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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었으면 달라져야 진짜독서

서정현 지음 | 북포스
읽었으면 달라져야 진짜독서



서정현 지음

북포스 / 2018년 5월 / 212쪽 / 14,000원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가 똑같다면 나는 왜 책을 읽는 것이지?



의도적 천천히 읽기



제임스 사이어는 『어떻게 천천히 읽을 것인가』에서 ‘세계관 탐색적 독서법’을 주창한다. 빨리,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고 사는 이 의구심 넘치는 시대에 느낌표를 주는 메시지이다. 제임스 사이어는 묵상하고 의미를 되새기는 데서 독서의 본질을 찾는다. 제목에 쓰인 ‘천천히’는 ‘의도적인 천천히’다. 고지 점령이 목표가 아니라 등산 경험 자체를 중시하는 책읽기다. 책의 의미를 더 깊고 넓게 파악하기 위해 그는 독자의 맥락, 문학적 맥락, 전기적 맥락, 역사적 맥락, 사상적 맥락 등 다섯 가지 등산로를 따라 책을 읽을 것을 주문한다.

독서는 내적이고 은밀한 작업이다. 마치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그려진 미켈란젤로의 그림처럼 텍스트의 의미와 나의 정신이 손가락을 맞대는 순간 뇌 속에서 일으키는 스파크가 독서다. 나무 독서대를 구입하고, 김이 오르는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무드등을 켠 근사한 공간에 앉아, 독서모임에서 발표하기 위해 준비하는 피피티는 독서가 아니다. 외적인 활동,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는 집중의 시간이 독서다. 저자와 내가 묻고 답하며 은밀하게 더 안으로 들어가는 즐거움이자 아무에게도 빼앗기고 싶지 않은 황홀한 순간이기도 하다. 화가와 관객이 색감으로 교류하고, 작곡가와 청중이 선율로 교류하듯 저자와 독자는 글을 통해 지적 교류를 즐긴다. 이것은 활자 중독인 삶을 선물한다.

다독과 속독의 압박에서 벗어나 텍스트를 음미하는 독서를 권한다. 마치 더 많은 음식을 먹기 위해 일부러 구토하고 뱃속을 비웠던 고대 로마인들처럼 다독과 속독은 당신의 뇌를 소화불량에 걸리게 만든다. 대신 맛있는 사탕을 천천히 빨아서 먹듯이 음식의 질감과 맛을 섬세하게 느낄 수 있는 ‘의미재구성 독서법’을 권장한다.

의미재구성을 통한 내면의 변화: 의미재구성 독서법은 테크닉 독서가 아니다. 텍스트의 의미를 삶에 연결시켜서 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이다. 뱃속에 밀어 넣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소화시키는 데 초점을 둔 방식이다. 삼킨 음식에 소화효소를 분비하여 내 몸이 섭취하기 쉬운 형태로 바꾸는 과정이다. 섭취한 그 영양가가 내 몸이 되는 과정이다. 텍스트에서 파악한 의미에 내 생각을 더하면 그게 의미재구성이다. 의미재구성을 통한 내면의 변화, 그게 내가 생각하는 독서의 본질이다.

읽기에서 시작되는 독서는 홀로 생각하는 시간, 즉 묵상으로 이어져야 한다. 겉으로 드러난 꽃이 아니라 안으로 숨겨진 뿌리를 씹는 과정이 묵상이다. 뿌리는 씹다 보면 단맛이 난다. 이 단맛이 묵상을 통해 발견한 의미다. 의미를 내 삶에 옮겨올 때 독서가 완성된다. 텍스트는 의미재구성을 통해 내 것으로 체화되어야 한다. 이럴 때 독서는 속도를 떠나 깊은 사유와 연관된다. 의도적일 만큼 천천히 읽어야 하는 이유다. 그 ‘천천히’가 영감의 화학 작용을 일으킨다. 저자의 아이디어와 나의 머리가 부싯돌처럼 부딪치며 전광을 만들어낸다. 번쩍 시야가 밝혀진다. 인식의 지평이 넓혀진다.

사유에 이르는 것이 독서 목표



온갖 독서법이 마치 패션처럼 난무하다. 자기만의 스타일이 없는 사람일수록 유행 앞에서 무기력하다. 유행 따라 옷을 입는 것과 자기 스타일을 추구하는 건 별개다. 어느 분야든 중급 이상이 되려면 최소한의 물리적 시간이 투입되어야 한다. 다양한 실험을 거치며 내 개성 표출에 적합한 것을 발견해나갈 때 자기만의 스타일이 생긴다. 투자한 시간만큼, 스스로 고민한 시간만큼 개성은 더욱 세련되게 다듬어진다. 고수의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징후다. 시간과 열정, 그리고 비용을 지불했을 때 하나의 개성이 탄생한다.

어느 분야나 똑같다. 초보는 흥미단계에서 시작한다. 중급에 이르면 여러 실험을 거친다. 시간과 돈을 더 쏟고 열정을 불태운다. 고급단계가 되면 자신만의 비법이 생긴다. 독서도 다를 게 없다. 고수가 되면 책을 추천할 정도에 이른다. 만나는 사람의 특성을 파악하여 동물적인 감각으로 책을 골라준다. 누구에게, 어떤 책을 권할지 직감적으로 알게 된다.

고수는 유행에 속지 않는다. 독서의 참맛을 알게 되는 중급 독서가부터 독서법 자체가 의미 없다. 자신만의 독서법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급 독서가라면 개성적 독서법 하나씩은 갖고 있다. 고수들에게 물어보면 책 읽는 스타일은 백인백색, 천인천색이다.

중국 사상계의 거목인 주자는 통독을 강조했다. 전체를 빠짐없이 읽어야 제대로 된 공부가 되며, 여기에 생각을 더해 깊이 파고들어야 깨달음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기력이 쇠하고 병에 시달렸지만 주자는 죽을 때까지 책읽기와 저술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무릇 독서란 (…) 글자 하나하나를 천천히 꼼꼼히 들여다보며 분명하게 읽어야 한다. 한 자도 바꾸지 말고 소리 내어 읽고 억지로 외우려 해서는 안 된다. 여러 번 통독하면 자연스럽게 입에 붙어 오래도록 잊지 않게 된다. 옛사람들이 ‘천 번 독서하면 그 뜻이 절로 드러난다’고 한 것은 숙독하면 해설을 기다릴 것도 없이 그 뜻이 스스로 밝게 드러난다는 말이다. 만약 숙독한 데다 깊고 치밀하게 생각한다면 마음과 이치가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어 영원히 잊지 않게 된다.

무릇 독서란 책상을 깨끗하게 치우고 시작해야 한다. 서책을 가지런히 정돈하고 몸을 바르게 하여 책을 대한다. (…) 나는 일찍이 독서에 ‘삼도(三到)’란 것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른바 마음이 가는 심도(心到)와 눈이 가는 안도(眼到_)와 입이 가는 구도(口到)가 그것이다. (…) 이 삼도 중에서 심도가 가장 중요하다. 마음이 갔는데 눈과 입이 어찌 가지 않겠는가?”

책이 귀했던 시대상과 다의어인 한자의 특성을 감안한 독서법이라서 오늘날에 적용하기는 적합하지 않지만 숙독만큼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숙독이란 눈으로 읽고 입으로 되뇌다 종국에는 마음으로 그 뜻을 헤아리는 것으로, 한 문장도 이해되지 않으면 넘어가지 말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렇게 모든 문장을 이해하게 되면 이제 비로소 깊고 치밀한 생각의 바다로 들어갈 기회가 주어진다.

곡식이 여물 듯, 사유를 숙성시키는 책읽기: 비록 시대와 문자는 다르지만 숙독은 빨리 읽기와 양적 읽기가 답이 아니라는 점을 암시한다. ‘무르익은 읽기(숙독)’는 그 호흡이 뜻을 이해하는 속도에 맞춰져 있으므로 글자를 읽는 독서 테크닉과는 거리가 멀다. 하물며 깊은 사유가 어떻게 속도나 양적인 독서와 맞물리겠는가. 곰곰이 씹어 읽는 독서가 될 때 사유의 기회도 주어진다.

사유란 진짜 독서로 나아가는 관문이다. 독서의 효과를 일상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면 변화의 시발점이 사유라는 말이다. 읽었는데 변화가 없다면? 읽은 노력은 가상하나 그건 독서가 아니다. 단단한 바위를 깨려면 정으로 힘껏 내리쳐야 하듯,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다르게 보려면 ‘사유’라는 도끼가 필요하다.

독서 초보자가 목표로 삼아야 할 건 분명하다. 양도 쫓지 말 것이며, 속도도 따라갈 게 못 된다. 오직 ‘사유’가 해답이다. ‘내가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고 말하며 근대철학의 문을 연 데카르트의 말처럼 의심에서 사유가 시작된다. 뜨거운 여름과 추수의 계절을 지나 겨울에 이르면 모든 것이 동면의 시간처럼 얼어붙는다. 깊고 깊은 잠의 시간이 이어진다. 그러다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면서 시냇물이 졸졸 흐른다. 얼고 녹기를 반복하다 보면 바닥이 밑으로부터 금이 가기 시작한다. 마찬가지로 뜨거운 여름 같은 독서와 동면처럼 차가운 사유의 시간을 거치다 보면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일상에 균열이 발생한다. 오늘 바라본 세상이 어제 보던 그 세상이 아니라면 그게 변화가 이루어진 증거다. 이제 당신은 일상을 깊이와 넓이로 바라본다. 직관이 생긴다.



진짜 독서에 한 걸음 다가서기



어떻게 살고 싶은가? - 독서 목표를 제대로 설정하기 위한 질문



“자기계발서를 그렇게 많이 읽었건만 삶이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다중지능에 관한 강의 도중 받은 질문이다. 질문자의 독서 목표는 ‘삶의 변화’였고, ‘많이 읽기’는 목표 달성을 위한 방법이었다. 그런데 왜 많이 읽었는데 삶은 그대로일까? ‘나’가 빠져 있다는 게 나의 진단이다. 변화를 위한 독서 공식은 다음과 같다.

나 + 독서 = 변화



그런데 질문자의 도식은 이렇다.



많이 + 독서 = 변화



많이 읽건 적게 읽건 그건 별로 중요치 않다. 대신 ‘나’를 빠뜨리면 안 된다. 자아와 마주치지 않는 한 독서는 변화를 일으키지 못한다. 나와 책이 만나서 빅뱅을 일으키지 못하면 그저 남의 삶을 훔쳐본 것에 불과하다. 우리 집을 바꾸려면 훔쳐보기에서 그치지 말고 우리 집 사정을 돌이켜 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처럼 자기 집 사정을 돌이켜 볼 수 있는 능력을 ‘내면지능’이라고 부른다. 내면지능에는 자기이해지능, 자아성찰지능, 성공지능 등이 포함된다.

내면지능은 나의 좌표를 확인하는 데서 출발하여 현재 상황에서 내가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하고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이다. 계획을 세워 끝까지 실천하게 만드는 힘도, 그 과정에서 장애를 만나더라도 끝까지 이뤄내는 힘도 모두 내면지능에 관련된다. 이 지능지수가 높은 사람은 멘탈 갑이라고 부를 만큼 정신력도 강인하다. 환경적 제약이 가로막더라도 기어이 사다리를 만들어 목표를 달성한다. 한 줄기 빛이라도 발견하면 어떻게든 현실의 벽을 뚫고 나가 삶에 차이를 만든다.

무엇보다 내면지능이 높은 사람은 우선순위에 예민하다. 그들은 같은 24시간을 쓰고 살지만 시간의 질은 천차만별이다. 어디로 향해 달려야 하는지 알기 때문에 노력 대비 만족도가 높다. 열심히 사는 것보다 중요한 일을 찾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쓴다. 아무리 노력해도 삶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좌표와 목표 찾기에 소홀했다는 증거다. ‘나’ 없이 하는 독서는 아무리 ‘많이’ 해도 계속 같은 자리다.

얼마나 나답게 살았는가?: 이정일 저자는 『오래된 비밀』에서 중년 이후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에게서 한 가지 공통된 키워드를 발견한다. ‘나답게’다. 노년 운이 좋은 사람들의 공통점은 젊은 시절,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충실하게 살아왔다. 남의 시선이나 평판에 신경 쓰기보다는 자신의 길을 선택하고 묵묵히 살아온 사람들이 나이가 들수록 행운을 맞이할 확률이 높다.

저자에 따르면 사람들은 인생에 크게 두 번, 보통 27~33세 그리고 46~52세 사이에 중대한 선택의 길목에 놓인다. ‘세상이 강요하는 행동’과 ‘나답게 살기 위한 행동’ 사이에서 심각한 갈등을 겪는다. 선택의 시기와 내용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선뜻 ‘나답게 살기 위한 행동’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사회가 개인의 행복 추구에 인색한 탓이다.

이때 ‘나답게 살 수 있는 자유’를 택한 사람은 어떻게 될까? 저자는 잠시 어려움과 고통이 뒤따르겠지만 그건 ‘삶의 자유’를 얻는 대가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삶을 살아온 사람에게 운명은 선물을 준다. 중년 이후에 더 많은 행운을 누릴 조건과 자격을 갖추게 만든다. 반면 세상의 평판, 남의 눈치와 시선, 경제적인 두려움 등을 이겨내지 못하고 ‘세상이 강요하는 행동’을 선택한다면 당장 일상은 무사하겠지만 중년 이후 삶은 불행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많다.

자아탐구가 잘되었다는 말은, 나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서도 잘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다. 강점과 약점을 안다는 말은, 물러나야 할 때와 나아가야 할 때를 안다는 의미다. 나아가 승부수를 던질 타이밍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이기는 판을 만드는 것도 자아탐구에서 비롯된다. 강점으로 승부를 보려는 감각은 자아탐구에서 나온다. 남과 다르게, 남과 다른 길로, 남과 다른 남과 다른 시간의 질로, 남과 다른 방법으로 자신만의 길을 찾는 사람들이 인생을 소유할 수 있는 권리를 얻는다. 같아지려고 하지 않는 것, 나다운 길을 가는 것이야말로 자신을 잘 아는 사람들의 특징이다.

좌표를 놓치지 않고 길을 걷도록 이끌어주는 정신력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정신력을 개발시키고 고양시키는 도구가 ‘책’이다. 그런데 ‘나’에 대한 탐색 없이 어떻게 책만 읽는다고 삶이 달라지겠는가. 엄청난 분량의 글자를 읽은들 그 의미를 내 삶에서 재구성하지 않는 책읽기라면 그저 재미 삼아 보는 드라마와 같다. 그것은 변화를 위한 시도가 아니라 시간 때우기에 불과하다. 사상누각(砂上樓閣)이다.

하나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10권 이상 읽기 - 파편적 독서에서 맥락 독서로



독서 초보들은 대개 파편적인 독서를 한다. 파편적이라는 말은 다양한 실험을 하는 단계라고 해석할 수 있다. 우후죽순 여러 분야에 도전을 해보는 단계다. 한 권의 책을 읽다 보면 반드시 지적 호기심이 생길 만한 다른 책을 만난다. 저자가 인용하거나 언급한 책 가운데 읽어 보고 싶은 책을 발견하거나 저자에게 영향을 준 도서를 알게 된다. 모든 저자는 자신에게 영향을 준 도서를 직간접적으로 글 속에 구현하는 경향이 있다. 저자의 생각에 동의한다면 영향을 준 도서를 구입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책 한 권을 읽으면 반드시 다음에 읽어야 할 책을 얻게 된다. 책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하나의 키워드에 이런 꼬리 물기가 10권 이상 이어지면 비로소 맥락이 생긴다. 즐거운 책 읽기가 된다. 그렇게 키워드를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체계가 형성된다. 깊이가 생기고 풍부함이 깃든다. 어떤 키워드를 중심으로 새로운 책을 더할 때마다 1부터 10까지 숫자를 붙여 보자. 그렇게 일련번호를 붙이기 시작할 때 체계성의 세계에 들어갔다고 할 수 있다.

빠른 시간에 초급 독서가의 꼬리표를 떼고 중급 독서가로 이동하는 데는 이런 비법이 숨어있다. 하지만 속성을 권하는 것은 아니다. 키워드로 꿰는 독서법은 하나의 방법론으로, 시리즈에 이런 매력이 숨어 있다는 것을 말할 뿐이다. 깊이라는 것은 체계성과 함께 온다. 꿰어지는 독서는 이런 번호 매기기에서 만들어진다. 하나의 주제를 1년씩 깊이 있게 파고 들어가는 것도 꿰어지는 독서법이라고 할 수 있다.



활자 냄새를 맡으며 책 고파지는 방법



독서를 할 때는 펜을 들자 - 내 삶에 체화시키기



책을 눈으로 훑는 것보다 오감으로 만나면 어떨까. 작가들의 경우 필사를 한다. 손으로 기억하자는 의미에서다. 필사는 몸이 기억하는 일로 나도 모르게 작가의 문체와 닮아간다. 자신도 모르게 문장 쓰는 일이 수월해진다. 필사로 문장력을 향상시킨 작가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효과가 크다는 것을 증명한다. 하루 5시간씩 3년간 필사한 지인 문우가 있었다. 바쁜 직업 생활 중에도 시간 날 때마다 3년간 필사하더니 문학상을 받는 쾌거를 이루었다. 필사가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독서 역시 메모로부터 텍스트 체화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책은 사유의 보물창고다. 읽다 보면 지금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다. 책의 지혜를 얼마나 가져다 쓰느냐의 몫은 독자에게 남았다. 책의 메시지를 내 일상에 대입할 수만 있다면 텍스트는 좀 지저분해져도 좋다. 독서라는 게 저자의 생각을 내 일상에 옮겨 심는 일이라면 줄긋고 동그라미 치고 별표 하거나 기타 기호로 책을 노트처럼 활용하는 것은 꺾꽂이하는 구체적 방법이 된다.

독서가로 유명한 마오쩌둥은 여러 가지 독서법을 갖고 있었다. 그 중에 ‘삼복사온’ 독서법이 있는데 ‘세 번 반복하여 읽고 네 번 익히는 것’이다. 또한 ‘표기 독서법’도 있다. 독서 후에 책 표지에 읽은 횟수만큼 동그라미 따위의 기호를 그려 넣거나 책 속에 읽은 날짜와 시간을 적어두는 방법이다. 특히, 고전이나 명저의 경우 책 표지에 네댓 개가 넘는 동그라미를 쳤다. 본문에도 선, 밑줄, 동그라미나 삼각형, 점, 물음표 등의 각종 기호가 표시되어 있다. 그가 애독한 책은 17번 넘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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