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형 인간의 팀장생활
권도연 지음 | 현대지성
I형 인간의 팀장생활
권도연 지음
현대지성 / 2023년 6월 / 376쪽 / 16,800원
어쩌다 팀장옆에 앉은 박 대리가 비명소리를 냈다. ‘차장님, 인사 났어요. ㅠㅠ 알고 계셨어요?’ 이게 뭔 소리야 하고 생각하는데 여기서 카톡, 저기서 카톡. 동시에 핸드폰의 알람까지 드르르르륵 쉴 새 없이 울어대기 시작했다. 황급히 사내 통신을 접속했더니 진서연이 홍보팀에서 소비자분석팀을 간다는 인사 공고가 나 있었다. 어떤 통보도 예고도 없었다. 이럴 때 쉽게 손을 뻗을 수 있는 건 서 팀장이었다. “팀장님, 저 인사 났는데요. 알고 계셨어요?” 서 팀장은 파티션 너머로 자리에 앉으라고 손짓한다. 잠시 후, ‘잠깐 나와봐.’라는 서 팀장의 카톡을 받자마자 나는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서연아… 어쩌냐. 지금 소분팀에서 사람이 급하게 필요한가 봐. 거기 경험자가 너밖에 없다는데….” “경험요? 선배, 신입 때 6개월 한 거 그거요?” “소분팀 이 팀장 있잖아. 이 팀장 사람은 좀 거지 같아도 일 하나는 잘하니까 그냥 닥치고 1년만 나 죽었네 하고 일이나 배우자. 그리고 다시 홍보팀으로 와. 내가 너 책임지고 끌어당길게.” 서 팀장은 미안한 듯 어깨를 두드렸다. 허세라도 서 팀장의 말은 위로가 됐다.
발령이 났으니 인사도 할 겸 소분팀을 찾았더니 이 팀장이 말했다. “나 육아휴직 써요. 1년간 자리 비우기로 했는데… 인사팀에서 말 없었어요?” “그러면 전 누구한테 일을 배우죠?” “아, 인사해요. 우리 표 사원과 신 사원.” 이 팀장의 말에 표 사원과 신 사원이 일어났다. 표 사원은 노랗고 긴 파마머리를 한 여자, 신 사원은 전자상가 앞 바람 인형처럼 길고 까만 남자. 나는 그 둘에게 눈을 맞추며 까딱하고 고개를 숙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제가 여기 업무는 잘 모르거든요. 많이 가르쳐주세요.”
긴 파마머리와 바람 인형이 아무 말 없이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대신 말을 받아주는 이 팀장. “뭘 가르쳐줘. 표 사원은 입사한 지 1년, 신 사원은 3개월 됐어.” “네에에?? 그, 그럼 전 팀장도 없이, 신입사원 둘만 데리고 일 하나요?” “진 차장 입사한 지 10년 가까이 되지 않았나? 그럼 뭐든 할 줄 알아야지. 이번 기회에 팀원들 잘 이끌어가며 리더십 한번 발휘해봐요.” “리…더십이요?” 그때 옆 팀에서 누군가가 폭소하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리더=진서연’의 공식을 공개적으로 비웃는 듯했다. 전략팀이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나선중 팀장. 나의 첫 사수, 나의 적, 나의 영원한 빌런. 그렇게 나는 팀장도, 차장도, 과장도, 대리도 없는 팀에 떨어졌다. 나는 그렇게 팀장이 됐다.
나의 슬기로운 신입생활이곳 DM산업은 나의 1순위가 아니었다. 나의 1순위는 외국계 기업이자 국내 코스메틱계의 1위, 애틀랜틱코리아였다. 하지만 그곳은 서류부터 불합격을 통보하며 나를 문 앞에서 냉정하게 내쳤다. 이후 삼성, 현대, CJ, LG 등에 지원했지만 번번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DM산업의 합격 문자는 78번째 자기소개서를 막 고치고 있을 때 받았다. 그날 다짐했다. 내 이 회사에 뼈를 묻으리라! 하지만 출근 한 달 만에 나는 다시 자기소개서 파일을 열어 문장을 고쳤다. 이렇게 고루하고 올드한 회사라니! 마음이 그러하니 무슨 일을 하든 열정이 따라붙을 리 없었다. 나는 시키는 일만 했다. 그때 나의 사수가 바로 나선중 팀장이었다. 그 당시 나 차장은 첫인상부터가 머리카락을 빼쭉 서게 했다. 찢어진 눈매와 꾹 다문 입매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의 손에 든 효자손 때문이었다. 그는 은색 스테인리스로 된 작은 효자손을 부적처럼 갖고 다녔다. 그 효자손으로 자신의 어깨를 툭툭 치며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녔다. 툭툭 소리가 멀리서 들리면 후배들은 허리를 곧추세우고 긴장했다. 그는 일명 ‘골드라인’ 멤버였다. 골드라인은 우리나라 최고 학벌로 꼽히는 한국대 졸업생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들은 스스로 회사 경영이나 국가 미래에 대해 고민한다고 떠들어댔다. 하지만 사람들은 알았다. 그들이 모여 하는 일이란 인사 고과와 관련된 작당모의라는 것을. 사람들은 골드라인을 적폐라며 손가락질하다가도 피해받기 싫어서 알음알음 줄을 섰다. 그중에서도 나 팀장은 신입 시절부터 유명했다.
그는 내게 화를 잘 냈다. 하도 버럭버럭해서 그에게만 보이는 ‘화를 돋우는 버튼’이 나에게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는 모든 것에서 자신의 매뉴얼에 맞는 맞춤형 후배를 강요했다. 특히 문서에서의 기준은 너무나 높고 까다로워서 매번 그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스스로 완벽하지 않으면서 후배에게 강요했다면 반감이 들었겠지만 문제는 그가 보고서 작성만큼은 완벽했다는 것에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가 또 소리를 질렀다. “너 이거 내가 아까 고치라고 했잖아. 내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지? 너 업무에 집중 못하지? 너 내가 우습지?” 지적 사항을 꼼꼼히 체크한다고 했는데도 결국 오타 하나를 놓쳤다. 나는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그의 태도가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나의 반응에 그도 당황한 듯 보였다. 한참 후, 설움을 토해낸 그 자리에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하지만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몰라 고개를 숙인 채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진 사원 일어나요. 여기서 이러는 거 아니야. 뭐 하는 거야, 어른이.” 지금 나의 찐친, 서 팀장이었다. 그녀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인도 아니었고 말도 섞어본 적 없었지만 그녀는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주었다. 바로 어깨와 팔. 나는 그녀에게 의지하는 척하며 휴게실로 도망쳤다. “진 사원, 아니 진서연. 너 회사에서 도망치고 싶은 거 다 아는데, 가기 전까진 좀 열심히 하면 안 되니?” “네?” “다 티 난다고. 너는 모를 거 같아도 선배들은 다 알아. 언제라도 여길 뜰 준비하고 있는 후배, 효자손이 저러는 거 알아서 그러는 거야. 더 갈구는 거라고. 그러니까 티 좀 안 나게 해라. 오늘 밤에 뭐 하냐? 나랑 술이나 먹자. 너 때문에 내가 오늘 술이 땡긴다.”
그날 함께 술을 마셨고 서 팀장은 말했다. “너 내 동생해라. 내가 언니 해줄게. 힘든 거 있음 나한테 얘기하고. 또 다른 회사 이력서 쓸 일 있으면 이력서도 봐줄게.” “저한테 왜 그러시는 거예요?” “옛날에 내가 그랬거든. 여기가 두 번째 직장이야. 사수가 너무 괴롭혀서 이직했는데 여기도 똑같은 인간들이 수두룩하더라고. 그때 깨달았어. 회사는 어딜 가나 괴로운 곳이다. 어차피 괴로운 곳, 내 마음이나 고쳐먹자. 욕먹을 때마다 ‘하늘이 또 날 테스트하는구나!’ 생각했지. 그럼 뭐 견딜 만하더라고.”
신입(팀장), 신입(사원)을 만나다이제 나는 팀장이다. 팀원에게 모범이 돼야 하므로, “안녕하세요.” 일부러 목소리에 힘을 줬다. 나의 등장에 이 팀장이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기다렸어요. 나 오전에 인수인계 마치고 바로 퇴근해야 하거든.” “아… 예.” “최 실장님께 인사는 드렸어요?” “미처 생각을 못했네요.” “이따 오후에 인사드리러 가보세요. 지금은 안 계실 거야.” 이후 이 팀장은 간단히 업무를 인계하고, 떠났다. 이후 텅 빈 회의실에 셋이 모였다. 어색했다.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홍보팀에서 온 진서연입니다. 사실 팀장을 달기에는 1~2년 정도 더 남았는데 인사팀에서 무슨 생각인지 저를 팀장 직무대행을 시켰네요. 그래서 말인데 우리 직급 따지지 말고 편하게, 친구처럼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혹시 신 사원, 아침에 무슨 일 있었나요?” “네?” “좀 늦게 온 거 같아서… 혹시 개인적인 사유가 있었나 해서요.” “지각은 아닙니다. 출근길에 택배 보관소에 들러 팀에 온 택배나 우편물을 챙겨 옵니다.” “아, 미안해요. 그럼 신 사원과 표 사원 현재 무슨 업무하고 있는지 궁금한데, 말 좀 해주시겠어요?”
표 사원이 입을 열었다. “이런 말씀드리기 좀 그렇긴 한데… 사실 이 팀장님께서는 업무를 거의 혼자 하셨습니다. 신 사원과 저, 둘 다 신입이어서 그런지 일을 안 맡기셨어요. 그래서 저희… 아무 일도 안 하고 있습니다. 그냥 그때그때 이 팀장님께서 시키는 일을 했어요.” “그러면 두 사원은 현재 소분팀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이 뭐가 있는지 알고 있나요?” “….” 둘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음… 알겠어요. 오늘 오전에 두 분은 소분팀 관련 이슈 좀 파악해볼래요?” “관련 이슈요? 어떤….” “제가 소분팀 업무를 거의 9년 만에 하는 거라서요. 지난 경험도 6개월이 채 안 되고요. 그래서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해요. 여러분이 내가 소분팀 팀장으로서 알아야 할 것, 알았으면 하는 것을 생각해서 공유해줄래요?” 질책이나 강압이 아니라 도와달라는 읍소에 표 사원과 신 사원의 얼굴도 풀어졌다.
막막한 시작점심시간이 됐다. 나는 할 일이 있다며 표 사원과 신 사원에게 점심을 먹고 오라고 했다. 짐도 풀어야 했고, 당장 눈앞에 쌓여 있는 서류도 검토해야 했다. 탕비실에서 냉동 식빵을 토스트해서 가져왔다. 입에 빵을 물고 키보드를 치면서 생각했다. 소비자분석팀, 여기는 뭐 하는 곳일까. 팀에 대해 떠올려봤다. 우리 팀은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을 파악해 최 실장에게 보고하는 것이 주 업무다. “다녀왔습니다.” 신 사원과 표 사원이 들어왔다. 이제 내가 그들에게 일을 줘야 할 시간이 왔다. 보고서에 들어갈 표가 필요했다. 누구를 시켜볼까, 1년 차의 표 사원보다는 그보다 더 경험이 적은 신 사원에게 맞다고 판단했다. “신! 사원님! 지금 보고서 작성 중인데 거기에 들어갈 표를 하나 만들어주세요. 표에 들어갈 내용은 2022년 서버에 동향 보고 폴더에 넣어놨고요. 내용 참고해서 표로 정리해주시면 됩니다. 가로는 장점과 단점으로 나누고, 세로는 포장재 재질 변경 이전과 이후로 나누면 됩니다.” “아, 네? 네….” “이해… 한 거죠?” “네.” “안 적어도 돼요? 다 외웠어요?” “아뇨. 팀장님. 방금 주신 말씀 카톡으로 보내주실 수 있으실까요?” 아! 이게 바로 그 유명한 MZ세대의 모습이구나!
나는 그에게 지시사항을 정리해 카톡으로 보냈다. 세 시간 후, 그에게서 띠리링 카톡이 왔다. 첨부파일이란다. 아니, 이걸 대면보고를 안 해? 나는 그가 보내온 파일을 열어보고는 꾹 눌러왔던 화가 꿈틀대는 것이 느껴졌다. 표는 표라고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표의 가로 세로에는 엉뚱한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 그것도 정리되지 않은 문장들이 네 개의 네모 칸 안에 흩어져 있었다. “신 사원! 제 자리로 와볼래요?” “어… 이게… 음… 혹시 한글에서 표 안 만들어봤어요? 이게 너무 기본이 안 돼 있어서요.” “아, 저는 팀장님께서 보고서에 옮겨 쓰신다길래 내용만 분류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내가 말한 기준대로 다시 분류하고 표도 다시 만들어주세요.” 이후 그가 보내 온 보고서도 변한 것이 없었다. 나는 그가 만든 표를 보란 듯 지워버렸다.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
첫 보고“어, 팀장 새로 왔네요.” 최 실장이었다. 그가 출근길에 소분팀에 들러 알은체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진서연입니다.” “그래요. 이 팀장한테 인수인계받은 거 있죠? 그거 한 3시쯤 봅시다.” “네, 찾아뵙겠습니다.” 최 실장. 그는 올해 초 정부 기관에서 내려온 일명 ‘낙하산’이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각종 국가기념일 행사를 주도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다 정권이 바뀌자 소리 소문 없이 자취를 감추더니, 어느 날 우리 DM산업에 나타났다. 대표 이사의 인맥이라고 했다. 10층에 모여 있는 소비자분석팀과 기획팀, 전략팀을 총괄하는 기획실장으로 발령받아 1년째 근무 중이었다.
2시 58분, 최 실장의 방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내가 말했다. “반갑습니다, 실장님. 소비자 동향보고서를 특별히 지시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저희 DM산업에 대한 여론의 추이를 보면, 보시다시피 긍정어보다 부정어가 두 배 이상 높게 관찰됩니다. 특히 최근에는 핸드크림의 알루미늄 용기가 자꾸 터지는 이슈가 있었고요. 관련해서 소비자들의 반응과 여론을 정리했습니다.” “음, 그래요.” 최 실장은 내가 보고서를 읽는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지막 장의 마지막 문장을 읽자 그제서야 입을 뗐다. “소비자들은 그렇고 진 팀장 생각은 어때요? 실제로 핸드크림 용기가 잘 터지던가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최 실장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음… 그럼 소비자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아, 아니요. 그런 게 아니라….” “동향보고서는 소비자의 동향을 적는 게 맞아요. 그런데 소비자들이 왜 그런 평가를 했는지 실제로 소비자들의 말이 맞는지 직접 경험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앞으로도 소분팀의 보고서는 그런 시각에서 써줬으면 좋겠어요.” “예….”
부끄러웠다. 내 고민을 누군가가 나눠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 뭐 해요?’ 나의 멘토이자 인생 선배인 서 팀장에게 구원의 카톡을 날렸다. “역시 최 실장님답네. 아무튼 대단한 사람이니 아마 너한테도 좀 다른 말씀을 하신 게 아닌가 싶어. 난 뭐랄까 실장 눈을 보고 있으면 내 속을 다 들키는 기분이야.” “어머, 저도 그랬어요. 영혼 없이 쓴 건 맞거든요. 한마디로 보고서에 진심을 담으라, 이건데… 사실 말이 쉽지 뭘 하라는 건지 도통.” “팀원들하고는 얘기해봤어?” “팀원들요? 아, 맞다. 선배. 내가 신입한테 표 하나 만들어오라고 시켰거든요. 와, 근데…. 이거 봐요.” 나는 신 사원이 보내온 파일을 열어 확대해서 서 팀장 눈앞에 들이댔다.
“푸하하하!” 서 팀장의 큰 웃음소리에 옆에 있던 직원들이 모였다. 그렇게 서너 명의 사람들과 떠드는데 서 팀장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눈으로 물었다. 왜요. “음… 이제 신입 놀리는 거 그만해야 할 거 같아. 나 궁금한 게 있어. 서연아, 혹시 표 작성하기 전에 꼼꼼하게 설명해줬어? 아님 샘플이라도 보여주던가.” “아니요. 그래도 표의 기본이라는 게 있잖아요….” “신입한테는 기본이 아닐 수 있잖아. 가르쳐줘, 초반에 힘들더라도 기다려줘야지.” “그건 그래.” 하고 곁에 있던 사람들이 맞장구를 쳤다. 자리에 돌아와 앉아 생각했다. 뭘 가르쳐줘야 하나. 막막했다. 시계를 보니 벌써 퇴근 시간이다. 그래, 보고서고 뭐고 내일 하자.
집에 와 욕조에 물을 받았다. 그때 서 팀장에게서 카톡이 왔다. ‘서연, 혹시 그 신입, 보고서 가지고 갈궜음?’ ‘아뇨, 왜요?’ ‘너네 신입. 지금 완전 꽐라.’ ‘엥?’ ‘아까 네가 보여준 보고서 그거 누가 신입한테 얘기했나 봐. 네가 신입 보고서 가지고 놀렸다고. 그래서인 듯?’ ‘헐, 미치겠네.’ ‘선배, 저 실수한 거죠.’ ‘나도 미안해지네. 나 신입일 때는 더 심했는데.’ ‘하아… 어찌할까요.’ ‘이럴 땐 정공법이야. 미안하다고 해. 좋은 말 있잖아, 일부러 그런 건 아니다. 사과는 바로바로 해야 깔끔해.’
MZ세대의 반란나는 회의실에서 신입과 그나마 덜 신입인 두 명에게 ‘보고서 작성 시뮬레이션’을 했다. 표 사원과 신 사원은 열심히 따라왔다. 나는 내용 이해에 중점을 두고 속도가 느린 신 사원에게 수준을 맞췄다. 웃고 떠들다 보니 한 시간이 순식간에 흘렀다. 내가 말했다. “앞으로 이틀, 바쁘면 사흘에 한 번씩, 오후 4시에 신입사원 교육을 할 겁니다. 물론 업무가 바쁘면 휴강할 수도 있어요. 그래도 웬만하면 시간을 내서 할 테니까 적극 참여해주세요. 자, 이제 자리로 돌아갑시다.” 그때 신 사원이 말했다. “저번에 팀장님이 참석해야 할 회의가 있거나 알아야 할 사항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정리를 좀 해봤습니다.” “아… 고, 고마워요.” “제가 표를 못 만들어서 그냥 주욱 적기만 했습니다. 보기 좀 불편하실 수도 있는데….” “어… 아니, 아니에요. 이건 보고서도 아니고 내가 그 사실만 알면 되는 거여서….” “네, 다행입니다. 표 만드는 거는 오늘 가르쳐주신 대로 다시 해보겠습니다.” 빨리 미안하다고 해. 사과 따위 쉽다고 했잖아. 하지만 입은 떨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