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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인맥이 필요할 때

김기남 지음 | 지식공간
서른, 인맥이 필요할 때

김기남 지음

지식공간 / 2012년 5월 / 259쪽 / 14,800원





멘토링 첫째 날 - 서른, 인맥을 묻다



잘못된 질문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맥의 달인을 만나면 늘 묻고 싶은 질문이었다. 하지만 김기남 멘토의 답변은 내가 기대하던 내용이 아니었다."질문이 잘못된 것 같습니다."

"네?"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김기남 멘토가 빙긋 웃는다.

"내가 힘들 때 나를 도와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지요? 항상 나를 지지해주고 옹호해주는 그런 사람 말입니다.""네, 그런 인맥을 갖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만나기는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부모님이라면 그럴 수 있겠지요. 친구 중에도 한두 명은 그런 사람이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사회에서는 그런 사람 만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혹시 맹상군이라고 아세요? 인맥의 달인이라고 하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사람인데."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김기남 멘토가 맹상군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중국 전국시대에 맹상군이라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그가 선비를 잘 섬긴다는 소문이 돌자 전국 각지에서 3,000명의 사람들이 대문을 두드렸습니다. 맹상군은 그들에게 먹을 것, 입을 것을 제공하며 극진히 대우했습니다. 그런 맹상군이 제나라 재상 자리에서 쫓겨나자 그 많던 사람들이 다 떠나고 오직 풍환이라는 사람만 남았지요. 하지만 얼마 뒤 맹상군이 다시 재상에 올랐습니다. 그러자 각지로 흩어졌던 식객들이 거짓말처럼 맹상군의 밑으로 찾아들었습니다. 맹상군은 기분이 썩 좋지 않았고 그들을 원망하는 마음이 없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때 맹상군의 곁을 지켰던 풍환의 눈에 맹상군의 서운해하는 마음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조언합니다. '부유하고 귀하면 사람들이 모여들고, 가난하고 지위가 낮아지면 벗이 적어지기 마련입니다. 당신이 지위를 잃게 되자 빈객들이 모두 떠나가 버렸다고 해서 그들을 원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예전과 똑같이 대하시면 됩니다.' 맹상군은 풍환의 말이 옳다고 여기고 다시 빈객들을 극진히 대우했습니다.

아까 물으셨지요?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그런데 그건 인맥의 달인으로 알려진 맹상군도 하지 못한 일입니다. 맹상군 입장에서 마음을 얻었다고 할 만한 사람은 식객 3,000명 가운데 풍환, 단 한 명입니다. 나머지 2,999명은 다 도망갔습니다. 그들은 맹상군에게 마음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맹상군이 아니라 맹상군이 쓰고 있는 감투를 보고 그를 찾아온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을 나쁘다고 말해서는 곤란합니다. 그게 인지상정으로, 사람이란 본래 그렇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사람은 변합니다. 상황이 변하면 얼마든지 마음을 바꿉니다. 그게 사람이지요. 자기 이익을 따라 움직인다고 해서 사람들을 원망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는 절대 인맥을 넓힐 수 없습니다. 원망하는 마음, 미워하는 마음으로는 절대 타인을 품어 안을 수 없습니다."

사람은 상황에 따라 언제든 변할 수 있다. 평소 행실이 바르기로 소문난 사람도 술에 취하면 달라질 수 있다. 술 취해도 흐트러지지 않던 사람이 아내의 죽음으로 폐인이 될 수도 있다. 친구들에게 베풀기 좋아하던 사람이 10억이라는 돈 앞에서 탐욕스런 자가 될 수도 있다. '일상'이라는 상황 아래에서의 평가는 '일상'이라는 상황에서만 들어맞을 뿐이다. 상황이 변하면, 사람도 변한다.

서른일 때는 모르는 인맥의 비결

우문현답이라고 하던가. 나의 어리석은 질문은 김기남 멘토의 현명한 답변으로 돌아왔다. 이제 조금 멘토가 하는 말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방법만 알면 인맥은 자연히 많아지리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고, 단지 아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되고 일상에서 꾸준히 실천해야 할 것 같습니다.""우리가 방법을 모르는 게 아니에요. 단지 알면서도 안 하는 게 문제지요. 잘 기억해 보면, 어르신들이 그런 말씀을 들려주셨어요. 평소에 잘하라고. 지극히 평범한 말이지만 그 말 안에 사람을 사귀는 본질이 담겨 있습니다. 지혜는 먼 곳에 있는 게 아니에요. 늘 가까이 있어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멀리서 찾으려고 해요. 안타깝지요.""저도 너무 멀리서 찾으려고 했나 봅니다."

"젊을 때 좀 그런 경향이 있지요. 하지만 나이 들면 가까운 데 답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요. 그래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가까운 사람들을 살피게 돼요. 자연스러운 변화지요. 당연히 사람을 보는 눈도 달라집니다.""저도 서른을 넘으면서 조금씩 사람 보는 방식이 달라진다고 해야 할까요? 어쨌든 예전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면 말투 같은 것도, 냉소적인 느낌이 드는 사람은 조금 싫게 느껴집니다.""그렇죠, 그런 게 보는 눈이 달라진다는 말이지요, 마음이라는 것은 잠깐 스쳐가는 표정이나 희미한 미소, 눈빛, 손동작, 자세 등으로 나타나고 보려고 하지 않아도 그런 게 눈에 들어오게 돼요. 제 경우에는 식당 아주머니나 경비 아저씨들에게 얼마나 인사를 잘 하는지 그런 것들을 봐요. 또 부모님이나 형제들과의 관계도 유심히 봐요. 가족에게 잘하는 사람이 사회에 나와서 엉뚱하게 행동하는 경우는 없거든요. 그래서 평소에 잘하라고 어르신들이 말씀하시는 겁니다. 당장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고 생각할 때만 좋게 대하고, 더 이상 효용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면 막 대하는 것은 바른 인간관계가 아닙니다. 그가 지금 어떤 위치에 있든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그 사람의 어려움을 살피고 도움을 주는 것이 인간관계를 넓히는 지름길입니다."



멘토링 둘째 날 - 인맥 멘토가 사람을 만나는 법



잘 듣는 사람이 잘 사귀는 사람이다

김기남 멘토와의 두 번째 만남을 기다리며 준비한 주제는 '대화'였다.

"대화, 참 중요한 주제입니다. 그런데 저는 말하기보다는 듣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듣기가 더 중요하다…… 어떤 의미인가요?"

"말을 잘하면 사람을 사귀는 데 도움은 되겠지만 말 잘하는 게 인간관계의 본질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잘 듣는 게 중요해요. 잘 듣는 사람이 인간관계를 잘 맺어요.""사소한 말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뜻인가요?"

"그렇지요, 그런데 이때 들어야 할 것은 '말' 자체가 아니에요. 마음의 소리를 들어야 해요.""마음으로 듣는다? 너무 어렵습니다."

"혹시 '침묵의 연설'이라는 말을 들어보았나요? 2011년 1월 미국 애리조나 투산의 한 쇼핑센터에서 20대 백인 청년이 총격을 가한 일이 있었어요. 당시 사건으로 모두 6명이 죽었지요. 발표된 사망자 명단을 보면 크리스티나라는 9살짜리 여자아이도 포함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이 아이는 미국인들에게 상징적인 존재였어요. 9·11 테러 당일 태어났거든요. 그래서 『9월 11일생 희망의 얼굴들』이라는 책에 표지 인물로 등장한 적도 있었지요. 그런데 그 아이가 또 다시 테러에 의해 희생된 것이지요.

그로부터 4일 뒤 오바마 대통령은 희생자 추모 연설을 위해 강단에 올랐습니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어요. 그런데 다음 말을 잇지 못하는 거예요. 대신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바라보았어요. 그 모습이 마치 '나는 그 아이가 희생될 때 무엇을 하고 있었나' 하고 자책하는 듯이 보였지요. 잠시 뒤 오바마는 관중을 바라보았어요. 감정을 추스르듯 숨을 길게 내쉬었지요. 그리고 원고로 시선을 돌려 다음 대목을 읽으려고 하다가 이번에는 입술을 깨물고 다시 청중 쪽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사방은 쥐죽은 듯 고요했지요. 그렇게 51초간의 정적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51초 사이에 마법이 일어납니다. 보통의 경우는 연설자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사고가 났나 보다 하고 웅성거리기 십상입니다. 그런데 오바마의 침묵은 청중을 숙연하게 만듭니다. 뭔가 전달되었기 때문이에요. 무엇이 전달되었을까요? 제가 보기에는, 사람들은 오바마의 마음에서 울려나오는 소리를 들었어요. 오바마가 '나의 잘못 때문입니다.' 하고 침묵으로 고백하는 말을 들었던 거예요."

10년 사귈 사람처럼 만나라

"인간관계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거예요. 사람 사이의 일이지요. 옷과 옷이 만나는 게 아닙니다. 옷을 벗고 만나야 해요.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옷만 보고 있어요. 마음을 봐야 하는데 말입니다.""마음을 본다는 게,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게 참 어렵게 느껴집니다. 앞서 사람 마음은 변하는 게 인지상정이라고 하셨는데,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마음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사람의 마음을 본다는 말은 변하는 마음을 미리 알 수 있다는 뜻이 아니에요. 다만 그 사람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그려보는 것이에요. 그러면 그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되잖아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물론 나는 변치 않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상대가 변치 않기를 기대하면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나는 안 변했는데 너는 왜 그러냐고 따지면 안 돼요. 보통 사람들처럼 자기 이익 에 따라 움직이면서 사람들에게 신망을 얻으려고 하면 안 되죠. 신뢰를 얻으려면 오랫동안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어야 해요.

또한 사람은 자신이 가진 것만큼 세상을 봅니다. 주머니에 10만 원이 있는 사람은 하루밖에 못 봐요. 반면 주머니에 1억이 들어 있는 사람은 1,000일 뒤를 보며 살지요. 마찬가지로 마음의 크기에 따라 인맥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져요. 마음이 좁은 사람은 사람을 한두 번의 만남으로 판단해요. 반면 마음이 넓은 사람은 5년, 10년이라는 단위로 사람을 바라봐요. 한 번 만나고 끝이다, 그러면 사실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잘 안 들어요. 하지만 5년, 10년 두고 사귈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을 쓰는 게 다르겠지요? 사람을 만날 때는 그 인연이 어떻든 10년 사귈 사람으로 생각하고 만나는 게 중요해요. 길게 보고 만나면 사소한 오해 따위에 연연하지 않아요. 조금 더 긴 호흡으로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할 것이고, 나도 전혀 조급해지지 않을 거고요."



멘토링 셋째 날 - 서른 살의 인맥 넓히기 ①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라



천천히 가되, 반드시 간다

이 시점에서 나는 김기남 멘토가 어떻게 일을 해왔는지 궁금해졌다. 일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그렇게 만난 사람들을 자기 인맥으로 만들었다면 멘토가 일해온 과정에 노하우가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멘토님의 과거가 궁금합니다. 어떻게 일해 오셨나요?" 김기남 멘토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컴퓨터 앞으로 자리를 옮겨 자신의 블로그를 보여주었다. 야후 사이트에 개설된 그의 블로그 명은 '행복한 동행'이었다. 내가 인맥이라고 부르는 그것을, 멘토는 '동행'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멘토는 블로그 순위를 가리켰다. 6,777위였다.

"제가 블로그를 처음 시작한 날은 2009년 2월 10일이었어요. 처음에는 순위가 있는 줄도 몰랐지요. 직원 교육을 위해, 사람들과 친분을 나누기 위해 만들었는데 하다 보니까 순위가 바뀌었어요. 처음 확인했을 때는 150만 등이었지요. 매일 하나씩 글을 올렸어요. 그러자 곧 120만 등까지 올랐지요. 한 번 오르기 시작하니까 계속 올라 80만 등, 70만 등, 50만 등까지 상승했어요. 그리고 1일 방문자가 500명쯤 되니까 순위가 30만 등까지 뛰었어요. 그 무렵 전자신문에 제 기사가 소개되었어요. 전자업계의 파워블로거라고. 그때가 2010년 초였지요. 블로그를 개설한 지 1년이 채 안 되는 시기였습니다. 그 무렵부터는 순위가 제자리걸음이었어요. 여기까지가 한계라고 여겼죠. 하지만 늘 해오던 대로 글을 올리며 업데이트를 했어요. 업무 관련 자료나 좋은 글, 사진도 올리고, 방문글을 남기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답글도 달았습니다. 그렇게 꾸준히 하다 보니 다시 순위가 20만 등을 넘어 10만 등, 그리고 7만 등을 거쳐 5만 등, 4만 등까지 꾸준히 올랐어요. 그리고 2011년 초에는 6~7천 등까지 상승했습니다. 제가 어떻게 일을 해왔는지 물으셨지요? 제가 일을 하는 방식은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아요. 한 걸음씩 가면 가지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해요."

우보천리(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 리 길을 간다더니 김기남 멘토의 블로그 활동이 딱 그랬다. 등산가들이 늘 하는 말이 있다. '한 걸음씩 오르다 보면 결국은 정상에 이르게 됩니다.' 김기남 멘토는 마치 등산가나 마라톤 주자와 비슷했다. 그는 빨리 가는 대신 매일 한 걸음씩 걸어가는 방법을 택했다.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는 없을지라도 서서히 바뀌는 계절처럼 그의 행동은 반드시 결과를 남긴다.

"제 좌우명은 '대기만성'입니다. 큰 그릇은 늦게 찬다는 뜻이죠. 이렇게 마음을 먹으면 결코 어떤 일도 서두르지 않게 돼요. 먼 길을 떠나는 자는 행장을 대충 꾸리지 않습니다. 등산가는 절대 신발 끈을 가벼이 매지 않습니다. 대신, 한번 한다면 끝까지 합니다."



멘토링 넷째 날 - 서른 살의 인맥 넓히기 ② 개인이 아닌 전체를 위하여 일하라



일을 도모할 때는 사심이 없어야 한다

김기남이 대리였던 시절이다. 하루는 그에게 과장 한 명이 찾아왔다. 용건을 물었다.

"글쎄, 공장장님이 다짜고짜 김 대리 자네를 찾아가 보라더군."

"이유가 있을 것 아닙니까."

"아니, 이렇다저렇다 말씀은 없으시고, 그저 찾아가 보라고만 하셨어."

자초지종은 이러했다. 과장이 공장장에게 업무를 보고하러 갔다. 과장으로서는 피하고 싶은 일이었다. 지시받은 업무를 아직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명거리가 있었다. 관계 부서의 비협조적인 태도가 문제였다. '나는 수차례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그쪽에서 일 처리가 늦는 바람에 일이 지연되었다. 달리 방법이 없는 것 아닌가.' 그렇게 자신을 합리화하며 공장장을 찾아갔다. 그러나 보고를 받은 공장장은 가타부타 말이 없이 "김기남을 찾아가 보라"는 것이었다.

자신보다 직급이 아래인 대리에게 가보라고 했으니 과장으로서는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공장장이 지시했기 때문에 일단 김기남 대리를 찾았다. 김기남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자신을 찾아온 과장을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글쎄요, 왜 저한테 가라고 하셨을까요?"

"자네는 짚이는 게 있을 것 아닌가?"

곰곰 생각하던 끝에 한 가지 일을 떠올렸다. '아마 전에 있었던 일 때문인 모양이군.'

그 '일'이란 '과장 폭행 사건'이었다. 김기남은 얼마 전 타 부서 과장의 멱살잡이를 한 적이 있었다. 대리가 과장을 때렸으니 위계를 중시하는 조직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김기남 역시 징계 조치를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이 일을 문제 삼지 않았다. "얼마 전에 개발부 이 과장님과 저 사이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들으셨지요?"

모를 턱이 없었다. 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이 과장님을 왜 때린 줄 아십니까?"

과장이 고개를 저었다.

"저는 영업자입니다. 영업자는 어찌 됐든 제품이 나와야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달 말까지 출시하기로 예정되었던 신상품이 도무지 나올 기미가 안 보였습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이기에 자꾸만 지체되는지 궁금해서 알아보니까 개발부 이 과장님이 결재를 안 내주더란 말입니다. 신상품 판매에 차질이 생기면 과장님이 책임질 거냐고 따졌죠. 그래도 요지부동이었어요. '일에 과정이 있다. 억지로 되는 일이 아니니 기다려라.'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사소한 문제였습니다. 하려고만 마음먹으면 당장이라도 처리가 가능한 문제였어요.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되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부서가 존재하는 게 회사를 위해서지, 어떻게 회사 전체가 한 부서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까? 어르고 달래고 언성도 높여보았습니다. 하지만 소귀에 경 읽기가 따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참지 못하고 주먹을 휘둘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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