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목록
재생목록이 비어 있습니다.
-
-
0:00 0:00
화면 너비 (여백)
좁게
보통
넓게
최대
배경 테마
글꼴
바탕/명조
돋움/고딕
글자 크기
작게
100%
크게
줄 간격
좁게
보통
넓게

과잉 근심

리쯔쉰 지음 | 아날로그



과잉 근심



리쯔쉰 지음

아날로그 / 2016년 2월 / 217쪽 / 12,500원





1장 나는 왜 사소한 일도 늘 걱정할까?



사라지지 않고 쌓여만 가는 스트레스



스트레스는 크게 정신적 스트레스와 신체적 스트레스로 나눌 수 있다. 생존경쟁에 대한 불안감과 예상치 못했던 사건으로 인한 충격, 직장 내 인간관계로 인한 갈등, 불안한 미래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등 우리의 생활 속에는 다양한 스트레스가 존재한다. 그런데 스트레스는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도록 돕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과다할 때는 반드시 관리를 해주어야 한다.

그러면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먼저 스트레스를 알아차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의 몸은 스트레스를 흡수하고 완화시키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생기는 적당한 스트레스는 몸속에서 자동으로 활력이나 열정으로 전환된다. 즉 유동적인 환경에서 다양한 변화를 동반한 적절한 스트레스는 신체 건강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에너지원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없는 생활은 오히려 나태함과 무기력, 인지 능력의 저하를 야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스트레스 완화 메커니즘이 제 기능을 상실했을 때이다. 갑작스럽게 큰 충격이 가해졌을 때나, 똑같은 스트레스가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지속되었을 때가 이에 속한다. 전자는 스트레스 조절 메커니즘을 와해시키고, 후자는 정상적인 메커니즘 반응 범위를 벗어나 그 부정적인 에너지가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심신에 차곡차곡 쌓이고 만다.

스트레스는 강도에 따라 세 단계로 나뉘며, 그에 대한 심신의 반응도 다르게 나타난다. 첫 번째 단계는 약간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경우다. 이때는 마음이 혼란스럽고 어수선한 느낌을 받는다. 두 번째 단계는 이보다 더 강한 스트레스로, 신체적ㆍ심리적으로 이상 반응이 나타난다. 세 번째 단계는 심각한 고통을 수반하는 경우로, 지각 능력이 저하되어 반응이 느려지고 심신이 붕괴 직전에 이른다. 이처럼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는 아래와 같은 방법을 사용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신체와 심리의 균형을 통해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는 방법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신체적인 스트레스가 클수록 심리적인 압박도 커진다. 따라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있을 때 신체적인 스트레스를 풀어줌으로써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함께 완화시킬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자신에게 맞는 구체적인 스트레스 해소 방안을 찾는 것이다. 일기를 쓰거나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풀어줄 수도 있고, 명상이나 자기 최면의 방법을 시도해 볼 수도 있다. 혹은 생활에서 얻은 교훈이나 감동적인 글귀를 따로 적어두는 수첩을 만드는 것도 유용하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펼쳐 읽으면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세 번째 방법은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는 것이다. 긍정적인 마인드가 중요한 이유는 부정적인 생각 자체가 심리적인 부담을 주는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마인드는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능력을 키워준다.

사실 스트레스 자체는 그렇게 무서운 것이 아니다. 문제는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이다. 스트레스를 걱정하는 사람은 항상 스트레스에 대한 공포 속에 살아간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인정하는 사람은 오히려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즐길 줄 안다. 현대인들은 스트레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그만큼 스트레스를 감지하거나 처리하는 능력도 떨어진다. 사실 스트레스는 그것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절묘하게 다루기만 한다면, 업무 효율을 높일 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쏟도록 독려하며, 삶을 더욱 활기차게 만들어 주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2장 하루라도 걱정 없이 살 수 없을까?



하루라도 걱정 없이 살 수 없을까?



유럽문화는 고대 그리스의 예술, 고대 로마의 법률, 게르만의 사변(생각으로 사물의 옳고 그름을 가려냄), 기독교 문화에서 기인한다. 수준 높은 사변을 하는 사람들은 규칙과 질서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들은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으며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대신 융통성이 부족하다. 내 친구는 규칙 엄수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매사 시비를 분명하게 밝히려는 성향이 강하고 생각이 많다. 이는 학식이 풍부한 철학자들에게만 가능한 능력인 것이다. 사실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이 어떻게 사고하는지 인식하지 못한다.

누군들 비행기에 앉는 순간, 한 번쯤 사고를 걱정해 보지 않았겠는가? 누군들 문을 잘 잠그고 나왔는지, 혹은 밤길을 걸으며 이상한 사람이 뒤따라오지 않는지 걱정해 본 적이 없겠는가? 다만 차이가 있다면 일반인들은 자신이 그런 걱정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거나, 의식했다고 해도 그런 걱정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치부해 버리고 머릿속에서 곧바로 털어버린다. 하지만 사변에 심취한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대범하게 넘어가기가 힘들다. 그들은 고민의 논리성과 합리성을 따지고, 고민이 불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린 후에는 그것을 부정하고 지우기 위해 또 다른 사고 속으로 빠져든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결국 혼자서는 헤어나지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본인의 사고(思考) 체계 안에서 사고의 허점을 찾으려고 하니, 제자리만 맴돌 뿐 해결 되지 않는 것이다. 별것 아닌 것까지 일일이 걱정하는 사람들은 항상 자신만의 규칙을 만들고 그 안에서만 생각하려고 한다.

사고의 특징은 일단 무엇인가를 문제로 인식하는 순간, 그것이 점점 더 문제처럼 보이게 된다는 점이다. 계속 그 생각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기 때문이다. 게다가 본인이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순간, 걱정은 더욱 가중된다. 원래도 걱정이 많았는데, ‘나는 걱정이 많은 사람이야. 어쩌나.’ 하는 걱정거리가 하나 더 생겼기 때문이다. 결국 점점 더 초조해져 감정을 억제하기가 힘들다. 어떤 이들은 특정 행동을 통해 부정적 사고의 흐름을 막아보려 시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뺨을 세게 치면서 ‘더 이상 그런 걱정은 하지 마!’라며 속으로 외쳐본다. 이 방법은 처음에는 효과가 있지만 계속해서 강도를 높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강박적 사고가 강박적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런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걱정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까? 나는 근심이 많아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걱정을 좋아해 보라고 말한다. 굳이 벗어나려고 발버둥치지 말라는 것이다. 세심하게 신경 쓰고 위험에 대비하는 자세는 매우 바람직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를 사랑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사람들은 대부분 그 사람의 행동과 성향을 통해 내향적 성격인지 외향적 성격인지를 판단한다. 하지만 이런 판단은 정확하지 않다. 행동은 후천적인 학습을 통해 익힐 수 있으며, 성향 또한 경험과 연령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는 내향적인 것과 외향적인 것의 기준을 정신세계가 지향하는 방향에 의해 구분한다. 내면적인 부분에 더 관심을 많이 가질 경우 내향적이라고 부르고, 외부 세계에 관심이 많을 때 외향적이라고 본다. 내면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은 자아에 집중한다. 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내가 되고자 노력한다. 이에 비해 외향적인 사람들은 타인의 인정과 사랑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누구에게나 이 두 가지 특징이 모두 존재한다.

내향적인 사람이 자신의 성격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되는데, 사실 이러한 성격을 가진 것에 감사해야 한다. 스스로를 긍정하지 못하는 사람은 외부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는 동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내면의 세계를 무시한 채 외부의 인정만 갈구하면 결국 한계에 부딪친다. 그들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내향적인 힘이 나무의 뿌리와 몸통 같다면, 외향적인 힘은 가지와 잎, 과실인 셈이다. 이 두 가지가 다 있어야 나무가 생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내향적인 인간일까, 외향적인 인간일까? 가장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이 어디까지 기쁨을 느끼는가를 관찰하는 것이다. 내향적인 인간은 내부에서 기쁨을 찾는다. 그들은 외부 세계의 인정과 찬사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반면에 외향적인 인간의 관심은 외부 세계로 향해 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으며, 모험 정신이 강하다. 또 이들 대부분이 유행에 민감하다. 한편 내향적인 인간은 의지가 강하고 확고한 이상을 가지고 있다. 공부하는 걸 좋아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추구한다. 또한 외부의 어떠한 변화나 간섭, 심지어 충격에도 흔들림 없이 계획한 목표와 이념을 향해 나아간다. 동조해 주는 사람이 없어도 혼자 꿋꿋하게 이상을 향해 끝까지 전진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외형적이니 사람들은 사고가 유연하며 변화에 잘 적응한다. 타인과 불화가 생기는 것을 원치 않으며,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행동도 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내향적인 특성과 외향적인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런데 외향적인 특성을 효과적으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내향적인 힘이 전제되어야 한다. 사람의 내면은 매우 복잡해서 흔히 말하는 것처럼 내향적인 인간과 외향적인 인간을 딱 잘라 구분하기란 매우 힘들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관계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타인과의 관계 유지가 어렵고 사람들 앞에만 서면 위축되기 일쑤다. 그래서 본인을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외향적인 인간에 가깝다. 그들의 내면에는 즐거움이 없다. 타인의 관심과 인정을 받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아 실망스러운 것뿐이다. 내향적인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내면으로 향하는 힘이 너무 약하다.

사회가 무대라면 그 구성원들은 연극배우에 비유할 수 있다. 배우들은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내면적 특성을 끄집어낸다. 만약 나에게 두 가지 성격 중 굳이 하나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내향적인 성격을 고를 것이다. 수많은 과학자와 철학자, 예술가 및 위인들이 내향적인 성격이었다. 그들은 혼란한 세상 풍파에 휩쓸리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갔다. 독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했으며, 결국 커다란 성과를 이끌어 냈다. 내향적인 역량을 강화하여 자신의 영혼을 즐거움의 원천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외향적인 능력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내향적인 힘은 침착해야 할 순간 당신에게 안정감을 줄 것이고, 능력을 발산해야 할 때는 강력한 엔진이 되어 줄 것이다. 자신을 싫어하고 심지어 스스로를 부인한다면, 당신의 영혼은 난파선처럼 영원히 부두에 정착하지 못하고 망망대해를 떠돌아다닐 것이다. 나를 사랑하라. 내면의 세계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으라. 내면의 즐거움은 언제든 자급자족이 가능하다.



3장 왜 일에서 즐거움을 찾지 못하는 걸까?



왜 일에서 즐거움을 찾지 못하는 걸까?



하루는 한 여성 공무원이 이렇게 하소연했다. “업무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우울해져요. 일이 너무 재미없어요. 그렇다고 지금 와서 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것도 알아요. 정말이지 어떡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우리의 삶은 아이스크림을 사먹을 때처럼 딸기 맛을 먹어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초콜릿 맛으로 바꾸듯 그렇게 쉽게 바꿀 수는 없다. 문제는 당신이 이 직업을 선택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이미 이 직업을 선택했음에도 적응하기를 원치 않는다는 점이다. 태어날 때부터 행정가인 사람은 없었다. 그 많은 행정 분야의 담당자들도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재미를 붙이려고 노력하며 조금씩 역량을 키워온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성격이 천부적인 것이며 후천적인 노력으로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오해한다. 그래서 성격에 따라 어떤 직업이 맞는지 분류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같은 업종 내에서도 사람들마다 성격은 제각각이다. 게다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 중 이상적인 성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때로 일 때문에 괴로운 것보다는 그 일에 대해 가졌던 기대 때문에 괴로운 경우가 많다. 마치 담쟁이덩굴을 선택해 놓고 찬란한 장미도 함께 피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다시 말해 일 자체가 어렵고 힘들다기보다는 귀찮고 힘든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투영되었을 뿐이다. 오히려 일은 ‘누명을 쓴’ 경우가 많다.

앞에서 말한 그녀는 ‘지금의 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고 있다. 그렇다면 왜 고집을 버리고 진심으로 일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가? 그 일을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또한 일은 삶의 전부가 아니며, 당신의 가치를 대변하는 것도 아니다. 일은 어찌 보면 일종의 경험이고 체험이다. 삶은 일을 포함한 수많은 체험들이 모여 만들어진 복합체이다. 정부기관의 일원이 된 이상, 그곳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다양한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나는 그녀에게 일과 자아를 분리하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일을 할 때는 프로의 모습을 갖추되, 사적인 시간에는 자아의 모습 그대로 자연스럽게 생활함으로써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나는 의사의 신분일 때는 세심하고, 배려심이 깊으며, 타인의 감정에 매우 예민하다. 하지만 평소에는 대범하고, 다양한 취미를 즐기며, 다른 이의 시선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일로 인해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소진해 버리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4장 사랑, 꼭 해야 할까?



차이, 사랑의 원동력



하루는 내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이 자신의 남자 친구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제가 요즘 동거하는 남자 친구가 있는데요, 위생적인 면에서 너무 안 맞아서 힘들어요. 걔는 글쎄 양치도 안 한 채 외출할 때도 있고, 샤워를 세 번 하는 동안 한 번도 속옷을 갈아입지 않은 적도 있어요. 읽고 난 신문도 아무 데나 던져버리고, 과일 껍질도 그냥 아무 곳에나 놔둬요. 걔한테는 그게 일상일지 몰라도, 저는 아무리 노력해도 적응이 안 돼요. 그러다 보면 몇 마디 하게 되고, 때로는 막 잔소리도 하게 돼요. 하지만 남자 친구는 끄떡도 안 해요. 오히려 그럴 때마다 저보고 아줌마 같다며 놀리기만 해요.”

청결을 중요시하는 여자와 위생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남자가 사랑을 하면 필연적으로 이런 식의 마찰이 생기게 마련이다. 때로는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그 옥신각신 하는 속에 재미도 있다. 여자와 남자는 주거지에 대한 개념이 다르다. 대다수 여자는 집을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꾸미고 가꾸기를 원한다. 집은 여자의 자아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내면세계와 정서가 한눈에 펼쳐지는 곳이 바로 집이다. 자신감이 넘치는 여자의 집은 남들과 다른 개성 넘치는 인테리어로 꾸며지고, 자기애가 강한 여자의 방은 화려하고 여성스러운 분위기로 꾸며진다. 이런 공간은 여자에게 익숙함과 안전함을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남자에게 집은 그저 아무 일도 안 하고 멍하게 있어도 좋은 공간, 누구의 신경도 쓰지 않고 속옷 바람으로 돌아다녀도 좋은 공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남자에게 집은 따뜻하고 편하면 그만이다. 깔끔하고 예쁘게 꾸며진 집에 남자의 공간은 없다. 바꿔 말하면, 물건들이 어지럽게 널려져 있는 집은 여자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라는 증거다. 내가 봤을 때 고민을 털어놓은 여자의 경우, 그냥 두 사람의 성격이 다를 뿐이지, 남자 친구가 특별히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성격은 생활 속 디테일한 곳에서 드러난다. 미국의 여류작가 플로렌스 리타우어와 그녀의 남편이 해변에서 함께 포도를 먹을 때의 일이었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큰 포도송이를 들어 손이 가는 대로 듬성듬성 포도 알을 뜯어 먹었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은 가위로 작은 가지들을 하나하나 자른 후 차례대로 먹었다. 플로렌스는 생활 속 세세한 것까지 일일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남편에게는 포도 모양이 흉하게 변하는 것을 아주 큰 문제로 생각했다. 그는 플로렌스에게 포도 먹는 방법을 바꾸라고 몇 번이나 강력하게 요구했다. 우리도 살면서 무의식중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수많은 ‘포도 원칙’을 강요한다. 때로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상대방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지피지기는 남녀 간 사랑에도 적용된다. 나와 상대를 알고, 상대의 다른 점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며, 상대가 나의 무엇을 거슬려 하는지 알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

전문 열람 제한

미가입 상태이므로 요약본의 일부만 제공됩니다.
더 깊이 있는 내일의 통찰력과 지식 에너지를
프리미엄 무제한 이용권으로 충전해 보세요!

멤버십 가입 / 결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