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직장의 그녀를 탐색하다
정혜전 지음 | 팬덤북스
내 직장의 그녀를 탐색하다
정혜전 지음
팬덤북스 / 2013년 9월 / 216쪽 / 13,000원
Part 1. 탐색전: 곰 같은 여자 vs. 여우 같은 여자
여자 선배의 군기가 더 세다
남자들의 군대 이야기는 두고두고 회자된다. 엄격한 군기 속에서 눈물 콧물 다 빼야 했던 군 생활이 시간이 지나면서 즐거운 추억거리로 바뀌기라도 하는 것일까? 어쩌면 남자들의 세계에서는 그럼에도 무사히 끝마쳤다는 자부심을 표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요즘 모 오락 프로그램의 병영 체험 스토리도 인기를 끌고 있지 않은가. 당사자들은 괴롭겠지만, 남자들은 군 시절을 회상하며 웃음을 짓는다.
여자들의 세계는 어떤가. 군 생활은 아닐지라도 여자들만 존재하는 곳에서 여자 선배에게 받은 군기가 추억거리로 회자되는가? 아니다. 그런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싸이코’, ‘히스테리’라는 단어를 예로 들며 군기 준 선배를 험담하기 일쑤다. 가슴속에 아로새겨진 상처가 화해의 길을 차단해 버리고 원수의 싹을 틔운다.
왜 그럴까? 어째서 남자와 여자가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남자에 비해 여자는 경험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적어서? 감정이 치우쳐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으나, 여자 선배의 군기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만은 똑같다.
나 역시 여자 선배들의 군기에 “장난이 아니다”라는 말이 나올 만큼 혹독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첫 비행 스케줄을 LA로 받고 미국을 간다는 사실에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비행기에 올랐다. 그 당시만 해도 미국은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인식이 만연해서 소풍을 떠나기 전날 밤 비가 오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초등학생처럼 설렜다.
뭘 했는지 알 수도 없을 만큼 정신없이 1차 서비스를 마치고 들어가 보니, 선배가 식사를 끝내고 있었다(근무 중에는 교대로 먹어야 한다). 나는 후배로서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에 선배에게 커피를 타 주었다. 그러자 선배는 심부름을 시키며, 밥 먹을 틈조차 주지 않았다. 결국 밥 한 끼 먹지 못하고 착륙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배고픔에 지쳐 풀이 죽어 있자, 선배가 “넌 왜 그렇게 활기가 없니? 난 네 나이 때는 비행기 안에서도 날아 다녔는데”라며 면박을 주었다. 나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밥을 한 끼도 못 먹어서 그런가 봐요. 선배님께서 밥 먹으라는 말씀이 없으셔서” 하고 대답했다. 혹시라도 선배가 따뜻한 위로를 건네지는 않을까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선배에게 들은 말은 “힘들겠다. 지금이라도 뭐 좀 먹어”라는 위로가 아니었다. “밥을 꼭 누가 챙겨 줘야 하니? 알아서 눈치껏 먹어야지”라는 호통뿐이었다. 나는 ‘밥 먹을 틈을 줘야 먹지’ 하는 억울함에 눈물이 핑 도는 것을 가까스로 참아야 했다.
감정이 아닌 감성으로 마주하라: 감정을 앞세워 군기를 잡는 선배에게 똑같이 감정으로 맞서려고 한다면 자신만 고달파진다. 후배에게 악감정을 품고 있는 선배가 아니라면 정확히 일을 가르쳐 주고자 엄하게 대했을 것이다. 그런 마음도 모르고 선배가 무조건 군기를 잡으려는 심산이라고 오해해서 감정적으로 대처한다면 관계는 악화될 뿐이다. 사람은 상대적이라 선배 역시 감정적으로 예민하게 대응할지도 모른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말이 있듯, 엄하게 군기를 잡는 선배를 좋게 보려고 노력하면 스트레스를 조금은 덜 받게 될 것이다. 감정적으로 날을 세우며, 서로를 괴롭히는 악순환을 피하는 길은 선배로서 깍듯하게 대우해 주는 방법밖에 없다. 정 안 되면 순종하는 척이라도 해서 선배의 목에 댄 깁스를 풀게 만들어야 한다.
무서운 선배와 함께 일하면 눈물 마를 새 없이 힘든 나날의 연속일 것이다. 그렇지만 힘든 만큼 신속하고 정확하게 일을 배우게 된다는 장점도 있다. 적당한 긴장감은 실수를 줄여 주고, 모든 일에 눈치껏 재빠르게 대처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이렇듯 단점이 아닌 장점을 바라보고, 감정이 아닌 감성으로 대한다면 군기로 다져진 선후배 관계는 점차 개선될 것이다.
불리하면 사라지는 남녀평등의 개념
사무실을 재배치하거나 무거운 짐을 운반하는 일이 있을 때 “이런 건 남자들이 해야죠. 여자들이 무슨 힘이 있어서 들어요”라며 여자와 남자의 할 일을 구분하는 여당당 대리가 있다. 평소에는 “지금 여자라고 차별하시는 거예요?”,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요. 여자라고 무시하면 큰코다쳐요” 하고 쏘아붙이면서, 힘 쓰는 일은 무조건 남자들 몫이라고 부르짖는다.
여 대리의 이중적인 태도를 익히 알고 있는 남자 직원들은 자청해서 무거운 짐을 나르려고 한다. 괜한 잔소리로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이 모자라거나 같이 해야 빨리 끝낼 수 있는 경우라면 여자들도 거들어야 한다. 그럴 때 여당당 대리에게 “이것 좀 같이 들어 주세요”라고 도움을 요청하면 “어머, 어떻게 여자한테 그런 걸 시켜요?”, “남자들이 하는 일을 여자한테 시키는 건 정말 여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겨예요”라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온다. “손이 모자라서요”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해 봐도 “남자들이 번쩍 들어 두 번만 왔다 갔다 하면 되겠네요”라는 부정적 답이 돌아오니, 남자들 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그뿐인가. 자신은 손 하나 까닥하지 않으면서 “한심심 씨, 김매너 씨가 혼자 고생하는데 뒷짐 지고 구경만 하지 말고 도와줘요. 그래야 빨리 정리하고 퇴근하지”라며 부하 여직원에게 할 일을 떠넘긴다. 어느 누가 봐도 튼튼한 체력을 가지고 있고, 회식 자리에서 “원샷”을 외치며 남자들을 쓰러뜨리는 여 대리가 “여자들이 이런 걸 어떻게 해요?” 하며 나몰라라식으로 나오니, 같은 여자가 봐도 얄미움의 극치를 달린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무조건적으로 강요하기보다 팀워크의 중요성을 일깨울 것: 얄미운 여당당 대리에게 “술 마실 때는 체력이 넘치시는 분이 왜 그러세요?”, “평소엔 남녀평등을 외치면서 너무하는 거 아닙니까?”라고 불평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부하 직원에게 강압적인 지시를 내릴 때도 마찬가지다. “여 대리님도 좀 거드세요”라고 요구해 봤자 “그래, 같이 하자”라는 답은 절대 들을 수 없다. “아까 난 하나 옮겼다고. 말대꾸할 동안 벌써 옮겼겠다”, “지금 나한테 말대꾸하는 거야?” 하며 되레 큰소리칠 게 뻔하다. 어쩌면 자신에게 감정적으로 대응한 부하 직원에게 선배살이가 무엇인지 톡톡히 보여 주려고 할지도 모른다.
여당당 대리에겐 “대리님, 손이 모자라는데 가벼운 것만 저쪽으로 옮겨 주세요”, “대리님이 같이 들어 주시면 힘이 불쑥 나올 것 같아요”라며 애교 모드로 가는 편이 좋다.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는 여 대리를 변화시키기에는 정공법보다는 우회적인 표현이 훨씬 효과적이다. 마지못해 거들지라도 “역시 여당당 대리님은 멋진 여성!”이라고 칭찬까지 덧붙이면, 나중에 똑같은 일이 일어났을 때 흔쾌히 도와주려고 할 것이다.
남녀의 신체적 조건이 다른 탓에 여자가 하기에 힘든 일도 분명 있다. 그렇다고 시도해 보지도 않고 못 한다고 포기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보여서는 안 된다. 조직은 유기적인 관계로, 남녀 구성원 간에 소통이 원활해야 하기 때문이다. 육체적인 일은 무조건 남자들 몫이라고 부르짖으며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것은 조직 생활에 도움은커녕 방해만 된다는 사실, 명심하기 바란다.
Part 2. 전반전: 말 한마디로 매를 버는 여자 vs. 말 한마디로 점수를 따는 여자
앞에서는 하하 호호, 뒤에서는 헐뜯는 데 선수
김이중 주임은 틈만 나면 “인사팀의 서미애 씨, 능력 있는 남자를 잡았다면서?”, “박 과장은 가식적인 사람 같아. 친절한 척하는 것뿐이지, 속으로는 부하 직원을 얼마나 깎아내리는데” 등의 험담을 하기 일쑤다. 동료애를 쌓는 데 험담이 제일이라는 게 그녀의 지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직장 생활하느라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험담이 어느 정도 일조를 하니, 동료들도 맞장구를 치며 험담할 때가 많다. 가끔은 속 시원히 얘기를 꺼내는 김이중 주임을 통해 만족감을 느끼기도 한다. 단, 한 가지 신경 쓰이는 점만 제외하면 말이다. 바로 뒤에서는 없는 흉, 있는 흉 다 보면서 1초도 되지 않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알랑방귀를 뀐다는 점이다.
험담하고 바로 친한 척하기 힘든 동료들은 서미애 씨나, 박 과장 앞에서 무표정으로 응대한다. 반면 김이중 주임은 “미애 씨, 오늘 피곤해 보인다.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 “박 과장님, 기분이 우울해 보이시는데, 제가 커피 한 잔 맛있게 타 드릴까요?” 하며 더없이 살갑게 대한다. 그 모습에 혹시라도 험담한 내용을 일러바칠까 싶어, 보다 못한 이아름 씨가 “김 주임님, 박 과장님에 대해 흉을 보시고는 어떻게 바로 좋은 척할 수 있어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김이중 주임은 “내가 좋아서 그런 것 같아? 상사로서 할 수 없이 챙겨 준 거야. 나, 박 과장 정말 싫어”라며 인맥 관리 차원에서 처신한 것이라고 변명을 늘어놓는다.
이아름 씨를 비롯한 다른 동료들은 그런 김이중 주임을 이해할 수 없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인지, 아부 근성이 강한 것인지 분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또 다른 동료들 사이에서 김이중 주임에 대한 험담을 하는 것이 어느 순간 하루 일과가 되어 버렸다. 험담을 주고받으며 공감대를 형성할 때는 언제고, 사회생활을 편하게 하고자 혼자만 아부를 떠는 게 미워 보이는 것이다.
인맥 관리의 노하우를 배워라: 험담하고 바로 박 과장 앞에서 좋은 척하는 김이중 주임이 미운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김이중 주임이 제대로 처신한다고 볼 수도 있다. 학창 시절에 한 번쯤은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선생님의 흉을 실컷 보다 뒤돌아서면 ‘선생님을 존경합니다’라는 듯 사분사분하는 친구들 말이다. “너는 어떻게 그럴 수 있니?”라는 물음에 친구는 험담과는 별개로 선생님께 괜한 미움을 살 필요는 없다고 대답했다.어린 마음에는 친구의 말이 몹시 얄밉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아예 안 본 것도 아니고, 계속해서 마주 대해야 한다면 ‘난 당신을 싫어합니다’라고 굳이 내색할 필요가 있을까? 김이중 주임처럼 인맥 관리를 하는 것은 오히려 현명한 처사 아닐까? 더욱이 험담한 내용을 고자질하지 않는다면, 미워해야 할 명분도 없어지는 셈이다.
김이중 주임이 험담한 내용을 발설할지도 모른다고 무조건 의심하지는 말자. 자칫 김이중 주임이 그 사실을 알고 기분이 나빠 박 과장에게 말해 버리면,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키는 결과를 낳는다. 차라리 김이중 주임처럼 직장 상사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조직 생활을 해 나가는 방법을 배우도록 하자. 인맥 관리를 위한 필수 요소는 싫어도 싫은 티를 내지 않는 포커페이스다.
일과 가정 사이, 남자들은 모르는 워킹맘의 비애
남자들이 집안일을 챙기면 ‘자상한 남편’, ‘따뜻한 아빠’라고 평가하는 이편애 대리가 있다. “오늘 아내 생일이라서 깜짝 파티를 열어 보려고”라며 업무 시간에 여직원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정과장이나, “이번 회식은 참석하기 힘들 것 같은데. 처가댁 행사가 있거든” 하는 이 차장의 멘트에 가정과 일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며,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반면에 결혼한 여자 동료들이 “제사 준비를 해야 해서 오늘 회식은 참석하지 못할 것 같아요. 죄송해요.”, “오후에 아이 학교에서 학부모 회의가 있어서 그런데, 반차를 쓸 수 있을까요?”라고 하면 “여자들은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는 게 문제야”, “아이가 그렇게 신경이 쓰이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이직하는 게 낫지 않나? 부담스러워서 어디 일을 시킬 수가 있겠냐고” 하며 몰아붙이기 일쑤다. 이편애 대리 자신도 아이를 키우며 직장 생활을 하는 워킹맘이면서 말이다.
“이편애 대리님도 집안일 때문에 일찍 들어갈 때 있으시잖아요”라고 누군가 지적하면, “아니, 집안일에 신경 안 쓰고 사는 사람도 있어?”, “난 아이나 집안 행사가 있다는 말로 동료들에게 피해를 준 적이 없잖아” 하며 은근슬쩍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다. 같은 워킹맘으로서 어쩜 그렇게 야멸차게 행동할 수 있는지 결혼한 여자 동료들은 이편애 대리가 얄밉기 그지없다.
우회적으로 돌려서 말할 줄 아는 센스가 필요하다: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워킹맘들 중에는 “남편이 늦게 퇴근해서 저라도 일찍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시댁에 중요한 일이 있어서 오늘은 야근하기 힘든데” 등의 핑계를 대는 여자들이 있다. 처음 한두 번은 “먼저 들어가 봐요”, “그래요? 그럼 보고서는 내일까지 제출하도록 해요”라며 편의를 봐준다. 하지만, 이런 일이 자주 발생되면 직장을 등한시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건성으로 업무에 임한다거나, 조직의 분위기를 흐린다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사회생활을 그만둘 게 아니라면 “아이 때문에”, “집안일 때문에”라는 말은 가급적 아끼는 것이 좋다. 워킹맘의 고충을 왜 이해하지 못하느냐고 하소연해 봤자,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결혼한 여자들은 집안일을 핑계 삼아 업무를 소홀히 한다는 생각을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여자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졌다고는 하나, 아직까지는 불식시키지 못하는 차별과 편견이 도사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워킹맘에게 관대하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는 집안일 대신 “몸살이 심해 병원을 가야 할 것 같아요. 다음번 회식에는 꼭 참석하겠습니다”, “제가 요새 퇴근 후에 영어 회화 학원을 다니고 있거든요. 수업에 늦지 않으려면 칼퇴근해야 해요”라는 식으로 양해를 구하는 편이 낫다. 이러나저러나 눈 흘김은 받겠지만, 적어도 ‘집안일을 들먹이는 사회성이 결여된 여자’라는 불합리한 소리는 듣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 같은 여자로서 직장 생활과 집안일에 치여 힘겨운 워킹맘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편애 대리처럼 아픈 말로 콕콕 쑤시기보다 파이팅을 외쳐 주는 너그러운 태도가 필요하다. “오늘 일은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으니, 나머진 내일 하죠”, “자료 수집은 제가 해 놓고 갈게요. 나중에 저도 힘든 일 있을 때 도와주시면 되잖아요”라고 보듬어 준다면,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직장 생활을 더욱 열심히 할 것이다.
Part 3. 후반전: 눈치 없는 여자 vs. 눈치 빠른 여자
시간 활용의 좋은 예: 칼퇴근 좀 합시다!
시계를 들여다보지 않아도 변개조 씨를 보면 퇴근 시간이 임박해 왔음을 알 수 있다. 퇴근하기 20분 전부터 화장을 하고 가방을 정리하는 것이 변개조 씨의 스타일이다. 처음에는 ‘중요한 약속이 있나 보지’라고 생각했지만, 늘 철저하게 퇴근 준비를 하는 모습이 얄밉기 그지없다. 늦잠을 잤다며 부스스한 모습으로 출근한 날에도 퇴근 20분 전부터 때 빼고 광내느라 업무는 뒷전일 때가 부지기수다.
퇴근 후에 투잡을 하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드는 변개조 씨에게 “변개조 씨, 아직 20분이나 남았는데 뭐가 그리 바빠? 변개조 씨가 퇴근 시계라고 해도 되겠어”, “오전에 지시한 업무는 다 끝냈어? 정리는 다하고 몸단장하는 거지?” 하며 전번개 대리가 기어코 한마디 던진다. 그러자 상사의 질책에 기분이 상할 대로 상한 변개조 씨는 “네, 오늘 할 일은 다 했어요. 일 다 끝내고 퇴근 준비하는 건데요”라며 퉁명스럽게 대꾸한다. 전번개 대리가 자신을 붙잡아 둔다는 식으로 맞대응하며, 6시 정각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신경질적으로 나가 버리기까지 한다.
전번개 대리는 상사에게 들이대듯 하는 변개조 씨의 모습에 화가 치민다. 자신을 우습게 보는 것만 같아 군기를 잡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자신을 무시하는 듯 행동하는 변개조 씨에게 상사로서 본때를 보여 주겠다는 심산으로 5시경에 일부러 일거리를 맡긴다. “변개조 씨, 이거 급한 사항이니 오늘 안에 끝내 줘야 해”라는 말로 퇴근 시간에 맞추기는 힘들 듯하다는 언질까지 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