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면역력을 키우는 어른의 소통법
게이브리엘 하틀리 지음 | 부키
관계 면역력을 키우는 어른의 소통법
게이브리엘 하틀리 지음
부키 / 2024년 7월 / 296쪽 / 18,000원
1부 내가 틀릴 수도 있다
1장 갈등 상황 속 내 역할 인식하기나는 문제없다는 착각: 내 남편 미치와 나는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약혼했다. 우리는 처음부터 서로 끌렸다. 한동안 뉴욕에서 교외에 사는 전문직 남성들만 만나던 나는 도요타 타코마 픽업트럭을 몰며 낚시와 사냥을 즐기고 조류 생물학 박사학위가 있는 미치의 신선한 매력에 무장 해제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미치는 다정하고 세심했다. 걸리는 것은 딱 하나였다. 그는 시골 체질이었고, 나는 토박이 뉴요커라는 점이었다. 당시 삼십 대 초반이었던 나는 이제는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재판 연구원이라는 평판 좋은 직장과, 친구와 가족을 떠나 조류 생물학자인 미치를 따라 시골로 이사했다. 그의 수입이 나보다 적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출장이 잦고 집에 있을 때는 상당한 시간을 체육관에서 보낸다는 건 결혼한 뒤에야 알게 된 사실이었다.
미치가 곧 이직할 예정이고 그러면 집을 비우는 시간이 더 늘어날 거라는 말을 꺼냈을 때 나는 썩 내키지 않으면서도 그냥 받아들였다. 자기 소명을 좇아야 마땅하다며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된다고 허락까지 했다. 그게 올바른 선택 같았지만, 여전히 나는 깊은 좌절감을 느꼈다. 오래 지나지 않아 남편의 부족한 수입을 보충해야 한다는 재정적 압박감과 점점 늘어나는 육아 부담으로 새로운 삶에 대한 환상마저 깨지고 말았다. 얼마 뒤 미치는 승진했고, 1년에 25퍼센트가량은 집을 떠나 있게 되었다. 출장을 갔다 돌아오면 그 동안 놓친 것을 벌충하려고 안달하며 체육관에 가고, 사냥을 나가고, 식사를 준비하고, 세 아들과 시간을 보냈다. 나는 투명 인간이 된 듯 답답하고 외로웠다. 나를 애지중지하던 남자친구가 어떻게 내가 그렇게나 원하는 관심을 한 톨도 주지 않는 남편으로 변해 버렸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원망은 점점 더 쌓였고, 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무력감만 커졌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나 역시 결혼 생활 내내 이 불공평한 관계에 연루된 공범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미치만큼 자기 삶의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남편의 꿈을 지지하려 애쓰며 내 삶을 이리저리 비틀었지만, 정작 나 자신을 위해 한 일은 거의 없었다. 그건 과연 누구 잘못이었을까? 우리 관계가 바닥을 치고 나서야 나는 나 또한 문제의 일부임을, 그리고 상황을 바꾸고 싶다면 내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미치를 격려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나 자신을 격려하기 시작했다. 내 불행을 남편 탓으로 돌리는 대신 내 삶을 재편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혼 전에 했던 것처럼 세상일에도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려고 노력했다. 결혼과 육아 외에 내가 하고 싶은 일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일단 나를 추슬러 몸을 움직이고, '나를 위해' 뭔가를 하고,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하자 기분도 한결 나아졌다. 그리고 오랫동안 꿈만 꾸었던 첫 책을 실제로 집필하기 시작했다.
미치는 나의 이런 변화를 놀랍게도 순순히 받아들였다. 처음에는 내가 자주성을 되찾아 뭔가를 하겠다고 말을 꺼낼 때마다 남편이 반발하리라 예상하고 잔뜩 긴장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반발은 거의 없었다. 나는 조용히, 그러나 과감하게 내 세상을 재구축해 나갔다. 그동안 나 또한 문제의 한 축을 담당했음을 깨닫지 못한 채로 내 선택을 남편 탓으로 돌리면서 화내고 비난하며 사느라 내 삶을 몇 년이나 낭비한 셈이었다. 미치가 내 외로운 마음을 좀 더 알아주거나 내 감정적 욕구를 눈치채 줬더라면 좋았겠지만, 남편이 일부러 못되게 군 것은 아니었다. 그
저 자기가 바라는 대로 자기 삶을 살았을 뿐이다. 내가 바라는 삶을 사는 것은 내 몫이었다.
우리는 화가 나면 자기 불만을 남 탓으로 돌리고, 부정적 결론을 내린 다음 투쟁-도피 반응을 보일 때가 아주 많다. 하지만 관계에서 발생한 문제에서 자기 역할을 알아채고 명확히 파악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 할 일이다. 그렇다고 그 문제가 전부 우리 잘못이라는 뜻은 아니며, 그저 우리가 그 역동의 일부라는 뜻일 뿐이다. 일단 그 역동에서 자기 역할을 염두에 두거나 인식하고 나면 극심한 갈등을 완화하거나 심지어 제거할 능력이 생겨난다. 생각과 말, 행동을 바꾸면 더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낼 수 있고, 그에 따라 관계 자체도 바뀌기 마련이다. "내가 문제의 일부"라는 이 명료한 인식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전에 갖춰야 하는 필수 요소다.
2장 작은 습관의 나비 효과생각을 바꾸는 3단계: 흔들림 없고 오래가는 방식으로 습관을 바꾸고 싶다면 먼
저 자신의 습관적 태도와 사고 패턴부터 손봐야 한다. 그리고 그에 앞서 생각을 바꾸는 다음 3단계를 기억하자.? 1단계: 내 생각과 행동 알아차리기
? 2단계: 그에 따른 결과 또는 관계 목표 고려하기
? 3단계: 달라지고 싶다면 생각과 행동을 재조정하기
1단계에서는 내 생각과 행동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내적 갈등이든 외적 갈등이든 갈등에서 내 역할을 인식하고 받아들인 뒤에야 다른 결과를 얻고 싶은지 아닌지 마음을 정할 수 있음을 기억하자. 갈등에 갇힌 기분이 든다면 내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자문해 볼 때다. 2단계에서는 내 생각과 행동에 따르는 결과에 스스로 만족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당신의 사고 또는 행동 방식이 평온함 또는 내적 평화에 도움을 주는가? 특정 관계에서 당신이 바라는 관계 목표를 이루게 해주는가? 당신의 핵심적 가치관과 일맥상통하는가? 만약 그렇다면 아무것도 바꿀 필요가 없다. 하지만 내 언행 탓에 삶에 어긋난 부분이 생겼음을 깨달았다면 해당 언행을 내가 얻어내고 싶은 결과에 걸맞은 무언가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
3단계에서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언행을 보다 생산적인 무언가로 대체해서 목표에 긍정적 영향을 줄 새 신경 회로와 습관을 만들어내는 법을 배운다. 예를 들어 손톱을 물어뜯는 사람이 그 버릇을 고치고 싶다면 손톱을 깨물고 싶은 충동이 들 때마다 손으로 다른 행동, 이를테면 손가락을 깍지 끼는 동작을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마찬가지로 습관적 사고 패턴을 바꾸고 싶다면 이 오래된 패턴을 새롭게 대체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당신이 주변 사람들의 행동과 버릇을 바꾸고 싶더라도 당신이 실제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대응뿐이다. 목표는 상대방의 짜증 나는 행동에 대응하는 나의 생각, 말, 태도를 그야말로 재구성해서 자신의 심리적 역동을 바꾸는 것이다. 예컨대 남편이 휘발유를 넣어야 하는 당신 차에 깜박하고 경유를 넣는 바람에 차가 견인되고 수백 달러가 깨졌을 때 버럭 화를 내는 대신 잠깐 차분히 앉아서 그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른 남편 마음은 어떨지 생각해 보자. 동료가 회의 석상에서 시도 때도 없이 당신 말을 자른다면 따지고드는 대신 더 강력하게 주장을 펼 방법을 생각해 보자. 거기서부터 문제를 풀어 나가면 된다. 당신이 할 일은 남의 행동이 아니라 자기 대응을 바꾸는 것임을 잊지 말자.
자기 습관이 어떤 식으로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지 못하면 관계에서 변화를 꾀하기가 지극히 어려워진다. 현재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누군가와 다툼이 벌어지면 크든 작든 내 습관을 알아채기가 훨씬 힘들어진다. 갈등은 불안을 자극하고 마음의 눈을 가려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우리를 감정적 혼란에 빠뜨려서 상황을 더 나빠지게 한다. 갈등이 일으키는 혼란의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않을 대비책은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이다.
2부 삐걱거림의 심연 들여다보기
3장 중립은 가능성으로 가는 문걱정을 문제로 키우지 않는 법: 론다와 빌은 17년간의 결혼 생활 끝에 갈라섰다. 론다는 빌이 느리고 비효율적이라 짜증스러웠고, 빌은 론다가 항상 자기 고집대로만 행동한다고 비난했다. 사실 둘 다 어느 정도는 옳았다. 론다는 자기주장이 강했고, 쉽게 동의하는 성격인 빌은 나중에 론다가 밀어붙이는 바람에 등을 떠밀렸다며 자기선택을 후회할 때가 많았다. 다행히도 둘은 중재를 통해 이견을 조율할 수 있었고, 아직 어린 두 아이를 함께 키울 일이 남아 있었다. 작은 동네에 사는 만큼 둘 다 상대방이 자기 평판에 먹칠하지 않기를 바랐다.
서로 거리를 두고 지내면서 론다는 자신이 높이 평가했던 빌의 장점인 상식적 현실 감각, 믿음직함, 아이들을 아끼는 마음을 새삼 깨달았다. 강력히 이혼을 원하기는 했지만, 이제 와 돌아보니 빌이 자신에게 딱 맞는 짝은 아니었더라도 좋은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이제 혼자 알아서 모든 것을 결정하게 된 빌은 자신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방식으로 론다가 그의 삶에 모험과 기회를 더해 주었음을 깨달았다. 덧붙여 론다가 할 때는 아주 쉬워 보였던 육아와 일의 병행이 만만치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빌과 론다는 결혼 생활 내내 서로 탓하며 오랜 세월을 보냈고 이혼을 거치면서 드디어 중립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웠다. 갈등 상황에서 한 걸음 물러서는 데 필요했던 물리적, 시간적 여유가 떨어져 지내면서 생겨났고, 이혼 조정 과정에서 두 사람의 태도도 달라졌다. 빌과 론다는 둘 다 만족할 만한 유일한 길로 나아가려면 상대방을 성격까지 포함해 있는 그대로 인정할 필요가 있음을 명확히 깨달았다. 마침내 중립성을 온전히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아마도 헤어지기 전에 상대방과의 차이를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면 둘의 관계가 그렇게 나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이혼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게 있었기에 두 사람은 자신의 결혼 생활과 가정이 평생 가지 못했다고 해서 실패했다는 뜻은 아니라고 여기게 되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타인과 두루 원만하게 지내며 조화 속에 살아가고 싶어 한다. 잠자리에 들 때면 오늘 사람들과 잘 지냈다고, 아니면 적어도 주변 사람들의 기분을 망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 중재인으로 20년 넘게 일하며 나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실제로 더 많이 얻을 수 있고, 그러려면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상대방과 차이를 조율할 때는 자기 쪽으로 치우치기 쉽다. 스스로 원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면 더 넓은 범위에서 좋은 결과나 해결책을 찾을 가능성이 제한된다. 중립성이 확보되었을 때 비로소 더욱 폭넓게 생각할 수 있다.
나는 종종 할머니께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할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그저 늘 똑같지. 걱정은 많은데, 문제는 없단다." 할머니 말씀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특정한 문제나 걱정거리에 집착하다 보면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기 쉽다. 반면 중립성을 확보하면 미래에 대한 막연한 걱정과 당장 관심을 쏟고 행동에 나서야 하는 진짜 문제를 구별할 여유가 생겨난다. 중립적 관점에서 걱정거리를 살펴보면 무작정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는 사태를 피할 수 있다.
4장 ‘무엇’ 너머 ‘왜’를 향해그 오렌지가 꼭 필요한 이유: 요리 경연에 참가한 세 요리사 A, B, C가 있었다. A와 B 모두 오렌지가 필요한 요리를 만들고 있었는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 문제가 생겼다. 오렌지가 하나뿐이었던 것이다. 타협하기로 한 두 사람은 오렌지를 반씩 나눠 가졌다. A는 오렌지즙이, B는 껍질이 필요했다는 사실은 나중에야 알았다. 오렌지를 반으로 나누는 바람에 둘 다 레시피대로 요리를 완성하지 못했고, 결국 레몬을 썼던 C가 경연에서 우승했다. A와 B가 자신에게 필요한 재료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오렌지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말했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이 사례는 자신이 뭔가를 '왜' 원하는지를 스스로, 그리고 상대방에게 물어야 하는 이유를 명확히 보여 준다.
나는 이혼 법정에서 재판 연구원으로 일하던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 가운데 의뢰인들이 자녀 양육권과 집의 소유권을 두고 다툰 사례가 있었다. 조와 리타의 이혼 사유 중에는 조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이유도 있었다. 이 사실은 이혼 결정 자체에는 중대한 요소였지만, 결과 측면에서 법적으로 중요한 요소는 아니었다. 이혼 소송에서 누가 불륜을 저질렀는지는 재산 분할 비율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상담 도중 조가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이 맥락 없이 계속 튀어나와 대화에 방해가 되자 나는 이 점을 지적했다. 조는 연신 지겹다는 표정을 지으며 건성으로 사과하거나 리타의 주장을 반박했다. 조와 리타는 법적 관점에서는 결국 이혼 결과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할 주제를 두고 계속 의미 없는 논쟁을 벌였다.
울면서 신세 한탄을 하는 리타의 말을 한 시간째 듣던 나는 문득 리타가 공감받기를 원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렇게 말했다. “정말 결혼생활이 전부 거짓인 것처럼 느껴졌겠군요." 그런 다음 리타를 편든다고 오해받지 않게 재빨리 조를 돌아보며 이렇게 진정시켰다. "물론 저는 두 분의 결혼생활이 거짓이었다고 생각지는 않아요. 하지만 부인이 느꼈을 감정을 이해하는 것뿐이에요."
내가 리타의 감정을 이해해주자마자 마치 마법처럼 리타는 합의할 준비가 되었다고 말했다. 리타는 자신이 이해받았다고 느끼자, 아이들과 집, 재산을 전부 가져야겠다는 자기 욕망 아래 숨은 '왜'에 열린 태도로 귀 기울일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리타는 '남편에게 배신당한 나'라는 악순환의 프레임에서 벗어났다. 리타는 집, 은행 계좌, 단독 양육권까지 모든 것을 욕망(want)했다. 하지만 실제 욕구(need)는 안정감과 이해였다. 결혼생활 전부가 거짓이라고 느끼는 감정을 내가 경청을 통해 읽고 인정해 주자 리타는 곧 감정적으로 차분해졌다. 그리고 재산분할에서 자신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거기서부터 일은 수월하게 풀렸다.
이 과정은 상당히 간단해 보인다. 그렇다면 왜 이혼 소송은 대부분, 심지어 자산 공개가 끝난 뒤에도 1년이 넘게 걸릴까? 우리가 이분법적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자신은 원하는 것을 얻어야 하고 상대방은 아무것도 얻을 자격이 없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리타가 그랬듯 우리가 자기 입장(무엇)에 너무 집착하느라 자신의 진짜 관심사(왜)에 관심을 쏟지 못한다는 데 있다. 예컨대 매주 한 번은 고급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데이트하고 싶다는 주장은 입장, 즉 '무엇'에 해당한다. 이 뒤에는 진짜 관심사, 즉 배우자와 친밀감을 느끼거나, 특별한 느낌을 받거나, 육아 부담에서 잠시 벗어나거나, 기분을 전환하거나, 자기다움을 되찾는 등 자신에게 필요한 '왜'가 숨어 있다.
갈등을 해결하려면 싸워서 얻으려고 하는 것 뒤에 가려진 감정을 살펴봐야 한다. 감정이야말로 거의 모든 것을 움직이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갈등이 벌어지면 감정적 사고는 이성적 사고를 구석으로 밀어낸다. 감정이 조종간을 차지하면 우리는 자신이 그 문제에 대해 '왜' 그런 식으로 느끼는지는 무시하고 '무엇'에만 매달리며 고집을 부리기 쉬워진다. 여기서 '무엇'이란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리키며, 대체로 이는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반사적 요구다. 해결에 이르기 위해서는 욕망보다 욕구를 우선시해야 한다. 흥미롭게도 욕구를 충족하면 욕망까지 채워질 때도 있다.
문제를 두고 협상할 때는 이 점을 이해하는 것이 더없이 중요하다. 자신이 원하는 대상(욕망)을 다루기 전에 원하는 이유(욕구)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이 차이를 명확히 파악한다면 당신은 예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만큼 능숙하게 모든 문제에 대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적으로 대상과 이유를 한데 섞어 행동한다. 내가 그것을 원하는 이유를 깊이 생각지도 않은 채로 원하는 것을 말하고, 생각하고, 요구한다. '왜'라는 이유에 답해야 자신의 욕구가 보이고, 그런 뒤에야 자유롭게 합의에 이르게 된다. 나의 감정, 그리고 상대방의 감정에 귀 기울임으로써 자기 입장만 고집하던 상태에서 벗어나 쌍방의 '왜' 사이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자신을 움직이는 원동력을 더 깊이 이해할수록 지금 겪는 갈등의 상당수가 불필요하게 여겨질 것이다. 의미 없는 다툼이 사라지면 인간관계도 훨씬 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