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쿡, 직장을 요리하다
허병민 지음 | 북퀘이크
닥터 쿡, 직장을 요리하다
허병민 지음
북퀘이크 / 2019년 2월 / 372쪽 / 15,000원
애피타이저 - 직장생활 불변의 법칙
회사가 구성원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가 무엇일까요? 실무능력? 외국어 구사능력? 컴퓨터 활용능력? PT 능력? 종합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 아부의 기술 혹은 정치의 기술? 이것들이 하나같이 중요한 역량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회사가 구성원들이 갖췄으면 하는 제1의 조건은 다름 아닌 ‘됨됨이’입니다. 그리고 이 됨됨이를 구성하고 있는 세 가지 요소가 바로 성실성, 인내심, 그리고 인간성이지요.
저는 그러한 사실을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저는 직장생활을 광고대행사 제일기획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때가 2001년이었는데, 당시는 취업 현실이 지금처럼 전쟁이나 지옥 같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저 개인적으로는 사회에 발을 갓 내디딘 시기다 보니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던 때입니다. 그렇다 보니 마음속으로 ‘일류든 최고든 그 어디든 간에 내 마음에 안 들기만 해봐,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간다’ 식의 거만한 마인드를 갖고 있었지요. 이런 지나칠 정도의 자만심과 오만함을 고스란히 반영해주듯, 저는 정확히 8개월 만에 제일기획에서 퇴사했습니다.
그런데 제일기획에서 퇴사를 하기 며칠 전에 저는 희한한 경험을 했습니다. 팀장님께서 새벽에 전화를 거시더니 이런 말을 하시는 겁니다. “병민아. 다른 말은 안 하겠다. 여러 말 한다 해서 네가 고집을 꺾을 애도 아니고, 다 좋으니까 더도 덜도 말고 딱 1년만 채우고 나가라. 그 이상은 바라지 않는다. 알겠지? 꼭이다. 딸깍.” 결과만 말씀드리자면 저는 팀장님의 말씀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팀장님은 왜 저에게 1년이라는 시간을 강조하셨던 걸까요? 그것은 단순히 ‘경력관리’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더 본질적인 관점에서 그것이 개인이 직장생활 자체를 계속 해나갈 수 있는지 여부를 판가름해주는 중요한 잣대이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여러분이 회사에서 1년을 버티지 못한다면 회사가 아닌 그 어디를 가더라도 얼마 버티지 못할 확률이 꽤 높다는 거지요.
1년 내에 한 사람의 직장생활의 향방이 결정된다는 것인데, 여기에서 말하는 ‘향방’이 실무능력 차원의 향방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잘 알다시피 업무나 실무와 관련된 능력은 2년, 3년 연수가 늘어갈수록 개인이 노력을 하면, 정말 구제불능이 아닌 한 충분히 업데이트하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거지요. 1년 안에 결판이 나는 것은 사람의 힘에 의해서는 어쩔 수 없는, 개인 안에 내재되어 있는 본질적인 요소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성격(성향, 개성, 스타일 등 포함)입니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제가 팀장님께서 말씀하신 ‘1년만 채우고 나가라’의 진의를 알게 된 건 5년이 지나고 나서야였습니다. 제가 경제사정 때문에 평론가 활동을 중단하고 한 외국계 대기업으로 들어가려던 시기가 2006년 초였는데, 마침 그때 인사도 드릴 겸 팀장님께 메일을 보냈지요. 메일에는 제가 그동안 해온 일들, 다녔던 직장에 대한 이야기 등을 담았습니다. 저는 그야말로 그간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 편안한 마음으로 쓴 건데, 팀장님은 반대 분위기의 메일 답변을 보내오셨지요. 그것도 저에 대한 매우 냉정하고 정확한 진단이 담긴 메일을요. 몇 마디 담기지 않은 이 편지가 저의 직장생활에 대한 관점을 많은 부분 바꿔놓았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이것을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병민아, 어느 조직이건 참을성 없는 사람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내가 형으로서 하는 이야기인데, 나도 사람을 뽑을 때 실력을 보지 않는다. 인간성이나 성실함을 먼저 보고 나서 실력을 본단다. 다재다능하면 뭐하니? 뭐 하나 제대로 붙어 있지도 못하는데. 병민아. 너의 만족 못하는 성격을 이제는 좀 고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떻게 보면 너는 큰 병에 걸린 것 같구나. 자신이 너무 잘났다는 사실에 고무되어서 어느 회사에도 만족을 못하니 말이다. 제일 큰 병은 참을성이 없다는 거다. 조직적으로 일하는 법을 배우길 바란다. 진심으로 너에게 조언을 해주는 거니까 기분 나쁘게 듣지 말길 바란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08년, 6월을 끝으로 저는 대기업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회사생활을 다 정리하고 나니 2001년과 2006년에 팀장님께서 신경 써가면서 전해주신 조언들이 나름대로 조합되어 다음과 같이 하나의 의미로 수렴되더군요. 직장생활에 있어서의 불변의 진리를 담고 있는 이 말을 여러분도 한번 되새겨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아무리 날고 기는 천재적인 실력을 갖고 있다 해도 사람을 움직이는 건 능력이 아니라 ‘사람’ 그 자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신에게 이러한 ‘기본’이 뒷받침되어 있지 않다면 ‘응용’은 언제든지 그리고 얼마든지 스스로를 허물어뜨릴 수 있다.’
면 -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고민거리를 갖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다양한 종류의 능력(외국어, 발표력, 보고서 작성능력 등)을 키울 수 있을까 등 다들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이것은 결국 남보다 앞서나가기 위해 나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수렴됩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것은 단순히 ‘남보다 앞서나가는 것’하고만 관련된 문제는 아닙니다. 오히려 ‘나는 남과 대체될 수 있는 사람인가’라는 좀 더 본질적인 문제와 직결되어 있지요.
회사 내에서 비중 있는 사람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면 남이 뛰어넘을 수도 없고, 대신할 수도 없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 넣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여러분은 영어 실력, 보고서 작성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의 다양한 ‘비장의 무기’들을 물불 안 가리고 준비하고 있을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제 이러한 사항들은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적인 요건이 되었습니다. 생존경쟁을 버텨내기 위한 당연한 요건이 된 거지요. 결국 스스로를 차별화하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가 시간과 노력을 들인 것에 비해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게 되었다는 겁니다.
자, 여기에서 우리는 분명 하나의 틈새를 찾아야 하는데, 저는 그 틈새가 다름 아닌 ‘일에 접근하는 방식’에 있다고 봅니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일이 진행되는 프로세스를 보면 다음과 같이 두 가지 대표적인 특징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① 톱다운(top-down) 전달 체계, ② 제안보다는 공유 중심의 업무진행’ 우선 여기에서 분명한 것은 여러분이 CEO가 아닌 이상 이 두 가지는 회사를 그만두는 날까지 여러분이 자율적으로 바꿀 수 있는 사항들이 아니라는 겁니다.
[요리 가이드라인 #1] 과거의 것이든 현재의 것이든, 사유 방식 및 관점이 각자의 재검토 없이 그저 전수받은 것이라면 거기에는 이미 오류가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 프랜시스 베이컨
안타깝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는 우리 앞에 주어져 있는 판을 엎을 수는 없습니다. 대신에 우리는 그 판 안에서 ‘노는 방법’을 조금 달리해볼 수는 있습니다. 지금까지 위에서 전달한 업무의 내용과 틀, 방향성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대로 실행하는 데만 초점을 맞춰왔다면, 실행한 후 결과 보고를 통해 다 함께 공유하는 데 최선을 다해왔다면, 앞으로는 실행의 전 단계에서 긍정적인 ‘딴지’를 걸어볼 것을 권해드립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겁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기존의 방식 그대로 암기하고 복사하듯 일을 처리해나갈 게 아니라, 가정법 ‘If(만약)’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보는 거지요. 다시 말해 어미 ‘-면(‘-다면’ ‘-라면’ 등 다 포함)’을 치열하게 이용해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새로운 각도와 관점으로 재해석해보는 겁니다.
[요리 가이드라인 #2] 한 번에 대여섯 번 연속해서 “왜?”냐고 물어보면 복잡한 것들이 어떻게 단순화되는지 관찰할 수 있다. - 세스 고딘(마케팅 전문가)
“이렇게 하면 될까 안 될까, 왜 안 될까, 저 사람이 나라면 어떻게 할까, 이거 말고 다른 방법은 없나, 왜 없나, 있다면 뭐가 달라지지…” 이러한 가정법을 활용한 질문들을 스스로 반복적으로 하지 않으면,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여러분의 업무는 다른 누군가의 몫으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요리 가이드라인 #3]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 해답을 알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어떤 문제에 부딪치든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과정을 통해 해답을 모색할 수 있는 문제해결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 오마에 겐이치(경영컨설턴트)
가정법이 담긴 질문을 쉼 없이 스스로에게 던지세요.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다양한 질문들을 뽑아내고, 그 속에서 나름대로의 고민을 통해 해답을 발견하고, 그중에서 새롭고 알찬 내용을 흡수하고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 업무에 적용하는 것에 여러분이 추구해야 하는 업그레이드의 핵심이 놓여 있습니다.
명셰프 소개 - 앤디 그로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는 것, 그것은 ‘자기만족’을 경계하는 자세와 맞닿아 있습니다. 또한 그것은 고정관념이나 선입견, 편견과 맞붙는 행동이기도 하지요. 인텔의 전설적인 CEO인 앤디 그로브는 이와 관련하여 우리에게 중요한 원칙을 다음과 같이 알려줍니다. ‘새로운 문제에 부딪치면 이전에 알고 있던 모든 것을 잊어버려라.’ 이 말은 결국 기존의 생각이나 관념이 새로운 문제를 푸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이지요.
피망 - 잘나가고 싶다면 쫓겨나는 시나리오를 작성하라
회사에서 잘나가고 싶다면 성공의 공식은 공식대로 머릿속에 각인해두고 거기에 깔려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연마하되, 여러분을 진정 절실하게 만드는 실패에 관한 공식들을 스스로 만들어보길 바랍니다. 사람마다 다를 수는 있겠습니다만, 적어도 잘나가고 싶다는 절실한 목표가 있다면 그에 맞는 절실한 방법들을 강구해야 하는데, 실패만큼 그 절실함을 잘 드러내고 부각시킬 수 있는 게 또 있을까요?
지금이야 회사를 안 다니고 있습니다만, 저 같은 경우 쫓겨나는 시나리오를 참 많이도 작성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딱히 성공에 대한 어떤 절실함을 갖고 ‘찍힐’ 만한 행동들을 했다기보다는, 그저 그렇게 하는 게 여러 사람들에게 눈도장을 찍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제일기획을 다닐 때의 일입니다. 광고회사에서 광고모델을 선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당시 준비 중이었던 한 광고의 아이디어 회의에서 저는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맥킨지의 컨설턴트였던 윤송이(現 엔씨소프트 사장) 씨를 추천했는데, 전원 반대라는 참담한 피드백을 받았지요. 하지만 절대로 포기할 수 없었던 저는 윤송이 씨를 퇴근 후 거의 매일 찾아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 사수가 저를 불러놓고 조용히 한마디 하시더군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얘기하겠다. 윤송이 씨, 그만 찾아가길 바란다.” 그는 제가 뭘 하고 다니는지 다 알고 있었던 겁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직속 사수라고 해도 당시의 저는 이미 직장 생명을 걸고 있었기 때문에 그만둘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끝내 모델도 설득했고, 더불어 광고주도 설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광고가 TV에 나오고 난 시점부터 제 주변의 모든 게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팀장님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분들이 저를 멀리하기 시작했지요. 인정받기 위해 휴식 따위는 반납한 채 오로지 광고 하나 잘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는데 외톨이를 만들다니, 납득이 가지 않더군요. 만약 여기에서 이야기가 끝나버린다면 쫓겨나는 시나리오를 쓰려고 할 분은 단 한 분도 없겠지요? 여러분이 기다리셨을 ‘쫓겨나는 시나리오를 작성해야 하는 이유’가 지금부터 들려드릴 이야기에 담겨 있습니다.
저는 당시에 하나는 알고 둘은 몰랐습니다. 저는 광고의 성공 그리고 주변의 인정이라는 목적을 위해 과정이라는 수단은 제멋대로 판단하고 정의하고 정당화했고, 그 결과 회사가 굴러가는 주된 원동력인 팀워크를 해쳤습니다. 결국 한 그루의 나무를 위해 온 숲 전체를 다 희생한 저는 제 직장생활을 스스로 위기에 몰아넣은 셈입니다. 아시다시피 회사에서 혼자 모든 걸 처리해내려는 사람은 독립심과 결단력 쪽으로는 인정받을지 모르나, 동시에 ‘조직’에 맞지 않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받게 되지요.
져는 여러 회사를 다니면서 이런 식의 우여곡절을 적지 않게 겪었습니다. 비록 나쁜 목적을 갖고 고의로 그랬던 건 아닙니다만, 성공 시나리오보다는 실패 시나리오를 훨씬 더 많이 써내려왔지요. 하지만 이러한 ‘골로 가는’ 리스트를 많이 만들어나가면서도, 다행히 매번 그 안에 있는 오류를 발견해내고, 그것을 되새겨보고 고민하고 지워내는 작업을 병행해왔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저는 직장생활에서 가져야 하고, 가질 수밖에 없는 절실함을 자연스럽게 소유하게 되었고, 그것을 어떻게 성공으로 연결시킬 것인가에 대해 지겨울 정도로 고민하게 되었지요. 요컨대 저는 쫓겨나는 시나리오를 통해 그 반대급부인 쫓겨나지 않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잘나가기 위한 길을 모색해볼 수 있었던 겁니다.
단무지 - 1인자가 되려면 2인자가 되어봐야 한다
여러분은 여러분에게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여러분을 노려보고 있는 상사들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아, 그렇진 않다고요? 그럼, 여러분의 발전을 위해 등도 토닥토닥거려주고 적절하고도 합리적인 비판을 해주면서도, 치사하지 않게 전수할 거 아낌없이 다 전수하는 상사들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옆에 있는 상사들에 대한 솔직한 느낌을 말하면 됩니다. 으르렁대는 스타일이든 토닥거려주는 스타일이든, 아마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라는 표현이 자신의 입가에 맴돌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상사가 너무 멀게 느껴져서 가까이하지 않은 게 아니라, 오히려 너무 가깝게 느껴졌기 때문에 가까이하지 않았습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상사의 실력을 진정한 ‘실력’으로 보기보다는 재직 연수에서 나오는 노련미나 노하우 정도로 가볍게 무시해버렸다는 거고, 따라서 상사와 저 사이에는 큰 갭이 없다고 여겼다는 거지요. 그러니 굳이 가까이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겁니다.
그래서 저는 가까이 있을 때 배우지 못한, 아니 너무나 자만했던 나머지 배우지 않은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불행하게도 제가 간과했던 사실은 상사란 존재가 실은 ‘멀리하기엔 너무 가까운 당신’이었다는 겁니다. 단순히 멀리하고 싶어도 매일매일 과제를 내주고 체크하니 멀리하지도 못하겠고, 제 입지가 높아지는 게 그의 손에 달려있으니 멀리해서도 안 되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본질적으로 그가 조직 안에서 제 자신이 이것저것 잘 적응하고 버텨내 성공할 수 있는지, 성공하려면 어떻게 성공해야 하는지를 판가름하는 ‘바로미터’(물론 ‘열쇠’는 어디까지나, 언제나 자신이지요)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상사는 무조건 옳다’는 명제는 무조건 옳은 게 맞습니다. 결국 돌이켜보면 계급장을 떼고 한 판 붙기 전에 계급장이 뭔지, 그것을 왜 달아주는지를 알아야 했던 거지요.
많은 사람들이 회사에서 CEO가 되고자 합니다. 그런데 수많은 사람들이 CEO가 되기 위한 레이스에서 중도 포기하거나 다양한 이유들로 줄줄이 탈락하고 맙니다. 목적과 목표도 뚜렷하고,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곳도 명확하고, 방향도 맞아떨어지는 것 같은데,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등잔 밑이 어둡기 때문입니다. 엉뚱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틀린 말은 아닙니다. 너무 앞만 보면서 달려왔기 때문입니다. 최고가 되기 위해 최고의 노력을 기울인 것까진 좋은데, 거기에만 너무 빠져 있는 나머지 가장 중요한 걸 놓쳐버린 겁니다. 최고에 대한 정의를 제대로 내리지 않은 거지요. 누가, 즉 어떤 사람이 최고이고, 최고라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대답을 준비하지 않았던(혹은 못했던) 겁니다.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꿰맨 셈이니, 그다음은 도미노 효과를 연상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