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넥스트 플랜
공선표 지음 | 이새
더 넥스트 플랜
공선표 지음
이새 / 2016년 5월 / 336쪽 / 15,000원
1부 지나온 인생이야기
위기에 빠진 은퇴자들
장수 리스크, 단명 리스크, 콘텐츠 리스크: 한동안 장수 리스크라는 말이 나돌더니 요즘에는 단명 리스크와 콘텐츠 리스크가 유행이다. 단명 리스크는 장수시대가 왔다고 해서 긴 인생에 대비하여 차근차근 계획도 세우고 치밀한 준비를 해왔는데 암이나 불치병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위험을 말한다. 오랫동안 준비해왔는데 이제 살 만하니 도중하차를 하게 되는 셈인데, 실제로 이런 리스크를 겪는 사람을 주변에서도 곧잘 보게 된다. 콘텐츠 리스크란 남은 인생이 10년에서 30년으로 길어졌으나 그 긴 세월 동안 뭘 하고 지낼 것이며, 남은 인생의 내용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하는 걱정을 가리킨다. 그저 노인정이나 왔다 갔다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에도 부담스러우니 말이다.
이 모든 위험의 시작이 바로 장수시대의 도래다. 장수 리스크란 “예상보다 오래 살아 생기는 위험부담”을 말한다. 오랜 사는 것이 더는 축복이 아니라 하나의 위험요소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27세에 직장에 들어가 30년쯤 일하고 7~10년 정도 은퇴 후 생활을 했는데 이제는 30년 일하고도 또 30년이라는 은퇴 후 생활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조금 오래 사는 정도의 고령사회가 아니라, 20~30년이라는 또 한 번의 인생을 더 살아야 하는 고령사회가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이다.
전반기 인생 30년을 위해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16년을 공부하고 준비해 직장에서 살아남았지만, 후반기 인생 30년은 특별한 준비 없이 맞고 있다. 덤으로 주어진 자투리 인생이 아니라 또 다른 인생 하나를 통째로 얻은 셈이다. 또 다른 인생 준비는 임기응변식이 아니라 제대로 된 계획에 따라 철저히 준비되어야 한다. 즉 장수 리스크와 콘텐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인생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이제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에서 새로이 출발하는 데 필요한 과제를 하나씩 챙겨보고자 한다. 남은 기간 동안 어떤 가치를 중심에 세우고 무슨 일을 하며 제2의 인생을 살아갈 것인지 고민해보자.
퇴직자가 겪는 심리적 변화 5단계: 누구든지 나이가 들면 자기 소유의 기업이 없는 이상 능력과 무관하게 정년퇴직을 하거나 중도퇴직을 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정년퇴직이건 중도퇴직이건 간에 직장을 떠나야 할 상황이 되면 누구나 아쉬워한다. 아쉬워하는 정도가 아니라 분리불안증이 있다 싶을 정도로 직장에 집착한다. 퇴직을 하고나면 다니던 회사와 심적으로 아예 결별하는 사람도 있고, 퇴직 이후의 일들이 걱정되어 억지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다.
직장을 그만둘 때 겪는 심리적 변화는 대개 5단계를 거친다. 1단계는 자신의 능력과 상관없이 때가 되면 직장을 나와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는 단계이고, 2단계는 회사를 그만두고 난 후 주변에서 자신을 대우해주는 모습이 성에 차지 않을 때 분노를 표시하는 단계이며, 이러한 분노 표시 이후 자기성찰에 들어가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은퇴자 모두가 그렇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새로운 비전을 갖는 3단계로 들어선다. 이때 새로운 비전이란 대개 재취업을 꿈꾸는 것이다. ‘내가 아직 능력이 있는데, 못 찾아서 그렇지 나를 원하는 곳은 아직도 많아’ 하고 생각하는 단계다.
그러다가 마침내 자신의 자존심을 되살려줄 진정한 비전을 찾는 4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즉 재취업을 할 바에야 차라리 내 사업을 하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직장에 다닐 때 하던 대로만 하면 된다는 자만심에 빠지게 된다. 이 자만심은 이전의 직장에서 자신이 톱니바퀴의 일부가 아닌 톱니바퀴 전체를 굴리는 엄청난 일을 해냈다는 착각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은퇴 후에는 괜찮은 사무실도 있어야 하고 그것도 예전에 다니던 직장의 사무실만큼이나 큼지막해야 한다는 오만함에 빠진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놓을 만한 폼 나는 사무실이 중요한 거지, 내가 하려는 사업의 수익구조나 수익모델이 중요하다는 생각은 미처 못 한다. 그렇게 2~3년 사무실을 운영하다 보면 사무실 임대료도 아깝고 또 고정비용을 버는 일도 만만치 않음을 점차 느끼게 된다.
그 무렵에 마지막 5단계로 들어서게 된다. 즉 고통과 두려움이 있는 상태에서 다시금 새로운 계획을 짜는 단계다. 시기상으로 직장을 그만둔 지 3년 정도에 이르면 ‘직장을 그만두고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장난이 아니구나’라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이때는 사업이 아니라 다시 기준을 낮춰서라도 재취업을 해볼 생각이 들지만 이미 기회는 멀어진 지 오래다. 현업을 그만둔 지 3년이 지나면 정보나 지식 면에서 예전 감각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아무리 눈높이를 낮추어도 내가 찾는 직장은 나타나지 않는다.
중도퇴직이 많은 우리 사회에서는 퇴직 후 이전 직장에 대해 분노를 표시하는 단계가 제법 길어지기도 한다.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인간관계 한번 잘못해 상사에게 찍혀서 퇴직한 사람도 있고, 사회의 트렌드가 자신이 추진한 전략과 반대 방향이라 모든 일이 물거품이 되어 나온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운 좋게 모든 상황이 들어맞아 고속승진을 한 사람도 있는가 하면 엄청난 노력을 했는데도 승진이 늦은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스티브 잡스의 고백을 들려주고 싶다.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애플사에서 해고당한 일이 결과적으로 내게는 인생에 있어서 최고로 잘된 일이다. 성공해야 한다는 중압감에서 벗어나 확실한 것이 하나도 없는 초심자의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때 얻은 자유로움 덕분에 내 인생에서 가장 창조적인 시기로 진입할 수 있었다.”
전반기 인생을 마감하면서 진정으로 필요한 시간은 내가 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시간이다. 퇴직 이후 초기에는 새로운 자유를 줄 수 있는 뭔가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자신감을 가지고 노력해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새 직장을 갖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사실을 인정해야만 비로소 자기성찰 단계에 들어갈 수 있다.
언젠가 또다시 튀어 오를 스프링: 직장인들은 직장과 상사로부터 입은 상처를 하나씩은 가지고 있고 대개는 그 상처를 가슴에 담아놓고 살아간다. 그러다 보니 상처가 낫기도 전에 또 다른 상처가 생겨 상처투성이가 되기도 한다. 상처를 풀어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그간 쌓아왔던 분노를 오롯이 가슴에 담고 은퇴한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그뿐인가. 이러한 분노를 가슴에 안고 직장생활을 20~30년 하다 보면 가정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가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가족 간에 왜 말이 없는지를 알아차리기에는 자신의 삶 자체가 너무 힘겹다. 그래서 술로 달래기도 하고 운동으로 다스려보기도 하지만 마음 붙일 곳이 마땅하지 않다. 직장생활을 하느라 이렇게 눌려버린 스프링은 어느새 삭아버려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거나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튀어 올라 흉기로 변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쨌든 눌린 스프링에는 아직 힘이 남아 있다. 언제 다시 튀어 오를지는 아무도 모른다. 은퇴 후 인생 후반기를 시작하려는 그때 다시 튀어 오를 수도 있다.
직장생활에서는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 밖으로 드러낼 수 있는 것이 다른 경우가 많다. 상사의 썰렁 유머에도 무조건 웃어주어야 하는데 이 역시 알고 보면 생존을 위한 몸부림 중 하나다. 마음속에서는 부글부글 끓어오르지만 겉으로는 태연해야 한다. 기쁜 척을 해야 하고 내가 당하면서도 괜찮은 척을 해야 한다. 자신이 내면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과 바깥으로 드러내는 것이 달라야 직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사회적·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행위를 하면서 자신이 몸담은 직장과 회사에서 원하는 행위라는 식으로 합리화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이렇게 안과 밖이 다른 생활을 해야 하는 직장인들의 정신세계는 매우 복잡하다. 그 대응심리로 또 집에 와서는 지나치게 솔직하게 행동한다. 직장에서는 그렇게 매너 있게 행동하면서 집에 와서는 가족의 아픈 곳만 건드리는 직장인이 많은 이유다.
직장인들은 은퇴 후에는 마음을 비우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는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비우고 내려놓으려면 먼
저 자기 마음속에 무엇이 가득 차 있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실상 자기 내면의 욕구를 잘 모른다.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직장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뻔하다. 즉 승진과 성공 같은 이미 정해진 것을 원하면 되기 때문에 내가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직장이라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생산되는 것은 그저 승진과 출세니까 말이다. 그러나다가 은퇴 후 갑작스럽게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찾으려 하니 도무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결국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은퇴자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첫 번째 질문은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이다. 인생 후반기에 꼭 하고 싶은 일도 찾아야 하고, 그 일을 꼭 이루어야 할 이유도 만들어야 하며, 그 꿈을 이루지 못한 이유도 분석해야 한다. 그러려면 아무래도 지나온 인생을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
도전과 실패 그리고 다시 꾸는 꿈
마음공부를 시작하다: 지나온 일들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면 노후준비는 노후자금 준비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노후자금이라는 변수 이전에 기본적으로 있어야 할 영역이 바로 ‘마음공부’다. 전반기 인생 동안 일단 물질을 먼저 확보해놓고 나서 마음공부는 나중에 차분히 하겠다며 미뤄둔 것이 현 시니어들의 공통점이다. 하지만 마음공부는 학교에서 전공과목 공부하듯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마음공부거리를 찾고 또 일상에서 하나씩 해결해감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불교에서 쓰는 용어 중에 ‘일체유심소조(一切唯心所造)'라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인생 역시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뜻이다.
전반기 인생에서 우리는 새로운 것을 꾸준히 배워 지식을 채워나가는 축적형 공부를 했다. 그러나 후반기 인생에서는 기본 가치관을 세우고 난 다음 하나하나 마음속에 담긴 걱정거리를 비워가는 빼기형 공부를 해야 한다. 일반 공부는 열심히만 하면 되지만, 마음공부는 스스로 깨우쳐야만 이뤄진다는 어려움이 있다. 사실 마음공부는 책을 읽어 내려가듯 술술 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느끼고 깨우쳐야 자기 것이 되는, 시간을 필요로 하는 학습이다. 우리는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이 마음공부영역에 약하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슬픈 일이 생겼을 때, 희망을 잃었을 때 자신을 다시 세워줄 수 있는 힘이 바로 마음공부를 통해 생겨나고, 제2의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자양분이 바로 마음공부를 통해 생겨난다.
2부 가치인생을 위한 넥스트 플랜
가치인생을 위한 10가지 키워드
인생준비의 5가지 기본 틀과 10가지 키워드: 이전의 ‘노후의 시대’에는 그저 노후자금만 마련해두면 되었다. 하지만 30년이라는 긴 인생을 생각해야 하는 ‘인생설계 시대’가 되었으므로, 좀 더 입체적으로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 제2의 인생설계는 단순히 ‘나 혼자만의 인생’이 아닌, 나-부부-가정-직업/일-사회라는 5가지 범주를 기둥으로 삼아야 한다. 제2의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내가 바꿔야 할 생각과 가치, 부부가 행복의 주체가 되기 위한 방법, 가정의 화목함을 위한 가족 간 의사소통법,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일자리 선택법,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는 방법 등이 이 설계에 다 포함된다. 전반기 인생을 보내면서 몸에 밴 일중독증을 해소할 방안도 찾고, 일과 삶의 균형이 잡힌 인생목표도 다시 설계하고, 경쟁이 아니라 배려를 실천하는 방법도 차츰 익혀나가야 한다. 진지한 대화를 하지 못한 가족과의 소통 부재, 직장생활이라는 그늘에 묻혀 보조수단으로 전락했던 부부생활, 물질가치에 함몰되어 자기성찰을 해본 적이 없는 스스로의 내면에 대한 관심도 새롭게 가져야 한다. 자기성찰을 통해 바꿔야 할 생각과 가치 그리고 다른 주체들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조치에 집중해야 한다.
전반기 인생을 후회스럽게 마무리한 은퇴자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의 인생을 ‘나-부부-가정-직업/일-사회’라는 5개 범주로 나누고, 각 분야에서 어떤 후회가 들었는지 적어보았다. 그리고 전반기 인생의 후회에 대응되는 핵심키워드를 찾아보니 가치, 행복, 유대, 균형, 사회가치라는 5가지로 모아졌다. 이러한 핵심키워드를 지원하는 보조키워드도 있다. 이는 노후를 준비하면서 겪게 되는 불안감을 담은 말로, ‘나’의 범주에서는 건강 문제가 걱정이고, ‘부부’의 범주에서는 둘이서 생활을 하게 될 경우의 노후자금 문제가, 그리고 ‘가정’의 범주에서는 자녀들의 자생력 강화가 불안한 문제로 대두된다. 아울러 ‘직업/일’이라는 범주에서는 일자리 탐색이, ‘사회’의 범주에서는 평생학습이라는 과제가 걱정이다.
‘나’의 가치인생 설계도 짜기
가치인생 설계를 위한 ‘변화 테마’ 4가지: 가치전환을 위한 4가지 요소는 다음과 같다. 첫째, 당사자 개인의 변화가 최우선이라는 생각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던 방식으로 그냥 살다 죽겠다는 생각, 예전의 가치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어영부영 살려는 태도로는 안 된다. 전반기 인생에서 후회가 되는 일들을 나열해보고 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조치들이 나와야 가치인생설계의 참의미가 있다.
둘째, ‘배우자’가 포함된 인생설계여야 한다. 전반기 인생에서 낀 세대로 산 사람들이 지금 시니어들의 배우자들이다. 윗세대 시어머니에게 온갖 어려움과 정성을 다하며 후일을 기약하며 참고 살아왔는데, 이제 세상이 바뀌어 다음 세대에게는 그러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첫 번째 희생 계층인 셈이다. 받을 차례가 왔는데도 세상이 바뀌어 받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수명연장으로 남은 30년을 또 남편 수발만 들어야 하는 형편이라면 당신의 배우자는 과연 어떤 심정일까? 다른 여성들에게는 입에 발린 이야기를 잘도 하면서 아내에게는 퉁명스럽게 대하고, 불우이웃 돕기에는 열 일 제쳐두고 나서면서 정작 자신의 배우자는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 남편이 제2의 인생에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아내도 제2의 인생에서 하고 싶은 일이 있다. 남편 뒷바라지하느라 정작 자기 인생이라고는 살아보지 못한 전업주부 배우자에게 인생의 의미를 찾게 해주어야 한다.
셋째, ‘가치인생 설계’라는 개념이 ‘중장년층과 청년층’으로도 확대되어야 한다. 예전에는 나이가 지긋해 직장에서 은퇴를 한 사람들만 가치인생 설계를 하면 되는 것으로 인식되었는데 이제는 은퇴자는 물론이고 중장년층이나 젊은이뿐 아니라 퇴직자, 자영업자, 전업주부 등 모든 계층이 그 대상이 되어야 한다. 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탓에 앞으로는 고용불안과 구조조정이 상시화될 것이고, 따라서 현재의 중장년층이나 젊은 층 역시 적어도 일자리 문제에서는 강 건너 불구경 할 상황이 아니다. 가치인생 준비는 내가 하고 있는 현재의 일자리 수명이 얼마나 남았는지, 앞으로 성장 가능한 산업과 기술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미리 파악해, 그러한 기술을 재빨리 받아들이는 작업까지 포함한다. 앞으로는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자신의 미래가 바뀌는 사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고려해야 할 중요한 테마는 과연 무엇에 가치를 둘 것이냐다. 어떤 후반기 인생을 맞이할 것인지에 대한 주관이 뚜렷해야 이곳저곳 기웃거리지 않게 된다. 가치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마음껏 휴가나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아니라 의미 있는 일이나 하고 싶은 일을 하려는 사람들이다. 미래준비를 위한 결심이 섰다면 살아왔던 삶의 방식을 조금씩 개조해나가야 한다. 예전 60세라면 무덤 가까이에 한 발 다가간 종지부 인생이었지만, 지금의 60세는 새로운 출발선에 막 발을 들여놓은 것과도 같다. 출발선상에 섰다고 해서 무슨 계획을 복잡하게 짜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깊이 생각할 시간적 여유를 갖자는 의미다. 성공을 위해 끝없이 경쟁만 해오다 생을 마감할 것인지 아니면 사람냄새 나는 의미 있는 삶을 한번 살아보고 후회 없이 마감할 것인지를 잘 고민해봐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기준과 기대치를 충족하기 위해 대리인생을 살아온 것이 전반기 인생이라면, 후반부 인생을 앞두고는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삶을 살아보겠다고 선언이라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