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가 답이다
켄 블랜차드 외 지음 | 더숲
신뢰가 답이다
켄 블랜차드, 신시아 옴스테드, 마사 로렌스 지음
더숲 / 2013년 6월 / 159쪽 / 12,900원
제1부: 신뢰에 관한 우화
신뢰가 무너졌다!
어느 시골 마을에 베리힐 씨 가족이 살고 있었다. 그 집에는 위스커스라는 이름의 암코양이와 우프라는 이름의 수캐가 함께 살고 있었다. 개와 고양이는 사이가 좋지 않아 늘 다투었다. 어느 날, 우프가 위스커스의 꼬리를 모르고 밟았다. 위스커스는 즉시 앞발톱을 세워서 우프의 얼굴을 할퀴었다. 화가 난 우프는 위스커스를 물려고 했고, 위스커스는 우프의 공격을 피해 식당으로 도망쳐 들어갔다. 위스커스가 식탁 위로 뛰어오르면서 저녁 식사 음식이 바닥에 쏟아지고, 접시가 깨졌다. 화가 난 베리힐 씨가 고함을 질렀다. “너희 두 녀석이 사이좋게 지낼 수 없다면 나도 어쩔 수 없어. 너희를 모두 내다 버릴 거야. 너희들 모두!” ‘너희들 모두’에는 그 집에서 사는 다른 동물들도 포함되었다. 앵무새 프레슬리, 햄스터 해리엇, 금붕어 위글리까지. 베리힐 씨의 고함소리는 모든 동물들의 귓속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의 말은 단순한 으름장이 아니었다.
“안 돼요, 아빠! 동물들을 버리지 말아요.” 딸 카일리가 애원했다. “아빠도 동물들을 버리고 싶지 않아. 하지만 쟤들이 앞으로 올바로 행동할 거라는 걸 우리가 믿을 수 있어야만 함께 살 수 있어.” “하지만, 아빠-!” 그때 베리힐 부인이 말했다. “아빠 말씀이 옳으셔. 저 동물들이 정말 우리 가족이 되려면 우리가 동물들을 지속적으로 믿고 의지할 수 있어야 한단다.” “동물들이 올바로 행동하면 계속 함께 살 수 있어요?” “그래, 더 이상 싸우지 않고 지내기만 한다면.”
그날 밤 잠자리에 들기 전 베리힐 부인이 남편에게 말했다. “오늘 당신 반응은 평소보다 좀 지나쳤어요. 무슨 고민 있어요?” “회사 생활이 순조롭지 않아. 사장님과 면담을 했는데 내 업무 처리에 실망하셨다는 거야.” “당신 정말 힘들었겠어요.” “요즘 업무가 많이 늘어났지. 열심히 노력은 하지만 아무래도 힘이 부쳐. 나를 이끌어줄 사람이 필요해.” “사장님한테 그 부분에 관해 말씀드렸어요?” “쉽지 않아. 워낙 바쁜 양반이라 단 둘이 자리를 가질 기회를 잡기 힘들어.” “결국 당신과 그분 사이에 신뢰가 필요하다는 얘기네요. 우프와 위스커스하고 우리 가족 사이처럼.”
신뢰는 보는 사람의 눈 속에 있다
그날 밤, 자정이 되자 동물들이 모두 거실에 모였다. 앵무새 프레슬리가 말했다. “이 상황이 계속되면 우리 모두 엄청난 슬픔을 맞게 될 거야.” 앵무새는 개와 고양이를 보고 말했다. “우선, 너희 둘이 사이좋게 지내야만 해.” 고양이 위스커스가 말했다. “그건 불가능해요. 우프는 신뢰할 수 없어요.” 우프가 항의했다. “난 오늘 네 앞발에 찔려서 장님이 될 뻔했어!” 화가 난 위스커스가 거실을 나가버렸다. 우프가 카펫 위에 배를 깔고 누워 말했다. “난 위스커스를 화나게 만들려는 게 아니었어. 위스커스가 아예 나를 믿으려 하지 않는데 내가 어떻게 해야 우리가 사이좋게 지낼 수 있죠?” 프레슬리가 말했다. “신뢰라는 건 인식의 문제다!” “그게 무슨 뜻이죠?” “네 생각에는 아무 문제없는 행동이 위스커스에게는 불신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얘기야.”
“무슨 말을 해야 위스커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요?” 우프가 물었다.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으려면 시간이 걸리는 법이지. 말이 아니라 행동을 통해 네가 신뢰할 만한 존재라는 걸 보여줘야 해.” “어떻게 행동하면 되죠?” “네가 신뢰에 관한 ABCD를 모두 깨우쳤다는 걸 보여주는 행동.” “ABCD? 그게 뭐죠?” “첫째, 자신에게 능력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해(Able). 둘째, 자신이 진실되게 믿을 만한 존재라는 것(Believable). 셋째, 서로가 연결되었다는 것(Connected). 넷째, 자신이 지속적으로 믿음을 주는 존재라는 것(Dependable). 이것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해.” “좋아요. 처음부터 시작할게요.” “일단 네가 ‘능력’이 있다는 걸 위스커스에게 보여주어야 해.” “능력을 보인다는 건 무슨 의미죠?” “네가 그녀를 도와줄 역량과 기술을 지니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야. 네가 가치 있는 존재임을 보여줘!”
‘능력 있는(Able)’ 존재라는 걸 행동으로 보여라
어느 날 위스커스는 집 밖으로 나갈 구멍을 찾기 위해 담장을 따라 걷고 있었다. 그것을 본 우프는 그녀의 신뢰를 얻을 기회라고 생각해 땅을 파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담장 밑에는 고양이가 기어서 드나들 수 있을 만한 크기의 구멍이 생겨났다. 우프는 낮잠을 즐기는 위스커스를 깨웠다. “잠깐 일어나 볼래? 너를 위해 담장 밑에 새로운 통로를 만들어놓은 걸 보면 너도 좋아할 것 같아서.” 위스커스가 고개를 들고 마당 너머를 살펴보았다. “흠, 정말 구멍을 파긴 팠네. 하지만 땅 파는 건 네 취미잖아.” 위스커스는 눈을 감았다. 우프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감동을 주어야만 했다. “이봐, 다시 깨워서 미안한데, 네가 그다지 감명을 받은 것 같지 않아서.” “빙고, 나한테 감명을 주고 싶으면 개박하를 가져와.” 다음 날 우프는 집 주위를 샅샅이 뒤져서 발견한 개박하를 위스커스의 발 앞에 내려놓았다. “고마워.” “그럼 이제 내 능력을 인정하는 거야?” 우프가 물었다. “아직은 아니야. 나한테 네 능력을 정말 인정받고 싶다면 물고기를 잡아와.” “너한테 물고기를 잡아다주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난 최선을 다할 거야.”
월요일 저녁 바쁜 일과를 마치고 퇴근한 베리힐 부부가 아이스티를 한 잔씩 들고 마주앉았다. “오늘 사장님과 면담을 했어.” “결과는요?” “업무적으로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고 말하고, 새로운 업무를 익힐 동안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다른 직원을 추천해달라고 했지. 내가 맡고 있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데 필요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싶다고 했지.” “사장님 반응은?” “솔직한 얘기에 감사하대. 내게 도움을 줄 만한 직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메시지를 남기셨어. 그리고 2~3주 후에 다시 만나서 내가 얼마나 기술을 익혔는지 함께 검토하자는 거야.” “정말 멋지군요.”
일주일이 걸렸다. 엄청난 노력 끝에 우프는 마침내 집 근처에서 작은 물고기 한 마리를 낚았다. 그는 위스커스의 발치에 잡아온 물고기를 내려놓았다. “아주 맛있는 냄새가 나네. 슬슬 감동의 물결이 일기 시작하는데?” 우프는 다음 날 다시 한 번 그녀를 놀라게 했다. 이번에는 풀장에서 물어온 고무오리였다. 주말에는 쓰레기통 근처에서 발견한 쥐 인형도 갖다 주었다. 위스커스가 말했다. “고마워. 내게 가져다준 선물들 말이야.” 우프는 기대에 차서 물었다. “이제 내가 널 도울 만한 능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야?” “그런 것 같아.” “그럼 이제 날 신뢰하는 거야?” “신뢰한다고? 네가 한 일들은 모두 고마워. 아주 잘 해냈어. 하지만 네가 그런 일들을 해낼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내가 당연히 너를 신뢰할 수 있는 건 아니야. 다른 문제들도 있어.” “그게 뭔데?” “난 그 문제들을 일일이 따져볼 만큼 한가하지 않아. 하지만 한 가지는 말해줄게. 일단 고양이와 개는 사이가 좋을 수 없어. 그건 상식이라고.” 그 말을 끝으로 고양이는 몸을 돌리고 멀어져 갔다.
‘진실되게 믿을 만한(Believable)’ 존재라는 걸 행동으로 보여라
낙담한 우프가 프레슬리를 찾아갔다. “그녀는 아직도 나를 신뢰하지 않아요.” “네가 능력 있는 존재라는 것을 입증했으니, 이젠 네가 진실되게 믿을 만한 존재라는 걸 보여주면 된다.” “어떻게요?” “행동을 통해 보여줘야지. 우선 위스커스가 너에게 털어놓은 비밀을 주위에 알려서는 안 돼. 반드시 그녀의 비밀을 지켜줘야 한다.” 프레슬리가 계속 말했다. “상대에게 잘못을 했을 때는 솔직하게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필요해.” “그건 할 수 있어요.” “가장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정직이야. 사실을 과장하거나 축소하면 안 된다는 거야.” 우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만일 그녀에게 어떤 약속을 했다면 그것을 끝까지 지키는 것, 그게 바로 정직이야. 그래야 그녀는 네 입에서 나온 말과 네가 하는 행동이 일치한다는 걸 알게 된다.” “다른 것은 없나요?”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공정함을 잃지 말아야 하고, 말과 행동은 늘 진실해야 하지.” “아저씨 얘기를 듣다 보니 믿을 만한 존재가 된다는 것은 인격의 문제라는 생각이 드네요.” “네 말이 맞아. 먼저 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해.”
이후 몇 주 동안 우프는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위스커스를 찾아갔다. “너한테 사과를 하고 싶어.” “이번에 또 뭐래?” “몇 달 전 내가 너를 나무 위로 쫓아 올려 보낸 적이 있었잖아. 그건 정말 무례한 행동이었어. 많이 놀랐지? 내 잘못이야. 진심으로 사과할게.” 위스커스가 몸을 길게 눕히면서 두 눈을 감았다. “사과 받아줄게. 이제 잠 좀 자게 날 내버려둬.” 이후 우프는 자신이 진실되게 믿을 만한 존재라는 사실을 여러 차례 입증해 보였다. 하루는 햄스터와 금붕어가 위스커스를 비난했다. “위스커스는 잘난 체 대장에다 자기밖에 모르는 고양이야. 그렇지, 우프?” “위스커스는 내 친구야. 너희 둘이 위스커스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녀와 직접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도록 해.” 신뢰를 받을 만한 행동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위스커스는 가슴 깊은 곳에서 감동의 물결이 이는 것을 느꼈다.
서로가 ‘연결된(Connected)’ 존재라는 걸 행동으로 보여라
어느 날 동물들이 거실에 모였다. 위스커스는 선언을 했다. “우프와 나 사이에 있었던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었어요. 몇 주째 우리는 큰 다툼 한 번 없이 지내오고 있어요.” 그녀는 우프에게 걸어가더니 그 앞에 앉으며 말했다. “내 말은 드디어 내가 널 신뢰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야.” 그러자 프레슬리가 말했다. “그 선언을 하기에는 너무 일러. 신뢰는 양방향으로 오가며 서로 느껴야 하는 거야. 우프, 넌 위스커스를 신뢰하고 있니? 정직하게 대답해야 해.” 우프가 한참 동안 있다가 입을 열었다. “꼭 그런 것 같진 않아요. 위스커스의 발톱이 아무 경고 없이 삐죽 내밀어졌던 적이 많았거든요. 이렇게 말해서 정말 미안하지만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난 믿지 못하겠어요.” 위스커스의 표정이 변했다. “이 멍청한 개가 나를 신뢰하지 않네요. 이 미련한 개가 진실을 볼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그러자 우프가 나가 버렸다. 모욕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프레슬리가 말했다. “위스커스, 우프는 너를 신뢰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어, 그렇지?” “그랬죠.” “그렇다면 네가 할 일은 네가 그와 연결이 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야. 행동을 통해 네가 그를 배려하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해. 그런데 넌 그를 배려하고 있니?” 위스커스는 최근 몇 주 동안 우프가 자신을 위해 해준 것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최근에 그가 나쁜 친구는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최소한 개치고는 말이죠.” “그렇다면 그에게 네가 그를 배려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줘.” “어떻게요?” “마음을 열고 우프와 소통을 해야 해. 그가 너를 보다 잘 알 수 있도록 너에 관한 정보를 나누라는 얘기야. 그의 의견과 주장을 귀 기울여 들어. 아이디어와 조언도 부탁하고.” “고양이에게는 좀 벅찬 주문인 것 같네요. 한번 노력해 볼게요.”
“오늘 사장님과 함께 했던 회의는 굉장했어.” 아내가 저녁상 차리는 것을 도와주며 베리힐 씨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요? 잘됐네요.” “내 업무 실력이 눈부시게 발전했다는 보고를 받으셨더군. 사장님과 단둘이 면담한다는 생각만으로 마음이 영 불편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요즘은 나랑 정말 잘 통하는 사람이다 싶어. 오늘은 월드시리즈에 관한 얘기도 나눴어. 우리 둘 다 야구광이라는 것을 오늘에서야 알았어.” “두 사람이 서로 연결되었다고 느끼기 시작하는 것 같네요.” “난 그분이 부하직원이 아닌 인간으로서 나에게 관심을 보여주는 게 고마워.”
우프는 뒷마당에 나와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위스커스는 소통할 기회라고 생각하고 그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우프가 살아온 과정에 대해 물었다. 우프가 동물보호소에서 입양되었으며 부모에 대한 기억조차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위스커스는 놀랐다. 위스커스도 자기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어서 둘은 각자 좋아하는 놀이와 음식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위스커스는 우프가 왜 그렇게 땅을 파대고 싶어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가 땅에서 발견한 보물에 관한 이야기에는 마음이 끌려서 열심히 들어주었다. 솔직히 그가 짖어대는 소리가 귀에 거슬렸지만 낯선 이로부터 집을 보호하려는 그의 노력은 칭찬해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위스커스는 더 이상 우프와 연결되어 있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어졌다. 자연스럽게 연결이 이루어져 서로 소통하게 된 것이다.
‘지속적으로 믿을 만한(Dependable)’ 존재라는 걸 행동으로 보여라
다음 모임에서 프레슬리가 말했다. “너희 둘은 길고 힘든 과정을 잘 견뎌냈어. 둘 사이의 관계가 눈부시게 발전했어. 우프와 위스커스는 말과 행동을 통해 우리에게 ‘능력 있는’, ‘진실되게 믿을 만한’ 그리고 ‘연결된 존재’라는 인식이 신뢰를 형성하는 과정을 보여주었지. 그 방법을 적절히 사용하면 고양이와 개처럼 앙숙지간도 얼마든지 사이좋게 지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보인 거지.” 우프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신뢰의 ABC를 터득하고 나니까 삶이 아주 풍요로워졌어요.”
“하지만 완전히 숲을 빠져나온 게 아니야. 아직 우리가 살펴보지 않은 신뢰의 요소가 한 가지 더 있어.” “그게 뭐죠?” “함께 살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우리를 지속적으로 믿을 만한 존재로서 신뢰할 수 있어야 해. 그건 우리가 팀으로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해. 우리가 서로를 의지하는 한편, 우리와 베리힐 씨 가족을 위해 기꺼이 나서게 될 때, 우리는 신뢰의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는 걸 알게 될 거야. 결국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관건이지.” 위스커스가 물었다. “어떻게 하면 지속적으로 믿을 만한 존재가 될 수 있을까요?” “시간 약속을 지키고, 빈둥거리지 말고,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도록 해야지.” “바꿔 말하면, 우리 모두 스스로 나서서 우리가 사는 이곳을 정말 살 만한 곳으로 만들자는 얘기네요, 그렇죠?” “맞았어. 그래야 베리힐 씨 가족도 우리를 신뢰할 수 있게 될 거야.”
어느 날 퇴근하고 집 안으로 들어서면서 베리힐 씨가 신나는 소식을 전했다. “여보, 이번에 사장님이 나에게 더 좋은 자리를 제안하셨어.” “반가운 소식이네요. 그분과 신뢰 관계가 아주 돈독해진 것 같아요.” “정말 그래,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어. 새 근무지가 이 나라 반대쪽이야. 여름이 지나면 짐을 싸서 이사를 가야 해.” 부인이 대답했다. “난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해요. 내 직장 문제도 그렇지만 아이들이 어떨지.” “나도 같은 생각이야. 특히 저 동물들을 놔두고 가야 하니까. 모두 데려갈 수는 없잖아.” “그 부분이 제일 마음에 걸려요.”
상대방의 느닷없는 일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저녁식사를 마친 후 모든 가족들이 모였다. 베리힐 씨가 딸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아빠가 이번에 회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맡게 됐어. 그런데 새로 일하게 될 곳이 여기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단다.” 그는 아이패드를 들고 지도를 띄웠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짚으며 말했다. “우리는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갈 거란다. 정말 멀지? 그래서 말인데 우리 동물들을 보살펴줄 만한 곳을 찾아야 할 것 같구나. 쟤들을 그곳까지 함께 데려갈 수는 없어.” “하지만 아빠! 우리 동물들은 이제 아주 좋은 애들이 됐어요. 쟤들이 사이좋게 지내면 계속 함께 살 수 있다고 약속했잖아요.” 딸의 눈에서 눈물이 솟구쳤다. 말로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딸아이는 아빠가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믿음을 줄 수 있는 존재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었다. 부인이 말했다. “엄마도 우리 집 동물들이 모두 좋은 친구라는 건 알아. 하지만 동물들을 데리고 4,800킬로미터를 여행하는 것은 힘든 일이란다. 엄마가 약속할게. 동물들에게 정말 좋은 새집을 찾아줄 거야. 그곳에서 또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도록.” 이 소리를 들은 동물들은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