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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꿈은 내가 되는 것이다

허병민 지음 | 지식공간
나의 꿈은 내가 되는 것이다

허병민 지음

지식공간 / 2014년 4월 / 220쪽 / 13,800원





첫째 퍼즐_ 당신은 자신을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스티브 잡스(Steve Jobs). 여러분은 이 이름을 들을 때 머릿속에 어떤 단어들이 떠오르시나요?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에어, 아이팟, 혁신, 키노트(PT), 비전, 완벽주의, 독재자, 췌장암, 기타 등등. 간첩이 아닌 한 거의 예외 없이 대부분 다 비슷한 단어들을 떠올릴 겁니다. 그가 2005년 스탠포드 졸업식 축사에서 마지막에 던진 말 “Stay hungry, stay foolish.”를 떠올리는 분들도 있겠지요.

제가 좀 유별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의 경우 ‘스티브 잡스’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조금 다릅니다. 저는 정체성(identity)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조금 더 쉽게 풀어 설명하자면, 나(me, myself, I)라는 단어 말입니다.

저는 잡스가 주도해 창조해낸 수많은 작품들, 나아가 그가 애플을 운영해온 방식, 그 안에 담긴 엄청난 비전보다도 오히려 그가 그 작품들을, 애플이라는 회사를 어떻게 생각했는지에 대해 관심이 갑니다. 잡스가 자신의 그러한 생각을 정의 내린 방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있지요. 햇수로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겠습니다. 잡스는 2010년 애플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자신의 키노트 연설을 마무리하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비록 애플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제품들을 발명하고 있습니다만, 우리는 단순히 ‘기술’ 회사가 아닙니다. 기술에다 인문학과 교양을 결합시킨 것, 바로 그것이 애플을 특별하게 만들어주지요.” - 2010년 스티브 잡스 키노트 가운데

이어 그는 2011년 애플 스페셜 이벤트에서 자신의 연설을 마무리하면서 다시 한 번 비슷한 얘기를 꺼냅니다.

“애플에는 ‘기술력만으로는 안 된다’라는 DNA가 심어져 있습니다. 기술과 교양 혹은 인문학을 결합시켜 우리가 기대하는 결과를 얻는 것, 이것이 우리의 가슴을 뛰게 만들지요.”

잡스는 사람들에게 ‘애플 = 기술 + 인문(교양)’이라는 등식을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강조하면서 모두의 뇌리에 애플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각인시켰지요. 애플이라는 한 회사가 갖고 있는 정체성을 이 이상 깔끔하고 단순명료하게 정의내릴 수 있을까요. 그는 어떻게 그렇게 확고하고 심플하게 자신의 회사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있었을까요? 그건 아마도 잡스가 자신의 회사, 그리고 거기에서 나오는 제품들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자신 있는 사람만이 심플해질 수 있다.

- 잭 웰치(前 GE 회장 및 CEO)



여러분이 현재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면,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소속되어 있는 □□□□란 곳은 무엇을 하는 곳입니까? 한 문장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는지요. 만약 여러분이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뭐라고 대답하시겠습니까? 여러분은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곳에 대해 얼마만큼 알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혹시 한 번이라도 곰곰이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지금 내가 소속되어 있는 곳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지요. 그것은 다름 아닌 바로 ‘나’입니다. 그래서 같은 맥락에서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누구십니까? 한 문장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는지요.



자신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 많이들 말문이 막히는 막막함을 경험할 거라 봅니다. 자신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 정의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갑작스럽고 불편하고 이상하게 느껴지겠지요. 자신을 고작, 겨우 한 문장으로 설명하는 것을 다소 불쾌하게 받아들일 분들도 계실 겁니다. 반응이야 어찌되었든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그 한 문장이 우리의 입에서 생각 외로 쉽게 튀어나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왜 그런 걸까요? 말 그대로 더도 덜도 말고 고작, 겨우 한 문장인데 말입니다. 나를 설명하기엔 턱 없이 부족해 보이는 한 문장으로 스스로를 표현하기가 생각 외로 쉽지 않은 이유가 뭘까요.

낙서인지 뭔지 알 수 없는 그림이지만 송곳으로 찌르듯, 우리가 놓치고 있는 진실의 순간을 포착하는 화가가 있습니다. 2011년 말 국내에서 전시회를 열었던 루마니아 출신의 낙서화가, 댄 퍼잡스키(Dan Perjovschi). 그의 작품 중 흥미를 끄는 그림이 하나 있습니다. 어쩌면 이 그림에 그 해답이 놓여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낙서 같은 그 그림 속에는 총 네 개의 사물이 등장합니다. 가장 왼편에는 마치 야구장의 홈베이스처럼 생긴 오각형의 집이 있습니다. 바로 아래에 ‘My House’라고 적혀 있지요. 집의 오른편에는 집보다 작은 자동차가 한 대 그려져 있고 그 밑에는 ‘My Car’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어서 바로 오른편에는 자동차보다 작은 네모가 하나 그려져 있는데 역시 밑에 ‘My Credit Card’라고 쓰여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오른편에는 점 하나가 콕 찍혀 있지요. 대체 이 점은 뭘까요? 아래를 보니 ‘Me’라는 글자가 박혀 있습니다. 자, 어떤 그림인지 상상이 되시나요?

우리는 우리 자신을 설명할 때 종종 소유물로 자신을 대변하곤 합니다. ‘나, 이런 데서 사는 사람이야!’ 혹은 ‘나, 이런 차 타는 사람이라고!’ 아니면 ‘나, 이 정도 버는 사람이거든?’ 그런 상황에서 퍼잡스키는 묻습니다. ‘당신의 소유물 말고, 당신 자신은 어떤 사람인가’라고 말이지요.

우리는 불행하게도, 우리 자신에 대해 별로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내가 어떤 성격과 성향을 갖고 있는지, 무엇을 할 때 행복해하는지, 왜 행복해하는지, 어떤 취미나 습관들을 갖고 있는지, 약점들은 또 무엇인지, 그것을 왜 약점으로 생각하는지, 어떨 때 불편하고 어색해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그것을 왜 원하는지 등.

여러분은 ‘나’라는 사람에 대해 잘 알고 계신가요. 스스로에 대해 과연 얼마만큼 알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어느 정도의 연봉을 받고 싶은지, 또 어떤 직업에 종사해야 그만큼 벌 수 있는지, 어느 정도의 사회적 레벨에 도달하고 싶은지, 몇 평 규모의 집에 살고 싶은지, 연비 빵빵한 외제차를 언제쯤 구입할 수 있을지, 우리는 이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꽉 차 있으면서도 정작 이 모든 것들을 영위할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안타깝게도 그다지 깊게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누구나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 가서 볼 일을 보고 세수를 합니다. 그리고 거울을 보지요. 하품을 하면서 영혼 없는 칫솔질을 하는 내내 여러분은 거울 앞에서, 거울에 비쳐진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요. 다크 서클이고 손질 안 된 머리고 민낯이고 뭐고 간에 그런 것들은 잠시 잊어버립시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원상 복귀되니까요. 자신의 모습에서 ‘무엇’이 보이는지요. 결국 이것은 자신에 대한,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눈, 즉 정체성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좋은 차고 고액의 연봉이고 넓은 평수의 집을 얻는 것, 물론 다 중요한 문제들입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하나 있지요. 내가 나 자신에 대한 기준과 철학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 내가 나 자신을 제대로,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후략)



열셋째 퍼즐_ See the Seen 당신은 눈앞에 보이는 것을 제대로 보고 있는가



[1] 지난 2008년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한 후 사명을 ‘SK브로드밴드’로 바꾸면서 SK에서 그 해 9월경 공중파에 내보낸 SK브로드밴드 론칭 광고, 다들 기억하시는지요? 잘 기억나시지 않는 분들은 더블유 앤 웨일(W & Whale)이 부른 R.P.G. Shine이라는 곡을 검색해서 한번 들어보세요.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다 보면 기억이 나실 겁니다.

못 보던 세상 이제 시작이야

뭔가 보고 느끼고 경험하고 싶어

누구도 볼 수 없었던, 보여주지 못했던

SEE THE UNSEEN 브로드밴드

약간의 TV, 약간의 인터넷,

전화 약간 합치면 못 보던 세상

이제 내딛자 뛰어들자 들어가 보자

익숙한 세상이 놀랍게 변해

자, 지금부터 시작이다.

SEE THE UNSEEN SK 브로드밴드

- SK브로드밴드, CI 론칭 CF 「See the Unseen」



저는 그때나 지금이나 이 광고를 볼 때마다, 무엇보다도 광고에 삽입된 곡을 들을 때마다 차가운 ‘그 무언가’가 스멀스멀 제 안에서 기어 올라오는 것을 느낍니다. 약간 불편하고 어딘가 개운하지 않은 찜찜한 그 무언가가 말이지요. 아무래도 제가 광고쟁이 출신이라 그런지 광고에 삽입된 카피에 촉이 서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단 세 단어로 구성된 이 카피를 읽어보고 음미하기를 반복해봅니다.

See the Unseen



번역하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라’입니다. 광고주나 제작사 측의 입장에선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해 노력하라’라는 의도가 담긴 메시지를 깔아놓고자 했겠지요. 글쎄요, 보이지 않는 것을 보랍니다. 그게 힘들다면 적어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해 노력이라도 해보랍니다. 참 난감하고 당황스럽습니다. 아무리 노력한다한들 애초에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것을 해보라고 하니 저로선 살짝 울화통이 터지려 합니다. 여러분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습니까? 아, 물론 여기에도 예외가 있긴 합니다.

경영이 무어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그럴 때마다 나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이라고 답하면서 경영이든 일상사든 문제가 생기면 최소한 다섯 번 정도는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원인을 분석한 후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 이건희, 『이건희 에세이 :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은 1997년 말에 발간한 에세이집에서 경영에 대해 얘기하면서 그 본질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이라고 정의내린 바 있지요. 저는 그룹 회장, 총수도 아니고 세계적인 경영학자, 구루도 아닙니다. 그래서 그런 거창한 본질이나 정의에 대해서는 할 말도, 어떠한 토를 달 생각도 없습니다. 다만 제가 알고 있는 것이 딱 하나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보이지 않는 것을 앞으로도 영원히 볼 수가 없다는 것 정도입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그것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는 것이 그저 황당한 난센스로 들릴 뿐이지요. 그래서 한때나마 광고계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저는 이 광고의 카피를 이렇게 바꿔보고 싶습니다.

See the Seen



‘보이는 것을 보라’는 것이지요. 눈앞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고 주구장창 달릴 게 아니라, 이미 눈앞에 주어져 있는 것들을 보기 위해 노력해보라는 뜻입니다. 내가 보고, 듣고, 만지고 있는 내 물건, 내 일, 내 주변 사람들(동료, 친구, 가족 등), 지금 현재 나를 거쳐 가고 있는 그 모든 것, 그 모든 사람들에게 주의를 집중해보라는 겁니다.

[2] 지금은 ‘창조경제의 시대’입니다. 이 시대는 아래와 같은 단어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시되고 있고, 또 각광받고 있는 그런 시대이지요.

변화 혁신 상상력 리더십



서점엔 다양한 경제경영서, 자기계발서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앞 다퉈 이런 단어들이 들어간 주제에 대해 다루고 있고, 신문, 잡지, 방송 등 여러 매체에서도 이에 질세라 다양한 특집, 기획기사를 쉴 새 없이 쏟아내고 있습니다. 다 좋습니다. 시대의 불가피한 요구이자 요청이니 어쩌겠습니까? 그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마땅하겠지요.

저는 워낙 호기심 천국이라 궁금한 건 절대 못 참는 성격입니다. 이 ‘중요하기 짝이 없는’ 단어들을 앞서 소개한 SK브로드밴드 광고의 카피와 엮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다음과 같이 말이지요.

□□의 본질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에 있다.



박스 안에 변화, 혁신, 상상력, 리더십을 차례대로 넣어봐 주실는지요. 이렇게 갖다 붙여도 전혀 이상하지 않지요? 변화해야 한답시고, 혁신해야 한답시고, 상상력과 창조성, 리더십을 갖춰야 한답시고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해 그동안 죽도록 열심히 뛰어다녔고, 지금도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관점(시각, 접근법), 새로운 트렌드, 새로운 이론, 새로운 콘셉트, 새로운 정보, 이 모든 것을 얻기 위해 우리가 매일매일 쏟아 붓는 노력과 시간을 한번 생각해보세요. 다 그 놈의 ‘보이지 않는 것’을 남보다 더 빨리, 더 많이 찾아내기 위해서이지요. 고생도 이런 생고생이 없습니다.

이제 손에 잘 잡히지 않고,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이런 ‘머리만 빠개지는’ 추상적인 두뇌놀이는 때려치웁시다. 변화, 혁신, 상상력, 리더십과 같은 가치가 정말로 중요해진 시대라면, 이것을 조금은 이해하기 쉽게 풀어 자기 자신, 나아가 자신의 주변부터 점검해보는 것, 어떨까요. 그런 차원에서 저는 위의 문구를 이렇게 다시 정리해보고 싶습니다.

□□의 본질은 ‘보이는 것을 제대로 보는 것’에 있다.



변화하고 혁신해야 한다면, 상상력을, 또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면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것부터 똑바로, 제대로 보기 위해 노력할 것. 어쩌면 이것이 나 자신을 위해 우리가 지금 선택할 수 있는, ‘창조경제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최적의 전략이 아닐까 싶습니다.그래서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것을

얼마나 제대로 보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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