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목록
재생목록이 비어 있습니다.
-
-
0:00 0:00
화면 너비 (여백)
좁게
보통
넓게
최대
배경 테마
글꼴
바탕/명조
돋움/고딕
글자 크기
작게
100%
크게
줄 간격
좁게
보통
넓게

거절당하는 기술

서정규 지음 | 이콘



거절당하는 기술

서정규 지음

이콘 / 2018년 12월 / 244쪽 / 13,800원





거절당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도대체 나는 왜 늘 거절당하는 걸까?

‘나는 왜 늘 거절만 당하는 걸까? 나는 정말 안 되는 걸까?’ 당신은 오늘도 실적 없이 사무실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는지도 모른다. 명함을 돌리러 찾아간 곳에서는 잡상인 취급만 당했고, 몇 시간 내내 떠들었지만 고작 “조금만 더 생각해보겠다.”는 답변을 듣고 온몸에 힘이 다 빠져버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자책할 이유도 없다. 거절이 곧 능력의 부족이나 실패를 뜻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생각해보자. 거절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정의로만 보자면 ‘상대편의 요구, 제안, 선물, 부탁 따위를 받아들이지 않고 물리침’을 뜻한다. 즉, 거절당한다는 것은 ‘나의 요구, 제안, 선물, 부탁 등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영업이란 무엇인가. 영업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영업이란 고객의 삶을 더 편리하고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제안을 하고 이로써 이익을 거두는 행위라고 말이다. 이에 대한 설명은 뒤에서 더 자세히 하도록 하고, 여기서 눈여겨볼 사실은 그것이 상품이든 서비스든, 상대방에게 그것을 구매하기를 ‘제안’한다는 점에서 영업은 필연적으로 거절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주’ 거절당하고 ‘어쩌다’ 거절당하지 않는 사람들: 영업맨에게 거절이란 하나의 업무다. 우리는 ‘자주’ 거절당하고 ‘어쩌다’ 거절당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우리의 목표는 거절을 안 당하는 것이 아니라 거절을 ‘잘’ 당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물론 거절을 절대 당하지 않을 수만 있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렇기에 거절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하다. 거절을 실패로 여기면 업무 자체가 괴로워진다. 업무 중에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여겨야 상처를 덜 받고 계속 일을 해나갈 수 있다.

단 한 번의 거절 때문에 일 자체로부터 거절당하는 것 같다는, 이 길은 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좌절감을 맛본다면, 그것만큼 안타까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물론 잘 알고 있다. 아무리 거절당하는 것이 영업맨의 업무 중 하나라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절이 괴롭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나 역시 자동차 영업을 할 때마다 밀려오는 거절의 두려움에 여간 힘들었던 것이 아니다. 영업맨의 하루 일과는 아침 내근을 마치고 영업 현장을 도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나 또한 사무실과 상가 등을 돌면서 명함과 카탈로그를 나눠주곤 했다. 최대한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건넨 후 명함을 끼운 카탈로그를 놓고 나오는데, 때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마치 동물원 원숭이 쳐다보듯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럴 때는 ‘이걸 계속 해야 해, 말아야 해?’라는 생각이 불쑥 들곤 했다.

제아무리 경험이 많은 노련한 영업자라도 한번 수치심을 느끼고 나면 이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하루의 첫 방문에서 위와 같은 일을 겪고 나면 다음 사무실의 문고리조차 잡기 힘들어진다. 그래도 목표를 달성해야 하므로 사무실 문틈에 카탈로그를 끼워놓는 정도는 하지만, 그런 곳에서 연락이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만약 당신이 거절의 두려움 때문에 문고리를 잡는 것조차 어려운 상태라면, 그 경험을 좀 더 소중히 다루기 바란다. 거절의 두려움을 자신감을 해치는 쪽으로 사용하지 말고, 자신감을 더욱 키우는 쪽으로 사용하라는 이야기다. 두려움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두려움에 맞서는 것이다.

미워도, 지겨워도 다시 한 번! 지피지기백전불태: 지피지기백전불태,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이 말을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많이 들었을 것이다. 이 빤한 말을 다시금 듣게 해서 미안하지만, 이 구절을 꺼내든 이유가 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단순한 진리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잘 실천하지는 못한다. 이 책을 펼쳐든 당신은 아마도 평소 거절을 잘 당하는 사람일 것이다. 물론 이때의 ‘잘’은 ‘good’이 아니라 ‘often’ 혹은 ‘much’를 뜻한다. 자주 당하든 많이 당하든, 어쨌든 거절을 잘 당하는 당신,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마 쉽게 답을 떠올리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당신이 거절을 잘 당하는 이유다.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왜 거절을 당하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서 거절을 당하는 것이다. 지피지기백전불태라는 말이 익숙함을 넘어서 지겨울 정도로 많이 회자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이 말이 설득력을 갖추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말의 설득력은 거절의 영역에서도 작용한다. 즉, 내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내가 왜 거절당하는지를 알면 문제의 반은 해결한 것이나 마찬가지란 이야기다.

대개 거절을 당하면 상대가 왜 거절하는지, 그 이유를 궁금해한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고민할 것은 내가 어째서 거절당했는지, 나에 대한 점검이다. 거절이란 나와 상대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기에 상대뿐 아니라 나에 대한 분석과 판단도 필요한 것이다.

‘거절당하면 어쩌지’ ‘싫어하면 어쩌지’ 아이고, 당신을 어쩌지!

A는 텔레마케팅 영업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입사 동기는 무려 100여 명, 그 많은 인원이 한 사무실에서 동시에 고객에게 전화를 돌려야 했다. 그들은 회사에서 개발한 교육 프로그램의 회원을 유치하는 일을 맡았는데, 가입비가 자그마치 100만 원에 달했다. 프로그램은 직원의 입장을 떠나서 객관적으로 평가하더라도 체계적이고 훌륭했지만 ‘좋은 프로그램인 건 확실한데, 과연 이 큰돈을 내고 가입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한마디로 그는 자신이 판매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자신감이 부족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OO교육 OOO입니다.” 머릿속에서 가시지 않은 의문 때문이었을까. 분명 안내할 내용을 모두 암기했건만 인사를 하고 나자 다음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말문이 턱 막히고 말았다. 그렇게 첫 고객을 날려버렸다. 통화가 되기도 어려운데 말이다. 움츠러든 용기를 억지로 끄집어내어 다시 전화를 돌렸고 더듬대긴 했지만 이번엔 본론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저희 회사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을 소개해드리려고…….”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수화기 너머로 “뭐야? 이거 스팸이잖아!” 하는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어 ‘뚜뚜뚜’ 전화는 끊겨버렸다.

A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면서 그와 동시에 심한 모멸감과 수치심이 밀려왔다. 평소에도 내성적인 성격이었던 그는 자신을 멸시하는 듯한 고객의 태도가 퍽 충격이었고 상처는 생각보다 오래갔다. 판매하려는 제품에 대한 의구심 역시 더욱 커졌다. 역시 사람들이 이렇게 큰돈을 투자할 만큼의 프로그램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그는 100통에 가까운 전화를 걸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하…… 내가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나랑은 잘 안 맞는 것 같은데…… 나는 왜 늘 이 모양 이 꼴일까. 으이구, 못난 놈.’ 하루에도 열두 번씩 사표를 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지방의 전문대를 졸업하고 내세울 스펙 하나 없던 A에게 지금의 직장은 어렵게 잡은 동아줄과도 같았다. 고객의 냉대를 감당할 자신도 없었지만 또다시 취업전선에 뛰어들 자신은 더욱 없었다. 결국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그저 맡겨진 일을 매일매일 해내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A는 고객에게 전화를 걸었고, 모욕을 받았고, 서러움을 삼켰으며, 또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하루가 이틀이 되고 사흘이 되더니, 어느덧 한 달, 두 달이 흘렀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하루였지만 아주 작게나마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고객에게 인사를 건네는 게 자연스러워지더니, 나중에는 보다 길게 제품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A는 고객에게 전화를 거는 데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고, 면박을 당해도 받는 타격이 작아졌으며, 꽤 능청스럽게 상대와 대화를 이어가는 여유도 생겼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쌓였다는 것이다. 숱한 실패와 거절 속에서도 성공한 영업이 있었고, 프로그램을 구입한 고객들의 피드백을 통해 자신이 판매하는 상품이 가격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상품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자 고객의 거절에도 상처받는 일이 줄어들었다. 심지어 ‘이 좋은 제품을 몰라보다니 안타깝네’라는 마음마저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개월이 흘렀을 즈음 A는 슬슬 눈에 띄게 실적이 좋아졌고, 몇 년이 흐른 후에는 어느새 팀장의 자리에 올라 있었다.

영업자는 ‘자신’이 아니라 ‘제품’을 믿어야 한다: A가 뾰족한 해법을 찾아냈던 것은 아니다. 그저 해야 만 하니까 하다 보니 조금씩 경험이 쌓이고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실적과 성과로 이어졌을 뿐이다. 내성적이고 소심하던 성격에도 여유와 능청스러움이 추가되기도 했다. 소심한 성격이 영업에 걸림돌이 될 수는 있지만 학습과 경험을 통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포인트는 그가 제품에 대한 의구심을 지우고 확신을 품은 순간, 그의 영업이 날개를 달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영업맨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업자에게 필요한 자신감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보다는 제품에 대한 믿음이어야 한다. 영업자는 ‘자신’이 아니라 ‘제품’을 믿어야 한다. 제아무리 자신감이 넘치고 적극적인 사람이라도 판매하는 상품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설명이 장황해지면서 방향을 잃기 마련이다. 반면 아무리 내성적이고 소심한 사람이라도 상품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고객을 설득할 힘과 명분을 얻기 마련이다. 즉,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면 성격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자, 직장인이라면 이게 필수품이죠.” 저 취준생인데요?

가능+불가능=100: ‘희망 전도사’로 유명한 송진구 교수는 저서 『포기 대신 죽기 살기로』에서 ‘희망+절망=100’이라는 공식을 내세운다. 사람들은 희망이 0, 절망이 100인 상태가 되었을 때 더 이상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마저 하게 되는데, 이때 단 1퍼센트의 희망만 있어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를 변주해 ‘가능+불가능=100’이라는 공식을 만들어 보고 싶다. 가능성이 단 1퍼센트라도 있다면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

누구나 처음에는 가능성을 보고 영업에 뛰어들지만, 한 번 거절당할 때마다 가능성이 1퍼센트씩 줄어드는 기분일 것이다. 수많은 거절을 당하다 보면 어느덧 가능성이 0이 되어 영업을 포기하게 된다. 나는 이렇게 영업 현장을 떠난 무수한 사람들을 기억한다. 정말 영업이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판단된다면 빨리 다른 길을 찾는 편이 나을 것이다. 하지만 포기하기 전에 한 번만 더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아직 1퍼센트의 가능성이 남아 있는데, 지레 섣부른 판단을 한 것은 아닌지, 그저 거절당하는 게 힘들고 괴로워 도망가려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내가 처음 영업의 세계에 문을 두드렸을 때의 이야기를 해보자. 사실 나는 영업맨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첫발은 현대자동차 기술연구직이었다. 고등학교 졸업장만으로 대기업에 입사한 것은 감지덕지한 일이었으나, 일을 하면 할수록 알 수 없는 답답함이 나를 옥죄었다. 지긋지긋하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보냈기에 나도 한번 잘 살아보고 싶다는 열망이 컸는데, 다달이 정해진 월급만 받아서는 그 꿈을 이루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절망감이 답답함의 원인이었던 것 같다.

결국 오랜 고민 끝에 리스크가 크지만 그만큼 성공의 가능성도 높은 영업직으로 방향을 틀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며 말렸지만, 가진 것 없는 내가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이 길뿐이라는 생각이었다. 굳은 결심과 당찬 포부를 안고 뛰어든 영업의 길, 첫 영업 상대는 지인의 부친이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영업에 도전한 용기를 응원했던 건지, 아니면 무모함이 안쓰러웠던 건지, 지인이 그의 부친에게 친히 부탁해 만남의 자리를 주선한 것이다.

며칠간 잠도 자지 않고 연습, 또 연습했다. 카탈로그에 실린 자동차의 사양과 특징, 장단점을 줄줄 외는 것은 물론, 상대와 나눌 대화도 1인 2역을 맡아 시뮬레이션했다. 그리고 마침내 미팅 당일, 그가 경영하는 회사로 찾아간 나는 미리 준비한 설명을 줄줄 풀어냈다.

“이 차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해외 유명 자동차 디자이너의 컨설팅을 받은 세련된 디자인이 가장 큰 특징으로, 연비 역시…….” 하지만 설명을 끝내기도 전에 나는 이미 거절을 준비하고 있는 상대의 눈빛을 보고야 말았다. 그렇게 나의 첫 시도는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내가 첫 영업에 실패한 이유: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영업을 잘할 수 있을까.’ 매일 밤, 잠자리에 누워서도 잠들지 못한 채 고민하길 몇 개월, 불현듯 첫 영업 상대였던 지인의 부친이 떠올랐다. 사실 그는 “미안하지만 차를 구매하기 어렵다.”는 이야기 뒤에 “그런데 자네는 당분간은 차를 팔기 어려울 것 같군.”이라는 일종의 예언을 덧붙였다. 그때는 거절당했다는 충격에만 빠져 흘려들었거니와 한편으로는 ‘안 사면 그만이지, 무슨 악담을 하나’ 하는 심기마저 들어 사무실을 나서자마자 잊어버렸는데, 몇 개월이 지난 시점에서야 그 말이 갑자기 머리를 스친 것이다.

다음 날 무작정 그의 사무실을 찾아가서는 다짜고짜 물었다. “제가 찾아뵈었을 때 차를 구매하실 계획을 갖고 계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저랑 계약하지 않으셨나요? 제가 소개해드린 차들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던 건가요? 그리고 저한테 당분간 차를 팔기 어려울 것 같다는 말씀도 하셨는데, 혹시 저한테 무슨 문제가 있었던 건가요? 제가 실수를 했습니까?” 당장 내 코가 석자다 보니 오랜만에 만나 안부인사도 건네지 않고 질문을 쏟아냈다. 내 사정을 아들을 통해 들었던 것인지, 그는 불쾌한 기색 없이 차분히 듣더니 곧 입을 열었다. 그때 그가 들려준 대답은 무척 뜻밖이었다.

“자네가 소개해준 차들은 모두 훌륭했네, 자네 설명도 흠잡을 데 없었고.”

“그런데 왜…… 사지 않으셨습니까?”

“자네가 실수를 했냐고 물었나? 실수라면 실수라고 할 수 있겠군. 자네가 권한 차들은 모두 훌륭했지만, 내가 원하는 차는 아니었거든. 자네는 자네가 파는 차의 성능을 속속들이 꿰고 있었지만, 정작 고객인 나의 상황이나 마음에는 전혀 관심이 없더군.”

그랬다. 며칠 밤을 새워가며 열심히 공부한 것은 오직 내가 파는 상품이었을 뿐, 이 차를 살 고객에 대해서는 아무런 연구도 하지 않았다. 나의 문제는 상품에 대한 지식과 정보는 갖추었으나 상대와 소통하는 방법을 몰랐다는 데 있었다. 그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후의 영업에서도 늘 자동차의 성능과 품질만 자랑하기 바빴지, 이 차가 상대에게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고려한 적이 없었다. 고객에게 중요한 것은 좋은 차가 아니라 ‘필요한 차’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그야말로 사력을 다해 헛발질만 계속했던 셈이다.

이후 나의 영업방식은 180도 바뀌었다. 상품이 아닌 고객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공구상가를 돌던 나는 너무 오래되어 바꿀 때가 된 화물차가 세워져 있는 상가를 공략했다. 화물차 기사들과 커피 한잔을 마시며 잡담을 나누면서 그가 현재 몰고 있는 차의 어떤 점을 불편해하는지, 어떤 점을 좋아하는지를 면밀히 파악했다. 그리고 마치 고민 상담을 해주듯, 어떤 차가 그에게 맞을지 어떤 차를 몰면 좀 더 편할지를 틈틈이 조언해 주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상가 사장 중 한 명이 “여기 와보게!” 하고 나를 불렀다.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니 “화물차가 너무 낡아버려서 이제 시동도 안 걸리네. 바꿀 때가 됐나 봐, 전에 자네가 이야기했던 차가 괜찮은 것 같았는데, 뭐였지?”라고 묻는 것이 아닌가. 그날 나는 영업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

전문 열람 제한

미가입 상태이므로 요약본의 일부만 제공됩니다.
더 깊이 있는 내일의 통찰력과 지식 에너지를
프리미엄 무제한 이용권으로 충전해 보세요!

멤버십 가입 / 결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