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말
안상헌 지음 | 북포스
거인의 말
안상헌 지음
북포스 / 2018년 4월 / 268쪽 / 15,000원
1부 생생한 그림처럼 눈앞에 그려진다
그림 그리듯 말하기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노력해, 성실히 일하여, 다양한 경험을 살려서…….’ 취업컨설턴트들이 누누이 강조하는 자기소개서 최대의 금기어다. 알고 보면 다 좋은 말인데 왜 그럴까?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너무 흔해 빠져서 면접관을 사로잡기 힘들다는 문제가 제일 먼저 꼽힌다. 너도 나도 다 쓰는 뻔한 표현이라서 변별력이 없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최선, 노력, 성실’과 같은 모호한 표현이 듣는 사람을 안개 속에 빠뜨린다는 점이다. 이건 마치 하얀색 물감으로 도화지를 칠한 것과 같아서 붓은 들었지만 면접관의 머릿속에 아무런 그림도 남기지 못한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아침 7시에 출근해서 사무실을 청소하겠다는 뜻인가, 일이 끝나지 않으면 퇴근하지 않겠다는 뜻인가? 인간의 뇌에는 하얀 도화지가 한 장씩 놓여 있다. 만일 이 도화지에 아무런 그림을 그려낼 수 없다면 당신의 말은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듣는 이의 마음에 그림을 그려라.” 이것이 모든 말하기의 제1원리다.
말하기 재주를 타고난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 역시 평균 이하의 말주변을 갖고 태어났다. 학창시절에는 부족한 말재주 때문에 골치 아플 일이 드물었다. 그러나 회사에 입사한 뒤에는 인문학 독서광으로 소문이 나면서 회사에서 강의를 떠맡은 뒤로 하루에도 수십 번씩 주둥이를 때리고 싶은 욕망에 휩싸였다. 책을 읽다 보면 저절로 문리가 트이니 말도 하다 보면 입이 트일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무려 2년이 지나도록 변함이 없었다. 아니, 한 가지는 달라졌다. 강의 시간에 사람들이 꾸벅꾸벅 졸고 있어도 더 이상 상처 입지 않는 강력한 멘탈이 생겼다.
책벌레에게 가장 쉬운 건 책을 펼쳐드는 일, 지금 이 시대가 사랑하는 말재주의 달인들을 찾아보았다. 독파하고 분석하던 어느 날 한 가지 공통점이 수면 위로 솟았다. 그것이 말하기의 제1원리, 상대방의 머릿속에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다.
오늘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 언젠가 흑인 소년 소녀들과 백인 소년 소녀들이 형제자매처럼 손을 맞잡게 되는 날이 오리라는 꿈입니다.
호소력 짙은 언어로 우리 마음을 뒤흔드는 킹 목사의 말이다. 그가 사용하는 어휘 수준은 평범한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 그의 말은 심장을 파고든다. 위 문장을 볼 때 자연스럽게 머릿속으로 한 장면이 떠오른다. 얼굴색이 다른 소년 소녀들이 깍지 끼며 맞잡은 손! 억지로 장면을 상상할 필요도 없다. 나열된 단어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컬러 사진 한 장이 찰칵 찍힌다. 일단 마음에 그림이 그려지고 나면 그림은 지울 수 없는 문신처럼 새겨진다. 좋은 말하기에는 어려운 단어나 형이상학적인 개념이 필요하지 않다.
오바마의 4컷 만화: 오바마는 미국식 명연설의 전통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사람 중 하나다. 그는 링컨, 케네디, 킹 목사, 레이건, 스티브 잡스로 이어지는 연설의 정수를 흡수했고 연설 곳곳에서 그들의 방법을 차용했다.
이것이야말로 미국의 진정한 능력입니다. 밤에 아이들에게 이불을 덮어 주면서 아이들이 잘 먹고 잘 입고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알게 되는 믿음, 아무런 위협 없이 생각하는 것을 말로 표현할 수 있고 생각하는 것을 글로 쓸 수 있다는 믿음, 뇌물을 제공하지 않고도 사업을 구상하고 시작할 수 있다는 믿음, 보복의 두려움 없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는 믿음, 우리의 투표가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믿음 같은 것들 말입니다.
오바마는 ‘미국의 진정한 능력’을 청중에게 환기시키고 싶다. 이를 위해 그가 사용한 방법 역시 마음속에 그림 그리기다. 그가 묘사하는 장면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우리의 삶이며,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는 전혀 없다. 다만 오바마는 일상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부각시키기 위해 ‘위험, 위협, 뇌물, 보복’ 따위의 단어로 대비 효과를 주고 있다. 오바마의 그림 그리듯 말하기는 같은 연설, 다른 이야기에서도 이어진다.
우리는 할 일이 많습니다. 일리노이주 게일스버그에서 만난 노동자들을 위해서 할 일이 많습니다. 그들은 메이텍 공장이 멕시코로 이전함에 따라 일터를 잃게 되었고, 현재 시급 7달러짜리 일자리를 놓고 자신의 자녀들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내가 만난 아버지를 위해서도 할 일이 많습니다. 일자리를 잃은 그는 눈물을 꾹 참고 있었습니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이 아버지는 아들의 한 달 약값 4,500달러를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몰라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이 말하기는 마치 4단 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첫째 컷에는 노동자와 아버지가 등장한다. 둘째 컷에는 그들이 일자리를 잃은 모습이 담겨 있다. 셋째 컷에는 일자리를 잃은 그들에게 닥친 문제가 구체적인 현실로 드러난다. 넷째 컷에서 그들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뜨릴 것 같다. 각자의 장면들은 너무 생생해서 자연스럽게 기억 속에 저장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게 있다. 오바마는 그림을 통해 메시지를 전부 전달했다. 구차스럽게 뭔가 덧붙일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청중들은 그가 말하는 ‘우리는 할 일이 많습니다’의 의미를 이해했기 때문이다. 단지 오바마는 그림을 보여준 것뿐인데 사람들은 메시지까지 떠올린다.
알을 깨뜨려 넓은 세계 보여주기
핵전쟁을 막은 케네디의 말: 1959년 피델 카스트로는 쿠바혁명을 성공시킨다. 군부독재를 밀어낸 카스트로는 사회주의를 지향하고 있었고 당시 강대국이었던 구 소련과 긴밀히 협력했다. 쿠바와 구 소련의 밀담은 미국을 긴장시켰다. 소련은 쿠바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쿠바 본토에 미사일기지를 건설했다. 군비경쟁이 한창이던 그 시절 미국 앞마당에 세운 미사일기지는 핵전쟁이 임박했음을 암시하는 비상사태였다. 그러자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중대 발표를 한다.
미국은 서방세계를 겨냥해 쿠바에 배치된 미사일을 미국에 대한 소련의 공격으로 간주할 것입니다.
미국의 입장을 선언하며 시작된 그의 연설은 당부와 호소로 이어진다. 당시 소련의 총리였던 흐루시초프에게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무모한 도발을 멈추고 양국관계를 안정화시켜 줄 것을 당부하고 나아가 기지 건설 중단을 통해 군비경쟁을 멈추면 인류역사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고 호소한다.
1930년대는 우리에게 확실한 교훈을 주었습니다. 공격적인 행위를 내버려두면 결국 전쟁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은 전쟁을 반대합니다. 또한 약속을 지키는 국가입니다. 따라서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 대한 미사일 사용을 막고 서반구에서 미사일을 철수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변함없는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발표문의 주요 골자는, 미국은 쿠바나 소련을 공격할 의사가 없고 소련의 미사일 배치는 미국을 향한 것으로 그 책임은 소련에게 있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미국은 전쟁을 반대하며 소련 또한 그럴 것이라고 믿기에 핵전쟁의 위기를 만들 필요가 없음을 강조했다. 이 발표는 즉각 효과를 나타냈다. 쿠바로 향하던 소련의 선박은 미사일을 그대로 싣고 자국으로 되돌아갔다. 말 한 마디가 핵전쟁의 먹구름을 걷어냈던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 입장에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자기가 보는 것, 느끼는 게 전부라고 여긴다. 자기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이다. 자기 인생, 자기 일, 자기 가족밖에는 생각하지 못한다. 좁은 시야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는 갈등이 잡초처럼 자란다. 생각이 다르면 틀렸다고 생각한다.
조화를 말하고 화합을 얘기하는 사람의 언어가 충격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내가 나만 생각했구나’,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더 큰 가치가 있구나’ 하고 깨달음이 올 때가 있다. 화합의 언어는 우리를 좋은 세상에서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게 하는 문이 된다. 내가 거주하는 집을 나서면 가슴이 탁 트이고 멋진 세상에 들어왔다는 희열을 느끼게 된다. 케네디의 연설 역시 ‘경쟁’이라는 프레임에 갇힌 흐루시초프에게 ‘공존’의 넓은 세계로 나아가도록 만든 열쇠였다.
2부 쥐락펴락, 스토리를 품고 있는 그들의 말하기
죽은 이야기도 부활시키는 갈등
해피한 삶은 재미가 없다: ‘그후로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동화 속의 주인공들은 시련을 경험하고 극복하면서 소망을 이루고 행복한 삶에 도달한다. 동화책을 읽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왜 행복하게 산 이야기는 자세히 들려주지 않을까? 곰곰이 생각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 재미가 없기 때문. 행복한 삶은 누구나 바라는 일이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별로 즐거움을 주지 못한다.
남자들이 입만 열면 꺼내는 화제가 군대란다. 왜 그럴까? 힘든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괴롭고 힘든 시절은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멋진 이야깃거리가 된다. 반면 평화롭고 행복한 경험은 지루하다. 명강사들이 자주 활용하는 소재도 고난의 시절 이야기다.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레퍼토리는 식상할 만큼 흔하지만 또 그만큼 잘 소비되는 소재도 없다. 역경과 극복의 레퍼토리는 오늘도 재생산된다.
이야기의 생명은 갈등이다: 애플은 제가 서른 살 되기 한 해 전에 최고의 작품인 매킨토시를 내놓았습니다. 그 이듬해 저는 쫓겨났습니다. 어떻게 자기가 설립한 회사에서 쫓겨날 수 있을까요?
스티브 잡스는 롤러코스터를 탔던 시절을 꺼내들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큼 큰 성공을 거둔 후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쫓겨난 사건이었다. 회사를 나온 후 그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몇 달간을 절망하며 방황했다. 도망칠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제 마음 속에서 뭔가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예전에 하던 일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애플에서 쫓겨나는 아픔을 겪었지만 저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일을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가 하고 있는 이야기는 전형적인 실패와 성공의 레퍼토리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의 말에 매료되고 빠져든다. 이유가 뭘까? 바로 갈등 때문이다. 어떻게 그렇게 짧은 시간에 지옥과 천당을 오갈 수 있는지 사람들은 의아해하며 공감하고 안타까워하며 안도한다. 이런 감정의 롤러코스트를 탈 수 있게 만든 것이 바로 이야기 속의 갈등이다. 사람은 누구나 위기에 직면하고 좌절하는 경험을 겪는다. 이때 나의 앞길을 막거나 방해하는 그 요소의 등장이 갈등을 만든다. 경쟁자와의 갈등, 세상과의 갈등, 내면의 갈등까지 무수한 갈등이 모습을 드러내고 이런 갈등은 블랙홀처럼 듣는 이를 빨아 당긴다.
결과적으로 애플에서 쫓겨난 게 저한테는 약이 되었습니다. 성공에 대한 중압감에서 벗어나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었고 모든 것이 더 확실했습니다. 덕분에 제 인생의 가장 창의적인 시기 중 하나로 편하게 진입할 수 있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고난의 시간이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열쇠였다고 말한다. 갈등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새로운 세상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처음 회사에서 쫓겨난 그는 손에 든 걸 빼앗긴 아이처럼 기세가 꺾이고 동력을 잃었다. 그런데 이는 초심을 떠올리는 기회가 되었다. 내가 사랑하는 건 지금까지 쌓아올린 성과인가, 아니면 그저 일인가? 답을 찾은 그는 오히려 몸과 마음이 가벼워짐을 느낀다. 성공에 대한 중압감과 사람들의 이목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세간의 기대치가 바닥인 순간 오히려 홀가분하다.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번쩍 든다.
3부 탁월한 단어 선택의 힘
그들은 사용하는 단어가 다르다
언어학자들이 발견한 진실: 사람은 생각하는 능력과 말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생각과 말 가운데 무엇이 먼저일까? 우리는 보통 생각한 것을 말로 표현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언어학자들이 발견한 진실은 반대다.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가 제공하는 대로 생각한다. 언어는 우리의 생각을 가능케 하는 조건이다. 언어가 없으면 생각이 불가능하다. 생각은 언어가 펼쳐놓은 세계관 안에서도 작동한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각각의 언어에는 자기 나름의 규칙이 내장되어 있고 그 언어를 배우는 사람은 그 규칙에 따라 세상을 파악할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하면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사고의 내용과 방향이 달라진다는 말이다.
어떤 단어를 사용할 것인가: 우리는 어릴 때부터 많은 말을 들으며 자라왔다. 덕분에 개념을 알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하나의 단어는 하나의 개념을 담고 있고 우리는 개념을 통해 세상을 이해한다.
자동차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떠오를까? 현대나 기아? 벤츠나 BMW? 우리는 자동차의 생김새나 쓰임새 따위에 대한 공통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에 대한 개인 경험은 모두 다르다. 자동차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사람은 ‘갖고 싶다’는 생각을 떠올리고 어떤 사람은 걱정하는 마음이 되며 어떤 사람은 두려움에 떤다. ‘갖고 싶다’는 생각이 떠오른 사람은 고급승용차를 사고 싶어 할 것이다. 걱정하는 사람들은 먼 길을 운전하는 자식을 떠올릴 것이고, 두려워하는 사람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말하기 선수들은 언어가 사람들의 가슴에 어떤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는지 알고 있으며, 이를 활용한다. 사람들은 어떤 어휘에 마음이 움직이고 감동하는지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상황에 맞게 적절한 단어를 선택할 줄도 안다. 이런 이유로 말하기 달인들은 청중의 머릿속에 이야기로 집을 짓기도 하고 열정의 파도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말하기란 화자의 입에서 발화된 단어들이 상대방의 귀로 흘러들어가 그들의 가슴에 하나의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이다. 내 입에서 나온 단어가 무엇이냐에 따라 상대방은 귀를 솔깃하기도 하고 마음의 문을 닫을 수도 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첫 번째 문제는 이것이다. ‘어떤 단어를 사용할 것인가?’
오바마의 단어: 품격 / 공동의 목적 / 민주주의 / 연대 / 번영 / 도전 / 미래 / 잠재력 / 변화 / 정의 / 평화 / 평등한 대우 / 신념 / 가치 / 정신 / 믿음 / 권리 / 원칙
오바마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이다. 한자리에 모아놓고 보니 일상적 대화에서 쓰는 어휘와 차이가 느껴진다. 책에서나 봄직한 표현들이다. 오바마식 말하기의 비밀은 여기에 있다. 일상적 공간에서는 듣기 어려운 단어, 활자로나 접하던 용어를 ‘자연스럽게’ 다룬다는 사실이다. ‘품격’이라는 말을 들으면 사람의 인격이나 성품에 대한 생각을 떠올린다. ‘정의’나 ‘평화’라는 말을 들으면 고단한 현실을 넘어 높은 이상과 멋진 미래를 상상하게 된다. 오바마가 사용하는 단어들은 우리의 정신을 고양시키고 우리를 보다 나은 존재로 상승시켜준다.
우리가 좋은 단어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떤 단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듣는 이의 마음모양이 달라진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이것이다. 좋은 단어, 품격 있는 어휘를 쓸 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확률이 커진다.
우리는 오늘 두려움보다는 희망을 선택했고, 갈등과 불화보다는 목적을 위한 단결을 선택했기 때문에 여기 모였습니다.
우리는 오늘 우리의 정치를 오랫동안 옥죄어왔던 작은 불만들과 거짓 공약들, 상호비방과 낡은 독단들에 종식을 고하기 위해 여기에 왔습니다.
이제 우리는 인내심을 다시 확인할 때가, 더 나은 역사를 선택할 때가, 세대를 지나면서 물려받은 소중한 선물인 고귀한 이상을 다시 미래로 넘겨줄 때가 왔습니다.
오바마의 말에는 ‘갈등, 불화, 상호비방, 독단’ 같은 부정적인 말들과 ‘종식, 고귀한 이상’ 등의 단어들이 혼재해 있다. 부정적인 단어를 통해 현재의 문제를 부각시키고 긍정적인 단어를 통해 나아갈 방향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그의 표현법이다. 이런 방법은 방향을 제시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좋은 모범이 될 수 있다. 만약 위의 단어들을 오바마가 아니라 트럼프가 사용한다면 어떨까? 트럼프의 표현도 오바마처럼 힘이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가 나쁜 대통령이라는 말이 아니다. 트럼프에게는 그에게 어울리는 단어가 있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자기 몸에 맞지 않으면 어색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포인트가 ‘좋은 단어 선택’에서 ‘나에게 어울리는 좋은 단어 선택’으로 옮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