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해답
체이스 자비스 지음 | 비즈니스북스
인생의 해답
체이스 자비스 지음
비즈니스북스 / 2020년 11월 / 352쪽 / 16,000원
프롤로그 -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하여 종이에 적어 놨을 때는 모든 게 완벽해 보였다. 나는 ‘적당한’ 야망이 있었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명확한 계획도 세웠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 알고 있었고 제대로 해내리라는 확신도 있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갈팡질팡했고 불안했으며 무엇인가 꺼림칙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기 전까지는 몰랐다. 그 계획이 엉망이라는 걸. 계획 자체는 하나하나 말이 되는 것 같았지만, 그 목적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서늘해졌다. 나는 1년 전에 프로 축구 선수가 될 기회를 포기했다. 그리고 원하지도 않는 삶에 내몰려 의대에 다니게 될 상황에 처했다.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그동안 나는 어떻게든 다른 사람한테 인정받으려 애써 왔다. 의사가 되는 건 당연한 선택 같았고 그 길밖에 없어 보였다. 진정으로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할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사실을 새삼 떠올렸다. 이번 생에 나만의 소명을 추구하지 않으면 두 번 다시 기회는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는 소명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소명은 직감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다. 어떤 일을 했을 때 이거다 싶은 느낌이 들고 강하게 끌린다면 그것이 바로 소명이다. 직감에 계속 귀를 기울이고 끌리는 대로 따라가면서 소명에 집중하면 곧 자기 길을 갈 수 있다. 나 역시 스물한 살에 갑자기 예술가나 익스트림 스포츠 사진작가, 온라인 학습 플랫폼 창립자가 되고 싶다고 깨달은 건 아니다. 그저 직감을 존중하기로 했을 뿐, 나는 나 자신을 찍고 싶었다. 그게 다다. 스스로 옳다고 느끼는 일을 한다면 나머지는 자동으로 알아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때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을 실망시킬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살면서 두 번째로 장래 계획을 바꿨고 머뭇거리며 새로운 길을 향한 첫걸음을 디뎠다. 바로 창조적 소명을 추구하는 길이었다. 나는 오늘도 그 길을 가고 있으며 결코 뒤돌아본 적이 없다.
한편 미래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전제에 달려 있다. ‘① 당신은 날 때부터 창조적이며 새로운 것을 만들고 성장시킬 능력을 거의 무제한으로 타고났다. ② 이 능력에 접근하려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일종의 창조성 근육을 키워야 한다. ③ 자신을 창조적인 사람으로 인식하고 주변 세상을 도화지로 받아들여 꾸준히 아이디어를 표현하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직관적으로 창조할 수 있다.’
이 책은 창조가 계속해서 일어날 수 있는, 튼튼한 시스템으로 구성되었다. 각 장은 앞 장에 이어지도록 세심하게 설계되었으며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머리글자(IDEA)를 따서 나눴다. ‘① Imagine(상상하라) - 무엇을 창조하고 싶은지 제한 없이 상상하라. ② Design(설계하라) - 당신의 꿈을 새로운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전략을 설계하라. ③ Execute(실행하라) - 전략을 실행하고 장애물을 돌파하라. ④ Amplify(강화하라) - 당신이 바라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비전을 강화하라.’ IDEA는 성공하는 프로젝트를 창조하는 기본 틀인 동시에 원하는 삶을 일구어 낼 도구다.
남들만큼이 아니라 나로 사는 것을 목표로 삼아라
나 자신을 알라 우리는 덫에 갇혔다. 많은 사람이 스스로 신념을 제한하고 다른 사람이 잘 다져 놓은 길을 가는가 하면, 우리 문화에 퍼진 ‘이래야 한다’는 원칙에 갇혀 있다. 하지만 이 덫은 착각이다. 세상은 창조적 실천이 사치일 뿐 아니라 더 가치 있는 일에 투자해야 할 자원을 비현실적으로 낭비하는 것이라고 믿게 만든다. 창조성을 추구하는 건 오만하고 이기적이며 순진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진실은 반대다. 창조성은 당신이 태어날 때부터 가진 권리다. 창조성은 실천할 토대는 당신이 추구하는 모든 대상의 근간이 된다. 창조성은 관대하고 실용적이기까지 하다. 삶을 변화시키고 사고방식을 바꿔 준다.
우리는 모두 예술가로 태어났다:〈아바타〉의 각본을 쓰고 감독을 맡았던 제임스 캐머런은 십대부터 영화 관련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했다. 같은 반 친구들이 주기율표를 외울 때 캐머런은 외계인에 관해 끄적였다. 그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고등학교 때 냈던 아이디어를 토대로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캐머런이 바로 내가 말하는 잠재력의 샘을 보여 주는 사례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이 있다. 캐머런이 특별한 사례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모두 창조성을 타고난다. 특히 어린이들은 창조하려는 열망으로 불타오르고 넘치는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고 싶어 한다. 유치원에 들어가서 누가 그림을 그려 주겠냐고 물어보라. 한 명도 빠짐없이 손을 드는 광경을 보게 된다.
안타깝게도 이런 열정은 오래가지 않는다. 초등학교 5학년 교실에서 같은 질문을 하면 절반 정도 손을 들 것이다. 고등학교 교실에 간다면? 두 명 정도만 손을 들까 말까 한다. 이런 현상은 우연이 아니다. 전통적인 학교 교육은 창조적 충동을 없애 버리고 공장이나 칸막이 사무실로 들어갈 준비를 하게 만든다. 우리는 창조적 장애물을 극복하기보다 피해 가도록 훈련받았다. 그러나 이제 더는 피하지 말자. 타고난 창조적 본능(삶의 소명)은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창조적 본능을 유지했든 지금부터 다시 발견하려고 준비하든, 중요한 건 이 능력이 여전히 당신 안에서 불타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현재 삶과 실제로 원하는 삶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낀다. 이제 그 격차를 직시하고 타고난 능력을 발휘하여 격차를 좁혀야 한다. 다른 사람의 대본으로 연기하지 말고 자신만의 대본을 써라. 무엇을 창조하고 싶은가? 더 중요하게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누구에게나 보람 있는 창조적 삶으로 나아갈, 자신만의 길이 존재하며, 그 길이 어떻게 나타나게 할지는 모두 당신의 몫이다.
말이 사고방식을 빚는다: 창조적 통로를 다시 열 수 있는 강력한 조치는 특정 기술을 배우거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는 게 아니다. 그저 내가 창조적인 사람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면(정확히 말해 기억하면) 된다. 여기서 말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스로 크리에이터라고 여기고 다른 사람에게 그 진실을 말할 의지가 없다면 능력이 뛰어나고 숨겨진 재능이 수없이 많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나는 마침내 의사가 되지 않겠다는 사실을 인정했을 때 명함을 하나 만들었다. ‘체이스 자비스, 사진작가.’ 그때 내게는 전문가용 카메라도 없었다. 그저 스냅 사진만 찍었을 뿐이다. 하지만 명함은 잠재 고객에게 보여 주려고 만든 게 아니었다. 나는 스스로 확신하기 위해 그 명함이 필요했던 것이다.
미국에서는 파티에서 처음 만났을 때 제일 먼저 직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당황스럽긴 했지만 반복되는 질문에 정직하게 대답했다. “사진작가입니다.” 풀타임으로 돈을 버는 직업이 무엇이냐는 게 사람들의 진짜 의도였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내 꿈을 말로 표현하는 건 멋진 일이었다. 기억하라. 이룰 때까지 이뤄야 한다. 사진을 찍자마자 당신은 모든 면에서 사진작가가 된다. 개념상으로, 법적으로, 모든 면에서 당신은 사진작가다. 앉아서 그림을 그려라. 그럼 화가가 된다. 그만큼 간단한 일이다.
나는 어떤 유형의 사람인가: 당신은 무슨 유형인가?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시작하지만 실제로 끝내지는 못하는가? 당신은 착수형이다. 같은 작업을 지겹도록 다시 시작하는가? 당신은 심사숙고형이다. 외부의 압력 탓에 그만둔 적 있는가? 당신은 우선순위형이다. 스스로 예술가라는 생각을 거부하는가? 당신은 저항형이다. 크리에이터로서 활발히 활동하지만 품질이나 양, 다른 사람들의 인식 혹은 보상이 부족하게 느껴지는가? 당신은 노력형이다.’
앞서 소개한 유형 중에 당신의 창조적 정체성이 하나 이상 있는가? 좋다. 그 정체성을 렌즈로 삼아 이 책을 읽는 동안 자신에게 맞는 해결책을 정의하라. 두 가지 이상의 정체성에 해당한다면? 그것도 좋다. 이런 분류를 통해 약점을 숨겨진 강점으로 인식하고 어떤 기량이 부족해서 그동안 강점을 활용하기 힘들었는지 깨닫기 바란다. 이제부터는 자신의 기량을 닦아야 한다. 최고의 작품을 만들고 싶다면 가진 것을 모두 꺼내야 한다.
주어진 조건에서 다시 시작하라: 창조적 삶과 창조적 직업은 모두 설계를 통해 이뤄진다. 즉 의도적으로 진행된다. 이제 작업화를 신고 일하러 갈 때다. 오늘 당신이 어떤 자리에 있든 보람 있고 창조적인 삶을 직접 설계할 수 있다. 이미 프로 예술가든 단순히 ‘창조적으로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든 상관없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 ‘소설 완성하기’처럼 단 한 가지 버킷 리스트가 아니라, 앞으로 여생을 살아가면서 매일 어떻게 창조성을 발휘하고 싶은지 자문해 보자. 혹시 사진작가로 일한다면 이제 웨딩 사진이 아니라 당신이 진정 보람을 느끼는 예술 사진 분야로 넘어가라.
이제 기어를 올리고 당신 안에 숨어 있는 잠재력에 발동을 걸 차례다. 도자기 공예, 작곡, 춤, 섬유 공예, 영화 제작, 꽃꽂이, 정원 가꾸기, 유리 세공, 보석 세공, 시트콤 창작, 가죽 공예, 코딩, 그림, 종이 공예, 사진, 악기 연주, 노래, 창업 등 불가능한 건 없다. 중요한 건 습관이다. 이런 목록들은 수박 겉핥기에 불과하다. 중요한 건 ‘종착점’이 아니라 ‘시작점’이다. 소명은 인턴십에서 시작되는, 모든 것이 갖춰진 경력 사다리의 형태로 나타나지 않는다. 직감은 목적지가 아니라 방향을 제공한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이 보일 것이다. 그 길을 걷는 건 당신의 몫이다.
‘평범한 인생’이란 없다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3가지 방해요소: 선택한 길을 걷다 보면 성공하는 순간(창조적인 흐름과 즐거움, 안락함이 넘치는 순간)이 찾아온다. 하지만 고난도 마주친다. 개인의 상황에 따라 세부 내용은 다르겠지만 근본적으로 겪는 어려움은 다들 비슷하다. 내가 ‘빅 3’라고 이름 붙인 이 세 가지 고난은 거의 모든 크리에이터들의 여정을 가로막는데, ‘돈, 창조적 통제력, 주변 사람들’이 그 주인공이다.
빅 3는 궁극적으로 당신이 중시하는 가치와 연결된다. 자신의 길을 걷다 보면 각 요소와 언젠가는 부딪칠 것이다. 나는 사진작가로 일하면서 많은 사람이 타인을 신경 쓰느라 돈과 에너지를 소모하는 걸 목격했다. 창조적 자유를 무제한으로 보장받았는데도(심지어 계약으로) 통제력이 내 손을 스르륵 빠져나간 적도 있다. 내 아이디어가 너무 어렵거나 괴상하거나 비싸다는 이유로 해고되기도 했다.
가족들은 내가 엇나갔다고 생각하고 실망했다. 하지만 나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많은 돈을 포기해 가며 신념을 지켰다. 밥상에 음식이 필요한데도 참고 버틴 적도 있다. 이런 일은 끊임없이 일어난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가치를 더욱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뿐이다. 그 과정에서 어리석은 의사결정을 하거나 전투에 져서 크게 다치더라도 전쟁에서 이겨야 한다. 이때 ‘이긴다’는 건 시간이 흐르면서 의사결정의 질이 양과 상관관계를 보이며 발전한다는 뜻이다.
자기 삶의 영웅이 되어라: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새로운 방향으로 첫발을 뗐다면 이미 여정은 시작된 셈이다. 하지만 영웅이 되려면 처음부터 신비로운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신화와 이야기 속에서 그 문은 험악한 문지기가 지키고 있다. 우리의 첫 번째 관문을 지키는 문지기는 험악한 스핑크스가 아니다. 나만의 길을 걷기 시작할 때 등장하는 모든 장애물이 바로 그 문지기다. 문지기는 두려움, 현재 직업, 우선순위, 심지어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일 수도 있다. 조지프 캠벨은 문지기가 꼭 영웅의 적은 아니라고 한다. 문지기는 협력자로 변할 수 있다. 하지만 초기에는 당신의 의지를 계속 시험할 것이다. 그렇지만 두렵더라도 밀어붙이고 계속 성장하고 변화한다면 한때 두려웠던 문지기가 당신의 편에 선 믿음직한 조력자가 되어 줄 것이다. 자기 삶의 영웅이 돼라.
종착점이 아니라 시작점을 설계하라
규칙에서 벗어나라 돌아보면 내가 구조와 체제를 무시했기에 자연스럽게 초창기 창조적 경력은 나쁜 영향을 받았다. 나는 창조성을 계획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창조성은 즉흥적이어야 하니까. 그래서 저 높은 곳에서 내려온 마법 같은 힘이 영감을 줄 때만 일했고 남는 시간에는 하고 싶은 일만 했고, 창조성에서 규칙은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다. 창조성에 대한 이런 미성숙한 관점은 예술가를 거친 신비주의자로 보는 사회적 담론의 영향을 받은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이런 낭만적 미신은 어떤 분야든 창조적인 전문가가 실제 현실에서 일하는 방법과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 이제 나는 무엇이 결과물을 만드는지 안다. 일관적인 창조적 습관을 구축하고 그 습관을 굳게 지켜야 한다. 또한 창조적 작업의 기본 뼈대를 세우면 실망할 일이 줄어들고 당신이 추구하는 성공을 빠르게 성취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꾸준히 조금씩 달라져라: 브랜던 스탠턴은 조지아주에 있는 대학에 떨어지고 시카고로 이사했다. 다행히 금융 분야에서 일하는 친구 덕분에 채권 중개인으로 일할 수 있었다. 금융은 스탠턴이 열정을 느끼는 분야가 아니었지만 존중받는 위치에서 돈을 벌 수 있으니 신이 났다. 그는 쉬지 않고 일하기 시작했고 깨어 있는 매 순간 시장에 대해 생각했다. 하지만 가끔 몇 분씩 도시 풍경을 찍거나 시카고 대중교통에서 낯선 사람들을 찍기도 했다. 사진은 압박감을 해소하는 수단이자 하루 중 잠깐 돈을 생각하지 않고 보낼 기회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예쁜 사진에 정신을 팔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사진이 고정수익증권보다 재미있을지는 모르지만 중요한 건 안정성이었으니까.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된다면 채권 거래로 큰 돈을 벌 수도 있다. 자신이 성공했다는 걸 만천하에 알리고 나면(그리고 경제적 위험으로부터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나면) 진짜 열정을 쏟을 자유가 생길 거라 믿었다.
그는 그 믿음을 품고 2년을 버텼다. 그리고… 해고됐다. 사무실을 떠나 시카고의 거리로 돌아오면서 커다란 깨달음이 찾아왔다. 전혀 흥미 없는 분야에서 2년 동안 돈에만 집착하다가 갑자기 머릿속이 깨끗해진 것이다. 이제 무엇이든 원하는 것으로 채울 수 있고 시간도 충분해졌다.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가고 원한다면 무슨 일이든 해도 된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해방감에 도취되었고 이 감정을 영원히 느끼고 싶었다. 그때 스탠턴은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그것은 후에 전 세계 수백만 명에게 가치를 전해 줄 중대한 결정이었다. 그는 사진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1만 명에 달하는 뉴욕 시민들을 대상으로 거리에서 인물 사진을 찍는 프로젝트였다. 이후 친구들에게 풍경 사진을 팔아서 여행 자금을 마련했고, 뉴욕에 도착해서는 브루클린에 있는 재임대 아파트에서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잤다. 편안함과 안전은 뒷전이었다. 해야 할 일이 있었으니까.
당신이〈뉴욕의 사람들〉이라는 사진 블로그를 안다고 해도 블로그 초기의 사진들은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처음에는 ‘좋아요’나 덧글 기능은 물론 사진 설명조차 없었다. 스탠턴은 두 달 동안 매일 인물 사진을 게시했는데 팔로어가 1,000명이 채 안 되었을 무렵 중요한 일이 일어났다. 그날 스탠턴은 올릴 수 있는 게 밋밋한 인물 사진 한 장뿐이어서 막막해하고 있었다.
그러다 사진에 찍힌 초록색 옷을 입은 여성이 한 말을 기억해 냈다. “난 살면서 여러 단계를 거쳤어요. 어느 날 내가 초록색 옷을 입었을 때 가장 행복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15년간 초록색 옷을 입었어요.” 그는 사진에 이 설명을 덧붙였다. 그것은 그때까지 올린 사진 중 스탠턴이 가장 깊이 참여한 사진이기도 했다. 그렇게 직관을 따른 결과, 자신의 방식에서 빠져 있던 요소를 찾아냈다. 바로 이야기였다. 이후 스탠턴은 인물들의 삶에 관해 질문했고 그들의 대답을 압축해서 사진 아래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