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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그들은 어떻게 탁월해졌을까

이재영 지음 | 원앤원북스
평범한 그들은 어떻게 탁월해졌을까

이재영 지음

원앤원북스 / 2013년 8월 / 392쪽 / 16,000원





1부 평범한 사람들이 탁월한 결과를 거머쥔 배경



탁월한 것들의 4가지 특징

첫째, 탁월함은 오래간다. 탁월한 것은 탁월한 인생의 유한함을 넘어선다. 하지만 그것을 만들어낸 사람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한평생 살면서 그저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위대한 것임을 잘 알고 있지만, 거기에 더해 탁월한 것까지 만들어낸다면 더욱 위대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의 가치 가운데 시대와 문명을 초월해 변치 않는 것을 탐구하는 것이 인문학이라면, 역시 인문학의 탁월함은 변치 않음에 있다.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자들도 자연현상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방정식 속의 불변항을 꼽았다. 변치 않는 가치는 탁월함의 가장 큰 상징이다.

둘째, 탁월함은 다르다. 탁월한 것은 흔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비슷비슷한 것을 아류라고 한다. 그렇게 많은 음식점이 원조 경쟁을 하는 것도 적어도 우리가 처음이라는 다름을 주장하고 싶은 것이다. 달라야 탁월하다. 달라지려면 기존의 것을 부정하고 파괴해야 한다. 그래야 다름이 탄생한다. 우리는 이 다름을 바람(風)으로 불러왔다. 집집마다 다름을 가풍이라고 했고, 서당마다 서로 다른 학풍을 지녔다. 흔한 것은 그저 배경이 될 뿐이다. 개망초가 가득한 들판에 노란 꽃이 한 송이 피어 있다면 단연 눈에 들어온다. 그 다름이 탁월함을 일깨운다.

셋째, 탁월함은 아름답다. 탁월한 것은 대부분 완성도가 매우 높다. 독창성이나 기능성뿐만 아니라 아름다움도 갖추고 있다. 아름다운 공예작품을 만들기 위한 장인의 끝없는 손놀림과 땀방울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보석을 세공하건 은장도를 만들건, 우리의 전통 문화재에는 장인의 온 정성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런 정성이 있기에 흠이 없는 작품이 탄생한다. 기계가 만든 것과는 천지 차이다. 그 완성도에 아름다움이 숨어 있다. 탁월한 물건에도 아름다움을 이루어줄 완성을 향한 최고의 노력이 들어 있듯, 탁월한 인생도 얼마나 많은 눈물과 땀방울이 떨어졌는지가 중요하다.

넷째, 탁월함에는 이야기가 있다. 탁월한 것은 그것의 목적과 기능을 가장 충실하게 만족시킨 것이다. 그 목적과 기능은 탁월한 것의 이야기가 된다. 탁월한 것을 이루기 위한 노력도 이야기가 된다. 모든 이야기에는 구조가 있다. <홍길동전>이 되었건 <해리포터>가 되었건 대중적 지지를 받는 이야기의 구조는 비슷하다. 탁월한 제품에도 영웅적인 이야기 구조가 있다. 탁월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개발자는 방황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다니던 연구소나 회사를 나오기도 한다. 기적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해 줄 멘토나 동지를 만나게 되면서 천신만고 끝에 만들어진 제품은 새로운 시장을 열게 된다. 그리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 이렇게 제품 탄생의 이야기는 전설이 되어 소비자와 다른 제품 개발자의 입에서 입으로 널리 퍼진다.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났지만 애플 컴퓨터나 아이폰을 스티브 잡스와 떼어놓고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이제 스티브 잡스는 전설이다.

평균 이하의 삶에서 출발해 탁월함에 도달하기

천재는 하늘이 준 재주를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인생을 살다 보면 어느 순간 하늘이 재주를 주는 경우도 있다. 아니, 끊임없이 하늘의 재주를 얻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엔지니어이다. 엔지니어는 ‘ingenius’를 어원으로 두는 말로 천재(genius)를 이 땅에 구현하는 사람이다. 불행히도 신이 아니기 때문에, 진정한 천재가 아니기 때문에 천재가 구현될 때까지 끝없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탁월함은 인간의 변치 않는 고유 가치를 지향해나가는 것으로, 습관처럼 삶에 녹아들 때 이루어진다.” 오늘 이 순간 천재가 내게 들어온다면, 혹은 나의 천재가 지금 이 순간 튀어나온다면 전과 다른 내가 되는 것이다. 그 천재를 구현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한다면 그 인생은 탁월한 것이 아니겠는가? 평생 다 이루지 못할 것 같은 먼 길이라도 또렷한 지향점을 갖고 불평 없이 새벽길을 떠나는 그런 여행자가 된다면 비록 성취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는 이미 탁월한 사람이다.

탁월함은 상대적 경쟁을 넘어선 것이다

탁월함은 경쟁을 넘어선 것이다. 경쟁에서 승리한 이후에 얻어질 수도 있지만 경쟁 없이도 도달할 수 있다. 이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달라지는 것을 통해서도 우리는 감히 경쟁을 걸어올 수 없는 독보적인 위치에 설 수 있다. 만약 달리기 시합을 하는데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등장했다면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할 것이다. 이 경기에서는 운동화만 신고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외 경기에서는 이러한 룰이 없다. 경기자가 많아지면 룰을 만들면 그만이다. 룰이 만들어지면 더 이상 장외 경기가 아니다. 장외 경기에서는 이기고 지는 것보다 혁신의 참신성이 더 중요하다.

위험을 무릅쓰는 도전 정신을 갖춘 사람이 장외 경기장의 챔피언이다. 챔피언은 발명가와 모험가를 지원하면서 재산을 송두리째 날릴 위험을 감내한다. 그래서 혁신은 아이디어와 실행력의 곱이다. 모든 탁월한 장외 경기장은 이러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콜럼버스는 지구가 둥글다는 아이디어는 있었으나 새로운 항로에 대해서는 틀린 계산을 했다. 당시의 지식으로는 그 계산이 틀린 것임을 입증할 수 없었다. 그런데 챔피언이 나타났다. 에스파냐의 여왕이다. 여왕은 콜럼버스의 항해를 위한 자금을 지원했다. 콜럼버스는 목숨을 걸고 출항했고, 마침내 원하던 목적지는 아니었지만 새로운 대륙을 발견했다. 장내 경기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이런 위험천만하고 목표가 명확하지 않은 것은 경기 종목에 넣을 수 없다. 하지만 장외경기에서는 가능하다. 심지어 다른 목표에 도달했어도 성공이다. 참 신기한 경기방식이 아닐 수 없다.

탁월함에 대한 탁월한 생각들

‘60억 천재가 사는 별’은 어느 유엔 보고서의 부제다. 이 말은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가 천재적인 창조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요청이기도 하다. 지능을 측정하고 시험으로 등급을 매겨 당락을 결정짓는 방식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모두가 천재’라는 말은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어려울 것이 없다. 천재는 바로 하늘이 준 재주를 가진 사람, 하늘이 준 사명을 감당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천재에게 필요한 것은 높은 지능지수가 아니라 창조능력이다. 창조력은 오늘날 가장 요청되는 탁월함의 덕목이다. 창조력은 기본적으로 모든 생물체가 갖추어야 할 기본 속성이다. 종족을 번성시키기 위한 창조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멸종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물이 갖는 기본적인 창조력에 더해, 사람은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조력을 뽐낸다.

창조정신으로 똘똘 뭉쳤던 사람들이 있다. 미국의 벨연구소다. 벨 전화회사의 연구소가 이룩한 창조는 실로 놀랍다. 벨연구소에서는 연구원이 임용되면 박사라 하더라도 전신주에 올라 전화선을 연결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이 연구소에는 독특한 정신이 있었는데 바로 이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내자는 정신이다. 이들에게 던져진 문제는 그저 어떻게 하든 ‘멀리 정확하게’ 전화소리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무선통신을 열고, 극초단파 통신을 시도하고, 미세한 신호를 증폭시키기 위해 반도체 다이오드를 만들었다. 오늘날 실리콘 밸리의 신화를 만든 반도체와 단일 파장의 빛인 레이저를 새롭게 만들어낸 것이다. 이들은 전화 신호를 잡음 없이 잘 잡겠다고 노력한 결과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까지 알아냈다. 벨연구소의 탁월성은 바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면서 극단까지 진행하는 추진력과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조력이 합쳐진 것이었다.



2부 평범한 사람이 탁월해지기 위한 7가지 조건



마음속 거문고를 울리는 눈, 인사이트

우리의 눈은 부실하다. 매의 시력과 비교하면 턱없이 희미하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또 다른 눈이 있다. 바로 혜안이다. 혜안은 집착을 버리고 차별의 현상계를 넘어서는 통찰을 하게 해준다. 혜안이 열리면 감동한다. 마음의 거문고가 울린다. 마음의 거문고는 심금이다. 심금을 울리는 감동을 우리는 몇 번이나 경험하며 살고 있는가? 국민을 감동시키는 사람은 대통령이 된다. 고객을 감동시키는 회사는 시장을 제패한다. 모든 감동에는 영감 어린 통찰이 존재한다. 인사이트를 갖지 않은 것은 그 어떤 것도 감동이 없다. 인사이트는 마음으로 파고들어 깊은 곳의 거문고 줄을 튕긴다. 그러면 온몸으로 반응하며 세상이 변한다.

뉴턴의 고민은 ‘사과는 땅으로 떨어지는데 달은 왜 떨어지지 않는가?’였다. 둘 다 공중에 떠 있는 존재지만 왜 하나는 떨어지고 하나는 떨어지지 않는가? 이 질문을 뉴턴만 한 것은 아니다. 이전의 사람들은 천상에 투명한 천구가 있어 그 천구에 별이 붙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설명에 만족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만족하지 않고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것, 그것이 대단한 것이다. 이 모순을 허투루 보지 않고 마음의 눈으로 읽어낸 뉴턴의 마음속에 거문고가 울렸다. 그는 온 몸으로 반응했고 자나 깨나 그 생각에 몰두했다. 그 결과 그는 모든 사물 사이에 존재하는 이끌림의 힘인 만유인력을 알아낸 것이다. 위대한 과학, 위대한 사상, 위대한 예술은 모두가 이러한 모순을 직시하는 인사이트에서 출발한다.

남들이 뭐라 해도 지켜나간다, 괴짜정신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본 사람은 말과 행동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대부분 오해를 받는 것은 기본이다. 오해가 두려워 자신을 숨기면 그다음 일은 없다. 당신이 괴짜라는 소리를 친구들에게 들었다면 일단 안심하라. 왕따를 당했다면 더 안심하라. 적어도 당신은 일반인이 기대하는 것을 벗어났다는 증거이다. 괴짜가 되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일단 남이 하는 것 중에 하나를 이유 없이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먼저 안 하기 괴짜를 보자. 무엇이든 하는 사람도 괴짜지만 남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데 못하거나 안 하는 사람도 괴짜다. 자기 통제가 분명한 사람이다. 이유는 묻지 마라. 하지 않기로 결심한 것뿐이다.

캐번디시라는 과학자가 있다. 많은 돈을 상속받아 스스로 연구소를 차렸다. 지금도 그의 연구소는 세계적인 연구 결과를 쏟아내는 과학의 황금거위다. 그는 한가락 하는 괴짜다. 무슨 이유인지 여성 기피증이 있었다. 심지어 집에서도 하녀들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자신만의 계단을 따로 두었다고 한다. 여성기피와 과학적 작업이 무슨 연관이 있을까마는 이런 삶의 방식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당대 및 후대 사람들에게 이상한 사람이란 느낌을 주었다. 언밸런스도 괴짜 대열에 낀다. 갓을 쓰고 영어를 하는 식이다. 단재 신채호 선생 역시 괴짜였다. 그는 영어를 배우는 데 날로 일취월장했다고 한다. 자기 방식으로 영어를 하는데 영어를 읽을 때에 한자를 읽을 때처럼 “하여슬람”과 같은 말을 여기저기 집어넣어 읽었다고 한다. 발음도 독특했지만 어려운 원서를 술술 읽었다고 한다.

괴짜는 일단 평범한 사람의 기준을 이탈한 사람을 의미한다. 평범을 존중하는 것과 평범을 거부하는 것 사이에 괴짜가 존재한다. 그들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불편을 감수하기도 하지만 남들의 오해를 감수하기도 한다. 얼핏 보면 지혜롭게 못 사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다가 모든 공모전에서 낙방한 프레젠테이션의 카운슬러가 있다. 그는 당시의 발표 기법과는 사뭇 다른 발표 기법을 고수했다. 평가자들은 생소한 발표 기법 때문에 내용이 없다고 생각했다. 데이터와 도표로 가득 찬 빽빽한 발표물이 범람하던 시절이니 더욱 그랬다. 하지만 만일 그가 당시의 평가에 연연해 이에 맞춰 나갔다면, 오늘날의 그는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괴짜는 누가 뭐래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지켜낸다. 욕을 하든, 점수를 안 주든, 취직이 안 되든 상관없다. 자신의 스타일을 지켜낸다. 혹자는 이를 “똥고집을 부린다.”고 한다. 정말 그런 고집이란 쓸데없는 것이겠지만, 인사이트를 가진 사람의 고집은 탁월함의 조건이 된다.

넘치도록 채우게 하는 원동력, 결핍

부족해 절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족하기 때문에 발전하는 사람도 많다. 그들의 대성공에는 언제나 없음이 자리하고 있다. 오늘날 위대한 발명은 차고나 헛간에서 이루어진 것이 많다. 비행기, 로켓, 퍼스널 컴퓨터 등 대단한 것들이 시시한 재료로 시시한 장소에서 만들어졌다. 아인슈타인의 위대한 발견도 특허청 업무를 보던 시절에 이루어진 것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결핍인 가난이나 짧은 학력, 못난 용모, 타고난 출신 같은 것이 그 당사자에겐 하늘이 준 형벌 같겠지만, 이것을 극복해낸 사람은 누구도 비교할 수 없는 탁월함의 자리에 이르게 된다. 바로 그 부족함을 메우려는 노력이 차고 넘쳐 아무도 감당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입양아이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첩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위대한 사람의 불행을 들춰내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들의 성공과 이들의 결핍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아버지의 성을 받지 못했다. 이름도 주지 않은 그의 모진 아버지는 그에게 교육을 시키지도 않았다. 이러한 극단적인 결핍이 덮쳤지만, 그는 용케도 이를 모두 극복했고 우리 앞에 불멸의 이름으로 서 있다. 가난 때문에 학교 문턱에도 가지 못한 위대한 인물로 패러데이를 빼놓을 수 없다. 마이클 패러데이 하면 누구나 유도전기를 생각할 것이다. 오늘날 강력한 모터는 주방의 믹서를 비롯하여 온갖 기계에 사용된다. 이런 위대한 발견을 이루어낸 패러데이가 수학을 못했다고 하면 어떨까? 수학은커녕 학교도 다니지 못했다. 그는 책 제본소에서 일하다가 그에게 제본을 맡기는 과학자들의 문서에 있는 신비로운 기계 도면에 매료되었다. 그는 험프리 데이비라는 당대 최고의 과학자에게 자신을 조수로 써 달라고 간청했다. 우여곡절 끝에 조수가 된 그는 무조건 현상을 글로 쓰는 방식으로 매일 실험을 기록하고 계획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다. 그는 수학을 잘 몰랐기 때문에 모든 것을 기록하고 실험해서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경험론적인 연구 방법을 최고도로 끌어올렸고, 오늘날 전기자기학을 여는 위대한 일을 했다.

눈치 없이 한없이 도전한다, 바보정신

죽음을 앞둔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이제 막 사회로 나가려는 젊은이들에게 바보처럼 살 것을 주문했다. “여러분들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사느라 자신의 시간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의 마음과 영감을 따를 수 있는 용기랍니다.” 그는 이어서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Stay hungry, stay foolish(계속 갈망하고 바보처럼 살아라).” 여기서 말하는 바보는 사실 진짜 바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바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진짜 현명한 사람이다. 어쩌면 괴짜 중에 가장 고수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바보라고 놀리는 것은 이익을 취하지 않고 헛짓을 하고 있다고 판단될 때이다. 우리 사회는 한동안 바보 찬양이 끊이지 않았다. 대통령을 바보라 부르고, 종교 지도자를 바보라고 했다. 너무 똑똑한 사람들이 많아서 오히려 바보를 갈구했는지도 모른다.

모든 탁월함에는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가 깊어지면 신화가 된다. 영웅이 만들어지면 영웅전이 탄생한다. 이야기 중의 이야기가 바보 이야기라면, 바보는 탁월함의 조건으로 손색이 없다. 대한민국은 바보들의 천국이다. 어떤 사람은 500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을 이야기하면서 모래벌판에 조선소를 지을 생각을 했다. 정말 바보다. 그뿐인가? 비싼 유조선을 가라앉혀 방조댐을 짓자고 했다. 어떤 바보는 하도 바보래서 우는 여자아이들에게 “울면 그 바보에게 시집보낸다.”라고 하면 울음을 뚝 그쳤다고 한다. 어떤 바보는 목숨을 바쳐 나라를 구했는데 죽도록 매를 맞고 옥살이를 했다. 풀려나오자 그는 백의를 입고 다시 전쟁터로 나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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