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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뇌

아힘 페터스 지음 | 에코리브르
이기적인 뇌

아힘 페터스 지음

에코리브르 / 2013년 6월 / 344쪽 / 17,000원





1부 뇌는 어떻게 물질대사를 조절하는가



과체중: 모든 것은 의지의 문제?

현대 의학은 과체중의 원인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비만에 관한 통계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16억 명의 성인이 과체중이며 그중 4억 명이 비만이다. 1953년 생리학자 진 메이어는 ‘포도당 항상성 이론’을 발표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인체의 에너지 공급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은 혈당의 균형이다. 영양 섭취를 통해 조절되는 혈당이 뇌를 포함한 모든 장기에 공급되는 에너지의 양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이론에는 약점이 있었다. “왜 당뇨병 환자는 혈당이 극적으로 높아진 뒤에도 음식을 먹을까?” 하는 물음에 답을 못하는 것이다. 그의 이론이 옳다면, 혈당이 높아지면 환자는 곧바로 먹기를 그쳐야 한다. 비만증 환자도 체내 에너지 충만 정도가 높기 때문에 더 이상 먹지 말아야 한다. 이론과 현실이 따로 노는 이유를 지금까지 아무도 설명하지 못했다.

1921년 병리학자 마리 크리거는 병과 굶주림 때문에 사망한 시신을 대상으로 연구한 논문 「기아성 쇠약 상태에서 인간 장기들의 위축」을 발표하였다. 연구 결과 굶주림으로 사망한 시신의 내부 장기는 정상적인 성인의 장기보다 최대 40% 가벼웠다. 다만, 뇌는 예외였다. 뇌의 무게 감소는 2% 이하에 불과했다. 왜 그럴까? 왜 뇌는 절박한 기아 상황에서도 영양 부족의 영향을 받지 않을까? 이런 현상에 대해 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설명은 뇌가 몸의 물질대사 위계에서 특별한 지위를 차지한다는 것뿐이다. 뇌는 우선 자기 자신에게 영양을 공급한다. 몸의 나머지 부분은 뇌에 공급하고 남은 영양으로 만족해야 한다. 따라서 결핍 상황이 되면 다른 모든 장기는 가용한 에너지의 전량을 뇌한테 넘기고 굶주려야 한다. 이런 특징적인 행동들이 이 책의 바탕에 깔린 연구 방향에 ‘이기적인 뇌 이론’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이기적인 뇌 이론의 기본 개념을 1987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구상했다. 당시 나는 그곳에 있는 아동병원에서 당뇨병을 연구하고 있었다. 나는 길을 걷다가 도로의 신호등을 보고 사람의 몸에서 혈당을 조절하는 시스템을 신호등에 빗대어 생각해 보았다. 가령 도로 A는 뇌로 통하고, 도로 B는 지방 및 근육 조직으로 통한다고 치자. 에너지 불균형이 발생하면(포도당이 뇌에는 너무 적게, 저장 기관에는 너무 많이 도달한 상태) 췌장에 ‘인슐린 분비 억제’ 신호가 발령된다. 그러면 지방 조직과 근육 조직은 포도당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혈당 교통’은 거침없이 뇌로 흐른다. 그리고 뇌에서 용량 초과가 발생하면 ‘인슐린 분비’라는 반대 명령이 내려진다. 그러면 근육 및 지방 조직에 있는 저장소가 열리고 포도당 흐름이 그곳으로 유도된다. 이후 나는 뇌와 물질대사에 관련한 다른 사람들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2004년 이기적인 뇌 이론을 다음과 같이 체계화하여 발표했다.

- 뇌는 우선 자신의 에너지 충만 상태를 조절한다. 이를 위해 뇌는 스트레스 시스템을 활성화하고, 스트레스 시스템은 몸에 저장된 에너지를 뇌로 끌어들인다(뇌로 통하는 도로에 녹색등이 켜진다).- 곧이어 스트레스 시스템은 다시 휴지 상태로 복귀한다. 이제 몸의 에너지 저장소를 다시 채우기 위한 영양 섭취가 이루어진다(몸으로 통하는 도로에 녹색등이 켜진다).

뇌의 이기성은 뇌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뇌의 이기성은 진화적인 장점이다. 선사 시대 인간은 항상 영양부족과 환경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여기에 적절하게 대응하려면 무엇보다도 뇌가 제대로 기능하는 것이 중요했다. 감각이 예민해야 했고, 위험한 상황에서 옳은 결정을 내려야 했다. 따라서 결론은 “모든 에너지를 통제 본부로!”였다. 과거 영양 부족의 시대에 우리 뇌의 정상적인 기능을 보장해 준 이 메커니즘은 지금도 우리 몸 안에서 작동한다. 이 메커니즘이 원활하게 작동할 때 우리는 영양 과잉에도 불구하고 날씬한 몸매를 유지할 수 있다. 반대로 이 메커니즘에 장애가 생기면 우리는 뚱뚱해진다.

뇌가 주문하는 에너지: 하루에 설탕 한 잔

포도당은 물질대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에너지원이다. 평범한 조건에서 사람은 하루에 포도당 200그램을 섭취한다. 200그램 가운데 130그램을 뇌 혼자서 소비한다. 이것은 가정용 설탕 130그램(커피 한 잔 분량)에 해당한다. 그만큼의 당이 매일 우리 뇌로 운반되고 소비된다. 원리적으로 뇌는 일류 호텔에 투숙한 까다로운 손님처럼 완벽한 서비스를 요구하면서 호텔직원(몸의 다른 기관)들을 밤낮 부려먹는다. “혈액 속에 에너지가 충분히 많은가? 그 에너지가 신속하게 뇌에 도달하는가? 에너지를 공급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다음번 공급 때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가?” 이런 질문을 던지며 상황을 챙기는 시스템이 행사하는 조달 압력은 엄청나서 우리 삶에 끊임없이 영향을 미칠 것이다. 몸을 이런 요구에 강제로 맞출 만큼 강한 힘으로 뇌가 갖고 있는 것은 오로지 스트레스 시스템뿐이다. 스트레스 시스템으로 몸이 뇌의 명령에 따르도록 만드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면 극심한 허기가 발생하고, 뇌가 잠깐 동안이라도 출력을 높이면 극심한 피로가 몰려오는 이유는 뇌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몸에 주문하기 때문이다.

뇌의 에너지 관리

뇌는 자신의 에너지 수요를 파악하는 장본인이자 뇌 자신에 공급되는 에너지를 통제하는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를 위한 주요 통제 중추는 ‘복내측 시상하부(VMH)’이다. 이 부위는 뇌간 상부에 자리 잡고 있다. 뇌의 가장 중심에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아데노신3인산(ATP)’ 센서의 도움을 받아 에너지 수요를 파악한다. ATP는 세포 내 에너지 통화라고 할 수 있는데, 모든 세포는 ATP를 감지하고 활용하여 자신의 임무를 수행한다. 신경세포의 ATP 센서가 뇌에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포착하면, VMH는 생화학적 신호 물질의 형태로 ‘에너지 공급!’이라는 메시지 카드를 발급한다. 이 소식을 암호로 만들어 전달하기 위해 뇌는 자신이 보유한 최강의 카드를 사용한다. 즉, 스트레스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이다. ATP가 부족해지면, 그런 기미가 보이기 무섭게 VMH는 몸으로 내려가는 스트레스 신경 경로를 통해 췌장에 ‘인슐린 분비 억제!’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리하여 혈중 인슐린 농도가 낮아지면, 근육과 지방은 포도당을 흡수하지 못하게 된다. 인슐린은 포도당 저장소를 여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뇌는 인슐린 없이도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다. 이렇게 인슐린 억제 명령을 내림으로써 뇌는 저장 기관으로 가는 에너지 흐름을 일시적으로 끊고 가용한 포도당의 대부분을 독차지한다. 이러한 ‘뇌-당김(brain-pull)’ 과정은 뇌의 에너지 조달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그런데 근육, 지방, 간 등의 포도당 저장소가 이미 비어 있는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이 경우에는 뇌간 상부, 정확하게는 외측 시상하부(LH)에서 당김 신호를 발령한다. 그 신호로 인해 우리는 에너지 부족 정도에 따라 식욕부터 극심한 허기까지 굶주림의 모든 단계를 느낀다. 이 신호가 발휘하는 힘을 일컬어 ‘몸-당김(body-pull)’이라고 한다. 이때 몸은 자신의 에너지 충만 상태에 맞게 에너지를 끌어당긴다. 즉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다. 그런데 부엌과 냉장고가 텅 비었다고 가정해 보자. 당장 배가 고프다면 우리는 음식을 사오지 않을 수 없다. 이 대목에서 세 번째 힘, 즉 음식 마련을 유도하는 ‘탐색-당김(search-pull)’이 작용한다. 탐색-당김은 막강한 힘이다. 위기 상황에서는 그 힘이 자연의 힘만큼 강해져 사람을 도둑이나 거지로 만들고, 평화를 위협하고, 사회를 파괴할 수 있다. 문명화한 사람들도 여섯 끼만 굶으면 식량을 구하기 위해 죽기 살기로 싸움에 나선다고 한다.

이기적인 뇌의 탄생

인간은 진화 역사에서 갈수록 운동 능력을 잃음과 동시에 뇌의 에너지 확보 측면에서는 더 유능해지고 있다. 극단적인 영양 부족에 시달리는 아기들의 모습은 뇌의 에너지 확보 능력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세계의 전쟁 및 기아 지역에서 촬영한 아기들의 모습을 뉴스에서 살펴 보자. 엄마 품에 안긴 갓난아기들은 배가 고파 보챈다. 아기의 머리는 깡마른 몸에 어울리지 않게 크고 무겁다. 이런 아기들은 임신 기간부터 심한 영양 부족을 겪는다. 이런 경우 태아의 뇌는 ‘뇌 절약(brain sparing)’을 실시한다. 이 비상 프로그램은 에너지 부족 상황에서도 뇌가 최적의 에너지를 공급받도록 해 준다. 대신 태아의 몸은 에너지 사용을 줄인다. 다른 장기의 결함은 출생 뒤에 운이 좋아 영양 섭취를 개선하면 복구될 수도 있지만, 뇌의 발달 장애는 복구되지 않기 때문이다. 태아의 뇌는 형성 중인 자기 몸의 에너지 경제뿐 아니라 어머니의 에너지 경제도 통제한다. 태아는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것을 어머니에게 알리기 위해 자신의 부신에서 코르티솔을 분비한다. 태아의 코르티솔은 어머니의 스트레스 시스템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태아의 뇌를 위한 에너지를 확보하려면, 어머니는 몸-당김을 강화해야 한다. 그 결과는 임신을 해 본 여성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강렬한 배고픔이다. 어머니가 에너지를 풍부하게 섭취하면, 태아도 결국 에너지를 공급받게 된다.

한밤의 발작적 배고픔

식욕은 조절하기 어렵고 일부 사람들의 경우에는 결코 충족되지 않는다. 그들은 항상 먹어야 한다고 느낀다. 심지어 자는 동안 식욕에 사로잡히는 사람도 있다. 이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밤중에는 배가 고프지 않은 것이 정상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숙면 시간에는 절약 모드로 작동한다. 절약 모드에서 뇌의 에너지 소모는 낮 시간의 최대 40%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어떤 사람들은 한밤에 깨어나 심한 배고픔을 느낀다. 이런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열쇠는 오렉신(orexin)이다. 신경 전달 물질 오렉신은 외측 시상하부의 뉴런에서 생성된다. 이 신호 물질은 ‘수면-깨어 있음’ 리듬에서 중요한 구실을 한다. 오렉신은 우리를 말똥말똥 깨어 있게끔 하고, 주의를 집중하게끔 한다. 이 매혹적인 신호 물질은 3중 기능을 한다. 깨어 있음 상태의 활성화, 몸-당김 과정에서 영양 섭취를 위한 프로그램 발동, 탐색 행동에 대한 보상 추진이 그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밤중에 오렉신 분비 증가로 음식을 먹는다면, 그 신호 물질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다.

우리가 한밤에 깨어나 냉장고로 걸어가는 것은 그보다 먼저 시상하부에서 이루어진 측정을 통해 뇌에 공급되는 에너지가 너무 적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오렉신이 분비되는 것이다. 이것은 몸-당김을 활성화하라는 신호이다. 즉 에너지를 외부에서 끌어들여야 한다. 잠에서 깨어나 음식을 먹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몸-당김을 활성화하는 오렉신 신호가 어떤 느낌을 유발하는지 몸소 체험한다. 하지만 오렉신 신호를 밤에 체험하는 사람은 드물다. 오히려 낮에 우리를 깨어 있게 하고, 먹을거리를 탐색하도록 하는 기능을 한다. 끊임없는 오렉신 신호는 각 당김들 사이의 세력 균형이 깨졌음을 알려주는 증상일 수도 있다. 실제로 뚜렷한 몸-당김 행동은 뇌-당김이 부실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한밤에 깨어나 냉장고로 걸어가는 행동은 뇌로의 포도당 공급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2부 뇌는 어떻게 몸을 희생해 에너지 위기를 해결하는가



전반적 침묵: 뇌 속의 고요

이기적인 뇌는 항상 자신의 에너지 충만 상태를 좁은 범위 안에서 일정하게 유지하려 애쓴다. 계산에 철저한 가장이 가계 수지를 마이너스로 떨어뜨리지 않는 것처럼 뇌는 에너지(ATP) 보유량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걸 허용하지 않는다. 에너지 보유량이 떨어지면 뇌는 수입을 늘리고(스트레스 시스템을 통해 더 많은 에너지를 주문), 지출을 줄인다(몸과 뇌에서 에너지를 절약). 제1형 당뇨병 환자는 인체의 면역체계가 인슐린을 생산하는 췌장의 베타세포를 공격해서 파괴하여 생기는 병이다. 의학은 이 극적인 증상에 인공 인슐린 투여로 대처한다. 약물 치료를 잘 받는 당뇨병 환자는 기대 수명이 정상인과 거의 같다. 그런데 뇌는 인슐린 주사에 어떻게 반응할까? 다시 말해 인슐린이 신경계의 통제 없이 혈류에 도달하면 뇌는 어떻게 반응할까?

루카스는 일곱 살 때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그는 10년 동안 인슐린을 거르지 않고 주사해 왔지만 현재는 위험한 저혈당 상태(당뇨병 환자가 전형적으로 겪는 급성 에너지 위기)가 과거보다 더 신속하고 감지할 수 없게끔 찾아온다. 특히 몇 주 전 학교에서 실신한 다음에는 더욱 조심한다. 당시 그의 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생존에 필요한 것을 제외한 모든 뇌 기능이 갑자기 정지되었다. 그로 인해 루카스는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쓰러졌다. 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뇌 대부분이 고요해진다는 뜻으로 ‘전반적 침묵(global silencing)’이라고 한다.

제1형 당뇨병은 점진적인 뇌-당김 약화를 동반한다. 뇌는 음식에서 직접 흡수한 포도당에 점점 더 많이 의존하게 되고, 몸의 저장소에서 나온 포도당에는 점점 더 적게 의존한다. 그 결과는 극심한 허기에 시달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몸은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섭취해 뇌로의 기본 공급량을 채워야 한다. 이러한 2차 계획으로도 에너지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뇌는 3차 계획으로 전환한다. 이것은 에너지 절약 계획이다. 뇌는 생존에 필수적이지 않으면서 에너지 소비는 많은 시스템부터 출력을 낮춘다. 그러면 체온이 낮아지고 근육이 피로해진다. 급박한 상황에서 뇌로의 에너지 공급이 계속 줄어들면 최종 위기가 닥친다. 뇌의 보유 에너지가 뉴런의 생존이 위태로울 정도로 적으면 대뇌의 활동을 멈추는 중앙 차단기가 내려간다. 에너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뇌가 계속 작동하면 신경세포의 대량 사멸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활동정지는 뇌를 살리기 위한 최후 수단인 셈이다. 하지만 의사가 포도당을 주입하면, 루카스의 뇌는 즉시 다시 활성화된다.

제1형 당뇨병의 진행은 뇌-당김이 쇠퇴하는 과정이다. 루카스가 처음 저혈당 상태에 빠졌을 때 그의 뇌는 격렬한 스트레스 반응으로 대처했다. 하지만 저혈당 상태가 반복되면 스트레스 반응이 점점 약화된다. 뇌-당김이 약화되는 것이다. 저혈당 상태가 반복될 때마다 뇌-당김은 과부하를 받게 된다. 이것은 뇌-당김의 유연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뇌-당김이 쇠퇴하는 원인이 된다. 루카스의 뇌는 몸의 저장소에서 에너지를 끌어내는 데 필요한 교감신경계의 조절 메커니즘을 추가로 잃게 된다. 이제 그는 뇌를 위한 연료를 충분히 주문할 수 없다. 뇌-당김의 약화가 계속 진행되면 거기에 딸린 경보 시스템도 망가진다. 이제 저혈당 상태가 닥쳐도 실신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감지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루카스 같은 환자는 저혈당으로 인한 혼수상태를 피할 수 없는 것인가? 가능한 대책이 하나 있다. 몸의 스트레스 반응이 없더라도 저혈당 상태가 다가올 때 뇌에서 일어나는 증상이 존재한다. 바로 에너지 절약에 따른 증상(피로, 흐릿한 시각, 불안정한 걸음걸이)이다. 이런 신호는 간단히 알아챌 수 없기 때문에 환자는 그 경고 신호를 올바로 감지하고 해석하는 법을 연습을 통해 배워야 한다.

시험대에 오른 당뇨병의학

제1형 당뇨병은 에너지를 잃는 병이다. 제1형 당뇨병은 췌장의 베타세포가 망가져 인슐린 생산 능력을 잃기 때문에 혈당 수치의 극적인 상승이 일어난다. 에너지를 붙잡고 저장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한편 제2형 당뇨병에 걸린 환자는 제1형 환자와 마찬가지로 혈당 수치가 높지만, 이는 포도당 저장에 관여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제2형 환자의 혈중 인슐린 수치는 정상인보다 훨씬 높으며 점점 더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즉 제2형 당뇨병은 에너지가 넘쳐나는 병이다. 제2형 당뇨병의 원인은 오랫동안 수수께끼였다. 하지만 우리는 이기적인 뇌 이론을 통해 이 병의 발생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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