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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원하는 기회는 아직 오지 않았다

홀름 프리베 지음 | 비즈니스북스
당신이 원하는 기회는 아직 오지 않았다

홀름 프리베 지음

비즈니스북스 / 2014년 7월 / 232쪽 / 13,000원





Be Here Now - 나는 지금 어디에서 길을 잃었는가



움직일수록 길은 더 보이지 않는다

“조난되어 목숨을 잃은 사람들은 모두 정신적 혼란 때문에 죽었다.” 캐나다의 저널리스트인 로렌스 곤잘레스는 그의 저서 『생존』에서 이렇게 적었다. 곤잘레스는 이 책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어떤 전략이 가장 확실한 생존을 약속하고 또한 어떤 전략이 재앙으로 이끄는지 분석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생존을 약속하는 전략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Be here now!’이다. “길을 잃었음이 확실해지는 마지막 단계는 끝일 수도 있고 새로운 시작일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포기하고 죽는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상황을 받아들이고 살아남으려 한다. 생존법은 대단한 능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완벽할 필요도 없다. 그냥 다음 단계를 올바르게 진행하기만 하면 된다.” 올바른 다음 단계란 대부분의 사례에서 ‘그 자리에 머무는 것’이다. 즉, 현재의 상황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다. 따라서 길을 잃었을 때 거의 모든 생존 전략은 다음과 같다. ‘달리지 말고 멈춰라! 지금 있는 그곳에 머무르며 힘을 아껴라!’

히말라야의 죽음의 존에서 조난되었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곳에 가만히 머무르는 것은 얼어 죽겠다는 뜻이다. 아무리 기다려도 구조 헬기는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주 희박하더라도 수색대가 올 가능성이 있거나 정기적으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장소라면 그 자리에 머무르는 것은 확실히 믿을 만한 생존 전략이다. 이 이야기는 책상에 앉아 이어폰을 꽂고 듣거나 세미나에서 듣거나, 어떤 식으로든 문명의 울타리 안에서 들으면 말할 필요조차 없는 당연한 소리로 들릴 것이다. 그러나 막상 인적이 드문 산에서 길을 잃으면 이 전략은 실천하기 가장 어려운 전략이 된다.

길을 잃은 사람들 99퍼센트가 이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 조난 전문가 케네스 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캐나다의 노바스코샤에서 그동안 길을 잃은 800명 중 단 두 명만이 구조 확률을 높이기 위해 의식적으로 한 장소에 머물렀다고 한다. 케네스 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부분의 조난자들은 발견될 당시에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있지만, 그것은 의식적으로 머문 것이 아니라 지쳤거나 잠들었거나 의식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런 단순한 규칙을 따르기가 그렇게 어려운 데는 체면이나 창피함과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것은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고 자신과 구조대에게 무능함과 약함을 고백하는 일이다. 운명의 결정은 자기 극복에서 시작된다. 그렇기 때문에 잘 훈련된 건장한 남자들의 생존 가능성이 오히려 더 낮다.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와 과신 그리고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고집은 그들의 좋은 신체적 조건마저 소용없게 만든다. 반면 어린아이들의 생존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곤잘레스의 말대로 어린이들은 어른들과 달리 위험 상황에 처하면 바위처럼 행동하기 때문이다. “어린아이에게는 지식과 경험을 능가하는 신비한 능력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이 무엇인지 학술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추측컨대 어린아이들의 본능적인 행동 패턴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어린아이의 두뇌는 심리 지도 같은 몇몇 능력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 그래서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장소를 찾아갈 생각을 못한다. 다시 말해 눈에 보이지 않는 어느 지점으로 날아가지 않는다. 또한 아이들은 본능을 따른다. 추우면 따뜻한 곳을 찾아 속이 빈 고목 안으로 기어들어 간다. 힘들면 쉬기 때문에 지쳐 쓰러지지 않는다. 목이 마르면 물을 찾아 마신다. 몸이 편한 쪽을 택하고 그러한 행동이 그들을 살린다.”

또한 노인의 고집과 침착성도 생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2012년 여름, 기적적으로 구조된 바이에른 주 출신의 70대 남자 이야기가 언론에서 일제히 보도된 적이 있었다. 그는 티롤 지방의 얼음 틈 사이에서 일주일을 버텼다. 배낭에 있던 유일한 식량인 초콜릿을 신중하게 나누어 매일 한 조각씩만 먹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최대한 에너지를 아꼈다. 엿새 후 그는 등산객들에 의해 발견되어 구조되었다. 체온이 34도까지 떨어졌고 얼음물의 미네랄 때문에 신장이 약간 손상되었지만 의사들의 소견은 “전체적으로 아주 양호하다.”였다. 그 남자는 곤잘레스가 소개한 ‘생존을 위한 기본 법칙’을 무의식중에 따랐다. “생존을 다투는 상황은 태엽시계와 같다. 저장된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에너지를 쓸 때마다 저장된 자원이 줄어든다. 이럴 때는 한정된 자원을 극단적으로 인색하게 쓰는 것이 최선이다.

이것이 바위 전략의 첫 번째 가르침이다. 살아남고 싶으면 움직이지 말라! 그리고 상황을 파악하라! 바라는 미래가 아닌 ‘현재 상태’를 기반으로 하여 에너지를 아끼고 자원을 잘 분배하라!

능동적인 기다림의 기술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실패를 찬양했던가? 최근에는 실패를 나쁜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자주 비판의 도마에 오른다. 그리고 어김없이 사무엘 베케트의 표어가 인용된다. “다시 도전하라. 다시 실패하라. 더 잘 실패하라.” 마치 다 함께 외쳐야 할 구호처럼 들린다. 실패가 소중한 경험인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손해를 통해 영리해지고, 시련을 겪으며 강해진다. 일곱 번 쓰러지면 여덟 번 일어나 성공할 수 있다. 실패와 좌절 속에는 뭔가 영웅적인 것이 들어 있다. 헨리 포드 역시 끈기를 좌우명으로 제안했다. “실패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포기할 뿐이다.” 그러나 최근의 실패 숭배에서 빠진 것이 있다. 실패는 결코 멋진 일도, 추구해야 할 일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해야 하는 것이 실패다. 그러나 이 실패의 팬들은 형편없는 지식으로 구호를 외치고 깃발을 휘날리며 불행의 절벽으로 뛰어든다. 희망을 품고 있지만 참고 기다릴 줄 모르는, 성급하고 경솔한 사람들이다.

한때 투자은행 직원이기도 했던 월스트리트의 변호사 프랭크 파트노이는 자신의 저서 『속도의 배신』에서 신속함을 이기는 기다림의 사례들을 상세히 설명했다. ‘연기의 기술과 과학’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에서 파트노이는 초단타 트레이딩을 하는 기업을 향해 유용한 조언을 제공하고 있다. “테니스에서는 실력 있는 선수일수록 공을 질러 넣을 구석을 결정하기 전에 0.01초 더 망설이는 경향이 있다. 또한 뛰어난 코미디언일수록 웃음 포인트를 뒤로 미루어 관객을 더욱 흥분시킨다. 의사가 기계적인 진단과 편향에 대적하여 환자에 대한 확진을 가능한 한 열어둠으로써 더 나은 진단을 내리는 경우도 속도를 배신한 사례다.” 파트노이의 조언에 따르면 눈 깜작할 순간에 수십억씩 이동하는 기관투자자들도 사실은 숨 쉴 틈 없이 진행되는 일과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장기적인 전략을 세우는 것이 더 좋다. “초고속 트레이딩 기업에도 ‘느리게’ 문화가 있다는 것이 놀랍겠지만, 이곳의 관리자들은 초고속 거래를 컴퓨터에 맡겨 둔 채 뒤로 기대앉아 시장에 대해 전략적으로 숙고한다.”

그가 제시한 ‘OODA’는 전략적 결정을 위한 좋은 청사진이자 귀담아 둘 만한 원리다. Observe(관찰하기), Orient(방향 설정하기), Decide(결정하기), Act(행동하기)!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번째 단계인 ‘방향 설정하기’를 빼 버리는 경향이 있다. 아무것도 놓치지 않으려는 편집증적 조급증 때문에 이 단계를 건너뛰는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멈춰 서서 깊이 생각하고 준비하는 능력이야말로 트렌드를 쫓는 기회주의자와 훌륭한 전략가를 구별 짓는 기준이다. 파트노이의 핵심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이렇다. “진정한 프로는 결정할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으며 기다릴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린다.” 파트노이가 최고의 사례로 소개한 투자계의 전설 워렌 버핏은 뼛속까지 이 원리에 충실했던 인물이다. 그는 기다림과 긴 호흡에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능숙했고 사람들에게도 늘 이것을 강조했다. “빨라서가 아니라 올바르게 투자했기 때문에 돈을 번다. 얼마나 오래 기다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매력적인 투자 기회들을 모두 흘려보내면서 진짜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리려면 최고의 자기통제가 필요하다. 워런 버핏은 증권시장을 야구 경기에 비교한다. 관중들이 계속해서 “때려!”, “휘둘러!”를 외치지만 노련한 타자는 마음에 드는 공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 버핏이 2013년 초에 거둔 성공도 그랬다. 아마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텐데, 그는 “케첩을 좋아하거든요.”라는 귀여운 이유를 대면서 “지루하고 노쇠한 기업” 하인즈의 주식을 과반수나 매입했던 것이다. 그러자 갑자기 하인즈 주가가 치솟았다. 증권시장이 버핏의 마법을 믿었기 때문이다. 버핏의 굳건한 투자 전략은 거래를 적게 하고 매입한 주식을 오래 보유하는 것이다. 투자를 할 때 활동성과 실적을 연결하지 않는 것, 이것이 그의 신념이다. 그는 자신의 투자 전략을 나무늘보에 버금가는 느림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사실 버핏은 증권계의 상식인 ‘매수 후 보유’ 원칙을 따랐을 뿐이다. 이는 유럽의 전설적인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이미 설교한 것이기도 하다. “잘 혼합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오래도록 가만히 두어라!” “부자가 되고 싶다면 주식을 사고 수면제를 먹어라. 그리고 10년 후에 무슨 일이 생기는지 보라!” 사실은 일반적인 경제성장이 가치를 상승시킨다. 그리고 수위가 오르면 배들도 덩달아 높이 오르게 된다.

지속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 주고 돈을 버는 펀드매니저, 고객에게 지속적인 재구성을 권함으로써 돈을 버는 은행들이 오늘날처럼 불안정한 시장에서는 ‘매수 후 보유’의 원칙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2013년 3월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존탁스차이퉁》의 파트리크 베르나우 기자는 이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를 요약했다. “하나는 확실하다. 수면제를 먹은 쪽이 안 먹은 쪽보다 돈을 더 번다. 깨어 있는 민첩한 주주들은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재구성하지만, 그럼에도 결국에는 투자를 그냥 오래 두는 사람보다 돈을 적게 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액투자자들은 물론 펀드매니저들까지도 발 빠른 투자에 매혹된다. 자신이 시장보다 영리하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펀드매니저와 그의 조언을 듣는 투자자들은 행동편향 외에도, 활동적인 거래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는 ‘통제 환상’ 같은 체계적인 착각에 빠진다. 그러나 가장 굼뜨게 관리된 펀드만이 닥스 지수나 닛케이 지수를 이긴다는 연구 발표가 점점 늘고 있다.



Don’t Believe The Hype - ‘혁신’이라는 이름의 환상



신중한 여우 vs 자신에 찬 고슴도치

많은 사람들이 변화의 방향을 명확히 잡기 위해 트렌드 전문가나 미래 전문가를 찾는다. 행동주의 매니지먼트의 페이스메이커이자 안내자인 이들은 사람들에게 특정 방향에 맞춰 행동하라고 다급하게 외친다. 그러나 기회를 잡기 위해 이들을 따랐던 사람들은 합당한 조언이 아닌 형편없는 충고만 들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대체 인정받는 전문가들의 미래 진단은 얼마나 정확한 것일까? 어디까지 믿을 수 있고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미국의 심리학 교수 필립 테틀록은 1980년대 중반 구소련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을 선언함으로써 전략지정학적 진단이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을 때, 장기 실험을 시작했다. 그는 저널리스트에서 교수에 이르기까지 정치ㆍ경제 분야의 유명한 전문가 284명을 조사했는데, 이들은 어떤 형식으로든 정치ㆍ경제 트렌드를 진단하여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이 있는 이들이었다. 테틀록은 이들에게 ‘2년 뒤에 기름 값은 얼마일까요?’, ‘인도와 파키스탄이 5년 안에 전쟁을 할 확률이 얼마일까요?’ 등 미래를 판단할 수 있는 질문들을 보내 답변을 부탁했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20년 넘게 2만 8,000페이지에 달하는 믿을 만한 설문 자료를 수집하여 이를 실제 일어난 일과 비교했다.

2005년 『전문가의 정치적 판단』이라는 책으로 발표된 실험 결과는 전문가 집단에게 그야말로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전문가들의 미래 진단 수준은 순전한 우연보다 나을 게 없었다. 테틀록의 표현대로, 예측 적중률에서 그들은 “침팬지가 무작위로 던진 다트보다 못했다.” 그러나 모두가 똑같이 성적이 나빴던 건 아니다. 테틀록은 전문가들을 여우와 고슴도치로 나누었다. 여우와 고슴도치의 구별은 이사야 벌린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벌린은 고대 그리스의 우화에서 이 개념을 가져왔다. “여우는 많은 것을 알고 고슴도치는 중대한 것을 안다.” 즉, 고슴도치는 한 분야에 집중하여 중대한 아이디어를 쫓는다. 반면 여우는 폭넓은 분야에서 지식을 쌓고 겸손한 자세로 미래를 대한다. 태틀록의 실험에서 여우는 조심스럽고 신중한 진단 덕분에 확실히 고슴도치를 이겼다. 반면 고슴도치는 오히려 그들의 전문 분야와 관련될수록 더 엉뚱한 진단을 내렸다. 그들은 ‘위대한 전문 지식’ 때문에 자신의 진단 능력과 생각이 미래에 미치는 영향력을 과대평가했다. 자만이 맹신을 낳은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서는 신중한 여우가 아니라 자신에 찬 고슴도치가 더 주목을 받는다. 댄 가드너는 『앨빈 토플러와 작별하라』에서 전문가가 내린 진단의 충격적인 부정확성을 조롱하면서, 그럼에도 사람들이 전문가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까닭을 설명했다. “인간은 안전을 원한다. 그것이 전문가 진단이 지닌 심리적 부가가치다. 여우는 이것을 주지 못한다. 여우는 미래에 대한 경우의 수를 제한하고 개별 확률을 신중하게 조합한다. 그러나 이것은 불안정을 축소시킬 뿐, 제거하지는 못한다. 반면 고슴도치는 자신 있게 예언한다. 스스로 오류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런 과신은 대중에게 전문가로 인식되기 위한 전제 조건인 동시에 미래 진단에서 범하는 가장 큰 오류다.”

혁신만 바라보면 정말 중요한 것을 못 보게 된다

물론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다. 테크놀로지의 변화에 강하게 영향을 받는, 그래서 혁신이 매우 중요해 보이는 것들이 분명 있다. 예를 들어 컴퓨터 분야와 전자 분야가 여기에 속한다. 그러나 매우 역동적인 분야에서도 발전을 고집스럽게 거부하는 섬이 존재한다.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전통적인 분야에서 혁신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의 세계적 확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정보 및 광고 매체는 텔레비전이다. 텔레비전뿐만이 아니다. 라디오 이용률은 젊은 층을 필두로 모든 연령대에서 증가했다. 미디어 분석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전 국민의 80퍼센트가 낮에 라디오를 들으며 하루 평균 청취 시간은 안정적으로 199분을 유지한다고 한다.

저울의 한쪽에 혁신이 있다면, 다른 한쪽에는 100년 전과 똑같이 생산되는 상품과 끈기 있게 모든 변화에 대한 압박을 이겨 내고 이윤을 올리는 기업이 있다. 바로 시대에 구애받지 않는 명품 회사들이다. 산업화의 대량생산 논리에서 보면 이들은 구닥다리 그 자체인 옛날 수공예 기술과 생산 과정을 유지한다. 그러나 바로 그 방식이 이윤을 창출한다. 최근에는 수공예 기술자, 가방 장인, 모피 장인 등 옛날 방식을 고집하는 제조업자들이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이렇게 전통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소규모 기업들은 ‘명품은 영원하다’는 선전 문구 아래 수백 가지 제품들을 카탈로그에 소개한다. 변화를 거부하는 이들의 태도는 오히려 높은 질을 보증하는 증명서다. 스위스 명품 시계 제조사 바쉐론 콘스탄틴은 ‘1755년 제네바 호수의 한 섬에 설립되었고 아직도 그곳에 있다!’는 슬로건으로 광고한다. 기계식 시계의 르네상스야말로 옛 기술이 디지털 시대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가치와 끈기가 있음을 보여 주는 확실한 증거다.

2005년에 영국 라디오 방송국 BBC 4에서는 전 시대를 통틀어 최고의 발명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청취자들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놀랍게도 자전거가 59퍼센트라는 월등한 지지율을 얻어 1등을 했다. 반면 인터넷은 겨우 4퍼센트 지지율로 7위에 머물렀다. “인간은 완벽하게 현대적이길 원한다.”는 시인 아르튀르 랭보의 전위적인 주장은 예술에서는 정당성을 가질 수 있지만 일상과 실제 역사에서는 정반대다. 현재는 아직 고르게 분포되지 않은 미래와 잊히고 싶지 않은 과거의 혼합이다. 그리고 후자가 더 많이 들어간다. 영국의 기술사학자 데이비드 에저턴이 『구식의 충격』에서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도 바로 이것이다. 새로운 것을 어떻게 이용할지를 보지 않고, 오로지 새롭기 때문에 혁신만 응시하고 있으면 우리는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 새로운 테크놀로지는 발명 후 수백 년 혹은 수십 년 동안 사용되는 사이에 대부분 사라진다. 그러나 성공한 테크놀로지에는 언론이 치켜세우는 최첨단 기술에 들어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잠재력이 들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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