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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없으면 돌아서 가라

류동일 지음 | 올림
길이 없으면 돌아서 가라

류동일 지음

올림 / 2014년 9월 / 280쪽 / 13,000원





그대, 무엇을 꿈꾸는가 : 꿈의 계획



소중한 내 꿈에 나만의 의미를 담다

내 나이 열아홉, 죽어도 평범한 직장인은 되기 싫었다. 반복적인 일상이 따분해 보였고, 뭔가 멋져 보이는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운동을 좋아했던 나는 어렴풋이 경호원을 꿈꾸었고 결국 용인대 경호학과에 입학했다. 거제도 시골을 떠나 화려한 도시에서 펼쳐질 꿈을 생각하며, 졸업하면 대통령 경호실에 들어가리라는 부푼 마음을 안고 나의 20대는 시작되었다. 그런데 학교를 휴학하고 해병대에서 군 복무를 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내 등록금이라도 보태려고 새로 시작한 일 때문에 건강이 많이 나빠지셨다고 한다. 그날 나는 야간 근무를 서며 생각에 잠겼다. 지난 20년간 나는 다른 누군가를 위해 무엇을 해보았던가. 받기만 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해오지 않았던가.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고 싶어서 일하면서 중간에 스트레스를 푸는 운동법을 알려드렸다. 어머니는 무척 좋아하시면서 다른 직장인들도 다 힘들게 일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전화를 끊었다. 며칠 뒤 부사관이 틈틈이 지식을 쌓으라며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라는 책을 한 권 건네주었다. 책에는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찾아가는 법칙들이 적혀 있었다. 책을 읽다가 번뜩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어머니께 도움을 드리게 되어 기뻤던 순간, 직장인들이 힘들게 일하고 있다는 어머니의 말씀 그리고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한 방향으로 연결되는 느낌이었다. 나는 지금도 그때의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내가 이루고 싶은 꿈, 내 삶에 담고 싶은 의미가 뚜렷하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이 건강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 갑자기 내 인생이 밝아지고, 왠지 모르게 내 자신이 더욱 가치 있는 존재가 된 기분이었다.

부족하면 더 간절해진다

대학에 입학했을 때 내 키는 무척 작은 편에 속했다. 경호학과 동기들은 대부분 180cm가 훌쩍 넘는 키에 100kg에 육박하는 몸이어서 누가 보아도 듬직한 경호원처럼 보였다. 그에 비하면 나는 그저 초라한 신입생에 불과했다. 2학년이 되었다. 꿩 대신 닭이라고, 키 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근육으로 몸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에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했다. 한 번 시작한 이상 제대로 하려고 이론 공부를 병행하며 보디빌딩 자격증까지 땄다. 노력의 보상은 있었다. 나의 덩치는 점점 커져갔고, 키 큰 동기들 틈에서 근육만큼은 자랑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더불어 자신감도 많이 회복할 수 있었다. 교내 보디빌딩 대회에서 2위 입상이라는 기대 이상의 결과도 얻었다. 돌아보면 부족했기에 더 간절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만약 다른 친구들처럼 키가 컸다면 굳이 근육을 단련시키려고 노력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용돈이 부족했던 시절에도 그랬다. 데이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이종격투기 대회에 출전한 적이 있다. 친구들은 피를 팔아 콩과 별에게 주는 것이라고 놀리기도 했지만(여자 친구와 커피숍에 자주 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편입을 위해 공부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남들보다 배로 공부한 것 같은데, 점수는 신통치 않았다.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능력을 탓하기도 했지만 달리 길은 없었다. 부족한 현실을 인정하고 더 열심히 채워나가는 것 말고는. 그렇게 해서 내가 가진 능력 이상의 무언가를 내 것으로 만들어갔다. 부족함 이상의 간절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냥 즐겁게 사는 게 낫지 않을까?

꿈은 그 자체만으로 소중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이를 현실로 만드는 데는 적지 않은 고통이 따른다. 그래서 어쩌면 꿈만 꾸고 세상에 적당히 부응하며 편하게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느낄 때가 있다. 꿈을 이루는 데 따르는 고통은 어느 정도가 좋을까? 꿈을 위해 무조건 참고 견뎌야 할까? 때로는 전력 질주도 필요하지만, 생활 리듬과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람마다 꿈이 다르고 이를 이루어가는 방식도 다르지만, 자신에 맞는 속도와 강도를 알아서 적절히 조절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할 수 있는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다. 최저점에서는 수용과 휴식을, 최고점에서는 겸손과 성찰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 집중해야 할 때가 있다. 지금 이 시기가 아니면 도저히 이루지 못할 꿈, 단기간에 승부를 내야 할 목표라면 전력을 다해 도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나 자신도 그렇게 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은 경우가 많았다. 고3 때 수능을 100일 앞두고 공부에 미친 듯이 매달렸던 일, 운동을 그만두어야 할 시점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출전했던 복싱 대회, 대학 4학년 때 참가한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내가 가진 열정과 체력을 다 바쳐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일. ‘영원히 살 것처럼 꿈을 꾸고,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자.’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꿈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온몸으로 뛰어들 일이다.

꿈은 어떻게 현실이 되는가

나는 22세 때 새로운 꿈을 꾸고 나서 난생 처음으로 꿈을 이루기 위한 중단기 계획을 세웠다. 취업을 목표로 한 1~5년의 계획부터 80년 인생 계획까지 최대한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려나갔다. 그간의 10년을 돌아보면 계획대로 이루어진 결과가 별로 없지만, 그나마 계획이 있었기에 방향을 잃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인생 계획은 수년 단위 도표를 만들었다. 10년 이후의 목표는 거의 상상에 가까운 수준이지만, 그래도 만들고 보니 눈앞의 현실처럼 느껴졌다. 중기 계획은 20대에 두 번 세웠는데, 한 번은 취업, 그다음은 결혼을 목표로 한 것이었다. 인생 계획과 비슷한 형식으로 목표를 왼쪽에 두고 오른쪽에는 반기 단위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준비의 시작과 끝을 표시했다. 1년 계획도 비슷하게 세웠는데, 이루려는 목표를 잡고 월 단위로 준비해야 할 것을 막대로 그렸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시간표를 짰다. 중단기 계획을 세우고 시간표를 짜고 나니 하루하루가 일상이 아닌, 꿈을 이루기 위한 소중한 시간으로 채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당시의 계획을 보면 상상력이 무척 풍부한 20대 청년이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중 하나라도 이루어가고 있는 현재를 볼 때 전혀 현실성이 없었던 것만은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공부만 하기엔 대학생활이 아깝다고? : 알찬 대학생활 백서



대학 생활은 동아리로 꽃을 피운다

나는 3학년 때 EIC(Elite Intensive Course)에 지원했다. EIC는 전경련에서 후원하는 서울지역 연합 대학생 모임으로, 매주 금요일 저녁 서강대에서 지원하는 시장경제 강의와 소모임, 자원봉사, 토론, 외부 특강 등의 내용으로 운영되고 있다. 여러모로 나에게는 아주 제격인 모임이었다. 다양한 활동으로 시각을 넓힐 수 있었고, 학교와 전공이 다른 똑똑한 학생들을 접하면서 나 자신을 반성할 수 있었다. 한번은 정치, 안보, 국제사회에 대한 특강이 있었다. 그쪽에 문외한이었던 나는 강의를 듣는 내내 마냥 새롭고 신기했다. 강의가 끝나고 학생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어미 새에게 모이를 하나라도 더 받아먹으려는 새끼 새들처럼 수많은 학생들이 손을 흔들어 보였다. 배움을 갈구하고 자신의 앎을 심화하려는 뜨거운 몸짓, 나의 눈에는 그들이 이미 전문가처럼 보였다.

내가 1, 2학년 때는 취미 활동 동아리가 인기였다. 나 또한 패러글라이딩, 무술, 슈퍼 바이크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캠퍼스의 자유를 마음껏 누렸다. 동아리 활동은 취미생활과 학습,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잘 활용하면 자신에게 숨어 있는 재능이나 새로움 꿈을 발견할 수 있다. 요즘에는 동아리의 풍경도 많이 바뀌었다. 재미와 의미를 추구하는 예전 동아리와는 달리 전공 공부나 취업에 도움이 되는 동아리에 신입생들이 몰린다. 극심한 취업난이 만든 또 하나의 커리큘럼인 셈이다. 나의 경우에는 편입 후부터 목표에 도움이 되는 모임을 찾았던 편이다. 인사 분야에서 일하고 싶었고, 전공 관련 지식을 더 쌓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EIC 활동을 하면서 경영, 특히 인사 업무에 대한 흥미를 확인했고, 성공한 명사들의 강의를 들으면서 나의 꿈과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했다. 4학년 때는 학습 소모임에 들어가 지식을 흡수했다. 교수님의 지도하에 마케팅 관련 책을 읽고 소개된 이론을 정리하고 관련 사례와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모임이었다. 나는 그 모임을 통해 마케팅에 새로 눈을 뜨게 되었다. 지도 교수님은 그 모임에 참석한 학생들에게 인턴이나 취업 등의 기회를 주었다. 활발한 동아리 활동은 꿈을 찾고, 지식과 경험을 키우고, 기회를 만드는 데 아주 효과적이다. 학교 안팎의 특정 학회나 동아리 모임을 찾아보고 관심 분야에 맞는 곳에서 열심히 활동해보기 바란다.

공모전에 나가볼까?

대학 3학년 때 상품으로 해외 탐방 기회를 부여하는 L 기업의 공모전에 참가하려고 제안서 초안을 만들어서 교수님께 보여드렸다. 교수님께서 “이 정도로는 안 된다. 초점도 없고 내용도 부실하고 뭘 하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하셨다. 얼굴이 벌게진 나는 “괜히 보여드렸다가 야단만 듣고 나왔네. 대충 하니까 결과가 그런 것은 당연해.”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4학년 1학기 때 고구려 역사 탐방 공모전 공고를 보게 되었다. 상품은 백두산을 포함한 옛 고구려 지역 탐방, 제출 사항은 다소 전문적인 역사 보고서였다. 해당 주제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나는 즉각 준비에 들어갔다. 꼭 입상해서 해외여행을 가고 싶었고, 수상기록과 역사 체험이 좋은 스펙으로 작용할 것 같았다.

공모전 준비요건은 좋지 않았다. 낮에는 인턴으로 일하고, 밤에는 학교 수업을, 주말에는 영어 학원과 봉사활동을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여유가 없는 데다 마감일도 얼마 남지 않아 시간이 촉박했다. 방법은 딱 하나, 잠을 줄여 시간을 확보할 수밖에 없었다. 평일 늦은 밤에는 자료를 수집하고 주말에는 10시간 넘게 보고서를 썼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발표된 입상자 명단, 그 두 번째에 내 이름이 올라 있었다. “와우! 나도 드디어 공모전 입상으로 해외여행을 가는구나!”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간 공부한 것들을 단지 눈으로만 보지 말자. 땅에 떨어진 돌과 부서진 성벽을 만지고 느끼며 과거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우리의 역사 탐방을 이끌고 중국의 옛 고구려 성터를 둘러보시던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다. 교수님은 또 역사학의 관점에서 경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동북아를 지배하던 고구려의 무역 이야기, 미래의 동북아 경제관 등 처음으로 접하는 관점을 현장에서 들으니 더욱 생생하게 와 닿았다. 40도를 오르내리는 날, 산 중턱 유적지에 오르고, 버스 안에서 달콤한 잠을 자거나 재미난 게임을 하고, 저녁에는 졸기도 하면서 진지한 역사 강의를 듣고, 방에 모여 신나게 수다를 떨었던 그 모든 시간이 내게는 정말로 즐겁고 보람 있는 추억이 되었다. 이후 나는 세계사와 국사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취업시험의 적성 검사를 준비하는 데도 큰 도움을 받았다.

나를 키우는 곳곳의 목소리

2012년 글로벌 인재 포럼, 로저 브라운 버클리 음대 총장의 교육철학 강연이 끝나자 여러 질문들이 쏟아졌다. 그중에는 놀랍게도 중학생이 있었다. 어른들 포럼에 웬 중학생? 하지만 그 학생이 참으로 대견했다. 자신의 꿈을 위해 배움을 찾아다니는 그 열정이. 나는 인재포럼의 중학생보다 훨씬 늦은 나이인 23세에 비로소 특강의 세계에 눈을 떴다. 그제야 특강이 좋다는 것을 알고서 듣고 싶은 강연을 찾아다녔다. 각 분야 전문가의 특강, 특정 기관의 세미나와 포럼에 연 10회 정도 참석했는데, 다양한 성공을 이룬 분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의 미래를 그려보았다. 배움의 기회는 깊고 넓을수록 좋다. 그 속에서 앎이 풍부해지고 꿈이 분명해지기도 한다. 나는 미래의 자기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하는 후배를 만나면 그때마다 각종 전문가 모임에 참석해볼 것을 권한다. 배우기 위해 왔다고 하면 대부분은 쉽게 내치지 않고 받아준다. 인도 남부의 힌두사원에 갔을 때였다. 종교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라고 소개하니 한 신도가 나를 2시간 동안 동굴 사원에 가둬두고 직접 힌두 의식을 치러주었다. 피부도 다르고 언어도 다른 낯선 한국 청년에게 따뜻한 관심과 배려를 베풀어주었다. 나는 그때 배우고자 한다면 기회는 언제 어디서든 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길이 없을 땐 돌아서 가도 좋다 : 우회로 질주법



돌아서 간다는 것

돌아서 가는 길은 단지 실패의 결과일까? 그전의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는 면에서 보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도전 중이고 더 크고 단단해진 목표를 위해서이거나 새로운 꿈을 위한 발걸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돌아서 가는 길은 수정된 계획상의 활주로이고, 다른 꿈을 향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돌아서 가는 길은 불편하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예기치 않은 상황도 발생하고, 갈 길을 방해하는 요소들도 도처에 깔려 있다. 게다가 곱지 않은 시선들이 사람을 괴롭힌다. 하지만 괜찮다. 조금 힘들고 괴로워도 소중한 내 꿈과 목표를 위해서는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는 길이다. 돌아서 가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이 있다. 주어진 현실을 인정하고, 자신의 현재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것에 만족하는 긍정의 자세다. 또다시 돌아가는 일이 있더라도 초심을 잃지 말고 그 상황을 의연히 받아들일 수 있다면, 분명 그 길은 훗날 영광의 길이 되어 우리 인생을 든든히 떠받쳐줄 것이다.

경영학도가 되고 싶었던 체대생의 몸부림

내가 경호학과에서 경영학과 편입을 결심한 이유는 한 마디로 새로운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경호원이 아닌, 건강한 직장생활을 돕는 사람이 되기 위해 관련 학문을 직접 배울 수 있는 경영학과로 옮기고 싶었다. 전과를 할 수도 있었지만, 체대에 특화되어 있는 용인대보다는 조금 더 공부에 친화적인, 기왕이면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모여 있는 학교로 편입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편입을 결심하고 독학으로 편입 시험공부를 시작했다. 공부에 재미를 느껴 하루에 15시간씩 공부했다. 너무 무리를 해서 눈과 목에 통증이 생겼다. 고통을 이겨내면서 편입시험을 한 달 정도 앞두고 있을 무렵, 이번에는 불면증이 나를 공격했다. 자려고 할수록 잠은 더 멀리 달아났다. 너무 속상해서 화가 났다. 수면제를 먹어볼까 고민도 했다. 문득 그 순간, “잠이 안 오면 오히려 좋은 거 아닌가? 그 시간에 공부하면 되잖아! 어디 한번 잠이 올 때까지 공부해보자.”라는 독한 마음이 들었다. 그 후로 잠이 오지 않으면 새벽 해가 뜰 때까지 공부를 했고, 그러다가 잠이 와서 쓰러질 것 같으면 잠을 잤다. 나를 괴롭혔던 불면증도 어느덧 사라지고, 그다음부터는 별 탈 없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 상반기 시험일이 되었다. 몇 곳의 대학에 지원하여 최선을 다해 시험을 보았다. 결과는 모두 탈락이었다. 눈앞이 막막했지만 다시 용기를 냈다. “포기할 순 없어. 이미 자퇴까지 한 마당에 어쩌겠나. 다시 해야지.” 서울로 돌아와 이번에는 편입학원에 등록을 했다. 매일 아침 자습을 1시간 하고, 수업을 8시간 듣고, 저녁에 5시간 자습을 하고, 집에 가서 1시간 더 공부를 하는 것을 반복했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가운데 겨울이 다가왔다. 가고 싶은 대학 6곳에 지원을 하고, 한 곳 한 곳 시험을 치러나갔다. 결과를 기다리는데 결국 ‘다 맞았다.’고 생각했던 대학으로부터 합격 통보를 받았다. 합격증을 보면서 친구와 얼싸안고 펄쩍펄쩍 뛰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경영학과 편입 성공!’

취업, 국내에서 안 되면 해외로

4학년 2학기, 나는 20여 번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면접 한 번 보지 못한 채 우울해하고 있었다. 서류 전형조차 통과하지 못한 탓이다. 제발 면접이라도 보게 해주었으면 하는 목마름으로 속이 타들어갈 즈음, 현대차 인도법인 인사 부문 채용 광고를 보았다. 한국 본사와는 무관하게 현지 법인에서 주관하는 채용인데, 인도 직원과 동일한 수준의 연봉과 복지를 제공한다고 했다. 당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선뜻 내키지가 않았다. 한국의 번듯한 회사들을 두고 굳이 자비까지 들여 인도에 가야 하나? 한 친구는 “미쳤나. 거길 가게?” 하며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듯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지원했다. 그동안 꿈꿔왔던 글로벌 기업의 인사 직무였기에 그때 다시 생각해보자는 심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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