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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선생님께 배운 진짜 공부

수희향 지음 | 북오션



구본형 선생님께 배운 진짜 공부

수희향 지음

북포스 / 2018년 12월 / 240쪽 / 15,000원





공부 시작 - 아무리 주머니를 뒤져도 나를 찾을 수 없었다



새로운 이름을 받던 날

힘든 과정들을 거쳐 부푼 마음으로 시작한 연구원 과정에서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책이 조셉 캠벨의 『신화의 힘』입니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하고 많은 고전 중에 왜 하필 신화 이야기지? 조셉 캠벨은 또 누구야?’ 책은 좋아하지만 인문고전은 많이 접하지 못했던 제게 신화는 먼 나라 사람들이 지은 황당한 이야기였고 캠벨이란 이름은 금시초문이었습니다.

변경연 커리큘럼이 매주 한 권씩 인문고전을 읽고 북 리뷰와 칼럼을 써야 하는 건 알았지만 그 시작이 점잖은 공자나 혹은 도도한 니체처럼 나름 격조 높은 인문학의 대가일 것으로 기대했던 제게 신화와 캠벨은 의외의 주제였습니다. 게다가 선배 한 분이 합격 축하선물로 책을 주겠다고 해서 나갔더니 『신화의 힘』 초판을 건네면서 아주 중요한 책이니 잘 읽으라고 하는데 그 표지가 궁상맞아 보였습니다. 스승님도 선배도 다들 이상들 하시네, 떨떠름한 마음으로 돌아와 책 표지를 펼쳤습니다.

그리고 저는 책에 빨려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세계였습니다. 이 세계를 몰라서 내가 그토록 아프고 힘들게 헤매었구나. 책장을 넘길 때마다 앉은 자리를 뒤흔드는 강한 울림에 저는 속절없이 끌려들어갔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신화라는 것이 인류 집단무의식의 표현임을 몰랐던 저는 캠벨의 낯선 언어에 나의 내면이 요동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책장을 덮는 순간 『신화의 힘』은 어느새 제 인생의 책이 되었습니다.

변경연 연구원은 매주 한 권의 지정도서를 읽고 월요일 낮 12시까지 홈페이지 연구원 코너에 북 리뷰와 칼럼을 올려야 합니다. 그런데 대개 책들이 700~1000페이지를 훌쩍 넘었고 내용도 어려웠습니다. 연구원들 사이에서는 베개보다 책이 더 두껍다는 자조적인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인간의 참 지혜는 오직 고통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라는 대담자 빌 모이어스의 서문으로 시작하여 ‘천복을 쫓으면, 나는 창세 때부터 거기에서 나를 기다리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내가 살아야 하는 삶은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삶입니다…… 자기 천복을 좇는 사람은 늘 그 생명수 마시는 경험을, 자기 안에 있는 생명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지요’라는 핵심구절까지 때론 파란펜으로, 때론 빨간펜으로 줄을 쳐가며 필사를 하고 제 생각들을 정리한 리뷰를 보니 또다시 마음이 뜨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캠벨의 말처럼 제 안에서 저만이 보이는 세상에 나오기 위해 꿈틀거리는 것 같았습니다.

한 사람의 발표가 끝날 때마다 스승님께서 피드백을 해주시는데 저 역시 발표를 마치고 어떤 말씀을 주실지 긴장한 마음으로 스승님을 쳐다보았습니다. “너는 작가다.” “……?” 스승님의 굵은 저음이 들려오는데 전 처음 무슨 말씀인지 선뜻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작가란 제 오랜 꿈이었지만 한편으로 우리 집에서는 금기어였습니다. 왜냐하면 작가란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그러므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직업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주 오래 마음에 품었지만 한 번도 내뱉지 못했던 언어, 작가. 아주 먼 길을 돌고 돌아온 제겐 먹먹한 순간이었습니다.둘째 롤모델 미켈란젤로, “노력은 때로 광기처럼 보인다”



“언제 끝나나?” 교황 율리우스 2세는 오늘도 미켈란젤로에게 묻습니다. “때가 되면요.” 화가의 답입니다. 또 한참의 시간이 흐릅니다. 고령의 교황은 미켈란젤로에게 다시 묻습니다. “언제 끝나나?” “예술을 충족시키기 위해 제가 필요하다고 믿는 일을 모두 마칠 때입니다.”

교황 율리우스 2세는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보려고 자그마치 4년이 넘는 시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교황이 작품 완성 후 넉 달 뒤에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속이 탔을지 가늠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고령의 율리우스 2세가 재촉하는 중에도 미켈란젤로는 예술가로서의 완성도를 추구한 뒤에야 작품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이 작품이 바로 미켈란젤로를 불멸의 예술가 반열에 올려놓은 시스티나 성당 벽화 <천지창조>입니다.

<천지창조>는 미켈란젤로가 자그마치 4년 넘게 매달려 완성한 작품입니다. 그는 이 작품을 그리는 동안 작업복도 거의 갈아입지 않고 생활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 작품은 천장에 그리는 벽화여서 일상적인 자세로는 도저히 그림을 그릴 수 없습니다. 미켈란젤로는 특별히 제작된 침대에 누워서 장시간 작품을 그렸는데 어찌나 한 자세를 오래 유지했는지 등에 욕창이 생겼다고 합니다. 당시에 그가 사용했던 프레스코 기법은 물감이 마르기 전에 색칠을 해야 했기 때문에 작업을 하다 보면 먼저 바른 물감이 눈으로 떨어지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그 때문에 그가 시스티나 벽화를 다 그렸을 때쯤에는 시력의 상당 부분을 잃게 되었습니다.

미켈란젤로는 죽을 때까지 작업복과 빵으로 상징되는 소박한 삶을 살며 작품에만 몰두합니다. 자기 한 몸을 오직 예술에 온전히 다 던지는 필멸의 삶을 살아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불멸의 예술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여정은 그 누구도 상상하기 어려운 고행의 연속이었습니다.

도저히 인간의 삶이란 믿기 어려워 자서전까지 들쳐본 저는 그의 엄청난 에너지에 한없이 끌려들어갔습니다. 그를 만나기 전까지, 천재란 날 때부터 천재라는 생각을 품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모차르트 하면 신동이라고만 생각했지 그가 7살 때부터 일생 음악에만 매달려 살았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던 셈이죠. 아니 어쩌면 일부러 그렇게 믿으며 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천재는 나와는 유전자가 다른 종이라 여기는 게 제 삶의 게으름을 탓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겠지요.

미켈란젤로의 책을 덮으며 한 가지 결심했습니다. “나도 한번 미쳐보자.” 책을 쓰려면 우선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스승님 말씀처럼, ‘일단 책 읽기에 한번 미쳐보자’고 작정했습니다. 좋은 책을 쓸 자신은 없었지만 좋은 책을 읽기는 할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소단위의 일 하나를 찾아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었던 것인지 모릅니다.

니체, 그가 나를 잘게 부수었다, 자력을 잃을 만큼

‘망치를 든 철학자’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는 쇼펜하우어의 대를 이어 현대철학의 문을 연 독일 철학자입니다. 그가 ‘망치를 든 철학자’라는 별명을 얻은 이유는, 역사를 통해 대대로 전해오던 모든 관념과 믿음 체계를 깨부수었기 때문입니다. 그에 의하면 인간은 사회적 규범과 체제에 순응하도록 훈련을 받고 자라게 되며, 성장 후에는 자발적으로 자기 자신을 체제에 맞춰 관리, 감독하는 능동적 길들이기를 한다고 합니다. 이런 순응 과정을 거치며 인간은 점차 삶에의 의지를 잃어버리고 마치 한 무리의 가축 떼처럼 이리 끌려가고, 저리 끌려가며 무거운 짐을 지고 사막을 건너가는 낙타와 같은 허무주의에 빠진 채 인생을 마감하게 된다고, 그는 주장하죠.세계를 해석하는 우리의 눈은 조작되고 훈련 받는다. 우리의 눈은 더 이상 여럿이 아니다. 특정한 방향으로만 보도록 강제하는 일종의 시각 체제 속에서 우리의 눈은 길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 니체

니체는 ‘신은 죽었다’라는 철학적 선포를 통해 서구 문명의 중심축이었던 종교를 정면으로 부정합니다. 그에 따르면 종교란 의지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인간이 만든 굴레 가운데 가장 고차원적인 것으로, 그는 절대적 힘에 매달리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인간의 마음, 즉 신앙심 그 자체가 하나의 종교라고 설명합니다.

나아가 그는 인간이 자신을 옥죄는 굴레를 벗어나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기 위해서는 각자 안에 지니고 있는 초인을 일깨워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것이 바로 니체의 위버멘쉬, 즉 초인사상으로, 초인이란 자신을 뛰어넘는 혹은 극복하는 인간이라는 뜻입니다. 스스로를 사회적 규범의 틀 안에 묶어두었던 한계를 뛰어넘는 창조적 인간을 뜻하는 말입니다. 니체는 내 안에 잠들어 있는 초인을 일깨우기 위해서는 내가 믿고 습관적으로 따르던 모든 행위규칙에 대해서 의문을 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내 안의 초인을 일깨운 인간은 무거운 짐을 지고 뜨거운 사막을 끌려가는 낙타가 아니라 어린아이처럼 유희하듯 삶을 살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모든 것이 새롭고, 모든 것이 환희롭고, 모든 것이 경탄스러운 삶. 그것이 바로 길들여진 가축처럼 무리를 이루어 휩쓸린 삶을 사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인류 역사를 미래로 이끌어가는 거대한 힘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힘을 니체는 영원회귀의 힘이라 부르며 이 힘이야말로 인류 문명을 생성하고 소멸시키는 가장 근원적인 힘이라고 덧붙입니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면서 ‘통찰’이란 주제 아래 동서양을 넘나드는 철학과 사상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 길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 니체였습니다. 전 그의 책 앞에서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어떻게 인류 역사의 모든 것을 이처럼 반박하고 도전할 수 있는지 정신이 얼떨떨했습니다. 그의 표현에 의하면 저는 어깨에 무너진 짐을 지고 뜨거운 태양 아래 사막을 마지못해 끌려가는 낙타였습니다. 그러나 연구원을 찾던 즈음 제 발걸음은 참으로 무거웠고 표정은 늘 어두웠으니 그가 딱히 틀린 것도 아니었습니다. 가슴 뛰는 삶을 살지 못하는 이가 눈빛이 반짝일리 만무하니 말입니다.

마음을 단단히 붙잡고 필사를 시작했습니다. 제아무리 니체라고는 하지만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필사를 하면서 만나는 니체는 이전보다 더욱 탁월했습니다. 니체는 연구원과정 맨 처음 만났던 조셉 캠벨과 깊은 곳에서 맞닿아 있는 것 같았습니다. 다만 그 방식이 캠벨은 부드럽고 울림이 깊다면, 니체는 너무도 직설적이고 파괴적이어서 충격이 앞섰던 것 같습니다.

20세기의 따뜻한 지성, 버트런트 러셀은 니체를 일러 사랑이 결여된 자라고 말했습니다. 제게 니체는 너무 과격했습니다. 다만 새로운 여정을 걷기 위해서는 낡은 껍질을 철저히 깨뜨려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모든 것에 의문을 품고, 근거 없이 쌓아올린 탑을 허물고, 다시 그 자리에서 뭔가를 주체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깨달음 말입니다.

이것이 바로 스승님께서 저희에게 알려주시고 싶으셨던 ‘변화경영’의 실체가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변화란 허물 안에 감춰진 내 안의 초인을 일깨워 온 삶으로 표현하는 것. 그리하여 발걸음도 가볍게 춤추듯 불꽃같은 삶을 사는 것, 스승님께서 당신의 삶을 통해 보여주셨던 바로 그 모습입니다.



악마 유혹 - 공부에 진척이 있다면 반드시 악마가 나타난다



새벽형 인간으로의 변신

저는 연구원 과정 중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과정을 시작해보니 회사를 다니면서 매주 700~800쪽 때론 1000페이지나 되는 어려운 책을 읽고 필사하고 북 리뷰를 해서는 절대 제가 원하는 만큼 흡수할 수 없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그 동안 쉼 없이 달려온 시간에 비해 제 삶은 마치 쓰러지는 한옥 폐허처럼 여기저기 구멍이 났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밑바닥부터 차곡차곡 다시 쌓고 싶었습니다.

간절함이 차고 넘치던 만큼 연구원 과정 동안에는 제 잠 패턴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문제는 과정이 끝난 뒤였습니다. 과정을 마치며 저는 두 번 다시 회사형 인간으로는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1년간 공부하며 제가 왜 허망감에 빠졌는지 철저히 깨달았고, 앞으로 어찌 살아야 할지 정확히 방향을 잡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더불어 주옥 같은 책들을 읽으며 어떻게 하면 1인 지식기업가로 살아갈 수 있을지도 철저히 배웠기에 이제 남은 일은 이대로 걷기만 하면 된다는 계산이 서 있었습니다.

새로운 것을 선택하기 전에 과거의 것은 모두 훌훌 털어 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끝에서 과거의 틀은 그대로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 윌리엄 브리지스

스승님께선 늘 말씀하시기를 1인 지식기업가가 되기 위해선 공무원처럼 공부하고 글쓰기 연습을 해야 한다고 일러 주셨습니다. 회사 생활도 물론 어렵지만 혼자서 길을 가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씀이셨는데 스승님 그늘에 있을 때는 그 말의 무게를 잘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회사를 다닐 때는 하루 2시간 정도 내 시간을 만들기 위 해 사투를 벌여야 하지만, 회사를 나온 뒤에는 24시간 자기를 관리하기 위해 사투를 벌여야 하지만, 회사를 나온 뒤에는 24시간 자기를 관리하기 위해 사투를 벌여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회사원이든 프리랜서든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선 무엇보다 하루 혁명이 필요하고, 하루 혁명의 시작은 새벽 기상에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새벽기상은 수동적 삶에서 주체적 삶으로 전환하는 하루 혁명의 시작이었습니다. 게다가 새벽을 그리 보내면 이어지는 낮과 저녁 시간도 자연히 보다 건강히 흘러가고, 그런 하루하루가 쌓이다 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 저만의 콘텐츠가 조금씩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나 1인 회사 연구원들의 경우, 각자 1인 지식기업가가 되겠다는 방향성과 콘텐츠가 확실한 만큼 비록 인원은 소수지만 열기만큼은 굉장히 뜨겁습니다. 돌아가며 아침 대문을 열며 각자 개성대로 다양한 새벽 응원 글을 올리는데 매일 아침 그 짧은 글을 접하며 서로 많은 힘을 얻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새벽을 열고, 함께 걷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소득이 없던 날들

세계적인 신화학자 조셉 캠벨이 비교종교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을 때 그를 기다리고 있던 건 화려한 대학 강단이 아닌 30년대 미국 대공황이었습니다. 졸지에 몸담을 곳 없는 고학력 백수가 된 셈입니다. 캠벨은 우드스톡이란 작은 숲으로 들어가 오두막을 짓고 최소한의 경비로 살면서 동서고금 모든 신화를 탐구하기 시작합니다. 몇 년의 시간이 흘러 대공황이 끝나고 다시 세상에 나온 캠벨은 세계적인 신화학자로 변모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이 기간 발견한 인류 공통의 신화가 바로 평범한 한 사람이 ‘입문-심연통과-재탄생’을 거치며 비범한 사람으로 자기성장을 이룬다는 영웅여정입니다. 이후 캠벨의 영웅여정은 수많은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나 감독들이 애용하는 가장 강력하고 매혹적인 스토리텔링의 기본 구조가 되기도 합니다.

저 또한 연구원 시절 만났던 그의 대표작 <신화의 힘>은 충격의 연속이었습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발버둥친 것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살아온 저도, 그가 말하는 영웅여정을 거치면 지금까지 모든 사람들이 그러했듯이 자기다움의 삶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말 앞에선 가슴이 뛰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회사를 나오며 저 또한 캠벨처럼 몇 년간 저만의 우드스톡에서 기거하며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결심한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캠벨의 우드스톡을 로망으로 품고 있던 저는 1인 지식기업가 3년차로 접어들면서도 돈에 대해서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퇴사를 하며 현금화할 수 있었던 모든 걸 정리해서 통장 하나에 몰아넣었습니다. 그런 후 회사를 다니지 않으니 지출은 저절로 줄 거라 믿고 저 역시 캠벨처럼 책에만 코 박고 열심히 공부만 하면 어느 날 짠하고 삶이 달라질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백수 3년차가 되며 슬슬 돈에 대한 압박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쇠사를 나온 뒤 지난 3년을 살펴보니 필수 경비 액수를 비슷했습니다. 경조사 비용 등 사회생활을 위해 필요한 사회적 경비는 회사 관련은 줄었지만 연구소 활동이 새로 늘어나 마이너스. 플러스 같은 수준입니다. 미래를 위한 투자비 또한 책이며 강의 등을 듣는다고 전혀 줄지 않았습니다.

다만 한 가지, 욕망 경비 중 이전 회사 다닐 때 크게 차지했던 옷이나 기타 사치품은 제로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욕망 경비 항목은, 객관적 데이터 없이 이것만 줄이면 씀씀이가 확 줄어들 거라 여기는 유일한 항목이었습니다. 사치품을 줄이면 커피나 택시비 등 소소한 지출은 괜찮겠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대신 한 방에 크게 들어가는 여행경비가 있었습니다. 회사 다닐 땐 시간이 없었는데 여유가 생겨 떠난 여행은 단번에 몇 달치 사치품을 능가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제 지출은 회사 다닐 때와 비교하면, 막연히 줄 거라는 기대치와 달리 실제로는 전혀 줄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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