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는 스펙이다
권민창 지음 | 세종미디어
군대는 스펙이다
권민창 지음
세종미디어 / 2018년 2월 / 260쪽 / 13,800원
내 삶을 변화시킨 군대라는 스펙
거침없던 권 탱크 시절
2007년, 나는 동기들보다 1년 늦은 18살의 나이로 항공과학고등학교에 입학하였다. 24:1의 경쟁률, 졸업과 동시에 공군 하사 임권, 7년의 의무복무 후 장기 복무 100% 보장, 35년의 정년을 채우고 퇴직하면 300만 원에 가까운 연금 등의 매력으로 고등학교 때부터 이미 내 진로는 정해져 있었다. 하지 말라는 것만 하지 않고 무난하게 졸업하면 길고 평탄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 겨울방학에 보고를 하지 않고 무단으로 해외여행을 가면서 내 인생 플랜이 꼬여 버렸다. 다행히 퇴학은 면했지만 성적에 큰 감점을 당했다. 그때부터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살았던 것 같다. 업무에 관련된 공부는 하지 않고, 일과 중에 숨어서 자다가 혼나고, 두발 불량으로 매일 지적 받으면서도 끝까지 버티는 고집을 부렸다.
그렇게 몇 년을 살다 보니 그게 습관이 되고 인생이 되었다. 같은 하사로 임관한 동기들이 대학원을 다니고, 자기계발에 열을 올릴 때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더더욱 나 자신에 대한 불만을 군대라는 조직에 표출했다. 짬도 어느 정도 찬 완전체 권 탱크가 되어 가고 있었던 나는 어느 날 발목 인대파열이라는 부상을 당했다. 그리고 원치 않는 입원을 하게 되었다. 그때 친구가 나에게 책을 추천해 주었다. 엠제이 드마코의 『부의 추월차선』이라는 책이었는데, 그 책을 읽고 내 인생이 180도 변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1년에 약 400여 권에 가까운 책을 읽게 되었는데 다른 사람들도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독서, 이왕이면 군인 대상으로 독서에 관한 글을 써서 책을 출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5년의 공백기를 지나 그렇게 권 탱크에게도 ‘작가’라는 꿈이 생겼다.
막연했던 작가의 꿈
그때 당시 내가 생각했던 작가의 이미지는 엄청나게 박학다식하거나 아니면 엄청난 창의력을 바탕으로 남들이 생각해내지 못하고 범접할 수 없는 종류의 글을 쓰는 사람들이었다. 그 관점에서 보면 나는 당연히 100% 탈락이었다. 평범한 학창시절, 고등학교 때부터 군사학교 생활을 했고, 졸업 후 바로 군인이 되어 7년 동안 ‘창의력’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했기에 정말 막연한 꿈일 뿐이었다.
그 무렵 읽었던 어떤 책의 글귀가 생각났다. 그 책의 저자는 나와 상당히 비슷한 길을 걸어왔고, 내가 되고 싶은 미래의 모습과 상당히 흡사한 사람이었다. 난 그 책을 보고 그 작가를 만나보기로 결심했다. 책에 표기되어 있는 메일 주소로 정중히 메일을 보냈고, 그분은 흔쾌히 만남을 허락해 주셨다. “어떤 글을 쓰고 싶으세요?” 난 내가 생각했던 콘셉트를 이야기했다. “제가 일 년간 책을 읽고 생각이나 행동이 많이 변화했습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책을 좀 더 읽었으면 합니다.”
나는 평소 궁금했던 질문을 했다. “작가님은 보통 한 권을 쓰는 데 몇 달이 걸리나요?” “저는 한 권을 쓰는데 한 달도 걸리지 않습니다. 글쓰기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어렵지 않습니다. 전 필력이 아주 좋지도, 글 센스가 뛰어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소설이나 에세이, 인문학처럼 필력이나 일정 수준의 지식을 요구하는 책이 아닌 자기계발, 경제나 경영 분야의 책은 누구나 쓸 수 있습니다. 자신의 스토리를 진솔하게 녹여내면 못 쓸 것도 없죠.”
그날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했다. 군인 출신으로 책을 낸 사람이 주위에 전무했기에 군인이 책을 쓸 수 있는지 없는지부터 알아보는 게 급선무였다. 군인 포함 공무원은 겸직이 금지되어 있으므로 내가 만약 작가가 된다면, 이것도 겸직인지 아닌지 여부를 알아보는 게 우선이었다. 관련부서에서는 군에 위해되는 내용이나 비밀 등을 얘기하는 게 아니면, 보안성 검토를 맡으면 출판이 문제없다고 했다.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작가가 되고 싶고, 출판을 하고 싶다는 내 꿈이 더 컸다. 난 글을 써야만 했다. 그냥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었던 내 잃어버린 6년에 대한 미안함과 동시에 책을 보기 전 나와 비슷하게 사는 친구들이 내 책을 보고 조금이나마 느끼는 점이 있었으면 했다. 그래서 난 본격적인 계획을 세우기 전에 주위 사람들에게 얘기를 하지 않기로 했다. 2016년 9월, 난 그렇게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고 막연했던 작가의 꿈을 현실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당연하게 여기지 마라, 그리고 변화하라
나도 처음에는 누구나 책을 좋아할 줄 알았다. ‘내가 책을 읽고 인생이 변화했으니 다른 사람들도 책을 읽으면 당연히 인생이 변할 거야’라는 마인드로 병사들과 함께 독서모임을 하며 책을 읽었던 것 같다. 한 달에 두 번씩 모여 내가 지정한 책으로 독서모임을 했다. 하지만 점점 독서모임을 하는 친구들은 줄었고, 심지어 한 명도 참석하지 않은 적도 있었다.
그때 진지하게 왜 독서모임이 아이들에게 필요한지 생각해 봤던 거 같다. 내 의견을 주입시키고 ‘너희들은 이걸 해! 그럼 너희들도 인생이 바뀔 거야’라고 말하는 것보다 그 친구들이 진정으로 가려워하는 부분을 긁어 준다면? 그 후 당직을 설 때 설문지 100장을 만들어 가서 병사들에게 뿌렸다.
1. 군 생활에 대한 만족도
2. 군 생활을 하며 가장 고민되는 부분
3. 독서의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4. 독서모임을 만든다면 참여할 의향이 있나?
이렇게 4항목으로 진행했다. 결과는 내 예상과 정반대였다. 군생활을 하며 가장 고민되는 부분에 무려 88%의 병사들이 꿈과 진로, 자기계발란에 체크를 한 것이었다. 그리고 독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84%의 병사들이 필요하다고 체크를 했다. 하지만 독서모임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 체크를 했다.
병사들에게는 당장의 토익 공부가 중요하고 자격증 공부가 중요했다. 20대 초반의 남성들은 여성과 달리 2년이라는 시간을 의무적으로 군대에서 보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취직이 늦어진다. 그렇기에 그들은 자신의 꿈을 향해 필요한 목표설정과 그에 필요한 관련 공부를 하면서 독서를 하고 싶어 했다. 나는 순간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아, 내가 실질적인 분야별 독서 큐레이션을 제시해 주면 되겠구나. 꿈을 찾고 싶어 하는 병사들에게 추천해 줄 책, 군대에서 조금이라도 돈을 모으고 나가고 싶어 하는 친구들에게 춘천해 줄 금전관리 책, 선후임들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병사들에게 추천해 줄 책 등 상황별로 맞는 도서를 추천하고 간략한 설명을 해준다면….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 그 책으로 나눔을 한다면 그 분야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좀 더 독서모임에 관심을 갖지 않을까?’
나는 군대가 인생의 진로를 결정하고, 정신과 육체가 건강해질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한다. 2년의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군대 안에서 뭔가를 만들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안 될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걸 토대로 제안서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토대로 20대(병사/초급간부)와 30~50대(중견간부/지휘관)가 각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어떤 부분을 힘들어하는지에 대해 자유로운 소통을 나눌 수 있는 군대가 되었으면 한다.
독서 전문가 권 중사가 말하는 독서 방해요소와 극복법
훈련을 마치고 자대로 배치 받은 김공군 이병, 앞으로 남은 2년의 군 생활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입대하기 전부터 책 100권 읽기를 목표로 설정했다. 하지만 자대에 도착하자마자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면서 독서와는 담을 쌓게 되었다. 1년이 지나 김공군은 상병이 되었고, 여유시간이 늘어나 독서를 할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병 때부터 길들여진 버릇 때문에 책에 손도 대지 않는다. 김공군은 ‘군대에서 자기계발을 할 수 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제대하면 그때 읽어야지’라며 누워서 TV를 본다.
군 생활을 7년 넘게 하며 많은 친구들을 보아온 결과 상당수는 이런 식으로 책을 포기하게 된다. 호기롭게 ‘100권’이라는 계획을 세우고 반드시 이룬다는 열정을 불태우지만 결국 얼마 못 가 그 불꽃은 사그라든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목표가 불분명하다 : 권수에 의미를 두지 말자. 100권이라는 목표는 단순히 책을 즐기기보다 보여 주기 위한 겉핥기식 독서에 가깝다. 다독했다고 ‘자랑’ 하는 것이 독서의 목표가 아니라, 한 권을 읽더라도 그 책을 내 삶에 어떤 식으로 적용했는지, 그래서 내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당당하게 얘기해 줄 수 있는 독서를 해야 한다.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한 독서는 오래가지 못한다.
나는 독서계획표를 작성하고 있다. 계획표라고 하면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는데, 형식적인 계획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나에게 도움이 되는 계획표를 만들었다. 예를 들어 자기계발에 도움이 되는 책들은 3~4권 정도 정리한 뒤 그 책에 대한 간략한 서평이나 한 줄 요약할 칸을 남겨둔다. 그리고 내 인생에 적용할 부분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메모할 칸을 남겨둔다. 그렇게 계획했던 책들을 다 읽었을 때 나에게 주는 선물을 적는다. 작은 것이라도 괜찮다. 동기부여에 아주 큰 힘이 된다. 조금 더 나아가면 인생에서 적용할 부분을 직접 실천해 보는 게 제일 좋다.
함께 읽어라 : 혼자 하는 독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주위 환경에 많이 휘둘릴 수도 있고. 내가 갖고 있는 가치관을 기반으로 책을 읽으면 단조로운 독서가 될 수도 있다. 신병이 혼자 독서하는 모습을 아니꼽게 생각하는 선임들이 있을 수도 있고, 이렇게 저렇게 눈치를 보다 보면 독서에 흥미가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독서모임을 하며 선임들과 함께 책을 나눈다면? 내가 생각하는 독서모임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관점’ 이다.
1년 정도 꾸준히 부대 독서모임을 진행하면서 내가 느낀 것은 같은 책을 읽어도, 같은 문장을 읽어도 저마다 느낀 점이 180도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 가치관이 ‘행복’이라면 나는 보통 책을 읽으면 결론이 ‘행복’으로 귀결이 되었다.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꿈’, ‘진로’, ‘존엄성’ 등과 같은 다양한 관점에서 책을 나누면 덩달아 나 자신도 다양한 시각으로 책을 볼 수 있게 된다. 책을 싫어하던 병사가 부대 독서모임을 하고 나서, 제대하고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독서모임을 만들기도 했고, 호기심에 부대 독서모임에 들어왔다가 책이 정말 좋아져서 생활관을 책 읽는 분위기로 만든 병사도 있었다.
이렇게 함께 읽다 보면 생각이 확장되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한 명이 열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열 명이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이 낫다.’ 다양한 관점에서 새로운 시선으로 책을 본다면 책에도 재미를 붙일 수 있고, 생각이 확장되는 경험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강박관념을 갖지 말자 :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책을 한번 읽기 시작하면 어렵거나 재미가 없어도 끝까지 읽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그 책이 어렵고 재미가 없다는 것에는 이유가 명확하다. 정말 책이 재미없거나, 아니면 내가 소화하기 어렵거나, 내 관심사와 정반대인 경우다. 그럴 경우에는 어떻게 읽어야 좀 더 머리에 들어올까를 고민하지 말고 과감하게 책을 덮어도 된다.
책은 기본적으로 ‘지식 전달’과 ‘재미’를 위해 읽게 되는데, 둘 다 충족하지 못하는데 강박관념으로 인해 끝까지 책을 붙잡고 있다면 이 책 한 권으로 인해 독서 전반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 수가 있고, 이런 경우 자체적인 ‘독서 방해요소’가 될 수 있다. 책을 처음 읽는 경우, 쉽고 재미있는 책부터 읽으면서 ‘독서 근육’을 키우고 단계적으로 수준을 올리면서 독서를 한다면 점차적으로 독서에 흥미가 붙고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군대 최초 독서 전문가를 꿈꾸며 작은 변화를 만들다
우연히 읽은 책 한 권으로 인생을 변화시킨 선혁이
작업을 마치고 인트라넷을 확인해 보니 장문의 메일이 와 있었다. ‘다름이 아니고 권 중사님이 독서모임 인원을 모을 때 제가 책을 읽어본 적이 없어, 같이 책을 나누는 게 좀 부담이 되어 신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독서를 등한시한 제가 부끄러웠고, 항상 제 환경 탓만 했었는데 권 중사님은 저보다 더한 환경에서도 꾸준히 독서를 하며 삶의 변화를 이루어냈다는 것이 정말 존경스러웠습니다. 저도 앞으로 책을 꾸준히 읽고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제 꿈에 한 발짝 다가가고 싶습니다. 다음 독서모임부터 참여하고 싶은데 가도 되겠습니까?’
난 선혁이의 메일을 보고 너무 고마웠다. 누군가가 내 책을 읽고 독서에 관심을 갖고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첫 발걸음을 뗀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그리고 독서모임에 선혁이는 공책과 펜을 갖고 나왔다. 그때 우리는 홍성태 교수, 김봉진 대표의 『배민다움』을 읽고 나눴었다. 배민다움은 ‘배달의 민족’ 탄생과정과 성장 배경, 원동력을 알 수 있는 책이었다. 그렇게 각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선혁이는 노트에 뭔가를 계속 적기 시작했다.
그리고 독서모임이 끝나고 다음 날 나에게 ‘배민다움’ 독서모임에 참여하여 느낀 점을 메일로 보내왔다. ‘쉽고, 명확하고, 위트 있게. 본질이 뭔지 알고 싶다면, 특징을 나열하고 응축하라. 창조의 세 요소는 아이디어, 돈, 사람이다. 권 중사님, 이 문장들이 너무 와 닿습니다. 그리고 우리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라는 말을 듣고, 사람들이 생각했을 때의 기준이 아니라 나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음 모임 때 선혁이는 책을 읽고 왔지만,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 전달하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말하는 자체를 쑥스러워 해서 사람의 눈을 마주치지 않고 애기했다. 하지만 선혁이는 모임에 참여하면서 점점 의사표현능력이 좋아졌고, 지금은 누구와 얘기하더라도 자신 있게 상대방의 눈을 마주보며 자신이 하고자 하는 얘기를 정확하게 전달한다. 그리고 좀 더 많은 후임들과 소통하고 싶다며 ‘생활관장’을 자처해 정말 모범적인 군 생활을 하고 있다. 우연히 읽은 책 한 권이 사람의 마음가짐을 변화시키고 습관을 변화시켜 결국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
발전하는 군인, 발군 모임
“권 중사, 초급간부 대상으로 독서 강연 한번 해 줄 수 있어?” 부대에 온 지 얼마 안 된 초급간부 같은 경우에 일주일 정도 부대에 잘 적응할 수 있는 교육을 실시한다. 그 커리큘럼에 독서 분야가 없었는데, 주임원사님께서 내가 독서법 관련 책을 출간했고, 또 독서관련 경연을 하다 보니 초급간부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나에게 독서 강연을 부탁하셨다.
적지 않은 강연을 했지만, 내가 방황했던 20대 초반의 그 시간을 겪고 있는 초급간부들 대상으로 내 얘기를 한다면 참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거 같아서 흔쾌히 수락했다. 강연도 피피티를 준비하기보다는 실제로 그 시기를 겪고, 그들의 궁금한 점을 듣고 얘기해 주는 게 도움이 될 거 같아 어떤 부분이 제일 힘들고 고민일지 나름대로 생각했던 것 같다.
강연 날이 왔다. 자리에 15명 정도가 앉아 있었던 것 같다. 연이은 교육에 표정은 피곤해 보였고 눈에는 빛이 없었다. 내 얘기를 시작했다. 집안형편 때문에 진학했던 고등학교, 원치 않던 군인이라는 직업, 5년간의 방황 그리고 낮아질 대로 낮아진 자존감, 발목 인대파열, 친구의 책 추천, 부자가 되어 싶어서 책을 읽었지만 어느덧 인생이 된 독서, 달라진 군 생활, 독서모임 그리고 출판, 강연, 진지한 꿈 등 30분 정도 내 얘기를 하다 보니 아무래도 그들과 같은 길을 걸었던, 그리고 같은 시기에 힘들었던 선배의 진심이 느껴져서 일까, 그들의 눈에 빛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짧은 내 얘기가 끝나고 그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내가 꿈을 찾으려면 진지하게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된다고 했다. 좋아하는 것들로 마인드맵을 그려보고, 그 안에서 계속 뻗어 나가보라고 말했다. 2시간 동안 정신없이 질문을 받다가 ‘이 친구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정말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이 성장하는 것을 도와주고 싶었고, 성장하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다면 정말 큰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은 단순히 ‘발전하는 군인’을 줄여서 발군이라고 지었는데, 생각해 보니 ‘무리 중에 으뜸’이라는 단어도 발군이었다. 그렇게 중의적인 표현으로 이름을 짓고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멤버를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