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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의 하루는 저녁 6시에 시작된다

오인환 지음 | 라이스메이커


유대인의 하루는 저녁 6시에 시작된다

오인환 지음

라이스메이커 / 2022년 2월 / 244쪽 / 16,000원





CHAPTER 01 하루에 관한 철학 - 유대인의 하루는 저녁에 시작된다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


창세기 1장에는 특이한 표현이 반복된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첫째 날이니라.” (창세기 1장 5절) 성경에는 이런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하루의 시작을 아침으로 보는 일반적인 상식과 다르게 성경에서는 하루가 저녁으로 시작해 아침으로 끝난다. “하나님이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다.” (창세기 1장 3절) 세상이 창조될 때, 빛보다 어둠이 먼저 있었다는 의미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와 같은 이유로 저녁을 하루의 시작으로 보고 아침을 하루의 끝으로 봤다. 이러한 유대인의 사고방식은 21세기인 지금도 유효하다.

어둠이 있지만, 곧 빛이 생길 것이라는 사고는 그들을 긍정적인 민족으로 거듭나도록 작동했다. 12세기부터 18세기까지 약 600년간 유럽에 살던 유대인은 조롱과 혐오의 대상이었다. 그들은 가난하고 공포와 절망의 환경에 항상 노출된 민족이었다. 2차 세계 대전이 벌어졌을 당시 히틀러는 홀로코스트로 600만의 유대인을 학살하기에 이른다. 인류사에 전무후무한 박해의 배경 속에서도 그들은 밤이 깊을수록, 새벽이 다가오고 있다는 희망의 믿음을 가졌다. 시간을 인식하는 그들만의 관념이 인생을 바라보는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시곗바늘을 보면 오른쪽으로 돈다. 그 이유는 해와 관련이 있다. 해가 동쪽에서 떠오르고 서쪽으로 가는 동안 그림자는 해의 반대쪽, 즉 왼쪽에서 생겼다가 점점 오른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시계가 없던 고대 유대인은 ‘해’의 위치로 시간을 파악했다. 하지만 수시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현대와 달리, 고대 유대인은 해의 위치로 대략적인 시간을 파악하는 정도였다. 신약 시대에 유대인은 시간의 기준을 일몰과 일출로 정하고, 그 사이의 시간을 12시간으로 설정했다.

유대인은 율법에 따라 하루에 세 번 기도를 한다. 그들의 기도 문화가 하루의 시간을 정밀하게 구분 지어야 하는 이유가 된 것이다. 그들은 정오를 기준으로 오전 9시와 오후 3시에 기도를 했다. 이렇게 일과 중 자연스럽게 ‘쉼’의 시간을 가지면서 시간을 계획적으로 활용하는 문화적 토대가 형성됐다.

과거에도 현대에도 시간을 쪼갠다는 것은 굉장히 유용하고 효율적인 방법이다. 만약 누군가가 당신에게 큰 돌을 세 개 주면서 작은 구멍의 호리병에 넣어 보라는 주문을 했다고 하자. 커다란 세 개의 큰 돌을 작은 구멍의 호리병에 넣으려면 큰 돌을 작게 쪼개 채워 넣어야 한다. 커다란 바위보다 자갈이, 자갈보다 모래가 훨씬 더 밀도 있게 호리병을 채울 수 있는 이유는 입자가 잘게 쪼개져 입자 사이사이의 빈 곳을 줄이기 때문이다.

큰 돌과 마찬가지로 시간도 쪼개면 쪼갤수록 알차게 사용할 수 있다. 주로 한 시간을 기본 단위로 사용하는 시간 관리법은 상당히 큰 돌로 호리병을 채우는 것과 같다. 이는 시간관념의 문제이기도 하다. 10분이나 5분 단위로 나누기만 해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을 한 시간 단위로 해결하다 보면 나머지 시간을 낭비해 버리게 된다. 고대의 유대인이 하루 단위로 이뤄지는 일과를 기도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짧게 쪼개 사용한 것도 그런 이유와 비슷하다. 시간 쪼개기 기술은 시간을 계획성 있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기술이다. 문화적으로 시간 통제 기술을 체득하고 있는 유대인은 자연스럽게 시간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들은 모두가 눈을 뜨고 있는 낮 시간만큼 해가 진 저녁의 시간에도 깊은 의미를 부여했다.

세계에서 가장 더운 나라 중 하나로 꼽히는 이스라엘은 높은 기온 탓에 해가 지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활동을 할 수 있다. 유대인은 대부분 돌산으로 이뤄지고 드문드문 오아시스가 있는 땅을 방랑해야 했다. 해가 떠 있을 때는 샘터 나무 그늘에서 잠을 자고, 해가 지면 자리를 털고 일어나야 했다. 우기와 건기가 명확하게 구분되고 낮과 밤의 기온 차가 큰 지역에 사는 유대 민족은 불필요하고 무리하게 시간을 사용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었다. 건기에는 건기에 맞는 일과를 살고, 낮에는 낮에 맞는 일과를 가졌다. 너무 이른 시간에 무리하게 일어나거나, 너무 늦은 시간까지 늦잠을 자는 일 없이 주어진 상황에 맞게 시간을 쓰다 보니 그들은 자연을 통해 학습하는 법을 배웠다. 또한 그들은 식사 전에 30분가량 기도를 드린다. 이는 앞서 말한 시간 쪼개기를 실천하는 기본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편 고대 세계에서는 대개 일몰을 일과를 마치는 시간으로 여겼다. 로마가 대표적이다. 당시 로마는 태양신 솔(Sol)을 숭배했다. 로마인은 태양이 밝은 빛으로 모든 것을 환하게 드러내 주므로, 태양 앞에서는 그 무엇도 감출 수 없다고 생각했다. 로마의 태양이 황제를 보호하는 수호신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그리고 일몰의 기준을 현대 시간의 기준으로 오후 6시 정도로 생각했다. 기원후 70년, 유대인-로마 전쟁에서 패배하면서 유대인은 지중해 동북 지역으로 흩어져 소수 민족으로 전락했다. 그리고 하루를 낮과 함께 시작하는 로마인과 하루를 밤과 함께 시작하는 유대인이 대비되었다. 이스라엘에서는 일몰 시각인 오후 6시를 0시이자 하루의 시작으로 여겼다.

로마인과 유대인의 차이처럼 하루의 일과를 임하는 기준이 다른 사람들이 있다. 흔히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으로 분류되는 이들에 관한 연구 결과가 종종 등장한다. 2009년 영국 런던 정경대 가나자와 사토시 교수팀은 ‘왜 저녁형 인간이 더 영리한가’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2만 745명의 미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그들의 수면 패턴과 IQ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집단의 IQ가 더 높게 나왔다고 한다. 스페인 마드리드대학교 심리학과의 연구 결과도 비슷했다. 그들은 저녁형 인간이 높은 창의력을 발휘하고 귀납 추리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 면에서 뛰어나다고 발표했다.

많은 사람이 막연하게 아침형 인간에 대한 동경심을 품는다. 그들은 아침형 인간이 일과 시작 전에 그날에 대한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혼자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침형 인간의 장점을 백분 활용한 이들 중에는 현대그룹의 고 정주영 명예 회장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이 있다. 그들은 하루를 3시에 시작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아침형 인간이 성공한 이유가 단순히 남들보다 이른 기상 시간을 지켰기 때문일까? 그보다는 스스로 하루의 시간을 주도할 수 있도록 시간에 대한 능동적인 자세를 가졌다고 보는 해석이 오히려 더 설득력 있다. 그런 의미에서는 저녁형 인간도 충분히 성공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모차르트나 처칠, 버락 오바마 등은 모두 저녁형 인간으로, 그들 또한 충분한 창의력과 혁신을 보여 줬다. 유대인도 아침형 인간보다는 저녁형 인간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유대 민족은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의 장점을 잘 섞어 문화로 융합시켰다. 그들은 저녁이면 가정에 모두 모여 하루를 정리하고 다음 날을 준비하는 일과를 철저히 지켰다. 이처럼 가정에서부터 형성된 시간관념이 그들을 다른 민족과 다른 특성으로 길러 냈다.

한동안 국내에서도 ‘아침형 인간’의 장점을 소개하는 글과 책들이 소개됐다. 하지만 성공의 여부는 기상 시간이 언제인지보다 시간에 대해 얼마나 능동적 자세를 취하느냐에 달려 있다. 매일 아침 무방비한 상태에서 눈을 뜨고 하루를 맞이하는 이들과 철저한 시간 관리와 계획을 통해 하루를 맞이하는 이들의 차이는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모든 생물 종은 유전적 변이를 거쳐 진화하고 있다. 많은 자손 중 어떤 자손이 살아남을 것인지는 자연이 선택한다. 그러한 선택의 결과가 세대를 거듭하며 생물 종의 변이로 이어진다. 이것이 다윈이 말한 진화와 자연 선택 이론의 내용이다. 거시적 시각에서 바라본 자연의 진화 원리는 바로 ‘변이’다. 기린의 짧은 목은 자연 적응이 뛰어난 긴 목으로 변이한다. 생물학적 유전자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적 유전자 또한 변이를 일으킨다. 더 위대한 결과를 이뤄 낸 이들은 다윈의 ‘자연 선택설’에서처럼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번창하고 성장해 간다. 유대인도 저녁에 하루를 시작하는 작은 변이를 물려받으며 이전 세대의 시간 관리법을 이어받았다. 그리고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민족으로 평가받고 있다.



CHAPTER 02 조기 교육에 관한 철학 - 1분 1초 한순간도 의미 없는 시간은 없다



유대인의 성인식과 세 가지 선물


하브루타란 유대인의 교육법을 말한다. 나이나 계급, 성별과 관계없이 두 명이 짝을 지어 서로 논쟁을 하는 유대인의 대표적인 교육법이다. 하브루타의 핵심은 ‘두 명’이다. 보통 혼자 공부하는 우리의 교육과는 달리 유대인의 하브루타는 ‘둘 이상’의 인원이 함께해야 한다. 유대인에게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들어 줄 상대다. 누군가와의 논쟁을 꾸준히 훈련하기 위해 그들은 끊임없이 약속을 잡거나 사람들을 만난다. 그런 그들에게 시간이란 교육을 위한 준비 단계와도 같다. 제대로 된 교육을 시작하려면 철저하게 기본을 지켜야 한다. 그만큼 그들에게 시간은 교육을 위한 필수 과정이다.

하브루타는 ‘우정’ 혹은 ‘동반자 관계’를 이르는 아랍어다. 일반적인 학습법이 교사가 학생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학생은 전달받은 정보를 혼자서 반복 학습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반면, 유대인은 우선 자신의 오류와 새로운 통찰력을 발견하기 위해 파트너를 찾는다. 그리고 상대방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존경의 마음으로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을 최고의 신뢰 형성 과정으로 생각한다. 유대인에게 시간은 기본 중의 기본, 곧 신뢰를 의미한다. 신뢰를 쌓으려면 시간을 잘 지켜야 한다는 말이다. 아무런 말도 없이 약속 시간에 늦거나 일방적으로 약속을 취소하는 등의 행위는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이처럼 논쟁과 시간에 유독 철저한 유대인은 과연 하브루타를 통해 무엇에 대해 논쟁하고 토론하는 것일까? 전통적으로 그들은 《탈무드》에 대해 토론하고 논쟁한다. 《탈무드》란 유대 민족의 역사 곳곳에 흩어져 있던 여러 가르침을 하나로 모아 엮은 책이다. 서기 1세기부터 7세기까지 거의 600년에 걸쳐 가르침을 전파하고 유대 민족을 있게 해 준 랍비들의 지혜들이 담겨 있다. 《탈무드》를 보면 ‘과거’에 관한 글이 많다. 그들은 지나간 일에 대해 조금 더 각별하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수많은 유대인이 학살당한 현장인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역사를 기억하지 않는 자들의 과거는 반복된다’라는 글귀가 걸려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유대인은 오랜 기간 겪었던 과거의 기억을 잊지 않고 그와 같은 시련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쉽게 삼켜지지 않는 역사의 흔적을 되뇌고 되뇐다.

또한 유대인은 과거의 아픔을 축제보다 더 소중하게 간직하고, 과거를 소중한 자산으로 여긴다. 유대인들이 반드시 지키는 큰 명절이 있다. 바로 유월절이다. 이는 이집트에서 노예 생활을 하던 유대 민족들이 모세를 따라 이스라엘 땅으로 돌아온 것을 기념하는 축제다. 그들은 유월절을 기념하며 자신의 조상들이 3,000년 전 이집트에서 노예 생활을 하며 먹었던 ‘맛소’라는 빵을 먹는다. 자녀에게는 자신의 조상들이 학대를 받았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그리고 그렇게 과거를 돌이켜보며 자신들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그들에게 흘러가 버린 시간이란 그저 의미 없는 추상적인 기억이 아니라 현재를 가르치고 미래를 대비하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인 셈이다.

일정표를 짜면서 자신이 해야 할 일들로만 가득 채우고 있다면,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일정표는 과거를 통해 배우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도구다. 자신이 지나온 발자취는 앞으로 지나갈 길을 알려 주기도 한다. 과거를 기록하지 않고 미래만 쌓아 둔 일정표에 의지하는 것은 한쪽 날개를 잃은 새가 날기 위해 퍼덕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일정표에 미래의 계획과 함께 과거의 기록을 정리하는 과정은 빅 데이터와도 닮은 부분이 있다. 먼 미래를 더 정확하게 예측하려면 미래에 대해 막연히 예측할 것이 아니라 더 방대한 분량의 과거와 현재 자료를 찾아 분석해야 한다. 지금껏 쌓아 온 과거의 시간이 가리키는 방향은 곧 내가 나아갈 방향이기도 하다. 따라서 과거에 대한 기록을 꾸준히 쌓아 미래를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유대인이 문화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과거에 대한 기록을 중시하고 그를 통해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길렀기 때문이다.

유대인은 열세 살이 되면 ‘바르 미쯔바(Bar Mitzvah)’라는 성인식을 연다. 유대인에게는 자식이 성인이 되면 부모가 세 가지 선물을 주는 관습이 있다. 과거를 담은 성경 말씀과 현재를 살게 하는 축의금과 미래를 대비하라는 시계가 바로 그것들이다. 과거의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고 미래의 시간을 철저하게 대비하는 유대인의 시간에 대한 철학은 많은 가르침을 전해 준다. 특히 혼자서 고독한 시간을 보내다가 실패와 시련을 만나서 쓰러진 사람들, 상처를 마주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금세 잊고 또다시 같은 상처를 겪는 사람들 모두에게 필요한 삶의 자세를 이야기한다. 자신에게 아픈 트라우마일지라도 기억하고 다음에 찾아올 더 큰 상처에 대비하는 유대인의 자세를 배워야 한다.



CHAPTER 03 약속과 신용에 대한 철학 - 숫자의 숨은 가치를 찾아내는 지혜



모두를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신뢰의 힘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보면 호모 사피엔스는 상상력을 매개로 대규모 집단을 형성하며 상호 협력하고 행동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호모 사피엔스는 공통의 믿음을 형성해 문명을 고도로 발전시켰는데 이는 인지 혁명에 따른 결과라고 한다. 민족이나 공통의 신을 위해 단일한 목표를 세우고 협력함으로써 사회 구조와 문화를 성숙하게 만든 것이다. 어쩌면 고대부터 유일신을 섬겼던 유대인은 이런 인지 혁명의 결과로 타민족보다 두터운 민족의식을 갖게 됐는지도 모른다.

서로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같은 군부대 출신이라고 하면 금세 친근감을 느낀다. 이런 유대감과 친근감도 인간이 상상을 매개로 대규모 집단을 형성하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다. 같은 믿음은 같은 사상을 만들고 더 큰 덩어리를 움직이게 만드는 무형의 연결 끈이 된다. 같은 신앙을 믿는 종교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동질감을 느끼는 대상이 있는 것처럼 이질감을 반복적으로 느끼는 대상도 있기 마련이다. 특히 인류의 역사에서 종교 간 갈등의 역사는 꽤 깊다. 믿음의 주체가 서로 다르다는 것은 그만큼 이질감과 적대심을 갖게 만든다. 같은 것을 믿는 이들끼리 단합을 하는 정도가 큰 만큼 다른 것에 대한 배타적 성격은 강해지기도 한다.

인류는 문명의 성장과 함께 커다란 제국의 탄생을 몇 차례 목도했다. 대륙과 대륙을 넘나들 만큼 거대한 제국은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지만, 도량형이나 시간 단위 등을 통일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진나라의 시황제가 중국의 전국을 통일하기 전까지는 제나라의 서적을 연나라 사람이 읽을 수 없다거나 거리의 단위가 서로 달라 유통에서 큰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진나라 이후 도량형이 통일되면서 ‘진’이라는 나라에 속해 있는 다양한 사람들은 ‘같은 국가’에 속해 통일된 믿음을 갖고 더 빠른 문명의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기반을 가졌다. 국가를 통해 통일된 내용 중 가장 강력한 것은 ‘시간’이었다. 절대신을 믿는 유대인의 사고방식처럼 통일된 중국인에게도 시간은 절대자 같은 존재였다.

한편 배타적 성격이 강한 집단일수록 내부 결속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 독재자들은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수단으로 배타성을 이용하곤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배타적 독재 국가로부터 큰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2차 세계 대전 당시의 유대인이었다. 유대인은 히틀러에 의해 철저하게 배척당하고 고통받았다. 새롭게 정권을 잡았던 나치 독일로서는 자신들의 체제를 유지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유대 민족을 공동의 배척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역사에서도 군부 독재자들은 자신들의 체제 유지를 위해 북한과 일본을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곤 했다. 모두 외부의 적을 만들어 내부의 결속을 다진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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