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M의 이야기
황명호 지음 | 호밀밭
코끼리 M의 이야기
황명호 지음
호밀밭 / 2023년 1월 / 203쪽 / 20,000원
출생의 비밀
코끼리 M은 누구인가?코끼리 한 마리가 살고 있다. 누구도 그의 출생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21세기 서커스단’의 단장은 출생의 비밀을 갖고 태어난 이 코끼리에게 미스터리(Mystery)라는 단어의 첫 대문자에서 따온 M으로 이름을 지어 주었다. 그런데 이 코끼리는 자신이 ‘수수께끼 같은’ 또는 ‘불가사의한’ 존재로 취급받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신을 M이라고 부를 때 그는 미스터리 M 대신 매직(Magic) M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미스터리 M이라고 생각하면 우울한 기분이 들었지만, 매직 M이라고 생각하면 기분이 마술처럼 좋아졌다. 코끼리 M은 하루에도 이 두 이름 사이를 수도 없이 왔다 갔다 했다.
때문에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아래와 같은 질문이 계속 메아리치며 울려 퍼졌다. “나는 미스터리 M인가, 아니면 매직 M인가?” 코끼리 M은 너무나도 다른 이 두 이름 사이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몰라 고통을 받으며, 이것이 결국 출생의 비밀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코끼리 M은 4년간 밤마다 하루도 빠짐없이 자신의 출생과 관련된 궁금증에 해답이 되어 줄 것 같은 책, 영화, 역사 기록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다. 특히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를 좋아했다.
책도 읽을 수 있고 영화도 볼 수 있는 ‘어린 왕자’, 『파이 이야기』라는 원작 소설에 의해 만들어진 <라이프 오브 파이>라는 영화,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등을 보고 또 보았다. 그런 과정을 거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나는 일련의 질문들은 코끼리 M으로 하여금 출생의 비밀이 결국 ‘나’는 누구이고 ‘진리’가 무엇인가라는 질문들과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안내해 주는 폴라리스를 바라보면서 코끼리 M은 현재 처해 있는 상황에서 자신을 해방시켜 주고 인생의 방향을 제시해 주며 희망의 빛이 되어 줄 수 있는 ‘폴라리스’가 나타나게 해 달라고 기도하기 시작했고, 기진맥진할 때까지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특별한 하루
달팽이의 ‘나’로 돌아가기그때, 갑자기 “사람 살려요! 사람 살려요!”라는 긴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코끼리 M은 눈을 뜨고 살펴보았다. 달팽이 한 마리가 생쥐에게 먹히려 하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평상시라면 코끼리 M도 생쥐가 두려워 도망쳤겠지만, 그 순간만큼은 예외였다. 달팽이의 등에 있는 황금색 패각이 코끼리 M의 눈을 사로잡았는데, 마치 그가 보면서 기도했던 폴라리스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코끼리 M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자신의 기나긴 코를 힘껏 휘둘렀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생쥐는 목숨만 부지한 채로 도망갔다.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린 달팽이는 코끼리 M에게 감사를 표했다.
“난 달팽이 S라고 하네. 자네가 이 늙은 목숨을 구해 줘서 너무 고맙네!” “별말씀을요. 저는 코끼리 M이라고 합니다. 어린 제가 겁도 없이 혼자서 생쥐를 상대하다니… 아마 제정신이 아니었나 봅니다.” “자네 용기가 대단한 거지! 자네는 왜 이 한밤중에 집에 있지 않고, 여기에서 폴라리스를 보면서 기도하고 있었는가?” 코끼리 M은 한동안 망설이다가 결국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출생의 비밀로 생긴 이름 M의 두 가지 의미부터, 자신이 문제 해결을 위해 했던 수많은 노력, 그리고 그로부터 자신이 느끼게 된 절망감과 끝없이 이어지는 인생의 질문들 모두를 남김없이 이야기했다.
달팽이 S는 코끼리 M의 이야기를 다 들은 후 말을 했다.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길 잘했네. 왜냐하면 난 자네의 고민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네. 나도 자네와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고민들을 하게 되면서 한평생 그 답들을 찾아다녔다네. 그 과정에서 나는 다행스럽게 나의 분신과도 같은 4명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 문제들을 해결하게 되었고, 이제 그 경험들을 정리하는 일만 남겨 두고 있지. 자네와 함께라면 내가 한평생 걸었던 길을 하루 만에 다시 다녀올 수 있을 것 같네. 자네가 나와 함께 내가 만났던 네 친구들을 만나다 보면 자네가 고민하고 있던 인생 문제들에 대한 답들을 스스로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네. 자네가 나와 함께 이 하루의 여정을 떠나 보는 것은 어떤가?”
코끼리 M은 달팽이 S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고 나서 코끼리 M은 가까운 거리에서 달팽이가 등에 지고 있는 황금색 패각을 살펴볼 수 있었는데, 달팽이를 보호하기에는 충분했고 위에 그려진 특별한 무늬가 눈에 띄었다. “달팽이 선생님, 선생님 등에 지고 있는 집인지 방패인지 하는 패각 위에 그려진 무늬가 참 신기하네요. 어떻게 하면 이렇게 아름다운 무늬를 저도 가질 수 있죠?” “사실 나만 갖고 있는 무늬만은 아니라네. 생멸하는 모든 동식물에도 존재하는 이 무늬는 우주 만물이 공유하고 있는 하나의 패턴이라네. 난 이 무늬에 ‘황금 나선’이라고 이름을 지어 주었는데, 사실 자네도 갖고 있네. 아직 자네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을 뿐이지.” “왜 전 볼 수가 없죠?”
“하하, 그래서 오늘 우리 둘의 만남이 이뤄진 것 아니겠는가! 자네도 이제 곧 볼 수 있을 걸세. 특히 풀숲에 살고 있는 어린 왕자가 만났던 여우 F, 소년 파이와 함께 바다를 표류하다 살아남은 호랑이 T, 앨리스를 이상한 나라로 안내한 흰토끼 R과 그 이상한 나라에서 앨리스가 만났던 나비 B까지 모두를 만나면 말이네. 그런데 나의 네 친구들을 만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들이 있다네. 자네 먼 길이나 바다 항해를 떠날 때 무엇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지도와 나침판요!!!”
“자네가 발견한 황금 나선 모양의 무늬 말일세. 그 무늬가 ‘나’라는 정체성 지도이자 황금 나침판이라네. 내가 한평생 ‘나’를 찾아다녔던 나만의 인생길도 함께 그려져 있네. 자네도 자신만의 유니크한 황금 나선의 인생 경로를 만들어 가고 있는데… 자네가 그리게 될 아름다운 황금 나선이 바로 자네가 찾던 ‘나’라는 정체성이네. 황금 나선은 공간적 차원에서는 지금 여기에서 정체성 지도가 되고, 시간적 차원에서는 황금 나선을 계속 그려 나가는 나침판 역할도 하기 때문에 황금 나침판이라는 이름도 갖고 있다네. 황금 나선이 완성되려면, ‘나’라는 존재를 알아야 언제든지 ‘나’로 돌아올 수 있다네.”
잠시 후 달팽이 S가 말을 이었다. “내가 처음 심각하게 고민했던 문제는 ‘난 남자인가 아니면 여자인가?’라는 질문이었네. 왜냐하면 자웅동체인 달팽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남자이자, 여자’이기 때문이라네. 처음에는 나의 성 정체성이 무엇인지 궁금했는데 결국엔 자네가 고민했던 ‘나는 누구인가’라는 궁극적 질문으로 이어지게 되더군. 이후 너무 고통스러운 나머지 과감하게 ‘나’를 찾는 여행을 떠났는데 다행스럽게도 4명의 좋은 친구들을 만나면서 ‘나’라는 존재를 찾아 돌아올 수 있었네. 나는 이 네 친구들을 만나면서 나만의 황금 나선이 완성되는 모습을 보았고, ‘나’라는 존재에 대한 깨달음도 갖게 되었다네.” “저도 미스터리이면서도 매직이라는 이중성을 갖고 있는데, 나 자신이 무엇을 보는가에 의해 나의 이름이 결정된다는 말씀인가요?”
“그렇다네. 간단히 정리하면, 자웅동체인 ‘나’라는 존재는 시간적 차원에서의 생, 노, 병, 사와 공간적 차원에서의 관계, 일, 습관, 생명이라는 네 영역 전체를 아우르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네. 내일 하루, 자네는 나와 함께 여우 F, 호랑이 T, 토끼 R과 나비 B를 만나면서 내가 전체 인생을 지내 온 것과 같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네. 자네는 오전, 오후, 저녁과 밤이라는 시간적 차원과 ‘나’를 공간적으로 구성하는 관계, 일, 습관과 생명이라는 네 개의 영역에서 ‘나’만의 황금 나선을 어떻게 그려 가는지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네. 그리고 ‘나’로 돌아가기의 최고의 경지는 ‘그칠 데’를 아는 것인데, 그것이 바로 내가 자네를 처음 만났을 때 한 다음과 같은 말의 의미라네.”
‘나의 목적지는 ‘그때, 거기’이자, 바로 ‘지금, 여기’이니 내가 지고 있는 이 (황금 나선이 그려진) 무거운 짐이 바로 나의 목적지이자 내가 가야 할 길이고 ‘나’ 자신이다.’
여우의 마음으로 보기달팽이 S가 말했다. “오늘 갈 길이 먼데 바로 출발해야겠네. 오전에 숲속으로 가서 여우 F를 만나고, 오후에는 밀림 속에서 호랑이 T를 만난 후, 저녁에 흰토끼 R을 만나 토끼굴로 들어가고, 마지막으로 밤이 되면 애벌레에서 나비로 된 파랑 나비 B를 만나는 일정일세. 여우 F가 사는 숲이 여기서 그렇게 멀지 않으니 자네 걸음걸이라면 바로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네.”
얼마 지나지 않아 코끼리 M과 달팽이 S는 어린 왕자가 누워서 울고 있었던 그 풀숲에 도착했다. “안녕.” 여우 F가 멀리서부터 코끼리 M의 머리 위에 앉아 있는 달팽이 S를 보고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 여우 F.” “어떻게 다시 돌아오게 되었지? 아무래도 자네 때문에 달팽이 S가 날 다시 찾아온 것 같은데 자네 이름이 뭔가?” “여우 선생님, 저는 코끼리 M이라고 합니다.” 코끼리 M은 인사를 한 후, 여우 F에게 자신의 고민과 달팽이 S를 만나는 과정을 빠짐없이 있는 그대로 모두 이야기했다.
그러자 달팽이 S가 말했다. “자네가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해 그동안 수많은 책과 영화, 그리고 강의들을 들었다고 하는데 ‘보는 것’이란 과연 무엇인가?” “저는 지난 4년간 선생님이 나오는 『어린 왕자』를 시작으로 많은 책과 영화, 그리고 강의들을 찾아다녔지만, 사실 ‘보는 것’의 의미와 같은 추상적인 개념들을 이해하기에는 아직 너무 어렸어요. 오히려 일련의 질문들만 생겼어요.” “『어린 왕자』를 읽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내가 어린 왕자에게 한 말도 기억하겠네?” “그럼요.” 코끼리 M은 그 유명한 구절을 여우 F에게 큰 목소리로 자랑스럽게 읊어 보여 주었다.
‘내 비밀을 말해 줄게. 아주 간단해. 마음으로 봐야 보인단다.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거든. -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중에서’“여우 선생님, 어제 달팽이 선생님도 보는 것에 따라 나의 이름이 결정된다고 하셨는데, 선생님 생각에는 본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가요? 왜 저는 아무리 보아도 잘 보이지가 않죠? 눈으로 보는 것과 마음으로 보는 것의 차이는 또한 무엇인가요? 어떻게 보아야 마음으로 본다는 것인가요?” 여우 F는 코끼리 M의 솔직함과 질문의 수준에 대해 칭찬하고는 본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눈으로 보기에는 허무해 보이는 자네의 사소한 생각과 행동들이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마음으로 보는 것, 눈으로 보기에는 복잡하고 무질서하며 불확실해 보이는 모든 별들이 사실 매우 단순한 패턴과 법칙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마음으로 보는 것, 그리고 눈으로는 어두운 밤하늘을 밝게 비추는 빛이 에너지로서 물리적인 세계를 움직인다는 것을 볼 수 있듯이, 인간과 세상을 움직이는 영원하고 꺼지지 않는 엔진인 사랑을 마음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네.” 코끼리 M은 여우 F의 말을 귀로 들으면서 눈을 감고 이 말들의 의미를 음미했고, 한 번에 쉽게 깨달을 수 있는 말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조금씩 마음으로 본다는 것의 본질에 다가가고 있었다.
“자네가 이제 조금씩 마음으로 보기 시작한 것 같은데, 이번엔 자네가 달팽이 S가 가르친 ‘나’라는 존재를 원점에 두고 마음으로 하늘의 별들을 다시 바라보게. 이제 무엇이 보이는가?” 코끼리 M은 눈을 감고 자신이 매일 보고 있던 밤하늘을 다시 마음으로 보았다. 이번엔 폴라리스 대신 어제저녁 달팽이 S가 이야기했던 절대적이고 초월적인 더 큰 ‘나’라는 존재에 원점을 두고 다시 보기 시작했다.
“여우 선생님, 신기하게도 먼지처럼 흩어져 있던 별들이 어제 달팽이 선생님이 가르쳐 준 더 큰 ‘나’를 중심으로 모두 자기 위치와 방향이 있으며 자신만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어제 달팽이 선생님이 말한 정체성 지도와 황금 나침판을 구성하는 관계, 일, 습관과 생명(몸, 마음과 영혼)이라는 네 개의 영역으로 모든 별이 질서 있게 나뉘는 것도 보입니다. 심지어 눈으로는 볼 수 없었던 미래의 별들까지도 이제는 단번에 다 보입니다. 그리고 저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보이네요!”
말을 마친 코끼리 M은 울컥하는 마음이 들면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꿈에도 보고 싶었던 부모님을 마음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때, 달팽이 S가 마음으로 보기를 이해하는 코끼리 M의 놀라운 성장을 지켜보다가 한마디 했다. “‘나’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나’를 알아야 하고 나를 알기 위해서는 마음으로 보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네. 나도 4년 전에 여우 F를 만나고 나서야 그전까지 볼 수 없었던 ‘나’를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이 열리게 되었지.” 이어 여우 F가 말을 받았다. “달팽이 S는 대신 왜 ‘나’가 존재하는지를 알게 해 주었다네! 달팽이 S의 ‘나’로 돌아가기가 없었다면 마음으로 보기도 있을 수 없다네. 또한, 달팽이 S의 ‘나’로 돌아가기는 그칠 데를 안다는 것과 같은 의미인데, 그칠 데를 알아야만 마음으로 자신의 정체성 지도와 황금 나침판이 보이기 시작한다네.” 그러자 코끼리 M이 말했다.
“그칠 데를 안다는 것이 ‘나’로 돌아가기와 같은 의미였군요. 그렇다면 그칠 데를 알아야 마음으로 자신만의 정체성 지도와 황금 나침판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그칠 데를 알아야 보인다는 것은 바쁜 발걸음에서 멈춰 설 줄 알고 손안에 일들을 잠깐 내려놓을 줄 알아야 비로소 진정 중요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의미라네!” “그칠 데를 안다는 것의 의미가 참으로 풍부하군요!”
그러자 여우 F가 말했다. “이제는 자네가 자신의 정체성 지도와 황금 나침판을 마음의 눈으로 한 번에 모두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삶의 의미, 즉 자네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네. 평범하고 무의미해 보이는 하루하루의 일상들, 그리고 자네가 맺은 관계와 하고 있는 일들이 모두 음표가 되어 하나의 멜로디로 서로 연결되었을 때 자네의 삶 자체가 유니크한 악장이 되는 법이라네.” 그때 갑자기 코끼리 M은 무엇을 깨달았다는 듯이 큰 소리로 답하기 시작했다. “아하! 달팽이 선생님이 어제 이야기했던 황금 나선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나’라는 존재로 돌아가는 것을 돕는 황금 나침판을 통해 마음으로 보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상생활 속의 사소한 생각과 행동들이 하나하나의 음표가 되어 나만의 유니크한 황금 나선으로 연결된 작품이 된다는 것과 비슷하네요.”
코끼리 M은 갑자기 눈을 뜨면서 자신이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을 마음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에 스스로도 놀라워했다. 공허하고 혼돈과 어두움으로 가득한 그 어떤 상황 가운데에서도 정체성 지도와 황금 나침판만 있으면 자신만의 황금 나선의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을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 것이다. “맞네. 달팽이 S, 자네가 항상 ‘그칠 데’를 알아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이제 코끼리 M과 함께 호랑이 T를 만나러 떠나게. 자네 덕분에 나도 오늘 코끼리 M이라는 대단한 소년을 알게 되었고 그와의 대화를 통해 나도 많은 것을 깨달았다네.”
호랑이의 행동으로 하나 되기여우 F와 작별을 한 후, 달팽이 S는 코끼리 M을 밀림으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달팽이 선생님, 저도 『파이 이야기』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호랑이 T의 본명은 리처드 파커죠?! 그는 후에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어 있다고 들었는데, 선생님 덕분에 직접 뵐 수 있는 특권을 갖게 되었네요.” “자네도 알고 있었군. 너무 많은 사람이 찾아와 『파이 이야기』에 대해 물어보는 바람에 이름을 호랑이 T로 바꿔 밀림 속에서 숨어서 살고 있지만, 어려움에 처한 우리 동물들은 기꺼이 만나 주네. 그리고 우리를 도와 아는 것과 행하는 것 사이, 가상과 현실 사이, 그리고 선과 악 사이에 존재하는 세 개의 죽음의 계곡을 넘는 방법을 안내해 주고 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