로그램 언어인 HTML 같은 표준은 무조건 공개되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하여 독점이 생겨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새로운 지식을 빠르게 소유하고자 하는 경쟁이 부의 불평등을 강화시키고 있다. 그런데 이 새로운 경향들이 학문 연구 과정에 어떤 지장을 주고, 과학 공동체에 어떤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까 하는 문제에 대한 토론은 뒷전에 밀려있다. 정보와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는 그저 방어적인 입장에 빠져있는 형편이다.

서구 국가들은 대부분 저작권 보호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 때문에 빚어지는 문제도 만만치 않다. 군비 예산에서 나오는 연구 투자가 현재 축소되고 있고, 이에 대한 보충이 민간이나 공공 자금으로 지원되는 연구들에 의해 전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과거에 비축된 지식보유고는 서서히 고갈될 수도 있다. 지적 소유권을 강력하게 보호한다고 해서 곧바로 혁신이 촉진되지는 않는다. 반면 지식을 사유재산이 아니라 공공재산으로 보게 될 때, 훨씬 더 큰 경제적인 장점을 얻을 수 있다.

정보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

초기 사이버 공간에서는 ‘지적 소유권’을 창출하고, 보호하는 일이 존재하지 않았다. 공개적인 지식을 존중하는 지식문화가 더 지배적이었다. 스티븐 레비는 1984년 이 새로운 개척자들을 해커 공동체로 대단히 낭만적으로 서술하고, 이들의 ‘윤리’를 이렇게 요약했다. “상하 위계 질서를 거부할 것, 어떤 권위도 불신할 것, 분산화를 촉진시킬 것, 정보를 확산시키고, 해커공동체를 지지할 것!” 그리고 저 유명한 슬로건을 내걸었다. “정보는 자유로워야만 한다. 즉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윤리는 공동의 관심사, 즉 정보 건축에서 결정적인 생산수단을 스스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바람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바람을 실현하는데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의 원천코드를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과, 그것을 통해 스스로 이 프로그램을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 다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소프트웨어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리눅스의 성공담 - 리눅스는 운영 체계지만, 동시에 그 이상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운영체계는 생산 수단에 대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만 하는 지식 사회에 대해서는 일종의 정치적인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리누스 토발즈(Linus Torvalds)가 주도하여 공동체 프로젝트로 탄생한 이 운영체제는 리처드 스톨맨(Richard Stallman)이 추진한 GNU 프로젝트에서 비롯되었다. 천재 프로그래머 리처드 스톨맨이 보기에 프로그램에 대한 사적 소유는 악의 화신이었다. 자유로운 정보교환, 자유의사에 따른 공동 작업은 물론, 그간의 공동체마저 파괴시켜 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톨맨은 80년대 초 UNIX에 대한 대안으로 GNU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다른 해커들과 함께 이 프로그램 개발 작업에 몰두했다. GNU를 이루는 하위 프로그램들을 개발했고, 세계 곳곳에서 이용되었다. 하지만 GNU는 결정적인 단점을 지니고 있었다. 여기에는 운영 체계의 ‘핵심(Kernel)'이 빠져 있었다. 스톨맨은 이 결정적인 부분을 더 이상 작성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개발작업을 하면서 지나치게 자판 작업을 많이 한 탓에 손이 더 이상 말을 듣지 않았던 것이다.

이미 차세대에 속하는 핀 리누스 토발즈(Finne Linus Torvalds)가 마침내 1990년 초 GNU의 핵심부분을 완성했다. 이로써 GNU는 개인용 컴퓨터에도 적합한 운영체계를 비로소 완전한 모습을 갖추고 작동하게 되었다. 토발즈는 이 운영체계를 리눅스라 이름지었다, 토발즈는 인터넷에다 스톨맨의 저작권 조건을 붙여 리눅스를 공개했다. 이렇게 하여 누구나 이 프로그램을 다운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수백 명에 이르는 프로그래머들이 GNU를 개선시키면 토발즈는 이 개선작업들을 보충했다.

이런 식으로 리눅스는 점점 개선되었고, 서서히 서버 소프트웨어로서 기반을 굳혀갔다. 1997년과 1998년에 윈도우에 대한 대안 운영체계로서 리눅스는 승승장구해 나갔다. 리눅스를 일반에게 공개하고, 학교나 대학 혹은 가난한 국가에 사는 사람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멕시코 대학의 한 프로그래머가 주도하여 그래픽으로 된 사용자 화면을 개발했다. 즉 리눅스 이용자들은 복잡한 명령어 등을 더 이상 학습할 필요 없이, 화면에 나오는 아이콘을 마우스로 누르기만 하면 되었다.

해커와 선물문화 - 자신을 해커라고 생각하는 에릭 레이먼드는 컴퓨터와 인터넷과 긴밀하게 결합된 선물 문화 정신을 밝혀두었다. 인터넷 초기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선물 문화란 정확히 무엇인가? 이 문화의 중심에는 역시 해커가 있다. 인터넷 자체(예를 들어 TCP/IP), 운영체제 UNIX, 유즈넷(Usenet)과 www - 그리고 새롭게는 웹서버용 소프트웨어 아파치(Apache)와 운영체제 리눅스 - 모두 해커들이 대가도 받지 않고 만들어낸 것이다.

해커들의 이런 능력을 예상치 않은 곳에서 인정했다. 레이먼드에 자극 받은 넷스케이프가 브라우저 원천 코드를 공개하면서, 이 프로그램을 같이 개발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는 아주 개인주의적이라는 해커들의 협조문화가 특히 인터넷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이 문화는 이후의 기술 진보를 위해서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여겨졌다. 선사(善射)문화 속에서의 지식 교환 경험에서 하나의 희망이 출현했다. 사적인 경제, 이윤 추구에 집착하고, ‘지적 소유권’을 하나의 상품으로서 보호하고자 하는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문화에서 누스피어(Noosphere, 테야르 드 샤르뎅의 글에서 나오는 단어로, 인지권을 뜻한다.)와 비슷한, 집단 지능 혹은 이 책에서 수 차례 인용한 전 지구적인 뇌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 말이다.

해커들은 회의 석상에서 때때로 만나기도 하지만, 대개는 네트에서만 접촉할 뿐이다. 그리고 서로 익명으로 만난다. 해커들에게는 능수 능란한 해킹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관계보다는 사회적인 연결에 머물러 있다. 레이먼드에 따르면, 자화자찬이나 자기 과시는 금물이라고 한다. 이는 이런 행동이 ‘창조적이고 협동적인 행동 실험’들로부터 나오는 중요한 신호들을 방해하는 것으로 일종의 도청에 비견될 만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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