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비울수록 뇌가 산다
이와다테 야스오 지음 | 이든서재
기억을 비울수록 뇌가 산다
이와다테 야스오 지음
이든서재 / 2025년 7월 / 240쪽 / 17,800원
망각은 ‘뇌의 진화’ _ 애당초 기억이란 무엇인가?
일주일 전,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기억하는가?우선 한 가지 간단한 질문을 던져 보자. “일주일 전 당신의 머릿속은 어떤 주제로 가득했나요?” 아마도 대부분은 잊지 않았을까? 누구든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연인에게 이별 통보를 받았다거나 심각한 질병을 발견하여 의사와 상담한 일처럼 정동(情動; 머리가 멍해지거나 몸이 떨릴 정도로 강렬한 감정)을 일으키는 사건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회의 준비로 바빴다’처럼 일상적 사건이나 생각은 기억에 남지 않고 그저 휘발될 뿐이다.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지 못한 사건은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고 해도, 수첩이나 휴대폰에 저장해 두는 정도면 충분하다. 그리고 마음에 동요가 일었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잊기 마련이다. 그만큼 뇌가 가진 망각 능력은 크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망각할까? 그 이유는 뇌가 그렇게 생겼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뇌가 건강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망각의 대상은 ‘일화 기억’사실 기억은 그 성질에 따라 몇 가지 종류로 나뉜다. 우선 일어난 사건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서술 기억’과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비서술 기억’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또한 서술 기억은 ‘일화 기억’과 ‘의미 기억’으로 나뉜다. 예컨대 나는 어디서 태어났고 어디서 자랐는지, 부모님은 어떤 사람이며 어느 학교를 졸업했는지 등 나의 역사를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 이는 서술 기억 중에서도 ‘일화 기억’에 해당한다. 일화 기억은 경험이나 추억의 기억이자 언제, 어디서처럼 시간과 장소의 정보를 동반한 하나의 사건과 관련된 과거의 기억이다. 그 밖에도 지난주 일요일에 누구와 어디에 갔었다는 것처럼 이미 발생한 사건이나 내일 아침에는 몇 시까지 학교에 갈 예정이라는 약속까지, 이른바 ‘기억’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포함한다.
우리가 ‘건망증’이라고 부르는 대부분이 이 일화 기억을 떠올리기 힘든 경우를 가리킨다. 그리고 노화로 인해 잊게 되는 기억 또한 보통 이 일화 기억이다. 실제로 “점점 깜빡하는 일이 잦아졌다.”라고 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 이름이나 일정, 숫자와 같은 비교적 단순한 것들을 잊는다.
반면, ‘의미 기억’은 말이나 어떤 현상이 가지는 의미를 이해하는 기억을 가리키는데, 예를 들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와 같은 사실을 실제 생활에서 감각적으로 인지하는 기능이다. ‘바나나는 길쭉한 형태이고, 색이 노랗고, 달콤하고 맛있다’처럼 누구나 경험으로 알고 있는 상식부터 양자역학이나 철학 등 학문을 이해하는 일까지가 의미 기억에 포함된다. 그리고 의미 기억은 ‘인생관’이나 ‘세계관’처럼 그 사람의 근본을 이루는 상당히 많은 부분을 만들어 낸다.
즉 의미 기억은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지 없는지보다 오히려 그 의미를 경험적으로 이해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의미 기억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에 관한 기억이다. 이 기억은 나이가 들면 젊을 때보다 지식의 양이 압도적으로 증가하는 만큼, 의식하지 않아도 우리의 행동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이를 ‘지혜’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일화 기억이 아닌, 의미 기억을 우선 유지하는 방향으로 변화한다. 즉 나이가 듦에 따라 새로운 일화 기억을 저장하기는 어려워져도 대신 의미 기억이 증가하기 때문에 뇌가 더 중요한 기능을 발휘하도록 변한다는 의미다.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기억은 축적된다‘비서술 기억’은 ‘절차 기억’과 ‘정서 기억’으로 나눌 수 있다. 절차 기억은 스포츠 등에서 신체 감각을 동반하는 기능이나 정교하고 치밀한 운동 동작 수행 등과 연관되어 있고, 정서 기억은 기쁨이나 공포 같은 감정과 연결되어 있다.
운동할 때 신체를 사용하는 방법은 매우 복잡하다. 공을 던질 때 어떻게 던질지, 자전거를 탈 때 어떻게 균형을 유지할지는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이처럼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기억은 대부분 ‘신체 사용법’과 관련이 있으며, 이를 ‘절차 기억’이라고 한다.
한편 ‘정서 기억’은 눈앞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 어떤 감정이 일어났는지를 저장한 기억을 의미하며,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어떻게 느끼고,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와 같은 경향은 사람마다 각기 다르다. 이처럼 개개인에 따라 감정의 작동 방법이 다른 이유는 정서 기억으로부터 비롯한다.
이러한 비서술 기억은 무의식중에 작동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비서술 기억과 의미 기억은 언어로 의식하면서 떠올리지 않아도 항상 작동하고 있다. 예컨대 우리는 문자를 쓸 때나 펜을 움직일 때, 신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하나하나 의식하지 않는다. 또한 정동과 관계된 기억도 무의식 수준에서 행동에 동기를 부여하며, ‘쉽게 화내는’, ‘자주 우는’처럼 그 사람의 성격이나 개성과 직결된다.
앞에서 서술한 것처럼 ‘건망증’은 주로 ‘일화 기억’을 떠올리기 힘든 경우를 말한다. 시험과 같은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데는 일화 기억을 상기하지 못해도, 즉 건망증이 있어도 결정적으로 불리할 일은 없을 것이다. 이러한 건망증은 생활을 힘들게 하는 치매와는 전혀 다르다. 망각하지 않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뇌와 기억의 작동 원리뇌에는 기억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 세포 뉴런과 기억을 정착시키는 데 중요한 작용을 하는 세 가지 아교 세포(신경아교세포별아교세포, 희소돌기아교세포, 미세아교세포)가 존재한다. 세포 비율은 나이나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평균적으로 뉴런이 20%, 신경 아교세포가 80%를 차지한다. 뉴런 한쪽에는 가느다란 나뭇가지처럼 생긴 ‘가지 돌기’가 수백 개에서 수천 개 정도 있으며, 이 돌기를 통해 다른 뉴런으로부터 기억 정보를 전달하는 신호를 받는다. 이를 전기적 신호로 교환한 다음, 비교적 길이가 긴 돌기인 축삭으로 흘려보낸다. 그러나 다음 순서야말로 컴퓨터와는 차별화되는, 살아 있는 뇌만 소유한 작동 방법의 진면목이다.
뉴런 말단에는 세포 사이를 연결하는 ‘시냅스’라는 조직이 있는데, 시냅스는 정보를 교환하는 역할을 한다. 시냅스를 사이에 두는 뉴런들 사이에는 시냅스 간극이라는 아주 작은 틈이 있으며, 이 틈을 통해 신경 전달 물질이나 이온과 같은 화학 물질을 주고받는다.
정보를 수신하는 뉴런은 이 틈에 신경 전달 물질이나 뉴런을 수신하는 수용체를 가지고 있으며, 수신한 ‘화학 물질을 이용한 신호’를 바탕으로 ‘전기 신호’를 만들어 낸다. 뉴런 사이의 틈에서 전기 신호는 신경 전달 물질이나 이온 같은 ‘화학적 물질을 이용한 신호’로 변환되고, 이를 다시 ‘전기 신호’로 치환한다. 이렇게 기억과 관련된 정보가 ‘전기 신호’에서 ‘화학 물질 신호’로 변환되는 것은, 뇌의 정보 전달 방식에서 중요한 특징 중 하나다.
그런데 정보를 흘려보내기만 한다면 전기 신호만 사용하는 편이 훨씬 신속하고 효율적일 듯한데, 왜 그렇게 하지 않는 걸까? 그 이유는 바로 ‘망각하기 위해서’다. 시냅스 간에 화학 물질을 교환함으로써 정보의 흐름 방법이나 기억의 저장 정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전기 신호를 그대로 전달하게 되면, 화학 물질에 의한 ‘망각 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뇌가 이렇게까지 능동적으로 망각 기능을 가지려는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우선 기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
기억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기억할 때 주로 사용하는 뇌 부위는 기억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서술 기억’은 주로 해마와 대뇌 피질을 사용한다.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비서술 기억’ 중 운동 기능 등의 신체 감각을 수반하는 ‘절차 기억’은 대뇌 심부에 있는 ‘대뇌기저핵’이나 소뇌, ‘정서 기억’은 해마 가까이에 있는 ‘편도체’라는 변연계 부위가 중심이 된다.
서술 기억에 대해서는 측두엽 내측에 있는 ‘해마’라는 부위가 맹활약한다. 해마가 기억의 형성에 필수적인 부위라는 사실은 생쥐를 활용한 실험에서도 명확하게 밝혀졌다. 실험에서 해마에 방사선을 쬐어 기능하지 않게 만들면, 다른 부분이 건강하다고 해도 새로운 기억이 형성되지 않았다.
서술 기억은 먼저 해마에서 형성된다. 해마는 기억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억하는 정보에 따라 일시적으로 시냅스의 형태나 기능을 바꾸어, 정보 전달의 효율을 높인다. 구체적인 예로 ‘시냅스 자체가 커진다’라거나 ‘신경 전달 물질의 수나 이를 수용하는 수용체의 수가 증가’하는 등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이 같은 시냅스의 전달 기능이 강화되는 것을 ‘시냅스 가소성’이라고 하며, 이 시냅스 가소성은 기억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냅스 강도가 증가한다는 것은 시냅스를 통해 다음 뉴런으로 정보가 흘러가기 쉬워지고, 그 신경 회로 자체가 활성화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뇌라는 시스템에 아주 작은 변화가 더해져 다음 자극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기억’의 실체다.
아마 많은 사람이 기억이란 철도에 신규 노선을 만들 듯이 ‘무의 상태에서 새로이 창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정보를 획득하고 난 뒤 뉴런 간에 새로운 회로가 만들어진다고 말이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기억은 기존 뉴런 간의 연결이 강화되거나 약화하여 만들어진다. 말하자면 기차역을 재단장하여 철도를 이용하는 인구의 흐름을 좋게 만들거나, 기차 자체를 개량하여 더 빠르게, 더 많은 사람을 운송할 수 있도록 궁리하는 셈이다.
적어도 열 살 이후의 성숙한 뇌에서는 기억이나 학습을 위해 새로운 신경 회로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째서 새로운 기억을 형성할 때 새로운 회로를 만들지 않는 걸까? 뇌 신경 회로가 매일 갱신된다면 어제 알고 있던 일을 오늘은 완전히 잊어버리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자칫 생존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그래서 뇌는 새로운 신경 회로를 만들지 않는 방향으로 진화하기를 선택한 것이다. 이러한 기능 때문에 사람은 기억을 바탕으로 ‘사고’할 수 있게 된다. 뇌는 시냅스의 변화를 촉진함으로써 기억을 만들어 내고, 이를 바탕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진화해 온 것이다.
해마의 ‘단기 기억’에서 대뇌의 ‘장기 기억’으로사실 해마에서 발생하는 시냅스 가소성으로 인해 기억이 형성되더라도 대부분은 수십 초에서 수십 분밖에 유지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단기 기억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머릿속에서 그 기억을 몇 번이나 반복하고, 즉 반복 신호를 흘려보내기 위해 의식 한구석에서 떠올리는 리허설을 하지 않으면 그 기억은 점차 소거되고 만다. 기억을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시냅스의 강도가 강화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약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억을 장기간 안정화하려면 그 정보로 인해 변화된 해마의 신경회로에서 대뇌 피질의 신경 회로로 기억 보존 장소를 옮겨야 한다. 보존 장소를 대뇌로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해마에서 시냅스 강도를 증강한 후, 리허설을 반복하여 몇 번이고 신호를 흘려보냄으로써 그 신호를 대뇌로 전달하고, 대뇌 피질에 있는 뉴런에서도 시냅스 강도를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작업으로 인해 장기간 유지되는 기억은 광범위한 대뇌 피질에 축적된다.
뇌가 가진 ‘망각하는 힘’ _ 망각을 통해 새로운 기억을 얻다
기억은 단백질로 이루어졌다기억을 형성하는 ‘시냅스 가소성’의 중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단백질이다. 시냅스의 형태도, 신경 전달 물질을 운반하는 캡슐도, 이를 수용하는 장치인 수용체까지 모두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기억이 단백질로 이루어졌다는 말은 당연하게도 ‘망각’에 단백질이 깊이 관여한다는 의미다. 망각이란 단백질이 ‘파괴’됨에 따라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또한 망각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단백질이 파괴되어 발생하는 ‘수동적 망각’과 기억과 관련된 단백질을 능동적으로 파괴함에 따라 발생하는 ‘능동적 망각’으로 나뉜다. 기억의 근원이 되는 단백질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붕괴하는데, 이와 동시에 에너지를 사용하여 능동적으로 단백질을 파괴하는 작업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기억의 근원인 단백질은 파괴되기 쉬운 성질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붕괴할 운명이다. 그렇기에 일부러 에너지를 쏟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일정량의 망각이 발생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수동적 망각’이다.
기억의 근원인 단백질은 20여 종의 아미노산 여러 개가 직선으로 연결되어 만들어진 분자로, 긴 사슬 모양의 구조가 ‘어떻게 접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접힘 방식에 따라 입체 구조가 결정되며, 발휘할 수 있는 기능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백질의 입체 구조를 유지하는 데는 항상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쉬운 일은 아니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 입체 구조는 자연스럽게 붕괴하게 된다. 기억을 구성하는 요소인 단백질 상태가 악화하여 입체 구조가 붕괴하면, 당연히 그 기억 회로를 유지하기도 어려워진다.
단백질 접힘 방식을 포함한 품질관리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 세포 내부에 존재하는 기능 구조 중 하나인 ‘소포체’다. 불량 단백질이 늘어나면 그 부담도 증가하고, 이에 따라 상태가 열화된 단백질이 시냅스 기능 장애를 초래하며, 동시에 ‘소포체 스트레스’가 세포를 사멸시키게 된다. 또한 입체 구조가 무너진 단백질은 다수의 단백질이 서로 붙어있으려고 하는 ‘응집’ 현상을 일으키기 쉬워진다. 응집된 단백질은 배출도 분해도 잘 이루어지지 않고, 한곳에 머무르며 세포 기능을 손상한다.
기억과 관련된 회로로 이어지는 자극이 충분하지 않으면 붕괴 속도는 가속화된다. 어떤 일을 회상할 때 전기 자극이 반복해서 흐르는데, 이 자극이 없으면 단백질의 입체 구조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공급되지 않고, 필요한 단백질이 새로 합성되지도 않는다. 결국, 그 기억과 관련된 단백질이 붕괴하고 회로 유지조차 어려워진다. 이 같은 단백질의 자연적인 붕괴가 시냅스 기능을 저하하고, 이는 기억 소실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죽음이 존재함으로써 생명이 계속 진화할 수 있었듯이 뇌도 ‘단백질이 태어나 붕괴하는’ 사이클을 통해 변용해 왔고, 환경에 적응할 수 있었다. 정보를 기억으로 저장할 때 단백질을 합성하여 시냅스 기능을 강화하지만, 단백질의 쓸모가 다하면 자연스럽게 붕괴하고 시냅스 기능도 원래대로 되돌아간다. 단백질의 붕괴, 즉 망각이야말로 환경의 변화에 맞춰 뇌에 변화를 불러오고 뇌를 진화시켜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억과 관련된 단백질을 능동적으로 파괴하거나, 기억 회로를 빠르게 붕괴시키는 단백질을 합성하면 망각은 더 빠르게 진행된다. 실제로 뇌에서는 이러한 ‘능동적 망각’이 발생한다. 뇌는 기억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기는커녕, 한시라도 빨리 기억을 지우려 애쓰고 있던 것이다. 그렇다면 능동적 망각은 왜 발생하는 걸까?
뇌는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정보로 인해 변화한 단백질을 합성하고, 그 때문에 변화한 시냅스 강도를 원래 상태로 되돌리려 한다. 그리고 그 기억과 관련된 단백질을 능동적으로 소멸시킨다. 원래 상태보다 단백질 합성이 증가하면 그 합성량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동시에 능동적으로 분해하여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려는 힘이 작용하는 것이다. 일상생활이나 업무 중에 얻은 방대한 정보는 당연하게도 뇌의 상태를 변화시킨다. 새로운 기억은 ‘뇌의 항상성을 위협하는 변화’라고도 할 수 있는데, 생체 시스템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여 원래 상태로 돌아가고자 ‘항상성 유지’라는 힘을 작동시킨다.
이처럼 뇌가 ‘능동적으로 망각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한 결과, 필요한 기억이 제대로 유지되고, 뇌의 기능이 모든 면에서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필요한 기억을 연결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