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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렌디피티 코드

크리스티안 부슈 지음 | 비즈니스북스


세렌디피티 코드



크리스티안 부슈 지음

비즈니스북스 / 2021년 4월 / 392쪽 / 16,800원



세렌디피티(Serendipity), 단순한 운일까?



세렌디피티의 정의는 다양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인간의 행동과 상호작용하며 대개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기회’로 보는데, 내가 이 책에서 사용하는 정의이기도 하다. 그런데 행동에 초점을 맞추면 세렌디피티가 일어날 만한 통제 가능한 상황, 즉 ‘세렌디피티 영역’(잠재적인 이연 연상과 흩어진 점들이 실제로 이어지고 우리의 역량이 발휘되는 기회 공간)을 이해하고 개발하는 데 효과적이다. 세렌디피티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고, 그 뜻밖의 발견을 기회로 바꾸는 것이다. 우연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여 최대한 활용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할 때 비로소 관련 없는 아이디어나 사건이 한데 모여 재탄생한다. 다시 말해 흩어진 점들을 이어야 한다.

성공은 어느 날 우연히 찾아올까?


성공한 사람들이 우연한 기회로 성과를 낸 듯하지만, 늘 운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성공한 사람들 대부분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러한 운을 ‘불러들이는 토대’를 충실히 다졌다. 그런데 리처드 브랜슨, 빌 게이츠, 오프라 윈프리, 아리아나 허핑턴만 운이 좋고, 타인을 위해 운이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누구나 자신과 타인을 위해 세렌디피티를 기를 수 있다.

세렌디피티는 어디에나 있다


나일론, 비아그라, 포스트잇, 엑스레이, 페니실린, 전자레인지 등 우리 일상을 바꾼 많은 것들이 세렌디피티에서 비롯했다. 또 대통령이나 슈퍼스타, 교수, 세계 최대의 기업인을 비롯한 사업가들 역시 세렌디피티 덕분에 성공했다. 그런데 세렌디피티는 과학계의 대단한 발견이나 사업의 성공, 외교적 돌파구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일상의 소소한 순간이나 삶의 전환점이 되는 사건에서도 일어난다.

어느 날 이웃이 삐져나온 나뭇가지를 자르려고 당신에게 사다리를 빌린다고 생각해보라. 이웃이 작업하는 모습을 보니 불현듯 손봐야 할 지붕 타일이 떠오른다. 귀찮으니 나중에 고치기로 한다. 그러다 밖으로 나가 이웃과 이야기를 나누며 잘린 나뭇가지를 같이 치워준다. 맥주 한 잔 함께하자고 이웃을 집으로 초대한다. 이웃이 당신 집의 지붕 타일 고치는 일을 도와주기로 한다. 지붕에 올라가서 보니 빗물 홈통이 느슨해져 곧 떨어질 것 같다. 혼자 하기에는 무리라 전문가를 불러 고친다. 의도하지 않은 일련의 사건들로 어쩌면 홈통이 떨어져 가족 등 누군가 크게 다칠 뻔 한 일을 미리 막은 것이다.

위와 같은 일은 흔히 일어나지만 우리는 세렌디피티라고 여기지 못한다. 세렌디피티의 주요 특징을 모두 갖추었는데도 말이다. 아무튼 우리의 삶에 우연한 일이 일어나면, 우리는 우연을 알아차리고 주의를 기울여 기존에 알던 무관한 사실과 연결 지어볼 필요가 있다. 나아가 거기에 약간의 결단력을 발휘하면, 대개 생각하지도 못했던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

세렌디피티의 3가지 유형

아르키메데스 세렌디피티 - 풀고자 한 문제의 해결책을 뜻밖에 얻다:
이는 기존의 문제가 뜻밖의 장소에서 해결되는 것이다. 시라쿠스의 왕 히에론 2세가 그리스의 수학자인 아르키메데스에게 금 세공인이 왕관을 만들 때 금 대신 은을 섞는지 알아내라고 명했다. 해결책을 못 찾아 혼란스러웠던 아르키메데스는 공중목욕탕으로 향했다. 탕에 몸을 담그고 멍하니 앉아서 수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런데 몸을 더 깊게 담그자 물이 넘쳐흐르는 게 아닌가. “유레카!” 그는 소리쳤다. “금보다 가벼운 은이 섞인 왕관이 순금 왕관 무게와 똑같으려면 부피는 더 커져야 한다. 그러니 왕관을 물에 넣어보면, 은이 섞인 왕관이 같은 무게의 순금 왕관보다 더 많은 물이 흘러넘칠 테지.” 아르키메데스 세렌디피티 유형은 개인이나 다양한 조직에서 흔히 일어난다. 특히 고객의 피드백이나 우연한 사건으로 실행 과정을 변경하는 일은 사업가든 거대 기업이든 늘 겪는 일이다.

포스트잇 세렌디피티 - 생각하지 않았던 다른 문제의 해결책을 뜻밖에 얻다:
이는 특정한 문제의 해결책을 고심하다 우연히 다른 문제의 해결책을 얻는 것이다. 3M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스펜서 실버 박사는 좀 더 강력한 접착력을 가진 풀을 만들려고 했지만, 오히려 접착력이 더 약한 풀만 나왔다. 하지만 접착력이 약한 풀은 ‘포스트잇’이라고 불릴 3M의 신제품에 안성맞춤이었다.

선더볼트 세렌디피티 - 생각지도 못한 문제의 해결책을 뜻밖에 얻다:
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상황에서 일어난다. 라이브 음악을 재해석한 운동인 ‘소파사운즈’도 이런 환경에서 시작됐다. 레이프 오퍼와 로키 스타트, 가수 겸 작곡가인 데이브 알렉산더는 인디 록 밴드 프랜들리 파이어스의 라이브 공연을 보러 갔다. 하지만 그들은 공연 중에 스마트폰을 보거나 대화하는 다른 관객 때문에 공연에 집중하지 못했다. 관객이 음악에만 오롯이 집중하던 시대가 끝났다는 사실에 그들은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그 일을 계기로 2009년, 런던에 있는 로키 스타트의 집 거실에서 엄선한 소수의 관객만이 알렉산더의 연주를 즐길 수 있는 소규모 공연을 기획하기에 이른다.

이후 이 ‘거실 공연’은 런던의 다른 지역과 파리, 뉴욕, 다른 도시에서도 열렸고 세계 곳곳에서 비슷한 공연을 원하는 이들의 요청이 이어졌다. ‘방에서 듣는 음악(songs from a room)’의 약자를 딴 소파사운즈(Sofar Sounds)는 이렇게 탄생했다. 2018년까지 소파사운즈는 에어비엔비, 버진그룹과 손잡고 400개 이상의 도시 가정집에서 4,000여 번에 달하는 소규모 공연을 열었다. 성가신 우연이 가정집이 주는 편안함과 라이브 공연의 강렬함을 함께 맛볼 수 있는 마법 같은 일로 탈바꿈한 것이다.

우연의 레버리지를 제대로 쓰는 기술


세렌디피티는 결코 우리에게 우연히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하나의 현상으로 독특한 특징을 가지며 삶에서 훈련을 통해 기를 수 있다. 기존의 연구를 바탕으로 살펴본 세렌디피티의 핵심 특징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① 예기치 못한 일이나 특이한 일을 겪는다. - 물리적인 현상으로, 대화나 우발적인 사건 중 하나에서 비롯하며 세렌디피티의 계기가 된다. ② 세렌디피티의 계기를 기존의 무관한 일과 연결한다. - 흩어진 점을 연결하다 보면 우연이라고만 생각한 일의 잠재적인 가치를 깨닫는다. 무관한 사건이나 사실을 연결하는 행위가 ‘이연 연상’이다. ③ 결정적으로 가치가 실현된다. - 통찰력이나 혁신, 새로운 행동 방식, 문제를 풀 새로운 해결책은 누군가가 찾던 방법도, 예상한 방식도 아니며 기대한 형태로도 나타나지 않는다. 이것은 완전히 예상 밖의 일이다.

세렌디피티는 예상치 못한 만남이나 정보에서 가치를 발견하여 지렛대로 활용하는 능력이자 기술이다. 따라서 누구나 이 기술의 모든 단계를 배울 수 있고 삶에 적용할 수 있다. 그러려면 이 강력한 힘을 간파하고 낚아채 제대로 휘두를 도구로 활용할 세렌디피티 사고방식을 기르는 게 핵심이다. 세렌디피티 영역을 단순하게 표현하면 계기와 흩어진 점 잇기는 대개 동시에 일어나고, ‘피드백 고리’가 존재한다.

흩어진 점을 이어 영리한 운을 발견하라


세렌디피티는 주도적이고 ‘영리한 운’으로 흩어진 점을 찾아내 잇는 당신의 능력에 달렸다. 앞서 살펴본 세렌디피티의 3가지 유형은 세렌디피티의 계기로 나눈 것인데, 세렌디피티 사고방식을 기르면, 세렌디피티의 계기를 보는 눈이 넓어지고, 흩어진 점을 잇게 되며, 가치 있는 성과에 집중하는 끈기를 키울 수 있다. 또한 공동체나 회사를 비롯해 세렌디피티의 기폭제가 되거나 세렌디피티를 제약하는 환경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이 모든 일이 더해지면 비로소 세렌디피티 영역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인생에 행운이 들어올 공간을 만들어라



세렌디피티 코드를 간파한 사람들이 태어날 때부터 다른 사람보다 운이 좋은 게 아니다. 그들은 세상을 보는 방식부터 많은 방법을 통해 세렌디피티를 연마한다. 인지과학과 경영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주변에 촉각을 세우고 의식적인 태도를 갖는 ‘각성’이야말로 예기치 못한 사건을 간과하는 핵심 요소다. 세상을 보고 이해하는 방식, 즉 세상을 규정짓는 방식은 흩어진 짐들을 잇고 간파하는 능력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다. 잠재적으로 의미 있는 세렌디피티의 계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이를 이해하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 준비하지 않으면 뜻밖의 상황을 흘려보내고 세렌디피티를 지나치게 된다.

성공한 사람들은 어떻게 한계를 이기는가


지난 10년 동안 나와 동료들은 재정과 기초 기술의 부족처럼 자원이 제한된 환경에 대해 연구해왔다. 그리고 그 연구에서 빈약한 자원에도 불구하고 주도적으로 운을 만들어낸 많은 이들을 발견했는데, 이들은 세계적으로 크게 성공한 이들과 공통점이 매우 많았다. 그 중 한 명이 유수프 세산가다. 우간다에서 나고 자란 그는 10대 후반에 탄자니아로 이사했다. 선택할 수 없는 출생. 부유한 서구 사회의 기준에서 보면 그는 물적 자원도 부족하고 삶에 어떤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선의를 베푸려는(주로 백인) 부유한 이들은 세산가의 동네를 방문해 필요한 것과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물었다. 이러한 태도는 무의식적으로 그곳 사람들을 잠재적인 수혜자나 수동적이고 힘없는 희생자로 한정 짓는다. 하지만 접근법을 완전히 바꾼 곳이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회적 기업인 리컨스트럭티드 리빙 연구소(이하 알랩스)가 바로 그곳이다. 이곳 사람들은 자원의 한계라 여긴 부분에 의문을 던졌다. 그리고 과거 마약상의 정보력 등 이전에 간과하거나 과소평가한 다른 자원에 집중했다.

지역 주민이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내도록 모든 자원을 한데 모았다. 많은 회의와 교육,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임 등 많은 활동이 퍼져나갔다. 그 결과 알랩스 팀은 여태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지역 자산과 파트너 등에 눈을 돌려 더 큰 성과를 낼 방법을 고심하게 됐다. 버려진 차고를 교육 기관으로 이용한 것도 그 중 하나다. 이 얼마나 새로운 삶의 방식인가. 세산가는 서구의 자선 단체들이 주민들의 필요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세산가와 동료들은 알랩스에서 교육을 받으며 이런 믿음을 버렸다. 관점을 바꾸니 세상이 완전히 다르게 보였다. 세산가는 자원의 한계란 부분적으로 사회가 설정해놓은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고 자기 삶의 주체가 되어 스스로 운을 쟁취하기 시작했다. “늘 세린디피티를 경험해요.” 그는 말했다.

알랩스에서는 어떻게 그를 바꾸어놓았을까? 알랩스는 케이프타운의 빈민가인 브리지타운에서 시작됐다. 알랩스의 설립자인 말런 파커의 주도하에 브리지타운 거주자들로 구성된 팀은 지역사회에 정서적 지원이 필요한지 파악하고자 했다. 그들은 휴대전화를 이용한 통신망을 개발해 상담이 필요한 이들을 다른 지역 주민과 연결해줬다. 또한 한정된 자원으로 지역사회를 살리기 시작했고,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서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간단한 학습법을 개발해 배포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이야기를 온라인 독자들과 공유하며 전 세계에 있는 비슷한 마음을 가진 이들과 소통하도록 했다. 알랩스의 교육 및 훈련 모델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20여 곳에서 운영되며 1만 명 이상의 교육생을 배출했다. 알랩스에서는 무엇이든 누구든 자신이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핵심이다. 그 결과 이전의 무능력자라고 여겨진 사람들이 가치 있는 공헌자로 탈바꿈하며 인생 역전에 성공했다. 우리가 가진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라는 말, 즉 브리콜라주(프랑스어로 ‘여러 가지 일에 손대기’란 뜻으로 필요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수집하고 활용하는 능력)는 사물만이 아니라 기술이나 사람의 활용도 포함한다.

케이프타운의 또 다른 빈민가인 케이프플랫에서도 인식의 대전환이 일어났다. 과거 마약상이나 약물 중독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희망과 회복의 메지시를 전하고 다른 사람을 가르치며 지역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일원으로 거듭났다. 자본이나 기술이 없다는 점에 집중하지 않고 이용 가능한 자원에 초점을 맞춰 어떤 상황에서든 최대한 활용하게 된 것이다. 한때 약물 중독자였던 여성은 이제 교사의 꿈을 키우고 있다. 그녀는 자신과 비슷한 환경에서도 교사가 된 이들을 보며 꿈을 이룰 방법을 찾았다. 그리고 사회악의 굴레에서 벗어나 사회의 가치 있는 일원이 되었다. 자신의 운을 스스로 개척하는 주체가 된 것이다. 세렌디피티는 결국 멀리 있지 않다.

비슷한 접근법이 전 세계의 정부와 조직에서 사용되고 있다. 예로 인원을 감축하고 은행을 매각하려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대형 은행은 현재 이전 출납원들을 잠재적인 금융교육 전문가로 보고 사무실을 교육 시설로 탈바꿈시켰다. 조직의 골칫거리가 조직의 자산이 된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 나는 세산가를 비롯해 많은 사람과 조직을 보았다. 그들 중에는 극복하기 힘든 어려움이나 구조적인 문제를 겪었던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탄자니아의 세산가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알랩스와 같은 많은 조직과 개인은 주변의 기회를 주의 깊은 태도로 관찰하면서 자신의 운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자세에서 벗어나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기회를 찾게 되었고 모든 상황이 바뀌었다.

유레카! 흩어진 점 속에 연결 고리를 찾는 법


바퀴 달린 캐리어의 예를 살펴보자. 1970년대, 버나드 디 사도가 가족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였다. 그는 무거운 여행 가방 2개를 낑낑대며 끌고 공항으로 향했다. 세관을 통과하려던 그 때, 한 직원이 바퀴 달린 수레를 이용해 무거운 기계를 손쉽게 운반하는 것을 보았다. 유레카! 그는 무거운 짐을 들고 다녀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이 관찰한 것을 연결했다. 여행 가방 회사에서 일하던 그는 출근하자마자 가구용 바퀴를 여행 가방에 달았다. 그러고는 앞쪽에 끈까지 달고 앞으로 끌며 소리쳤다. “성공이야!” 이렇게 우리가 잘 아는 바퀴 달린 여행 가방이 탄생했다. 이 경우와 같은 이연 연상은 무관해 보이거나 인지하지 못했던 사실이나 지식을 연결하여 세렌디피티를 위한 틀을 마련한다. 참고로 세렌디피티는 문제를 공식화하고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생기는 게 아니다. 오히려 문제와 해결책을 ‘동시에 볼 때’ 일어난다.

한편 우리는 흔히 해결책을 보고 나서야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한다. 그래서 혁신 전문가인 에릭 폰 히펠과 게오르그 폰 크로그는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풍경 하나를 떠올린 뒤 특정한 위치에 문제나 필요가 하나씩 자리한다고 상상해보세요. 이제 다른 풍경을 떠올립니다. 그곳에는 각각의 문제나 필요에 대한 해결책이 자리 잡고 있고요. 자, 이제 한 풍경을 다른 풍경 위에 겹쳐봅니다. 필요가 위치한 곳을 해결책이 있는 곳으로 연결해도 좋습니다.” 예로 의사가 떠올린 문제가 담긴 풍경에는 환자에게 나타나는 모든 증상과 질병이 있을 것이다. 반면 해결책이 담긴 풍경에는 개인적이거나 전문적인 의사로서의 경험과 정보, 업무 환경, 유용한 문헌 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모든 내용이 담겨 있을 것이다. 환자를 치료하는 게 목표인 의사처럼 문제 해결이란 문제가 담긴 풍경의 특정 지점을 해결책이 담긴 특정 지점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이처럼 세렌디피티는 지나고 보면 문제의 해결책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당시에는 무관하다고 생각한 두 요소의 연결 고리를 보는 데서 시작된다. 바퀴 달린 여행 가방을 다시 떠올려보자. 이론상 무거운 짐을 운반하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이미 존재했다. 공항에 비치된 수화물 카트를 이용하면 그만이지 않은가. 해결책이 있으니 누구도 문제라고 여기지도, 해결하고자 노력하지도 않은 것이다. 하지만 바퀴 달린 여행 가방을 보자 카트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한다. 참 성가신 문제들 말이다. 공항에 카트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는가?(그렇지 않다) 필요할 때 적재적소에 있는가?(아닐 때도 있다) 체크인을 할 때 가방을 쉽게 이동할 수 있는가?(쉽지 않다) 에스컬레이터에서 사용할 수 있는가?(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이렇듯 새로운 해결책을 발견하고서야 기존 상황의 문제를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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