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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정면승부

이경희 지음 | 힘찬북스


아이디어 정면승부

이경희 지음

힘찬북스 / 2021년 4월 / 256쪽 / 15,000원



PART 1 아이디어를 위한 계획은 책임이다 - Mind-set



노멀을 스페셜로 바꾸는 생각


기차가 레일 위를 달리는 건 당연한 이야기다. 당연한 이야기란 아이디어 관점에서 보면 그냥 뻔하다는 말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은하철도 999는 하늘을 달렸다. 더구나 80년대에 말이다. 주말 아침마다 열광하며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 앞을 지켰다. 엄마 잃은 불쌍한 철이나 아름다운 메테르를 보는 재미도 재미지만 사실 그 시절에 기차가 하늘을, 아니 우주를 여행하는 이야기라니 시대를 앞선 상상력이지 않은가. 특별하고 싶다면 뻔한 것을 버려야 한다.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뻔한 것들을 하나씩 뒤집어 본다면 어떨까?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곳에 놓일 때 비로소 특별해지는 경험을 한다.

가수 고 김광석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네 바퀴로 가는 자전거, 물속으로 나는 비행기, 하늘을 나는 돛단배… 이 가사라도 흥얼거리면 뇌가 열리려나. 여하튼 상상해야만 이룰 수 있고, 상상하지 않은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누군가가 상상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매일 한 가지씩 뻔한 것을 뒤집는 훈련을 한다면 우리 뇌는 분명 더 젊어질 것이다.

나는 꽃박람회를 위한 제안 P.T(프레젠테이션)가 있는 날엔 어김없이 꽃무늬 재킷을 입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제안에 맞춰 연출한 나의 복장은 한방에 각인 될 수밖에 없었다. 꽃박람회에 임하는 나만의 마음가짐으로 갖춰 입은 꽃무늬 재킷은 뻔할 것 같지만, 꽃무늬를 입고 나타난 사람은 나 외에 아무도 없었다. 이런 연출을 기획하는 것부터가 노멀을 스페셜로 바꾸는 발상이다.

단지 튀는 것과 스페셜한 것은 다르다. 스페셜한 무언가에는 감성, 감동의 아우라가 있다. 튀는 것은 곧 질리지만 스페셜함에는 호기심과 기대감이 있다. 지금에서야 고백하지만 다른 누군가 꽃무늬 재킷을 입고 온 팀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나는 특별하지 못했을 거다. 고객을 처음 만나는 순간은 내가 곧 상품이자 회사의 얼굴이다. 그래서 첫 만남에도 고객과 연관된 컬러 또는 이미지를 갖추는 게 나의 작은 팁이기도 하다.

버려지던 페인트 붓으로 삼화페인트를 상징하는 작품을 만들었다. 덕분에 다시는 버려지지 않을 작품으로 살아남아 본사에 걸리는 영광을 누리고 있다. 휴지심을 모아 신세계그룹의 엠블럼을 만들었고, 커피 찌꺼기를 모아 샌드아트로 스타벅스의 세이렌 로고를 만들었다. 페인트 붓, 쓰고 난 휴지심, 커피 찌꺼기는 너무도 흔하고 뻔한 소재였지만 어디에 어떻게 쓰이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소재를 통한 도전으로 친환경적인 기업의 가치관이 스페셜하게 느껴지도록 기획했던 작업이었다.

트랜드를 가장 먼저 반영한 도시들을 보면 그 많던 텍스트는 사라지고 심플한 아이콘 그래픽들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의 눈은 간사해서 복잡하고 뻔한 정보에는 금방 질려버리고 더 이상 눈길을 주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 신체 중 눈의 피로도가 높기 때문이기도 한데 덕분에 우리 주변을 감싼 시각적인 요소들이 가장 먼저 진화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물을 뒤집어 보는 시각을 갖기 시작하면 주변의 어느 것 하나도 노멀한 게 없다. 자신의 주변이 특별해지면 의욕이 생기고 생기있는 삶, 긍정적인 삶으로 변화한다.

순수예술을 제외한 디자인이나 기획은 어두운 마음에서는 할 수 없는 유일한 종합예술이다. 고객이 존재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한 어두운 감정으로 좋은 것을 제안할 수 없다. 당신 옆에 고객이 있다면 늘 밝은 에너지를 주는 방송인 유재석처럼 마음을 밝게, 긍정적인 사고와 상대를 배려하는 자세쯤은 장착해야 하지 않을까? 고객은 당신의 밝은 에너지만으로도 당신의 고객을 향한 헌신과 실력을 경험하기 전에라도 당신과 함께하기를 기대할 것이다. 노멀을 스페셜로 바꾸는 기술. 자기 안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기를.

계획은 책임이다


계획을 세운다고 다 계획이 아니다. 계획은 이루겠다는 약속의 근거다. 약속은 책임이며, 책임지지 않는 계획은 무의미하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계획은 껍데기만 흉내 낸 모형 스마트폰에 불과하다. 적어도 실행 가능하도록 계획된 정도라야 꺼져있는 스마트폰 정도라 말할 수 있겠고 결국 전원과 데이터가 켜져야 실행이 되고 결과를 낸 계획으로서 가치를 지닌다. 이룰 수 없는 계획은 공상과 다름없다. 계획한다는 것은 계획한 것에 대한 책임도 함께 질 것을 고민해야 한다.

신입직원을 뽑기 위해 면접과 함께 포트폴리오를 보곤 하는데, 간혹 공상과학 만화에서나 볼 법한 얼토당토않은 비현실적인 상상도를 도서관이라며, 공원이라며, 계획했다고 스스로 대견한 듯 신나게 이야기하는 것을 본다. 순전히 이룰 수 없는 것들 대부분인데도 말이다. 물론 계획은 상상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어린 시절 사생대회가 아니고서야 현업에서는 실현 가능 여부에 대한 타당성이 우선이다. 이때 나는 불가능하다며 핀잔을 주기보다, 아이디어를 조금 보태 더 나은 방안을 찾거나 교정해주는 방법으로 스스로 알아차리도록 도움을 준다. 누군가 열심히 계획을 짜고 있다면 그럴 땐 반드시 물어라. 책임질 수 있는 계획인지를.

나는 참 무모한 시도를 많이 했었다. 많은 계획 끝에 현실로 풀어낸 것들을 들여다보면 그것은 대체로 책임질 수 있냐는 물음에 예스라고 대답할 만큼 확신이 있어서였다. 당장 이루지 못한 계획도 있었다. 그러나 사장시키지 않고 기억하고 있으면 반드시 실현할 기회가 온다.

하이닉스 전시관의 결과물 중에는 최종적으로 실현된 것 외에도 무모할 법한 기획안을 많이도 제안했다. 개중 하나가 인공수족관을 조성하는 것이었는데, 아쿠아리움을 짓고 잠수부를 동원해 수중 쇼를 한다는 계획이었다. 이 얼마나 무모한가. 그러나 나는 예산안에서 실제로 실현 가능한 규모를 계획했고 모든 공정을 시뮬레이션하며 시장 조사를 했다.

20mm 두께의 아크릴 성형을 현장에서 부어 만드는 공정에서부터 3톤의 물을 채우는 데 드는 비용과 수압을 계산하는 등 안전에 대한 모든 조사를 꼼꼼히 마치고서야 드디어 설레는 마음으로 제안을 할 수 있었다. 이 계획을 들은 이들은 무척 놀라워했고 향후 5년 후에나 실현시킬 수 있을 것 같은 먼 미래 이야기라는 피드백이 돌아오긴 했지만 정말 센세이션하다며 만족해했던 기억이 있다.

또 한 가지 사례는 엘지전자의 전자 쇼 전시관이었는데 흔히 걸어 다니면서 관람해야 하는 전시관에 평면 무빙워크를 설치하려는 계획이었다. 넓은 전시관을 돌다 보면 지치고 힘든 관람객들이 무빙워크에 가만히 서서 전시관을 둘러볼 수 있다면 하는 생각에 제안했었다. 공항에 있는 무빙워크는 새로울 게 없지만 기대치 않은 곳에 무빙워크가 있을 때 오랜 관람으로 지친 이들이 맞닥뜨릴 특별한 배려를 새로운 경험으로 인식하게 될 상상만으로도 신나는 계획이었다.

농협은 꽃 농가의 활성화를 위해 꽃박람회장의 메인 입구에 자리 잡게 되었는데 나는 농협이라는 네이밍만으로도 뻔한 예상이 되는 그런 뻔한 모습으로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농가의 꽃들을 좀 더 엣지있게 담아내고 싶었다. 그래서 꽃을 대형 아이스크림콘에 담기로 마음먹었다.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모 아이스크림 가게처럼 한 스푼 크게 뜬 아이스크림이 꽃이라면, 상상만 해도 달콤하지 않은가. 결국 대형 아이스크림콘을 만들어 꽃을 듬뿍 얹은 모습을 연출해내고야 말았다.

때로는 도로 폭을 벗어날 만큼 엄청난 크기의 스핑크스 조형물을 이동시키느라 새벽 도로를 달려 전시장에 입성시킨 일은 모험을 예상하고 실행에 옮긴 사례 중 하난데 하나하나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결국 나는 제안한 계획들을 지켜내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제작에 참여하고 현장에 세팅함으로써 고객과의 약속을 지켰던 것들이 결국 성과로 남았다. 반드시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워라. 약속을 지킴으로써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수월한 방법이다.

아이디어의 최종 목적지는 문제해결력


아이디어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고, 덜어내는 힘이 바로 문제해결의 첫 단추가 된다.

제조와 유통, 반도체, 산업 장비, 베이비-유아 산업 분야, 건축, 그리고 국제회의를 유치하는 마이스 산업에 이르기까지 참 다양한 분야를 종횡무진하며 공간기획자의 경험을 쌓았다. 당연히 프로젝트에 관한 스펙트럼도 상당히 넓어졌고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아이디어를 내다보니 남들보다는 새로운 것에 대해 낯섦이 좀 덜하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의 사업적인 미션을 듣다 보면 불쑥불쑥 떠오르는 생각을 풀어놓게 된다. 그리고 가끔은 도움이 되기도 했던 모양이다. 덕분에 인사이트를 얻었다며 감사 인사와 함께 아이디어 도출 과정을 궁금해 한다. 나도 내 아이디어의 원천을 약 15도쯤 비튼 생각으로 바라보는 시각 아니면 잠재력과 약간의 재능? 뭐 이 정도로 생각했었다. 내가 사물을 바라보는 방법이 보통 그러하니까. 그런데 근래에 분석해보니 단지 생각만 비틀어서 나온 결과물들은 아니었다.

아이디어가 왜 필요한가? 다양한 필요성을 말할 수 있겠지만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자신의 프로젝트에서 일그러지고, 빠진 부분을 찾아내면 어떤 문제든 해결해낼 수 있다. 문제해결을 위한 아이디어 도출에는 거쳐야 할, 그리고 갖춰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 일의 시작과 끝을 결정하는 ‘프로세싱능력’이다. 자신이 일머리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먼저 일의 프로세스를 돌아봐야 한다. 프로젝트마다 거의 공통의 프로세스가 존재한다. 이것을 위해 제일 먼저 타임 테이블을 짜야 한다. 이 일정에 맞춰 콘셉트를 정하고 자료를 찾으며 종합해보고 실무자 간의 조율과 시뮬레이션을 거치면서 보완을 해야 한다. 일의 처음부터 끝을 연결하는 능력이 바로 가장 기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두 번째,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구체화할 수 있는 ‘공감’이다. 공간지각력은 먼저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먼저 무엇을 원하는지 충분히 공감해야 다음 스텝으로 연결될 수 있다. 특히, 디자이너라면 이런 1차원적인 공간 감각에서 상대의 말을 공간으로 변환하는 조금 차원이 다른 능력을 요구받게 된다. 공간에 관한 정보가 있어야 그것을 기반으로 상상도 가능한 것이지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여러 공간을 경험한 것들을 다시 재조합하면서 더 좋은 공간을 상상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아이디어’가 나온다.

세 번째는 보면 기억나게 하는 ‘상징화’이다. 지금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면 그건 그 이미지의 소유자 또는 회사가 상징화를 잘했다는 증거다. 많은 브랜드를 가진 기업들, 기관, 국가까지도 고민하는 게 바로 이 상징화이다. 이걸 사람에게 적용하면 ‘퍼스널브랜딩’이 된다. 그런데 공간에서 다루고자 하는 상징화는 또 조금 다르다. 이미 보여진 이미지를 다시 한번 공간으로 상징화하는 것을 2차 상징화라고 한다. 옥외 간판을 보지 않고도 실내사진 한 장으로 그곳이 어디인지 알 수 있을 만큼 공간에 녹여진 상징성이 존재한다. 그런 힘을 가진 공간들이 우리 주변에도 꽤 많이 존재하다. 한번 상징화되고 나면 잊히지 않는 효력을 발휘한다. 내 아이디어가 문제해결력을 갖기 위해서는 잊히지 않는 아이디어로 상징화돼야 한다.

네 번째는 ‘실용화’이다. 고객이 가진 문제는 결국 매출이라는 거름망에 걸리게 된다.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다. 실제 구매욕을 일으킬 수 있을 만큼 실재감 있게 구현하는 방법이 아이디어로 도출되어야 한다. ‘보기에 좋더라, 그럴듯 하더라’가 아닌 궁극적인 목적에 귀결되는 아이디어여야만 한다.

다섯 번째는 고객의 목적을 최우선으로 두는 ‘지향성’이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우리는 순수 예술가가 아니다. 따라서 고객이 원하는 목적지에 데려다주는 가이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아이디어여야 한다. 고객의 목적에 맞지 않는다면 당장 버려야 한다. ‘아, 이거 너무 좋은데 왜 이걸 몰라보지?’ 하는 생각이 든다면 두 가지 중 하나의 오류일 가능성이 크다. 자신만의 스타일이었거나, 설득력이 부족했거나, 이때 이 아이디어가 어디를 향해야 되는지 되새겨야 한다. 물론 고객이다. 무조건.

나의 주목받는 아이디어들은 이렇게 생겨났다. 주목받는 성과를 만들어 내는 아이디어는 위의 다섯 가지 모두가 균형을 이뤘을 때 나온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새로운 생각을 덧붙이는 것보다는 주어진 미션 자체부터 연구해야 한다. 그러면 바로 무엇이 문제인지가 드러난다. 덜어내는 힘이 바로 문제해결의 첫 단추가 된다. 왜 아픈지 먼저 생각해보면 굳이 약을 먹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PART2 아이디어 실전편



기업의 가치를 소름 돋게 기억시키는 법 - 아모레퍼시픽 편


‘아모레퍼시픽’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뭘까? 이미 대중 속에 자리 잡은 브랜드를 가진 기업이 우리에게 일관된 이미지를 주는 이유는 모든 작업이 통상 매뉴얼을 기반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끔은 이런 미션도 주어진다. 어떤 가이드나 매뉴얼도 없이 자유 소재와 자유주제로 기업의 가치를 담아낼 것! 막막해도 이렇게 막막할 수가 없지만 솔직히 나는 자유주제를 가장 선호하고 즐기는 편이다. 이렇게 믿고 맡기는 작업일 경우에 최고의 퍼포먼스를 냈던 때문일까. 규정이 없는 자유 제안인 경우 고객이 거는 기대감과 신뢰 덕에 긴장도 되지만 무한 책임도 져야 하는 짜릿한 부담감이 있다.

내가 접한 아모레퍼시픽의 첫 만남은 화장품 박람회에서였다. 수많은 월드 브랜드들이 참가하는 화장품 박람회라서 식상함이 예상될 수밖에 없다. 고민 끝에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아모레퍼시픽의 순수함을 담아내기 위한 소재 조사다. 내츄럴한 바디감과 톤 앤 매너를 위해 선택한 소재는 자작나무 원자재와 지관, 그리고 지판, LED다.

페인트나 어떤 마감도 덧바르지 않은 뽀얗고 고운 자작나무가 제격이라는 판단에서 절대 마감을 자작나무로 정했다. 켜켜이 쌓인 자작나무 단면 그대로도 충분히 훌륭한 소재다. 지관은 휴지심 같은 종이 관을 말하는데 실제 적용한 것은 휴지 심지에서 모티브를 얻어 카페트 같은 것을 돌돌 말 때 쓰고 남은 대형 종이 지관을 소환하기로 했다. 그리고 평소 마트에 쌓여있는 종이 박스 단면에 켜켜이 쌓아서 골판지 같은 골지 느낌의 텍스처를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매끈한 종이 면보다 종이 박스 단면의 골진 느낌이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상상해보라.

흔하디흔한 지관과 지판으로 세상에 없던 새로운 비쥬얼을 선보이리라 맘먹고 그 흔한 소재로 어떻게 조합되어 비쥬얼 라이징 해지는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싶었다. 흔한 소재로 반전의 느낌을 살린 이 구조물은 또 다른 이슈로 어필되었다. 뻔한 박람회에서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국내업계는 물론 해외 브랜드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고 한다.

디자이너라면 이런 우를 범할 때가 종종 있는데 먼저 종이와 펜부터 들고 그려가는 과정이다. 그리려면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도 있는데 공간을 그릴 때는 먼저 머릿속에 그리는 것이 좋다. 그리고 떠오른 공간을 말로 표현해가는 것이 더 좋다. 의미와 스토리텔링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 그럼, 나와 같은 시인이 되어 보자. 마치 시인이 되어 읊조리듯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자연을 떠올려보자. 자, 반전의 구조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보자.

어릴 적 어둑해진 누런 들녘 위로 반딧불이가 난다. 옹기종기 붙어있는 지붕 위로 밥 짓는 냄새가 피어나고 들녘에 집마다 하나 둘 불이 들어온다. 산등성이 언저리에는 해가 누웠다. 해지는 산 등 너머 아래 대들보가 치켜든 집집마다 아궁이에 불이 지펴져 따스함이 올라온다. 대문은 한껏 열어젖혀 누구라도 반긴다. 한발만 내디디면 너른 들녘, 비탈에서 미끄럼을 타던 어릴 적 민둥산은 어느새 숲으로 채워져 어린 시절 썰매놀이 하던 추억만 풋풋하게 남았다. 자, 여기까지 상상했다. 이제 실물로 담아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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