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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선 지음 | 크리스마스북스


황인선 지음

크리스마스북스 / 2014년 8월 / 280쪽 / 13,800원





네모난 세상을 보라



한국형 지식을 계발하라

지금 세계의 기운은 아시아로 모이고 있다. 세계의 석학뿐 아니라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앤드컴퍼니의 회장 도미니크 바튼도 재균형화를 강하게 언급했다. 이는 서양에서 동양으로 세력의 축이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건 단순한 경제 균형의 이동이 아니다. 문명사적인 전환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처럼 지식과 콘텐츠에서 세계적 수준을 리드하지 못하면 자칫 경제 성장의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 과거에 전쟁과 경제로 영토를 확장했다면 지금은 지식과 문화로 영토를 확장해야 하는 시대다.

물 들어올 때 배 띄우라는 말이 있다. 중국이 진격하고 있다. 10년 안에 중국이 공자, 장자, 병법 등을 업그레이드한 한식(漢識)으로 세계 지식 시장을 리밸런싱할 것으로 전망된다. 벌써 가전을 넘어 경제 파워의 상징인 세계 미술 시장으로의 진격은 시작되었다. 조정래 작가는 『정글만리』를 출간한 뒤 어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태백산맥』, 『한강』을 쓸 때 필요했던 것은 역사를 기억하게 하는 힘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어떻게 생존해야 하고 어떤 미래를 준비해야 할지가 큰 과제다. …… 중국이 앞으로 20~30년은 발전할 거고, 그렇다면 국경이 맞닿은 우리 민족이 여기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제시해야 한다.”

과연 우리나라에는 지식과 이야기가 없나? 당연히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세종 리더십 강의를 시작하자 서구형 리더십에 식상한 대기업의 임원들이 몰려들었다 최인호의 소설 『상도』는 조선에 세계가 벤치마킹해야 할 경영 선각자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삼성의 속도 경영, 역발상의 조선산업, 철강왕 박태준부터 빈대 철학의 정주영, 한국 정부의 전자정부시스템, 함평 나비축제와 제주도 올레길, 농업 종자 혁명, 케이팝, 네이버와 카카오톡, 게임, 초코파이 등의 콘텐츠는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서도 통할 혁신 사례들이다.

이야기도 지식의 힘 못지않은 미래 콘텐츠 산업 분야다. <캐리비언의 해적 4>에는 선원들을 유혹해서 죽이는 인어 괴물이 나온다. 그리스 신화의 세이렌 혹은 인어공주 이야기의 원형인 운디네 설화를 재현한 것이다. 우리에게도 그런 설화가 많다. 구미호를 보자. 산이 많아 나무꾼과 산짐승이 많은 나라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다. 아름답지만 치마 뒤에 아홉 꼬리를 숨기고 있는 미인미물(未人未物) 구미호. 마법을 갖고도 남자의 사랑을 얻지 못해 순애보적 비극으로 치닫는 그 이야기를 애니메이션 작가들이 ‘Nine Tails Beauty’로 1차 각색하고 애니메이션 영화나 판타지 영화로 2차 확대하면, 디즈니의 공주 시리즈나 드라큘라, 뱀파이어 시리즈처럼 전 세계로 퍼질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이 크면 벤치마킹 상대가 되지만 문화가 크면 동경의 대상이 되는 법이다. 자, 어느 것이 더 중요하겠는가!

한국형 지식에 주목하지 않는 지식인과 스토리텔러들은 분명 지식과 이야기 생태계의 틈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대중의 관심과 깨알 같은 실천이다. 얼마 전 러시아 소설 속 평범한 부인의 취미가 수학 공부였다는 대목을 읽은 적이 있다. 수학이라니, 낯설고 충격적이었다. 러시아가 수학에 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본은 아마추어 연구 수준이 거의 프로에 가깝다. 오타쿠는 말할 것도 없고, 굴뚝을 연구하는 아마추어 연구자만 수만 명이라고 들었다. 일본은 아마추어 강국이다.

요즘 한국인들은 역사 이래 가장 똑똑한 대중이다. 지식과 콘텐츠 한류의 힘은 무엇보다 이들 대중에게서 나온다. 하지만 주위를 보면 직장 생활을 20년, 30년씩 하고도 책을 내거나 강의를 하는 사람, 자기만의 독특한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 수십 년 쌓아온 그들의 내공을 가공하면 다양한 지식과 콘텐츠가 충분히 나올 수 있음에도 골프, 등산, 여행만 찾는다. 인프라도 약하다. 출판 생태계가 약해 책을 내는 것도 쉽지 않다. 개인 연구소를 만들자니 도시는 임대료, 인건비 등이 만만치 않다. 정부는 이 인프라의 틈을 보아야 한다. 또한 요즘 젊은 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책을 읽지 않는다. 앞 세대에 비해 세계를 보는 눈도 넓고 감각도 좋은데, 인간에 대한 깊이가 얕고 스펙 쌓기용 지식으로만 가득하다. 검색과 눈팅만 하는 스캐닝 문화 때문인가.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사유의 폭과 깊이를 말아먹은 것은 아닌가 걱정될 정도다. 유사 이래 가장 똑똑해진 시대의 대중들이 이러면 한류의 봄날은 가버릴 것이다. 기회를 놓치면 위기가 온다.



희망도 절망도 틈에서 태어난다



중산층의 틈, 가치

중산층이라고 하면 그 나라 평균 소득의 50퍼센트에서 150퍼센트를 차지하는 사람을 말한다. 중산층의 정도는 한 국가의 건강성을 재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나는 두 번째 희망선을 중산층에서 찾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중산층은 이기적, 안정 지향, 변화에 대한 거부 등으로 비난받기도 했던 무채색 계층이다. 중산층이 비난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중산층에 대한 두 가지 정의를 보자. 한 경제 연구소가 발표한 우리나라 중산층의 프로파일링은 이렇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하나 또는 둘 자녀를 두고, 월급은 400만 원 이상, 한 직장에서 10년 이상 근무하고, 자가용은 2000cc 이상에 30평대 이상 아파트에 사는 층.’

이 정의에 따르면, 나는 100퍼센트 순수 중산층이다. 그리고 이기적이다. 충분히 욕먹을 만하다. 그런데 드골의 뒤를 이은 프랑스 19대 대통령 조르주 퐁피두는 ‘삶의 질 공약’을 천명하며 새로운 프랑스의 중산층을 정의했다. ‘외국어를 한 개 이상 구사하고 직접 즐기는 스포츠 하나, 악기는 한두 개 정도는 다룰 줄 알고 자기 집 별미를 만들어 손님을 접대할 줄 알아야 하며, 정의를 위해 거리로 나설 수 있어야 하고 주급을 절약해 매주 이틀간 검소하게 즐길 수 있을 것, 일주일에 한 번 외식을 하고 자녀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자립시키고 환경 문제에 자기 집안일 이상으로 민감할 것.’

1960년대의 일이다. 프랑스의 중산층 정의는 SNS를 통해서도 알려져 많은 이들이 한국과 프랑스 중산층의 간극에 대해 탄식하기도 했다. 왜 이런 질적 차이가 나올까? 사실은 중산층만이 아니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2014년 초 한국 스포츠산업협회에서 발표를 한 적이 있었다. 그날의 주제는 ‘왜 한국에는 나이키, 아디다스 같은 브랜드가 없을까?’였다. 스포츠만 그런가? 자동차, 화장품, 의류, 패션도 마찬가지다. 모두 중산층 문제와 맞닿아 있다. 이 시대 중산층의 정의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수단 목적 사슬’ 이론을 통해 살펴보자. 거트만이 1982년에 제시한 이 모형은 세 개의 사슬로 연결되어 있다. 제일 아래는 제품의 속성, 그 위는 사용자의 편익 그리고 꼭대기에는 사용자의 이용 가치가 있다. 속성 단계는 제품의 물질적 차이를 말한다. 중형 자동차를 살펴보자. 2000cc 이상의 용량에 연비가 좋고 중후한 느낌의 디자인은 제품의 속성에 해당한다. 고장이 적으며 안전하다는 것은 사용자의 편익이다. 그리고 세련된 감성에 문화를 사랑하는 품격 있는 중산층의 이미지를 제공한다는 것은 사용자의 이용 가치에 해당한다. 이를 보면 사슬 구조의 위로 올라갈수록 사람 중심, 가치 중심으로 옮겨감을 알 수 있다. 통상 광고는 제품 출시 초기에는 속성 중심으로 진행한다. 제품이 어느 정도 인지되면 편익을 내세운 광고를 하고, 마지막 단계에 그 제품을 쓰는 사람의 이미지와 디자인, 스토리텔링을 강조한다. 유럽 명품도 마찬가지다. 초기에는 제품의 우수함을 강조했다. 그것이 유럽이라는 프리미엄을 업고 가치로 가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다. 나이키, 아디다스의 명성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끊임없이 기술을 혁신했을 뿐 아니라, 해외 유명 스포츠 선수들에 대한 천문학적인 액수의 협찬도 쉬지 않았다.

한국 중산층은 ‘무엇을 얼마만큼 가졌다’고 말하는 속성 단계의 중산층이다. 퐁피두의 중산층은 가치 단계의 중산층이다. 이러한 차이는 한국은 가치와 실천을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 경험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나온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중산층의 빈틈이 만들어졌다. 희망적인 것은 한국의 중산층이 조용히 시민사회를 경험하면서 가치 중산층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중산층이 무너진다고들 하는데, 그건 평균값 사고의 함정일 뿐이다. 퐁피두가 정의한 개념의 중산층은 늘고 있다. 뮤지컬이나 공연장, 전시회, 재즈 페스티벌에 나타나기 시작한 40대들, 짱돌에서 촛불로 진화된 시위문화를 보라. 1990년대 후반 고추장에 라면 싸들고 남의 나라에 가서 100달러 흔들며 섹스 골프 관광하던 어글리코리안이 이제 더는 아니다. 공정 여행, 책임 있는 여행, 봉사 여행을 즐기는 층이 늘고 있다. 2010년대 한국형 가치 중산층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2년에 한 번은 외국 여행을 가고, 직접 몸을 써 즐기는 스포츠 하나, 악기는 한 개 정도는 다룰 줄 알고, 한 달에 한 번은 가족과 함께 문화행사에 참여하고, 정의를 위해 거리로 나설 줄 알아야 하며, 협동조합에 하나 정도는 가입하고, 지역 축제에 직접 재능을 기부할 것, 그리고 언제든 청춘들의 멘토가 가능하며, 평생 공부할 전문 분야가 있을 것.’

리더는 틈을 인정하는 사람이다

사석에서 “우리 정치인들의 문제가 뭘까?”라는 질문을 던져봤다. 수많은 답이 나왔지만, 그중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가장 많았다. 서로 잘났고 아니라고 잡아떼면 끝이니 그런 모양이다. 일류여야 할 정치가 이렇다면 건국 이후부터 끊임없는 갈등만 일삼던 역사 분야는 어떨까? 두어 해 전 역사가 이덕일의 강의를 들었다. 그는 강의를 마칠 즈음 의외의 말을 했다. 한가람역사연구소 소장인 이덕일은 노론사관과 식민사관에 문제를 제기하며 강단 사학자들을 공격한 독립 사학자로 유명하다. 내가 그의 강의를 들은 시점은 마침 KBS에서 중국의 동북공정 현장을 고발할 무렵이었다. 양복 차림에 억양이 없는 말투지만 내용은 단단히 날이 서 있었다.

“베이징에 갔을 때입니다. 중국 학생들이 고조선과 고구려의 땅이 중국 땅이라고 하는데도 우리 유학생들은 대답을 못하더군요. 역사를 모르는 사람들이 리더가 어떻게 됩니까? 여러분은 한사군을 어떻게 배웠죠? 낙랑공주와 호동왕자의 그 낙랑이 오늘의 평양쯤에 있었다고 배웠을 겁니다. 그런데, 사료나 유적들을 보면 지금의 베이징 근처입니다. 중국 사람들이 최고로 치는 역사서 《사기》 본기에 ‘낙랑 수성현에 갈석산이 있는데 (만리)장성의 기원이다’라고 나와 있어요. 이게 결정적 증거입니다. 갈석산은 지금 베이징 근처에 있는 산입니다. 강단 사학자들이 고증도 거치지 않고 일본 식민사학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서 이렇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일본에서 역사를 배웠거든요. 한사군 위치 문제는 앞으로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 고조선이 망한 것도 한나라와의 전쟁에서 패했기 때문이 아니라 고조선의 내분 때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나라와 고조선의 전쟁이 끝나고 한나라가 전쟁을 지휘했던 세 명의 장수들을 다 죽였다는 게 증거입니다. 그들 힘으로 전쟁에서 이겼다면 그럴 리가 없겠죠.”

강의가 끝난 후 나는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 그러면 강단 사학자들은 그간의 연구에 대해 뭐라고 하나요?” 그랬더니 묘한 표정을 짓다가 웃으면서 뜻밖의 대답을 했다. “알겠으니 우리가 죽거든 고쳐라, 그땐 여러모로 부족한 시대였다고 하더군요”라고 했다. 역사의 틈을 지속적으로 파고든 이덕일의 공을 인정하는 다수는 ‘우리 죽거든 고치라’는 답변이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알겠으니’에도 주목하고 싶다. 역사에서 개인의 힘으로 100퍼센트의 진실에 다다를 수 없다. 각자가 가진 가정의 틈을 메워야 한다. 체면에 목숨 거는 한국에서 그런 틈을 인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름다운 인정의 사례가 있다. 포항제철의 고 박태준 회장이 1980년대에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읽고 극찬을 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측근이 정색을 하며 말했단다. “회장님, 그는 빨갱이입니다.” 그러자 박 회장은 “이 사람아, 잘 쓴 것은 잘 썼다고 해야지. 사람을 그렇게 몰면 정말 빨갱이가 돼”라고 대답했다. 그 후 박태준 회장과 조정래 작가는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박 회장이 세상을 떠났을 때 조정래는 그를 위한 진심 어린 조사를 낭독했다. 리더들의 통 큰 인정이다.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1980년대 초까지 식민지 반봉건론을 주장하다가 1980년대 후반 북한과 러시아 정치의 후진성에 충격을 받고 자신의 이론을 뒤집는 연구를 했던 서울대 안병직 명예교수다 그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유가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하되 내 자유가 지고의 가치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자유주의다”라고 말했다. 진실의 틈을 끝까지 파헤치는 지성의 인정이다. 우리는 진실 앞에서 오류투성이일 뿐이다. 남의 틀린 점은 말하긴 쉬워도 나의 옳음을 증명하기는 힘들다. 그러니 자기의 틈을 인정하는 자가 리더가 된다. 만일 당신이 진정 세상과 크게 소통하겠다면 인정사정 보지 말고 인정해야 한다.

성공의 틈, 명품 성공

마케팅에서 명품은 품질, 희소성, 장인 정신, 그리고 소장 가치가 있는 것을 말한다. 명품을 가리키는 영어 단어 Masterpiece가 ‘장인의 작품’이라는 뜻임을 볼 때, 장인정신은 특히 명품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라 할 수 있다. 장인 정신은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는다. 디지털 기기와 스마트폰에 아직 명품이 없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우리 사회는 성공 신드롬에 갇혀 있다. 그런데 성공에도 명품이 있다. 우리는 명품 브랜드도 좇고 성공도 좇지만, 명품 성공에 대해서는 그다지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엔 성공을 꿈꾸는 10대들이 많이 나온다. 부모의 인터뷰를 보면 대부분 이렇다. “아이가 정말 좋아한다는 걸 알고 밀어주기로 했어요.” 그렇다면 아이가 원하면 도박사라도 시킬 셈인가? 빅뱅이나 소녀시대, 카라가 뜰 무렵 유명한 대중음악 평론가가 내게 한 말이 있다. “지금 기획사에 그런 팀들이 수십 팀 대기 중이죠. 그 아이들은 아직 인생, 사랑도 모르는 공연 기계입니다. 그 아이들 중에서 성공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친구들이 나올까 걱정입니다.” 환상만 품고 있는 기획된 공연 기계에서는 결코 명품 성공이 나올 수 없다. 20대에 홀로 프랑스로 떠난 ‘유럽 한류 원조’ 재즈 가수 나윤선이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했다. “모두가 한류, 한류 하는데 이런 상업주의는 한국 문화가 균형 있게 뻗어가는 데 오히려 방해물이 될지 몰라요. 재즈는 흑인들이 물적 기반 없이 창조한 음악입니다. 이런 장르가 100년 넘게 계승된 힘은 자본이 아니라 장르 자체가 가진 스피릿인 거죠.” 이게 명품이다.



사자의 시간을 사는 사람



네 부류의 인재

우린 섬에 홀로 떨어진 로빈슨 크루소가 아니다. 당연히 사회적 관계라는 틀에 영향을 받는다. 바람의 삶을 살지, 바람맞는 삶을 살지는 30퍼센트는 자신에, 70퍼센트는 관계에 달려 있다. 따라서 10년 사고를 하려면 자기 자신, 다른 사람과의 관계 그리고 상호 지향성의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먼저 사람들을 분류해보기로 했다. 우리는 도대체 어떤 사람들과 살고 있고 나는 그중 어떤 부류에 속할까?

분류의 큰 기준은 변화를 수용하는 정도다. 인재의 유형은 변화수용 정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변화수용모델로는 1962년 에버릿 M. 로저스의 모델이 유용할 것이다. 생소할지 모르나 사실 일반인들도 이 모델의 용어를 많이 쓰고 있다. ‘이노베이터(Innovator)’와 ‘얼리어답터(Early adopter)’, ‘래거드(Laggard)’가 그것이다. 로저스는 신제품이나 기술을 수용하는 데는 일반적으로 다섯 단계의 소비자를 거치면서 확산된다고 주장한다. 제일 처음 수용하는 이들은 이노베이터(2.5퍼센트)다. 그다음은 얼리어답터(13.5퍼센트), 일반적인 다수 수용층(68퍼센트, 이 그룹은 다시 둘로 나뉜다), 그리고 제일 늦게 수용하거나 하지 않는 래거드(16퍼센트)의 순으로 확산된다는 것이다. 각각의 수용 단계 사이에는 당연히 틈이 있다. 그 틈을 빙자해서 수용자들은 자신의 우월함이나 가치를 드러낸다. 이것이 수용되는 시간은 일정치 않다. 신제품이나 기술처럼 기능적인 것들은 빠르게 받아들이지만 민주주의, 언어, 사상 같은 것들은 수십 년에서 수백 년이 걸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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