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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가쿠레

야마모토 쓰네토모 지음 | 사과나무
하가쿠레

야마모토 쓰네토모 지음

사과나무 / 2013년 12월 / 256쪽 / 13,000원





무사도(武士道)란…



무사 된 자가 무사도에 전념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방심하고 있는 것 같다. “무사도의 근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물음에 서슴없이 답할 수 있는 자가 적다. 확고히 명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무사도에 전념하고 있지 않다는 증거이며 방심하고 있다는 뜻이다.

무사도란 ‘죽음’을 깨닫는 것이다. 생(生)과 사(死)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죽음을 선택하면 된다. “목적도 이루지 못하고 죽는다는 것은 개죽음이다.”라는 말은 경박한 무사도이다. 삶이냐 죽음이냐 막다른 곳에 처했을 때 잘할 수 있을지 없을지 판단될 리가 없다. 또 인간은 사는 쪽을 좋아하므로 좋아하는 쪽으로 핑계를 대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목적도 이루지 못하고 살아남는다면 겁쟁이다. 목적도 이루지 못하면서 죽는다면 개죽음, 얼빠진 짓이다. 하지만 수치는 아니다. 이것이 무사도에 사는 사나이 본연의 자세다. 자나 깨나 죽음을 염두에 두고, 언제나 죽을 몸이 되어 있을 때 무사도의 각오가 몸에 배어 일생 동안 큰 탈 없이 무사로서의 책무를 다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태어나면서부터 바로 지혜를 발휘하는 사람이 있고, 나중에 베개를 쥐어짜듯 고심 끝에 지혜를 내는 사람도 있다. 그 근본을 따져보면, 태어날 때부터 우열이 있지만, 그 타고난 것을 딛고 넘어서기 위해서는 미련 없이 사심을 버릴 때 훌륭한 생각이 떠오르게 된다. 대다수의 사람이 단지 깊이 생각만 하면 뛰어난 양책(良策)이 떠오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심이 낀 아이디어는 나쁜 지혜이다. 보통 사람이 사심을 버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어떤 일에 직면했을 때 우선 맨 먼저 가슴속에서 사심을 버리고 궁리하면, 그다지 큰 잘못을 저지르지는 않는다.

자기 한 사람의 지혜로써 만사를 꾀하면 이기적으로 흐르기 쉽고, 정도(正道)에서 벗어나 실패한다. 따라서 적절한 판단이 떠오르지 않을 때에는 지혜로운 사람과 상의하는 게 좋다. 그 사람은 자기 일이 아니기 때문에 객관적인 입장에서 생각할 것이므로 공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고, 또 그 판단에 따르면 제3자에게도 공정하게 비쳐질 것이다.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은 판단은 많은 뿌리를 뻗친 큰 나무와 같고, 한 사람의 지혜에서 나온 판단은 땅 위에 찔러놓은 막대기와 같은 것이다.

한편 누군가에게 의견을 말하여 그 결점을 고치게 하는 것은 중요한 일로서, 큰 자비심을 나타내는 것일 뿐 아니라 섬기는 일의 첫째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충고하는 방법이 어렵다. 흔히 타인의 잘잘못을 찾아내는 것은 쉽다. 또 그것을 비판하는 것도 쉽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남이 싫어하거나, 말하기 힘든 것을 말하는 것이 친절이라고 생각하며,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남에게 창피를 주고 욕을 한 것과 마찬가지다.

남에게 의견을 말하려면 먼저 그 사람이 받아들일지, 그렇지 않을지 그의 성격을 잘 살피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므로 친해져서 이쪽의 말을 신뢰할 만한 상태에 이르게 한 다음, 취미 등에 관한 얘기로 호감을 산 뒤, 말씨도 여러모로 연구하고 적절한 시기를 택하여, 어떤 때에는 편지로 또 어떤 경우에는 잠시 헤어지는 기회에, 자기의 결점이나 실패담을 들려주며 직접적으로 말하지 말고 넌지시 생각이 떠올라 말하는 것처럼 하는 것이 좋다. 또 상대의 장점을 치켜 주어 기분을 북돋우도록 궁리하고 목 마를 때 물을 마시듯 받아들이게 하여 결점을 고치는 것이 좋다. 이와 같이 충고란 매우 어렵고 하기 힘든 것이다. 약점이나 결점은 오랜 세월 몸에 밴 것이기 때문에 쉽게 고쳐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편 “스스로의 마음에게 묻는다면, 뭐라 답하리오.”라는 구절만큼 심오한 것도 없다. 아마도 화두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요즘 세상에서 영리하다는 말을 듣는 자들은 지식과 지혜로 겉모양을 치장해 속임수만 쓰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들은 그 때문에 오히려 재주가 없는 자들에게 뒤처지고 만다. 재주가 없는 사람은 재간으로 속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앞의 구절대로 스스로의 마음에게 묻는다면 자기 마음은 감출 길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자기 자신이야말로 가장 좋은 감시자이다. 이 감시자와 맞닥뜨려 부끄럽지 않은 마음가짐을 지녔으면 한다.

불의를 증오하고 정의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정의로 일관하는 것이 최상이라고 생각하고, 외곬으로 정의를 밀어붙이면 오히려 잘못되는 경우가 많다. 정의 위에 도(道)라는 것이 있다. 이것을 깨닫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비범인(非凡人)이 아니면 깨달을 수 없다. 도의 경지에서 본다면 정의도 한 단계 격이 떨어진다. 이것은 자기 스스로 깨닫지 않는 한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고 해서 그 경지에 이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남과 대화를 나누면 된다.

즉 제3자의 입장, 바둑으로 친다면 강목8목(岡目八目)이다. 깊이 사려해서 자기의 그릇된 점을 안다는 면에서 대화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여러 가지 얘기를 들어서 알게 되는 것, 책을 읽어 지식을 얻는 것도 자기의 독선적인 생각을 털어버리고 옛사람의 객관적인 생각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다.

한편 부하들이 실패하는 원인이 하나 있다. 그것은 부귀를 소망하는 것이다. 빈곤을 기꺼이 받아들이면 실패할 일이 없다. 어떤 사내는 머리는 좋지만 남의 결점이 눈에 거슬리는 성격인데, 그래서는 무슨 일이 잘될 리 만무하다. 세상을 결점 투성이라고 아예 각오하고 있지 않으면, 아마 인상만 나빠져서 사람들이 가까이하지 않을 것이다. 남이 친하게 대해주지 않으면 제아무리 우수한 사람일지라도 자기의 실력을 발휘할 수 없는데, 이것도 실패하는 원인의 하나다.

한편 중도(中道)라는 것은 모든 점에서 이상적인 경지이지만, 무사도에서는 평소 남보다 뛰어나려고 하는 정신이 있어야만 한다. 전투에서 무공이 있는 사람을 뛰어넘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강한 적을 쳐부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밤낮 벼르고 있으면, 의기도 솟게 되며 기죽지 않고 무용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공을 세운 옛 무사의 이야기다. 무사는 평소 그러한 마음가짐이어야 한다.

세상에는 교훈을 말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교훈을 듣고 좋아하는 사람은 적다. 하물며 교훈을 따르는 사람은 드물다. 사람도 30이 넘으면 교훈을 말해주는 사람이 없어진다. 즉 교훈의 길이 막혀 제멋대로 되어버려서 평생 잘못을 거듭하고, 우(愚)가 늘어나 결국 쓸모없는 사람으로 끝나버린다. 따라서 도리를 터득한 사람과는 무슨 일이 있어도 친교를 유지하여 교훈을 받도록 해야 한다.



인간경영의 지혜



“무사로서 주의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요?”라고 물은즉, “과음, 자만심, 사치다. 넉넉지 못할 때는 걱정할 것 없다. 그러나 좀 여유가 생기면 이 세 가지가 위험이 된다. 주위를 살펴보면 신이 나서 안심하고 마구 사치를 일삼으며 기고만장하는 자들이 있다. 꼴불견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고생해 본 사람이 아니면 근성이 꽉 잡히지 않는다. 젊었을 때 지나치게 넉넉한 것은 좋지 않다. 그리고 넉넉지 못할 때 기죽은 사람이라면 제 구실 하지 못한다.”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한편 인생은 현재 바로 이 순간 최선을 다하여 살아간다는 일념 즉, “바로 지금”이 중요하다. 순간순간이 쌓여서 일생이 되는데, 이것을 알아차리면 우왕좌왕할 일도 없고 달리 무언가를 찾아 헤맬 것도 없다. 이 순간을 소중히 하며 살아가면 된다. 사람들은 이것을 외면하고 달리 뭔가 있지 않을까 찾아 헤매곤 하는데, 그것이 잘못이라는 것을 깨닫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한순간 오직 한 생각’의 각오를 잃지 않도록 하려면, 오랜 동안 수양을 쌓아야 된다. 그리고 한 번 그 경지에 이르면 평상시에는 잊고 있는 것 같지만, 그 경지에서 멀리 벗어나는 법은 없다. 아무튼 ‘한순간 한 생각’이 전 생애를 결정한다는 것을 잘 이해하면, 그 사람의 인생은 안정되고 더불어 충절도 갖춰지게 된다.

한편 귀인이건 천한 사람이건, 노인이건 젊은이건, 깨닫고 있든 헤매고 있든 모두가 죽는다. 정작 때가 되면 죽는다는 것을, 누군들 죽는다는 것을 모르는 건 아니다. 다만 사람이기에 사고방식이 있어서, 자기만은 누구보다도 마지막에 죽겠거니 생각하고, 금방 죽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단히 믿는다. 불쌍한지고, 덧없는 일 아닌가? 그 무엇인들 죽음을 막을 수 있을까? 꿈속의 잠꼬대 같은 것이다. 이런 깨달음에 이르면 마냥 느슨해질 수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자기 발밑에 죽음이 다가오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므로 부지런히 살아서 최후를 맞이해야 한다.



용기와 결단



언젠가 나오시게공이 말씀하셨다. “의리만큼 감동 깊은 것은 없다. 사촌이 죽어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적이 있는데, 인연도 연고도 없고 보지도 듣지도 못한 50년, 100년 전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의리 때문에 눈물을 흘려버렸다.”

한편 사가성이 완공되자 “나오시게공께서 한번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청이 있어, 나오시게공이 가마를 타고 갔다. 가쓰시게공(나오시게의 아들)은 닷쓰게하카마(무릎께를 끈으로 묶어 아랫도리를 간편하게 한 치마 바지)를 입은 바지런한 차림으로 마중하고 안내하면서 건물과 시설을 낱낱이 설명하셨다. 나오시게공은 측근에게 “가쓰시게는 적이 쳐들어왔을 때만을 염두에 두고 설명을 하는데, 일단 유사시에 할복할 장소를 잊고 있는 것 같아.”라고 말씀하셨다.

나오시게공은 대체로 성 쌓기라든가 방어진 따위는 대충대충 하시고, 오직 가내의 화(和)를 중히 하시고 주군을 생각하는 마음을 갖도록 힘쓰셨다. 만일의 경우에는 상하가 일치단결하여 돌격해서 베어 무너뜨리는 것이 제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계셨기 때문이다. 또 전술 등은 자기 이외 어떤 가신에게도 알리지 않는 것이 그의 방식이었다.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단 한 마디로 해결할 수 있는 장치와 비법이 있었다는 얘기다. 작전은 극히 작은 것일지라도 가에 소속된 자가 알게 되면, 자연히 적 에게 새어나가 작전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승책(勝策)이라 일컫는 전술은 영주 계승 때 전수(傳授)했다고 한다.

언젠가 아키 나리(나베시마 시게노리)가 나오시게공을 뵈올 일이 있어서 산노마루를 방문했는데 안 계셨기 때문에 “어딜 가셨는지” 찾았지만 알 수가 없었다. 다음 날 또 방문했지만 행방을 알 수가 없었다. 여러 사람이 나서서 사방을 뒤진 결과 어렵사리 모퉁이 망루에 올라가 계신다는 것을 알았다. 아키 나리가 망루에 올라가 “어째서 이런 곳에 계시옵니까?”라고 물은즉, 공께서는 “2~3일 여기서 나라 사정을 보고 있었지.”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건 또 무슨 일로…”라고 묻자 공께서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니 생각에 잠겨버렸다. 참으로 통탄스러운 일이지만 히젠 국의 창끝이 둔해져버린 것 같다. 그대도 각오를 단단히 해두지 않으면 안 된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니, 대부분이 눈을 내리깔고 아래만 보고 걸어 다니는데, 기질이 나약해진 탓일 거야. 인간은 씩씩한 데가 없으면 창을 찌를 수 없는 법이다. 규율을 지키고 정직해야 되겠다는 생각만 하고 마음이 움츠러져 버리면, 남자의 일을 할 수 없다. 때로는 큰 허풍을 떨 정도의 기세등등한 근성이 무사에겐 필요하다.”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사리분별에 관해서



어느 해 미쓰시게공이 은거 후 처음으로 에도 나들이를 했을 때 오사카에서 주무시게 되었다. 바와타리 가쿠베와 야지마 히코베 두 사람이 불침번을 서게 됐는데, 히코베가 변소에 간 사이 가쿠베가 잠이 들어버렸다. 그때 공께서 잠이 깨어 불침번을 부르셨는데 대답이 없었다. 공께서 옆방으로 나가셨다. 그때 변소에 갔던 히코베가 돌아왔다. 공께서 “누가 당번이냐”고 물으셨지만 히코베는 공의 평소 성품을 익히 알고 있는 터라, 아무 말도 못하고 서 있는데, 가쿠베가 앉은 채 엎드려 잠자고 있는 것을 보시게 되었다. 공은 두 사람을 물리치고 도시요리(중신)들을 부르셨다.

도시요리들이 나타나자 “두 사람은 근무도 제대로 안 하고 괘씸하기 이를 데 없구나. 밤중에는 불침번밖에 의지할 게 없는데 정신이 돼먹지 않았다. 엄중이 조사해서 왜 그렇게 됐는지 보고토록 하라.”고 엄명하셨다. 도리요시들은 심의 끝에 “부주의한 점 송구스럽게 됐습니다. 두 사람은 사가에 돌려보내서 나리(쓰네시게)의 결재에 따르도록 하고자 하오니 분부하옵소서.”라고 진언했다.

그러자 공께서는 “히코베는 죄가 없다. 가쿠베가 베개를 베고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해 보오.”라고 말씀하셨다. 그리하여 다시 조사해 봤지만 베개를 베고 잔 것이 아님은 두말할 것도 없으므로 뜻하지 않게 졸다가 엎어져 잠이 들었던 것임을 아뢰었다. “그렇다면 정신 상태가 나빴던 것은 아니로군. 몹시 피로해 있었다면 졸다 쓰러질 수밖에,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사가로 돌려보낸다는 것은 파직시키겠다는 것인데, 그 까닭을 쓰네시게가 알게 되면 할복을 명하리라는 것은 뻔한 일. 두 사람은 벌로서 에도에 먼저 가도록 하게.”라고 지시하셨다는 얘기다.

공께서는 그처럼 모든 죄인에 대해서 해명할 수 있는 한 꼬치꼬치 캐물어, 하고자 하는 말을 충분히 듣고 나서 용서해주셨다. 만일 해명이 안 될 듯싶으면 심문도 엄하게 안 하시고, 오히려 당신께서 여러 가지 핑계를 대서 용서해주시곤 하셨다. 이것도 남보다 몇 배 자비심이 깊으셨기 때문이며, 모두가 감사히 생각했다.

그리고 또 언젠가 에도 성의 무기창고에 둥지를 틀어 살고 있는 까마귀를 총으로 쏘아 떨어뜨릴 수 있느냐 없느냐가 다이묘들의 화제가 되었던 일이 있었는데, 그것을 어떤 다이묘가 미쓰시게공에게 “나리께서는 총으로 까마귀를 맞힐 수 있습니까?”라고 묻자, 미쓰시게공은 “바깥에 있는 까마귀라면 맞힐 수도 있는데, 에도 성에 있는 까마귀라면 맞힌다, 못 맞힌다 답변은 드릴 수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다이묘들은 참 좋은 답변이라고 감탄했다 한다.



명예를 지킨다는 것



나루토미 효고는 “이긴다는 것은 자기편에게 이긴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편에게 이긴다는 것은 자신을 이긴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자신을 이긴다는 것은 정신력으로 육체를 이긴다는 것이다. 평소에 자기편의 수많은 무사 가운데서 자신을 능가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 마음먹고 몸과 마음을 단련해 두지 않으면 적을 이길 수 없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다음은 오이시 고스케에 관한 이야기다. 미쓰시게공의 재위중 고스케는 처음에는 졸병이었다가 얼마 후 주군의 측근으로까지 승진했다. 공이 참근교대로 에도에 왕래하실 때에는 본진의 침실 주변을 돌아보고 미심쩍은 곳이 있으면, 그 근처에 멍석을 깔아 혼자 밤을 새며 지키곤 했다. 비가 내리는 밤이면 갓이나 도롱이를 뒤집어쓰고 비를 맞기도 했다. 이와 같이 끝내 하룻밤도 경계를 게을리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또 오이시 고스케가 우치도닌(영부인 비서)을 맡고 있을 때인데, 한밤중에 영부인 거처 하녀들 방 근처에 몰래 들어온 자가 있었다. “붙잡아라.”는 소리에 남녀 할 것 없이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큰 소동이 일었는데, 정작 책임자인 고스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사방을 찾아보니 고스케는 칼을 빼들고 나리의 침실 옆방에 앉아 끄떡도 하지 않았다. 나리 주변에 아무도 없어,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고스케는 생각하는 점이 여느 사람과 달랐다.

한편 시다 기치노스케는 일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될 것인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아무튼 숨이 끊어질 정도로 달릴 때는 괴로운 것이다. 끝까지 달려가 멈출 때는 몹시 힘들지만 차차 편안해진다. 그보다 앉으면 더 편안해진다. 그리고 옆으로 누우면 한층 더 편안해진다. 게다가 베개 같은 것이라도 받치고 눕는다면 금상첨화다. 인간의 일생도 그런 것이다. 젊었을 때는 좀 고생하더라도 차츰 편안해져서 노후나 죽을 무렵에는 누워 있을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그런데 처음부터 누워 있다가는 아주 힘들게 된다. 노후에 애만 쓰고 일생을 고생만 하다가 생을 마친다는 것도 억울한 일이다.” 이것은 시노무라 로쿠로에몬이 들려준 이야기다. 그리고 또 요시노스케가 한 말에 “사람은 낮아질수록 좋다.”는 것이 있는데 이 말과도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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