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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두렵지만 희망은 있다

김부규 지음 | 북코리아


퇴직, 두렵지만 희망은 있다

김부규 지음

북코리아 / 2022년 1월 / 272쪽 / 15,000원



어렵지만, 희망은 있다_ 치킨 가맹점



다소 이른 시기에 퇴직하여 5~6년 동안 분명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다가 본인이 가고 싶은 길을 찾아 안착한 분이 있다. 바로 조성일 씨다. 자영업 중에서 가장 대중적이면서 친근한 업종 중 하나인 치킨 가맹점을 운영하는 분이다. 폐업이 속출하는 코로나 대유행 절정기에 개업하여 나름의 영업 비법을 개발ㆍ적용함으로써 슬기롭게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가고 있다. ‘부어치킨’이라는 중급 브랜드의 가맹점은 화려하지 않으면서 깔끔한 실내 인테리어와 보라색으로 통일된 브랜드 컬러로 편안함을 주었다. 맛 또한 톱 브랜드에 뒤지지 않았다. 여기에 더하여 점주님의 친절함과 고객에 대한 진정성 있는 서비스가 널리 알려지는 날이 오면 한층 더 성장을 이룰 것으로 믿는다.

▲ 퇴직 후 소감 한 말씀 해주세요


1992년 공무원 임용 후 22년 동안 근무하고 2014년 남들보다 일찍 명예퇴직했어요. 상실감도 컸고, 여러 가지로 감정이 복잡했어요. 퇴직 후 가장 크게 느낀 것은 후련함과 아쉬움이었어요. 퇴직 초기 3~4개월은 조직 생활에서 벗어나니까 후련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었어요. 그런데 그 시기가 지나고 5개월째 접어드니까 어느새 잊힌 사람이 되고,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지?’ 하면서 자괴감마저 들었어요. 이러다가 정말 폐인 되는 거 아닌가 하면서 많이 불안했어요. 퇴직 후 8개월을 쉬었어요. 직장 생활 중 어려움이 있어도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혼자 꾹 참고 지냈는데 그렇게 스트레스를 계속 받다가는 죽을 것만 같더라구요. 그래서 일단 나가자. 나가면 뭐라도 할 게 있겠지 싶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걸 뼈저리게 체험했지요. 시일이 지날수록 막막해지더라고요. 그런 힘든 과정을 거친 후 지금은 어느 정도 안착해서 마음에 평화가 왔어요.

▲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치킨 가맹(프랜차이즈) 회사인 ‘부어치킨’과 손잡고 2020년 9월에 부천 옥길점을 개업해서 운영하고 있어요. 부어치킨은 중저가 브랜드지만, 나온 지 15년 이상 되었어요. 본사에서 주는 재료를 받아서 본사 매뉴얼에 따라 일하고 본사에서 책정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어요. 더 많은 매출을 기대하고 홀에 테이블 5개를 배치했는데, 코로나 이후로 배달과 포장이 매출을 이끌고 있어서 조금 아쉽긴 하지만 점점 좋아질 걸로 기대하고 있어요.

배달 플랫폼인 ‘배달의민족’의 깃발 꽂기 전쟁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적잖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는 이용하지 않고 있어요. 배달의민족은 여기에다 또 3~4천 원 할인쿠폰까지 발급해서 동일 업종끼리 경쟁을 시켜요. 할인쿠폰은 가맹 본사에서 1,500원, 치킨 가게에서 2,500원 부담하는 구조예요. 거기에 또 배달료(3,630원)가 붙어요. 소비자가 2천 원, 치킨 가게에서 1,630원 부담해요. 이것저것 떼고 나면 남는 게 없어요. 그래서 저는 주문이 연달아 들어오면 가까운 곳은 제가 직접 배달 나가요. 할인과 끼워 팔기가 남발하는 바람에 그게 없으면 주문이 잘 안 들어와요. 어떻게 보면 치킨 업계 스스로가 제 살 깎아 먹으면서 출혈 경쟁하는 풍토를 만든 거죠.

▲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의 일을 하게 되셨나요?


개인 창업이 마진율도 높고 성공하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공무원 출신이라 그런지 저는 저변에 항상 ‘안전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많이 깔려 있었어요. 저도 처음에는 어디 가서 뭐든 배워서 개인 창업을 해보려고 했어요. 하지만 개인 창업은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것 같아요. 음식 기술뿐만 아니라 매장 영업, 경영, 재료 수급 등을 단시간에 모두 배우고 익혀서 시작하기란 쉽지 않지요. 그래서 저는 치킨 가맹본부에서 제공하는 영업 관련 기술을 전수받았어요. 치킨 사업을 사전에 경험해보려고 알바 쪽으로 지원해봤지만, 제 나이쯤 되면 알바도 써주질 않아요. 사장 같은 얼굴이지 알바 얼굴은 아니라네요. (웃음)

그리고 마침내 실패하더라도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밖에 더 하겠어?’ 하는 마음으로 도전해보기로 했어요.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려고 노력했고,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 밝은 미래가 찾아오지 않았나 싶어요.

▲ 평소 어떤 식으로 일이 진행되나요?


보통 영업시간은 오후 2시부터 자정까지예요. 가맹 본사에서는 계약서상 12시가 영업 시작 시각이니 지키라고 하지만,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본사와 협의 끝에 오후 2시 시작을 승인받았어요. 주방에는 파트타임으로 주부 1명을 쓰고 있어요. 그분이 주방 전체를 책임지고 있고요. 주문이 많이 들어오면 제가 주방과 홀을 오가면서 1인 2역을 하고 있어요. 홀에 테이블이 5개 있고, 홀 손님과 배달, 포장까지 둘이서 감당하고 있어요. 평일 15~20마리, 주말에는 30~40마리 정도 팔고 있지만 겨울, 그리고 비 오는 날에는 주문이 많이 줄더라고요.

사실 치킨 가게 노동이 만만하지 않아요. 치킨 재료인 닭고기가 한 상자에 20kg 정도 돼요. 그걸 매일 들고 날라야 해요. 우리 치킨은 초벌구이 방식이에요. 잘될 때는 20개 정도를 미리 튀겨놓는데, 요즘엔 10마리 정도만 초벌해요. 4kg 바스켓(튀김용 철재망 바구니)을 들고 흔들어대면서 초벌구이를 해요. 그 과정을 2~3번 거쳐서 배터믹스(쌀가루)를 입힌 후 다시 재벌구이해요. 이런 식으로 하다 보니까 초창기에 체중이 4~5kg 정도 줄더라고요. 몸살을 앓을 정도로 힘들었어요. 그리고 170℃ 되는 기름을 영업 종료 후 매일 정제작업을 해야 해요. 3일 정도 쓰면 기름 색이 변하는데, 다시 새것으로 교체해주는 거예요. 이런 것들이 겉보기와 다르게 많은 노동이 들어가더라고요.

또 컴퓨터를 잘 다룰 수 있어야 해요. 옛날에는 카드단말기 하나만 설치해서 현금을 받거나 카드를 받으면 됐지만, 지금은 가맹 본사에 발주 넣는 것부터 배달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컴퓨터로 이루어져요. 요즘엔 이쿠폰(e-coupon)으로 결제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컴퓨터를 하지 못하면 사업을 할 수가 없어요. 손님 앞에서 헤매면 바보 되는 거예요. 그리고 매장에서 일이 12시에 끝난다고 해도 퇴근은 2시쯤에 하게 돼요. 남은 설거지를 하거나 매장 청소 등 뒷정리를 하고, 마지막으로 기름 정제작업을 하고나면 퇴근은 새벽 1~2시에 하게 되더라고요.

▲ 이 일을 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미리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을까요?


창업 전에 한번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하지만, 사전 경험을 할 만한 곳이 없어요. 그래도 허락된다면 주방에서 실제 요리를 해보고, 체력이며 금전적으로 견딜 수 있는지를 가늠해봐야 해요. 그와 동시에 ‘마진율 높은 곳 찾기’ 등 사전 조사도 충분히 해야 해요.

창업할 때 영업사원들을 먼저 만나지 마세요. 영업사원 중에는 브로커 비슷한 사람들이 있는데, 이 사람들 말에 넘어가면 안 돼요. 가맹비 면제는 말뿐이고 나중에 인테리어 비용에 모두 포함돼요. 될 수 있으면 실제 치킨집 사장님들과 대화하셔야 해요. 치킨집이 한가한 12시쯤에 지역 매장에 가서 치킨 한 마리 시켜놓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거죠. 그렇게 요리와 유통 그리고 입지 선정에 대한 비법을 잘 배워서 여건 조성을 한 다음에 개인 창업을 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지만, 스스로 모든 것을 배워서 하기란 정말 힘들어요. 은퇴 후에는 뭔가 빨리 결과를 봐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거든요. 빨리 선택하려다 보니까 “마진율 40%에 우리 브랜드 좋아요”라는 말에 혹하고 넘어가는 거예요.

5대 유명 브랜드에 속하는 치킨 가맹점은 점주 마음대로 입지 선정을 할 수도 없고, 같은 평수를 한다 해도 두 배로 많은 창업비용이 들어요. 개인 창업은 영업 기술을 갖추고 있다면 3천만 원 정도로 창업할 수 있을 거예요. 여기 와서 느낀 거지만, 대규모 아파트에서 잘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우리 치킨이 5대 브랜드도 아닌데다가 치킨 맛이 경쟁업체보다 월등히 높은 것도 아니어서 구시가지보다 매출이 적은 편이지만 잘 운영하다 보면 꼭 좋은 날이 올 거라 믿어요.

▲ 가장 힘든 순간은 언제였나요?


먹는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는 업종이라 위생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해요. 또, 홀을 운영하기 때문에 과음한 손님과의 실랑이가 약간 힘든 부분이지요. 무엇보다 힘든 것은 청소, 설거지, 기름 정제작업 등 육체적 노동이에요. 언젠가 이물질이 들어갔다고 민원이 들어온 적이 있었어요. 영업 정지로 이어질까 봐 많이 당황했는데, 즉시 양해를 구하고 환불해드리니까 큰 문제없이 해결되었어요. 댓글 테러, 악성 민원 등이 자영업자들에게는 두려운 부분이지요.

▲ 초기사업자금과 현재 수입은 어느 정도 되나요?


임차 평수가 14평에 초기사업자금이 대략 4천만 원(실내장식 2천만 원 포함) 정도 들어갔어요. 발주비(초기운전자금) 500만 원, 임차료 165만 원, 임차보증금 2천만 원 외에 냉장고 등 집기류와 기타 추가 비용이 1천만 원 정도 들어갔고요. 튀김기 하나만 해도 몇백만 원이고, 더 비싼 전기튀김기는 한 대에 1천만 원까지 해요. 순수익은 코로나19 사태로 홀 비중이 줄어든 것과 아직 1년이 채 안 된 신생 가게라서 대략 중소기업 임금 정도 번다고 보면 돼요. 홍보도 열심히 하면서 코로나를 잘 넘기고 나면 점차 좋아질 거로 기대하고 있어요.

▲ 전망은 어떨까요?


전국에 치킨 가게가 3만 개가 넘는다고 하는데, 치킨 창업은 경쟁자가 너무 많아요. 신생 프랜차이즈와 개인 창업 등 한 해에 4천여 개(2019년 말)가 생기고, 2,600여 개가 폐업한다고 알고 있어요.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경쟁이 치열하죠. 솔직히 전망이 좋다고는 얘기하지 못하겠어요. 저도 걱정이 많아요. 그래도 꼭 치킨 가게를 해보겠다고 한다면 그리고 자금 등 여건이 된다면 5대 유명 브랜드를 선택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최소 수익은 가져가니까. 하지만 중저가 브랜드라도 꾸준하게 성장해나갈 수 있다면 해볼 만한 것 같아요.

▲ 이 직업을 선택하려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유한한 인생인데, 내가 하고 싶은 걸 해 보고 여한 없이 떠나야 하지 않겠어요? 그걸 찾으려는 노력과 도전을 해야 해요. 네 가지만 말씀드릴게요.

① 경험만큼 중요한 건 없다 - 하고자 하는 치킨 브랜드가 있다면 그 브랜드 매장에 가서 알바를 하든 사장님을 꼬시든 해서 내 여건에 맞는지 등을 잘 살펴봐야 한다.② 이 계통의 영업사원에게 의존하지 말라.

③ 경쟁자가 너무 많다 - 5대 브랜드는 인지도가 있어서 어느 정도 이상 매출이 난다. 하지만 대형 브랜드인 만큼 고정비가 많이 발생한다.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무기를 만들어라.④ 도전이다 - 치킨 사업은 극한 직업은 아니지만, 많은 노동을 필요로 한다. 진짜 해보고 싶었던 일이 아니라면 그냥 좋아 보인다고 섣불리 덤벼들면 안 된다.

수확의 기쁨은 최고예요!_ 귀농 3년 차



잘나가는 증권회사 임원직을 뒤로하고 아내와 함께 강원도 횡성군 골짜기에 농사꾼으로 자리 잡은 귀농인 김상경 씨를 만났다. 멋진 전원주택과 잔디밭으로 잘 정돈된 앞마당, 주택 바로 옆에 넓고 풍성한 밭과 비닐하우스 안에서 다양한 농작물을 재배하면서 귀농 생활을 하고 계신다. 올해로 3년 차에 접어든 본격 농부와 그 아내의 얼굴엔 여유가 묻어난다. 검게 탔지만 환하게 웃는 농부의 얼굴에서는 힘들어도 좋아하는 일을 하는 행복한 모습이 보인다. 건강미 넘치는 미소, 오래도록 간직하길 빈다.

▲ 퇴직 후 소감 한 말씀 해주세요


퇴직 전후로 강원도 횡성군에서 농사지을 준비를 하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퇴직 후 소감이라고 할 만한 게 없어요. 퇴직하기 전부터 아내와 함께 살 집을 건축한다든가 농지를 매입한다든가 하는 준비를 많이 했어요. 주말농장을 크게 해보기는 했지만, 대규모 농사를 본격적으로 한 것은 처음이니까 퇴직한 후에는 그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이웃 어르신들에게 물어보면서 배우고, 또 농업기술을 가르쳐주는 기관에 가서 교육을 받기도 하면서 농사에 관해 하나둘 배우느라 정신없었어요. 하지만 퇴직 후 농사로 버는 게 시원찮아서 지금 생활비가 적자예요. 건강보험은 아들 직장 피부양자로 들어가 있고, 국민연금은 60세가 될 때까지 둘이 함께 내고 있어요.

▲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2019년 1월부터 강원도 횡성군에서 3천 평 정도 되는 밭에 아내와 둘이 고추, 감자 등을 경작하고 있어요. 제가 경남 산청 시골 출신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농사일을 좋아해요. 서울에 거주하면서 퇴직 전에 경기도 고양시 일산 쪽에 주말농장 100평 정도를 10년 가까이 했어요. 지금 우리 집 바로 옆에 있는 밭에 비닐하우스가 5동 있고, 나머지는 노지에서 경작하고 있어요. 그 밭에 지금은 고추, 브로콜리, 옥수수, 감자, 들깨, 고구마를 심어놨고, 계절에 따라 절인 배추도 하고 있지만 주된 경작물은 고추예요. 고추도 종류별로 홍고추(고추가루용), 아삭이고추(오이맛고추), 청양고추 세 가지를 경작하고 있어요. 고추 따는 것은 6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 아삭이고추부터 시작해서 다음이 청양고추, 마지막에는 빨갛게 익어야 딸 수 있는 홍고추까지 세 종류 모두 계속 따야 해요. 고추가 손이 제일 많이 가지만, 단위 면적당 수익률이 가장 높아요. 농사 고수님들도 고추만 한 작물이 없다고들 해요.

▲ 어떤 과정을 거쳐 이 일을 하게 되셨나요?


퇴직 후에 농사지을 생각을 하고 퇴직 전부터 준비해왔어요. 처형이 약 15년 전부터 횡성에 미리 와서 정착해 있었기 때문에 수시로 놀러 가면서 자연히 그 지역에 눈이 가게 되었지요. 땅 사고 농지 개발하고 다리 놓고 집 짓고 하는 것들이 모두 처음이어서 굉장히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래도 닥치니까 다 하게 되더라고요. 퇴직 전부터 주말을 이용해서 왔다 갔다 하면서 준비해왔어요.

농사지을 땅은 3명으로부터 세 번에 걸쳐 차례로 샀어요. 그리고 농지개량, 교량 설치, 주택 신축 등 공사를 많이 했어요. 제가 이 땅을 사기 전에는 벼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제가 모두 논을 밭으로 바꾼 거죠. 논농사는 대부분 기계화되어 있어서 농사짓기가 쉽지만, 단위 면적당 수익률이 제일 낮아요. 그래서 규모가 작을 때는 수지가 안 맞아요.

▲ 평소 어떤 식으로 일이 진행되나요?


보통 농부들은 새벽같이 일어나서 일하잖아요. 기상 시간은 계절에 따라 달라요. 겨울에는 아무래도 늦잠도 자고, 게으름도 좀 피우게 되죠. 5월 정도 농사철에 접어들면 새벽 4~5시에 일어나서 선선할 때 일하고, 10시쯤 아침 식사를 하고 또 낮에 한창 뜨거울 때는 쉬었다가 저녁 무렵에 일하는데, 15~16시간씩 일하는 때도 있어요. 고추가 익어서 한창 딸 때는 밥 먹을 시간도 없어요. 빵과 우유로 요기하는 때가 많아요. 중노동이죠. 그러나 일이 없을 때는 놀기도 해요. 2년 5개월 지나면서 저는 완전히 농사꾼이 되었고, 아내는 몸이 서서히 농사에 적응해가는 것 같아요.

▲ 계절별로 농작물이 다른데, 유통 또는 판로는 어떻게 되나요?


고추 같은 경우는 탈과 후 상품성에 따라 작물을 선별한 다음 농협에 출하하면 농협에서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 등에 일괄 경매하고 수수료(9%)를 제외한 금액을 제 통장에 입금해줘요. 말하자면 농협에서 판매를 대행해주는 거죠. 유통망은 걱정 안 해요. 단지 농협은 생물만 수매하기 때문에 말린 홍고추는 개인적으로 팔아야 해요.

▲ 이 직업만의 매력은 뭔가요?


저는 농사가 체질에 맞는 것 같아요. 안 그러면 힘들어서 못해요. 씨를 뿌려서 키우고 수확하는 등 농사만의 재미가 있어요. 조그만 씨앗을 뿌려서 새싹이 올라오고 키가 저보다 크게 자라는 걸 볼 때 기분이 참 좋아요. 건강하게 자라가는 모습을 지켜볼 때의 만족감, 그리고 많은 돈은 못 벌어도 힘들여 키운 농작물을 수확할 때의 기분은 최고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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