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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리더십 10

이동연 지음 | 평단



이기는 리더십 10

이동연 지음

평단 / 2017년 5월 / 296쪽 / 15,000원





어떤 비전인가 - 비전 리더십



비전 제시는 간결하고 명쾌하게 하라

리더는 일할 의욕과 의미를 제공하며, 담대한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그는 늘 자신이 전할 메시지를 ‘간결하고 명쾌하게’ 다듬어 반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구성원들의 목표가 한곳으로 집중된다. 리더가 해야 할 최고의 업무는 조직에 신바람을 불어넣는 일이다. 다른 일을 아무리 잘해도 이 일에 실패하는 리더는 조직을 망가뜨린다. 이직률이 높은 조직을 보면 음모와 야합과 뒷담화가 판을 친다. 나라가 이런 분위기일 때 이민을 가려는 사람이 많아진다.

반대로 다른 능력이 조금 부족해도 조직을 춤추게 하는 리더가 조직의 성과를 창출해낸다. 역량이 비슷한 조직인데도 리더들마다 다른 성과를 내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조직이 신명이 날까? 가장 먼저 조직 앞에 선 리더가 조직이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고, 구성원들도 알고 있을 때 조직의 행복도가 상승한다. 리더가 사익을 추구하고 표리부동하면 조직의 분위기가 음울해진다. 뭔가 의심쩍어하고 음모가 가득한 분위기로는 조직이 성공했다 해도 그 열매가 달콤할 수 없다. 설령 조직이 난관에 처해도 조직 전체가 투명하고 확고한 비전을 공유한다면 구성원들은 큰 보람을 느끼며 고난을 충분히 이겨낸다.

조직의 비전이 리더만의 것인가. 그런 조직에서는 리더 혼자만 뛰어야 한다. 리더가 전 직원이 가슴 설렐 만한 담대한 희망을 내놓을 때 모두가 그 방향으로 매진하는 것이다. 리더 혼자만의 꿈은 백일몽으로 끝나지만, 구성원 전체가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따라서 리더의 주요 일과는 현재를 기반으로 미래의 비전을 구상하는 데 투자되어야 한다. 비전이란 조직의 방향과 도달 가능한 최대한의 목표를 진술해 놓은 것이다. 제대로 된 비전은 죽어가는 조직도 살리지만, 허황되고 잘못된 비전은 생생한 조직도 죽인다. 살아 있는 비전을 통해 조직의 기운을 살리는 조직의 분위기 메이커가 리더이다.

리더가 진정성이 없을 때 조직 전체가 복지부동하게 된다. 능력과 인성이 반비례하는 리더일수록 곡학아세(曲學阿世, 바른 길에서 벗어난 학문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아첨함)를 잘하는데,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일단 표어나 규정들을 공정해 보이도록 만든다. 하지만 단서 조항 등을 만들어 자신에게만 유리한 장치를 끼워 넣는다. 신언서판(身言書判, 인물을 선택하는 데 표준으로 삼던 조건. 곧 신수, 말씨, 문필, 판단력의 네 가지)을 중시하는 동양 문화권에는 곡학아세에 능한 리더들이 많다. 그들은 상대의 신분에 따라 이중적 태도를 취한다. 진정성 있는 리더들은 상대의 신분에 따라서가 아니라 상대 그 자체를 자연스럽게 대한다.

교언영색하는 리더, 곡학아세하는 리더, 그런 위선의 리더십으로는 구성원들의 목표를 결코 통합할 수 없다. 리더가 억지로 누르면 겉으로는 하나가 된 것처럼 보여도 속은 중구난방이다. 조직의 규모와 관계없이 구성원 모두를 한 방향으로 결집시키는 리더십을 지닌 리더가 위대하다.“여러분, 저는 당신들의 뺨에서 눈물을 깨끗이 닦아주렵니다.”



인도의 초대 총리인 자와할랄 네루의 간결하고 명확한 비전이다. 이 쉽고 명확한 비전으로 인도 전체가 하나가 되었다. 그 덕분에 네루는 물론 그의 딸까지 인도의 총리가 된다. 사회주의 성향인 네루는 계급투쟁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정치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다.”라고 말한 그는 간디와 함께 인도 민주주의의 역사 그 자체가 되었으며, 지금도 인도인들의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 비전이 역사적으로 옳고 그른가는 두 번째 문제이다. 조직이 달성해야 할 목표가 비전인데, 달성하지도 못할 그럴듯한 추상적 목표로 신바람을 일으키는 사람이 대중 선동형 리더이다. 그들이 내놓은 비전은 매우 매혹적이다. 추상적이고 매혹적인 비전이 불안 심리를 달래주고 감정을 자극하며 환상을 심어준다. 사이비 종교 지도자들이 주어와 목적어가 적고 동사 중심의 화법을 쓰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모호한 비전, 구체성이 떨어지는 비전은 듣는 사람들이 각자 자기 방식대로 해석한다. 히틀러의 선전 참모인 괴벨스는 이렇게 말했다. “대중은 거짓말을 처음 들을 때는 부정하지만, 명쾌하게 만들어 자꾸 반복하면 누구나 믿는다.” 지난 세기 수많은 리더들이 미혹의 언어로 세계를 지배해왔다. 그러나 모든 정보가 공개되고, 비교 분석이 가능한 현대에는 구체적인 비전과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런 리더십을 갖추려면 우선 설득 대상의 관심사를 사실과 경험에 비추어 객관성 있는 대안으로 만들고, 그렇게 만든 이슈를 정치적 역학 관계를 고려하여 경쟁적 대안을 무력화시키면서 설득 대상자에게 제시해야 한다.

리더가 대중에게 얼마나 진정성 있는 인물로 인식되었느냐도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중요한 요소이다. 리더가 새 비전을 내놓고 공유하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최소한 열 번 이상은 비전을 주고받아야 비로소 공유가 시작된다. 그래서 잭 웰치는 “어떤 아이디어든 열 번 이상 이야기하지 않으면 한 번도 이야기하지 않은 것과 같다.”고 지적하면서 리더들에게 이렇게 강조했다. “조직의 핵심가치를 적어도 700번 이상 반복해 말해야 한다. 나도 지난 몇 년 동안 신물이 날 만큼 온갖 모임에서 그것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리더와 조직 사이에 믿음이 있는가 - 신뢰 리더십



믿음이 가는 리더, 공감하는 리더

조직의 수준은 조직원의 수준을 뛰어넘기 어렵다. 리더가 조직의 정서를 무시하면 증오의 대상이 되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그래서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일단 민중에게 미움을 받지 않아야 하며, 민중과 적대적이 될 경우 결국 버림받는다.”고 했다. 군주가 민중의 충성을 받고자 한다면 민중을 토대로 삼아야 한다. 마하트마 간디도 인도인들의 공감을 사는 사건을 통해 카리스마적 존재가 되었다.

간디는 서른일곱 살 때,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트란스발 정부는 자국에 사는 모든 인도인들에게 정부에 등록하고 지문이 찍힌 신분증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법안을 발표했다. 인도인들이 크게 술렁였다. “우리가 개냐? 목에 개들이나 달고 다니는 이름표를 달라니. 우리가 죄인이냐? 지문을 찍으라니.” 간디가 즉시 요하네스버그의 한 극장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는데 순식간에 3천 명 이상이 모여들었다. “여러분, 이 법안을 우리는 목숨 걸고 막아야 합니다. 이 법안에 반대하다가 경찰에 끌려가고 두들겨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좋습니까? 그렇다면 오른손을 들고 맹세합시다!” 모인 사람들 모두가 손을 들고 맹세했다. “좋습니다. 개처럼 사느니 차라리 감옥에 들어가겠습니다.”

이 소식이 남아프리카 전역에 퍼졌다. 간디가 앞장서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인도인들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다. 이 운동이 ‘진리의 힘’이라는 뜻의 ‘사티아그라하’이다. 간디를 비롯해 ‘사티아그라하’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감옥에 갇히기 시작하더니 감옥은 어느덧 인도인들로 가득 찼다. 놀란 정부가 스머츠 장군을 보내 간디와 협상하도록 했다. 스머츠 장군이 “인도인들이 먼저 자발적으로 등록하면 이 법안을 폐기하겠다.”고 제안한다. 간디도 항거의 목적이 법안을 없애는 데 있으므로 약속만 지킨다면 자신이 먼저 등록하겠다고 말했다. 감옥에서 나온 간디가 맨 먼저 등록했고 수많은 인도인들도 뒤따라 등록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지문날인 법안만 통과되고 말았다. 이에 분노한 간디와 인도인들이 요하네스버그에 모여 자신들의 등록증을 불살랐고,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인도인들이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다시 감옥에 갇힌 간디는 데이비드 소로의 『시민 불복종』이라는 책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아 다음의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첫째, 권력을 즐겁게 하기보다 사람의 영혼을 즐겁게 한다.

둘째, 모든 사람은 악법에 항거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셋째, 어떤 강력한 권력보다 각성한 한 사람의 힘이 더 크다는 것을 믿는다.



이런 원칙의 ‘사티아그라하’ 운동 이후에 간디는 비폭력 저항운동의 상징이 되었다. 대중이 리더를 어떤 상징으로 보아주는 것, 그것이 곧 리더의 카리스마이다. 그래서 리더는 항상 조직원들이 자신을 어떤 상징으로 보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간디는 그 사건을 계기로 진리를 향해 비폭력으로 저항하는 무욕의 성자라는 상징성을 획득했다. 간디에 대한 소식은 멀리 인도에까지 알려졌다. 간디가 인도로 돌아가기 위해 배를 탈 때, 스머츠 장군이 배웅 나와서 이렇게 말했다. “성자가 남아프리카 해안을 떠나는구나. 영원히 돌아오지 않기를 바란다. 제발…….”

간디처럼 리더가 공감 구축자가 되면 자발적으로 충성하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공감 리더십을 지닌 오바마도 대통령 당선인 시절 ABC방송의 여성 앵커 바버라 월터스와의 인터뷰에서 고민을 내비쳤다.“리더에게 최악의 상황은 일반인들과 멀어지는 것이다. 나는 국민들의 힘든 일상의 맥박 위에 내 손을 계속 얹어놓고 싶다.” 기업과 조직, 국가의 리더들은 구성원의 업무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가장 심혈을 기울인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구성원들이 자발적 동기부여를 받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자발적인 참여에서 진정한 동기부여가 비롯된다. 무력이나 금력, 승진이나 해고 등의 위협을 통한 동기부여는 일시적일 뿐이다.

자발적 열정, 자발적 헌신, 자발적 동참은 내부에서 나오는 것이지 외부에서 강제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리더들이 무조건 그럴싸한 정책을 발표하고 부르짖는다고 해서 대중적 카리스마가 생기지 않는다. 리더는 구성원의 마음을 움직이는 동기부여를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구체적 비전을 제시하며, 전체의 이익을 위해 솔선수범하는 희생적 자세가 필요하다. 리더의 그런 행위가 구성원들에게 명확하게 전달될 때 리더의 몸짓과 언동에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카리스마가 붙게 된다.



커뮤니케이션이 되는가 - 의사소통 리더십



말이 먹히는 리더, 소통의 미학을 아는 리더

리더십 스타일은 리더의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의 성공한 리더들은 소통능력이 탁월하다. 모든 리더는 어떤 목적을 가진 조직의 권력자이다. 조직의 리더가 행사하는 권력은 조직원들에게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권력을 판단하는 정당한 기준은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플라톤은 “누가 리더가 되어야 하느냐?”고 물으면서 ‘철인(哲人)’이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이 질문에 대해 독일의 사회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는 다른 답을 내놓고 있다. 하버마스에 따르면 ‘리더는 이상적 담론 상황을 만들어 의견의 일치를 끌어낼 줄 아는 사람’이다. 이상적 담론 상황이란 첫째, 모든 사람이 담론에 참여할 수 있는 동일한 기회를 주고, 둘째, 모든 사람이 자기주장을 개진하며, 셋째, 다른 사람의 주장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하며, 넷째, 모든 사람이 대화의 과정에서 어떤 외적 압력이나 심리적 부담감을 갖지 않아야 한다. 하버마스가 설정한 담론 상황은 그야말로 이성과 이성(brain to brain)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지는 이상적 커뮤니케이션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이런 이상적 커뮤니케이션보다 ‘마음과 마음(heart to heart)’의 의사소통이 더 효과적이다. 사람은 머리로는 납득하더라도 가슴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리더에게 소통의 미학은 단지 합리적으로 설득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가슴을 여는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은 독일의 첫 여성 총리이다. 그녀는 개신교인이고 구동독 출신이었다. 대부분의 동료 정치인들은 남성이었으며 가톨릭 신자인 데다 구서독 출신들이었다. 이런 여건 속에서 메르켈은 남성들의 행동 양식과 판단 기준을 연구하고 예측하며 대처한 결과, 총리가 되었다. 의사소통의 미학은 커뮤니케이션을 단순한 기능이 아닌 가치로 보아야 가능하다. 기능은 별다른 이해와 동의가 필요하지 않으나 가치는 추상적이고 폭넓어서 협의를 통한 구체화와 감동이 필요하다. 많은 리더들은 내 의사를 상대에게 전달해서 알아들으면 좋고 알아듣지 못해도 그만이라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 이는 의사소통이 아니라 의사전달이다. 이것은 다른 사람은 자신의 지식과 정보를 전달받는 대상일 뿐이며 자기만이 주체라고 여기기 때문에 나타나는 태도이다.

가치론적 관점으로 커뮤니케이션을 규정할 때 리더는 자신과 상대를 동등한 주체인 동반자 관계로 파악한다. 어떤 인간도 완벽하지 않다. 따라서 인류 최고의 리더라 할지라도 참모가 필요하다. 완전하지 못한 사람이 불완전한 사람과 만나 서로의 부족한 면을 채우고, 가치 있는 결정을 하고자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다. 의사소통의 미학을 지닌 리더는 자신과 조직원의 관계를 수직이 아니라 수평적 관계로 대우하여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협력자로 만들어간다. 리더는 주체, 조직원은 객체라는 주객 이원론의 도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사회를 ‘기계적 사회’와 ‘유기적 사회’로 구분했다. 과거의 사회가 혈연과 지연 등 각종 연줄로 얽혀 응집된 기계적 사회였다면, 현재는 다양한 분화가 일어나면서 점차 유기적 사회로 진행되고 있다. 이 유기적 사회의 응집력이 의사소통에서 발생한다. 이 시대에는 무조건 “나를 따르라!”고 할 수 없다. ‘왜’라는 이유를 설명하고, 그 이유마저도 다시 만들어나갈 때 사람들이 움직인다. 강력한 추진력은 가슴을 여는 따뜻한 의사소통에서 나온다. 리더라고 일방적으로 지시사항을 전달하고, 계몽하려 한다면 그 조직에는 반드시 불협화음이 일어난다. 진정한 추진력은 리더 개인이 아니라 리더를 포함한 조직원들에게서 나온다. 현시대는 리더들에게 의사전달의 리더십이 아닌 의사소통의 리더십을 요구한다. 사실 흡인력은 강력한 카리스마에서도 나온다. 사람들은 과감하게 업무를 추진하며 여러 유혹과 압력을 화끈하게 물리치는 스트롱맨형의 지도자를 원한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포용력 있는 소프트맨형의 지도자도 그리워한다.

인지언어학을 창시한 캘리포니아대학교의 조지 레이코프 교수는 국가를 ‘엄격한 아버지 가족 모델’과 ‘자상한 부모 가족 모델’로 나누었다. 그는 자신의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도 보수주의를 엄격한 아버지 모델로, 진보주의는 양육하고 감싸는 어머니 모델로 묘사한다. 한 리더에게 이 두 모델이 양립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강력한 커뮤니케이션과 관용적 커뮤니케이션을 병행하면 가능하다. 그 가능성을 메르켈 총리가 보여주었다.

메르켈은 2002년 총리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대의명분을 내세우며 양보했고, 경제지표가 좋아지자 전임 총리인 슈뢰더에게 공을 돌리기도 했다. 메르켈은 표면적으로는 강력한 카리스마형 리더로 보인다. 그녀의 직설적인 어법과 단호한 추진력에도 불구하고 유연성과 포용의 정치인으로 국민들이 인식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녀는 어떤 일을 추진하기 전에는 비판하는 목소리까지 충분히 경청한다. 어떤 의견도 마다하지 않고 존중하는 자세로 다 들은 다음, 확실한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이렇게 내린 결론은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간다. 이처럼 유연한 소통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불도저 스타일’로 보이는 메르켈이 국민의 존경과 신임을 얻으며 ‘협상의 마법사’로 인정받는 것이다. 그녀는 G8정상회담 같은 국제회의에서도 온실가스 감축협상을 놓고 벌이는 미국과 러시아의 심각한 갈등을 중재하고 합의를 이끌어내었다.



행동은 하는가 - 실행 리더십



구호를 넘어 행동으로

구호만 남발하고 실행하지 않는 리더를 ‘기름장어’라 부르다. 이 표현이 처음 쓰인 것은 동서냉전이 한창이던 1980년대였다. 이 말은 당시 서독의 외무장관이던 한스 디트리히 겐셔로부터 유래되었다. 겐셔는 동독 출신으로 1974년에 사민당과 자민당 연립정권에서 외무장관이 된 인물이다. 그 뒤 빌리 브란트, 헬무트 슈미트, 헬무트 콜 등 세 번의 정권 교체 속에서도 18년간 외교장관을 역임했다. ‘겐셔리즘’이라는 외교용어까지 생길 만큼 외교관으로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과 소련 어느 쪽도 적으로 만들지 않고 독일 통일까지 이끌어냈다. 그런 처신 때문에 강대국에서 그를 두고 ‘미끈거리는 사람’이라 불렀다. 그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강대국 논리에 휘둘리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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