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녀는 젊다
서영순 지음 | 책이있는풍경
그래서 그녀는 젊다
서영순 지음
책이있는풍경 / 2015년 2월 / 272쪽 / 15,000원
1_ 성장하는 여자는 늙지 않는다
건강한 욕구가 나의 가치를 깨운다
“일하고 싶어요. 그런데 한 번도 일을 해본 적이 없어요. 저처럼 능력이 없는 사람도 할 수 있을까요?” 많은 여성들이 이렇게 말한다. 내세울 만한 학벌도 아니고, 경력도 부족하고, 뚜렷한 전문 기술도 없다며 의기소침해한다. 그런 그녀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 사람은 누구나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 단지 아직까지 그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내면 깊숙한 곳에 잠자고 있는 능력은 저절로 드러나지 않는다. 무언가가 자극해주어야만 비로소 기지개를 켠다.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강력한 자극제는 욕구다. 흔히 욕구를 욕심이나 탐욕이라고 생각하거나 좋지 않은 것으로 여기지만 욕구는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이정표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생존 이상의 욕구를 품고 산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어 하는 욕구, 부나 명예나 권력을 잡고 싶어 하는 욕구,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욕구,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 하는 욕구 등 다양하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 특히 여성들은 자신의 욕구를 부정하거나 애써 누르며 살아간다. 그럴 수밖에 없다. 비싼 핸드백을 사거나 다시 공부하고 싶어도 살림하랴 아이들 키우랴 온종일 발을 동동거려야만 한다. 나 또한 결혼해서 아이를 둘 낳을 때까지는 내 안에 있는 욕구에 충실하지 못했다. 다만 내가 남들과 다른 점은 내 안에 있는 욕구를 부정하거나 억누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고민 끝에 바깥에 나서서 내 스스로 욕구를 충족시키기로 결론지었다. 평범한 가정주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기 때문에 그나마 경력과 학벌을 따지지 않고 능력만 보는 영업에 뛰어들었다. 영업이라고는 생전 해본 적 없는 내가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지만, 욕구에 솔직해지자 미처 알지 못했던 내 안의 능력이 눈을 뜨기 시작했고 없던 용기도 절로 솟았다. 욕구는 욕심이 아니라 분명한 목표를 갖고 행동하게 만드는 힘이라는 사실을 그때 절실하게 느꼈다. 누구에게나 저마다 가슴 안에 무한한 능력이 숨어 있다. 그것을 확인하려면 자신 안에 꿈틀대는 욕구와 겸허하게 마주해야만 한다. 자신을 가장 뜨겁게 달구는 욕구, 그것에 주목해야 한다.
문제는 나이가 아니라 생각이다
엄마는 아이의 잠재력을 믿는다. 누가 “이 아이는 능력이 안 되니 욕심부리지 말고 소박하게 키우세요”라고 말한다면 불같이 화를 내며 당장 사과하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아닌 엄마 자신에게 같은 말을 한다면 어떨까? 과연 “내가 능력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소리를 하느냐”며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스스로 능력이 없다고 부정하는 것은 능력이 나이와 반비례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흔히 어린아이일 때는 잠재력이 풍부하지만 나이가 들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그나마 남아 있던 능력도 퇴색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내 안에 숨어 있는 능력은 결코 나이를 먹지 않는다. 그것은 언제나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자기를 불러주기만 기다린다. 10살이든, 30살이든, 50살이든 언제 불러도 잠재력은 변함없는 모습으로 나타나 그때부터 성장을 시작한다.
젊었을 때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능력을 늦은 나이에 발휘해 멋진 인생을 산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그중에서도 해리 리버만은 가장 확실한 본보기다. 폴란드의 가난한 집안 출신인 그는 자수성가해 큰 부자가 되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그의 인생은 충분히 존경받을 만하지만, 감동은 그가 74세 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조용한 나날을 보내던 시기에 시작된다. 은퇴 후 노인클럽에서 체스를 두며 지내던 어느 날, 젊은 봉사원이 그에게 게임 상대가 병이 나서 오지 못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한마디 했다. “심심하실 테니 잠시나마 근처 화실에 가서 그림을 그려보시는 건 어떠세요?” 처음에는 웃어넘겼다. 생전 붓 한 번 잡아본 적이 없는데 그림을 그린다는 게 말이 되나 싶었다. 하지만 곧 생각을 바꿔 화실을 찾아갔고, 매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때 그의 나이 81세였다.
그는 10주에 걸쳐 미술수업을 받았는데, 수업을 받으면서 숨어 있던 능력이 폭발했다. 그의 그림은 단숨에 주목을 받았고, 미술평론가들은 그를 ‘원시적인 눈을 가진 미국의 샤갈’이라고 극찬했다. 81세의 나이에 미술적인 능력을 발견한 그는 꾸준히 전시회를 열었고, 101세에 22번째 개인전을 열어 또다시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림을 그려보라고 했을 때 그가 ‘이 나이에 그림은 무슨’ 하며 밀어냈다면 그의 진정한 능력은 영원히 잠들었을 것이다. 나이가 아니라 생각이 문제다. 부정적인 생각이 깨어나려는 나만의 능력을 방해한다.
나는 10년 동안 했던 보험 영업을 그만두고 메리케이에 입사했다. 모든 것이 낯설었다.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할 것이 너무나 많았고, 입사 동기 중에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나만 50을 훌쩍 넘었을 뿐 다들 30대였다. ‘다들 젊은데, 그들 틈에서 잘할 수 있을까?’ 하며 주눅이 들 수도 있었겠지만 나이를 의식하고 자신감을 잃기보다는 오히려 더 열심히 노력하는 쪽을 택했다. 나흘 밤을 새워 카탈로그에 나와 있는 정보를 모두 숙지해, 누가 어떤 제품에 대해 질문해도 기능부터 가격, 사용 방법 등을 막힘없이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러자 자신감도 붙었다. 나이가 들어도 하고 싶은 것은 여전히 많고, 하고 싶은 걸을 이룰 수 있는 기회도 무한하다는 것을 늘 깨닫는다. 가끔은 내 안에 또 어떤 능력이 있는지 궁금해지고, 빨리 만나고 싶어 설레기도 한다.
부정적인 생각은 자신에게서만 발현되는 것이 아니다. 자기 생각이 확실해도 세상의 편견에 맞서기는 쉽지 않다. 소설 『은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이가 들면 욕구조차 죄악시한다. 본능적인 욕구는 말할 것도 없고, 더 성장하고 싶어 하는 욕구조차 색안경을 끼고 볼 때가 많다. 노인들이 직업을 가지고자 할 때에도,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왜 힘들게 그런 일을 하느냐?”며 만류한다. 일을 하는 목적은 생계를 해결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일을 통해 얻는 성취감과 재미도 중요한 가치다. 일을 통해 남다른 능력을 계발하고 더 크게 성장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행복인 것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말이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 편견이나 고정관념에 휘둘리는 순간 잠재된 능력이 깨어날 기회도 사라진다.
2_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성실함에 전략을 더해야 최선이다
사람들은 흔히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는 없다”고 말한다. 그리나 최선을 다했어도 목표했던 것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과연 최선은 뭘까? 열심히만 하면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최선은 더 이상 해볼 것이 없을 정도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에 온 정성을 다하는 것이다. 자신 있게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전략이 있어야 한다. 순천에서 미에로화이바 대리점을 할 때의 일이다. 우연히 대리점을 떠맡으면서 급하게 일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여성이 영업을 하고 대리점을 운영하기가 어렵다는 편견이 있었고, 무엇보다 힘을 써야 하는 일이 많아 가족들이 많이 걱정했다. 그러나 대리점을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매출은 최고 정점을 찍었다. 인구가 11만 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에서 3개월 만에 전국 대리점들 중 매출이 가장 많은 곳으로 부상한 것이다. 미에로화이바를 생산하는 현대약품에서도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했다.
내 성공의 비결은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성실함 위에 깔린 전략이었다. 어떻게 하면 제품을 많이 팔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나만의 전략을 만든 것이 주효했다. 일차 고객인 마트 사장님들을 설득하기 위해 제품의 성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몸에 얼마나 유익한지를 공부해 설명했고, 품질 좋은 고급 제품을 팔면 그만큼 마트의 품격도 올라간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아침 일찍 마트로 가서, 사람들의 눈에 띄는 곳에 예쁘게 진열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더 많이 눈에 띄게 하려면 마트만으로는 부족했다. 보통 음료수는 마트에만 들어간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버스정류장 옆 담배 파는 가게와 동네 가게에도 납품했다. 뿐만 아니라 커피숍, 노래방, 단란주점, 하다못해 안경점과 옷가게까지 넣을 수 있는 곳에는 다 넣었다. 지금은 엄두도 못 낼 일이지만 그때는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한 사람의 눈에라도 더 띄도록 의도적으로 길거리에 미에로화이바 빈 병들을 버렸다.
구체적인 전략하에 열심히 했을 때와 막연히 열심히 했을 때의 결과는 다르다. 내가 말하는 전략이란 거창하고 대단한 것이 아니라 목표에 좀 더 빨리 도달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 같은 것이다. 그 계획은 목표가 분명하면 관련 지식과 경험이 없더라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보험 영업을 할 때, 목표가 가난한 사람들이라면 무조건 보험을 들라고 권유하는 대신 왜 보험이 필요한지 리스크 컨설팅을 하면 대부분 수긍하고 선선히 보험을 들었다. 한편 부유한 사람들에게는 미래의 사고에 대한 걱정보다 재산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더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게 돕는 전략이 훨씬 유효할 것이다. 전략은 목표로부터 나온다. 목표가 구체적일수록 전략도 구체화된다. 그만큼 목표를 이룰 가능성도 커진다.
하루하루의 기록이 미래를 만든다
일을 시작한 후 지난 25년 동안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다이어리를 썼다. 다이어리는 매일매일 하는 자기와의 약속이자 하루를 어떻게 살았는지 돌아볼 수 있는 기록물이다. 자신과의 약속도 없이 되는 대로 살 때와 미리 오늘 무엇을 할지를 계획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차이가 확연하다. 오늘 하루만 보면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지만 미래는 오늘 이 순간순간들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다.
나는 매일 저녁 집에 들어가면 다이어리를 본다. 다이어리를 보면서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오늘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킬지를 생각한다. 그렇게 다이어리를 보다 보면 내일 무엇을 할 것인가는 저절로 나온다. 내일 해야 할 일을 적을 때는 중요한 일부터 적는 게 기본이다. 좀 더 빨리, 크게 성장하고 싶다면 가능한 한 여섯 가지는 적고 실행하기를 권한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일이 너무 많으면 욕심부리지 말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 여섯 가지로 제한해보도록 하자.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중요도와 긴급함을 고려하는 것이다. 이를 ‘ABCD 시간분석’이라고 하는데, 다음과 같이 네 등급으로 구분한다.
A등급: 중요하면서 긴급한 일
B등급: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
C등급: 중요하지 않으면서 긴급한 일
D등급: 중요하지도 긴급하지도 않은 일
하루에 중요한 일 여섯 가지를 실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계획한 일을 모두 하려면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 나는 일을 시작하면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려고 애썼다. 메리케이에는 출근 시간이 따로 없지만 나는 스스로 정한 시각에 사무실로 출근한다. 일정도 점검하고, 가장 밝고 행복한 얼굴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마인드도 정비한다. 점심 약속이 없는 날에는 집에서 먹는데, 외출복을 입은 채로 식사한다. 식사 후 나른해져 자칫 오후 일정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스러워서다. 시간도 30분으로 정해놓고, 그 시간이 지나면 어김없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렇게 시간을 쪼개 알뜰하게 쓰려고 노력한 덕분에 25년 동안 계획했던 일을 대부분 해낼 수 있었다.
거절당할수록 내 일은 잘 자란다
한 번도 영업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영업에 뛰어들기는 쉽지 않다. 사람을 만나지 않고는 영업이 불가능한데 만남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일단 만나야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들을 수 있고, 제품을 설명할 수도 있는데 만나주려 하지도 않는다. 고객에게 다가서는 것부터가 힘겨운 도전인 것이다.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네자마자 대뜸 “됐어요. 전 필요 없어요”, “바빠요”라며 거부하면 다리에 힘이 풀린다. 한 번 거절을 경험하면 그다음 고객을 만날 때는 더 떨린다. 거절당한 충격이 크면 아예 다가가지도 못하고 지레 포기해버린다. 영업하는 사람들에게 거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거절에 익숙해지고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영업인으로 크게 성장하기 어렵다.
사람은 누구나 처음 보는 사람을 심리적으로 거부한다. 내가 무엇을 잘못하거나 부족해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거절한다. 그러므로 거절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단 한 번의 만남으로 영업의 결실을 맺는 사람은 단언컨대 극히 드물다. 영업하려면 거절을 당하고도 또다시 고객을 찾을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또한 팔려고 하기보다 주려고 해야 거절당할 확률도 그만큼 줄어든다. 자신에게 무언가를 얻으려는 사람은 경계하기 마련이지만, 어떤 형태로든 순수한 마음으로 자신에게 도움을 주려는 사람은 거절할 이유가 없다. 영업하는 사람이 줄 수 있는 최상의 선물은 정보다. 고객에게 꼭 필요한, 유용하면서도 신뢰할 만한 정보를 얻기 위해 나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자료에만 의지하지 않고 관련 서적이나 잡지 등을 찾아보았다. 피부과 전문 병원에서 손님을 가장하고 이런저런 상담을 받으면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6년 정도 꾸준히 공부하자 피부에 관한 한 누구와 이야기해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출 수 있었다. 그러자 고객들이 거절하는 횟수가 대폭 줄었다. 거절은커녕 오히려 먼저 만나고 싶어 하는 이들도 생겼다.
건강관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일을 잘하려면 갖춰야 할 것도, 해야 할 것도 아주 많다. 일과 관련한 전문지식도 갖춰야 하고, 여러 가지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려면 시간 배분도 잘해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영업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일이 사람을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사람 간의 관계를 잘 풀 수 있는 소통법도 알아야 한다. 또한 일을 시작해 성과를 내기까지는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하므로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마인드 컨트롤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우선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건강이다. ‘돈을 잃으면 일부를 잃는 것이지만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다’는 말은 이미 수없이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아무리 머리가 좋고 재능이 많아도 건강이 받쳐주지 않으면 일을 할 수가 없다. 정년은 나이가 아니라 건강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나 또한 건강을 잃은 후에야 겨우 깨달았다.
3년 전까지 나는 내 건강을 자신했다. 워낙 타고난 건강 체질이기도 했고, 평소 건강에 관심이 많아 몸에 좋은 음식과 영양소를 잘 챙겨 먹었기 때문이다. 영업을 하면서도 술은 일체 입에 대지 않았다. 그런데 2011년 5월, 아침에 출근해서 계단을 오르는 데 너무 힘들었다. 한 계단 올라갈 때마다 숨이 차고 떨렸다. 사무실이 있는 4층까지 올라가는 데 15분이나 걸렸다. 평소 2~3분이면 거뜬히 올라가던 계단이었다. 몸이 힘들다고 비명을 지른 것인데도 일이 바빠 바로 병원에 가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2개월 만에 8킬로그램이 빠졌다. 대학병원에서 3주 동안 여섯 번이나 검사를 받았는데도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른 대학병원에서 정밀검진을 받았다. 그런데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병과 마주하면서 많이 생각했다. 아무리 많은 돈을 주고 좋은 음식과 건강에 좋은 영양제를 먹어도 생활습관이 좋지 않으면 건강할 수 없다. 내 생활습관에는 수면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병이 난 후에야 그동안 내가 얼마나 건강에 오만했는지를 가슴 깊이 반성할 수 있었다. 병원을 열심히 오가고 약을 꼬박꼬박 챙겨 먹은 덕분에 병은 2년 만에 완치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살이 찌기 시작했다. 너무 오랫동안 수면 부족과 과로에 시달리다 보니 몸의 균형이 깨진 모양이었다. 몸의 균형을 근본적으로 바로잡으려면 식이 요법과 운동 요법을 병행해야 한다는 조언을 듣고 바로 헬스클럽에 등록했다. 한참 일에 빠져 있을 때는 솔직히 운동하는 시간이 아까웠다. 하지만 건강을 잃고 난 후 비로소 깨달았다. 일할 시간을 줄여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일을, 더 오랫동안 즐기면서 하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