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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는 이렇게 쓴다

나카무라 구니오 지음 | 밀리언서재


하루키는 이렇게 쓴다

나카무라 구니오 지음

밀리언서재 / 2020년 9월 / 280쪽 / 15,000원



제1장 33가지 작법으로 무라카미 하루키 읽기



제목에 강력한 키워드를 넣는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중에는 기묘하게 긴 제목을 가진 작품이 많다. 전집에서 수록되지 않은 환상 속의 작품 도 꽤 긴 제목의 작품이다. 이상하게 신경이 쓰이는 ‘BMW’, ‘창유리’, ‘소모’, ‘고찰’이라는 강한 느낌이 드는 키워드가 군데군데 들어가 한 줄의 제목만으로도 내용을 상상하면서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어느 날 ‘나’는 유복하지만 늘 돈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는 친구에게 3만 엔을 빌려주게 된다. 그리고 8년 후에 연락해서 돈을 갚으라고 말하지만 금색의 롤렉스 시계를 하고 BMW 자동차를 타는 친구는 돈을 갚으려고 하지 않는다. 이런 짧은 이야기다. 이 ‘BMW’라는 자동차로 어느 정도 돈을 가지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작전은 하루키 작품에 종종 등장한다. 단편소설 『렉싱턴의 유령』에도 오래된 저택의 현관 앞에 세워져 있는 파란색 BMW 왜건이 등장한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에서도 주인공 하지메가 타고 다니는 차가 BMW다. 이렇게 ‘BMW’라는 중요한 키워드를 배치하는 것으로 일본 거품경제기의 왠지 모르게 나른하고 풀어진 분위기를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더 기묘한 제목도 있다. <로마제국의 붕괴ㆍ1881년의 인디언 봉기ㆍ히틀러의 폴란드 침입ㆍ그리고 강풍세계>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특별할 것 없는 하루의 이야기를 에둘러 표현한 문체로 완성한 『빵가게 재습격』에 수록된 초기 단편소설이다.

어느 일요일 오후에 강풍이 불기 시작한다. 여자친구에게 걸려온 전화벨이 울렸을 때, 시곗바늘은 2시 36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이런, 나는 또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계속 일기를 썼다’라는 이야기다. 아마도 제목의 키워드인 ‘로마제국’은 주인공인 ‘나’의 혼자만의 시간, ‘인디언 봉기’는 여자친구에게 걸려온 전화, ‘폴란드 침입’은 여자친구가 집에 찾아오는 것의 비유라고 생각된다.

이처럼 숨겨진 의미를 등에 짊어진 단어가 곳곳에 들어간 제목을 통해 독자는 책을 다 읽고 나서 수수께끼의 비밀을 알아냈다고 생각하게 된다.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에 수록된 단편소설 <사우스베이 스트럿-두비 브라더스의 ‘사우스베이 스트럿’을 위한 BGM>이라는 작품도 있다. 이 단편은 미국의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에게 바치는 오마주다.

주인공은 사립탐정으로, 작품의 무대가 되는 캘리포니아 남부의 ‘사우스베이 시티’는 챈들러의 소설에 등장하는 거리인 ‘베이 시티’의 패러디다. 제목은 부제로도 쓰인 두비 브라더스의 노래 제목에서 따왔다. 흘러간 음악으로 시대를 한정한 제목은 이야기의 분위기나 시대감각을 그대로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 아름다운 과거: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은 『노르웨이의 숲』, 『스푸트니크의 연인』과 더불어 하루키의 3대 연애소설로 일컬어진다. 더불어 『노르웨이의 숲』과 같이 초현실주의적인 면이 거의 없는 하루키의 장편소설이다. 사랑과 상실을 주제로 했다는 점에서 전작 『노르웨이의 숲』과 일맥상통하지만, 『노르웨이의 숲』은 주인공이 공항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과거’로 돌아간다면, 이 작품의 주인공 앞엔 ‘과거의 연인’이었던 시마모토가 ‘현재’의 시점에 나타난다. 25년 전 아주 잠깐의 인연이었지만 서로에게 ‘운명’을 느꼈던 ‘시마모토’와 ‘나’는 ‘현재’의 시점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나’는 ‘현재’ 아내와 아이가 있는 상태이지만, ‘시마모토’에게 순식간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시마모토’는 ‘나’와 하코네의 별장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주인공 앞에서 감쪽같이 사라진다. 도쿄로 돌아온 ‘나’는 그간의 일을 아내에게 고백한다. 그러나 ‘현재’를 선택한 ‘나’ 앞에서 ‘아내’는 사라지지 않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현재’의 시점이 이야기의 주요 무대란 점이 중요하다. ‘과거’의 영향에서 여전히 자유롭진 않지만. ‘현재’ 시점에 있는 주인공은 그 상실의 슬픔에 젖어 있지 않고, 새로운 일상으로 돌아온다. 누구나 과거의 상실과 슬픔이 있고, 잃어버린 사랑이 있을 수 있다. 하루키의 전작 역시 주인공인 ‘나’는 과거를 딛고 ‘현재’의 일상을 살아가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이 소설은 그 ‘현재’를 살아가는 ‘나’가 어떤 인물일 수 있을지를 좀 더 조명하는 것이다.

특히, 작품 안에서 냇킹콜이 부르는 노래 는 소설의 전체 주제를 관통한다.

“Pretend you’re happy when you’re blue” (슬플 때는 행복한 척을 해요)--(중략)--

“The little things you haven’t got (당신이 갖지 못한 작은 일들 따위)Could be a lot if you pretend” (다 좋은 일이 될 수 있어요. 당신이 행복한 척만 한다면)

과거는 언제나 미화된다. 과거에 있었던 일은-특히 그것이 슬픔과 관련된 일이라면- 좀 더 아련한 색으로 칠해지고, 때문에 우리 생의 어떤 과거는 어느 순간 개인적인 신화가 된다. 가끔 ‘현재’의 삶의 템포를 0.5배속 정도로 느리게 해, 상실된 신화 속에서 애수를 느끼는 것도 우리에겐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그땐 그랬지’라는 감상적인 이유가 ‘현재’의 소중함을 넘어서는 근거가 되진 못한다. 더불어 ‘과거’란 사실 ‘선택지’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에게 아련하게 남고 신화적 세계가 되는 것이다. 하루키의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은 이 지점을 정확하게 짚고 넘어간다. 과거와 단절하거나, 과거에 휩싸여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음미함으로써 ‘현재’의 소중함을 획득하는 것이다. 과거는 과거로 남아 있을 때 아름답다. 현재의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감수하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현재도 언젠가 우리에게 아름다운 과거가 될 것이다.

갑자기 소중한 무언가가 사라진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에서는 항상 갑자기 무언가가 사라진다. 고양이가 사라지고, 아내가 사라지고, 애인이 사라지고, 색이 사라진다. 그렇게 마법처럼 여러 가지가 차례차례 사라지는 것이 하루키식 ‘양식’의 아름다움이다. 마치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고전적인 마술사처럼 한순간에 사람을 사라지게 만든다. 『태엽 감는 새 연대기』에서는 고양이가 사라진 후 아내가 사라지고, 『국경을 남쪽, 태양의 서쪽』에서는 시마모토 씨가 하코네의 별장에서 사라지고, 『스푸트니크의 연인』에서는 스미레가 그리스의 섬에서 연기처럼 사라지고, 『기사단장 죽이기』에서는 ‘내’가 그림을 가르치는 소녀 아키카와 마리에가 사라지고, 단편소설 <파랑이 사라지다>에서는 이 세상에서 파란색이 사라진다.

이처럼 하루키 작품에서 여성이나 고양이 등의 ‘갑작스러운 실종’이나 ‘상실감’이 중요한 테마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주인공이 그것을 찾기 시작하면서 이 세계의 뒤편으로 깊숙이 들어가게 된다. 이것이 하루키 문학의 큰 줄기라고 할 수 있다.

바다가 사라지는 이야기도 있다. <5월의 해안선>에서 ‘나’는 12년만에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거리로 돌아가 바다 냄새를 찾아 어린 시절 놀던 해안을 찾아가지만 바다는 사라지고 없다. ‘나’는 매립된 콘크리트 사이로 덩그러니 남아 있는 해안선을 바라본다. 잃어버린 풍경을 찾는 자전적인 이야기로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에 수록된 작품이다.

『신의 아이들은 춤춘다』에 수록된 <쿠시로에 내린 UFO-어떤 ‘이혼 선언’ 이후>에서도 어느 일요일 오후 시간에 직장에 다니던 고무라가 일을 마치고 집에 와보니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아내에 대해서 묘사하고 있다. 작품 속에선 고배 지진의 충격과 평소의 부부생활에 대한 불만을 그대로 표출하고 있는 아내의 충격적인 고백이 내밀하게 그려져 있다. “닷새 후인 일요일, 평소와 같은 시각에 그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보니, 아내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고배 지진이 일어난 지 닷새 후에 그녀가 집을 나가면서 남긴 편지에는, “두 번 다시 당신에게 돌아올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쓰여 있었다. 거기에는 왜 그녀가 고무라와 함께 살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이유가 간결하게, 그리고 명확하게 쓰여 있었다. “문제는 당신이 내게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다는 거예요.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당신의 내부에는 나에게 주어야 할 게 아무것도 없단 말이에요. 당신은 다정하고 친절하고 멋있지만, 당신과의 생활은 마치 공기 덩어리와 함께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그것은 당신 한 사람의 책임만이 아니에요. 당신을 좋아하게 될 여성은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전화도 걸지 마세요. 남아 있는 내 짐은 모두 처분해주세요.”

이렇게 상실과 재생이 반복되는 가운데 주인공인 ‘나’는 조금씩 성장해나간다.



100퍼센트의 ○○라고 말해본다


‘100퍼센트’라는 말은 굉장히 강력하다. 90퍼센트도 70퍼센트도 아닌 ‘100퍼센트’라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100퍼센트 유기농 면’, ‘100명에게 물었다’, ‘100주년’, ‘만족도 100퍼센트’ 등 사람들의 눈을 끄는 말로 습관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한자 백(百)은 수를 의미할 뿐만 아니라 ‘굉장히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즉, 백은 숫자 100이기도 하지만 ‘무한의’ 또는 ‘완벽한’과 같은 의미를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마법의 말이다.

단편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는 말 그대로 ‘4월’의 어느 맑은 날 아침에 하라주쿠의 뒷길에서 ‘내’가 100퍼센트의 여자와 스쳐 지나가는 소소한 일상의 한 장면을 그린 이야기다. 이 ‘100퍼센트의 여자’라는 표현이 아주 얄미울 정도로 훌륭하다. 여기서 사용한 ‘100퍼센트’는 ‘무한의’라는 뜻이라기보다는 ‘완벽한’을 나타낸다. 만약 이 제목이 ‘봄의 어느 맑은 아침에 완벽한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였다면 내용은 같아도 인상이 흐릿해져 버린다. 역시 ‘100퍼센트’가 아니면 안 된다.

참고로 『노르웨이의 숲』이 나왔을 때 ‘100퍼센트의 연애소설’이라는 문구가 빨간색과 초록색의 표지 띠지에 크게 써져 있었는데, 이것은 하루키가 직접 쓴 것이다. 대만에서는 『노르웨이의 숲』이 크게 히트한 후에 ‘노르웨이의 숲 호텔’, ‘노르웨이의 숲 카페’, ‘노르웨이의 숲 아파트’ 등이 등장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가 번역되자 ‘100퍼센트의 여자’가 유행하면서 ‘100퍼센트의 OO’라는 말이 사회현상이 되기도 했다.

『노르웨이의 숲』- 그 시대를 잊지 마 : 한국에선 『상실의 시대』로도 잘 알려진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은 1987년 발간해 430만 부라는 경이로운 판매를 기록했다. 한국에선 처음 번역된 하루키의 작품이자,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이름을 알린 소설이기도 하다.

흔히 야한 소설이라거나, 연애소설로 많이 일컬어지지만, 이 작품은 일반적인 연애소설의 삼각관계에서 그려지는 애정과 질투, 사랑의 결실 등의 서사와는 주안점이 다르다. 물론 와타나베-기즈키-나오코 간의 삼각관계와 이후 와타나베-나오코-미도리 간의 삼각관계는 언뜻 봐서는 연애소설의 구도를 연상케 하지만, 그들은 서로 질투를 하거나 경쟁하지 않는다. 기즈키와 나오코, 와타나베와 나오코, 와타나베와 미도리 간의 관계는 서로 읽히지 않는다. 각각의 세계가 고립되어 있고, 평행을 이루고 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37세 와타나베 도오루는 독일 출장을 가는 길에 비틀스의 노래 ‘노르웨이의 숲’을 듣다가 혼란스러웠던 19세를 회상하기 시작한다. 그때 주인공의 곁에는 기즈키와 나오코라는 친구가 있었다. 기즈키는 나오코의 애인이었지만, 그는 스무 살이 되기 전 갑작스럽게 자살한다. 이 일로 ‘나’와 ‘나오코’는 각자의 삶에서 ‘기즈키’를 잊기 위해 노력하고, 주인공도 도쿄의 대학에 입학한다. 도쿄의 대학 입학 후 와타나베는 우연히 ‘나오코’를 만나고 둘은 사랑에 빠지지만, 나오코는 와타나베의 곁에서 갑자기 사라진다. 나오코가 갑자기 없어지고, ‘나’는 남자 선배와 같이 다니며 여자들과 의미 없는 육체관계를 가지며 생활하던 중, 요양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나오코’를 발견한다. 와타나베는 도쿄의 대학을 다니는 도중에도 지속적으로 요양원에 있는 ‘나오코’를 찾아가지만, 그 시기 대학에서 후배인 미도리를 만난다. 그리고 어느 날 ‘나오코’는 ‘와타나베’에게 본인을 잊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 후 자살한다.

『노르웨이의 숲』은 이제는 상실된 시대(일본의 1968~1969년 전공투 시대) 속에 살았던 이들의 ‘사랑과 연애’를 그려내고 있지만, 기존의 하루키 작품처럼 이 작품 역시 등장인물들은 고립되어 있다. 그리고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것처럼 그려지고 있다. 그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주인공들은 사랑의 결실을 맺기보다는, 자살하거나, 삭막한 현실로 돌아오거나, 어딘가로 사라진다. 모두 무언가를 상실하며 생의 앞으로 나가는 것이다.(혹은 생의 절벽에서 떨어지거나)

이 작품은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나 다른 하루키 단편들과 달리 어떤 방식으로도 초현실주의적 뉘앙스가 소설 전반에 전혀 등장하지 않는 리얼리즘 소설이기도 하다. 하루키는 다시는 이런 스타일의 리얼리즘 소설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역설적으로 한국에선 아직도 대중적으로 ‘하루키’를 대표하는 책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다.

반자전적으로 자신의 분신을 묘사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물은 바로 ‘나’다. ‘나’는 하루키 자신이며 이야기 안에서 사는 분신이기도 하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1973년의 핀볼』, 『양을 쫓는 모험』, 『댄스 댄스 댄스』라는 ‘나와 쥐 4부작’을 비롯하여 수많은 작품이 ‘나’라는 1인칭 시점에서 쓰였다.

그런데 『태엽 감는 새 연대기』의 집필이 끝나고 ‘더 이상 1인칭만으로는 소설을 쓸 수 없겠다’고 생각한 듯 『해변의 카프카』의 나카타 씨의 장, 『애프터 다크』, 『1Q84』,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는 3인칭으로 썼다. 이렇게 자신의 분신을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정성을 들여 그리는 것이 하루키 문학의 매력이다. 또한 이 분신이 이야기 속에 완전히 녹아들어서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에 수록된 <벌꿀 파이>도 반자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와세다 대학 문학부에 진학해서 별 볼일 없는 소설가가 된 36세의 준페이가 주인공이다. 대학 시절에 셋이서 친하게 지내던 사요코와 다카쓰키가 결혼하고 후에 이혼하지만 셋의 친구 관계는 여전히 이어진다.

이 둘의 딸로 4세인 사라에게 준페이가 벌꿀 채집의 명인인 ‘곰마사키치’와 마사키치의 친구인 ‘동키치’가 나오는 동화를 즉흥적으로 만들어 들려준다는 이야기다. 하루키 자신이 ‘와세다 대학을 졸업해서 인기 없는 소설가가 되었다면……’ 하고 생각해 본 망상 속의 이야기일까?

그리고 『도쿄기담집』에 수록된 <날마다 이동하는 콩팥 모양의 돌>의 주인공 준페이는 31세가 된 단편소설을 잘 쓰는 소설가다. 아쿠타가와상 후보에는 4번이나 오른 적이 있다. (하루키 자신도 몇 번이나 후보에도 올랐지만 선정되지는 못했다). 한 파티에서 기리에라는 이름의 여성과 만나고 “남자가 평생 동안 만나는 여자들 중에서 진정한 의미를 가지는 여자는 세 명뿐이다”라는 아버지의 말을 떠올린다. 그 후 기리에에게 이야기한 신장석에 대한 소설이 문예지에 실리지만 그녀와는 연락이 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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