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십결
마수취안 지음 | 이다미디어
위기십결
마수취안 지음
이다 / 2014년 11월 / 548쪽 / 21,000원
1장 부득탐승(不得貪勝) - 이기려면 이기기를 탐하지 마라
“다만 옳고 그름을 구할 뿐”
“설령 남들이 나를 우습게 본다고 해도”: 서한 무제 때, 혹리, 즉 사정을 봐주지 않는 관리로 유명했던 장탕(張湯)은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그의 아들인 장안세(張安世)는 아버지의 인생을 보며 교훈을 얻었다. “제아무리 높은 관직에 올랐더라도 함부로 무례하게 굴어서는 안 된다. 내 아버지께서는 다른 사람을 심하게 대하다가 돌아가셨으니, 그렇게 되지 않도록 스스로 단속해야 한다.” 조정에서 높은 자리에 오른 그는 친구들에게 항상 자신의 결점을 지적해 달라고 청했다. 그러자 한 지인이 그에게 지위에 걸맞지 않게 경박하게 행동한다며 권위를 찾으라고 충고했다. “나는 그것이 결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네. 높은 자리에 올랐다고 해서 목을 세우고 다녀야 한단 말인가. 예의와 겸허함은 보이지 않는 원망을 없애 주지. 그렇지 않으면 내게 원한을 품기 쉬울 터이니 스스로 무덤 파는 것과 진배없네.”
어느 날, 황제가 논의할 일이 있다며 그에게 입궁하라는 명을 내렸다. 장안세는 병을 핑계로 집에 머물다가 저녁이 되어서야 슬그머니 입궁했다. 그는 무제에게 이런 행동에 용서를 구한 뒤 자세한 사정을 말했다. “황상께서 소신 한 사람만 불러 놓고 정사를 논한다면 분명 누군가의 시기를 살 것입니다. 소신 때문에 황상께서 비난받으신다면 무슨 면목으로 황상을 뵙겠습니까. 황상께서 소신만 총애한다는 소문이 날까 두려워서 지금에야 왔으니 부디 그 죄를 헤아려 주시길 바랍니다.”
한편, 대장군 곽광이 죽자 군신들은 장안세를 대장군으로 추대했다. 하지만 그는 기뻐하기는커녕 간곡히 사양했다. “나처럼 부족한 점이 많은 사람이 그런 중임을 맡다니 천부당만부당한 일이오. 여러분께서는 부디 다른 인물을 찾아보시오.” 장안세의 아들은 그런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아버님께서는 덕망도 높으시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한 몸에 받고 계시니 다른 사람에게 대장군 자리를 양보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 계속 사양하시면 백관들이 우습게 여길 것입니다.” “자신의 인품과 덕행 그리고 재주는 반드시 자신이 맡은 직위에 걸맞아야 한다. 그래야만 오래도록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내가 대장군 자리를 한사코 사양한 것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로 내 능력이 그 자리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앞뒤 가리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가는 오히려 명성에 흠집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장안세가 계속해서 거절하자 선제가 직접 나서서 대장군 직을 맡아 달라고 권했다. 그러자 할 수 없이 대장군 자리에 오른 장안세는 자신을 추천한 이들에게 일일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사실 나는 대장군이 될 만한 자격이 없는 사람이지만 여러분의 도움으로 이 자리에 앉았습니다. 앞으로 제가 잘못 처신하거든 반드시 가르침을 주십시오.” 한 나라의 병력을 좌우할 수 있는 권력을 지녔지만 그는 일이 생길 때마다 군신들을 모아 대책을 논의했다. 또한 누군가가 잘못된 의견을 제시해도 상대의 체면을 생각해서 그 자리에서 반박하지 않았다. 이렇게 행동하면 대장군으로서의 위엄이 사라진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지만 장안세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아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었다. “내가 전권을 휘두르지 않고 군신들의 의견을 존중했기에 시기를 면할 수 있었다. 황상께서도 나를 의심하지 않으시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느냐. 네 조부님께서는 황상의 총애를 받으셨으나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셔서 무고한 처지로 몰리셨다. 내가 그 전철을 밟아서야 되겠느냐?”
무엇으로 나서야 하는가: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또는 부유할수록 공격 대상이 되기 쉽다.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예를 지키고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 예의를 무기 삼아 사람의 마음을 끌어안은 장안세는 사람들의 신뢰를 얻으며 오랫동안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었다. 사실 부귀영화는 지키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올바른 예의를 꾸준히 지키면 되지만, 사람들은 재물을 쥐고 명예를 얻고 나면 예의를 벗어던지기에 급급하다. 이런 행태야말로 어리석은 짓이다. 올바른 예절은 형식이나 겉치레에 연연하지 않는다. 진심을 드러내고, 마음이 행동으로 빈틈없이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2장 입계의완(入界宜緩) - 경계에 들어갈 때는 완만하게 하라
경계에 들어갈 때는 완만하게 하라
이연과 배적, 친구에서 적으로: 이연(李淵)이 병사를 모아 수나라 황실에 맞서 반란을 일으키자, 당시 진양 현령이었던 유문정(劉文靜)이 뜻을 같이하고 싶다며 합류했다. 유문정은 이연이 최후의 승자가 되는 데 적지 않은 공을 세웠다. 이에 유문정은 이연에게 각별한 친구인 배적(裵寂)을 여러 번 소개하며 그의 재능을 칭찬했다. 얼마 후 이연이 당나라를 세우고 고조의 자리에 오른 뒤, 공로를 치하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상황이 펼쳐졌다. 누가 봐도 큰 공을 세운 유문정이 배적보다 낮은 자리에 앉은 것이다. 유문정은 불만을 품고 사방에 쓴소리를 뱉어냈다. 그런 그를 친구가 차분히 타일렀다. “자네는 분명 재능이 뛰어나지만 처세할 줄 아는 머리는 부족하군. 매번 황상과 충돌하면서, 자신이 옳다며 물러서지 않으려는 자네를 황상께서 어찌 어여삐 여기겠는가. 자네와 달리 배적은 매사에 황상을 앞세우고 환심을 사려고 노력한다네. 그러니 자네보다 높은 자리에 오른 것도 당연하지 않겠나.”
하지만 유문정은 그런 현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했으니 이 정도면 황상의 마음을 살 자격이 충분하지 않은가. 게다가 배적은 간사한 소인배에 불과하네. 내 기필코 놈을 없애고 말 걸세.” 이때부터 그는 황제 이연을 알현할 때마다 배적을 흉보기 시작했다. “현명하고 어진 군주는 소인배를 멀리해야 합니다. 황상께서는 부디 소인배의 감언이설에 현혹되지 마시옵소서. 배적은 황상의 환심을 사기에만 몰두한 채 정작 자신에게 주어진 일은 나 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그런 자를 어찌 충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배적 역시 그런 그에 맞서 대응책을 들고 나왔다. 유문정을 직접 공격하지 않고 피해자인 듯 행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유문정이 원체 큰 공을 세운지라 그가 저를 이리 무시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다만, 자신의 공을 믿고 오만방자하게 날뛰어 황제께 불경을 범하지 않을까 걱정이옵니다. 이보다 더 큰 불행이 어디 있겠습니까.” 아픈 곳을 찔린 고조는 배적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한편, 유문정에게는 서릿발 같은 질책을 내렸다.
그러던 중, 동생 유문기와 술을 나누던 유문정은 화를 참지 못하고 배적을 욕하기 시작했다. 평소에 쌓였던 것이 터진 데다 술기운까지 빌린 그는 칼을 빼 들더니 단칼에 집 안의 나무 기둥을 베어 버렸다. 유문정의 총애를 잃은 애첩이 이 사실을 자신의 오빠에게 알려주었다. 애첩의 오빠는 유문정을 조정에 역모죄로 고발했다. 황명에 따라 이 사건을 심리한 배적은 기다렸다는 듯 고조에게 유문정을 처형하라고 부추겼다. 유문정이 항변했지만 고조는 아랑곳하지 않고 처형을 명했다.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 유문정은 용감했지만 지혜롭지 못한 탓에 비극을 맞았다. 교활한 적을 상대하려면 그들을 뛰어넘는 지혜로 무장해야만 한다. 경솔하게 함부로 나서지 말고 차분하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최선이다. 인생에서 기본이 되는 것은 보신(保身), 즉 자신을 지키는 것이다. 자신의 입지를 다지지 못한다면 아무리 날뛰더라도 결코 소득을 얻지 못할 것이다. 유문정이 그랬듯이. 평소 똑똑해 보이는 사람도 중요한 순간에 어리석은 짓을 저지를 때가 있다. 지혜가 부족한 탓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것이다. 목숨을 잃을 때까지 자신의 의견만 내세우고 버티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감당할 수 없는 일이라면 시작하지도 마라.
3장 공피고아(攻彼顧我) - 공격하기 전에 나부터 돌보라
나를 알고 상대를 이겨라
장석지, 십 년을 일해도 잊고 있던 것: 서한 문제 때, 장석지(張釋之)의 형 장중(張仲)은 많은 재물이 있어 동생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어느 날 장석지가 평소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형님께서 저를 살뜰히 챙겨 주고 계시지만 저는 정작 종일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지냅니다. 이제는 저도 자립하려 합니다. 조정 관리로 일하고 싶습니다.” 그러자 장중은 동생을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형의 도움으로 돈을 들인 장석지는 마침내 조정의 말단 소관 자리에 올랐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한 장석지였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십 년이 지나도록 승진 한 번 하지 못했다. 형을 볼 면목이 없어진 그는 자신은 관리가 될 재목이 아니었다며 사직서를 내고 낙향하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한편, 학식이 빼어난 대신 원앙(袁?)은 장석지와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다. 장석지가 퇴직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서 급히 달려온 원앙에게 장석지는 풀이 죽은 목소리로 속내를 꺼냈다. “형님께서는 저를 위해 많은 돈을 쓰셨는데 제가 이 모양 이 꼴이니 무슨 낯짝으로 이 자리에 계속 있을 수 있겠습니까.” “자네가 왜 승진하지 못했는지 아는가? 그 원인을 찾지 못하면 앞으로 어떤 일을 하더라도 실패할 걸세.”
가르침을 구하는 그에게 원앙이 입을 열었다. “한마디로 말해 자네는 좀 더 공부해야 하네. 풍부한 지식을 갖추면 남들에게 없는 견문을 지닐 터이니, 그러면 쉽게 중용될 수 있다네. 자신의 지식을 늘리는 노력 없이 그저 주어진 일만 열심히 했기 때문에 승진하지 못한 걸세. 어떻게 해서든 부족한 점을 채울 수만 있다면 결코 늦었다고 할 수 없다네.” 그 후 장석지는 원앙의 가르침대로 학문을 닦는 일에 매진했다. 그 결과 실력이 눈에 띌 정도로 향상되었다.
어느 날, 황실의 사냥터인 상림원의 호랑이 우리를 찾은 문제가 호랑이가 몇 마리 있느냐고 물었다. 상림원을 책임지고 있던 관리가 우물쭈물하며 대답하지 못하는 틈에 옆에 있던 말단 관리인 장석지가 재빨리 대답했다. 문제는 담당자의 잘못을 문책하면서 장석지를 크게 칭찬했다. 궁으로 돌아온 문제는 그를 궁중의 총관에 해당하는 자리로 승진시켰다. 말단 소관이 하루아침에 총관 자리에 오른다는 것은 그야말로 파격 인사였다.
그 후 조정에서 주발(周勃)의 인사 문제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군신들이 문제의 생각에 동조한 가운데 장석지 혼자만 반대 의견을 펼쳤다. “그는 언변에 능하지 않지만 그가 나라를 위해 큰 공을 세웠음을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입니다. 진(秦)나라는 말만 번지르르한 인사를 대거 기용했다가 결국 패망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니 말을 잘하는지가 아니라 실제 능력이 어떠한지를 먼저 살펴야 합니다.” 문제는 장석지의 말이 옳다고 여겼고, 그런 그를 더욱 아꼈다.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지혜로운 사람은 현상과 상황의 변화를 읽고 그 안에 숨은 의미를 찾아낼 줄 안다. 이로써 변화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속에서 교훈을 찾아냄으로써 이익은 취하되 화는 피할 줄 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평범한 사람은 표면에만 집착한 나머지 중임을 감당하지 못한다. 십 년 동안 승진과는 거리가 먼 장석지였지만 원앙의 가르침으로 내공을 쌓으며 일과 상황을 분석하는 능력을 키웠다. 그 결과 문제에게 발탁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세상일이 힘들다고 원망하지 말고 부족한 자신을 먼저 살펴라. 많이 보고 배우며 생각의 폭을 넓혀야만 위기가 왔을 때 당황하지 않는다.
4장 기자쟁선(棄子爭先) - 돌을 버리더라도 선수를 취하라
한발 물러난다고 진 것은 아니다
때로는 칼보다 물이 날카로운 법: 북송의 대문학가인 소식(蘇軾)은 남다른 재능을 가진 강직한 인물로, 왕안석의 변법(變法)에 반대했다가 조정에서 쫓겨났다. 외지에서 지방관으로 일하면서도 나라와 백성들을 걱정하는 소식의 마음은 한결같았다. 틈틈이 조정 내의 세도가를 비난하는 상서를 올렸다. 자신들에게 반기를 드는 소식을 못마땅하게 여긴 세도가들이 그가 지은 시의 문구를 트집 삼아 조정을 비방했다고 모함하며 엄벌로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소식을 안 그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예로부터 충신은 핍박에 시달린다고 했으니, 지금 이 정도 어려움이야 별것 아니다. 저들이 나를 가만두지 않으리라는 건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소인배에게 머리를 숙이라는 주변의 충고에 소식은 불같이 화를 내며 크게 나무랐다. 나라에 목숨마저 바치기로 결심한 그는 절명시(絶命詩)까지 쓰고 최후의 결전을 준비했다. 이 소식을 들은 그의 친구가 소식에게 득달같이 달려와 설득에 나섰다. “이 무슨 어리석은 짓인가! 자네처럼 똑똑한 사람이 왜 이러는가!” “저런 소인배들과 같은 하늘을 이고 살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낫겠네.” “자네가 죽으면 모반을 일으키고 불충한 죄인이라는 이름을 뒤집어쓸 것인데, 자네가 원하는 게 정녕 이런 것인가? 한발 뒤로 물러나게. 겉으로 잘못을 인정하는 척하는 게 뭐 그리 어렵나. 그렇게만 하면 지금의 어려운 처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네. 자네 같은 인재가 부끄러움도 모르는 소인배 때문에 목숨을 잃는 것이야말로 아무런 가치도, 의미도 없는 개죽음일 뿐이네!”
고민 끝에 소식은 친구의 충고를 받아들이고, 조정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글을 올렸다. ‘소신이 한낱 재주만 믿고 오만방자했습니다. 지난날의 잘못을 고치고 남들에게서 배움을 구할 터이니 부디 제게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자책하는 소식을 보며 조정 세력가들은 그가 살고 싶은 마음에 글을 올렸다며 위선자라고 비웃었다. 어쨌든 그들의 화가 풀린 덕분에 소식은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 소식이 살려고 머리를 숙였다고 해도 그의 명성에 먹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일을 계기로 소인배를 상대하는 그의 기술이 한결 정교해졌다. 그렇지 않고 의미 없는 희생을 자초했다면 소인배들은 오히려 그를 더 심하게 모욕했을 것이다.
무엇을 잡아야 하는가: 곳곳에 소인배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피할 수 없다면 그들과 적절한 거리를 두고 어울려야 한다. 비겁하고 염치없는 소인배를 상대할 때에는 철저하게 방어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적시에 바른길로 인도할 줄 알아야한다. 큰일을 할 사람이라면 소인배를 적절히 부릴 줄 알아야 한다. 그를 내 것으로 만들어야만 다른 사람들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 소인배를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안다면 앞으로 만날 온갖 장애를 요령껏 피할 수 있다. 무슨 일을 하든 옹졸한 ‘못난 놈’들을 만난다. 그러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라. 지혜로 소인을 제압하는 것이야말로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상의 비법이다.
5장 사소취대(捨小就大) - 작은 것은 버리고 큰 것을 취하라
작은 것은 버리고 큰 것을 취하라
주원장의 선물을 물리친 깊은 뜻: 명나라의 개국공신인 서달(徐澾)은 전쟁터에서 혁혁한 공로를 세우며 주원장의 총애를 받았다. 주원장은 그의 공로를 치하하는 뜻에서 자신이 살던 옛집을 서달에게 내렸다. 그 집은 주원장이 오나라의 왕이었을 때 지낸 곳으로, 방만 천 칸에 달할 정도로 웅장하고 화려했다. 그런데 서달은 그 선물을 끝내 거절했다. 그와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지인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황상께서 자네에게 내린 선물을 어째서 거절했단 말인가? 감히 꿈도 꾸지 못하는 영광이거늘 함부로 거절한 건 아무리 봐도 실수인 것 같네.” “내 목숨에 비하면 그깟 집 한 채가 뭐 그리 대수겠는가. 황상은 의심이 많은 분이시네. 하사해 주신 것을 내가 냉큼 받는다면 내 충정을 의심하실 게 분명하네. 무례를 범했다고는 하지만 예의를 지키려고 죽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나. 게다가 화려함에 취해 내 일에 소홀해진다면 무슨 자격으로 조정에 발붙일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