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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친해지는 연습

최윤정 지음 | 현대지성


나와 친해지는 연습

최윤정 지음

현대지성 / 2025년 2월 / 392쪽 / 18,800원





1장 자기 친화력이 좌우하는 인생



자기 친화력을 만드는 세 가지 기둥


힘든 상황을 함께 견딘 친구와는 끈끈한 우정이 생긴다. 서로를 향한 날카로운 말은 최대한 아끼고 웬만하면 너그럽게 넘어간다. 친구의 입장을 이해하려 애쓰며 힘을 북돋는 말을 주고받으며 응원한다.

이것을 나 자신에게 똑같이 적용해보면 어떨까? 우정을 지키는 마음으로 나를 돌볼 때 나와의 친밀도가 커져서 자기 사랑의 형태로 변할 것이다. 친구가 완벽하게 내 마음에 들어서 이해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이 아니듯, 내가 완벽하게 내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다. 친구를 내가 바꿀 수 없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듯,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다시 말해 자기 친화력은 스스로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자신의 감정을 더하거나 빼지 않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을 지닐 때 생긴다. 이것을 나는 자기 가치감, 자기 공감 능력, 자기 신뢰라는 마음근육으로 정리했다.

이 세 가지 마음근육이 튼튼할수록 자기 친화력을 발휘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상태가 된다. 각 요소는 완전히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세 요소 중 문제가 되는 것이 있다면 나머지 두 가지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제 이 각각에 대해 살펴보자.

자기 가치감:
자기 가치감(self worth)은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해서 얼마나 확신을 지니고 있는지와 관련이 있다. 우리가 자신에게 던지는 가장 근원적인 질문은 “나에게 살 가치와 권리가 있을까?”, “나에게 행복한 삶을 누릴 충분한 자격이 있을까?”일 것이다. 이것은 인간의 가장 기초적인 권리인 생존권과 행복권에 대한 질문으로 건강한 자기 가치감이 존재할수록 흔들리지 않는 긍정의 답이 나온다. “그렇다. 나는 살 가치가 있는 존재다. 나에게는 행복한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라고 확실히 답한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생존권과 행복권이 있음을 확신하지 못한다. “나에게 살 가치와 권리가 있을까?”라는 문장을 되뇌일 때 일말의 의구심이 슬그머니 떠오르기도 하는 것이다.

자기 가치감은 일종의 자화상이다. 거울에 비추어진 모습이나 사진에 찍힌 모습과 같이 실제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자신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이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즉, 자기 가치감은 실제 당신의 가치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스스로를 얼마나 가치 있게 생각하는지를 의미한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워할수록 자기 가치감은 손상을 입는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할 때 우리는 수치심을 느낀다.

자기 공감 능력: 자기 공감 능력(self empathy)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민감하게 알아차리는 것과 관련이 있다. 친절한 친구처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때까지 자신을 보살피고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능력을 말한다. 우리는 자신에게조차 솔직하지 못할 때가 많다. 파괴적인 분노나 상처로 연약해진 마음이 자신을 외면하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누구나 자신의 어둡고 연약한 면을 마주할 때면 두려움을 느끼고 달아나고 싶다. 그럼에도 자신에게 공감하기 위해서는 내면의 밝은 면뿐만 아니라 어두운 면에도 기꺼이 귀를 기울여야 한다. 원치 않는 감정을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자기 자신을 그 이상으로 발전시킬 방법이 없다. 이를테면 자신이 느끼고 있는 분노를 두려워해 외면하는 사람은 자신의 분노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분노의 원인도 알 수 없고 그것을 해결하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다.

자신의 모든 측면을 소외시키지 않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면 불필요한 두려움이나 거부감을 버려야 한다. 우리의 감각, 감정, 생각은 수없이 생겨났다 사라지는 것에 불과하다. 나의 일부를 설명해줄 수는 있지만 나라는 존재 전체를 규정하는 근거는 되지 못한다. 만약 어떤 사람이 자신이 느끼는 분노를 인정한다고 해서 365일 분노에 휩싸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자신이 분노를 느낀다는 것 그 자체에 대한 거부감은 내려놓아도 괜찮다.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또 다른 감정, 생각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이렇게 얻은 정보는 나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자기 신뢰: 자기 신뢰(Self reliance)란 자신의 영향력에 대한 강한 믿음을 뜻한다. 스스로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는 확신이다. 자기신뢰가 있는 사람은 “나는 내가 원하는 나로 성장할 수 있다.”, “내 삶은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갈 수 있다.”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자기 신뢰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바로 매일의 선택으로 쌓아나가면 된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순간에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는가? 침대에 누워 오늘은 예외적으로 휴식을 취하기로 결정하는가, 아니면 힘들지만 계획했던 일을 하는 쪽을 선택하는가? 자기 신뢰는 하기로 마음먹었던 일을 선택할 때 쌓인다. 또 세상 속에 뛰어들어 자신에게 필요한 기회를 만들고, 능력을 발휘하는 경험을 통해 점차 강력해진다.

어떤 삶이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는 운명론적인 관점을 지니고 산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외적 통제 신념을 지니고 있다고 표현한다. 외적 통제 신념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삶을 수동적인 방관자의 자세로 바라볼 위험이 있다. 마치 꼭두각시와 같은 삶을 사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힘을 과소평가해서 도전을 피하고, 관성에 순응해 쉽게 체념한다. 반면 자기 신뢰가 높은 사람들은 내적 통제 신념을 지니고 있다. 자신을 운명의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삶을 주체적으로 기획하고 연출하는 감독이 된다. 이것은 진짜 어른으로 성장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어른은 자기 존재와 삶을 기꺼이 책임진다. 나의 선택과 행동으로 인한 결과를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동성의 사슬을 끊어내고 맞닥뜨리는 과제에 도전하는 용기는 자기에 대한 강한 신뢰가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나는 절대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아니다. 실패하더라도 경험을 통해 배우고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믿음이다. 불리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대처할 수 있다는 확신이다.

정리하면 자기 친화력에는 단순히 나와 친하게 지내야 한다는 의미를 넘어, 나의 가치를 확신하고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 나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도전해야 한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목표는 각각의 마음근육을 강화해 자기 친화력이 힘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다.



2장 나의 가치를 결정하는 사람은 오직 나 _ 자기 가치감



나에 대한 확신은 오직 나만 줄 수 있다


자기 가치감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스스로 행복한 삶을 누릴 만한 자격이 있는지 확신하지 못한다. 그들은 가치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수준 이상의 조건이 갖추어져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인 풍족함, 신체적인 건강, 아름다운 외모 등이 그것이다. 조건을 정해놓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할수록 자기가치감은 점점 더 손상되어 간다. 명문대에 가겠다는 일념 하에 여러 해 동안 대학입시를 치르고 있는 은우 양도 마찬가지였다.

“선생님, 저도 스스로를 가치 있게 여기고 싶어요. 입시 생활이 정말 지옥 같은데도 3년째 매달리는 이유가 제가 스스로를 가치 있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도 잘 알아요. 하지만 다른 사람이 인정해줄 만한 대학에 가야 저도 절 인정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때는 우울한 마음도 깨끗이 사라지지 않을까요? 아직 이루어낸 게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저를 가치 있게 여길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은우 양뿐만 아니라 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가 외부로부터 주어진다고 착각한다. 여기서 외부 요인이란 타인, 조직, 사회, 문화 등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을 의미한다. 인간은 주변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칭찬과 인정, 존경 같은 긍정적인 메시지부터 비난과 시기, 무시 같은 부정적인 메시지까지 다양한 신호를 주고받는다. 이러한 외부 요인에 쉽게 휘둘리는 사람들은 좋은 평판을 얻고 인정받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소모한다.

세상 속에서 왜곡된 자아: 특히 SNS에서는 자신의 가치를 외부에서 찾고자 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특별한 여행지, 성공적인 결과물, 사치스러운 소비, 즐거운 교류의 순간만 공유하면서 일상과 동떨어진 삶을 전시한다. 좋아요와 댓글의 수로 자신의 삶을 평가받고 만족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외부의 찬사는 자기 존재에 대한 확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대중의 사랑을 받던 유명인이 어느 날 자살을 선택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헐리우드의 유명 제작자인 스티브 빙은 몇 년 전 스스로 생을 마감했는데 그가 남긴 재산은 무려 6,600억이었다. 물질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 같았지만 자기 가치감을 살 수는 없었던 것이다. 자살은 자신의 가치를 가장 극단적으로 부정하는 행위다. 객관적으로 충분한 조건을 갖추어도 존재 의미를 찾지 못한다면 비극적인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은우 양은 다년간 입시를 치르면서 우울증이 악화되어 병원에 온 경우였다. 그런데 막상 진료를 해보니 은우 양은 병원에 오기 한참 전부터 우울한 상태였다. 은우 양은 사춘기를 지나면서 스스로를 내세울 것 없는 부끄러운 존재로 인식했고 명문대생이라는 성취를 달성해야 당당한 존재가 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은우 양에게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자기 가치감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은우 양은 다른 사람이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먼저 아니냐고 반문했다.

은우 양이 번번이 진학에 실패한 것은 입시라는 외로운 과정을 견뎌낼 동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고, 진심으로 자신을 돕고자 하는 마음도 없었다. 작은 좌절에도 쉽게 무너졌고 자신에 대한 믿음은 자주 흔들렸다. 무너진 자신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자신을 위로하고 설득하며 응원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은우 양은 오히려 자신을 몰아세우고 다그치며 때로는 협박까지 했다. 결국 우울증은 심해지고 번아웃이 찾아왔던 것이다.

나의 가치를 의심 없이 받아들일 것: 자신에게 습관적으로 조건을 거는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몸무게가 10킬로그램이 빠지면”, “안정적인 직업을 갖게 되면” 행복할 것이라고 말하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마치 그 조건들을 달성하지 못하면 행복할 권리가 없고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 아닌 것처럼 여긴다.

그런데 과연 외적 조건을 갖추면 자기 가치감을 높일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자기가치감 형성에는 내적 요인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나의 가치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법이다. 스스로 무가치하다고 생각하는 한 외부에서 아무리 우호적인 메시지가 쏟아져도 자기 가치감은 변화하지 않는다. 마치 극성이 다른 물과 기름이 서로 섞이지 않는 원리와 같다. 내면의 자기 평가와 상반된 외부 요인은 아무리 긍정적이어도 흡수되지 않고 겉돈다. 내면 깊은 곳에서 자신의 가치를 경험하고 확신하지 않으면 어떠한 방법으로도 자기 가치감을 높일 수 없다. 자기 가치감의 본질을 이해하고 나면 더 이상 잘못된 방법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나의 존재에 대한 의심을 버리겠다는 결단부터 하라. 자기 가치를 확신하는 것은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튼튼한 골격을 세우는 일이다. 믿기 어렵더라도 “나는 세상 속에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갈 만큼 충분히 가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그렇다면 어떻게 나에 대한 의심을 버리고, 존재 가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다음 장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3장 나의 행동과 감정에 공감하기 _ 자기 공감 능력



감정은 나의 수호신이다


뇌는 감정을 두려워한다. 감정의 심판관이 되어 감정을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분류한다. 그러고는 곧바로 통제 모드로 돌입한다. 좋아하는 감정은 “이건 놓치면 안 돼. 더 붙잡아야 해!”라며 꽉 움켜쥐고, 싫어하는 감정은 “이 녀석, 너 따위가 왜 여깄어? 당장 사라져!”라며 몰아내려고 애쓴다. 이와 같이 무의식적으로 반복해온 감정 습관은 당신을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게 하고 감정을 통제불가능한 것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감정은 나름의 중요한 기능이 있고 생존에 도움이 된다. 불편한 감정조차도 내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감정은 싸워야 할 적도, 집착해야 할 대상도 아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흘려보내면 그만인 자연스러운 경험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감정 앞에서 겁쟁이가 되었을까? 이것은 뇌가 진화 과정에서 발달시킨 본능적인 방어기제와 사회적 학습이 얽혀 만들어졌다.

감정반응의 진화적 뿌리: 인간은 부정적인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진화되어왔다. 두려움과 분노 같은 불쾌한 감정은 원시 환경에서 “위험을 피하라”라는 강력한 경고로 작용했다. 반면 편안함이나 즐거움 같은 긍정적인 감정은 “기회를 놓치지 말라”라는 덜 긴급한 신호였다. 극단적인 원시 환경에서 경고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조상들이 살아남았고, 그 유전적 특성이 오늘날 우리에게 전해졌다. 이렇게 형성된 ‘부정성 편향’은 인간이 긍정적인 감정보다 부정적인 감정에 과민 반응하도록 이끈다.

뇌는 부정적인 감정을 생사가 걸린 위협으로 착각한다. 통증이나 위협이 감지되면 즉각적으로 투쟁 - 도피 - 경직 반응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가령 맹수에게 물리면 뇌는 싸울 것인지, 도망칠 것인지 신속히 결정하도록 지시한다. 이때 싸우기에도 역부족이고 도망칠 방법도 없다면 몸을 얼어붙게 만들어 생존을 도모한다. 이런 반응은 사자가 우리를 쫓아오는 상황에는 분명히 쓸모가 있다. 하지만 슬픔이나 불안 같은 감정 앞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감정적 위기 앞에서 뇌의 원초적 생존 매뉴얼은 우리를 더 큰 고통 속에 빠뜨릴 뿐이다. 맞서 싸우거나 도망치려는 충동은 고통을 심화시키고 문제 해결을 가로막는다. 생각이나 행동이 정지되는 경직 반응은 고립감과 무력감을 더할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불리한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은 뇌가 정서적 고통을 신체적 고통과 동일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fMRI를 활용한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뇌는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인 고통을 구별하지 못했다.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을 각각 유발했을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이 매우 유사했던 것이다. 뇌의 활동 패턴만 보아서는 신체적 고통을 겪고 있는지, 정서적 고통을 겪고 있는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감정을 가로막는 행복 강박: 감정을 통제하려고 애쓰는 또 다른 원인 중에는 자연스러운 감정표현을 억압하며 행복에 대한 강박을 부추기는 현대 문화도 있다. 미디어는 완벽한 삶을 이상화하고, SNS에는 행복과 성공을 과시하려는 게시물로 넘쳐난다. 이는 행복과 성취만을 기록하고 보여주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준다. 긍정적인 사고가 선이라고 강요하는 문화는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길 주저하게 만든다. 힐링과 행복에 초점을 맞춘 콘텐츠는 슬픔과 고통을 마땅히 배제해야 할 대상으로 몰아간다. 직장에서는 ‘사회성’이라는 덕목 아래 억지로 웃으며 감정을 삼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사람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보다 억누르고 회피해야 하는 대상으로 느낀다. 이로 인해 슬픔, 분노, 불안과 같은 자연스러운 감정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간다. 이런 감정을 느낄 때도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건 내가 문제가 많아서야.”라며 자신을 책망한다. 불편한 감정을 억누르고 통제하려는 행복 강박이 감정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가로막는다.

억누르고 강요할수록 멀어지는 행복: 하버드 심리학과 교수였던 다니엘 웨그너는 1987년에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흰곰 실험을 시행했다. 한 그룹은 ‘억제 그룹’으로 “다음 5분 동안 흰곰에 대해 생각하지 마세요.”라는 지시를 받았다. 다른 그룹은 ‘표현 그룹’으로 “흰곰에 대해 자유롭게 생각하세요.”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리고 참가자들에게 흰곰이 떠오를 때마다 책상 위에 있는 벨을 누르게 했다. 그 결과, 억제 그룹은 흰곰에 대해 떠올리지 않으려 애쓰는 동안에도 흰곰이 계속 떠올라 오히려 표현 그룹보다 벨을 누르는 빈도가 더 높았다. 억제하려던 시도가 오히려 무의식적으로 흰곰에 대한 이미지를 더욱 활성화시키는 ‘억제 반발 효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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