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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시간

이임복 지음 | 라이온북스
당신의 시간

이임복 지음

라이온북스 / 2012년 11월 / 216쪽 / 12,000원





황금색 숫자:
"어떻게 잘라 드릴까요?" "적당히 어울리게 잘라주세요." 사각사각. 눈이 스르르 감겼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머리 감으셔야죠." 머리를 감은 뒤 드라이를 하는데 뭔가 이상했다. 눈앞에서 뭔가가 아지랑이처럼 아른거렸다. "만 원입니다." 지우는 눈을 비비며 지갑에서 만 원을 꺼냈다. 그런데 이제는 만 원짜리 지폐 위로 아지랑이 같은 것이 보였다. 처음에는 빈혈기가 있을 때 보이는 황금 파리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눈을 비벼도 없어지지 않고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1시간] "에??" 얼마나 놀랐는지 속으로 말한다는 게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계산을 도와주던 미용사가 놀라서 물었다. "손님, 머리가 마음에 안 드시나요? 저희 미용실은 남성 커트가 원래 만 원인데요."

"아, 아뇨……. 잠시만요. 다른 돈으로 드릴게요." 황급히 주머니를 뒤져 다른 돈을 꺼냈다. 마찬가지였다. "이게 뭐지?" 어두웠던 미용실 밖으로 나와 신선한 공기를 마시니 침침해서 잘 안 보였던 눈이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거리는 평소 모습 그대로였다. 어디에서도 황금색 아지랑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럴 땐 마음을 가라앉히는 최고의 약이 있다. 지우는 주머니를 뒤져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 들었다. 막 담배 한 개비를 꺼내는데, [30초] "악!!!!" 지우는 너무 놀라서 손에 든 담배를 던져버렸다. 다시 다른 담배를 꺼냈다. 마찬가지였다. 담배 몸통 위에 아까보다 더 선명하고 뚜렷한 황금색 숫자. [30초] '이게 뭘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신비의 카페, Timeless:
집으로 돌아온 지우는 일단 잠을 자기로 했다. 얼마나 잔 것일까. 잠이 깬 지우는 황금색 숫자가 아직도 눈에 보이는지 찾기 위해 다시 밖으로 나갔다. 주위를 둘러보던 지우의 발걸음이 멈췄다. "저건 뭐지?" 간판에는 'Timeless'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는데 제법 세련되어 보였다. 카페의 문을 열었다. 바리스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지우는 비어 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남자와 함께 테이블에는 진한 향기를 뿜어내는 에스프레소 세 잔이 놓였다. "시킨 적이 없는데요?" "처음 오시는 손님에 대한 서비스입니다." 지우는 조심스레 에스프레소를 한 모금 마셨다. "어떻습니까?" "정말 맛있네요! 저기, 혹시 이 세 잔을 모두 마신 뒤 품평을 해달라는 건가요?" "아, 저는 '메피'라고 불러주세요." "네?" "두 명이 더 올 겁니다." 뭔가 더 물어보려 입을 열기도 전에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두 명의 사람이 들어왔고, 이내 지우 맞은편 테이블에 앉았다.



한 잔의 에스프레소:
"자, 다들 모이셨으니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메피가 말했다. "각자 앞에 놓인 잔. 여러분이 즐기실 수 있는 마지막 에스프레소입니다. 한 잔씩 드세요. 다 드시고 나면 아쉽지만 이제 떠날 준비를 하시죠." "흑…… 흑……."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흐느낌이 조금씩 크게 들렸다. '이상하다.' 지우는 직감했다. 종교 집단의 부흥회라도 잘못 온 게 아닐까. '위험한 곳은 피하는 게 상책.' 자리에서 일어난 지우는 황급히 문으로 향했다. "에?" 문이 없어졌다. 분명히 조금 전까지 예쁜 종이 달려 있던 문은 검은색 벽으로 바뀌어 있었다. "뭐죠? 자리에 돌아가 앉으세요." 메피는 방해받은 것이 못마땅해 보였다. 지우는 당황스러워서 눈앞이 캄캄해졌지만, 어떻게든 이곳을 빠져나가야 했다.

"무슨 모임인가요? 동호회? 전 잘못 온 것 같습니다. 나갔으면 하는데요." "쯧쯧……. 다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모두 다요. 다 억울하고, 다 아닌 것 같고 그런 거죠." 메피는 한두 번이 아니라는 듯한 표정으로 다가와 저항하려는 지우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자리로 인도했다. "도대체 어딜 가는데 그래요?" "죽은 다음 갈 데가 어디긴 어디겠어." 다른 테이블에 앉아 있던 할아버지의 목소리였다.



마지막 기회:
"죽…… 죽다니요? 누가? 왜?" "지우 씨 같은 반응 이해합니다. 대부분이 그래요. 다 부정하고 싶은 거죠." 지우는 극심한 갈증을 느꼈다. 그런데 충격을 받은 건 지우뿐이 아니었다. 앞에 있는 두 명의 남자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메피가 말했다. "이야기나 한번 들어보죠. 다들 지금 죽기 싫죠?" 정적이 흘렀다. 잠시 후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 조용들 하시고. 거기 임병철 씨부터 이야기하시죠." "예. 당연히 싫습니다." "당신의 시간은 끝났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온 거죠. 그런데 죽기 싫다고 하는 건 살아가기 위한 시간을 더 달라는 말이 됩니다. 왜 당신에게 시간을 더 줘야 하나요? 모두에게 5분의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자, 지금부터 답을 적기 바랍니다."

지우는 일단 연필을 손에 쥐었다. '난 왜 살아야 하지?' 갑자기 어머니가 보고 싶었다. '어머니.' 세 글자를 적었다. 다음은 여자 친구의 이름. 그리고……. 없다. "자, 시간이 끝났습니다." 마지막까지 열심히 연필을 놀리던 사람들의 손에서 일순간 종이가 사라져 어느새 메피의 손에 쥐어졌다. "임병철 씨부터 보겠습니다.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두 살배기 딸? 이게 전부인가요?" "예. 그들은 제 전부입니다. 제가 가장이고 유일한 수입원이기 때문에 열심히 벌어야 합니다. 제가 없다면 가족은 살기 힘들 겁니다." 병철의 목소리에는 애절함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메피가 말했다. "그럼, 당신은?"

"네……?" 병철은 메피가 한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당신이 살아야 할 이유 중에 '당신'이라는 존재는 빠져 있군요. 가족을 위해서 산다고 하셨죠. 당신밖에는 수입원이 없다고. 그런데 제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가족이 있는 사람들 중 가족을 위해 살지 않는 사람도 있던가요?" "하지만 가족을 위해서 제가 희생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 제 이야기라니요. 제 이야기가 중요합니까?" "당신의 삶입니다. 당신의 삶을 이야기하라는데 가족을 위해 사는 게 전부라, 생활비만 제대로 해결된다면 가족에게 당신은 없어도 되는 존재라는 말이군요. 그런 현금 지급기와 같은 삶을 원한다면 더 이야기하는 것도 '시간낭비'군요." 메피의 입에서 '시간낭비'라는 말이 나옴과 동시에 병철의 모습이 사라졌다.

메피가 판정을 내리는 사이 총 여섯 명의 사람이 사라졌다. "이지우 씨. 뭐죠, 이건?" "보시는 그대로입니다." 지우는 말했다. "제가 왜 더 살아야 할까요?" 메피가 어떤 답변을 원하는지 몰랐고, 그래서 묻고 싶었다. "만약 저를 살리실 수 있다면 알려주세요. 제가 더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지금 본인이 살아야 하는 이유를 저에게 묻겠다는 겁니까?" "예. 알려주세요. 도대체 갑작스럽게 이게 뭐 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제가 왜 더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단 말입니다. 갑자기 오후 내내 황금색 숫자가 보이다가 여기에서는 왜 안 보이는 건지, 제 죄라고는 처음 생긴 카페가 신기해서 들어온 것밖에 없는데, 갑자기 죽었다고 하면서 왜 더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대라니요."

'황금색 숫자'라는 말에 메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때까지 지우의 앞에 조용히 앉아 있던 두 명 역시 '황금색 숫자'라는 말에 동요하기 시작했다. 지우는 눈을 질끈 감았다. 메피의 입에서 '시간낭비'라는 말이 나오면 자신은 영영 사라진다. 눈을 질끈 감은 지우를 보던 메피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조심스럽게 눈을 뜨자 어두침침했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갑자기 카페 안으로 빛이 쏟아졌다.



시간을 위한 거래:
햇살 아래 에스프레소를 홀짝거리는 메피의 모습은 그리 무서워 보이지 않았다. 어찌되었건 다행은 다행이었다. 지금은 아까와는 다르게 가슴을 옥죄는 공포감은 없었다. "저… 저희는?" 앞의 두 명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글쎄요. 두 분이 적어 내신 내용을 읽어보니 별다른 감흥이 느껴지질 않더군요. 원한다면 순서를 바꿔서 다시 돌아가 마저 읽을까요?" 둘은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면 지우 씨 덕분에 또 다른 기회를 얻겠습니까?" 조용해졌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곳은 중간계입니다. 이승과 저승 그 사이죠. 이곳은 경유지이기 때문에 여러분의 삶에 대해 어떠한 평가도 결론도 내리지 않습니다. 다만 스쳐 지나갈 뿐이죠. 여러분은 운이 좋았던 겁니다."

"전 아까 카페에 왔을 뿐인데 왜……." 지우는 억울함을 이야기했다. "그래요. 횡단보도로 건넜나요?" "아니요." "교통사고가 났을 수도 있고, 빌딩 위에서 누군가 무거운 것을 머리 위에 떨어뜨렸을 수도 있죠. 인생이란 그런 겁니다." "그럼 저 황금색 숫자는 무엇인가요?" "대답은 곧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보다 방금 전 모두와 함께 있었을 때 받았던 질문이 '왜 더 살아야 하는가?'였다면, 이번에는 '인간은 무엇을 사랑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답해 주시기 바랍니다.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규칙은 간단했다. 지금부터 각각 한 명씩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한 사람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메피가 질문을 던지는데 한 번씩 정답을 말할 기회를 얻는다. "해성 씨부터 시작하죠."



해성의 이야기:
"저는 27살 한해성이라고 합니다. 군대를 다녀와서 복학한 지 이제 2년째네요. 졸업 전에 어떻게든 취업하고 싶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이력서를 내고 있죠. 밤에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어요." "어떤 회사에 이력서를 내고 있죠?" "당연히 제 이력서를 받아주는 회사 전부죠." "몇 군데를 넣나요?" "한… 50곳 정도." 갑자기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침묵을 먼저 깬 건 해성이었다. "뭐, 이 정도는 요새 당연한 일이에요. 하고 싶은 일이야 많죠. 그런데 하고 싶은 일만 해서 먹고살 수 있나요? 먼저 어디든 취직부터 해야 하는 게 현실이죠." 지우는 해성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요? 그것과 해성 씨가 직접적으로 어떻게 연관 있죠?" 메피는 여전히 싸늘한 말투였다. "답답하네요. 전 꿈도 희망도 없는 세대를 살고 있다고요!" "정말 그럴까요?" 메피가 다리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주위의 풍경이 바뀌더니, 네 명은 어느새 낯선 편의점 앞에 서 있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이 어리둥절한 사람들과는 달리 메피는 유유히 편의점 문을 열고 앞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스마트폰을 열심히 보던 점원이 쳐다보지도 않고 인사를 했다. "뭐야, 바람이 불었나?" 분명 편의점 문을 열고 누군가 들어온 것 같은데 아무도 없다. 모자를 쓴 점원의 명찰에 새겨진 이름은 '해성'이었다. 편의점 벽에 기대어 한 손으로는 스마트폰을, 한 손으로는 담배를 들고 있는 해성의 머리 위로 황금색 숫자가 선명히 보였다. [3시간] 담배꽁초를 던지고 뒤돌아 문을 열던 그때, 유리문에 비친 황금색 숫자가 보였다. 해성은 근처 중학교 학생들이 장난을 친 거라고 생각했다. 걸레를 가져와 벅벅 문을 문질렀다. 당연히 글자는 지워지지 않았다.

"뭐죠? 저 3시간이?" 지우는 속삭이듯 말했다. "3시간은 지금 해성 씨가 보내는 무의미한 시간의 합입니다." 옆에 서 있던 해성은 경악한 듯한 표정이었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무의미하다고요?" 사실 지우가 봐도 해성은 열심히 일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황금색 숫자를 본 후에도 하품을 하거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것이 그가 하는 일이 전부였다. 메피가 말했다. "여기에서 어떤 변화를 찾을 수 있죠? 3시간 동안 일하면서 뭔가 생산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있던가요?" 해성은 억울함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편의점 알바에 무슨 꿈이 있고 희망이 있기에 생산적인 일을 고민하라는 거죠?" "편의점에서 배울 게 없다고 생각하나요? 왜죠? 한참을 잘못 생각하는 겁니다. 생각해보세요. '이걸 배워서 뭘 하겠어'가 아니라,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에 대해서 말입니다." "저……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아닐까요?" 조용히 지켜보던 중년 남자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것도 맞습니다." "계산하는 법도 배우죠. 아주 단순하긴 해도." 해성이 말했다. "그런 기본적인 것 말고는요?" 메피는 지우를 똑바로 응시했다. "…… 진열?" "그것도 맞죠. 근무하는 시간 동안 어떤 사람들이 자주 오는지, 단골은 어느 정도인지, 어떤 물건이 제일 잘 나가는지 등을 한 번이라도 고민해본 적이 있나요?" 잠시 침묵을 지키던 메피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당신의 꿈은 무엇이었나요?"



첫 번째 답변의 시간:
다시 편의점 안의 시간이 흘렀다. 새벽 6시. 대충 들어온 물건을 정리하고, 다음 아르바이트 학생과 교대한 해성은 밖으로 나가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아, 졸려.' 주위를 두리번대던 해성은 이른 시간이라 차가 오지 않는 걸 확인하고 무단횡단을 했다. 갑자기 나타난 불빛. 그것이 끝이었다. "안타깝지만." 다시 그들이 돌아온 곳은 카페. 해성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흘렀다. "해성 씨, 어릴 적 꿈이 뭐였죠?" "우주 비행사요……. 고등학교 때에는 기자가 되고 싶었고." "꿈은 항상 바뀔 수 있는 겁니다. 포기하지만 않으면 이룰 수 있죠. 하지만 꿈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포기하는 순간, 꿈과 이어지는, 꿈에 투자되는 당신의 시간은 끝이 납니다."

'시간낭비'라는 말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무서운 말이었다. 메피는 세상 사람들의 시간이 총량으로 정해져 있다고 했다. 그런데 하루 24시간은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한다고 했다. "시간의 총량은 정해져 있지만 시간을 빠르게 쓰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집니다. 그들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 순간 지루하게 살고 있는 이들이 빼앗긴 시간입니다. 자, 이제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 보죠."

"첫 번째 질문은 아까 드렸습니다. '인간은 무엇을 사랑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답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해성 씨의 시간은 모두 흘렀습니다. 다만 나머지 사람들의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는 잠시 잡아두기로 하죠." 양손에 고개를 파묻고 있던 해성이 입을 열었다. "현실을 사랑하라." "나쁘지 않은 답이군요." "인간은 시간을 사랑해야 합니다." 지우의 입에서 이 말이 튀어나왔다. "시간을 사랑하라. 무슨 이야기죠?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답만 해주길 바랍니다. 해성 씨의 답은 비슷하지만 아닙니다." 중년 남자가 말했다. "미래를 사랑하라. 인간은 미래를 사랑해야 합니다!" "답이 아닙니다. 자, 모두의 답이 끝났습니다.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보죠."



성환의 이야기:
"제 이름은 성환입니다. 올해 43세고 두 아이의 아빠입니다. 하는 일은 영업입니다." "영업은 재미있나요?" "재미랄 게 있나요. 일이니까 하는 거죠." "자신의 일에 별로 만족하고 있는 것 같지 않은데 왜 다른 일을 안 찾아보죠?" "제 나이가 내일모레면 오십입니다. 지금 회사에 계속 다닐 수 있는 것만도 감지덕지인데, 영업이 아닌 다른 일을 찾는 건 힘들죠. 제가 회사를 그만두면 가족이 어떻게 될지 막막합니다. 그래서 제가 꼭 살아야 되는……." "하기 싫은 일이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라. 일단 성환 씨의 일상도 잠시 보기로 하죠."

어느 아파트의 햇빛 잘 드는 거실. "여보, 좀 일어나요. 지금 몇 시인데." 언제나 휴일 아침을 깨우는 건 아내의 목소리였다. 도대체 왜 이렇게 이른 시간에 깨우는 걸까. 성환은 반대쪽으로 돌아누웠다. "아니, 그럼 애들이라도 좀 봐줘요." 투덜거리는 아내의 말에 어쩔 수 없이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하지만 잠시 후 다시 성환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런 그의 머리 위에 [-2시간]이라는 글자가 보였다. 지우가 물었다. "그런데 머리 위에 있는 [-2시간]은 무슨 뜻인가요?" 메피가 말했다. "일단, 지켜봅시다." 시간이 지나 성환이 눈을 뜬 시간은 12시. 침대에서 일어난 그의 머리 위로 [-5시간]이라는 글자가 보였다. 카레 한 그릇으로 식사를 마친 성환은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리모컨을 손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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