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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스펙 매니지먼트 식스팩

전지혜 지음 | 중앙경제평론사



취업 스펙 매니지먼트 식스팩

전지혜 지음

중앙경제평론사 / 2015년 1월 / 224쪽 / 12,500원





CHAPTER 1 식스팩이 필요한 시대



1등도 꼴찌도 사라진 세상

어느 추운 겨울이었다. 유명한 분이 강연을 오신다고 하여 학교가 무척 떠들썩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분은 자신의 분야에서 실력으로도 최고였지만 TV를 비롯한 매스컴에도 자주 등장하시어 대중적으로도 무척 인기가 많았다. 그날 강연의 핵심은 ‘어느 분야든 상위 10% 안에 들면 성공할 수 있다’였는데 한 학생이 이런 질문을 했다. “그럼 상위 10% 안에 못 드는 사람은요?” 한참의 적막이 흐른 후 그분은 무언가 답변을 하셨지만 나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회가 구성되는 기본적인 원칙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모두가 상위 10%가 될 수는 없다. 가장 가까운 예가 바로 저소득층을 위한 최저 생활금 지급이다. 저소득층도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이므로 그들을 위한 국가차원의 지원 역시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물론 그땐 나도 다른 건 개의치 않고 그냥 상위 10%가 되고 싶었다. 나는 늘 눈을 커다랗게 뜨고 보이는 모든 것을 마음에 담으려 했던 꿈 많은 여대생이었다. 하지만 그날 강연을 들었을 때는 어렴풋이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만약에 아주 만약에 내가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 꾀부리지 않고 성실히 나의 에너지를 쏟았는데도 혹시나 그것을 얻지 못하게 된다면? 그래도 너의 인생은 성공한 인생이라고. 성공과 실패는 그런 간단한 잣대로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나는 그날 강연을 와주었던 그분에게서 이런 말을 기대했었던 것 같다. 그때의 결핍이 바로 ‘식스팩’을 만들었다.

이제와 다시 생각해보면 그분이 언급한 상위 10%라는 표현 자체에도 의구심이 생긴다. 상위 10%는 과목별로 시험을 보아 점수를 매겨 그것을 토대로 순위를 꼽았던 학창 시절에나 정확한 말이다. 취업은 입시와는 다르다. 일괄적인 기준으로 숫자를 부여하고 1등부터 정렬하여 커트라인을 긋는 게 아니지 않는가. 그랬다면 수많은 스펙 푸어들이 또 다른 사회 문제로 부각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오랜 시간 정규 교육을 통해 점수와 순위로 평가받는 것에 익숙해졌다. 그러다 보니 숫자가 없어진 세상에서도 계속 숫자에만 집착한다. 학점은 몇 점이어야 하고 토익은 또 몇 점이어야 하고 자격증은 몇 개 이상이어야 한다고 다시 숫자의 세계로 역주행하고 있다. 반드시 숫자로 확인을 해야만 안심하고 숫자가 아닌 다른 언어로는 자기 자신을 정의할 줄도 모른다. 숫자가 있어야만 다른 이들과의 비교도 가능하고 그 속에서 느끼는 알량한 우월감에 취해볼 수도 있다.

취업은 기회다. 나에겐 그랬다. 만약 숫자대로 취업이 결정되었다면 나는 절대 프로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방식으로는 아주 잡스럽고 소소하고 깨알 같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측정 불가한 나의 재능을 보여줄 길이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 사진작가 오중석의 트위터에 한 학생이 이런 멘션을 보냈다. “사진작가가 되려면 어떤 자격증이 있어야 하나요?” 오 작가의 대답은 이랬다. “운전 면허증 있으면 좋죠.” 스펙이 반드시 있어야만 무엇을 이룰 것이라고 지레짐작한 데서 발생한 웃지 못할 에피소드다. 자격증이 필요한 분야도 있고 반대로 그렇지 않은 분야도 있다.

사회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역할이 셀 수 없이 많이 필요하고 그 역할에 적합한 인재를 가려내는 방식 역시 다양하다. 일반적인 기준으로 우수하다고 평가되는 스펙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식스팩으로 대변되는 건강하고 올바른 마인드만이 이런 문제에 순발력 있게 대처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수많은 스펙 푸어들은 이렇게 말한다. 차라리 자격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시험을 봤으면 좋겠다고, 순위가 있으면 더 속이 편하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마인드로는 앞으로 더 오랜 시간 그들의 취업은 요원할 것 같다. 이곳에서는 더 이상 기존의 방식이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취업은 숫자를 버리고도 식스팩을 발휘해 더 멋진 성취를 해낼 수 있는 새로운 세계다. 정규 교육을 받는 내내 숫자 때문에 지겹게 스트레스를 받아오지 않았는가? 사회인으로의 첫발을 내딛게 해줄 이 관문에서 그동안 그토록 원했던 대로 게임의 룰은 바뀌었다. 다만 그대가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다.



CHAPTER 2 식스팩 집중 트레이닝



나에게 트렌드를 입혀라

통섭. ‘큰 줄기를 잡다. 모든 것을 다스린다. 총괄하여 관할한다’는 뜻으로 학문 간의 경계를 뛰어넘어 학문의 대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개념이다. 에드워드 윌슨은 그의 책 『통섭, 지식의 대통합』에서 이와 같이 역설했다. 지금은 대중적인 개념이 된 것 같지만 그 시절 통섭의 열풍은 대단했다.

2008년 처음 신설된 서울대학교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여러 대학에 관련 학과 및 전공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안철수 의원이 서울대학교 재직 시절 이곳의 원장으로 있기도 했다. 안의원처럼 다양한 학문을 섭렵하고 그를 통해 폭넓게 사고하여 새로운 솔루션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본격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때이다.

이 모든 열풍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비즈니스의 분야를 막론하고 이러한 커다란 시류에 발맞춰 통섭형 인재를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통섭형 인재는 ‘T자형 인재’라는 말로 대변됐다. 알파벳 T자의 세로축처럼 한 분야에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가로축처럼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인재라는 뜻에서 비롯된 말이다.

이 같은 흐름을 타고 2013년에는 마침내 삼성전자에서 <인문학 전공자 SW 직무 특별채용> 전형이 만들어졌다. 인문학 전공자 중 소프트웨어에 관심 있는 인재들을 선발해 일정 기간의 교육을 수료한 후 실무에 투입시킨다는 것인데 이는 통섭형 인재를 발굴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모 대학 심리학과 수업 중 제일기획 광고대상 수상으로 대중에게 공개된 우리의 기획서가 언급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심리학과 수업에서 왜 광고 기획서 얘기가 나왔을까 궁금했는데, 생각해보니 우리 기획서에는 심리학적 견해가 일부 녹아 있었다. 우리는 아모레퍼시픽 한방탈모샴푸 ‘려’라는 제품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주제로 기획서를 썼다. 타깃인 여성에게 탈모가 갖는 의미에 대해 고민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심리학적 접근으로 이어지게 됐다. 내게 탈모가 생긴다면 그것은 비단 모발 건강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치료를 넘어 치유로’라는 콘셉트가 도출되었다. 지금은 거센 힐링 열풍이 한 차례 지나간 듯 보이지만 내가 수상을 했을 2010년 그때만 하더라도 힐링이 이토록 대중적인 키워드는 아니었던 것 같다. 이러한 계기를 통해 나는 통섭이 어려운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획서를 쓸 때 차근차근 생각의 길을 닦아 나가면서 물 흐르듯 다른 학문에 접근한 것처럼 통섭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통섭형 인재라는 것이 안철수 의원처럼 반드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하나의 완전체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와 내 친구들은 좋은 기획을 하기 위해 각자의 다른 생김과 색깔, 경험과 통찰을 한 데 모아 꼼꼼히 다듬고 손질했다. 통섭형 인재는 다양한 지식을 모두 갖추고 있는 한 사람일 수도 있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열린 태도이자 사고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듯 누구나 통섭형 인재의 가능성을 이미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두 번째 키워드인 소통에 대해서도 생각이 미쳤다. 국어사전은 소통을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라고 정의한다. 스마트폰이라는 기술적인 발전에 기반해 소통의 욕구를 대변하는 척도인 SNS 사용량은 팝콘처럼 폭발했다. 새로운 시대는 갑작스럽게 들이닥쳤고 기업들은 당연히 효과적인 소통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해야만 했을 것이다.

취업을 목전에 둔 2010년 여름, 나는 알게 되었다. 시대가 소통형 인재를 원하고 내가 가고 싶은 제일기획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나는 소통형 인재에 가까워지고 닮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런 고민을 하는 와중에도 여전히 나는 구경이라는 것을 참으로 열심히 하고 알고 싶은 것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았다. 선배들도 그런 내가 신기하셨나 보다. 그분들도 나를 구경해주기 시작했는데 그럴 때면 이런 질문을 자주 받게 되었다.

“공모전 준비는 혼자 했니?”



내가 상을 받고 이곳에서 인턴 기회를 잡기까지의 여정을 함께 해온 친구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했다.

우리는 광고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모이는 한 대외활동에서 만나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끌렸다. 나는 친구들과 그 시절을 관통하는 고민을 함께 분해하고 해석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함께 있어서 몰랐지만 나를 구경하는 사람들에게는 신기하게 보였을지 모르는 일이다. 아마 내 친구들이 모두 명문대 학생들이라 더 그랬을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제일기획에 최종 면접을 보러 갔다. 광고계의 별들이 나를 구경하셨고 아니나 다를까 같은 질문이 나왔다. 나는 오랜 시간 준비해온 나의 답을 꺼냈다.

“저는 학교가 다르고 전공이 다르고 성격이 다른 사람들과도 함께 소통하여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제가 제일기획에 오면 이런 일을 계속 하고 싶습니다.”

광고인이 되기 위해 나는 그다지 대단한 걸 하지 않았다. 대단한 걸 할 줄 몰랐으니까. 나는 단지 나라는 인간을 여러 번 곱씹어 다시 생각했다. 길지 않은 24년 생에서 가장 순수하고 담백한 진심만을 꺼내 정성스럽게 내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프로가 되었다. 이처럼 식스팩은 스펙에 도전하지 않는다. 스펙을 뛰어넘지 않는다. 다만 우리는 건강한 눈으로 세상을 읽고 사회를 배우고 나 자신을 냉철히 바라보고 가꾸어 나갈 뿐이다. 그리고 그 건강한 마인드는 우리 스스로를 좋은 인재로 어필할 만한 강점이 되기에 충분하다.

언어는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통로이다

흔히 무언가 아주 높은 경지에 이르고자 할 때 어처구니없이 긴 준비 과정이 필요한 경우를 본다. 전통적으로는 시집살이를 표현할 때 벙어리 3년, 장님 3년, 귀머거리 3년을 버터야 한다고들 하고, 성룡은 취권을 배우기 위해 오랜 시간 손목 단련만 하다가 지루함을 못 견디고 뛰쳐나가기도 했다. 옛날에는 광고계에도 이 같은 수련이 있었다고 한다. 특히 카피라이터들은 오랜 시간 잘 쓴 카피를 베껴 쓰는 인내의 시간을 거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해온다.

이 고루하고 숨막히는 형태는 사라졌지만 필사가 가져오는 긍정적인 영향력은 아직도 유효해 보인다. 전처럼 무언의 압력이 없어도 누군가는 지금도 좋은 글을 베껴 쓴다. 그 수려한 언어를 끄집어낸 다른 누군가의 사고와 논리를 훔치고 싶어 한다. 나는 현재 대학 졸업 당시인 스물다섯 살의 지적 수준이 발현되는 방식을 바꾼 것만으로도 성장한 것처럼 느껴진다. 분명 같은 뇌를 가지고도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보다 더 어른스러워 보이는 이유는 내가 사회인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언어를 바꾼다는 것은 분명 매너를 바꾸는 것 중 가장 큰 부분이다. 읽고 쓰고 말하는 것만 달라져도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이니 말이다. 언어를 바꾸는 게 무엇일까 모호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인생의 과정 속에서 이미 여러 번 언어를 바꿔왔다. 정확히 말하면 바꾼다기보다 진화했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이겠다.

첫 번째 언어의 진화는 세로형이다. 우리는 엄마, 아빠를 부르는 것으로 시작해 태어나면서부터 조금씩 말을 배워왔다. 사춘기 때는 지식 습득과 대인 관계 형성을 통해 이를 빠르게 증폭시켰고 현재는 성인으로서 매우 안정된 수준의 언어를 구사할 줄 안다. 읽고 쓰고 말하고. 내가 얼마나 잘하는데 여기서 더 이상 뭘 어떻게 진화하라는 건지 의문일 것이다. 두 번째 진화가 가로형이라는 것을 눈치채기 전까지는 말이다. 성인기의 언어는 다시 아래와 같이 크게 두 가지로 진화할 수 있다.

나는 지금 일반인과 사회인이라는 두 가지 언어를 쓸 줄 안다. 이는 서로 겹치는 부분도 있고 완전히 다른 부분도 있다. 나는 마치 2개 국어를 하듯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두 가지 언어를 넘나들며 친구로서, 가족으로서, 광고인으로서 읽고 쓰고 말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이 립스틱이 요즘 제일 잘나가는 거래.”는 내가 일반인으로서 친구에게 쓰는 언어다. 사회인의 언어로는 “이 립스틱은 2014년 3분기 여성 색조 화장품 시장에서 마켓 쉐어 1위를 차지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는 단순히 비즈니스에 통용되는 단어를 사용해 이야기하라는 뜻이 아니다. 일반인의 언어와 사회인의 언어에는 미묘한 논리와 사고의 차이가 있으며, 은근한 분위기와 뉘앙스의 차이가 있다.

현재 대학생의 언어는 일반인과 사회인의 중간 즈음에 위치한 것 같다. 대학생에서 사회인으로의 성공적인 전환을 위해서는 미리 사회인의 언어를 익혀야 한다. 그 언어의 필터를 통해 생각을 끄집어 낼 때 누구나 프로가 될 만한 재목처럼 보일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미리 사회인의 언어를 배웠을까? 영어처럼 학원에서 가르쳐주지 않고 노래처럼 술 한잔에 저절로 나오지도 않았을 텐데 말이다. 아시다시피 이미 대학 시절 내가 원하는 사회인은 광고인으로 좁혀진 상태였다. 나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 광고를 향해 했던 모든 것들이 광고인의 언어에 조금씩 물들게 한 것 같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읽기: 기획을 공부하면서 가지게 된 엉뚱한 취미 중 하나는 TV 광고를 보고 그 뒤에 어떤 전략이 숨어있는지를 상상해보는 것이었다. “진짜 피로회복제는 약국에 있습니다.”라고 했던 박카스 광고를 떠올려보자. 경쟁 제품인 비타민 음료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것을 겨냥해 약국에서 파는 박카스야말로 진짜 피로회복제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전략적 크리에이이티브였다. “피로는 간 때문이야!”를 외친 차범근, 차두리 부자의 우루사 광고는 어떤가? 현대인의 피로의 원인을 간으로 규정하고 우루사를 그 간 건강을 지키는 대표주자로 포지셔닝시키려는 전략이 숨어 있다.

이처럼 나는 TV 광고를 볼 때 그 뒤에 숨은 기획자들의 의도를 유추해보곤 했는데 그러고 나면 꼭 진짜 그들의 속마음이 뭐였는지 확인하고 싶어졌다. 퀴즈를 풀었으니 정답을 맞추고 싶은 자연스러운 욕망이었을 것이다.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하다가 우연히 제일기획의 사보를 보게 되었다. 그 시기에 대중의 극찬을 받은 한 성공 캠페인에 대한 리뷰가 있었다. 해당 캠페인을 담당한 AE가 직접 기획 의도와 전략, 크리에이티브, 성과를 요약해서 글로 풀이한 것이다. 정확히 내가 찾던 퀴즈의 정답이었다. 그 후 나는 국내 여러 광고 회사의 사보를 대학 시절 내내 꾸준히 읽었다. 그들의 언어를 접할 수 있는 가장 쉽고 간편한 방법이었다. 이를 통해 나는 광고인의 언어에 한 발 다가갔다.

쓰기: 내게는 총 다섯 권의 기획 노트가 있다. 이는 내가 실제 기획을 할 때 여러 종류의 아이데이션을 한 과정의 기록이기도 하지만, 이 기획서를 쓸 때를 대비해 미리 쓸 만한 양식을 모아둔 일종의 곳간이기도 하다. 활용하기 쉽게 생긴 마케팅 이론이나, 단순하면서도 눈에 띄는 성공 사례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쓴 것은 ‘책을 읽고 그냥 좋았던 부분’이다.

당시 나는 광고에 푹 빠져 있었기 때문에 관련 서적을 주로 읽었다. 사실 어떤 분야의 책을 읽었다는 설명 자체가 무의미한 이유는 태어나서 책이라는 것을 처음 읽기 시작한 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마 더 인상적이었나 보다. 듣도 보도 못한 신비한 용어들과 뇌를 홀리는 듯 유려한 전개, 무엇보다 기승전결의 짜임새가 완벽한 구성이 재미있다기보다는 멋있게 느껴졌다. 그때의 나는 ‘살다 보니 이런 게 다 있구나’ 하며 약간 감탄의 모드로 그것을 대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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