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단순한 것의 힘
탁진현 지음 | 홍익출판사
가장 단순한 것의 힘
탁진현 지음
홍익출판사 / 2017년 12월 / 242쪽 / 14,800원
단순한 방의 힘
잡스는 왜 옷을 줄였나
원피스 2벌의 가능성: 옷을 고르는 건 하루를 잘 시작하기 위한 중요한 의식처럼 느껴진다. 아침에 가지런히 놓인 단 10벌의 옷을 마주하면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좋아하고 자주 입는 옷으로만 구성된 10벌 중 1벌을 망설임 없이 고른 후 집을 나선다. 내게는 총 25벌의 옷이 있다. 지금 계절에 입을 수 있는 옷 10벌만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놓고, 나머지 계절의 옷 15벌은 여행가방에 넣어서 따로 보관한다. 이것이 내가 소유한 옷의 전부다. 과거 소유한 200여 벌의 옷 중 90퍼센트를 덜어냈는데, 불편함보다 좋은 점이 훨씬 많아서 적은 옷을 고수한다.
옷을 이만큼까지 최소한으로 줄이게 된 건 3년 전이었다. 독서모임에서 알게 된 컨설턴트인 P대표와 함께 식사를 했다. 그녀는 사업 미팅 시 단 2벌의 검정색 원피스만 번갈아 입고 다닌다는 것이다. 여태 기억도 잘 못하는 상대에게 잘 보이느라 시간과 에너지, 돈을 낭비했다는 깨달음 때문이었다. 옷을 최소한으로 줄이자 여러 변화가 생겼다. 가장 먼저 생긴 변화는 집이 넓어진 거였다. 옷장, 큰 행거, 벽 옷걸이까지 치운 덕이다. 게다가 빨래 개는 데 시간을 쓸 필요가 없었다.
가장 좋은 점은 따로 있었다. 인생에서 중요한 일에 집중할 여유가 생긴 것이다. 일 때문에 바쁘고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늘 옷 고르고 쇼핑할 시간과 체력은 있었다. 옷을 줄이자 한참을 옷 고르다 헐레벌떡 뛰어나갈 이유도, 회사와 집에서 틈틈이 아이쇼핑을 하고 주말에 쇼핑몰을 돌아다닐 이유도 없어졌다. 아침을 여유 있게 시작하고 회사에서는 업무에 집중하고, 주말에는 집에서 푹 쉴 수 있었다.
성공한 사람들은 옷을 어떻게 입나: 옷을 비우는 과정을 알게 된 중요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옷이 생각 이상으로 우리 인생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 그러므로 옷만 줄여도 삶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공한 CEO들은 그 점을 일찍부터 알았다. 스티브 잡스는 일상에서는 물론 일할 때와 공식석상에서도 검은색 터틀넥과 청바지만 입고 다녔다. 우주에 흔적을 남기고 싶다고 말하던 그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에만 집중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도 단벌신사다. 8년의 재임기간 동안 똑같은 턱시도와 신발을 걸쳤다. 이 사실은 부인인 미셸이 한 행사장에서 밝히면서 화제가 됐다. 흥미로운 점은 이 삶들을 초라하게 생각하는 사람보다는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점이다. 그 이유가 겉으로 드러난 생각과 태도가 남들에게 옷보다 더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을 진정으로 돋보이게 만드는 것은 많은 옷, 화려한 옷이 아닌 내면의 성장이다.
내 방은 일의 시작과 끝
집과 성공의 상관관계: 부자 4,000명의 방을 직접 설계하고 지은 일본 건축가 야노 케이조는 저서 『부자의 방』에서 “뜻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원인 중 하나는 집”이라면서, 성공한 부자들의 경우 일을 도모하기 전에 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때문에 공간의 좋은 에너지가 성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일과 삶은 따로 있지 않다. 일을 잘하려면 일단 내 방에서부터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야 한다.
집에 있는 물건들을 손에 들고 찬찬히 살펴보면서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이 물건이 현재의 내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가? 혹시 이것들 때문에 정말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왜냐하면 물건을 사고 나서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저분해지면 닦고 씻기고 폐기물이 생기면 내보내고, 그러느라 필요한 일에 쏟아야 할 에너지를 잡아먹는다. 아침에 어질러진 방에서 허겁지겁 출근하고 퇴근 후에 잔뜩 쌓아놓은 물건과 설거지거리를 먼저 맞이한다. 물건이 많은 집은 가뜩이나 복잡한 삶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반면 물건이 적은 집은 하루의 끝과 시작을 기분 좋게 하고, 몸과 정신의 피로를 덜어줘서 일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내 경우 물건을 줄인 뒤 가장 먼저 맞이한 변화는 귀찮은 집안일에서 해방된 것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비행기가 텅 빈 활주로를 지나듯 빗자루와 걸레와 함께 내달린다. 식기는 두 개, 조금 넓고 깊은 그릇에는 국이나 찌개를, 넓고 얇은 접시에는 반찬과 밥을 함께 담아 먹고 설거지를 가볍게 끝낸다. 물건이 여행가방에 모두 들어갈 만큼 적으므로 필요한 것을 금방 찾아 외출한다.
집으로 돌아오면 방도 싱크대도 막 청소한 것처럼 말끔해 책을 보면서 휴식을 취한다. 여백의 공간에서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돌아보고 내일 할 일을 떠올리면 하루가 정리된다. 무늬 없이 깔끔하고 사락거리는 면 이불에 쏙 들어가 기분 좋게 잠을 취하면 다음 날 왠지 일을 시작하는 마음도 가볍다. 정갈한 방은 이렇듯 몸과 마음을 리셋하는 힘이 있다.
느긋하게 쉬는 호텔 여행자처럼: 절에서 스님들이 소유물을 적게 지니고 사는 이유는 단순히 욕심을 적게 지녀야 한다는 불교의 관습 때문만은 아니다. 깨달음이라는, 가장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하기 위해 다른 모든 덜 중요한 것을 최소화시키는 합리적인 이유도 있다. 속세에 사는 평범한 우리의 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사실을 알아도 방을 비워내기는 쉽지 않다. 이럴 때 좋은 방법이 있다. 과거에 여행을 떠났을 때 가장 기분 좋게 머물던 호텔방에 다시 왔다고 상상해보자.
일단 발을 딛고 있는 바닥을 본다. 바닥에는 물건이 없다. 직장인들은 퇴근 후 피곤하다는 이유로 옷을 허물처럼 벗어놓고 가방을 던져놓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호텔방은 그런 게 없어서 단정하다. 그러므로 바닥에 있는 물건을 치우는 것이 첫 번째다. 바닥에서 가구로 시선을 옮긴다. 가구에도 잡다한 물건이 없다. 물잔, 책 한두 권, 매일 쓰는 화장품 정도. 물건을 빠르게 줄이고 싶다면 ‘언제 돌아올지 모를 장기 여행을 떠난다’고 가정하고 여행가방에 반드시 필요한 물건만 골라 넣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호텔에는 가구도 최소한만 있다. 침대, 스탠드가 놓인 협탁, 화장대 겸 책상, 옷장 정도다. 많은 가구는 방을 답답한 공간으로 만들기 때문에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좋다. 호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새하얀 침구가 침대를 덮고 있다. 호텔처럼 물건뿐 아니라 색마저 줄여서 공간에 아름다움과 편안함을 더한다. 여기에 은은한 불빛의 스탠드와 소음과 빛을 차단할 커튼 정도만 추가해도 충분하다. 이 정도만으로 집은 호텔처럼 아늑한 공간이 되고, 숙면을 취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작은 집이 일에 미치는 영향
집 크기에 대한 지독한 집착: 직장인들의 일이 괴로워지는 가장 큰 원인이 집 대출금이라고 한다. 한 달 월급의 절반 이상이 대출금으로 나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적성에 맞지 않고 일이 힘들어 죽을 것 같아도 대출금에 발이 묶이면 그만두지도 못한다. 하고 싶은 일은 먼 훗날로 미룬 채 오늘을 무사히 살아내는 것만이 중요해진다. 이 족쇄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꾹 참고 열심히 일해서 돈을 더 많이 버는 것뿐일까? 그러나 다른 방법이 있다.
작은 집에서 넓게 사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다. 내가 비로소 집 크기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난 건 물건을 줄인 뒤였다. 물건이 줄자 상대적으로 집이 넓어져서 더 큰 집으로 이사 가지 않아도 괜찮았다. 게다가 비움의 미학이 깃든, 물건 없는 집은 아름답고 편안했다. 살고 있는 집에서도 만족스러웠다. 현재는 여행가방만큼의 물건만 가지고 살기에 더더욱 큰 집이 필요 없다. 소유한 가구도 접이식 책상과 의자뿐이다. 이젠 인생의 집보다 더 소중한 것들이 많아졌다.
자유와 여유를 허락하는 작음: 『행복의 가격』의 저자인 태미 스트로벨은 작은 집을 통해 일의 괴로움에서 벗어났다. 그는 한때 크고 화려한 집이 행복을 보장한다고 생각했고 월급 대부분을 소비하면서 학자금과 자동차 값 등 각종 빚을 갚으며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유튜브에서 바퀴 달린 작은 집을 보고 ‘정상적인 삶이란 무엇일까?’ 자문했다. 저자 부부는 1층엔 부엌과 욕실이, 2층엔 아늑한 침실이 있는 3.6평짜리 바퀴 달린 집을 얻었다. 빚의 압박에서 해방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작은 집 생활에서 얻은 자유 덕분에 나는 일하는 즐거움을 되찾았다. 한때는 돈 때문에 마지못해 일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때는 생활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적게 벌어도 더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일에 뛰어들 자유도 융통성도 기대하기 어려웠다. 지출이 전보다 줄어든 지금은 더 만족스러운 직업에 몸담고 스스로 ‘천직’이라 여기는 일을 하면서 내 안에 목적의식이 충만해지는 것을 느낀다. 이것이야말로 소박한 삶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집에 대한 우리의 잘못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집은 사는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공간이어야 한다.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집, 진정 원하는 삶을 살게 해주는 집이 가장 좋은 집이다. 물건의 집세를 내기 위해, 남의 시선 때문에 사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많은 물건 때문에 집 크기를 늘린 것이라면 물건부터 줄인다. 물건이 적으면 작은 집에 살아도 전혀 좁게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물건 많은 큰 집보다 물건 적은 작은 집이 훨씬 넓게 느껴진다.
남들의 시선도 거두자. ‘대한민국 평균’ 30평대 아파트에서 살기 위해 끊임없이 돈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는 삶이 과연 행복할까. 작은 집에서는 갚아야 할 돈이 많아 어쩔 수 없이 참으면서 일하지 않아도 된다. 여유를 누리며 가벼운 마음으로 직장을 다닐 수 있다. 작은 집에 만족하면 퇴직 불안에서도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 실제로 은퇴 전문가들은 노후 불안을 줄이는 방법으로 물건을 줄이고 작은 집으로 이사하는 등 삶의 규모를 축소할 것을 권한다.
단순한 일의 힘
말끔한 책상이 주는 자유
인턴이 앤 해서웨이의 책상을 치운 까닭은: 영화 <인턴>의 도입부에서 카메라는 패션쇼핑몰 사무실의 한가운데 놓인 책상에 초점을 맞춘다. 이 책상에는 사무실 직원들이 온갖 물건을 산더미처럼 쌓아놓았다. 약속을 분 단위로 잡을 정도로 일에 치여 바쁘게 살던 젊은 여성 CEO 줄스(앤 해서웨이)는 이 옆을 지나면서 뭔지 모를 불편함을 느낀다. 그즈음 그녀는 회사를 창업 2년 내에 직원 200명의 회사로 성장시킨 능력 있는 CEO였지만 개인적인 삶과 회사도 제대로 굴러가고 있지 않음을 알게 된다. 회사는 복잡해져서 문제가 하나씩 터지고 있었고, 줄스는 투자자들에게 전문 CEO를 영입하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속이 상해서 눈이 퉁퉁 붓도록 울어버린 다음 날, 그녀는 책상을 보고 가뜩이나 큰 눈을 더욱 동그랗게 뜬다. 책상 위의 물건이 마치 마법처럼 몽땅 사라진 것을 발견한 것이다. 알고 보니 이걸 치운 사람은 갓 입사하여 자신의 비서로 발령받은 70세의 인턴 벤(로버트 드니로)이었다. 줄스는 행복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한다. “금주에 일어난 일 중 가장 기분 좋은 일이에요.” 그녀는 일 때문에 받던 스트레스가 텅 빈 책상처럼 뻥 뚫린 기분이었다.
나는 사무실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니멀 라이프 열풍이 분 뒤로 집에서 불필요한 물건을 비우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사무실에서는 일할 때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쌓아두고 사는 사람이 많다. 직장인들은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집보다 사무실에 있는 시간이 더 긴데, 왜 바꿀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일까?
치워라, 내일 관둘 것처럼: 어느 날 출근했더니 뜬금없는 사내 지침이 떨어졌다. “업무 효율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개인책상을 전부 없애고 공용책상으로 바꾸기로 결정했습니다. 물건을 개인 사물함에 두고 책상을 선택해서 앉아주세요.” 사무실 직원들은 처음 겪는 일에 당황했고 반대했다. 나도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의문이 들었다. 바쁘다는 이유로 짐을 없애는 걸 차일피일 미뤘다. 일주일 정도 지나고 회사에 들어오다가 순간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동안 집에서 직장 스트레스를 없앤다고 물건을 잔뜩 없앴으면서 정작 스트레스의 근원지인 회사에서는 왜 짐을 방치하고 있었지?’
여전히 내 책상에는 짐이 많았다. 이때야말로 내 모든 물건을 줄일 절호의 기회다, 그런 마음이 들자마자 책상에 있는 짐을 닥치는 대로 없앴다. 사물함 안의 물건까지 없앨 필요는 없었지만 이곳까지 텅텅 비웠다. 결국 노트북 가방 하나만 덩그러니 남았다. 안에는 노트북과 마우스, 취재수첩, 펜 한 개, 약간의 명함이 전부였다. 내가 책상은 물론 사물함까지 단 하나의 물건도 남기지 않고 몽땅 비운 모습을 본 선배들이 내 자리를 지나다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물었다. “진현 씨, 퇴사하는 거야?”
빈 책상이 부른 기적: 회사를 다니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매일 사무실로 출근은 하지만 개인적인 물건이 없으니 오늘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홀가분하게 몸만 나오면 될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일에 대한 부담이 줄어서 똑같은 일을 해도 이전처럼 하기 싫다는 생각이 덜 들었고, 대화가 부담스러웠던 사람을 대하는 것도 편해졌다. 하루에 몇 번씩 때려치우고 싶었던 마음이 차츰 가라앉았다.
아무것도 없는 책상은 업무에도 효과적이었다. 일할 때는 가방 안에서 노트북과 마우스, 수첩 정도만 책상에 꺼내놓고 일했는데, 눈앞에 시선을 빼앗는 것들이 없어지자 생각이 당장 할 일에만 집중됐다. 일이 많은데도 집중이 잘 안 돼서 자판 위에 멍하니 손만 올려놓던 시간이 줄었다. 매일 달을 보며 퇴근하던 내가 해를 보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회사 문밖을 나왔다.
나는 이 물건들을 매일 들고 다니는 핸드백에 전부 넣어놓고, 일할 때만 꺼내서 책상 위에 놓는다. 일이 끝나면 다시 가방에 넣어두기에 평소 책상 위에는 아무것도 없다. 요새는 가방 하나만 든 채 원하는 어디에서든 자유롭게 일한다. 몸과 마음이 자유로운 만큼 생각의 반경도 넓어진다. 물건의 구석에서 벗어나면 창의력 있게 일할 수 있다.
행복하고 생산적이며 창의적이 된다: 야근이나 스트레스 등 일에 문제가 있을 때 가장 빠르고 쉽게 해결하는 방법은 우선 업무 환경부터 단순화하는 것이다. 『1승 9패 유니클로처럼』에 따르면 유니클로는 구성원 모두가 스스로 일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궁리하는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 공용책상 시스템을 도입했다. 직원들은 개인 물건을 사물함에 두고 출근하면 ‘오늘은 어떤 일을 중점적으로 할까’, ‘오늘은 누구와 일을 할까’를 생각하면서 책상을 선택해 앉았다. 그 결과 일의 집중도가 높아지고, 일하는 방식과 핵심 업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어 성과가 높아졌다고 한다.
공용책상 시스템은 개방된 사무실로서 카페와 비슷하다. 카페에서 일하면 일이 잘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 건 바로 이런 자유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사람은 자신이 자유롭다고 느낄 때 가장 행복하고 생산적이며 창의적이 된다. 구글 같은 해외기업은 물론 국내 기업들도 차츰 개방형 사무실을 도입하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 개인 책상을 없애는 식의 단순화를 권하고 싶진 않다. 회사 시스템상 다 가능하지도 않을 테고, 그보다 자발적으로 물건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의 정보만 남긴다
정보량의 역설: 우리는 지금을 살면서도 지금을 잊고 산다. 책상과 컴퓨터 안을 보라. 이 순간 필요한 정보보다는 과거에 봤던 정보, 나중에 필요할까 봐 저장한 정보가 대부분일 것이다. 나도 모르게 현재 일보다는 과거와 미래의 일에 중심을 둔다는 얘기다. 물론 잔뜩 쌓아두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없어지면 큰일 날 것 같고 언젠가 쓸 거라는 굳은 믿음 때문이다. 정보가 많을수록 일을 더 잘할 거라고 믿는다. 그러나 정보를 적게 소유한다고 해서 무슨 일이 나진 않으며, 정보가 많다고 해서 일을 더 잘하진 않는다.
내가 몸담았던 신문사란 곳은 세상의 온갖 정보가 모이는 장소다. 그리고 기자는 그 많은 정보를 다루는 직업이다. 그래서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비우기보다는 채우는 데 아주 익숙하다. 과거의 나도 그랬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문서, 사진, 즐겨찾기, 문자, 메일 등 수백 수천 개 저장해둔 정보를 끄집어내 제대로 활용한 기억이 없다. 마치 10분마다 기억을 잃어버리는 영화 <메멘토>의 주인공처럼 저장하고 까맣게 잊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리고 쓰레기통에서 하루의 먹거리를 찾는 고양이처럼 필요한 문서를 찾느라 한참을 뒤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