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션
스티븐 로젠바움 지음 | 명진출판
스티븐 로젠바움 지음
명진출판 / 2011년 9월 / 328쪽 / 16,000원
Ⅰ부. 박물관에서 탈출한 큐레이션큐레이션, 고정 관념에 돌을 던지다
익숙하지만 낯선, 오늘날의 큐레이션: 큐레이션은 우리에게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용어이다. 과거에는 분야마다 용어가 달랐다. 잡지를 편집하는 사람은 편집장이었고, TV 방송국에서 프로그램을 선정하는 사람은 프로그램 편성자였다. 또 매장에 진열할 상품을 정하는 사람은 상점 주인이었다. 그러나 시청자나 고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적절한 아이템을 선택하고 알맞은 순서로 배치하여 신규 컬렉션을 만든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같은 일을 했다. 아, 물론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전시할 작품을 선정하는 우아한 직업도 있었는데, 그 명칭은 큐레이터였다.
'큐레이션'이라는 용어는 그 의미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본래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작품을 전시한다는 의미를 가진 큐레이션이라는 용어는 오늘날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말이다. 영화제에서는 상영 프로그램을 큐레이트하고, 웹사이트는 게시글을 큐레이트한다. 명품 판매 사이트인 길트 그룹은 판매할 상품을 큐레이트한다. 오늘날 큐레이션의 형식과 규모는 정말로 다양하다. 먼저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아두자. 큐레이션은 인간이 수집ㆍ구성하는 대상에 질적인 판단을 추가해서 가치를 더하는 일이다. 또한 아마추어와 전문가의 큐레이션은 엄연히 다르므로, 아마추어나 프로슈머의 등장이 전문가에게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
큐레이션은 수준 높은 인력을 요한다는 점에서 상거래, 미디어, 커뮤니티상의 핵심적인 변화다. 인간은 더 이상 예외적이고 부차적인 잉여적 존재가 아니다. 인간 그 자체가 큐레이터다. 인간은 컴퓨터가 할 수 없는 일을 해낸다. 인간에게는 뉘앙스도 너무나 많고 취향도 다양하다. 큐레이션은 선별하고 재구성하여 표현하거나 개선하는 작업이다. 컴퓨터로 각종 콘텐츠나 정보, 데이터 수집은 할 수 있어도 큐레이션이 빠지면 그저 연관성은 있어 보이나 의미 있게 조합되지 못한 자료 더미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제일 처음 큐레이션을 접하는 곳은 주로 웹사이트, 잡지, 기타 매체가 될 것이다. 자칫 큐레이션이라는 트렌드가 오래 알고 신뢰해온 기업들을 위협하는 듯이 보이겠지만, 실제로는 큐레이션이 그들을 구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머지않아 큐레이션은 우리가 물건을 사고파는 방식, 물건을 추천하고 검토하는 방식, 집단으로 정보를 공유하거나 수집하고, 공동 구매 참여자를 모집하는 방식을 변화시킬 것이다. 무엇을 구매하고 누구를 신뢰할 것인가의 문제에서 큐레이트된 경험은 본질적으로 개별적인 단순한 결정보다 우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처럼 '큐레이션'을 지향하는 트렌드의 진정한 의미는 개인이 열정과 틈새 지식을 바탕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세상에 공개할 수 있는 사상 초유의 미래를 맞게 되었다는 점이다. 여행과 고급 와인, 소장 가치 있는 도시락통에 대한 개개인의 애정이 각자의 수입원으로 연결되는 세상을 상상해보자. 물론 그 수입원은 크지 않겠지만, 소소한 일거리라도 여럿 모이면 우리의 큐레이트된 지식은 점차 단순한 취미에서 집세를 내고 대학 등록금 마련에 보탬이 되는 부업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다. 큐레이션은 일상을 압도하는 콘텐츠 과잉과 우리 사이에 인간이라는 필터 하나를 더 두어서 가치를 더하려는 노력이다. 이로써 정보의 홍수가 빚어내는 잡음은 사라지고 세상은 명료해진다. 이 명료함은 우리 스스로 선택하고, 우리가 신뢰하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 이르게 되는 상태다.
결국 큐레이션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정보의 양과 한눈에 알기 쉬운 정보라는 양립적인 트렌드를 중재하는 개념이다. 소셜미디어 권위자인 뉴욕대 클레이 셔키 교수가 말한 대로, 우리는 분명히 콘텐츠 부족의 시대에서 콘텐츠 과잉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콘텐츠가 많아진다는 말은 그만큼 이용하기 힘들어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예컨대 건초 더미 한 개에서 바늘 하나를 찾는다고 가정해보자. 또 똑같은 바늘을 건초 더미 1천 개에서 찾는다고 해보자. 그런 다음에는 10억 개의 건초 더미에서 서로 비슷한 세 개의 바늘을 찾는다고 해보자. 그 바늘을 단어나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일관된 문장 하나를 만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큐레이션은 구원자가 된다.
큐레이션으로 일군 기적 《리더스 다이제스트》
드윗 윌리스는 1889년 미네소타 세인트폴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장로교 목사였고 매컬레스터대학교의 학장을 지냈다. 월리스는 닭과 채소를 기르고 전자제품을 수리하면서 자랐다. 월리스는 1907년부터 1909년까지 매컬레스터대학교에 다니다가 UC버클리대학교로 옮겨갔다. 1912년에 중퇴하고 다시 세인트폴로 돌아가 농업 교본을 만드는 출판사에 취직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월리스는 육군에 입대했고, 부상 탓에 4개월간 프랑스에서 병원 신세를 졌다. 주로 미국 잡지를 읽으며 소일하다가 문득 읽어야 할 자료가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내 잡지 콘텐츠 양이 너무 많아 바쁜 독자들이 다 읽기에는 버겁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부터 그의 사업 아이디어가 싹트기 시작했다!
그 후 고향에 돌아간 월리스는 반년 동안 거의 매일같이 공공도서관에서 잡지를 읽으며 내용을 요약하며 색인을 만들었다. 빨리 읽을 수 있도록 다양한 주제에 대한 기사를 압축해서 요약본을 만들 계획이었다. 시범으로 《애틀랜틱 먼슬리》,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 등 여러 잡지에서 뽑은 31개의 기사로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견본호를 만들었다. 월리스는 이 '잡지에 대한 잡지'를 친구의 여동생인 애치슨에게 보여주었고, 애치슨은 이 아이디어를 마음에 들어 했다. 결국 두 사람은 1921년에 결혼했다. 이들은 12군데나 되는 출판사에서 거절당하고 나서 이 잡지를 직접 발행하기로 결심하고 수백 장의 광고 전단을 만들어서 우편으로 발송했다. 그러고 나서 월리스 부부가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연간 잡지 구독료인 3달러를 부쳐온 구독 신청자는 1,300명에 달했다.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1929년이 되자 구독자는 29만 명으로 늘어났고, 총수입은 연간 100만 달러에 육박했다. 또 40년 후에는 전 세계 40개국에서 출간되면서 2,300만 권의 발행 부수를 자랑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1억 명이 넘는 독자를 거느린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잡지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선풍적인 인기를 누린 이유로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분명히 월리스는 미국적인 기사를 선별하고 포장하는 데 천재적인 재능이 있었다. 그렇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간결하게 뒤섞는 방식도 독특했다. 다루는 주제도 과학, 사회봉사, 교육, 정부, 정치, 산업, 스포츠, 여행, 자연, 인물의 전기 등으로 워낙 다양했다.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시종일관 낙관적인 어조였고, 당대에 유행하던 앤드루 카네기 시리즈처럼 호주머니에 들어가는 크기였다. 월리스는 미국의 긍정적 사고방식이 스며든 부분을 추출해서 잡지로 만들어내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큐레이션, 고객의 목소리를 듣다
델 컴퓨터의 악몽: 《타임》 칼럼니스트인 제프 자비스는 지난 2005년 웹이 막 소비자 권력 기반으로 떠오르기 시작할 때, 델에서 노트북을 구매했다. 당시 자비스는 구글 검색에서 어떤 기업명이든 뒤에 '짜증나'라는 단어를 붙여 검색하면 순식간에 그 브랜드나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과 문제점이 죽 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비스는 '델 컴퓨터는 엉터리. 델 정말 짜증나'라는 제목의 블로그 글을 썼다. 물론 결코 장난삼아 한 일이 아니었다. 다음은 자비스가 올린 게시글 전문이다.
2005년 6월 21일. 델 컴퓨터는 엉터리, 델 정말 짜증나
나는 델에서 노트북을 샀다. 4년간 방문 서비스를 신청했기 때문에 값이 비쌌다. 그런데 이 기계는 정말 문제가 많다. 열도 많이 나고, 네트워크도 걸핏하면 에러고, CPU도 과부하가 걸리는 등 완전 불량품이다. 하지만 진짜 짜증나는 것은 우리 집에 온 컴퓨터 기사로부터 부품이 없으니 아예 회사로 보내는 편이 낫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나는 7∼10일간은 노트북을 쓸 수도 없고, 게다가 이런 헛소리를 듣는 시간까지 날려야 한다. 나는 컴퓨터를 사면서 방문 서비스를 받으려고 돈도 많이 냈는데, 결국 이렇게 약속을 안 지키는 델 때문에 2주나 되는 시간을 허비했다. '델 정말 짜증난다(Dell sucks).' '델은 거짓말을 한다(Dell lies).' 구글에 이 말을 입력하고 결과를 음미해보시라.
흥미롭게도, 이 글은 당연히 저널리즘도, 문학 작품도, 논리 정연한 주장도 아니다. 그냥 불평불만이다. 짧고 쉽다. 누구든지 쓸 수 있는 글이다. 하지만 자비스의 블로그는 상당한 트래픽과 영향력이 있었기 때문에 이 글도 주목을 받게 되었다. 우선 이 글은 델에 불만이 있던 다른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또 델이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궁금했던 기자들도 관심을 보였다. 결국 이 글은 온라인에서 변화하고 있던 소비자 권력과 발언권에 대한 델의 이해 수준을 시험하게 된 셈이었다. 그 후로 2005년 8월까지 자비스는 수많은 후속글을 게시했다.
델의 언론 담당자들은 정말 중요한 언론을 모른다. 바로 자사 고객이 작성한 언론이다. 이 글은 이미 구글에서 '델 짜증나'라는 검색어로 5위에 올라 있다. 나는 델에게 기회를 주었지만, 그들은 놓치고 말았다. 그래서 나는 델의 언론 담당 부서에 이메일을 보내 이 블로그를 읽어보라고 말했다. 커닝 쪽지까지 쥐어준 셈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읽지 않았다. 이 얼마나 멍청한 일인가! 이 '델의 악몽' 사건이 중요한 이유는 이때가 웹 퍼블리셔로서 소비자가 주목받기 시작한 초창기였고, 자비스가 브랜드를 망가뜨리려는 진짜 성난 소비자와는 달리 진심으로 학계가 이야기하는 '가르침의 순간'을 실천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소비자 감정이 모이고 증폭될 수 있다는 자비스의 경고 사격은 무시된 듯했다. 결국 자비스는 애플 컴퓨터를 샀고, 델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계속 소비자를 무시하며 화를 자초했다.
그 후 2년도 채 되지 않아서 자비스의 이러한 블로그 글은 소비자를 단합시키는 강력한 구호가 되어, 일개 소비자가 아닌 전체 소비자의 불만과 분노를 표시하는 장으로 발전했다. 소비자들은 서로 연결되자 미디어를 능가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는 말 그대로 충격적인 계시였다.
큐레이션은 곧 고객과의 대화다: 기존의 매스 미디어에서 오늘날 소비자가 주도하는 대화로 바뀐 변화가 현실에서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우선 소비자가 기업에 참여하는 방법이 바뀔 것이다. 더 이상 소비자는 기존에 상대하던 기업의 '사든지 말든지' 식의 태도를 참을 필요가 없다. 대신 "싫어, 그런 태도를 바꿔버리고 브랜드를 우리가 장악하겠어"라고 말할 수 있다. 소비자 의견을 확대 재생산하는 도구는 점차 강력해지고 있다. 게다가 이전까지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던 소비자의 단결된 커뮤니티를 촉구하는 소비자 전도사 역할에 새로운 사업 기회도 있다.
유람선 여행 상품을 예로 들어보자. '어떤 여행 상품이 좋을까?' '바가지는 아닐까?' '서비스에 불만을 느낀 여행객이 많을까?' 이러한 소비자의 질문에는 오직 상품후기, 소비자 별점 같은 인간의 큐레이션만이 잡음을 걸러내고 여행자에게 적절한 주의를 줄 수 있다. 그러면 큐레이트된 데이터를 찾는 여행자들에게 금방 신뢰받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이트가 된다.
이번에는 큐레이트된 인간 데이터를 우리 이웃에 적용해보자. 아마 동네 식당이나 미용실, 약국 등에 대한 사실 그대로의 평가가 될 것이다. 지금은 누가 우리 동네에서 여러 가게에 대한 평판을 수집해서 큐레이트하고 있을까? 분명히 누군가는 하고 있을 것이다. 이때 브랜드나 인물을 큐레이트하기 위해 따로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오히려 허가를 받지 않아야만 설사 브랜드가 소비자의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하더라도 소신 있게 진실을 밝히고 열렬한 지지 의사를 보낼 수 있으므로 진짜 신뢰할 만한 사이트나 커뮤니티가 될 수 있다.
크라우드 소싱된 데이터는 분명히 사람들에게 권력을 부여하고 앤드루 블라우가 말하는 '거대한 메가폰'이 되어 소비자의 발언권을 강화하지만, 큐레이션이 없는 크라우드 소싱 콘텐츠는 진지한 의견을 쫓아내고 가장 크고 과격한 목소리만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예의, 정확성, 배려 깊은 대화 등을 이루는 데 실패한다. 그러나 인간 편집자 기능, 즉 수집된 콘텐츠와 커뮤니티의 참여를 재구성하는 큐레이션 관점이 추가되면 진정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
큐레이트된 소비자 의견이 강력해질수록 소비자에게 소비자 반응을 필터링하는 별도의 큐레이트 감시 기구가 없는 브랜드나 서비스, 기업 등은 사라질 것이다. 브랜드별로 불평불만을 수집하는 사이트도 분명히 늘어나겠지만, 대부분의 소비자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아닐 것이다. 대신 큐레이션을 통해 솔직한 피드백과 소비자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커뮤니티가 영향력 있는 주체로 새롭게 등장할 것이다. 결국 큐레이션은 소비자와 소통하는 미래의 수단이다.
Ⅱ부. 큐레이션의 도약과 저항벼랑 끝에 서게 된 잡지와 출판
미디어 재벌을 다룬 책인 『거물의 저주: 세계를 선도하는 미디어 기업의 문제는 무엇인가』를 쓴 아바 시브는 잡지의 미래를 큐레이션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몇 가지 미디어 경험이 있습니다. 하나는 콘텐츠를 작성하여 직접 저자가 되는 겁니다. 예를 들어 블룸버그라면 콘텐츠가 곧 주가나 채권 가격이 되겠죠. 둘째로 수집의 방식이 있는데, 이는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상품화해서 실제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일이죠. 이때 기업은 중개자 역할을 맡게 됩니다. 이를테면, 기존의 대형 음반사와 비슷한 역할이죠. 음반사들은 음악가를 발굴하고, 그들이 만든 음악을 음반으로 제작ㆍ출시해서 최종 유통 채널인 소매업자에게 전달합니다. 이런 역할은 언제나 있어 왔는데 수익성이 가장 높은 부분이었죠. 그러니 수집과 제품화란 진정으로 우리를 각인시키고 고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역할을 합니다."
시브는 잡지사들이 항상 어느 정도는 큐레이터 역할을 해왔지만, 품질을 유지하면서 비용을 낮추는 것이 늘 관건이었다고 말한다. 출판이 매우 수익성이 높던 시절에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편이 비용상으로 더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시브는 동영상이 출판업자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제공한다고 말한다. "저는 예나 지금이나 출판업계에 몸담고 있지만, 동영상이야말로 인터넷의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유튜브는 이미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검색 엔진이죠. 이건 젊은 세대가 세상을 동영상 중심으로 본다는 의미거든요. 모든 미디어 기업은 이 시점에 동영상 사업에 반드시 참여해야 합니다."
시브에게 자동화된 콘텐츠 수집과 인간 큐레이션의 차이는 한 마디로 신뢰다. 독자는 인간 편집자는 믿지만 알고리즘은 믿지 않는다. 그리고 그러한 독자의 믿음은 관심과 참여, 충성도로 이어진다. "사실 신뢰라는 말도 너무 거창해요. 독자들은 그저 '여기가 좋고 또 편하니까요'라고 말할 뿐이죠. 따라서 모든 것은 결국 판단력과 큐레이션이란 개념의 문제로 귀결된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매우 민감한 문제이기도 하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기본적으로 특정 취향에 중독되기 때문이다. 쉬운 예로, 어떤 영화 비평가의 글을 읽고, 그에게 매번 공감한다면 결국 항상 그 비평가를 찾게 될 것이다. 자신의 취향과 그 비평가의 취향이 같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뉴욕매거진》, 큐레이션을 통해 얻은 영예: 큐레이션에 이런저런 형식으로 관여하고 있는 잡지사는 많지만 《뉴욕매거진》 사이트(NYmag.com)는 가장 성공적인 큐레이션 사례일 것이다. 《뉴욕매거진》을 운영하는 마이클 실버맨은 이렇게 말한다. "잡지란 특정 고객층에게 매력적인 콘텐츠를 흥미롭게 모아놓는다는 개념이므로 디지털 사업으로 전환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해왔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