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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꾸는 뇌과학

양은우 지음 | 비전코리아


삶을 바꾸는 뇌과학

양은우 지음

비전코리아 / 2025년 3월 / 288쪽 / 16,000원





PART 1 뇌를 알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



달리면 행복도 달려온다


달리기가 뇌세포의 성장을 촉진한다: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육체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따라서 운동은 반드시 필요한데 그중에서도 달리기는 건강한 뇌를 유지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달리기가 뇌의 성능을 개선시킬 수 있는 것은 새로운 신경 형성, 즉 새로운 뇌세포의 성장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아직 정확하게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달리기가 뇌를 좋게 만드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연구진들은 쥐를 이용해 달리기가 기억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이들은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눈 후 한 무리의 쥐에게는 매일 15마일씩 쳇바퀴를 달리게 했는데, 15마일이면 24킬로미터쯤 되니 꽤나 긴 거리다. 또 한 무리의 쥐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도록 했다. 그저 당근을 갉아 먹고 주위를 돌아다니고 용변을 보기만 할 뿐이었는데, 이는 운동을 하지 않는 현대인들의 삶을 비유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그런 뒤 컴퓨터 화면에 두 개의 똑같은 사각형이 나란히 나타나게 하고 두 무리의 쥐를 이용해 보상 실험을 했다. 쥐가 왼쪽 사각형을 찌르면 보상으로 설탕 알갱이를 받지만 오른쪽에 있는 사각형을 건드리면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다. 쥐는 학습을 통해 왼쪽과 오른쪽 사각형 중 어느 쪽을 건드릴 때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기억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매일 달리기를 한 쥐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편안하게 지낸 쥐보다 기억력 테스트에서 두 배 정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달리기가 뇌의 기억 기능을 강화한다는 결과가 나온 셈이다. 연구진은 조금 더 세밀한 연구를 위해 두 개의 사각형을 거의 맞닿을 정도로 가깝게 배치했다. 두 개의 사각형이 거의 붙어 있다시피 했으므로 쥐가 왼쪽과 오른쪽을 구분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하지만 꾸준히 달리기를 한 무리의 쥐는 왼쪽 사각형을 찾아내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반면에 달리기를 하지 않은 쥐는 많은 실수를 했다. 연구진이 쥐가 보는 앞에서 두 사각형의 위치를 바꿨으나 달리기를 한 쥐는 가만히 있었던 쥐에 비해 보상이 주어지는 사각형을 누르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달리기는 삶의 만족감과 행복도를 높인다:
해마라는 두뇌 부위는 기억과 학습에 관여한다. 그중 새로운 기억 형성과 관련된 부분으로 치상회라는 곳이 있다. 여기에서는 매일 세제곱 밀리미터 당 약 6,000개의 새로운 뇌세포가 만들어진다. 새로 형성된 뇌세포의 수를 모두 더하면 수십만 개에 달한다. 노화가 시작되면 하루에 사멸되는 세포의 수가 20~30만 개에 달한다고 하니 죽는 신경세포만큼 새로운 신경세포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신경세포들은 필요한 영역으로 이동해 새로운 신경회로를 형성하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사멸되고 만다. 이렇게 되면 세포 생성의 효과가 없어지는 셈인데 달리기를 하면 새로운 신경세포가 목적지에 도착해 신경회로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역시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달리기를 하는 동안 뇌로 공급되는 혈류량이 증가하거나,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생성이 줄어들기 때문일 수도 있다. 중요한 사실은 달리기가 그 어떤 약보다 좋은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달리기는 우울증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우울증은 신경 형성 감소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프로작과 같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가 새로운 뇌세포의 성장을 촉진할 수도 있다. 그런데 달리기를 하면 약물 없이도 자연스럽게 뇌세포의 성장이 촉진된다.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면서 효능은 훨씬 크고, 약물이 가지고 있는 부작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달리기를 할 때 뇌 안에서는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엔도르핀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엔도르핀은 그리스어로 안쪽이라는 뜻의 ‘엔도(endo)’와 아편의 주성분인 ‘모르핀(morphine)’을 합성한 단어로 한마디로 ‘뇌 속의 마약’이라는 뜻이다. 엔도르핀이 분비되면 행복감이 생겨나고 뇌가 평온해지며 근육의 통증도 줄어든다.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를 경험하는 것도 그 순간에 통증을 잊기 위해 엔도르핀이 대량으로 방출되기 때문이다.

2008년 뮌헨 공과대학의 헤닝 뵈커 교수는 10명의 육상선수를 2시간 동안 뛰게 한 후 달리기 전후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검사를 실시했다. 검사를 위해 연구진은 인체에 무해한 특수 방사성 물질을 투여했는데, 뇌에서 모르핀 수용체를 둘러싸고 엔도르핀과 경쟁하는 물질이었다. 즉 엔도르핀 방출이 적으면 많은 방사성 물질과 결합하지만 엔도르핀 방출이 많으면 방사성 물질과의 결합은 줄어든다. 실험 결과, 달리기를 한 후 육상선수들의 뇌에서 방사성 물질의 결합량이 달리기 전에 비해 훨씬 낮아졌다. 이는 뇌에서 엔도르핀 방출이 늘었다는 것을 나타낸다. 엔도르핀이 가장 많이 방출된 부위는 전두엽과 감정의 뇌인 변연계였다. 사랑에 빠지거나 설렘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부위이기도 하다.

연구진은 심리 검사도 실시했는데, 달리기를 하고 난 후 대다수의 사람들이 만족감과 행복지수가 상승했다. 방출된 엔도르핀의 양과 비례해 엔도르핀 분비가 많은 사람일수록 달리기를 하고 난 후 만족감과 행복감이 높았다. 결국 달리기를 하면 뇌가 활성화되고 정신적인 측면에서의 만족감도 높아지므로 건강하게 살려면 달리기를 꾸준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일 무릎이 안 좋거나 여러 가지 몸의 여건상 달리기 힘들다면 빠른 파워 워킹도 도움이 된다. 특히 해가 있는 낮에 빠른 속도로 걷는 것이 좋은데, 햇빛은 천연 세로토닌 합성제이며 몸을 움직이는 것은 이 과정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운동은 단순히 몸을 단련하는 수단만이 아니며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좋은 삶은 육체와 정신의 건강이 균형을 이룰 때 이루어진다. 그러니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삶을 바꾸려면 운동에 조금 더 투자를 하는 것도 좋겠다. 지금보다 훨씬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테니까.



PART 2 뇌를 알면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바다 한가운데 등대에서 2년을 버틸 수 있을까?


실험 참가자들은 왜 막대한 돈을 포기했을까?:
몸과 두뇌는 따로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 몸은 뇌의 영향을 받아 움직이며 뇌는 몸에서 받아들인 감각을 이용해 감정이나 정서를 만들어 낸다. 뇌 없는 몸을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몸 없는 뇌도 상상할 수 없다.

인터넷에 다음과 같은 주어진 근무 조건을 충족하며 견딜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 올라온 적이 있다.? 근무 장소는 사방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절해고도의 등대. 반드시 혼자 근무해야 하며 근무지를 이탈해서는 안 됨.? 근무 기간은 2년이며 휴가는 없음. 2년 만기 근무 시 10억 원 일시 지급.

? 근무 내용은 밤에 불을 켜고 아침에 끄는 것. 일주일에 한 번 헬기로 15만 원 내외의 생필품 보급. 자체 발전기로 전기 사용 가능.? 컴퓨터는 있으나 인터넷은 안 됨.



이 질문을 던지면 다수의 사람들이 “충분히 견딜 수 있다.”고 대답한다. 10억 원이라는 돈이 적지 않으니 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친다. 하지만 장담하건대 2년의 기한을 채우고 10억 원의 거금을 손에 쥐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도널드 헵이라는 신경과학자가 그 이유를 잘 말해 준다.

1950년대 캐나다 신경심리학자 도널드 헵은 제자인 월터 벡스턴과 함께 기발한 실험을 했다. 학생들에게 매일 20달러씩 주고 바깥소리가 차단된 공간에 그냥 앉아 있게만 한 것이다. 외부의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고 에어컨에서 쉭쉭 하는 바람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렸다. 그로 인해 피험자들은 자신의 숨소리나 심장 박동 소리, 침 삼키는 소리 등을 전혀 들을 수 없었다. 헵은 피험자들에게 색깔이 짙은 안경을 씌워 시각을 차단했고 의자에는 엄청나게 푹신한 쿠션을 깔아 허벅지나 엉덩이를 통해 전달되는 감촉을 느끼지 못하게 했다. 또한 요리 장갑처럼 안에 솜을 두툼하게 댄 장갑을 끼고 두꺼운 마분지로 만든 원통을 팔에 끼워 팔의 촉각마저 차단해버렸다. 시각, 청각, 촉각 등 외부 감각이 모두 차단된 상태로 만든 것이다.

1950년 당시 하루에 20달러라면 엄청나게 큰 금액이었으므로 많은 사람들이 앞다투어 실험에 지원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정해진 일주일의 기한을 다 채우지 못하고 겨우 이틀이 지난 후 실험을 포기했다. 일주일을 다 채운 지원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실험이 시작되자마자 피험자들은 집중력이 크게 약해지는 증상에 시달렸다. 무언가 한 가지 생각에 집중하려고 해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엉뚱한 길로 빠지곤 했다. 실험 중간에 실시된 인지 능력 테스트에서는 형편없는 점수를 기록했다.

피험자들 중 상당수는 실험 도중 환청이나 환상을 경험했다. 몇몇은 음악 소리를 들었고, 일부는 벽지 무늬를 보았으며, 어떤 사람들은 아기와 마주치거나 개가 총에 맞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다. 어느 피험자는 조그마한 다람쥐가 겨울용 부츠를 신고 배낭을 멘 채 실험실에서 활발하게 돌아다니는 광경을 보았다고 했다. 또한 밀림을 헤매다가 원시 시대 괴수를 만나는 환각에 빠진 피험자도 있었다. 일부 사람들은 실험이 끝난 뒤에도 주변의 사물과 사람들의 윤곽이나 크기가 자꾸 변형돼 보여 실제 모습으로 인식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고백했다.

외부 자극이 없으면 뇌는 환상에 빠진다:
절해고도의 등대에서 근무하는 상황은 헵이 연출한 상황과는 상당히 다르다. 눈이나 귀, 손 등 외부에서 입력되는 감각을 차단하는 장치들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면 별반 다르지 않다. 시각 정보는 하루 24시간 동안 전혀 변함이 없을 것이다. 파도치는 바다와 끝도 없이 펼쳐진 하늘뿐. 청각 정보는 오로지 단조로운 파도 소리만 들릴 것이다. 후각 정보는 비릿한 바다 냄새 또는 축축한 습기 냄새 정도가 전부일 것이다. 다른 감각은? 인위적으로 차단하지 않아도 24시간 내내 별다른 자극이 주어지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촉각이나 통각 등 다른 감각들도 무뎌질 것이다. 이렇듯 외부 감각에 변화가 없다는 것은 자극이 멈춘 것이나 다름없다. 1주일이나 2주일 정도는 그 상태로 지낼 수 있을지라도 2년을 지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어쩌면 10억 원의 돈을 쥐기 전에 정신 이상 상태가 돼서 나올 수도 있다.

인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텅 빈 상태를 견디지 못한다. 특히나 도날드 헵의 실험에서 피험자들이 견딜 수 없는 점은 외부로부터 입력되는 감각이 철저하게 차단된 상태라는 것이다. 즉 두뇌에 전달되는 외부 자극이 전혀 없다는 얘기다. 이렇게 아무런 자극도 없는 상태, 텅 빈 상태를 인간의 두뇌는 위협적으로 느낀다. 인간이 외부로부터 입력되는 자극을 박탈당하면 심한 경우 정신착란을 일으킬 수 있다. 두뇌는 외부의 감각을 느끼고 그에 적합하게 반응하는 일이 주 임무이기 때문에 외부로부터 자극이 없을 때 두뇌의 모든 감각 기관들은 할 일이 없어진다. 그러면 자극 없이는 견딜 수 없는 뇌는 스스로 일을 꾸며내어 자극을 공급하는 수밖에 없다. 환상이나 환청 등이 나타나는 것도 결국은 감각 기관이 만들어 낸 헛것인 셈이다. 헵은 뇌의 감각 영역이 자극을 받지 못하면 그와 관련된 신경세포는 자기 자신에게 몰두할 수밖에 없고 결국 인간은 환상에 빠지게 된다고 했다. 실수로 냉동 창고에 갇힌 사람이 환상에 시달리다 죽었다는 이야기도 일리가 있다.

버지니아 대학교 티모시 윌슨 교수는 조금 다른 실험을 했다. 400여 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15분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한 가지 주제를 생각하게 했다. 감각을 차단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중 과제를 제대로 수행한 사람은 거의 없었고 정신적 불안을 호소한 사람도 있었다.

이후 윌슨 교수는 다소 변형된 실험을 고안해 냈다. 이번에는 피험자들에게 작은 오락거리를 제공했는데 다름 아닌 전기 충격기였다. 버튼을 누르면 스스로에게 전기 충격을 가하도록 만든 것이다. 전압은 겨우 9볼트로 심한 고통은 아니지만 살짝 불쾌감을 느낄 수준이었다. 실험에 앞서 윌슨 교수는 자학성애자를 골라내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해 고통을 즐기지 않는 정상적인 사람들만 실험에 참여하도록 했다.

실험은 전과 동일하게 진행됐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생각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 중 3분의 2가 최소한 한 번 이상 전기 충격기를 눌렀다. 15분간의 평균치는 일곱 번이었다. 어떤 피험자는 15분간 백구십 차례나 스스로에게 전기충격을 가했다. 주어진 상황을 참을 수 없어 연신 버튼을 눌러댄 것이다.

헵과 벡스턴, 윌슨의 실험을 보면 고립된 등대에서 2년을 지내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때로는 사람들로부터 상처받아 인간 세상에 환멸을 느끼기도 하지만 인간은 자극 없이는 견딜 수 없는 존재다. 아무리 잘난 사람도 주위 사람들과 어울리며 소통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다. 코로나로 말미암아 집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우울증 환자가 늘어났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혼자 고립되기보다는 주변 사람들과 넓게 교류하며 지내는 것이 좋을 듯싶다.



PART 3 뇌를 알면 사고의 힘을 키울 수 있다



편리함에는 대가가 따른다


내비게이션이 뇌 기능을 저하시킨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IT 기기 중 하나가 내비게이션이다. 내비게이션이 있어서 낯선 길도 별 어려움 없이 찾아갈 수 있으니 세상이 얼마나 편리해졌는지 모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내비게이션 덕에 일일이 지도를 보고 낯선 길을 확인하지 않게 되면서 두뇌를 활용하는 데 게을러지지는 않았는지 의심해 보는 게 마땅하다.

일본의 과학자들이 간단한 실험을 했다. 피험자들을 모집해 목적지까지 걸어오라는 과제를 내 준 것이다. 연구진은 피험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고 한 그룹은 내비게이션을 이용해 길을 찾아오도록 핸드폰을 주고, 두 번째 그룹은 종이 지도만 주었다. 그리고 세 번째 그룹은 찾아가는 길을 말로만 설명해 줬다. 연구진은 이들이 모두 목적지에 도착한 후 걸어온 경로를 지도로 그려 달라고 요청했다. 세 그룹 중에서 지도를 가장 정확하고 자세하게 그린 그룹은 설명만 듣고 목적지를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반면에 내비게이션을 이용한 첫 번째 그룹은 지도를 그리는 데 무척 어려움을 겪었다.

이 실험 결과에 따르면 가장 편리한 문명의 이기를 사용한 그룹이 지도를 그리는 데 가장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는 내비게이션에 대한 의존도가 두뇌를 활용하려는 의도적 노력을 저하시켰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신경과학자인 노르웨이의 카야 노르뎅옌에 따르면 인간의 뇌 속에는 천연 GPS가 있다고 한다. 우선 현재 내 위치를 알려주는 장소 세포(place cell)가 있어서 현재 위치에 대한 정보와 함께 지리적 위치와 연관된 기억 정보를 제공한다. 어릴 때 친구들과 뛰어놀던 개울가를 떠올리면 당시에 신호를 보내던 장소 세포가 지금도 신호를 보낸다. 두 번째는 격자 세포(grid cell)로 육각형 패턴으로 거리를 측정하면서 뇌 안에 일정한 좌표를 생성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늘 가던 길목에서 벗어나 낯선 길로 들어서도 지금 어디쯤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세 번째는 머리 방향 인지 세포, 즉 HD 세포(Head Direction cell)로 머리를 특정 방향으로 향할 때마다 신호를 보내 마치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한다. 유독 길눈이 어두운 ‘길치’들은 이 HD 세포의 기능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네 번째는 속도 세포(speed cell)로 몸이 움직이는 속도에 따라 신호를 보낸다. 마지막으로 벽이나 울타리 같은 것에 도달했을 때 신호를 보내는 세포가 있는데 이를 경계 세포(border cell)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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