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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의 일

양은우 지음 | 비즈니스북스


기획자의 일

양은우 지음

비즈니스북스 / 2020년 6월 / 304쪽 / 15,800원



도대체 내 기획은 왜 까일까?



기획의 결과는 최종적으로 보고서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래서 보고서를 읽은 사람(대개 상사나 의뢰인)의 반응을 보면, 기획의 결과에 대한 만족도를 알 수 있다. 따라서 보고서에 대해 돌아오는 피드백과 그 이유에 대해 의문을 갖고 답을 찾으려 하면 결과적으로 기획의 수준이 높아진다. 구체적으로 상사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문제를 올바르게 정의하고, 일관된 논리 구조에 따라 색깔이 분명한 결론을 도출하고,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 정보를 활용하고, 창의적인 대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하고, 그 모든 것을 상대의 추측 기제를 망가뜨릴 정도로 개성 있게 전달한다면, 자연스럽게 기획 역량이 향상될 것이다. 지금부터 앞에서 언급한 10가지 기술에 대해 하나씩 보다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기획의 시작은 ‘마음 읽기’다



내 기획서의 고객은 상사다 / 한글 프로그램부터 열지 마라


기획을 잘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고객이란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일반 소비자일 수도 있지만, 직장 내에서 일차적인 고객은 자신에게 업무를 지시한 사람, 즉 상사다. 상사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않고서는 절대 훌륭한 기획자가 될 수 없다. 한편 기획의 결과물인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명확하게 기획의 방향이 결정되어야 한다. 문제가 무엇이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향이 잡힌 이후에 일을 시작해야 한다.

좋은 질문으로 포문을 열어라 / A4 용지 한 장에 담긴 기획 비결


상사의 의도를 파악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질문하는 것이고, 둘째는 업무계획서를 사전에 작성해보는 것이다. 먼저 뭔가 해야 할 일을 지시받았을 때 배경이나 목적, 의도, 만들어내야 할 결과물이 명확하지 않거나 이해되지 않는다면, 궁금한 사항이 더 이상 없을 때까지 계속 질문하는 것이 가장 좋다. 두 번째 방법은 사전에 간단하게 업무 계획서를 작성해보는 것이다. 나는 25년간 기획 일을 하면서 보고서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본 적이 없는데, 그 비결은 신입사원 시절에 내 직속 임원이 해준 조언에 있었다. 그분은 보고서를 쓰기 전에 반드시 A4 용지 한 장에 내가 하려는 업무 내용을 간단히 손으로 써오길 바랐다. 지시받은 내용은 무엇이며, 배경과 목적은 무엇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업무를 어떻게 전개해나갈 것인지, 어떤 내용들을 담을 것인지 아무런 형식 없이 정리해오도록 했다. 내용을 정리해서 가면 그것을 보면서 맞는 것과 수정할 것을 알려주었다. 실무자인 내게 그분의 교육은 일하는 데 정말로 큰 도움이 되었다. 오히려 질문을 할 때보다 훨씬 수월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기획의 출발점은 마음을 읽는 것이다


기획의 출발은 고객(상사)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고,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향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런데 상사의 의중을 잘 파악하려면 평소에 자주 관찰하고 대화해야 한다. 직장 생활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성공하기 위해서라 생각하고 싫어도 하루 세 번 공복에 상사와 대화를 나누는 습관을 들여라.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이는 기획자로서의 역량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기점이 된다.

진짜 문제를 찾는 게 9할이다



기획의 첫 단추는 문제 정의다


상사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했다고 해도 길을 잃고 헤맬 수 있는 함정이 하나 있다. 이 역시 기획 업무의 초기 단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인데, 바로 문제를 잘못 정의하는 것이다. 기획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이 이뤄진다. 문제와 과제를 인식한 후 현황을 살펴보고, 문제를 일으킨 근본 원인을 찾아 대안들을 도출해서, 그중 최적의 대안을 찾아 실행 계획을 수립하는 순인데, 이 프로세스를 따라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일 먼저 문제를 올바르게 정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진짜 문제를 발견하는 디자인 씽킹의 힘


문제를 올바르게 정의할 수 있는 방법으로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이 있는데, 디자인 씽킹은 제품 디자이너들이 일하는 방식을 차용한 것으로, 문제 정의를 중요시하는 프로세스다. 그들은 디자인을 하기에 앞서 항상 고객이 제품을 사용하는 장면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무엇이 불편한지, 어떤 점이 개선되었으면 하는지 질의응답을 통해 방향을 설정한다. 그리고 직접 제품을 사용하면서 불편한 점과 개선점을 찾으려고 한다. 그들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책상 앞에 앉아 생각만 해서는 고객들이 불편해하는 문제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상황에 공감해야 진짜 문제가 보인다 / 남은 것은 문제 테스트다


현장에서 고객의 행동을 관찰하고, 고객의 입장이 되어 제품과 서비스를 경험해보고, 고객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문제를 도출해내는 것이 디자인 씽킹의 첫 단계인데, 이를 ‘공감’ 단계라고 한다. 그리고 문제를 올바르게 정의했다면, 그다음은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도출하고, 시제품을 만들어 평가해본다.

기획은 결론으로 말한다



기획자의 생각을 정리하는 피라미드 구조


지시한 업무 결과를 보고받는 상사의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건 무엇일까? 아마도 보고의 결론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문서를 작성하는 사람은 그 내용이나 논리 구조가 머릿속에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다. 하지만 문서를 받아 보는 사람의 입장은 그렇지 않다. 작성자가 의도했던 논리의 프레임은 보이지 않고 흰 종이에 검은 글씨만 보일 뿐이다. 그러므로 보고를 받는 상대방의 이해력을 높이기 위해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그 내용은 어떻게 그룹핑되었는지 등 전체 구조를 알려주는 것이 필요한데, 이런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피라미드 구조다. 피라미드 구조는 주어진 과제에 대해 기획자가 생각하는 결론이나 주장을 먼저 제시한 후, 결론이 나오게 된 근거, 그 근거를 도출하게 된 요지 등을 전달하는 형태로 되어 있다. 정리하면 ‘과제→결론→결론의 근거→근거의 요지’ 순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형식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넓게, 마치 피라미드처럼 퍼진다고 해서 피라미드 구조라는 이름이 붙었다.

관심을 강렬하게 끌어당겨라 / 뇌리에 박히려면 무조건 단순해야 한다


좋은 결론은 우선 상대방의 관심을 끌어당길 수 있어야 한다. 주목하게 만들려면 결론이 뻔해서는 안 된다. 결론이 가져야 할 두 번째 조건은 단순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하다는 건 길거나 복잡하지 않고 짧다는 말이다.

기획을 한마디로 말하는 콘셉트


기획자의 주장은 선명해야 하며 상대방의 기억 속에 확고하게 각인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만들어주는 것이 콘셉트다. 콘셉트는 주어진 과제에 대해 기획자가 생각하는 해결 방향을 한마디로 압축한 것이다. 콘셉트가 분명하면 찬성이 됐든 반대가 됐든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심어줄 수 있다. 반대로 콘셉트가 분명하지 않으면 “당신 생각은 뭔데? 한마디로 말하면 뭐야?” 같은 말을 들을 수 있다. 콘셉트에 대해 오해해선 안 될 점은 없는 것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숨어 있어 드러나지 않는 것을 고객이 공감하도록 만들어주는 게 콘셉트다. 즉 보고받는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자신의 생각을 압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자면 고객이나 제품 혹은 서비스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통찰을 바탕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눈에 보이게 만들어야 한다. 콘셉트가 명확하면 기획자가 하려고 하는 이야기를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콘셉트를 잘 뽑는 4단계 방법


그렇다면 콘셉트는 어떻게 도출해야 할까? 다음과 같이 4단계로 나눠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한다(Problem Definition). 둘째, 문제에 대한 대안 또는 해결책을 도출한다(Alternative). 기획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콘셉트는 이 대안 속에 담겨 있을 것이다. 이를 끄집어내기 위해 셋째, 대안의 핵심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Core of the Alternative). 마지막으로 이 핵심 내용을 천둥이 치는 것처럼 큰 울림이 전달되는 어구로 표현해야 한다(Thundering Phrase). 이 네 단계를 머리글자만 따서 압축하면 ‘PACT’가 된다.

생각의 A to Z를 풀어내야 한다



문제를 푸는 가장 강력한 도구, 로직 트리


기획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풀어내기 위한 공부가 필요한데, 대체로 많이 쓰는 방법이 ‘로직 트리’(logic tree)다. 이는 어떤 현상이나 원인, 해결책에 대해 인과관계를 고려하면서 나무가 가지를 뻗듯 생각을 펼쳐나가는 방법이다. 로직 트리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주어진 과제에 대해 원인이나 해결책을 큰 레벨에서 작은 레벨로 점차 생각을 세분화해나가되, 각 레벨에 있는 요소들은 서로 중복되거나 누락되어서는 안 된다. 아래 그림에서 B와 C와 D는 중복되지 않으며 합하면 A가 되어야 한다. E~G, H와 I, J~L도 중복되지 않아야 하며 E와 F, G를 합하면 B, H와 I를 합하면 C, J와 K, L을 합하면 D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각 레벨의 요소들은 동일한 비중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피곤하다’라는 문제에 대해 레벨 1에서 한 축을 ‘육체적인 원인’으로 구분한다면, 다른 한 축은 ‘정신적인 원인’이 되어야 한다. 한 축을 ‘육체적인 원인’으로 하고 다른 한 축을 ‘꼴 보기 싫은 상사’라고 하면 ‘육체적인 원인’이 ‘꼴 보기 싫은 상사’보다 더 광범한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한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린다. 이런 원칙을 염두에 두고 위에서 아래로 생각을 확장해나가되 아래로 가면서 구체적으로 생각을 정리하면 된다.

지금껏 보지 못한 것을 제안하라



다시, 기획의 의미를 생각하다


기획이란 무엇일까? ‘여행을 기획하다’가 맞을까, 아니면 ‘여행을 계획하다’가 맞을까? 이 질문을 던지면 대다수는 ‘여행을 계획하다’가 맞다고 단정적으로 말한다. 하지만 만일 내가 일하는 회사가 여행사라면 어떨까? 지금까지는 주로 일본과 중국 여행 등의 제한적인 상품만 다뤄왔는데, 이번에 동남아 전체로 여행 상품을 확대하려고 한다면 그건 기획일까, 계획일까? 기존에 없던 상품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이므로 기획이라고 해야 맞다. 이렇게 보면 기획과 계획은 그 의미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획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 명확화하고 목표를 설정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Why’나 ‘What’이 중요하다. 반면 계획은 기획을 통해 명확히 설정된 방향에 따라 구체적으로 해야 할 일을 정비하고 준비하는 일이다.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화해야 하므로 ‘How’가 더 중요하다.

계획은 영어로 plan이다. 기획은 plan을 준비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진행형 접미사 ‘-ing’를 붙여 planning이라고 한다. 짧게 요약하면 기획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행해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정의에는 뭔가 중요한 것이 빠져 있다. 기획은 실행하기 전과 실행하고 난 후가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 즉 가치가 높아져야 한다. ‘기획이란 (조직이나 개인의) 가치 증대를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이것이 기획에 대한 올바른 정의다.

창의적인 사고는 기획 업무를 하는 데 있어 필요한 핵심 역량 중 하나인데, 창의적인 대안을 도출하는 습관이나 자세는 다음과 같다. ①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먼저 기존의 관점을 버리고 새로운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② 뻔하게 보이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존의 상상력을 뛰어넘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③ 익숙한 것을 낯설게 여겨야 한다. 낯익은 환경을 평소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면 지금까지와는 달리 당연하지 않은 세계를 발견할 수 있다.

④ 거침없이 모방하고 빌려온다. 인간은 본디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뭔가 기본적인 재료가 있어야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출할 수 있다. ⑤ 무관한 것들을 자유자재로 연결한다. 이는 유추(analogy)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추는 하나의 문제나 상황에서 주어진 정보를 유사한 다른 문제 또는 상황에 전이해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아이디어는 실행 속도가 생명이다



실행이 약하면 공상에 그친다


기획 과정을 크게 네 단계로 나눠보면, 먼저 문제를 정의하고 정보를 수집ㆍ분석해서 원인을 찾아내고 이를 제거할 대안을 도출하는 사고 단계(thinking)가 있다. 사고 단계가 끝나면 그것을 문서로 만드는 문서화 단계(documentation), 문서화된 내용을 구두로 전달하고 설득하거나 협조를 얻어내는 커뮤니케이션 단계(communication), 마지막으로 최종 결정된 내용을 실행하는 단계(execution)가 이어진다. 그래서 기획 역량은 이 4가지 요소가 곱으로 나타난다. 한편 힘들게 생각해낸 해결 방안을 실행으로 이어지게 하려면 2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하나는 그 아이디어가 실행 가능한 수준으로 구체화되어야 하고, 다른 하나는 상세한 실행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손에 잡히는 아이디어를 만드는 법


아이디어가 실천 가능한지 검증하고 구체화하려면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프로세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며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로 주 52시간제에 맞춰 업무 방식을 개선한다고 해보자. 오전 두 시간 동안은 회의나 업무 지시도 하지 않고 전화나 이메일도 받지 않으며, 맡은 일에만 몰입하는 집중근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집중근무제를 함으로써 업무 효율을 높이는 취지 자체는 좋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제도를 실행하려면 예상되는 문제점이나 장애 요인들이 있을 수 있고, 그중에는 해결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게 있을 것인데, 해결 불가능한 것이라면 아이디어 자체를 실현하기가 어려워진다. 실제로 대안을 실행한다고 가정하고, 현실 세계에서 이런 문제점들을 찾아보도록 하자. 때로는 아이디어를 기획한 부서뿐 아니라 다른 부서의 협조가 필요할 수도 있는데, 이를 간과한 경우 실행이 벽에 부딪힐 수 있다. 그리고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문제점이나 장애요인들을 파악해보면, 성공적인 실행을 위해 필요한 전제조건이나 선결과제 등을 도출할 수 있다. 앞 사례에서는 집중근무 시간 동안 메일이나 메신저가 송수신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외부 업체에 협조를 요청하며, 임직원들의 의식 개선을 위해 홍보하는 등의 과제가 선결되거나 제도 시행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

변화관리를 위한 교육, 특히 관리자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며 선진 사례에 대한 연구 등도 사전에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런 일들은 아이디어를 기획한 부서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라, IT 부서나 영업, 구매, 인사나 교육 등 타부서에서 수행해야 하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이들 부서에 충분히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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