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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술

제프 고인스 지음 | CUP



일의 기술



제프 고인스 지음

도서출판 CUP / 2016년 3월 / 270쪽 / 13,800원





가슴 뛰는 인생을 위한 준비



삶의 소리를 들어라 - “열정을 주는 일에 귀를 기울이라”



조디 놀런드는 친구인 래리의 병실을 찾아 갔는데, 그날 래리의 태도에는 긴박감이 감돌았다. 래리는 중간에 아내 베브에게 펜과 종이를 가져왔느냐고 물었다. 조디는 그게 이상해 보여 나중에 베브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베브의 설명에 따르면 래리는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에 자녀들에게 일일이 편지를 쓰기를 원했다고 한다. 자신이 살아서 나오지 못할 수도 있었기에 그들이 각자 얼마나 독특하고 특별한 존재인지 확실히 말해 주고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 뒤 래리는 9개월을 더 살다가 암으로 목숨을 잃었다. 그해 조디는 다른 친구 둘을 더 사별했다. 둘 다 40대 나이에 예고 없이 세상을 떠났다. 슬퍼하는 세 가정을 보면서 조디는 래리의 편지가 가족에게 남겨 준 위안을 생각했다.

그때부터 조디는 사람들에게 래리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우리도 다 이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녀가 관심을 불러 모으려고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답하곤 했다. “그야 그렇지만 나는 글을 잘 쓸 줄 몰라서요.” “그렇긴 한데 막상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조디는 생각했다. ‘이 일이 뭐가 어렵다는 거지? 어쩌면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몰라. 수많은 사람에게 그토록 힘들어 보이는 일이 나한테는 쉬워 보이거든.’ 조디는 결국 그 영감에 따르기로 했다. 그래서 “사랑의 편지 쓰기”라는 일을 시작했다. 모든 연령층의 사람을 도와 사랑하는 이들에게 편지를 쓰게 해주는 프로그램 겸 교재다. 조디는 자신의 삶이 수십 년 동안 바로 이 순간으로 수렴됐음을 58세에 비로소 깨달았다. 이제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천직의 길을 가고 있다.

흔히 우리는 소명이 외부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때 찾아오는 계시처럼 말이다. 하지만 사실 어떤 면에서 소명은 이미 와 있다. 당신의 인생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확실치는 않을지라도, 이미 당신은 어느 정도 감으로 알고 있다. 열쇠는 당신의 삶 속에 숨어 있는 천직을 찾아내는 것이다. 나 자신을 작가로 생각하기 시작한 순간 내가 배운 것이 바로 그것이다.

당신의 삶은 말하고 있다: 잠재력을 실현하는 사람들은 특출한 재능의 소유자로 보인다. 하지만 소명의 추구가 엘리트층에만 국한된 호사가 아니라면 어떡할 것인가? 당신은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당신의 삶에 귀를 기울이라. 바로 프레드릭 뷰크너의 조언이다. 그는 천직을 찾는 일이 거창한 발견의 순간이라기보다 인식의 습관임을 터득했다. 그래서 이렇게 썼다. “천직을 찾을 때는 끝없는 신비를 찾듯이 하라. 그것의 흥분과 기쁨 속에서 못지않게 권태와 고통 속에서도 찾아라. 촉각과 미각과 후각을 통해 그것의 숨겨진 거룩한 핵심에 이르라. 결국, 모든 순간이 중대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뷰크너의 말은 인식이 저절로 찾아오지 않으며 우리가 인식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귀를 기울이면 당신의 삶이 말할 것이다. 그 음성이 새벽이나 늦은 밤에 당신을 불러 당신의 재능과 열정과 능력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일러 줄지도 모른다. 덕분에 당신에게 있었던 어떤 사건의 의미가 도출될지도 모른다. 그 음성이 당신을 지도해 주거나 여태 생각하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가닥이나 주제를 풀어 줄지도 모른다. 삶이 말해 주는 내용 자체가 꼭 중요한 건 아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당신이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듣는 일이다.

멘토를 만나라 - “스승은 어느 곳에든 있다”



우연한 도제의 기회: 중세시대의 젊은이는 숙식만 제공받고 보수 없이 일하며 경험을 쌓았다. “도제”로 불리던 학생은 장인(匠人)인 스승과 때로 한 집에 살며 스승의 일가족과 식사도 함께했는데, 이 과정은 이르면 열두 살 때부터 시작되었다. 첫 단계인 도제 기간을 마친 학생을 “숙련공”이라 했는데, 숙련공은 밖으로 나가 다른 도시들을 다니며 독자적으로 일했다. 하지만 수하에 도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숙련공은 일의 보수를 받았지만, 이때는 스승에게 전수받은 기술이 현실 세계에 통하는지 실무를 통해 알아보고, 자신이 장인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시험하는 시기였다. 방랑의 시간이 끝나면 숙련공은 현지의 동업조합에 걸작을 제출해야 했다. 실력이 인정되면 숙련공을 졸업하고 장인의 호칭을 얻어 동합조합에 받아들여졌고, 마침내 도제를 받을 자격도 생겼다.

당시 제도에서 대개 도제는 최소한 7년을 일한 뒤에야 독립해서 나갔고, 그 후로도 다시 몇 년을 숙련공으로 지내야 마침내 장인이 되었다. 전체 과정으로 약 10년이 소요되는 것이다. 요즘은 거의 모든 대학생이 별로 실무에 손대지 않고도 복수의 인턴 자리를 거칠 기회가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았듯이 소명을 찾으려면 시간이 걸린다. 탁월해지기 위해서만 아니라 소명 자체를 확인하는 데도 반드시 실습이 필요하다. 도제제도는 더 지혜롭고 노련한 사람의 지도로 기술을 익히는 탁월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도제제도가 거의 남아 있지 않으며 이는 우리의 교육에 불행한 괴리를 낳았다. 현대에는 잠재력을 실현하는 일이 다분히 개인의 책임이 되었는데, 이것은 잔인한 조소다. 만약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열망하는 본보기도 없다면, 어떻게 되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겠는가?

옛날의 영웅담들을 보면 젊은 영웅이 부름 받고 집을 떠나 위대한 모험에 오른다. 하지만 그가 전투에 뛰어들어 용과 맞서거나 혁명에 착수하기 전에 꼭 겪어야 하는 일이 무엇이던가? 현자나 도통한 도사나 어쩌면 은퇴한 코치가 그에게 필요하다.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든 멘토가 하는 일은 단순하다. 젊은이에게 기술을 갈고 닦는 법을 가르친다. 그런 원리가 오늘날에는 어떤 식으로 실현되고 있을까? 비범한 인물의 삶을 보면 대개 그들은 어느 시점에 길잡이나 코치나 멘토를 만났다. 멘토가 곁에서 도우면서 그들의 능력에 투자했고 그들을 본연의 모습으로 자라가게 했다.

우리는 특출한 사람들이 혼자 힘으로 기술을 숙련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그것은 불가능하다. 다른 사람들의 도움과 원조가 없이는 당신의 소명을 발견할 수 없다. 그래서 모든 성공담은 사실 공동체의 이야기다. 자진해서 당신을 도울 사람들도 있고 우연히 당신의 공부에 이바지할 사람들도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그것을 모두 활용한다. 당신이 들어서는 자아발견의 길은 당신 혼자만 걷는 게 아니다. 당신의 여정은 독특하긴 하지만 동료 체류자들과 곁에서 돕는 교사들이 가득하다. 당신이 할 일은 그들을 찾는 게 아니라 그들이 나타날 때 알아보는 것이다.

고통스럽게 연습하라 - “성공은 어려움을 뚫고 자기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스테파니 피셔는 2010년, “아메리칸 아이돌”에 이번까지 일곱 번 지원했다. 무대 위 끈 달린 흑백 단화를 신은 스테파니는 준비 자세인 듯 다리를 벌렸다. 그리고 페기 리의 “피버”를 부르기 시작했다.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몰라요.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거기서부터 스테파니는 손가락을 마주쳐 소리를 내면서 심사위원들을 도발적으로 노려보았다. 하지만 박자도 음정도 엉망이었다. 본인을 포함해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알았다. 심사위원들이 그만하라고 했다. “어떻게 보셨나요?” 카라가 사이먼에게 물었다. “형편없어요. 솔직히 아가씨, 당신은 노래를 못합니다.” 스테파니의 괴로운 이야기는 유튜브 동영상에서 이미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했다.

재능의 신화: 앞의 이야기는 전형적인 이야기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꽤 본 사람들은 다 안다. 평생 성공을 꿈꾸며 도전을 노리던 젊은이가 기회를 찾아 집을 떠난다. 그리고 기회를 잡아 스포트라이트 앞에 섰지만, 수많은 청중 앞에서 완전히 죽을 쑨다. 가슴 아프지만 즐거운 볼거리다. 하지만 정반대의 일이 벌어질 때는 어떤가? 수잔 보일이 2009년 “브리튼즈 갓 탤런트”에 출전했을 때 그런 일이 벌어졌다. 중년 여성 수잔은 심사위원들의 예상을 뒤엎었다. 그녀가 “레미제라블”의 “나는 꿈을 꾸었네”를 부르자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한 사람은 30초 만에 청중을 매혹해 국제적 팝스타가 되는데, 다른 사람은 그렇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 무엇이 달라서 그럴까? 스테파니라고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분명 열심히 노력했다. 그녀는 일곱 번이나 탈락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어찌 그 노력에 이의를 제기하겠는가. 그녀의 문제는 연습의 양이 아니라 연습의 종류였는지 모른다.

사고방식만으로 부족하다: “주도면밀한 연습”이란 말은 플로리다대학교의 심리학자 K. 앤더스 에릭슨이 처음 만들어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탁월성의 원인은 재능이 아니라 연습이다. 하지만 달인의 수준에 이르려면 아무 연습이나 다 되는 게 아니라 특정한 종류의 연습이 필요하다. 고통이 따르는 연습, 자신을 넓히고 키우는 연습이어야 한다. 에릭슨이 “주도면밀하다”고 표현한 이런 연습은 극히 어려워 차라리 “고통스럽다”고 표현하는 게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소요 기간은 약 10년 또는 1만 시간으로 우연히도 도제의 평균 기간과 일치한다. 하지만 이것은 연습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1만 시간을 채운다고 곧바로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올바른 종류의 연습을 해야 한다.

『탤런트 코드』의 저자인 대니얼 코일에 따르면, 올바른 종류의 연습이란 실패로 끝나는 업무를 반복하는 과정이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다가 당신은 마침내 성공하고, 그리하여 그 일을 하는 올바른 방법뿐 아니라 최고의 방법을 배운다. 코일은 이것을 “깊은 연습”이라 한다. 어떤 기술이든 그것을 통달하려면 먼저 업무를 정한 뒤, 그것이 제2의 천성이 될 때까지 끝없이 반복해야 한다. 실패할수록 매번 더 집중해서 그 행동을 되풀이하면 결국 제대로 하게 된다.

천재의 이면: 마틴 체임벌린을 생각하면 천재라는 한 단어가 떠오른다. 대학 졸업반인 21세의 조숙한 웹 개발자로 자체 회사를 운영하는 그는 다음번 마이크로소프트사나 구글사의 상징처럼 보인다. 나처럼 당신도 그가 평생 컴퓨터 앞에서 살았을 거로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틀렸다. 16세 이전까지만 해도 마틴은 온 가족이 쓰는 컴퓨터를 숙제할 때만 사용했다. 그러다 단기간에 포토샵을 익히고 HTML과 CSS를 통달한 뒤 유료로 웹디자인 서비스를 시작했고, 2년도 안 되어 대학 학비를 벌려고 블로그를 개설해 창업했다. 그러자 고객이 몰려들었다. 마틴은 웹 개발자가 되기 전에 오랫동안 미술을 했는데, 자신이 날마다 컴퓨터 화면을 노려보며 살아가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마틴의 이야기는 장기간의 준비 끝에 결정적 순간을 맞이한 사례가 아니라, 오히려 적시의 작은 감화의 불꽃이 얼마나 위력적일 수 있으며, 연습이 어떻게 자신도 모르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증언해 준다. 홈스쿨링을 하며 자란 마틴에게는 집안에 하나뿐인 컴퓨터를 쓸 차례가 별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다 그의 형 윌리엄이 2008년 털사대학교에 들어가 떠나자 비로소 마틴도 가족용 컴퓨터를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형이 떠나기 직전에 마틴이 사람들의 웹사이트를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하자 형은 그에게 그 주제에 대한 책을 한 권 주었다. 이처럼 마틴의 웹사이트 작업은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했다가 점차 그 이상으로 발전했다. 그가 만든 최초의 웹사이트는 형이 준 책에 예제로 실렸던 BubbleUnder.com을 복제한 것이었는데, 정식으로 발표하지는 않았다. 두 번째는 자신의 미술 작품을 보여 주는 개인 홈페이지였다. 마틴이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선보이자 웹사이트 방문자들은 그의 유화보다 웹디자인 서비스에 더 관심을 보였다. 그 첫 웹사이트를 공개한 뒤로 그는 의욕이 솟았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뭔가 중요한 것을 만든 듯한 기분이었어요.”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지금 마틴은 자체 웹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면서 그 수익을 보태 대학을 거의 마친 상태다.

웹사이트를 제작할 때마다 마틴은 화가로서 습득한 모든 기술을 활용한다. 색상 이론, 구도, 황금 삼각형 같은 개념들에 힘입어 고객에게 더 좋은 사이트를 만들어 준다. 모두가 이 분야에 들어서기 오래전부터 익힌 기술이다. 자신의 오랜 미술 활동이 정작 예술이 아닌 다른 일을 위한 훈련이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이것이 우연한 도제의 과정이 주는 교훈이다. 사람이 자신의 소명에 준비되기 오래전부터, 삶은 여러 뜻밖의 만남과 섭리적 경험을 통해 그 사람을 준비시켜 미래를 맞이하게 한다. 그게 윌리엄이 한 일이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동생의 멘토가 되어 성공의 수단이 될 기술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마틴은 형을 관찰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블로그, 기사, 책 등을 가리지 않고 해당 주제에 관한 모든 자료를 찾아 읽고 내용을 흡수했다.

마틴 체임벌린이 소명을 발견한 것은 우연이었다. 적어도 그 시발점은 그랬다. 그는 남이 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얻었고, 날마다 몇 시간씩 그 목표를 향해 노력했다. 이처럼 진정한 연습이란 기술을 배우는 문제가 아니라,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 그 일이 당신의 천직인지 분별하는 것이다. 어려움을 통해 마음 설레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다. 마음 설레는 일을 알고 나면 당신은 올바른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내딛게 된다.



가슴 뛰는 인생을 위한 실행



과감한 발걸음을 내딛어라 - “진짜 일은 깊은 기쁨과 세상의 필요가 만나는 곳이다”



“그냥 안다”는 환상: 아주 오랫동안 나는 목적을 이루는 사람들에 대한 작은 거짓말을 믿었고, 그것 때문에 나 자신의 소명을 찾지 못했는데, 그 거짓말은 “그냥 안다”는 짤막한 한마디다. 이런 식이다. “당신은 소방관이 당신의 소명인지 어떻게 알았는가?”라고 물으면 흔히 “그냥 알았어요.”라고 답하곤 한다. 이것이 너무 겸손해서 자신의 고된 노력을 고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나 멋쩍어서 운이 좋았다고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서 우리가 듣는 답이다. 마치 사랑에 빠질 때 하는 말과 비슷하다. “그냥 아는 거잖아요.” 문제는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소명을 발견해 자신의 것으로 삼는 과정은 긴 여정이다. 그 길을 가려면 기지(旣知)의 세계를 버리고 미지(未知)의 세계를 찾아 나서야 한다. 물론 거기에는 신비로운 면도 있지만, 실제적 방법은 한 걸음씩 내딛는 것이다. 기회가 나타날 때 “그냥 알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행동해야 한다. 그 행동은 생각보다 좀 더 복잡하다.

소명을 놓칠 뻔했던 선지자: 3천 년 전 예루살렘에서 북서쪽으로 7~8㎞쯤 떨어진 에브라임 산지에 라마라는 작은 고을이 있었다. 그곳에 살던 엘가나라는 사람은 아내가 둘이었는데 하나는 아기를 낳지 못했고 다른 하나는 늘 그 사실을 들먹거렸다. 한번은 실로라는 옛 도시에 갔을 때 무자(無子)한 아내 한나가 수치심에 너무 괴로워 공공연한 서약을 했다. 만약 자신이 임신한다면 아들을 대제사장에게 주어 평생 종교적 봉사에 바치기로 한 것이다. 얼마 후 그녀는 아들을 임신해 이름을 사무엘이라고 지었다. 그리고 아이는 젖을 떼자마자 실로로 보내져 제사장 엘리를 섬겼다. 섬긴 지 몇 달 혹 몇 년이 지났을 무렵, 하루는 사무엘이 날이 밝기도 전에 깨어났다. 누군가 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사무엘은 “내가 여기 있나이다!”라며 큰 소리로 대답했으나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엘리의 방으로 달려가 큰 소리로 말했다. “나를 부르셨기로 내가 여기 있나이다.” 엘리는 어리둥절하며 말했다. “나는 부르지 아니하였으니 다시 누우라.” 그래서 사무엘은 자기 방으로 돌아와 천천히 몸을 뉘었다. 드디어 눈꺼풀이 무거워지려는데 다시 소리가 들려왔다. “사무엘아…”

사무엘은 벌떡 일어나 다시 스승을 부르며 엘리의 방으로 달려갔으나, 엘리는 “내가 부르지 아니하였으니 다시 누우라.” 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무엘의 머리가 베개에 닿기도 전에 그 음성이 또 들려왔다. 이번에는 더 큰 소리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스승의 반응이 달랐다. 엘리는 사무엘에게 또 부르는 소리가 들리면 “말씀하옵소서. 주의 종이 듣겠나이다.”라고 아뢰라고 했다. 사무엘은 침대로 돌아가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마지막 부르는 소리가 들렸을 때 사무엘은 그렇게 응답했다. 그 뒤로 사무엘의 인생이 달라졌다. 자신의 소명을 듣고 응답한 한 소년을 통해 이스라엘 역사에 많은 중요한 사건이 벌어졌다. 그는 두 명의 왕에게 기름을 부었고, 그 중 하나는 그 나라의 가장 유명한 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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