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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불복종

아이라 샬레프 지음 | 안티고네
똑똑한 불복종



아이라 샬레프 지음

안티고네 / 2018년 3월 / 296쪽 / 15,000원





복종 요구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메소디스트 대학에서 박사학위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용기 있는 팔로워십’에 대해 강의하던 중이었다. 용기 있는 팔로워십이란 리더와 좋은 관계를 맺는 방식을 말한다. 이는 리더를 진정으로 지지하되 리더가 잘못할 때는 솔직하게 이야기함으로써 그 행위를 중단시키거나 고칠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해야 가능하다. 쉬는 시간에 한 학생이 다가와서 무척 인상적인 이야기를 했다. 20년 전에 일어난 사건으로, 내용은 대략 이랬다.

그녀는 간호학교를 졸업한 후 병원 응급실에 배치 받은 신참 간호사였다. 심장 발작 환자 한 명이 실려 왔다. 응급실 내과 전문의가 신속하게 진찰하고 나서 환자에게 어떤 약물을 투여하도록 그녀에게 지시했다. 그녀는 깜짝 놀랐다. 그 약물은 심장병 환자에게 특히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배웠기 때문이었다.

잠시 그녀의 입장이 되어보자. 당시 내과 전문의는 거의 남성이었고, 간호사는 전부 여성이었다. 따라서 성에 따른 권력 불평등은 공공연한 일이었다. 그 내과 전문의는 나이도 더 많고 경험도 더 많아서 권력의 차이는 더 컸다. 그리고 어쨌거나 그는 내과 전문의였으니 교육 또한 그녀보다 몇 년 더 받지 않았겠는가! 그녀가 지시를 따라야만 하게 작용하는 사회적 힘이 얼마나 큰 지 실감이 되는가? 목숨이 경각에 달린 심장 발작 환자에게 이런저런 조치를 취해야 하는 시간의 압박 또한 느껴지는가?

그녀는 권위자에게 말대꾸할 용기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고백했다. 그 약물은 이런 환자에겐 치명적일 수 있는 약물이라 배웠다고 의사에게 말했다. 의사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대부분의 권위자가 흔히 그러듯, 그는 자기 결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발끈했고, 그녀를 노려보며 언성을 높였다. “그냥 시키는 대로 하세요!”

그게 내 상황이라고 상상해보자. 응급실이다. 사람들을 돕기 위해 간호사직을 택했다. 유능한 간호사가 되고 싶었다. 배운 대로 하지 않고 그 약물을 투여해서 환자가 죽는다면 어떻게 하지? 의사의 판단이 맞는데 내가 불복하는 거라면 어쩌지? 살리려고 조치를 거부했는데 그 때문에 환자가 위험해진다면? 게다가 이렇게 불복종하면, 몇 년이나 준비해서 갖게 된 경력에 나쁜 영향을 미치진 않을까?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정말로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생사가 걸린 선택을 매일 하진 않는다. 하지만 복종할지 불복종할지 선택한다는 건, 그 선택에 따르는 책임도 생각해야 하는 문제이다. 그건 누구의 지시였는지와는 무관하다. 간호사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잘못된 일 혹은 어쩌면 아주 완벽히 틀린 일을 하라는 엄청난 압력을 권위자로부터 받을 때 어떤 심정일지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런 압박을 받게 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마구 쏟아져 나와서 우리의 이성적, 윤리적 계산 능력은 마비될지도 모른다.

복종이냐 불복종이냐 하는 두 가지 중에서만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우리는 대안 가능하고 생산적인 대처를 하지 못할 수 있다. 강력한 지시에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대개 감정적으로 크나큰 스트레스이다. 하지만 그런 변명으로 자신의 선택에 면죄부를 줄 수 있을까? 과연 우리는 “그저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고 말해도 될까? 이 젊은 간호사의 심정이 어땠을지 생각해보았다면, 이제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뇌에 산소를 공급해줄 때이다. 중요한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두려움을 충분히 진정시켜야 한다.

“저는 환자에게 투여할 링거병에 의사가 지시한 약물을 넣고 거치대에 걸었습니다. 그런 다음 그 의사를 호출해서 투약 준비가 되었다고 했죠. 이제 밸브만 열면 됩니다. 하지만 배운 것에 위배되므로 저는 할 수 없었습니다. 그 의사가 직접 열어야 했습니다.”

복종도 아니고 불복종도 아니면서, 자신이 배운 원칙을 따르는 대안을 그녀가 어떻게 찾았는지 이해되는가? 이 풋내기 간호사가 자신의 태도를 확실하게 정리할 방법을 침착하게 찾은 것에 감탄했다.

정말 지시가 옳다고 확신한다면 직접 밸브를 열라고 요구하자, 의사는 멈칫했다. 그것은 위험 요인 및 다른 가능한 선택 사항에 대해 재고해보게 할 만큼 충분히 효과가 있었다. 의사는 다른 약물을 투여하도록 지시를 변경했고, 간호사는 그대로 잘 처치했다. 물론 환자는 잘 회복했다.

의사가 무능했던 걸까? 그렇진 않을 것이다. 그저 권위자도 인간이라는 걸 말하고 싶을 뿐이다. 의사건, 공장 관리자건, 패스트푸드점 슈퍼바이저건, 학교 교장이건, 재무 담당 이사건, 권위자도 때로는 최상의 상태가 아닌데도 그 자리에 따르는 책임 때문에 뭔가 해야 할 때가 있다. 우리는 그들의 합법적 권위를 가지되 동시에 인간적 약점도 가지고 있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 그러므로 상황에 따라서는 그들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그들의 잘못을 고치고, 불복종까지도 불사할 준비를 우리는 하고 있어야 한다. “그저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고 말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복종과 불복종,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복종할 것인가 말 것인가



공동체나 조직의 여러 가지 혜택을 누리려면, 비자발적일 때도 있지만 어느 정도 자발적으로 규범에 복종해야 한다. 그것이 사회의 기본 속성이다. 그런데 ‘적절한 복종’을 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① 우리가 속한 시스템이 상당히 공정하고 제 기능을 하고 있다.

② 규칙을 정하거나 지시를 내리는 권위자가 정당하고 상당히 유능하다.

③ 지시 자체가 상당히 건설적이다.



나는 ‘상당히’를 위 조건에 모두 넣었다. 인간이나 그 시스템이 완벽하진 않기 때문이다. 대다수 상황에서 ‘상당히’는 현실적 기준이다. 물론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과 같은 몇몇 상황에서는 당연히 기준이 더 높아야 한다. 간호사 사례를 보면 처음 두 가지 조건은 충족한다. 그러나 세 번째 조건이 없었다. 만일 세 가지 조건을 다 충족한다면, 복종하는 것이 표준에 맞는 대응이다. 그냥 지시가 아니라 정확한 지시이고, 정황상으로도 그녀의 지식에 위배되지 않기 때문이다.

간호사는 시스템이 공정한지 여부는 자문하지 않았다. 그녀에겐 기정사실처럼 당연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조건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할 이유가 없었다. 그녀에게 그 의사는 적절한 교육과 자격을 갖춘 진짜 의사였다. 그러나 세 번째 조건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그녀가 습득한 정보에 의하면, 그 지시를 실행하면 환자에게 해로울 수 있고, 심지어 위독하게 만들 수도 있었다.

복종의 가치



사실 복종 그 자체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맥락이 복종에 긍정 혹은 부정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복종은 때론 악의적인 행위가 될 수 있다. 왜? 지시받은 사람이 그 지식이 이행되면 역효과가 날 걸 알면서도, 어차피 나쁜 평판을 듣거나 공공연하게 망신당할 사람이 그 지시를 내린 권위자라고 생각해서 실행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리더는 무조건 복종하는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복종 그 자체가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것이라면, 불복종도 마찬가지다. 앞에 이야기했던 간호사가 권위자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상상해보자. 의사의 지시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음에도, 그녀는 이성에 근거하기보다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독립적인 사고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불복종할 수도 있다. 기 싸움을 하려 드는 간호사는 응급실 내과 전문의에게 전혀 필요하지 않다. 그 상황에 맞는 표준 모드는 정당한 권위자가 전문적인 지시를 내리면, 거기에 신속 정확하게 복종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권위의 단점에 열을 올리지만, 규칙을 정하고 지시를 내릴 권위가 누구에게 있는지가 명확한 시스템이라면, 그 장점이 더 크다. 생각이 다를 때 끝도 없이 다투지 않아도 된다. 언제나 다양한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추구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이다. 건전한 시스템이라면 최선의 결정이 무엇인지 서로 대화하는 방법을 장려한다. 그러나 일단 모든 의견이 개진된 후에는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결정하고, 핵심 가치에 위배되지 않는 한 그 결정을 지지하는 것이 올바른 양식이다.

똑똑한 불복종의 알고리즘



무언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구성원의 결정을 돕는 기본 원칙이 어느 집단에나 있다. 이제 명령이나 지시에 어떻게 반응할지 결정할 때 안내견과 인간 모두에게 유효한 두 개의 알고리즘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복종의 알고리즘이다.

ㆍ 나는 아무에게나 지시를 받지 않는다. 정당한 출처에서 나온 규칙이나 명령만 따른다.

ㆍ 나는 그 규칙이나 명령의 목표가 무엇인지, 목표 달성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이해한다.ㆍ 이 명령은 좋은 것이다. 적어도 그 결과의 측면에서 볼 때 중립적이다.

ㆍ 명령을 따르더라도 심각한 위해가 발생하지 않고, 핵심적인 가치에 위배되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나는 명령에 복종할 것이다.

이 알고리즘이 우리들 대부분이 따르는 지배적인 알고리즘이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삶은 끝없는 갈등의 연속이 되고 말 것이다. 이에 대칭을 이루며 균형을 맞추는 알고리즘이 똑똑한 불복종의 알고리즘이다. 활용 빈도는 훨씬 낮지만, 필요할 땐 복종 알고리즘을 이길 만큼 중요하다.

ㆍ 규칙이나 명령이 정당한 출처에서 나오고 있지 않다. 혹은 출처는 정당하나, 규칙이나 명령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가 고려되고 있지 않다.ㆍ 목표 자체가 현재 상황에서 옳지 않다. 혹은 목표는 옳지만, 명령이나 규칙이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ㆍ 명령을 따를 경우, 핵심 가치에 위배되고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다.

ㆍ 규칙이나 명령을 따르는 대신, 가능한 한 효과적으로 저항할 것이다. 그러는 한편 목표를 해결하기 위한 더 좋은 방법을 찾아볼 것이다.

이 알고리즘을 안내견 교육에서처럼 인간의 교육에도 적용해야 한다. 반드시 필요한 복종과 적절한 불복종, 두 가지를 다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할 때와 그렇게 할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요즘은 간호사 교육 과정에서 지시에 이의를 제기해야 하는 사례, 필요하다면 더 높은 상급자에게 이의를 제기해야 하는 사례를 제시해준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안내견 훈련의 중요한 교훈



안내견이 되려면 기질적으로 특별한 개여야 한다. 식당, 교실, 비행기 등에서 핸들러의 발치에 몇 시간씩 얌전하게 있을 수 있는 차분한 성격과 러시아워의 혼잡한 기차역 같은 힘든 환경에서도 훈련받거나 일할 수 있는 집중력과 에너지를 갖추어야 한다.

안내견 훈련에서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 우선 집중력이다. 대개의 개는 산책할 때 지나치는 모든 사물과 냄새 하나하나에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안내견은 절대 한눈을 팔면 안 된다. 그리고 앞으로,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정지 등의 기본 명령에 복종하는 것을 익혀야 하는데, 그건 오히려 쉽다. 정작 어려운 부분은 언제 복종하지 말아야 할지를 완벽하게 익히는 것이다.

리더가 방향을 정한다



모든 안내견 훈련은 다음의 기본 원칙에서부터 시작한다. ‘방향은 리더가 정하고, 안전한 길은 안내견이 찾는다.’

안내견은 교차로에 다다르면, 항상 멈춰선 후 다음 명령을 기다리도록 훈련받는다. 명령은 “앞으로”일 수도 있고, “왼쪽으로”나 “오른쪽으로”일 수도 있다. 리더와 개 모두 자신만의 감각을 통해 상황을 인식한다. 개는 볼 수 있지만, 우리처럼 색을 구분할 순 없다. 그래서 빨간색이 언제 파란불로 바뀌었는지 알지 못한다. 리더는 주위에 귀 기울여서 사람들과 자동차 소리 등 거리에서 들리는 소리들로, 언제 신호가 바뀌었는지, 언제 건너도 될 만큼 확실히 안전한지 인식한다. 때가 되면, 리더는 “앞으로”라고 명령을 내린다. 개는 명령에 복종하는 게 안전한지 결정해야 한다. 바로 그 순간, 퀵 배달 오토바이가 빠른 속도로 모퉁이를 돌아 나온다! 개는 명령을 무시하고, 즉 명령에 저항한 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만 있다면 다음 신호를 기다릴 수도 있다.

여기가 바로 똑똑한 불복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잘 주목해야 하는 지점이다. 훈련 방법 중 어느 측면을 인간에 대한 훈련과 교육에 적용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 훈련을 성공하게 만드는 요인은 정확히 무엇일까? 제일 먼저 알아야 할 점은 칭찬의 중요성이다. 지금 배우고 있는 새로운 스킬을 개가 잘 해내면, 진정 어린 칭찬을 해준다. 칭찬은 보통 말로 하지만, 간혹 행동으로 해주기도 한다. 자신감을 키워주고 신뢰를 확실하게 쌓는 방법의 기본은 이것이다. 잘했을 땐 칭찬해줄 것!

그러나 인간의 눈 역할을 안전하게 대신하는 데 필요한 모든 행동을 칭찬만으로 가르칠 순 없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다 안내견이 다가오는 차 앞으로 나선다면, 그 순간 ‘눈’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 경우 위험 요인이 너무 크다. 그러니 훈련이 완벽한 효과를 발휘하려면 보완할 방법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숙제다.

안내견과 인간 핸들러 사이에는 명확한 양방향 소통을 위해 하니스(개의 목과 어깨에 두르는 벨트로 목줄을 연결하는 장비)와 단단한 핸들이 있다. 또한 추가로 줄이 있는데, 개가 실수했을 때 교정해주는 용도로도 활용된다. 훈련사나 시각장애인 핸들러는 개가 잘못했을 때 “푸이(phooye)”라고 하면서 줄을 강하고 빠르게 잡아당긴다. 푸이는 아니라고 말할 때 차별성을 주기 위한 표현이다. “안 돼”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쓰는 말이라 개가 혼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똑똑한 불복종 훈련의 요소



커치 박사는 똑똑한 불복종 훈련에 특별한 ‘비법’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꼭 필요한 요소가 적어도 몇 가지는 있다고 생각했다. ‘긍정적 강화와 부정적 강화’를 정확히 써야 안내견 훈련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했다. 개가 “푸이”라고 해야 할 만큼 교정이 필요한 행동을 했을 때는 항상 그 행동의 시작 지점으로 되돌려 처음부터 다시 하게 하여, 제대로 할 기회를 준다. 잘 해내면 그에 맞는 칭찬을 해준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제대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세 번까지 주는 것이다.

만일 그래도 ‘잘 해내지’ 못하면, 그날은 그 행동에 대한 훈련을 중단한다. 훈련을 시키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훈련을 중단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개를 겁먹게 만들 위험이 있고, 겁을 먹으면 안내견 역할을 할 수 없다. ‘그것’이 무엇이든, 제대로 이해할 때까지 항상 세 번의 기회를 주는 방법은 매우 중요한 핵심으로서, 모든 분야의 교육자, 훈련사, 코치, 관리자 등이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우리는 실패와 걱정이 아니라, 능력을 키우기 위한 훈련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훈련 초기의 개는 칭찬이나 교정 과정을 통해 훈련사가 기대하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는 마치 인간의 도덕적 추론이나 윤리적 행동의 초기 발달 단계에 관한 연구와 비슷하다. 즉, 아이들도 처벌을 피하거나 고맙다는 말을 듣기 위해 행동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안내견은 이 과정을 넘어 새로운 단계로 도약한다. 자신이 신뢰하고 애정을 느끼는 관계로 발전한 사람의 안위와 그 안위에 닥친 위험을 강하게 인식한다. 지속적으로 서로 존중하고 애정을 주고받은 결과 생겨난 유대감이 생긴다. 커치 박사의 표현을 빌면, 이 단계에 이르면 사람은 개의 무리, 즉 가족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러한 안내견의 모습은 도덕적 추론의 낮은 단계로부터 더 높은 단계로 발달하는 인간의 성장 과정과 비슷하다. 안내견의 관심사는 벌을 피하거나 칭찬을 구하는 것에서 출발하지만, 딱히 명확한 지시를 받지 않고도 파트너의 안위에 집중하는 것으로 바뀐다. 위험을 인지하지 못한 파트너를 보호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안내견 이야기는 수없이 많다. 이는 상호 존중과 애정 덕분에 상대방의 안위를 자신의 안위만큼, 때로는 더 중하게 여기는 관계에서 나오는 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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